내주에 나올 예정이지만 '이주의 과학서'로 다이앤 애커먼의 <휴먼 에이지>(문학동네, 2017)를 고른다. '인간 시대'라고도 번역할 수 있지만 지질학 개념으로 '인류세'라고 옮긴다. 부제는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의 지구사용법'. 인류세를 다룬 책이어서 주목하게 되지만, 저자도 신뢰할 만하다. 


"자연과 과학의 언어를 시의 언어로 옮기는 작가, ‘경계 없는 글쓰기’의 대가 다이앤 애커먼의 과학논픽션이 번역 출간되었다. 이 책은 영어권 지역에서 출간되자마자, 미래 사회를 내다보는 참신하고 희망적인 관점으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저자는 하나의 생물종에 불과한 인류가 지구 전체를 쥐락펴락하게 된 유례없는 현상을 새삼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인간의 재주가 펼쳐지는 기술의 현장들을 한 편의 다큐멘터리영화처럼 생생하게 보여준다."


<감각의 박물학>(작가정신, 2004)으로 기억되는 애커먼은 이후에도 <사랑의 백가지 이름>(뮤진트리, 2013), <새벽의 인문학>(반비, 2015) 등이 소개된 바 있다. 그래도 가장 관심이 가는 타이틀은 <휴먼 에이지>다. <총, 균, 쇠>의 저자 재러드 다이아몬드도 “끝없이 샘솟는 통찰과 불굴의 낙천성을 지닌 일급 작가의 더없이 사랑스러운 책”이라고 극찬"했다니 자연스레 기대치가 올라간다. 


마찬가지로 다음주에 출간될 유발 하라리의 <호모 데우스>와 나란히 읽어보면 좋겠다. 하라리의 책들에 대해서는 강의도 계획중이다...


17. 05.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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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 과학사의 숨은 영웅들을 다룬 책을 고른다. 마고 리 셰털리의 <히든 피겨스>(동아엠앤비, 2017)과 폴 드 크루이프의 <미생물 사냥꾼>(반니, 2017)이다. 


 

<히든 피겨스>는 이번에(지난주에) 영화가 개봉되면서 화제가 될 만한 책인데, "나사와 나사의 전신인 미 항공자문위원회(NACA)에서 일한 흑인 여성 수학자들에 대한 실화 에세이"다. 소개에 따르면, "'컴퓨터'가 기계가 아닌 인간을 칭하던 시절, 인류가 우주를 꿈꾸기 시작하던 그 시절에 흑인이자 여성으로서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꽃피운 그녀들의 이야기는 한계를 극복하고 그 이상을 향해 나아간 도전과 용기, 감동 그 자체이다." 책은 따로 읽어야겠지만 영화는 가족과 같이 봐도 좋겠다.



<미생물 사냥꾼>은 '미생물 연구에 일생을 바친 13명의 위대한 영웅들'을 다룬, 1926년작이니 아주 오래 전 책이다(1996년에 70주년 기념판이 나왔다). "현미경을 발명하여 최초로 미생물의 세계를 들여다본 안톤 반 레벤후크에서부터 시작해서 인류를 병들게 하고 심지어는 죽이기도 하는 놀라운 작은 동물의 세계를 생명을 걸고 탐험한 13인의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마치 우리가 그 미생물학자들의 곁에서 같이 현미경을 들여다볼 수도 있다는 듯이 친절하게 우리의 손을 잡고 연구실의 생생한 현장으로 걸어 들어가도록 안내해준다."


90년 전에 나온 과학서가 여전히 절판되지 않고 읽힌다는 점도 놀랍다. 좀더 매끈한 장정의 새 번역판이 나온 것도 반갑고. <히든 피겨스>도 그렇지만 자라나는 학생들이 많이들 읽어보면 좋겠다...


17. 0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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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심리학이 퍼뜨리는 젠더 불평등'을 비판하는 마리 루티의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동녘사이언스, 2017)를 '이주의 과학서'로 고른다. 과학서가 아니라 과학비판서란 점이 눈에 띄는데, 저자가 타겟으로 삼고 있는 것이 진화심리학이다. 원제인 '과학적 성차별 시대'에서 '과학'이 지칭하는 게 바로 진화심리학. 

 

"진화심리학자들이 주장하는 남녀에 관한 유해한 이분법을 비판한 책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꽤 진보했다고 여겨지는 이 시대에 철저하게 남성과 여성을 이분법으로 나눌 수 있다고 믿는다. 게다가 그 믿음을 일반 대중들에게 끊임없이 공유하고 설득하려고 애쓴다. 여태껏 우리는 남녀에 관한 유해한 이분법을 해체하는 데 수십 년을 바쳐왔음에도, 진화심리학자들은 터무니없고 유치할 정도로 단순한 근거와 논증으로 자신들의 주장을 고수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성차이에 대한 결정은 그 자체가 이미 이념적이다. 지식 생산이 어떻게 작동하는지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군가가 세운 가설이 그 주제를 어떤 틀로 바라보고 자신의 연구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조건화됨을 잘 알 수 있다."

요지는 진화심리학이 남성과 여성이라는 (유해한) 이분법을 마치 과학인 양 주장하면서 널리 전파하고 있다는 것. 반면에 저자는 그러한 이분법 내지 성차는 아무런 과학적 근거가 없으며 한갓 이데올로기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추천사를 쓴 정희진 씨는 저자의 주장을 적극 지지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렇게 적었다.

"과학자든 정치가든 자기가 살고 있는 사회의 언어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아직도 이런 상식이 필요한 학자들이 떼 지어 있는데, 이 책에서 말하는 진화심리학자들이 그렇다. 그들은 가장 사회적인 구성물을 자연의 법칙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세상 어디에도 자연의 법칙은 없다. 자연의 법칙이라고 간주되는 인간의 사고방식이 있을 뿐이다. 문제는 언제나 무엇을 자연이라고 보는가, 자연의 범주는 누가 정하는가이다. 그것이 권력이고 지식이다."

'이 세상에 어디에도 자연의 법칙은 없다'는 주장은 의도적인 과장법이라고 생각되지만, 어쩌면 실제로 그렇다고 믿는지도 모르겠다(그의 말대로 모든 건 '사고방식'이고 '태도'일 따름이니 '자연의 법치은 없다'는 주장도 사실의 언명이 아니라 주관적 믿음의 표명이겠다).

 

 

저자 마리 루티는 앞서 <하버드 사랑학 수업>(웅진지식하우스, 2012)를 통해서 소개된 바 있다. '하버드'란 말이 붙긴 했어도(하버드에서 강의한 경력이 있지만 현재는 캐나다 토론토대학 영문학과에 재직중이다) 좀 식상한 주제여서(비록 저자의 의도 역시 식상한 사랑론을 비판하려는 것이지만) 구입만 하고 읽지는 않았는데, 이번에 다시 관심을 갖게 되었다. 검색하다 보니 저자가 정신분석과 영화이론, 페미니즘 분야에서 흥미를 끄는 타이틀들을 갖고 있어서다. 이런 책들에 비하면 <하버드 사랑학 수업>이나 <나는 과학이 말하는 성차별이 불편합니다>는 대중서에 해당하겠다. <불편합니다>를 읽어보고 여력이 생기면 저자의 전문서들도 읽어보려 한다...

 

17. 03. 18.

 

 

P.S. 저자의 비판을 따라가려면 진화심리학에 대한 배경지식도 좀 필요할 텐데, 국내엔 데이비드 버스와 (그의 한국인 제자인) 전중환 교수의 책들이 나와 있다. 저자가 특별히 유감스러워 하는 진화심리학자가 따로 있는지는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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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까치, 2017)를 고른다. 저자는 암 전문가로 2011년 <암: 만병의 황제의 역사>(까치, 2011)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바 있다. <유전자>는 신뢰할 만한 저자의 신작인 것.

 

"우리는 왜 이렇게 생겼을까? 우리는 왜 형제와 닮았으면서도 다를까? 이런 종류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유전자 때문이다. 우리는 생각보다 강력한 유전자의 세계 속에서 살아간다. 의사이자 이 책의 저자인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유전의 공포 속에서 살아온 인물이다. 저자의 삼촌들과 사촌이 조현병 환자로, 본인들은 물론이고 집안 전체가 고통을 받아왔다. 자신의 유년기를 잠식해온 공포로부터 벗어나기 위하여, 저자는 정면으로 대응한다. 바로 자신의 집안의 내밀한 비밀에 대해서 고백하며, 유전자의 정체와 그 연구의 역사 그리고 오늘날의 유전자 연구에 대해서 등 거의 모든 유전자의 이야기를 펼쳐낸다."

 

유전자에 관한 책은 재작년에 후성유전학에 관한 책, 가령 <유전자는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해나무, 2015), <유전자, 당신이 결정한다>(김영사, 2015) 같은 책이 출간됐었고, 지난해 말에는 <유전자 사회>(을유문화사, 2016)가 나왔었다. 책은 구해놓고 아직 읽어볼 짬을 못 내고 있는데, 어느새 '뒷차'가 독촉하는 듯한 느낌이다. 저자에 인지도에 기대자면 <유전자의 내밀한 역사>도 일독해봄 직하기에. 이런 과학서들에 대해서는 전담 리뷰어의 리뷰가 붙으면 좋겠는데, 알라딘에서는 아직 읽을 수 없다. 교양과학서는 저자도 부족하지만, 리뷰어도 빈곤한 듯하여 아쉽다...

 

17. 03.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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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월의 마지막 주말이다. 다음주 월요일에 3개의 강의가 있기는 하지만 내주에는 여느 주보다 느슨한 일정이 예정돼 있어서(하지만 그걸 상쇄하고도 남는 원고 일정이 있다) 기분만은 여유롭다. 늘상 준비하는 강의자료를 후딱 만들어놓고 새로 나온 책들을 훑어보다가(장바구니에도 넣고 주문도 했다) '이주의 과학서'로 꼽을 만한 책을 발견했다. 조너선 밸컴의 <물고기는 알고 있다>(에이도스, 2017). '물속에 사는 우리 사촌들의 사생활'이 부제. 한마디로 '물고기의 사생활'이란 제목을 가질 수도 있었던 책.


"상상을 초월하는 물고기들의 시각, 후각, 촉각, 미각 등 감각 세계와 여느 영장류를 능가하는 물고기들의 지각력, 인간사회를 방불케 하는 물고기 사회의 역학, 그리고 인간중심주의에 일격을 가하는 처절한 물고기들의 삶을 아주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그동안 몰라도 너무나 몰랐던 물고기의 흥미진진하고 내밀한 사생활이 물고기를 사랑하는 한 과학자에 의해 낱낱이 밝혀진다."

'우리 사촌'이라고 하기엔 먼 친척뻘이 아닌가 싶지만(포유류와 어류면 사촌간인가?) 여하튼 기대를 품게 하는 책이다. 저자는 조류에 관해서도 일가견이 있는 동물행동학자라고 하고 <즐거움, 진화가 준 최고의 선물>(도솔, 2008)로 먼저 소개된 바 있다. 특이하게도 이 책의 추천자 가운데는 달라이 라마도 포함돼 있는데, 이렇게 말했다. “지은이는 이 책에서 ‘물고기도 감정을 갖고 있으며, 다른 지각 있는 존재들과 마찬가지로 배려와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생생히 증언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동물은 물론 모든 생물의 존엄성을 깨달았으면 좋겠습니다.” 흠, 그렇다면 '깨달음의 책'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표지도 마음에 들어서 원서도 주문해볼까 싶다...

 

17. 02.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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