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여성작가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1873-1954), 줄여서 그냥 '콜레트'의 책이 한권 더 출간됐다. <암고양이>(창비, 2013). 창비세계문학의 한 권으로 나온 것인데(창비 표기로는 '꼴레트'), 이 작가의 <여명>(문학동네, 2010)도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돼 있다. 고전작가라는 얘기다.

 

 

 

알라딘에서도 검색되는 걸로는 처음 소개된 작품이 <챙맥/ 벨라 비스타>(을유문화사, 1995)였고, 이어서 <천진난만한 탕녀>(문학동네, 2000)과 <여명>으로 이어진다. 콜레는 어떤 작가인가.

콜레트는 국내에는 그리 많이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인간의 본능을 생생하게 묘파하는 직관적인 통찰력, 세련미와 자연스러움이 어우러진 문체로 프랑스의 가장 흘륭한 문장가 중 한 사람으로 손꼽히며, 여성으로는 드물게 벨기에 왕립 아카데미, 프랑스 공쿠르 아카데미 회원으로 추대되고,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는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대작가의 반열에 올라 있는 작가이다. 댄서와 연극배우 활동. 세 번에 걸친 결혼, 화려한 남성편력, 동성애 등의 사생활로 많은 사랍들의 가십거리로 오르내리기도 했다.

 

줄거리를 보면 주요 작품들이 마치 작가의 '얼굴'처럼 그녀의 생애를 반영하고 있는 듯 보인다. <암고양이>(1933)는 그런 작가의 일생에서 "문학적으로 가장 풍요로운 결실이 쏟아진 시기, 즉 창조적 영감이 가장 빛나던 시기에 발표된 소설"이라고. 

 

 

 

콜레트의 작품으론 <방랑하는 여인>(지만지, 2013)과 <사랑에 눈뜰 때>(큰글, 2012)가 더 소개돼 있다. <암고양이>는 영역본도 아직 없는 듯하고, <여명>은 2012년판이 나와 있다...

 

13. 12. 08.

 

 

P.S. 국내에 소개된 작품을 발표연도 순으로 나열하면 아래와 같다. <청맥>과 <사랑에 눈뜰 때>는 원작(Le Blé en herbe)이 같다.

 

-천진난만한 탕녀(1909)

-방랑하는 여인(1910)

-청맥/사랑에 눈뜰 때(1923)

-여명(1928)

-암고양이(1933)

-벨라 비스타(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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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나온 에밀 시오랑의 <지금 이순간, 나는 아프다>(챕터하우스, 2013)의 부제가 '태어남의 불행에 대해'다. 사실은 원제가 그렇다. 책은 <내 생일날의 고독>(실험출판사, 1981; 에디터, 1994)이란 제목으로 두 차례 나온 바 있다. 나는 1994년판을 갖고 있는데, 그때 부제는 '태어남의 잘못에 대하여'였다. 그때도 원제를 살린 제목으로 나왔더라면 했는데, 이번에 또 한번 감상적인 제목으로 개명돼 유감스럽다. 과거 시몬 베유의 책 대다수가 그렇게 떡칠이 되더니 시오랑의 책들도 비슷한 신세다(압권은 <역사와 유토피아>란 책이 <세상을 어둡게 보는 법>이란 제목으로 나온 것. 부제가 '인간과 역사에 대한 철학적 험담'이었다).

 

 

현재 구할 수 있는 시오랑의 책은 <절망의 맨끝에서>를 옮긴 <해뜨기 전이 가장 어둡다>(챕터하우스, 2013)와 <독설의 팡세>(문학동네, 2004)가 더 있다(고작 세 권이다). 원제대로 번역된 책은 한권도 없다(<독설의 팡세>는 <고뇌의 삼단논법>을 옮긴 것). 게다가 올헤부터 시오랑 책들을 내고 있는 챕터하우스는 무슨 창조적 발상인지 표지마다 꽃그림이다. 참고로 불어판 원서의 표지는 이렇다.

 

 

 

새로 창조할 것도 없이 비슷하게 흉내라도 냈다면 더 나았겠다. 2004년판의 표지는 이랬었다.

 

 

 

이 책이 347쪽이었는데, <지금 이순간, 나는 아프다>는 296쪽이다. 통상 행수가 줄고 여백이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하면 분량이 줄어든다는 건 이해하기 어렵다. 분량을 덜어냈다면 한번 더 '태어남의 불행'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절망과 폐허의 철학자'의 책이라고 해서 이렇게 무성의하게 출간해도 좋은 것인지 책을 장바구니에 넣었다가 한번 더 생각해보게 된다...

 

13. 12. 08.

 

P.S. 분량이 줄어든 것 아닌가란 의혹에 대해 출판사 측에서 답변을 보내왔다(방명록 참고). 다행스럽게도 분량은 줄어들지 않았다는 것이고, 다만 1990년판에 실렸던 인터뷰가 빠졌다는 설명이다.  

마지막으로 선생님께서 말씀하신 분량에 대해서는, 이번 도서는 불어 원서와 일일이 대조를 하였고, 한 구절도 빼지 않고 오히려 몇 구절을 추가하였습니다. 분량이 많이 줄어든 것은, 단순히 페이지로 비교되지 않는 행이나 자간의 차이와, 1990년도 한국어판 도서에 있는 <에밀 시오랑의 인터뷰> 부분이 빠진 것인데, 갈리마르판 불어 원서에 들어 있지 않아서 넣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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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두 작가에 대해 적는다. 맥스 비어봄과 앰브로즈 비어스. 이름만 들어서는 둘다 초면인데(실제로 맥스 비어봄에 대해선 처음 알았다) 맥스 비어봄의 <일곱 명의 남자>(아모르문디, 2013)이 이번에 나왔고, 앰브로즈 비어스의 <내가 샤일로에서 본 것>(아모르문디, 2013)이 지난 여름에 나왔다. 열띠게 나오는 건 아니지만 '아모르문디 세계문학' 총서의 두번째, 세번째 책이다(<루키아노스의 진실한 이야기>가 첫 책이었다).

 

 

 

맥스 비어봄은 처음 소개됐나 했는데, 그건 아니고 <행복한 위선자>(바람, 2007)란 먼저 나왔었다(현재는 절판). 어떤 작가인가. "1872년에 태어났다. 옥스퍼드대의 머튼칼리지 재학시절에 재기 넘치는 수필들을 유명한 문예지「옐로북」에 발표하며,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1898년에는 버나드 쇼의 뒤를 이어 「새터데이 리뷰」의 연극평론을 맡아,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문체로 독자들을 사로잡았다. 1910년 여배우 플로렌스 칸과 결혼하여 이탈리아의 라팔로에 정착했으며, 제1.2차 세계대전 때 영국에 귀국한 기간을 빼고는 1956년 운명할 때까지 여생을 그곳에서 보냈다."

 

 

 

버나드 쇼와의 관계가 눈에 띄는데, "세기말 영국 문단을 풍미했던 위트와 풍자의 대가"라는 평판은 그와 연관시켜보면 이해가 간다. 이번에 나온 <일곱 명의 남자>가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

<일곱 명의 남자>는 비어봄의 대표작 중 하나로, 작가들이 사랑한 작가이자 그 누구보다도 작가들을 깊이 이해한 작가인 비어봄의 면모가 잘 드러난다. 일종의 회고록 또는 에세이의 형식을 취한 단편 소설 6편을 모아 놓은 이 작품집은, 1919년 5편이 실린 <일곱 명의 남자>로 발표되었다가 1950년 1편이 추가되어 <일곱 명의 남자와 다른 두 남자>라는 제목으로 다시 출간되었다. 이 책에는 이 6편의 작품을 모두 실었다.

해학과 풍자가 넘치는 재사(才士)의 작품이라 하니 궁금하기도 하고 기대도 된다. 읽고 나면 '맥스 비어봄'이란 이름이 입에 익을지도 모르겠다.

 

 

앰브로즈 비어스는 어떤 작가인가. "1842년 오하이오 주에서 태어났다. 미국 남북 전쟁에 참전한 뒤 샌프란시스코, 런던, 워싱턴에서 기자와 비평가로 활동했다. 미국 생활에 싫증을 느낀 그는 1913년에 당시 혁명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던 멕시코로 갔다가 1914년 1월 11일 멕시코에서 실종되었으며 정확한 사망 경위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불안, 죽음의 공포 등 영혼의 극한적인 상태를 에드거 앨런 포의 전통에 따라 표현해 한때 포와 비견되기도 했으나, 주로 초자연적인 소재를 다룬 소설을 주로 쓴 탓에 인기에 비해 문학성은 인정받지 못하다가 사후 50년부터 본격적으로 재조명되었다. 특히 1906년에 재출간된 단어 풍자 사전 <악마의 사전>은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

 

 

바로 그 <악마의 사전>(이름아침, 2005)이 나왔을 때 구입했던 터라(번역본만 몇 종이 나왔었다) 구면인 작가인데, 그 이상은 아는 게 없었다. 남북 전쟁을 소재로 한 작품집 <내가 샤일로에서 본 것>이 '작가'로서 새롭게 보게 해주었는데, 번역서로는 <아울크리크 다리에서 생긴 일>(더 스타일, 2013; 생각의나무, 2010)이 더 출간돼 있다. "1800년대 중반 이후의 미국을 배경으로 쓴 17편의 환상소설"이라고.  

 

소위 메이저 작가들에는 속하지 않지만, 영국문학과 미국문학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두 작가의 작품집이 소개된 거라고 보면 되겠다...

 

13. 1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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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다양한 책들이 많이 나온다. 반가운 책도 있고 곤란한 책도 있다. 관심권에서 제쳐놓을 수 있는 책이라면 물론 곤란하지 않다. 곤란한 책이란 읽어보면 좋겠지만 읽기엔 여건상 부담스러운 책을 말한다. 두껍고 비싼 고전들이 대개 여기에 속한다. 애써 구입하더라도 꽂아놓을 곳이 없는 요즘은 특히 그런 곤란함을 자주 느낀다. 지난주에 나온 가장 곤란한 책을 꼽자면 단연 요한 야콥 바흐오펜의 <모권1,2>(나남, 2013)다. 부제는 '고대 여성지배의 종교적 및 법적 성격 연구'다. '모권'과 '모권제 사회'란 개념의 원조가 되는 책. 물론 처음 소개된다.

 

 

바흐오펜(1815-1887)에 대해서도 백과사전을 참고하는 수밖에 없는데, <맑스사전>(도서출판b, 2011)에는 이렇게 설명돼 있다(네이버에서 제공된다). 

그리스 신화 속의 선사인류의 모권적 사회조직을 통찰하고 고대 로마법에서 부계출생에 선행하는 모계출생을 발견한 신화학자이자 로마법학자. 출생지인 바젤에서 공소심 판사(1845-66년)의 자리에 있으면서 고대사 연구에 몰두한 바흐오펜은 1861년에 주저 <모권론>(Das Mutterrecht)을 간행하고, 그 속에서 가장 오랜 인류의 혼인형태를 헤테리스무스(Hetärismus)라고 했다.

 



19세기 당시에 그 용어는 일부일처제를 전제로 한 혼인 외의 성교를 의미했지만, 그가 신화 속에서 발견한 것은 그것이 아니라 아무런 제도도 성립해 있지 않은 시원적인 것이었다. 그리하여 그는 나중에 미국의 고전 민족학자 모건을 따라 프로미스퀴테트(Promiskuität, 난혼)라고 바꿔 부른다. 그 시원적 형태는 모계 출생을 특징으로 하고 거기서 이윽고 동일 부족 내에서의 다른 씨족 간의 집단혼이 성립했다고 한다. 이것이 모권제 사회이다.

 

바흐오펜에 대한 모건의 영향은 커다란데, 1880년과 85년에 간행한 <고대서간>(Die Antiquarische Briefe, 전 2권)은 그것을 증거하고 있다. 맑스는 만년인 1880-81년경에 모건의 <고대사회> 및 러보크의 <문명의 기원>(1870)을 읽고서 <모권론>을 알게 되어 각각의 독서 노트에 그에 관한 중요한 요점을 정리하고 그것들을 자료로 한 고대 연구의 구상을 세웠다. 그러나 1883년 3월 맑스의 죽음은 그로부터 그것을 실행할 시간을 영구히 앗아갔다.

엊저녁 영화를 보러 갔다가 대기 시간에 들른 서점에서 <모권>의 실물을 볼 수 있었는데, 흥미롭게도 1권이 빠진 2권만 서가에 꽂혀 있었다. 누군가 구입해 간 것이다. 작은 서점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런 책의 독자가 있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하고 당혹스럽기도 했다(구입을 망설이고 있는 물건을 누군가 선뜻 사 가지고 갈 때 느끼는 당혹감이다). 구입해봐야 당장은 장서용밖에 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입맛을 다실 수밖에.

 

 

 

구입을 미룬다면 핑계가 없진 않다. 작년에 <가족, 사유재산, 국가의 기원>(두레, 2012) 출간을 계기로 언급한 적이 있지만,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고대사회 연구를 촉발한 또 다른 책으로 루이스 헨리 모건의 <고대사회>(문화문고, 2005)가 절판된 이후 아직 소식이 없기 때문이다. <모권>과 함께 나란히 꽂혀 있어야 할 책이다. 게다가 대타로 읽어볼 만한 책도 있다. 에리히 프롬의 <여성과 남성은 왜 서로 투쟁하는가>(부북스, 2009)이다. '사랑, 성애, 모권사회를 중심으로' 여성과 남성의 문제를 다룬 책인데, 가장 먼저 해명하는 것이 바흐오펜의 모권 발견과 그 사회적 의미다. '맛보기'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다(이 책 또한 소장도서이지만 현재로선 찾을 수가 없다)...

 

13.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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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담 보바리>의 새 번역본이 나왔다. 펭귄클래식판이다. <아주 사적인 독서>(웅진지식하우스, 2013)에 실린 첫 강의가 <마담 보바리>에 관한 것이고, 나는 이후로도 종종 강의에서 이 작품을 다루고 있는데, 주로 김화영 교수가 옮긴 민음사판을 쓰던 참이다.

 

 

어떤 경우에도 고전은 여러 종의 번역본으로 읽는 게 유익하다고 믿는 쪽이어서(<동물농장>이나 <노인과 바다>처럼 100종 안팎의 책이 나와 있으면 또 문제는 다르지만) 새 번역본이 반갑다. 두 종의 번역본이 추가되고 있는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만큼이나. 이건 <마담 보바리>를 위해서도 좋은 일이다.

 

 

개인적으로는 며칠 전에 펭귄판 영어본 <마담 보바리>를 구한 참이었다. 영어본도 서너 종 갖고 있는데(하긴 영어본으로도 다수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즐겨 찾게 되는 건 펭귄판이나 옥스포드판이다. 강의를 위해선 노튼판도 요긴하다. 주요 비평문들이 발췌돼 있기 때문이다.

 

 

영화 버전으론 빈센트 미넬리 감독과 클로드 샤브롤 감독의 <마담 보바리>가 유명한데, 각각 제니퍼 존스와 이자벨 위페르가 주연을 맡았다. 이자벨 위페르를 좋아하지만 마담 보바리에는 제니퍼 존스의 이미지가 더 잘 맞아 보인다. 만화 버전으론, 번안이지만, 포지 시먼스의 <마담 보베리>(세키콜론, 2009)가 있다. <마담 보바리>를 현대를 배경으로 하여 재구성한 그래픽 노블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세계문학사의 걸작에 대한 읽을거리/볼거리로는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 참고할 만한 연구서도 아주 드문 상황이다(간단하게 다룬 . 오영주의 <마담 보바리>(살림, 2005)가 가이드북이지만, 줄거리가 '리라이팅'으로 포함돼 있어서 전체적으론 분량이 많지 않다. 김화영 교수의 <프랑스 현대소설의 탄생>(돌베개, 2012)도 <마담 보바리>를 다루지만, 민음사판의 작품해설과 거의 내용이 같다. 좀더 많은 연구서나 해설서가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마담 보바리를 위하여...

 

 

13.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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