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자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서 책상맡에 놓았는데(영화도 줄거리는 알지만 본 기억은 없는 것 같다. 언제 볼 수 있을지), 정작 필요한 다른 책을 찾지 못해서 아침부터 재주문을 했다(강의에서 다룰 만한 책은 두 번 구입해도 좋다는 게 나의 '수정규칙'이다). 나 자신도 가끔 놀랄 정도로 많은 책을 갖고 있지만, 자주 어이없어 할 정도로 관리가 잘 안된다. 내 잘못이 아니라 책이 너무 많이 나오는 탓이라고 핑계를 대지만.

 

 

 

가령 '이주의 과학서'를 꼽을 만한 물리학의 두 신간은 어떠한가. 스탠포드대학의 교양 물리 강의를 옮긴 레너드 서스킨드의 <물리의 정석: 고전역학 편>(사이언스북스, 2017)과 아인슈타인의 <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서커스, 2017)를 두고 탐내지 않을 독자가 어디에 있겠는가?

 

"초끈 이론의 대가이자 <블랙홀 전쟁>, <우주의 풍경>의 저자 레너드 서스킨드의 스탠퍼드 대학교 교양 물리 강의를 기록한 책이다. 서스킨드의 친절한 설명이 담긴 유튜브 인기 강의와 함께 입문자들이 물리의 기초를 공부하는 데 가장 적절한 교과서이다. 물리학에서 실제로 사용하는 방정식을 통해 내용을 간결하고 정확하게 전달한다는 것이 기존 교양 물리책들과 구분되는 이 책만의 특징이다."

 

서스킨드의 책으로는 <블랙홀 전쟁>(사이언스북스, 2011)과 <우주의 풍경>(사이언스북스, 2011)이 소개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물리의 정석>은 '최소한의 이론' 시리즈를 옮긴 것으로 보이는데, <양자역학 편>이 다른 짝이다(더 기대가 되는 책인데 아마도 조만간 나오게 되지 않을까 싶다). 고등학교 시절 '물리'에 특별한 열성이나 재능을 발휘한 기억이 없지만, 그래도 세계적인 물리학자의 교양강의를 청강해볼 의사는 있다. '물리가 쉬웠어요!'라는 말이 나올지 어떻게 알겠는가. 최소한 물리의 9급 정석 정도는 뗄 수 있지 않을까(바둑에 입문한 중3때 본 것 같다. <바둑 9급 정석> 같은 책).

 

 

 

아인슈타인의 책이라면 <상대성이론>이나 <나는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나의 세계관>) 같은 책만 떠올릴 수 있었는데, <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도 공저한 줄은 이번에 알았다(믿기지 않아서 원저도 찾아봤다). 다른 것 필요 없이, 아인슈타인이 썼다는 것만으로도 관심도서가 될 만하다. 스티븐 호킹의 추천사는 이렇다.

 

"<물리는 어떻게 진화했는가>에서,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 레오폴트 인펠트는 태풍의 눈 속에서 양자역학이라는 혁명에 대해 서술했다…… 아인슈타인의 책은 20세기 초반에 과학이 어떤 상황에 있었는지, 그리고 아인슈타인 본인이 얼마나 큰 기여를 했는지를 잘 알려준다. 이 책이 출간된 지 거의 70년이 지났는데도, 비록 모형은 더욱 세련되게 다듬어지기는 했지만, 물리학자들은 여전히 우주의 양자론적 모델이 가져온 기괴함의 잔재를 해결하려 애쓰고 있는 중이다."

 

물리학에 문외한인 나 같은 독자도 읽을 수 있는 책인지는 모르겠지만, 정 어렵다면 읽다가 덮으면 될 일이다. 일단은 손에 쥐어보는 것으로.

 

 

 

양자역학과 양자혁명에 관해서도 다수의 책이 나와 있지만, 주요 당사자인 아인슈타인의 증언은 특별한 의미를 갖겠다. 그나저나 <열차 안의 낯선 자들>보다 더 낯설지도 모르는 책들을 언제 읽는다지?..

 

17. 08.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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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는 미국의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이 후학들과 나눈 대화와 논쟁을 엮은 <어느 노과학자의 마지막 강의>(생각의길, 2017)를 고른다.

 

"지난 1993년 4월 6일. 세계적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에게 한 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그 편지는 미국 어느 대학의 '과학, 기술, 그리고 사회' 강좌의 수강생 마흔여섯 명이 보낸 편지였다. 학생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과학자가 실제로 답장을 하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자유롭게 정부의 핵 정책, 일반 과학기술과 환경 지속가능성, 과학과 종교의 역할 등에 관해 질문했다. 놀랍게도, 편지를 받은 프리먼 다이슨은 사흘 만에 답장을 주었다. 그렇게 1993년에 시작된 어느 노과학자의 마지막 강의는 20년 이상 학문적.개인적 교류로 이어졌다. 2014년에 수강한 어떤 학생은 그동안 편지로 주고받은 '과학 강의'를 보고 이렇게 말했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 수업의 학생들은 그와 편지를 주고받으며 질문을 이어왔다!" 프리먼 다이슨 교수 역시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않았던 개인적 이야기를 사례로 들며 후학들에게 가깝게 다가가 '과학, 기술, 인간 종교, 사회, 나아가 삶과 우주 속 지구의 의미'에 대해 함께 대화했다."

 

 

과학 독자들에게 프리먼 다이슨은 낯선 이름이 아니다. 단독 저작과 공저가 여럿 소개돼 있고, 재작년에 나온 아인슈타인의 어록집 <아인슈타인이 말합니다>(에이도스, 2015)에도 다이슨이 쓴 서문이 붙어 있다.

 

절판된 지 오래 되었지만, 내가 처음 읽은 건 <무한한 다양성을 위하여>(범양사, 1991)였다. 아마도 제일 처음 소개된 책이었을 듯싶은데, 번역이 썩 좋지는 않았지만 꽤 유익하게 읽은 기억이 있다. '프리먼 다이슨'이라는 이름을 기억하게 된 걸 보면. 그래서 이후엔 관심저자로 분류하고 있지만 최근 몇년 간 나온 책들을 완독할 기회가 없다. <어느 노과학자의 마지막 강의>를 '저지선'으로 삼아볼 생각이다...

 

17. 08.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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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 애슐리 몬터규의 <터칭>(글항아리, 2017)을 고른다. 부제가 좀 거창하게도 '인간 피부의 인류학적 의의'다. 주말에 발견한 책인데, 저자는 이름은 왠지 친숙하지만(몬터규라면 로미오의 가문 아닌가!) 이전에 소개된 적이 없는 듯싶다. 번역판 표지만 보고 신선하다고 느꼈는데, 원저는 상당히 오래된 책이다. 1971년에 나왔고 아래 오른쪽의 (절판된) 영어판 표지가 세월의 경과를 느끼게 한다.  


"촉각에 대한 기념비적 저서로, 세계와의 경계이자 감각의 발원지인 피부에서 일어나는 온갖 촉각 경험이 인간의 정신과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1971년 출간 직후 불모지나 다름없던 관련 연구 분야를 혁신적으로 조명했고, 저자가 세상을 떠난 세기말에 이르러서는 책에 소개된 실험 결과 중 많은 내용이 전문 분야에서 실제로 적용되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전문 분야 바깥에서 이 책은 현재까지도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으며 수십 년째 '놀라운 앎을 선사하는 책'으로 평가받는다."

알라딘에서는 원서 개정판이 뜨지 않아서, 정말로 '현재까지도' 사랑을 받고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여하튼 이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책이라고 하니까 기대가 된다. 



촉각은 피부와 관련한 감각인데, 피부에 관한 책이라면 대부분이 피부미용(에스테틱) 관련서라 인문 문야의 책은 잘 검색도 되지 않는다. 과학책으로는 옐 아들러의 <매력적인 피부 여행>(와이즈베라, 2017)이 지난봄에 나온 책이고, 정신분석쪽으로는 디디에 앙지외의 <피부 자아>(인간희극, 2013), 철학책으로는 장 뤽 낭시의 <나를 만지지 마라>(문학과지성사, 2015) 정도가 떠오른다. 어느 책이 <터칭>과 어울릴 만한지는, 책을 만져봐야 알겠다...


17. 0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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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 장대익의 <울트라 소셜>(휴머니스트, 2017)과 휠도블러/윌슨의 <초유기체>(사이언스북스, 2017)를 고른다. '울트라 소셜'을 우리말로 번역하면 '초사회성'이 되겠다. 책의 부제가 '사피엔스에 새겨진 초사회성의 비밀'이다. 



초사회성에 대한 강조는 유발 하라리의 책들에서도 읽을 수가 있기 때문에 <사피엔스>의 독자라면 <울트라 소셜>을 보교재로 읽어도 되겠다. 같은 주제를 다룬 책으론 데이비드 브룩스의 <소셜 애니멀>(흐름출판, 2016)도 나와 있다(보급판으로 표지가 바뀌었군). 



한편 <울트라 소셜>은 '다윈 3부작'을 내놓은 장대익 교수의 또 다른 과학대중화 시도이기도 하다. 가벼운 분량의 책으로 사피엔스에 대한 현단계 과학적 이해를 쉽게 설명한다. 고등학생 정도라면 능히 읽어볼 만하다. 

"2008년 <다윈의 식탁>으로 대중으로부터 진화론의 관심을 새롭게 불러일으킨 이후 최신의 과학 연구를 섭렵하며 꾸준히 책으로 써 낸 그는, <울트라 소셜>에서 진화생물학, 동물행동학, 영장류학, 뇌과학, 심리학, 행동경제학, 인공지능학 등 다양한 분야의 연구 성과를 '초사회성'이라는 키워드로 꿰며 사피엔스 본성에 관한 큰 그림을 그려 냈다."


<초유기체>는 이미 <개미 세계여행>(범양사, 2015)를 공저한 바 있는 세계적인 개미 학자 베르트 횔도블러와 에드워드 윌슨, 두 사람의 새로운 공저다. '곤충 사회의 힘과 아름다움, 정교한 질서에 대하여'가 부제. 

"사회성 곤충 연구 분야의 두 거장, 베르트 횔도블러와 에드워드 윌슨은 <초유기체>에서 개미 군락을 집중 조명하며 초유기체의 본질과 의의를 펼쳐 보이고 있다. 초유기체를 구성하는 것은 세포나 조직이 아니라 밀접하게 협동을 하고 있는 동물 한 마리 한 마리이다. 그 초유기체를 들여다봄으로써 사회성 곤충의 생활사와 행동 양식을 통해 우리는 인간과는 다른 복잡한 사회가 진화한 방식, 그리고 사회 질서와 그것을 만들고 진화시킨 자연 선택 사이의 관계까지 엿볼 수 있다."


국내 다수의 책이 출간되어 있는 에드워드 윌슨의 경우에도 <지구의 정복자> 이후에 나온 책들을 <초유기체>와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초유기체> 이후에 나온 책들도 많이 있다...


17. 0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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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 노에 게이치의 <과학인문학으로의 초대>(오아시스, 2017)를 고른다. 사실 이주의 책은 아니다. 오는 29일 출간예정이니까 두 주나 더 남았다. 그럼에도 '역사 · 철학 · 사회학을 관통하며 입체적으로 보는 교양과학 입문서'란 부제에 이끌려 미리 관심도서로 분류해놓는다. 사실 제목이나 부제보다 더 끌린 건 "일본과학철학의 일인자 노에 게이치가 역사, 철학, 사회학의 관점을 통해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입체적으로 대답하는 책"이라는 소개다. 일본과학철학의 일인자? 그런 랭킹이 가능한지 의문이지만 여하튼 꽤 중요한 인물이란 뜻 정도로 받아들이면 되겠다.

 

 

국내 독자에게 초면은 아니고 <이야기의 철학>(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9)로 처음 소개되었고, <현상학사전>(도서출판b, 2011)의 공저자이기도 하다. <이야기의 철학>은 내가 손에 들었던 책인데, 오래 전이어서인지 핵심이 무엇이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아무튼 그런 전력을 갖고 있는 저자의 과학철학서 내지 과학인문학서라고 해서 흥미를 갖게 된다.

 

 

한국에서 과학철학 일인자를 꼽는다면 물론 케임브리지대학의 장하석 교수를 꼽아야 할 터인데, 그밖에도 과학저술가를 겸한 학자들은 몇 명 더 꼽을 수 있다. 뇌학자 김대식 교수나 물리학자 이종필 교수, '과학카페' 시리즈의 강석기 교수 등이 최근에 책을 낸 저자라서 먼저 떠오른다.

 

-김대식

 

 

 

-이종필

 

 

 

-강석기

 

 

 

노에 게이치의 책을 이런 국내 저자들의 책과 견주며 읽어봐도 좋겠다...

 

17.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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