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판된 책이 다시 나와서 '오래된 새책'으로 고른다. 하지만 '새책'의 의미도 있는데, 전면개정판으로 나온 원저를 옮겼기 때문이다. 영국의 대표적 지성사가 퀜틴 스키너의 <마키아벨리>(교유서가). 앞서 시공사와 한겨레출판에서 한 차례씩 나왔던 책이다(두 종의 원서를 포함해 나는 이 모든 책을 갖고 있다!). 
















원저는 옥스퍼드대학의 '가장 짧은 입문' 시리즈다. 곧 마키아벨리에 관한 가장 짧은, 그러면서 요긴한 길잡이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책. 

















스키너의 주저는 <근대정치사상의 토대>인데(2권짜리다), 번역본은 1,2권이 출판사도 다르고 1권은 품절된 상태라 폼이 안 나는 책이 돼버렸다(원저와 함께 두 권 모두 갖고 있다). 
















스키너의 다른 책으로는 <역사를 읽는 방법>과 <자유주의 이전의 자유> 등이 더 번역돼 있고, 스키너의 정치사상사 방법론에 대한 검토로 <의미와 콘텍스트>까지 나왔었다(과거형을 적은 건 절판됐기 때문). 일단은 <마키아벨리>라도 통독해보는 게 좋겠다. 얇은 책인데도 불구하고 계속 미뤄왔다는 게 생각나서 적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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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런드 러셀의 책이 다시 나왔다. <과학이란 무엇인가>란 제목이어서, 확인했더니 <종교와 과학>(1935)의 새 번역판이다. 번역의 대본은 마이클 루스가 서문을 붙인 1997년판이다. 알라딘에서 검색되는 두 종의 <종교와 과학>을 나는 모두 갖고 있으니(물론 어디에 있는지는 모른다) 언젠가 읽었던 책임에 분명하지만, 소장 욕심에 다시 구입했다(이 페이퍼도 '오래된 새책' 카테고리에 넣는다). 
















러셀을 철학자이면서 또 대표적인 에세이스트이기도 한데, <서양철학사> 같은 간판 저작 외에 가장 널리 읽히는 에세이가 무엇인지 생각해봤다. 국내에서는 단연 <행복의 정복>(1930)이다. 
















<게으름의 찬양>이 그 뒤를 잇는 것으로 돼 있는데, 번역종수로 보자면 <결혼과 도덕>(1929)이거나 <철학의 문제들>(<철학이란 무엇인가>)(1912)이어야 하지 않을까도 싶다. 






























아,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1927)도 꼽아볼 수 있을 텐데, 현재는 두 종의 번역본밖에 뜨지 않는다. 
















하긴 너무 많은 책을 썼고 그 가운데는 에세이 선집도 여럿 들어 있으니 몇 권을 꼽는다는 게 의미가 없을 수도 있겠다. 내가 알기로는 <인기 없는 에세이>(1950)가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데, 제목대로 한국에서는 '인기 없는' 책이다.  
















원저에 서문을 붙인 마이클 루스는 '생물학의 철학' 분야의 저명한 학자이고 국내에도 몇 권의 책이 소개됐었는데, 지금은 모두 절판된 상태다. 
















실제로 장수한 철학자이지만 저자로서 러셀이 누리고 있는 '장수'가 얼마나 예외저인가를 다시금 알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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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나절에 찾던 책은 결국 찾았다(키보드는 밧데리 문제였다. 무선키보드란 걸 잊고 있었다). <푸코와 장애의 통치>(그린비)를 찾았던 것인데, 찰스 킴볼의 <종교가 사악해질 때>(현암사)도 나란히 있어서 빼왔다. 사실 재간된 책이어서, '다시 나온 책'으로 묶어서 한번 언급하려고 했었다. 그러다 이래저래 타이밍을 놓치거나 잊고 지나가는 일도 흔하다.   
















앞서 같은 제목으로 나온 건 2005년(에코리브르)이었으니, 15년만에 다시 나왔다(확인해보니 원저는 증보판으로 다시 나왔다). 한국어판도 자연스레 개정판을 옮긴 게 되었으니 단순한 재간본은 아니고 개정판이라고 해야겠다. 부제는 '타락한 종교의 다섯 가지 징후'.


"주요 종교에서 나타나는 다섯 가지 기본적인 타락 현상을 묘사한다. 절대적인 진리 주장, 맹목적인 복종, ‘이상적인’ 시대 확립,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하는 일, 성전 선포가 그것이다. 저자는 이 다섯 가지 징후를 분석함으로써 종교 안에서 타락의 행위들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믿음을 가진 사람들이 가장 중요하고 본질적인 종교적 약속을 이해하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현대사회에서도 여전히 종교로 인해 벌어지는 문제들을 풀어가기 위해 그 어느 때보다 종교의 본질을 제대로 들여다봐야 한다."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는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 종교에서 어떤 현상이 나타날 때 사악해졌다고 할 수 있는가? 저명한 종교학자 찰스 킴볼 교수는 종교가 사악해지는 징후로 크게 다섯 가지를 들고 있다. 그의 주장을 무조건 다 받아들일 필요는 없겠지만 하나의 진단으로 생각하면, 지금 내가 가진 종교, 나아가 우리 사회에 편만한 종교 현상을 재점검하는 데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굳이 추천사를 빌리지 않더라도, 타락한 종교의 사례(특히 교회)의 자주 접하고 있어서(오늘도 전광훈 목사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고 석방되었다. 사법부에 대한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진 상황이라 이제는 놀랍지도 않다) '실감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한다.  
















덧붙여, 종교 분야의 다른 책까지 꼽자면, 톨스토이의 신앙론을 다시 되새겨봐도 좋겠다. 누구보다도 타락한 교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던 톨스토이는 결국 1901년에 러시아정교회로부터 파문당하기도 했다. 




 












리처드 도킨스와 크리스토퍼 히친스 등의 책들도(해리스와 데넷까지 포함하면 '무신론의 네 기사'다) 이런 맥락에서는 일독해볼 만하다. 
















종교학자 바트 어만의 신작으로 기독교의 '천국과 지옥'이 어떻게 발명되었는지를 다룬 <두렵고 황홀한 역사>(갈라파고스)도 참고할 만한 책. "내게 어만의 책은 기독교인들과 대화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다"라고 마이클 셔머가 평했는데, 셔머의 책 <천국의 발명>과 <믿음의 탄생>도 앞서거니뒤서거니 도움이 되겠다. 종교가 사악해질 때, 두 눈 크게 뜨고 읽어볼 만한 책들을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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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적잖게 나오는 재간본이나 개정판 가운데 몇 권을 추려본다(형편에 따라 자주할 수도 뜸하게 할 수도 있다). 먼저 경제학자 장하준 교수의 <사다리 걷어차기>(부키). 교수생활 30년 기념으로 전면개정판을 펴냈다. 경제학자로서의 인생에 한 획을 그은 책이라는 게 스스로의 평가. 국내에서도 장하준이란 이름을 널리 알린 계기였지 싶다.
















"선진국들이 선진국 위치에 오르기까지 어떤 일을 어떻게 해 왔는지, 각종 정치적, 사회적 제도는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늘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과정에서 이 책은, 산업 정책 같은 정부의 경제 개입이 과연 경제 발전에 해로운지, 사유 재산 보호가 경제 발전에 정말 도움이 되는지, 민주주의의 성숙이 최종적으로 경제 발전의 원인인지 결과인지 등을 짚어 보고, 역사적 사실은 도외시한 채 도덕성 기준에서 판단하는 것이 현실의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지적함으로써 우리가 경제와 사회를 바라보는 방식을 되돌아보게 한다."
















최근 경제사에 관심을 갖게 돼 관련서를 다수 구입했다. <사다리 걷어차기>와 <국가의 역할>을 이전에 대충 넘겨보았는데, 이번에는 각을 잡고 읽어봐야겠다. 같이 읽을 책들은 <국가부도 경제학><가치의 모든 것>, 그리고 <자본과 이데올로기> 등이다(경제사 관련책은 너무 많아서 일일이 꼽을 수도 없다).
















세계화와 관련해서도 다시 생각해볼 거리들이 생겨서 책들을 챙겨놓았다. 이달에 일정이 많아서 독서는 좀 미뤄지겠지만..
















두번째 책은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알에이치코리아). 2007년에 나왔던 책이니 13년만이다. 


"'어느 날 갑자기 인간이 모두 사라진다면, 지구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 도발적 질문의 답을 찾는 여정을 그린 문제작 <인간 없는 세상>이 새 옷을 입고 개정판으로 돌아온다. 2007년 출간되자마자 전 세계 유수의 논픽션 상을 휩쓴 이 책은 출간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많은 독자들의 지지를 얻으며 살아 있는 고전으로 회자되고 있다."


이미 있는지 모르겠지만 영상으로 제작해도 좋을 책이다.















그리고 동양고전. 을유문화사판의 <고문진보>가 세번째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동양 고전 번역의 새로운 전범을 보여 주었던 을유문화사 <고문진보>가 새로운 디자인과 편집으로 다시 태어났다. <고문진보>는 전국 시대부터 당송 시대까지의 시와 산문 가운데서 명편만을 모은 고전 중의 고전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옛 문인들의 필독서로 자리 잡았으며, 사서삼경 다음으로 많이 읽힌 문장의 보고로 전해진다.


여러 번역본이 나와있지만 공들인 번역에다 주석이 더해져 을유판이 정본 노릇을 해줄 듯싶다. 전집과 후집, 두 권 합계 2000쪽이 넘으니 분량이 만만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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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풍오장원 2020-10-11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re-issue 소식은 언제나 반갑습니다. 책이나 음반이나~^^

로쟈 2020-10-11 20:18   좋아요 0 | URL
네, 말그대로 ‘재회‘죠.~
 

지난주 '다시 나온 책들'에서 한권 빠뜨린 게 있다. 케이트 밀렛(1934-2017)의 <성 정치학>(쌤앤파커스). 페미니즘 비평의 고전적 책인데(더 구체적으로는 영미 페미니즘 비평의 물꼬를 튼 책) 의외로 절판된 지 오래된 터였다. 다시 나오지 않을까 싶었고 예상대로 다시 나왔다. 
















"사회 곳곳에 뿌리 깊게 자리 잡아 제도화된 남성 중심 지배 이데올로기인 가부장제 아래에서 여성은 교묘한 형태로 “내면의 식민화”에 빠지게 된다고 진단하며 제2물결 페미니즘 운동을 최전선에서 이끈 케이트 밀렛의 <성 정치학>이 초판 출간 50주년을 맞아 다시 한국 독자를 찾아왔다. 이 책은 ‘정치’를 정당을 중심으로 한 협소한 개념으로 보지 않고 “권력으로 구조화된 관계와 배치”로 정의해 가부장제에서 성(性)이 지니고 있는 정치적 함의를 분석했다. 이 때문에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The Personal is Political)’라는 슬로건으로 대표되는 제2물결 페미니즘 운동의 이론적, 철학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었다."


원저는 1970년작. 1969년이라고도 표기되는데, 저자의 학위논문을 단행본으로 펴낸 것이라 연도가 두 가지로 적히는 듯하다. 이번에 나온 건 2009년 번역판의 재간본인데, 최초의 한국어 번역판은 <성의 정치학>(현대사상사, 1976, 2권으로 분권)이었던 것 같다. 범조사판(1977)도 있었고, 학부시절엔가 낡은 책으로 구입했던 게 현대사상사판이었다. 그러다 절판된 책이 2009년에 새 번역본으로 나왔고, 올해 다시 나왔다. 번역본들 사이에 한 세대의 간격이 있다. 
















아마도 90년대에 페미니즘 비평서로 많이 언급이 돼 찾았을 성싶은데, 나란히 거명되던 책이 베티 프리단의 <여성의 신비>였다. 재작년에 <여성성의 신화>(갈라파고스)로 개명돼 다시 나왔을 때 다룬 적이 있다. 나는 평민사판(1996)부터 구입한 기억이 있다. 원저는 1963년작. 페미니즘 고전 해설서에서는 제목이 대개 '여성의 신비'라고 돼 있어서 같이 알아둘 필요가 있다. 
















여하튼 <여성의 신비>와 <성 정치학>은 보부아르의 <제2의 성>(1949)에서 1970년대 페미니즘 비평의 개화기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징검다리 역할을 했던 두 권의 책이다(<제2의 성>은 현재 두 종의 번역본이 있다. 무엇이 정본인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페미니즘 비평의 기본 입장과 전제, 특징들을 가늠하게 해주는 책들로서 의미가 있다. 


밀렛의 책에는 '후지오 요시무라에게'라는 헌사가 붙어 있는데, '후미오 요시무라(1926-2002)'의 오타다. 후미오는 목각 모형으로 유명한 일본 조각가로 밀렛의 남편(1965-85)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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