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침몰 시나리오

오늘 아침 CBS 라디오의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하여 美 브루킹스연구소 박선원 초빙연구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http://www.cbs.co.kr/radio/pgm/?pgm=1378). 국방부와 합동조사단의 잠정 결론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서 인터뷰 내용을 스크랩해놓는다(좌초 가능성에 대한 설득력 있는 견해는 http://www.mediatoday.co.kr/news/articleView.html?idxno=87854 참조). 의혹만 부풀려진 상태이지만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전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을 테니까...  

노컷뉴스(10. 04. 28) 브루킹스硏 박선원 “함미익사, 함수경상? 여전히 의혹”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美 브루킹스연구소 박선원 초빙연구원 (前 청와대 안보전략비서관)

천안함 침몰 사고 원인을 군에서는 ‘버블제트에 의한 비접촉수중폭발’로 잠정 결론을 내린 상태입니다. 자연히 북한군의 연루 가능성도 높게 거론이 되고 있는데요. 그런데 미국은 여전히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특히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한국인 연구원이 버블제트 때문이라는 조사결과에 대해서 강한 의문을 제기해서 눈길을 끄는데요. 며칠 전에 연결했던 해난구조대 출신의 장교는 “버블제트가 원인이라는 데 100% 동의한다” 이렇게 얘기했었죠. 오늘은 그 반론쯤이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의 대표적인 정책연구소인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원이자, 참여정부의 안보전략 비서관 지내신 분이세요. 박선원 박사 연결해보겠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 워싱턴에 계시는 거죠?

◆ 박선원> 네.

◇ 김현정 앵커> 브루킹스연구소에서도 천안함 침몰 사고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가요?

◆ 박선원> 동북아와 한반도 문제, 남북관계에 관심 있는 학자들이 모두 유심히 지켜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해군 희생에 대해서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고요. 원인에 대해서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앵커> 비접촉성수중폭발, 그러니까 버블제트가 침몰원인이라는 게 민군합동조사단의 잠정결론인데, 박 박사님께서는 100% 동의하기가 어렵다고 말씀하셨어요. 어떤 이유일까요?

◆ 박선원> 버블제트라면 대개 기뢰에 의한 충격입니다. 만약에 수평에서 어떤 폭발을 했고 그것이 수면에 작용을 한다면 그것은 수중충격파라고 이야기하지 버블제트라고 이야기하지 않거든요. 어뢰라고 한다면 수평충격파인데, 그것만 갖고는 배가 두 동강이 나지 않죠. 역시 어뢰라고 하는 것은 화약이나 이런 폭발물질에 접촉을 해야 되는 겁니다. 기술적으로 보면 근접신관을 들고 나오고, 또 버블제트가 있고, 중국제 중어뢰, 이 세 가지를 묶어서 북한이 신무기를 들고 나온 것처럼 보도가 있지만 근접신관은 최신무기가 아니고요. 1943년부터 대다수 미국 어뢰에 적용된 오래된 기술입니다. 그러니까 근접신관의 경우에도 바닷물 팽창력 보다는 폭약에 의한 충격, 또 파편에 의한 파공, 이런 것에 주요한 파괴력입니다.

◇ 김현정 앵커> 비접촉성으로 어뢰가 폭발했다면 이렇게까지 두 동강이 날 수 없다는 말씀이세요?

◆ 박선원> 그렇죠. 어떤 형태로든지 폭약이 선체에 작용을 직접 해야 된다, 이거죠.

◇ 김현정 앵커> 일단 비접촉성이라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는 말씀이세요. 그런데 며칠 전에 저희 방송에 출연했던 해군 장교 얘기를 들어보면, 절단면을 보면 이게 버블제트 말고는 다른 이유는 있을 수 없다고 확신을 하시던데요?

◆ 박선원> 절단면의 위, 아래 X자 모양으로 나와 있고, 그것을 버블제트라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라고 한다면 옆에서 치고 있는 어뢰에 의한 측면파괴라기 보다는 기뢰에 의한 수직폭발에 가깝다는 거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기에는 하나의 가정입니다만, 천안함이 지나치게 해안 가까이 접근하는 과정에서 스크루가 그물을 감고 그 그물이 철근이 들어있는 통바를 끌어당기면서 과거 우리 측이 연화리 앞바다에 깔아놓은 기뢰를 격발시킨 게 아닌가, 생각을 합니다. 실제로 4월 16일 인가요. 함미 스크루 사진을 보면 약 15m 정도의 그물이 딸려 올라오고 있거든요. 그것을 보면 버블제트라고 한다면 어뢰보다는 기뢰가 아니냐, 하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우리가 깔아놓은 기뢰 쪽일 것이다, 이런 말씀이세요?

◆ 박선원> 네, 그런데 저는 안보태세 상으로 봐도 우리가 북한에게 당했다기보다는 우리의 사고가 아닌가, 이렇게 생각을 해요.

◇ 김현정 앵커> 우리가 깔아놓은 기뢰에 의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어쨌든 기뢰, 어뢰로 잠정 결론이 그쪽으로 모아지고 있는 건데, 거기에는 동의를 하시는 거네요, 기뢰라는 쪽에는?

◆ 박선원> 그렇지만 사망자나 실종자 상태, 또 생존자 상태를 보면 말이죠. 과연 이게 과연 강한 폭발물에 의한 거냐, 하는 데 여전히 의구심은 남아요.

◇ 김현정 앵커> 무슨 말씀이신지?

◆ 박선원> 격실이 튼튼하다고 하지만 오히려 수병들한테는 충격이 더 강하게 전달됐을 거고요. 또 2차 세계대전 사례를 연구한 1990년대 자료가 있습니다. 미국해군대학교에서 나온 자료인데요. 그것을 보더라도 실종자, 사망자, 부상자가 동시에 다 발생을 해야 되고, 또 내장이나 장기 동공파열 등이 있어야 되고, 선체에서 튕겨져 나간 수병이 있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천안함의 경우에 보면 함미에서는 전원 익사하고 함수에서는 대부분 경상이라 말입니다. 현장 해상에서는 사망자는 없고, 산화자로 분류된 분은 실종자에 가깝고, 이런 것을 보면 역시 폭발물 충격의 특성과는 좀 동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 김현정 앵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은 이유, 경상인 이유는 객실 안에 있어서 그렇다, 격실이 아주 튼튼하게 지어져 있다, 이렇게 말씀하시던데요?

◆ 박선원> 그러니까 그렇게 튼튼할수록 수병들에게 충격이 강하게 전달된다는 거죠. 해군에서 군함을 만들 때 어떻게 하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고, 이것이 수병들에게 충격을 최소화시킬 거냐 하는 것은 가장 큰 과제인 건 틀림이 없어요. 그리고 그것을 개선해 오고 있죠. 하지만 이렇게 함미에서는 전원 익사하고 함미에서는 경상이고. 이런 경우는 없다, 이거죠.

◇ 김현정 앵커> 폭발이라면 이렇게 되기는 어렵다는 말씀이세요?

◆ 박선원> 그렇죠.

◇ 김현정 앵커> 그러면 기뢰나 어뢰 중에 고르라고 하면, 기뢰지만 반드시 기뢰도 아닌 것 같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박선원> 그렇습니다.

◇ 김현정 앵커> 그러면 어느 쪽에 무게를 두고 계신 겁니까, 원인 중에?

◆ 박선원> 제일 중요한 건 우리가 파편을 찾는 것에 달려있죠. 파편이 어디 거냐, 기뢰냐, 어뢰냐, 이런 게 있지만 여전히 저는 배가 좌초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최초 보고가 다 좌초했다, 침수되었다, 또 침수로 인해 침몰하고 있다, 이런 거거든요. 그러니까 그것을 쉽게 우리가 배제하지 말자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좌초라면 어떤 암초에 의한 좌초를 말씀하시는, 침몰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 박선원> 네, 그렇게 보는 거죠. 그러니까 함미 우측 스크루에 그물이 감겨 올라왔고, 또 스크루 끝이 안으로 휘어져 있지 않습니까? 진행방향 쪽으로... 그런 것은 함체 중간에 폭발이 있었다면 스크루가 밖으로 휘어지지 안으로 휘어지진 않거든요. 생존자나 희생자들의 상태, 이런 것을 보면 좌초일 가능성도 우리가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앵커> 박사님 말씀을 듣다보니까 지금의 잠정결론이라는 게 허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런 말씀으로 들리는데요. 그렇다면 군이 굳이 이렇게 허점투성이인 결론을 내릴 이유가 있는가, 이런 생각도 듭니다. 어떻게 생각하시는 건가요?

◆ 박선원> 우리 군도 당혹스럽겠죠. 왜냐하면 일종의 직소퍼즐을 맞추는 것하고 똑같은데, 조각이 다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구멍이 여러 군데 생기는 거거든요. 어느 것을 갖다 대도 다 만족시킬 수 있는 결론이 잘 안 나옵니다. 적어도 파편이 나오지 않는 한 말이죠. 그래서 군이 일부러 왜곡시킬 것이다, 이렇게 보지는 않죠. 하지만 적어도 초동대응 과정을 보면 북한에게 우리가 당했다고 함으로써 현재 전쟁과 마찬가지인데 군 지휘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 그렇기 보다는 이 사람들이 상황을 정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자, 이렇게 한 것은 분명히 현재의 지휘부에게는 불리한 일은 아니죠.

◇ 김현정 앵커> 그런데 해외조사단도 지금 조사에 참여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조작한다든지 군에 유리한 쪽으로 끌고 간다든지, 이게 가능합니까?

◆ 박선원> 조작은 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미국이 계속 강조를 한 것은 우리의 조사에 기술적인 지원을 아낌없이 제공하겠다는 거기 때문에 은폐나 조작은 쉽지 않죠. 하지만 한국 정부가 일단 어떤 방향으로 죽 방향을 잡아갈 때 그때마다 미국이 ‘아, 그거 아니다, 그거 아니다’ 그렇게 말은 하진 않죠. 어쨌거나 외부충격에 의한 사고인데 북한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지만 확증은 없다, 이런 식으로 한국정부와 우리 군이 입장을 정리해갈 때 굳이 그런 건 아니지 않느냐, 그렇게 말할 필요는 없다고 보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얼마 전에 이런 말씀하셨어요. 우리 정부가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은 자료를 미국은 다 갖고 있다, 미국만 가지고 있는 비밀정보란 게 뭔가요?

◆ 박선원> 제가 말씀드린 것은 우리 국민들에게 공개를 하지 않지만 한미 양측 군당국은 서로가 갖고 있는 정보를 다 공유를 하고 있고, 그래서 한국군이 함부로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을 하기는 어렵고. 그렇지만 적어도 우리 군이 어느 정도 방향을 갖고 죽 끌고 갈 때에 너무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미국에서 의견을 제시를 할 겁니다. 지금 우리 군은 사고 지점도 계속 바꿔왔고요. 그 다음에 사고 직전에 배가 시속 몇 노트로 움직였는지도 밝히지 않고 있고, 또 8노트라고 그랬다가 6.3노트로 말을 바꾸고 있고, 군 당국 사이의 교신내역이라든지 항적이라든지 이런 걸 다 공개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게 가장 기초적인 자료거든요.

특히 북한 어뢰에 당했다고 한다면 어느 방향에서 어느 각도로 진행하고 있었느냐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그것은 곧 북한 잠수함의 위치를 추적하는 데 결정적인 단서거든요. 이런 것을 말하지 않으면서 계속 북한에 당했다고 하는 건데, 이런 것은 미국도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과도하게 상황을 은폐하거나 조작하거나 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앵커> 지금 미국은 원인이 뭔지, 적어도 북한이 개입했는지 안 했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알고 있다는 말씀이세요?

◆ 박선원> 적어도 북한이 의심스럽지만, 지금까지 개입했다는 증거를 못 찾고 있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겠죠.

◇ 김현정 앵커> 의심스럽지만 증거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굉장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런 말씀이시군요?

◆ 박선원> 네, 그리고 만약에 우리가 어떤 파편이나 이런 것에서 북한의 연루가능성이 확인이 된다면 당연히 중국이나 주변국들에게 협조를 요청할 겁니다. 하지만 그게 아닌 한은 조금 더 신중하게 조금 더 과학적인, 깊이 있는 조사가 필요하다, 이런 입장을 보이고 있는 거죠.

◇ 김현정 앵커> 알겠습니다. 지금 민군합동조사단이 내린 결론에 대해서 의심스러운 부분이 아직 남아있다, 조금 더 신중하게 접근해야 된다는 의견을 가지신, 미국에 있는 분이라서 제가 더 관심을 더 가지고 이야기를 좀 들어봤습니다. 박사님 오늘 말씀 고맙습니다. 

10. 04. 28. 

P.S. 한국일보 서화숙 편집위원의 칼럼도 같이 스크랩해놓는다. 이번 사건과 관련하여 정작 누가,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짚어주고 있다.  

한국일보(10. 04. 21) 아님 말고?

북한에 자주 가는 재미목사가 말했다. 그를 안내한 북한의 고위관리는 집으로 초대하더니 북한에는 희망이 없다며 목사가 그들 가족을 도와달라고 했단다. 북한을 위해 제3국에서 싸워달라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달러를 좀 부쳐달라는 내용이었다. 대가로 뭘 해준다고 하더냐고 내가 물었더니 부자나라인 미국에 사는 동포니까 그냥 도와달라고 했단다.

고위관리가 나라를 개선할 방법을 찾지 않고 정보를 대가로 적대국 사람에게 돈을 요구해도 한심하겠지만 무작정 돈을 달라면 엘리트계급조차 거지근성이 몸에 뱄다는 뜻이니 더욱 암담하다. 북한을 이끌어갈 진정한 엘리트층이 없다는 것은 남북통일을 생각해도, 한국-조선 공존시대를 생각해도 비극이다.

증거는 없는 북한관련설 유포
그러나 국제기구에서 일하며 북한을 지원하는 남한의 활동가는, 북한의 엘리트 정신은 중앙정부에는 없는지 몰라도 지역의 전문가들한테는 살아 있다고 들려주었다. 북한에는 인력과 물자가 부족해서 놀고 있는 병원과 공장이 많은데도 중앙정부의 고위관리들은 빵공장을 하나 더 지으라고 권유하더란다. 떡고물이 좀더 떨어지는 모양이다.

반면 현지의 활동가들은 중앙 관리가 없는 틈을 타서 "밀가루 비율을 조금만 높이면 아이들한테 맛있는 빵을 먹일 수 있을 텐데"라고 물자 지원을 강조하더란다. 장비가 부족한 북한에서 의사들이 방사선에 노출된 채 엑스레이 촬영을 강행하는 희생정신은 스티브 린튼 박사의 북한방문기를 통해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자기가 관여하는 직역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복지를 누리게 만들겠다는 사명감으로 가득한 전문가들이 북한 곳곳에 아직 살아 있다.

이같은 도덕적인 전문가들을 어떻게 더 많이 키워내서 마침내는 북한 전체를 바꾸게 만들 것인가가 북한 연구의 최신 과제이다. 북한 스스로 민주화를 선택해야 통일비용도, 분단비용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면서 북한에 '소프트파워'를 키우자는 이런 노력들이 된서리를 맞은 것은 2년이 넘은 일이니 말을 않겠다. 이제는 북한을 핑계 대고 남한 스스로 정부의 역할을 방기하는 증세까지 나타났다. 천안함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 북한 탓을 하며 여론을 호도한다. 뭐든지 북한 탓을 하면 책임이 없어질 줄 아는 극우병이 도진 것이다. 13년 전 김영삼 정부 시절에 북한에 돈을 주고 판문점 부근에서 총격사건을 일으켰다는 의혹을 국민들이 아직도 기억한다. 더구나 개인이든 집단이든 유죄를 입증할 증거가 없으면 무죄로 추정하는 것은 상식이다. 그런데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면서 계속 북한 관련설을 퍼뜨리는 이유는 무엇인가.

설사 천안함 사건을 북한이 저질렀다고 해도 일차적으로는 남한정부의 문제이다. 그토록 괴물스러운 이웃을 가까이 두고서, 그들과 선린관계를 폐지하고 긴장관계로 돌아섰다면 접경지역의 안보를 누구보다 치밀하게 지켰어야 하는 것은 남한 정부의 책임이다. 강제징집제의 국가에서 군대에 간 청년들의 귀한 목숨을 지켜주어야 하는 것은 북한이 아니라 이명박 정부이다.

불신 자초한 천안함 사건처리
누구 탓을 하기 전에 이 정부는 이런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정확히, 거짓없이 밝혀야 한다. 북한이 저질렀다면 왜 감지하지 못했는지, 북한이 아니라면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하나도 남김없이 밝혀야 한다. 발생단계부터 허둥대고 보고조차 제대로 못 받은 국방부는 사건 정황을 발표할 때마다 다른 내용을 발표해서 불신을 자초했다. 수색과정에서 귀한 인명을 또 열이나 잃었다. 군인과 어민들의 희생정신은 찬양 받아 마땅하지만 동시에 이 정부가 얼마나 몰지각하게 구성원들을 몰아붙이고 요령부득으로 일 처리를 하는지 그 무능을 뼈저리게 반성하고 돌아봐야 한다. 정부가 불신을 자초하는 바람에 사건 조사는 외국전문가의 손을 빌리게 됐다.

천안함 사건을 놓고 울기보다 전말을 밝혀서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는 것이 대통령이, 이 정부가 할 일이다. 무능한 정부 탓에 숨진 이들에게 휴식을 명령한다는 말장난이 나오는가. 사건 원인이나 제대로 밝혀내라.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명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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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꾸때리다 2010-04-28 21:56   좋아요 0 | URL
이건 그 쪽 관련 공학을 스스로 전공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판단을 내리기 힘든 경우 아닌지...ㅡㅡ;;

skyrider 2010-04-28 22:17   좋아요 0 | URL
미국에서 마약하고 인터뷰했나?

도중에 스스로 앞뒤 안맞는 말을 하시네.
이런 경우 대개
정부발표 불신이라는 결론을 먼저 (심정적으로) 내려놓고
그 결론을 합리화하기 위해 미미한 이성을 발동시켜 근거를 짜맞추는 식으로,
추리의 방향이 역으로 작동한다는.




노이에자이트 2010-04-29 00:12   좋아요 0 | URL
영원히 영구미제로 남으면 남한 내부에서 소모적인 논쟁만 치열해질 것 같습니다.그게 제일 불안하구요.어쨌든 원인을 규명할 수 있는 증거가 나와야 할텐데...

2010-04-29 00: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저녁이 다 돼서야 편의점에 가 신문을 사들고 왔다. 즐겨 마시는 카페오레를 사러 간 길이었다. 북리뷰란은 이미 인터넷으로 훑어보았기에 관심을 갖고 읽어본 건 칼럼란이다. 마침 어제 <김예슬 선언>(느린걸음, 2010)도 읽은 김에 두 고대생과 오늘날 대학 문제를 짚어본 칼럼을 옮겨놓는다. 참고로, 오늘날 대학문제를 집약적으로 다룬 책으론 '대학강사교원지위회복과 대학교육정상화 투쟁본부'에서 엮은 <지식사회 대학을 말한다>(선인, 2010)도 있다.  

 

경향신문(10. 04. 17) 김연아와 김예슬 그리고 대학 

한 대학생이 자신의 대학을 '방문'했다. 그 학생은 등교하자마자 총장실로 직행해 총장, 부총장, 학생처장 등과 '환담'을 나눈다. 총장은 그 학생에게 미래를 위해 외국어도 공부하라고 권유하고 학과장은 어떤 책을 원서에 번역서까지 선물한다. 그리고 그 학생은 학장의 안내로 학과건물을 시찰(?)한 후 강의실로 들어갔다. 9시에 시작한 수업에 1시간 40분이나 늦게 들어간 그는 다음 약속 때문에 10분만 앉았다가 나왔다. 그 학생의 측근(?)은 그가 언제 다시 학교에 나타날지는 알 수 없다고 말한다.

2학년에 재학 중인 이 학생은 1학년 때도 딱 한 번 학교에 갔다. 그때도 총장 등 보직 교수들과 차를 마시며 환담을 하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리는 '퍼포먼스'를 하고 돌아갔다. 그럼에도 졸업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요즘 이 학생의 근황을 듣는다. '은퇴'를 고민 중이란다. 학생이 무슨 은퇴? 도대체 그 학생에게 학교란 무엇인가. 다니지도 않을 학교를 도대체 왜 들어갔나.

자본주의 사회의 ‘초극강 상품’
누구의 이야기인지 다들 아실 것이다. 바로 김연아다. 그는 귀국 후 광고계약을 맺은 한 의류매장에 가기도 하고 '삼성 애니콜과 함께하는 스마트 데이트'라는, 재벌기업의 브랜드명으로 뒤범벅인 팬미팅 행사에 나타나기도 했다. 김연아는 그러나 분명 대학생임에도 학생으로서의 신분이나 그에 따르는 의무에는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결국 '학벌'만을 위해 대학에 간 것인가. 어쨌든 학생이 학교를 외면하는 모습, 학교가 학생을 모시는 모습, 수업을 안 들어와도 학교 광고만 되면 그게 '장땡'이라는 모습은 이 시대 대학의 굴욕이다. 



이러한 모습 위에 겹쳐지는 또 다른 기억은 나를 더욱 씁쓸하게 한다. 지난 달 김연아와 같은 대학의 김예슬이라는 학생은 자퇴를 선언했다. 그는 '자격증 브로커' 또 '대기업에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한 대학에서 재벌기업이 원하는 상품이 되어 간택되기를 열망하기보단 인간이 되는 길을 선택하기 위해 자퇴한다고 했다. 또 그는 "무수한 친구들을 제치고 넘어뜨리는 것을 기뻐"했던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며 비정하고도 끝이 보이지 않는 경쟁을 개탄했다. 그래서 김연아가 택한 학벌을 그는 버렸다.

김연아와 김예슬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바로 '경쟁'이 아닌가 싶다. 한쪽은 세계챔피언이다.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보유한 '1등 인간'이다. 신자유주의가 지배하는 미디어시대 자본주의사회의 '초극강 상품'이다. 그래서 그 대학이 모셔갔다. 그러나 다른 한쪽은 거대한 자본의 탑에서 돌멩이에 불과한 인간이다. 그 끝없는 경쟁의 트랙을 질주하다가 결국 방황하는 젊은이다. 결국 자본이 요구하는 상품이 되기를 거부한 그가 택한 것은 자퇴였다. 이렇듯 완벽하게 대비되는 두 젊은이가 '고려대'라는 공간 안에서 뒤범벅이 되어 존재한다.

신자유주의에서는 대학마저 요지경이 되는 것인가. 대학이 보도자료까지 뿌려가며 김연아의 등교를 광고한다. 김예슬은 뒷문에 학교를 거부한다는 대자보를 붙인다. 대학이 '완제품' 김연아를 모셔와 '광고모델'로 활용한다. 그러는 사이 학교의 관심을 받지 못한 평범한 학생 김예슬은 방황하다 자퇴한다. 오직 경쟁능력에 따라 한 학생은 대접 받고 다른 학생은 자퇴의 길을 택한다. 가르치고 길러내는 곳이 대학일 터인데 '완제품'은 대접받고 '방황하는 청춘'은 설 곳이 없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대학의 모습이어야만 하는가. 한국사회 대학은 과연 '大學'다울 수 있을 것인가.

상품화 거부 ‘방황하는 청춘’
누구에게나 그렇겠지만 대학에게도 최소한의 자존심과 지조는 있어야 한다. 마침 고려대와 자매결연을 맺은 일본의 와세다대에서 날아온 소식이 눈을 끈다. 이 대학 3년생인 후쿠하라 아이는 국가대표 탁구선수면서 CF를 찍을 정도의 인기 스타다. 현재 세계랭킹 8위인 그는 런던올림픽을 위한 준비에 들어가야 했는데 이를 위해서는 학교 출석이 문제가 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올림픽 메달을 노리는 스타학생에게 와세다대는 어떤 배려를 했을까. 학교는 안 와도 좋으니 메달만 따라고? 그래서 학교의 명예를 빛내라고? 천만에. 학교가 제시하는 출석조건을 충족시킬 수 없게 된 후쿠하라는 지난 달 자퇴해야 했다.(정희준 | 동아대 교수·문화연구) 

10. 04. 17. 

P.S. 칼럼의 요지에 동감하지만 "대학이 '완제품' 김연아를 모셔와 '광고모델'로 활용한다. 그러는 사이 학교의 관심을 받지 못한 평범한 학생 김예슬은 방황하다 자퇴한다. 오직 경쟁능력에 따라 한 학생은 대접 받고 다른 학생은 자퇴의 길을 택한다."라고 한 대목은 오해의 소지도 있는데, 김예슬은 '학교의 관심을 받지 못해' 방황하다 자퇴한 것이 아니라, 본인의 말을 빌리면 "큰 배움도 큰 물음도 없는" 현재 한국 대학의 현실에 절망하여 자퇴했다. 그는 이렇게 적었다.   

'진리'는 학점에 팔아넘겼다. '자유'는 두려움에 팔아 넘겼다. '정의'는 이익에 팔아 넘겼다. 나를 가슴 벅차게 했던 그 세 단어를 나 스스로 팔아 넘기면서, 그것들이 모두 침묵 속에 팔아 넘겨지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고려대학교는 '삼성'과 '글로벌'과 '이명박 대통령'의 상징이 되었다. 그러나 이건 고려대학교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대학大學 없는 대학. 순수한 영혼과 진리와 자유와 비판과 정의와 저항의 대학이 소리 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진리 탐구의 전당과 대학문화라는 벽이 무너지면서, 세상 모든 대학이 자본과 시장의 탐욕에 활짝 열려 버렸다.(35쪽)  

천안함 사건에 묻힌 감이 있지만, '특별한 대학생' 김연아를 '환대'한 이기수 고려대 총장은 며칠 전 대교협 신임 회장에 취임하면서 기여입학제 도입 찬성 등의 발언을 토해내 한번 더 구설수에 올랐다(지난 1월에 한국 대학의 등록금이 너무 싸다고 발언한 장본인이다). 자퇴생 한 명 정도는 안중에는 없는 듯하다. 사설 하나를 옮겨놓는다.   

국민일보(10. 04. 15) 혼란만 키운 대교협 회장 발언 

대학들을 대표하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신임 회장이, 그것도 취임식 날 그런 발언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사회적 중론을 모아 정리된 대학입시 기준을 완전히 깔아뭉개는 듯한 말을 했으니 입시생과 학부모들은 어쩌란 말인가.

이기수 대교협 신임 회장은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대학이 입학사정관 전형 공통기준을 어기더라도 가급적 불이익을 주지 않겠다”고 말했다. 어겨도 불이익 없는 기준은 있으나마나한 셈이니 결국 공통기준을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다. 대교협은 지난 7일 공통기준을 발표하면서 어기는 대학을 제재할 것이라고 했었는데 며칠 사이에 이렇게 오락가락하니 고교들은 입시지도를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하게 됐다. 논란이 일자 대교협이 내놓은 해명자료가 더 가관이다. “자율 규제에 공감대가 형성돼 있어 최소한의 기준을 지키도록 노력하겠다”는 것인데, 안 지켜도 된다는 뜻에 다름 아니다.

이 회장은 또 “우수한 외국어 학교라면 필요한 자격을 갖춘 학생에게 가산점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고교등급제를 시행하겠다는 이야기다. 이 회장이 총장으로 있는 고려대는 2009 수시전형에서 고교등급제를 시행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었다. 이제 고교등급제가 전체 대학으로 확산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그는 사견임을 전제로 했지만 “100억원 정도 들여 건물을 지어주는 사람의 2, 3세가 수학능력 검증을 거쳐 정원 외 1% 정도 입학을 허용하는 제도는 교육에 도움이 된다”고 기여입학제를 옹호했다. 기여입학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있지만 부정적 여론이 많아 당분간 도입하지 않기로 한 상황에서 대교협 회장이 그런 말을 하는 것은 온당치 않다. 그는 얼마 전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이 교육의 질에 비해 싼 편”이라고 말해 비난을 받았었다.

이 회장의 가벼운 입도 문제려니와 입학사정관제 공통기준이 과연 지켜질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것은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입시생들은 공인 어학시험이나 경시대회를 챙겨야 하는 것인지 필요가 없는 것인지 더 헷갈리게 됐다. 이런 것도 정리하지 못해 국민을 골탕 먹이는 교육과학기술부라면 차라리 해체하는 게 낫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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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2010-04-18 09:59   좋아요 0 | URL
젋은이 들보다 더 많이 살아온 어른들이 극단적인 행동을 많이 한다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숭례문을 태워 버리지 않나, 강의 모양을 확 바뀌버리지 않나 등 그 만큼 사회적 능력이 많아서 겠지만요. 고교때 종교의 자유를 외첬던 대학생, 입학여 대학의 행태에 실망하여 자퇴하게된 여대생 등이 우리 사회의 소금이 될거라 믿습니다.

로쟈 2010-04-18 22:24   좋아요 0 | URL
소금을 배격하지 않는 사회가 먼저 돼야겠지요...

paul 2010-04-18 11:38   좋아요 0 | URL
첫번째 글을 읽으며 약간 의아한 생각이 들었는데(김연아와 김예슬 양의 단순한 대비), 역시 로쟈님이 찝어주신 대목을 보니, 보다 명쾌해지는군요....
많은 것을 느끼게 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사회 속에서 대학의 세례가 갖는 힘을 알기에, 부끄러움과 답답함이 동시에 드는군요....

로쟈 2010-04-18 22:22   좋아요 0 | URL
대졸자 주류 사회란 표현을 쓰는데, 이미 졸업장이 별로 없는 시대가 되었죠. 그런 시대에 등록금만 올라가고 있다는 건 넌센스입니다...

비로그인 2010-04-18 22:46   좋아요 0 | URL
진정한 의미(?)의 대학은 다른 의미에서 '잃어버린 10년'의 귀결(작년 강내희씨 칼럼에 대한 댓글에서 몇 마디 늘어놨던 것이 떠오릅니다)을 어떻게 감당하며 만회할 것인지, 저도 '사실상' 대학에 절망한 지 오래된 한 사람으로서 답답함을 느낍니다. 2007년부터 저에게 대학 역할을 해준 이가 강유원씨, 로쟈님 등이었죠...

로쟈 2010-04-18 22:56   좋아요 0 | URL
양다리(?) 걸치고 있는 저도 헷갈립니다. 갱신이 필요한 건지, 종언이 필요한 건지...

비로그인 2010-04-20 12:10   좋아요 0 | URL
제가 학교 다닐 때부터도 의심스러웠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대학문화'나 '대학공동체'란 말이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현장 분위기를 도통 모르겠네요. 대학교가 그저 캠퍼스가 '큰 학교', 대학원이 그저 '큰 학원'이 되진 않았으면 좋겠는데 말이죠...

로쟈 2010-04-22 00:34   좋아요 0 | URL
요즘 대학 분위기는 저도 잘 모릅니다. 강의실만 들락거려서요.^^;

mirror 2010-04-19 02:53   좋아요 0 | URL
한국의 진보적 지식인들은 한국 사회의 거의 모든 문제점을 신자유주의로 환원하는 신자유주의 환원론을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 대학들의 말도 안 되는 행태가 신자유주의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입니까? 소위 말하는 신자유주의를 발명한 미국과 영국의 대학들이 한국과 같은가요? 그들 대학은 한국 대학과 같은 미친 짓은 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한국 대학들의 이 행태는 신자유주의와 무관합니다. 미국 대학들에는 학원스포츠가 한국보다 더 발달해 있지만, 운동선수들도 다른 학생들처럼 공부하고 학점을 따야 졸업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천박함과 반지성주의, 한국 사회의 본질적이지 않은 영역에서의 극도의 경쟁은 신자유주의와 무관하다고 보아야 합니다. 우리의 문제의 원인이 신자유주의라면, 신자유주의의 종주국들도 똑같은 문제들을 보여야 하는데, 실제로는 안 그렇지 않습니까? 4대강 사업의 원인이 신자유주의가 아닌 것처럼, 한국 대학의 문제들을 야기한 원인도 그것이 아닐 것입니다.
김예슬이도 그렇습니다. 자본주의의 부속품이 되는 교육을 반대하다고 했죠? 김예슬이 다닌 학과가 경영학과입니다. 만약 김예슬이 노어노문학과나 역사학과 철학과 또는 사회학과를 다녔다면, 기업의 사원이 되는 교육만을 받았을까요? 고려대 정도의 역사학과나 국문학과에서 취업교육을 시키지는 않습니다. 김예슬은 자신이 학과를 잘못 선택하고 적응하지 못한채 엉뚱한 짓을 했던 것입니다. 경영학과에서 기업의 사원이 되는 교육을 시키지 도대체 어떤 교육을 시켜야 하나요? 경영학과에서 지젝에 대해서 가르쳐야 합니까? 고려대 경영학과는 교수가 100명이나 되는 좋은 학과입니다. 이 과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고 있는 것이죠. 김예슬은 예초부터 이 학과에 가지 말았어야 합니다. 엉뚱한 학과 선택이 이 엉뚱한 짓의 원인인 것이죠. 어린 학생의 치기어린 행동에 이토록 환호하는 것 또한 아주 우스운 일이 아닐까요.
현대사회에서 대학이 국가나 사회 경쟁력의 핵심적 지위를 차지해야 하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습니다. 공과대학, 경영대학은 모두 기업의 사원을 기르기 위해서 만들어진 학과죠. 이런 학과들이 한국 대학들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학은 상당부분 자본주의의 사원교육을 시켜야 하는 것이죠.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죠. 그러나 한국의 대학들은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합니다. 김연아가 대학생이라고 적을 두는 것 자체가 대학들이 하지 말아야 할 짓이죠. 이렇게 하지 말아야 할 짓을 하는 원인을 신자유주의로 돌리는 것은 문제점에 눈감은 것과 같습니다.

로쟈 2010-04-19 08:21   좋아요 0 | URL
장문의 댓글 감사합니다. 한국대학의 행태는 신자유주의보다도 더 나쁜 것이다, 로 정리하겠습니다. 한데, '신자유주의'란 말이 한국사회에서 갖는 의미는 기원적 의미와 다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도입한 이들의 용례에 어긋나는 건 아닙니다. CEO총장이 유행했듯이, 기본 바탕은 대학을 '제품'을 생산해내는 '기업'으로 본다는 것이죠. 이건 '학과 선택'의 문제로 축소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그런 요구에 부응하지 못한다고 인문학과들이 축소되거나 폐과되는 것이 한국 대학의 현실입니다. 고작 '대학 부적응' 학생의 자퇴선언에 호들갑이냐 싶겠지만, 한국대학의 문제점들을 응집시켜놓은 '컨테이너' 역할을 해주기 때문입니다. 논쟁의 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고요. 그리고 사실 <김예슬 선언>을 읽어보니 단순한 대학 거부가 아니라 "비즈니스 문명, 도시기계문명, 자본권력의 세계체제'에 대한 거부였습니다. 그래서 '유나바머 선언'을 떠올렸구요. 그런데, 그건 또 문제의 확산이자 다른 맥락이어서 초점에 두지 않았습니다. 그가 의미있는 문제를 제기한 거라면 생산적인 논쟁이 가능하겠지요. 두고볼 일입니다...

2010-04-19 18: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19 23: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천안함 침몰 사건 원인과 관련하여 어제 국방장관이 다시금 어뢰를 지목하고 어뢰의 파편을 찾겠다고 나섰다. 점입가경이다. 더 이상은 이 잔혹 부조리극을 관람할 용의가 없다. 거짓말을 키우면서 국방부는 아마도 자기 무덤을 파게 될 듯싶고, 상황에 따라서는 MB정부의 수명도 단축될지 모르겠다. 이 사건에 대한 가장 납득할 만한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는 칼럼을 옮겨놓는다(http://www.kookminnews.com/news/service/article/mess_03.asp?P_Index=631&flag=).  

 

국민뉴스(10. 04. 01) [포커스]나름대로 분석해본 천안함 침몰 진상 

1.아군 혹은 미군에 의한 오폭 오조준의 가능성

지금 일각에서 가장 많이 제기되는 이 가설에 대해서 가능성을 높게 상정해봤지만,다음의 몇 가지 반대되는 근거 때문에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첫째, 사고 당시 주변해역에 있었던 미해군 혹은 우리 해군의 함포 그 어느 것으로도 천안함 정도 되는 배를 한번에 두동강을 낼 수가 없습니다. 현대 해군의 함포는 적함의 상부구조물을 무력화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지 과거 전함시대의 거포처럼 한번에 적함을 바다 속으로 처넣을 수 있는 대구경 함포가 아닙니다. 물론 작은 경비정 정도는 단 일격 으로 수장이 가능하지만 만재배수량 1500톤이나 되는 천안함 정도를 한번에 두쪽을 낼 수 있는 함포는 당시 해역에 없었습니다. 그리고 함포를 두들겨 맞았다면 선체 곳곳에 피탄 흔적이 나타나야 하고 실종자가 지금처럼 후미와 바닥에 모두 쏠려 있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인근 속초함의 연이은 함포발사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결론부분에서 다시 보충해드리겠습니다.

둘째, 현재 상황에서 천안함을 한번에 두동강을 낼 수 있는 무기는 사실상 어뢰뿐 인데, 문제는 천안함이 침몰한 위치가 어뢰나 기뢰에 피격될 수 있는 해역이 아니기에 이 역시 가능성이 희박합니다. 현대의 어뢰는 과거처럼 배 옆구리를 뚫고 들어가 폭발하는 방식이 아니라 대부분 선박의 바닥 바로 밑에서 폭발하여 거대한 수중 진공상태를 만들어 목표 선박의 용골을 비틀어 반쪽을 내게 되어 있습니다. 요즘 인터넷 곳곳에 나돌아다니고 있는, 순식간에 반토막이 된 채 침몰해버리는 표적함들의 동영상이 바로 그러한 대표적인 사례죠. 천안함 역시 어뢰에 피격되면 그렇게 함이 두동강이 날 수 있다고 가정을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천안함이 침몰된 해역은 그런 어뢰를 쓰기에는 바닥이 너무 얕다는 게 걸립니다. 미해군이건 우리건 설사 북한잠수함이라고 해도 어뢰를 발사했다면 사고 당시 천안함의 위치에서는 미처 명중되기도 전에 바다 밑바닥에 처박혀 버렸을 겁니다. 누가 어뢰를 발사했건 천안함을 현재의 모습대로 두동강을 낼려면 최소한 심도가 50미터는 되어야 합니다. 현재 천안함 침몰지점의 심도로 볼 때 불가능하죠.

다음은 기뢰에 피격되었을 경우인데, 문제는 그렇게 얕은 해역에는 기뢰를 설치하지 않는다는 것과 만약의 경우 유실된 기뢰에 피격되었다면 천안함이 지금과 같은 형태로 침몰하지는 않았을 것입니다.정말 기뢰에 의한 것이라면 분명히 사망자들의 시신이나 기름과 선체조각 등 각종 부유물들이 천지사방으로 흩어지면서 주변해역에 널려 있어야 하는데, 현재까지 해군이나 해경이 건져낸 물품들을 봐도 그렇고 생존자를 제외한 사망자들의 시신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과 선체의 절단면을 만져본 수중구조대원들의 증언이 선체의 절단면이 아주 깨끗하다고하니, 분명 기뢰에 의한 외부 폭발에 의한 침몰은 아닌 듯 합니다. 기뢰에 맞았다면 선체의절단면은 분명히 너덜너덜 걸레쪽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위 두가지 가설들을 입증해줄 또 다른 단서는 바로 부상자들의 상처유형입니다.만약 함포에 맞았거나 어뢰 혹은 기뢰에 의해 피격되었다면 부상병들 가운데 반드시 화염이나 화약의 폭발에 의한 화상 환자들이 있어야 하는데, 현재 부상자 대부분은 충격에 의한 골절상이나 타박상을 입은 사람들이 많고 생존자들의 증언가운데 화약냄새가 없었다는 대목은 그들의 증언이 맞다는 가설 하에 어뢰나 함포에 의한 피격은 아니라는 분석이가능합니다.

2. 북한에 의한 공격가능성

일부 냉전극우들과 조중동에서 슬슬 현정권 면피를 위해서 냄새를 피우고 있지만, 몇가지 사실 때문에 사실상 아니라고 봅니다. 사고 시점이 한미 양국해군의 훈련기간이었다는 점, 당시 미해군의 이지스함 2척이 해역에 이미 들어와 있었고 우리해군의 이지스함도 작전중에 있었습니다. 미군의 첨단 군사첩보위성과 정찰시스템들이 총동원 되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시점에 감히 특수부대나 잠수함 혹은 반잠수정을 침투시켜 "긁어 부스럼"을 만들만큼 저들이 멍청할까요? 그랬다간 바로 전면전으로 치닫을 수 있는 상황인데도, 그것도 고속정도 아닌 천안함 정도의 대물을 노리고서? 이미 십여년전에도 상어급 소형 잠수함의 침투경로를 출항지에서부터 추적해 모두 알고 있었을 만큼 북한의 움직임을 잘 알고 있는 미국이 자국 함정이 작전하고 있는 수역에서 이러한 북한의 움직임을 과연 용인했을까요?

또 다른 반증하나는 사고 당시 이례적으로 평양에서 직접 정찰기를 띄워 백령도까지 내려 왔다는 사실입니다. 분명히 해주인근 전방 레이다나 통신감청으로 사고당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을 북한당국이 왜 평양공항에서 직접 정찰기를 띄웠을까요? 그 얘기는 좀 더 최신의 기종으로 더 상세히 상황을 파악할 필요성 때문이었을 겁니다. 평양주변에 집중 배치된, 그들에게는 가장 최신예 기종인 미그 29의 정찰카메라로 백령도일대 해역의 상황을 모니터링해야 후일 남조선 정부의 그 어떤 대응도 가능하다는 정치적인 판단이 작용했을 겁니다. 북한의 움직임은 그들도 지금 이곳의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뭔가를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었다는 소립니다. 그러니 통상적인 해주인근의항공정찰보다 더 좋은 장비를 가진 평양인근에서 출격해 직접 최고위층에 보고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만약 그들이 뭔가 기습적인 공격을 주도했다면 이러한 예외적인 정찰은 애초부터 불필요했겠지요. 그러나 그들은 이명박정부가 자신들에게 책임을 덮어씌울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했기에 정찰을 강행했다고 봅니다. 요즘 중국방문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나돌고 있는 김정일 입장에서 설사 세 번째 서해교전의 보복을 하고 싶었다 해도 지금은 뭘 감안해도 그럴 시기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미 국무성이 이례적일만큼 빠르게 그럴 가능성을 차단해버렸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한국내 일부의 고질적인 북한신경과민증세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미 국무부의 "북한 개입 가능성 없다" 라는 발표는 그쪽으로의 사태 와전을 좌시하지 않겠다 는 미국의 의중이 담겨져 있습니다. 6자 회담 재개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는 상황에서 더더욱이나 그럴 이유가 없지요.  

3. 사건진실의 핵심: 왜 천안함이 평소 가지 않던 백령도 연안으로 침로를 잡았는가

김태영 국방장관은 천안함이 15차례나 그 해역을 지나다녔다고 발표했지만 이것은 명백히 허위진술의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대 동형함종을 지휘하거나 탑승했던 예비역 제독들과 장교들 그리고 천안함에서 근무했었던 전역자들이 모두 일치되게 천안함 같은 함종이 그렇게 얕은 바다로 진출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고개를 갸웃거립니다. 더구나 견시를내세워도 안전이 보장되기 어려운 깜깜한 밤중에 연안으로 배를 몬다? 이건 예삿일이 절대로 아니지요. 천안함보다 더작은 참수리급 고속정들도 그렇게 얕은 곳은 잘 안들어가는 해역에서 정말로 이해하기 어려운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모든 진실은 거기에 전부 숨어 있는 것 아닐까요? 분명 천안함은 그렇게 얕은 바다로 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부여되거나 발생하고 있었다고 봐야합니다. 사고가 난 천안함은 예사롭지 않는 행동을 계속하다 결국 예사롭지 않게 가라앉았습니다. 그 사실을 깊게 들여다봐야 하지 않을까요? 이 시점에서 실종자 가족들의 예사롭지 않은 증언 하나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천안함이 자꾸 물이 새서 불안하다"는 실종 부사관의 아내 되시는 분의 증언.

해군의 특성상 자주 교체되는 장교들보다 한배에서 오래 근무한 부사관들 특히 기관이나 선체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부사관들이 배 자체에 대해선 더 정통 합니다. 누구보다 자기가 탄 배에 대해서 잘 알고 있을 부사관의 입에서 물이 새서 불안하다는소리는 천안함의 상태가 뭔가 비정상적인 요소가 있었음을 의미합니다. 천안함이 물이 새서 불안하다는 증언은 그 외에도 실종병사의 부모도 같은 말을 했고 주로 배 밑바닥에서 생활하는 병사들의 입에서 나온 소리라면 신빙성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게다가 지난 2차 서해교전이후 피해분석과정에서 가장 크게 대두된 사항은 바로 최전방에서 작전하는 참수리급 고속정들에게는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의 엄호가 반드시 필요하다"였고 아마도 이 때문에 천안함과 같은 초계함들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예전보다 더잦은 작전에 투입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잦은 작전투입은 선체의 피로도를 과중시키는 첩경이고 그렇다면 천안함은 불과 20년이 조금 넘은 선령이지만 이미 선체의 핵심적인 부분 어디에선가는 골병이 들고 있었을지도 모르지요.

이 시점에서 잠시 우리는 사고 발생시각에 대해서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 비롯한 해군당국은 사건 발생 시각에 대해서 생존자들이 있음에도 계속말을 바꾸고 사건 발생시각을 은폐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생존자들을 지금병원에 몰아넣고 일체의 언론접촉을 막고 입단속을 시키고 있다는 점입니다. 왜 이럴까요?

그 점 역시 천안함이 예외적으로 백령도 해안에 근접했었던 사실과 무관치 않습니다. 군당국은 사고시점을 9시 30분전후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제 생각에는 사고는 분명 그 이전부터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그 단적인 예로 한겨레 신문에 보도된 실종된 차균석 하사의 여자친구 핸드폰 문자메시지 단절시각을 놓고 보면 9시 15분을 전후해서 뭔가 심각한 상황이 천안함에서 발생하고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차하사의 문자메시지를 보면 여친의 대답이 늦다고 되려 핀잔을 주던 상황에서 갑자기 15분을 전후해 비번이던 차하사의 메시지가 끊어진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국방부, 해군 그리고 생존 최함장이 말하는 것처럼 사고는 9시 30분 혹은 그 이후에 갑작스레 발생하지 않았다고 봅니다. 그랬다면 당시 비번인 부사관 혹은 병사들의 휴대전화 통화와 메시지들이 일제히 9시 15분을 전후해 끊어졌을 이유가 없습니다.

위 두가지 사실을 염두에 두고 천안함의 이상행동에 대한 가설들을 세워보면, 선체중앙 혹은 용골등의 핵심 부위에서 균열 혹은 그에 준하는 선체의 안전을 매우 위협하는 심각한 위기 상태가 9시 15분을 전후해 발생했고 보고를 받은 함장은 이에 전원 비상전투배치 혹은 위기시 대응행동을 명령했을 겁니다. 그랬기 때문에 비번이던 승무원들도 핸드폰을 모두 팽개치고 나갔을 거구요. 특히 선체의 기관부와 안전을 담당하던 부사관들과 사병들이 일제히 선체 하부 사고지점에 달려들어 비상복구를 하는 동안 당연히 함장은 백령도 연안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었을 겁니다. 그 어떤 선박도 비상상황이 되면 연안으로 접근하지 외해로 나가는 짓은 하지 않지요. 그런데 문제는 선체 하부에서 상황을 반전시키기도 전에 배는 두동강이 나버렸고, 그와 동시에 선체 하부에서 복구작업을 벌이던 거의 절반에 달하는 인원들은 미처 손쓸새도 없이 물속으로 사라져 버렸을겁니다. 틀림없이 사고지점으로 긴급 복구 작업을 위해 내려가면서 수밀격벽을 폐쇄했을겁니다. 아마도 총지휘는 실종자중 가장 계급이 높은 선임원사가 맡았겠지요.

실종된 인원 대부분이 그와 같은 임무에 투입될 위치에 있는 병사들과 부사관들이고 그에 비해서 나머지 인원들 특히 장교들이 전부 생존했던 것은 바로 그 위급한 시각에 그들이 자기 정위치인 함교나 선체 상부에 있었기에 설명이 가능합니다. 통상 수심 25미터 내외의 얕은 바다로 가지 않아야 하는 천안함이 작전상황도 아닌 그 시각에 그토록 백령도 연안으로 근접했었던 이유는 선체가 안전을 위협받고 있는 매우 심각한 상황이 아니면 불가능합니다. 배 밑바닥에 물이 엄청나게 새기 시작했던가,아니면 사람으로 치면 척추에 해당하는 배의 용골이 비틀리거나 부러져 이대로 가다간 배가 두동강이 나는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도대체 천안함 함장 최중령이 그런 얕은 바다로의 침로변경을 지시했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마도 함내 전체 비상이 발동되기 몇 시간전부터 이상징후가 보고되었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일부에서는 천안함이 모종의 특수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고 추측하고 계시지만, 만약 그런 종류의 극비임무를 수행하고 있었다면 비번의 부사관이 한가로이 여자친구와 문자를 주고받는 일은 불가능했을 겁니다. 함정의 운영 특성상 정말 임무수행중이었다면 모두들 자기 전투위치에 서있었을 테니까요.지금 이러한 제 주장을 입증시켜줄 가장 명백한 움직일 수 없는 증거는 바로 실종자들의 평소 함내 위치와 근무장소 그리고 보직입니다. 그들 모두가 천안함이 침수 혹은 균열시 이를 복구하거나 막아야 할 임무를 가진 병사들이었습니다. 만약 함포나 어뢰와 같은 외부 피격에 의한 것이었다면 생존자와 실종자는 이렇듯 보직이 확연하게 구분될래야 될 수가 없습니다. 어뢰나 미사일, 함포에 의한 피격이라면 사망자나 실종자는 계급과보직과는 상관없이 무작위로 발생해야 맞습니다. 일부의 주장대로 만약 기뢰에 접촉했다면 틀림없이 시신들이 여기저기 사방에 떠올라야 정상입니다. 그런데 여태 그 엄청난 수색에도 불구하고 시신하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이게 과연 우연일까요?

그런데 지금 생존자들과 실종자들의 보직과 계급을 보면 일목요연하게 정리가 됩니다.놀랍게도 함장이하 장교들이 모두 살았습니다. 부사관과 사병들도 선체 하부 복구와 관련이 없는 부서 근무자들은 전원 무사했습니다. 이게 뭘 의미하는 것일까요? 분명 천안함이 백령도 연안으로 접근했어야했던 긴박했던 이유와 생존자와 실종자가 명확하게 구분이 되는 예사롭지 않은 우연은 이 사고가 분명 급작스러운 것이 아님을 말없이 대변합니다.그리고 이것이 명백한 필연에 의해 생과 사가 갈렸던 대형사고였음을 말해줍니다.그들 대부분이 선체 하부에서 뭔가 심각한 임무에 종사하다가 그대로 매몰된 채 바다에 가라앉지 않고는 불가능한 일이지요.

4. 급작스런 사고의 발생 그리고 은폐조작 시도: 석연치 않은 행동이 설명가능

근본적으로 함장의 말대로 9시 30분 무렵 갑작스런 사고 발생이라면 9시부터 사고발생시점까지의 모든 통신기록을 공개안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런데 공개를 할 수 없습니다. 함에 심각한 뭔가가 발생한 시각은 9시 30분이 절대로 아니기 때문이죠.

구조된 이후 함장이 보고를 구실로 그렇게 빨리 현장을 떠나버렸던 행동 역시도 총체적인 조작과 상부의 구체적인 지시가 없었다면 불가능한 얘깁니다. 함장은 사건의 핵심증언자인데, 사건 현장을 그렇게 쉽게 내버려두고 도대체 어딜 그리 급하게 갔어야 했고 왜 핸드폰까지 들고서 상부에 보고를 그렇게 긴급하게 했어야 했을까요?

저의 가설에 따라 현 정권의 행동들을 분석해보면 왜 그들이 지금 저런 행동을 취하고 있을지는 보다 더 수월하게 설명이 가능합니다. 함장은 아마도 계속 가동되고 있었을 통신을 통해서 천안함이 계속 항해하기 어려운 매우 심각한 상황에 도달했음을 보고했을 것이고 백령도 연안으로 긴급하게 대피기동을 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비상을 걸어 선체보수반원들을 총동원해 투입했겠지요. 그러나, 배는 결국 연안근처에서 두동강이 나버렸고(선체가 처음엔 후미가 부서졌다고 하더니, 지금 상황에선 선체 절반이 뚝 부러졌다는 사실이 밝혀진 걸 보면 애초부터 이 사고는 선체의 구조적인 하자 문제였습니다) 격실을 폐쇄하고 선체복구에 나섰던 절반에 가까운 보수반원들은 결국 아무도 빠져나올 수 없게 된겁니다. 해경에게 구조되면서 마지막 구조 인원들이 '우리가 마지막이다'라는 말을 한게 우연이었을까요? 떨어져나간 선체에 갇힌 보수반원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을지, 당장 구조를 할 수 없다는 걸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했던 소리지요.

자, 이 시점에서 왜 대통령과 안보담당 주요장관들이 벙커에 들어가 숙의와 논의를 거듭하게 되었을지를 따져보겠습니다. 가뜩이나 이런저런 사건으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번 사고가 곧이곧대로 발표되면 정권의 입지는 바로 레임덕으로 직행하게된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뻔히 내다보이는 상황에서 저들은 이유야 어떻든 사고를 최대한 은폐하기로 작정합니다. 그러면서도 당장 북과는 관련이 없다는 식의 차단을 한 것 역시도 그만큼 내부사정에 정통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이겠지요. 최대한 잃어버린 선체 후미의 수색을 지연한 것도 혹시나 생존자들이 나와서 쓸데없는 소리를 하지 않도록 미필적고의가 작용했다고 보여집니다.

심해작업을 하는 수중구조대에게 필수적인 감압실을 고작 하나만 떨렁 들고와서 작업을 한다든지, 정지된 물체를 찾기위해서는 기뢰수색장치를 갖춘 함정이 필수인데도 그 출동에 늑장을 부린 것이라던지, 이미 실종자들의 죽음을 기정사실화 하고 실종자 가족들 대기 장소에 일찌감치 빈소를 만들려다가 가족들을 격분시키고 어영부영 철수한 것이라던지. 충분히 부표설치가 가능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부표설치를 고의적으로 하지 않은 점이라던지, 국방장관의 말대로 떨어져나간 선미의 위치를 알고 있었지만 어선이 찾아낼 때까지 수색을 게을리 했던 점 ...그것도 부족해 실종자 가족을 가장하고 가장 민감할 실종자 가족들의 동향을 파악하는데 경찰까지 동원하고 있습니다.

이 사고에 대해서 정부가 사실상 팔짱을 끼고 있다는 명백한 정황은 사건 발생직후 혈맹이라는 미해군에게 일체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봐도 분명합니다. 아무리 조류의 흐름이 빨라 구조활동이 원활치 않고 우리 해군의 장비가 빈약해 진척이 어렵다는 변명은 명백히 눈가리고 아웅에 불과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미해군걸 빌려도 됩니다. 미해군이 평소 이런 일에 우리를 거부할 사이이던가요? 가상적국인 러시아 잠수함 침몰사건때도 도움을 주겠다고 제안하던 미국이 동맹국이 요청만하면 그정도는 얼마든지 가능한데도 지금 정부는 우리 해군 단독으로 수색을 강행하고 있습니다.

현장에 미해군을 투입했다가 혹시라도 곤혹스러운 사실이나 정황이 외부에 드러나는 일은 애초부터 막겠다는 의지가 아니고서는 지금 이럴 수는 없습니다. 선체 잔해 수색을 위해서 최첨단 무인수중 탐사기 정도는 요청만 하면 미해군은 전세계 어디로도 24시간안에 수송이 가능하며 깊은 바다에서 작업하는데 필수인 감압실 역시도 얼마든지 추가 지원이 가능합니다. 미해군의 무인 수중탐사기는 수천미터 심해와 각종 험악한 곳에서도 금속탐지장치와 열영상장치등의 최첨단 탐지기능으로 잔해를 찾아내는데는 일가견이 있습니다, 아무리 사고해역의 시계가 불량하다한들 고작 25미터 내외의 얕은 바다에서 반경 1킬로도 떨어져 있지 않은 선체후미 잔해를 미해군의 첨단 탐색장비가 못찾았을까요? 아니죠, 정권은 미해군에게 이를 부탁했다가는 너무도 빨리 이를 찾아낼 것을 알고 있기에 절대 미해군의 힘을 빌리지 않은 거죠.

마지막으로 천안함 근처 속초함이 계속 사격을 했던 이유를 따져볼까요?

원래 76밀리 함포는 상부의 허가 없이는 발사가 불가능합니다. 그런데 서슴없이 속초함은 76밀리 함포를 5분간이나 사격했습니다. 연막을 피워야 하니까요. 속단일지는 모르나 속초함의 사격은 뭔가를 봐서 사격한 것이라기보다는 천안함 침몰사고의 본질을 흐리기 위한 일종의 연막이었을 공산이 큽니다. 그런데 이러한 속초함의 행동은 북한의 추가정찰과 샤프 한미연합사 사령관의 급거 원대복귀를 낳았지요. 다들 이게 뭔일인가 했던것이지요. 샤프 연합사 사령관은 한국정부의 진위를 확인하고 싶었을 것이고 북한은 나름대로 엉뚱하게 독박을 쓰고 싶지 않았을 것이고요. 또한 인도적인 구조를 위해서라면 남다른 협조를 아끼지 않는 미국의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서라도 빨리 샤프사령관을 복귀시켰을 거구요. 물론 샤프 사령관의 협조제의는 우리정부가 정중히 거절했을 거 같네요.

천안함은 선체에서 예상치 못한 급작스런 균열과 침수로 백령도 연안으로 피신했던 것이고 그 와중에 결국 붕괴를 막지 못하고 선체가 둘로 갈라지면서 침몰한게 아닌가합니다. 물론 저의 가설이 정답은 아닙니다. 하지만 여태까지 드러난 정황증거를 보면 외부의 공격이나 오폭 보다는 그들 자체의 문제였던 거 같습니다. 생존자와 실종자가 극명하게 가려진 것도 급작스런 선체 분해가 아니라면 일어나기 어렵지요.

문제는 지금 이 상황에서 사건의 진상이 드러났을 경우 가장 큰 비난을 뒤집어 쓰게 될게 명약관화한 이명박 정권이 대대적인 은폐를 위해서 예의 그 벙커회의를 수차례 주재하게 된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 않구서야 뻔한 사실들을 이렇게 오래도록 감추고 말을 바꿀 이유가 저들에게 없습니다.(권종상 객원논설위원) 

10. 04. 03.  

P.S. 더불어, 국방부가 발표한 사고 발생 시각에 대한 의문도 킬럼의 추정을 뒷받침해준다(http://www.hani.co.kr/arti/politics/defense/414002.html). 

한겨레(10. 04. 03) 천안함이 침몰하게 된 ‘비상상황’이 발생한 정확한 시각은 언제인가?

해양경찰청(해경)은 지난 28일 ‘해군함정 침몰관련 수색 구조 상황’이라는 이름의 보도자료에서 상황발생시각을 ‘26일 오후 9시15분’으로 특정했다. 이는 당시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밝힌 ‘밤 9시30분’보다 15분이나 이르다. 국방부가 1일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서 탐지한 지진파 발생시각을 근거로 공식적으로 제시한 ‘9시22분’보다도 여전히 7분이 이르다. 어찌된 일일까?

이에 대해 해경 관계자는 2일 “해군에서 해양경찰청 경비국에 통보해온 상황 발생 자료를 보고 보도자료를 작성했다”고 말했다. 해경이 자체 판단한 게 아니라 해군의 통보 자료를 근거로 했다는 얘기다.

국방부가 1일 내놓은 천안함 관련 해명자료에도 “사고발생 시간을 오후 9시22분경으로 판단한다”는 국방부의 ‘판단’과 다른 내용이 들어 있다. 국방부는 이 해명자료에 “해군 해난구조대(71명)는 상황 발생 40분 만인 21시55에 비상소집”됐다는 내용도 명시했다. 국방부의 이 설명대로라면 상황 발생시각이 오후 9시15분이 된다. 국방부의 ‘9시22분 사고발생’과 어긋나며, 오히려 해경이 밝힌 ‘오후 9시15분’과 일치한다. 국방부가 공식 발표한 사고발생 시각에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더욱이 실종자 가운데 1명이 여자친구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주고받다 26일 오후 9시16분께 갑자기 연락이 끊어진 것도 국방부가 발표한 사고 시각보다 이른 시각에 사고가 일어났을 수 있다는 정황증거로 거론된다.

국방부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지진파 발생 시각을 사고 발생 시각의 근거로 들지만, 폭발은 오후 9시22분에 났을지 몰라도, 그 앞 6~7분 정도 사이에 천안함 안에서 ‘특이 상황’이 생긴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가능한 상황이다.

아직도 ‘해명되지 않는 7분’을 둘러싼 의혹을 불식시키려면 국방부가 천안호의 교신·항적 기록 및 해경과의 구체적인 교신일지 등을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다.(권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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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버블제트 원인에 동의할 수 없는 이유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5-02 23:37 
    오늘 아침 CBS 라디오의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천안함 침몰 사고와 관련하여 美 브루킹스연구소 박선원 초빙연구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http://www.cbs.co.kr/radio/pgm/?pgm=1378). 국방부와 합동조사단의 잠정 결론과는 다른 의견을 제시하고 있어서 인터뷰 내용을 스크랩해놓는다. 의혹만 부풀려진 상태이지만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믿는다. 전 국민을 영원히 속일 수는 없을 테니까... 
 
 
2010-04-03 01: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03 0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LAYLA 2010-04-03 01:39   좋아요 0 | URL
구조작업하던 배가 또 사라졌다는데 애꿎은 사람들만 계속 죽어나가네요. 자연을 해치고 국고를 낭비하는 것도 속 터지지만 이렇게 사람목숨을 갖다 버리는 행태에는 정말 두손두발 다 들고싶습니다. 사이코패스가 따로 없어요

로쟈 2010-04-03 08:53   좋아요 0 | URL
무능과 사악함을 계속 오가고 있습니다...

비로그인 2010-04-03 10:51   좋아요 0 | URL
르네 톰의 카타스트로피 이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군요. 이 모든 사태들에 대해.

로쟈 2010-04-03 20:26   좋아요 0 | URL
문제는 '인재'라는 점이죠. 짐작에 군 지휘부는 사고 발생시 '매뉴얼'대로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지휘책임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사건을 몰고가는. 그래서 이게 대단히 엄청난 사건이란 점에 대한 '감'이 없는 것 같고요...

blanca 2010-04-03 11:34   좋아요 0 | URL
저인망 어선까지 저렇게 되고 나이 이제는 정말 분노와 슬픔이 범벅이 되네요. 이 정권이 국민을 어떻게 대우하는지 절실하게 느낍니다.

로쟈 2010-04-03 14:49   좋아요 0 | URL
제가 보기엔 '정권' 문제라기보단 군부에 휘둘리는 듯한 인상입니다. 북한과 무관하다고 미국과 청와대에선 밝혔지만, 군은 계속 어뢰 타령을 하고 있어요. 이유야 짐작가능한 대로고요...

비연 2010-04-03 20:13   좋아요 0 | URL
정부의 발표내용이나 국방부장관이라는 작자가 하는 말도 안되는 얘기들을 듣고 있으면 가증스러움을 지나쳐 슬퍼집니다. 국민들 수준은 저 높이 있는데 저들은 도대체 우리를 뭘로 보는 걸까요. 누가 봐도 다 알만한 내용을 눈가리고 아웅식으로 저러는 거 보면 저들의 머리에 어뢰가 박힌 것 같습니다...

로쟈 2010-04-04 11:23   좋아요 0 | URL
김우룡 사태 때도 그랬지만, 상식적으로 부조리해보이는 일들이 그쪽에선 일상적인 거 같아요. 둘러대고 축소하고 왜곡하고 하는 일들이 '매뉴얼'인 것이죠...

학생 2010-04-04 01:32   좋아요 0 | URL
결국 MBC에서 한 건 터트린 것 같습니다.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2600562_5780.html
http://imnews.imbc.com/replay/nwdesk/article/2600548_5780.html

로쟈 2010-04-04 11:22   좋아요 0 | URL
군에선 곧바로 부인했더군요...

쥬베이 2010-04-04 20:05   좋아요 0 | URL
로쟈님 오랜만에 들렸습니다.
정말 소름돋는 글이에요. 처음부터 뭔가 이상했는데 저런 가능성도 있네요.

로쟈 2010-04-05 10:09   좋아요 0 | URL
함선에 물이 샌다는 얘기는 국방부 자체 보고서에서도 나온다네요. 그런 것부터 숨기고 있으니 군의 발표를 전혀 신뢰할 수가 없지요...
 

안중근 의사의 순국 100주년이어서 관련서가 많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정작 그의 사상과 행적에 관한 연구는 부끄러운 수준이라는 고백이다. 독립운동사 연구자의 소감을 스크랩해놓는다. '영웅'이나 '장군' 안중근보다는 동양평화론 사상의 주창자로서 더 주목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향신문(10. 03. 26) "안중근 의사 옥중투쟁 기간 독립운동 철학 제시”

100년 전 오늘 중국 뤼순감옥에서 숨진 안중근 의사는 독립운동이 좌우로 나눠지기 이전에 의거를 일으키고 순국해 남북한 양측에서, 그리고 한국사회 내에서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존경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이매뉴얼 칸트의 <영구평화론>에 영향을 받은 평화주의 사상가였다거나 ‘장군’으로 불러야 마땅한 상무정신의 소유자라는 극과 극의 평가가 상존한다. 하지만 안 의사는 역사상 가장 많이 거론되는 독립운동가들 중 한 명이지만 유해가 어디 있는지조차 모르고, 그의 사상을 전체적으로 규명하는 학계 작업이 부족해 이름에 걸맞은 대접을 받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독립운동사 연구자인 장석흥 국민대 교수는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기를 맞아 안 의사 의거에 대한 관심이 많지만 중요한 것은 안 의사가 제시한 ‘동양평화론’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안 의사에 대한 관심이 끓어올랐다 냄비처럼 식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독립운동사 연구자인 장석흥 국민대 교수(53)는 “대목 만난 듯 안중근을 팔아먹는 사람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그런 열기에 비해 한국 학계의 척박한 수준이 그의 사상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하지 못하는 것 같아 연구자의 한 명으로 안 의사께 부끄럽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이토 히로부미를 죽인 극적인 사건에 대한 주목을 넘어 의거 후 5개월 동안 그가 벌인 옥중투쟁에 대한 연구가 더 많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안 의사의 옥중투쟁이 “일제강점기 내내 이어질 ‘독립운동의 철학’을 제시한 높은 수준의 인도주의”를 영글게 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 철학은 동양평화론이다. “동양평화론은 서양의 침략을 맞아 동양평화를 유지하려면 동양 국가들이 독립을 유지한 가운데 단결해야 한다는 논리로 한·중·일은 물론 태국·버마까지 포괄했다”고 한다. 

동양평화론은 종종 서양인에 대항하는 동양인을 부각한다는 점에서 인종주의의 혐의가 덧씌워진다. 장 교수는 이를 단호하게 반박한다. “동양평화론이 동양 민족과 국가를 위한 것만이 아닙니다. 서양 침략을 막아야 한다는 논리는 동양을 침략하는 서양 제국주의에 대항해 독립과 평화를 지키자는 것이지, 서양 그 자체를 배척, 부정하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안 의사가 “일본 국민을 구원하기 위해 이토를 처단했다”고 한 법정 진술의 연장선 위에서 이해할 수 있다. 같은 논리로 ‘서양인들을, 나아가 세상을 구원하기 위해’ 동양 삼국이 독립을 유지한 채 단결해야 한다고 했던 것이고, 이는 동서양을 떠나 국가, 민족 간 전쟁의 원인을 제거하자는 데 뜻이 있는 높은 이상이었다는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안 의사 유해 자료를 찾으라고 지시한 것에 대해 장 교수는 “부디 이 시점 이후에도 잊지 말고 유해자료 발굴에 계속 힘써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유해자료를 찾는 것을 “산에서 산삼 찾기”에 비유했다. “유해자료를 찾자고 누구나 얘기 하지만 실제로 직접 찾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적어도 사료를 읽을 줄 아는 연구자가 6개월 정도 일본에 체류하면서 그 일에만 매달려야 찾을 수 있을까 말까 하기 때문입니다.” 



장 교수는 의거 100주년이었던 지난해부터 안 의사를 ‘장군’으로 불러야 한다거나, 의거 배후에 고종이 있었다는 주장이 나오는 것에 대해 학문적이지 않다며 비판적이다. 이 주장들은 이태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적극 개진해온 것으로 육군이 최근 계룡대 육군본부 지휘부 회의실을 ‘안중근 장군실’로 바꾸거나, 안 의사를 소재로 한 뮤지컬 <영웅>에서 고종이 의거를 지시한 것으로 그려지는 등 현실에 바로 영향을 주고 있다. “군사 없는 장군이 어디 있습니까? 본인이 법정에서 육군 중장이라고 했다는 이유 때문에 그를 장군으로 부른다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의사라는 호칭이 더 격이 높고 폭이 넓지 않습니까. 그리고 고종 배후설도 말도 안됩니다. 고종은 안 의사 의거 소식을 듣고 밥 먹던 숟가락을 떨어뜨렸던 사람입니다. 자신의 주장에 사실을 꿰어맞추려는 것은 학문적이지 않습니다.” 



장 교수는 이 모든 소극이 학계의 연구가 성숙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10여년간 모은 사료들에 기초해 안중근 평전을 쓰는 작업에 들어갔다. 오는 10월에는 최서면 국제한국연구원 원장, 한시준 단국대 교수, 한철호 동국대 교수, 최기영 서강대 교수 등 독립운동사 연구자들과 함께 ‘안중근 연구 100년의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 예정이다. 그는 “의거 100주년, 순국 100주기의 분위기가 잠잠해진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안 의사의 이름이 잊히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손제민기자) 

10. 03. 26. 

 

P.S. 관련서는 적지 않지만, 아직 부끄러운 수준이고 제대로 된 '안중근 전집'도 나오지 않은 형편이라 하니 더 이 분야에서도 할일은 태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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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아 2010-03-26 15:24   좋아요 0 | URL
인문 분야에선 우리 학계가 할일이 너무나도 많은것 같습니다만, 사회적 관심이나 지원은 언발에오줌 누기 수준이니, 안타깝기만 하네요.

로쟈 2010-03-26 22:43   좋아요 0 | URL
비교적 관심을 받는 분야가 이 정도니까 갈길이 멉니다...

2010-03-26 19: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6 22: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7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27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10-03-27 16:04   좋아요 0 | URL
이태진은 고종이나 민비를 비판하면 식민사관에 물든 사람이라고 공격합니다.

로쟈 2010-03-27 18:25   좋아요 0 | URL
안의사의 의거가 고종의 밀령에 의한 것이란 얘기도 그래서 나오나 보군요...
 

일과를 시작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아직 원고를 쓸 만한 정상적인 컨디션이 아니어서(두뇌상태가 아니어서) 멍한 상태로 기사들을 잠시 훑어봤다. 역시나 '이건희 복귀'가 톱뉴스다. 한국 기자들의 저 풍부한 일거리! '김우룡 실언'에 대한 미디어 평론가의 시론도 읽었는데, 지난번 포스팅에서의 궁금점을 풀어주고 있어서 마저 스크랩해놓는다. 그의 '자폭 인터뷰'의 파장을 본인은 전혀 의식하지 못했을 거라는 분석이다. 별천지에 있었던 셈이다...   

경향신문(10. 03. 23) ‘김우룡 실언’의 진실 

‘신동아’ 인터뷰를 통해 MBC 장악 시나리오의 막전막후를 적나라하게 밝힌 김우룡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사퇴했다. 예상됐던 일이며, 당연한 귀결이다. 하지만 이번 일은 그의 사퇴만으로 끝날 일도, 끝낼 일도 아니다.

그는 신동아와의 인터뷰에서 MBC 인사에 권력기관의 개입 사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큰집’이 ‘조인트’도 까면서 김재철 MBC 사장의 계열사 사장 인사 등에 개입했음을 증언했다. ‘의외의 발언’에 놀란 기자가 “김(재철) 사장이 큰집에 들어갔다 왔느냐”고 확인하자 “밖으로 불러내” 만났다고 구체적인 정황까지 설명했다. 청와대 개입 가능성을 강력하게 시사하는 발언이다. 그것만이 아니다. 김재철 사장 선임 때 첫 번째 기준이 ‘말 잘 듣는 사람’이었으며, 김 사장의 주된 역할은 MBC 좌파를 쓸어내는 ‘청소부’ 역할이라고 말하기까지 했다. 엄기영 전 사장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쫓아낼 생각이었으며, “2월까지 그만두지 않으면 해임하려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의 이런 발언이 사실 놀랍거나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YTN과 KBS 사태를 거치면서, 또 MBC 임원진 일괄 사표 소동, 방문진의 일방적인 보도·제작본부장 선임, 그에 따른 엄기영 전 사장 퇴진 과정에서 이미 충분히 예상하고 추론할 수 있었던 일들이다. 다만 그 구체적인 실상이 김우룡 이사장의 인터뷰를 통해 더욱 적나라하게 확인됐을 뿐이다.

이번 ‘김우룡 인터뷰 파문’에서 가장 흥미롭고 주목할 만한 점이 있다면 바로 이 대목일 것이다. 그는 왜 스스로 자기 무덤을 파는 ‘자폭인터뷰’를 그리 당당히 했던 것일까? 신동아 인터뷰 기사를 보면 그는 이 인터뷰가 자신을 ‘파멸’로 몰아넣으리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처음부터 끝까지 거침이 없고, 자신감 넘치는 말투였다. 그는 인터뷰가 기사화될 것이라는 점도 분명히 알고 있었다. 기자에게 ‘수위조절’을 부탁할 정도였다.

그렇다면 한 가지 해석이 가능하다. 그는 그가 말한 내용이 이처럼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왜? 그동안 그가 주도적으로, 또 공개적으로, 당당하게 해왔던 일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MBC 보도본부장과 제작본부장을 방문진이 일방적으로 선임할 수 있다는 생각, 임기가 남은 사장이라도 방문진(권력)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언제든지 갈아치울 수 있다는 생각, 방문진의 역사적 사명은 MBC내 ‘좌파 척결’에 있다는 보수언론의 성화 같은 요구와 응원, 그리고 평소 권력기관과의 기탄 없는 ‘의견 교환’이 일상화돼 있던 환경에서 그의 그런 인터뷰는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것일 수 있었다. 일종의 권력중독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방문진의 일부 친여 이사들의 주장과 달리 그의 인터뷰 발언은 결코 실언이 아니다. 방문진 이사장으로서 평소 언행에 비춰 보더라도 그의 발언을 실언으로 볼 이유가 없다. 그런 만큼 그의 발언에 대해서는 명백한 규명이 필요하다. 특히 권력기관의 MBC 인사 개입에 대해서는 국회 차원에서의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그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그의 인터뷰 발언이 있지도 않은 내용을 과장해 말한 ‘실언’이라고 보는 청와대나 여당에서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최소한 그것이 자멸에 이르는 ‘권력중독현상’인지, 아니면 ‘자폭적 실언’인지라도 가려낼 필요가 있지 않을까.(백병규 미디어평론가) 

10. 03.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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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영-이룰수없는아련한첫사랑- 2010-03-25 10:45   좋아요 0 | URL
그런 모습으로 생각하니 조금 이해(?)가 되군요...우리같은 일반인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어 어찌 그랬을까 답답해 할 수 밖엔 없었던 것도...

comorin 2010-03-25 13:26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들은 자신들의 무의식을 저렇게 순수하고 솔직하게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어 결국 권좌에서 내려오게 될 것 같습니다.

모자란 2010-03-25 20:23   좋아요 0 | URL
MB정권은 투명하기가 거의 비닐봉다리 수준인 것 같아요. 뭔가 한꺼풀 벗겨볼 필요도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 보이는 것 그대로...이니 -_-;;

쉽싸리 2010-03-26 08:53   좋아요 0 | URL
그런데 동아일보는 또 뭔가요? 그들도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아니면 다른 이유라도 있을까요?
상상 초월의 시대입니다.

루체오페르 2010-03-26 15:42   좋아요 0 | URL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인터뷰 받은 사람은 그렇다쳐도 편집이란 필터링이 남아있는데 왜 신동아에선 그대로 내보냈을까요? 음...

comorin 2010-03-26 15:46   좋아요 0 | URL
동아일보와 신동아는 같은 계열회사이긴 하지만, 조금 논지가 다르다고 합니다. 오히려 동아보다 신동아가 그나마 조금 사실을 보도한다고도 하더군요.

돈케빈 2010-03-26 19:00   좋아요 0 | URL
신동아는 동아의 의외일 때를 종종 볼 수가 있죠!

로쟈 2010-03-26 22:44   좋아요 0 | URL
종편 집입을 놓고는 조선, 중앙과 경쟁관계에 있는 동아가 나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걸로 해석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