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규의 십계명 강의, <데칼로그>(포이에마, 2015)가 전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초판은 <데칼로그>(바다출판사, 2002)로 나왔었다. 개정판은 300쪽 가까이 분량도 늘어난 증보판. 그래도 기본 골격은 바뀌지 않았는데,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 <데칼로그>(10부작)을 바탕으로 하여 십계명의 의미를 풀어주는 구성이다. 이번 가을에 깊이 있는 영상, 그리고 사색과 만나고 싶은 독자라면 키에슬로프스키의 <데칼로그>, 그리고 김용규의 <데칼로그>와 만나봐도 좋겠다. 내가 보탠 추천사는 이렇다.

 

폴란드 바르샤바의 일상적 공간을 심오한 윤리적 질문의 공간으로 만든 키에슬로프스키의 〈데칼로그〉는 내가 본 가장 경이로운 영화에 속한다. 김용규의 《데칼로그》는 이 영화를 매개로 하여 십계명에 대한 매우 높은 수준의 철학적, 신학적 해설을 제공한다. 영화적 이미지와 성찰적 사유의 만남이 빚어내는 광휘가 눈부시다. 우리에게도 이런 저자가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같이 읽어볼 만한 저자의 다른 책으로는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휴머니스트, 2010), <생각의 시대>(살림, 2014) 등이 있다.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해설한 <타르코프스키는 이렇게 말했다>(이론과실천, 2004)는 절판된 상태인데, 이 또한 개정판이 나오면 좋겠다...

 

15. 09. 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의 고전'으로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문학동네, 2015)과 솔제니친의 <암병동>(민음사, 2015)을 고른다. 이미 번역본들이 나와 있는 책이지만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다시 나왔다. '정본'의 역할을 기대해도 좋을 성싶다.

 

 

 

<불안의 책>은 이번에 세번째로 번역되었다. '삼세번'이라고 해야 할까. 각각 다른 언어본에서 옮겨졌는데, 맨 처음에 나온 <불안의 책>(까치, 2012)는 이탈리아어판을, 두번째로 나온 <불안의 서>(봄날의책, 2014)는 독어판을, 그리고 이번에 나온 문학동네판 <불안의 책>은 포르투갈어 원본을 옮긴 것이다. 애초에 사후 편집된 책인지라 확정본이 따로 있지는 않지만, 그래도 포르투갈어판을 '정본'으로 봐야겠다. 분량도 가장 두툼하다.

20세기 유럽 문학을 대표하는 포르투갈의 국민 작가 페르난두 페소아의 <불안의 책>이 포르투갈어 원전 완역본으로 출간되었다. 페소아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불안의 책>은 이미 두 차례나 출간되긴 했으나 이탈리아어 판본과 독일어 판본을 중역한 것으로, 포르투갈어 원전을 완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불안의 책>은 페소아가 생전에 완성한 작품이 아니라 사후 연구가들이 유고 더미에서 찾아낸 미완성 원고를 엮은 책이다. 그 때문에 편집본마다 수록된 텍스트의 수와 배열 순서가 다른데, 문학동네에서는 페소아 연구가로 유명한 리처드 제니스의 포르투갈어 편집본을 저본으로 삼았다

입소문으로만 돌던 페소아적 '불안'의 진상에 대해서 이번에는 확인해볼 수 있겠다.

 

 

<암병동>(1967)은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1962)로 등단한 솔제니친의 초기 대표 장편이다(또다른 장편으론 <제1권>이 있다).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와 마찬가지로 자전적인 체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   

1970년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 알렉산드르 솔제니친의 장편 소설. 솔제니친은 1945년 포병 대위로 복무 중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스탈린과 스탈린 체제를 비판한 것이 문제되어 체포되었고 이후 수용소 생활과 수용소 병원 생활은 그의 작품에서 주요 모티프가 되었다. 특히 악성 종양으로 사망 선고까지 받았던 그는 당시의 경험을 바탕으로 <암 병동>을 썼고, 1953년 스탈린 사망 이후 펼쳐졌던 소련 내부의 혼란과 비극, 나아가 복잡다단한 인간 사회의 자화상을 병원이라는 폐쇄된 공간을 배경으로 그려 냈다.

 

장편으로는 <수용소 군도>와 함께 솔제니친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이 참에 한 차례 완역본이 나왔던 <수용소 군도>도 다시금 완간됐으면 좋겠다(전체 여섯 권 가운데 현재는 1권만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와 있다). '솔제니친 컬렉션'을 위해서라도...

 

15. 09. 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4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의 고전'으로 꼽을 만한 책은 두 권이다. 새 번역으로 다시 나온 제롬 샐린저의 <프래니와 주이>(문학동네, 2015)와 앙드레 지드의 <배덕자>(민음사, 2015). 알려진 대로 샐린저는 <호밀밭의 파수꾼> 외에 단 세 권의 작품집만 추가로 펴냈다. 그러니 <프래니와 주이>가 나옴으로써 그의 '전집'이 갖춰진 셈(<호밀밭의 파수꾼>이 재번역되길 기대하는 쪽이지만, 저작권상 쉽지 않아 보인다).

 

 

<프래니와 주이>는 지금은 절판된 이전 번역본들도 두 종 갖고 있었지만, 정작 읽기도 전에 다 행방이 묘연한 상태. 어차피 새로 나온 번역본으로 읽으려고 원서도 저렴한 마켓판으로 구입했다. 이 작품에 대해선 열광적인 독자인 하루키의 추천사를 인용하는 게 낫겠다.

프래니와 주이』가 이렇게 재미있는 얘기였다니! 하고 탄복했다. 일어판 번역자로서 앞으로도 시대를 넘어 <프래니와 주이>가 고전으로, 또 동시대성을 지닌 작품으로 오래도록 읽히기를 바란다. 젊은 독자들에게는 젊은 대로, 성숙한 독자들에게는 성숙한 대로 읽히는 수준 높은 문학작품이라고 믿는다. 나이브하면서 기술적으로는 고도로 숙련돼 있고, 원리적이고 근원적이면서 동시에 부드러운 영혼을 지닌 매력 있는 소설이다. 인상적이고 자상한 세부 묘사에는 그만 마음을 뺏기게 된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인생에서 한 번쯤, 혹은 두 번쯤 읽을 만한, 그것도 천천히 시간을 들여 읽어볼 만한 가치가 있는 매우 드문 작품이다.

그래도 나도 천천히 시간을 들여서 이번에야말로 읽어봐야겠다.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나온 <배덕자>는 지드의 대표작 <좁은 문><전원교향곡>과 같이 묶였다. 한데 나로선 <배덕자>에 먼저 눈길이 간다. <좁은 문>과 <전원교향곡>은 다른 번역본으로 나와 있기 때문이다. 지드의 <좁은 문>을 강의하면서 그와 짝이 되는 <배덕자>가 마땅한 번역본으로 나와 있지 않은 게 유감이었는데, 이번에 해소하게 됐다(번역이 전혀 없지는 않지만 신뢰할 만한 판본들이 아니었다).

 

 

참고로, 펭귄클래식판으론 <좁은 문>과 <전원교향곡>이 따로 나와 있고, 을유문화사판으로는 한권으로 묶여 있다. <좁은 문>만 읽으려는 독자라면 이성복 시인이 옮긴 <좁은 문>(문학과지성사, 2013)을 추천한다.

 

 

지드의 작품을 더 읽어야 한다면 <지상의 양식>(민음사, 2007)과 <위폐범들>(민음사, 2010)을 추가할 수 있겠다...

 

15. 08. 0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의 고전 해설가 이중톈의 독자이기에 그의 모든 책의 관심이 있어서 <이중톈의 이것이 바로 인문학이다>(보아스, 2015)란 신간에도 자연스레 눈길이 갔다. 제목이 요란하다는 게 약간 미심쩍긴 했어도 새로운 책을 내놓은 것인가, 했다. 하지만 자세히 보니 번역이 바뀌었을 뿐 <백가쟁명>(에버리치홀딩스, 2010)과 같은 책이다(<백가쟁명>은 절판).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 가운데 하나이지만, 다시 구입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돈은 굳었지만 그래도 아쉽다). 소개는 이렇다.  

 

공자, 묵자, 노자, 장자, 맹자, 상앙, 순자, 한비자 등 동양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섭한 인문서. 얕지 않지만 결코 무겁지 않고 가볍지 않지만 절대로 진부하지 않은 인문학의 진수를 보여 주는 작품이다. 고전해석의 새로운 지평을 연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인문학자인 이중톈이 공자에서 묵자, 노자, 장자, 맹자, 상앙, 순자, 한비자에 이르기까지 천재 동양 철학자들의 사유와 철학을 씨실과 날실로 촘촘히 엮으며 통섭의 진수를 선사한다.

'인문학의 진수' 어쩌구 하는 건 홍보용이고, 유가, 묵가, 도가, 법가라는 중국 고대사상의 네 줄기를 깔끔하게 정리해주고 있는 책으로 읽으면 무난하다. 내가 읽은 범위에서 이보다 더 잘 정리한 책은 보지 못했다. <백가쟁명>은 생각만큼 독자가 많지 않았던 듯싶은데, 이번에는 (안 읽은 독자들이) 많이 읽었으면 한다...

 

15. 08. 0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의 고전'으로 <프리드리히 실러의 미적 교육론>(대화문화아카데미, 2015)을 고른다. <미적 교육론>이라고 약칭되지만 전체 제목은 <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편지>이고 몇 차례 번역본이 나온 바 있다(<미학 편지>라는 제목으로도 번연된 게 있다). 이번에 나온 건 번역과 관련 학자들의 공동연구 논문들을 함께 묶은 것이다.

 

실러는<인간의 미적 교육에 관한 편지>에 아름다움과 예술을 통한 이상사회 건설의 이념을 담고 있다. 인간의 내면을 변화시키지 않고는 어떠한 정치적 혁명도, 제도 개선도 아무 소용이 없다고 믿었던 것이다. 바로 이것이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이 책이 필요한 까닭이다.

사실 '미가 세계를 구원할 것이다'라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사상도 실러에게 빚지고 있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 등장하는 드미트리가 실러의 시를 읊조리면서 등장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는 셈이다.

 

 

실러의 주요 희곡들은 번역돼 있는데, 강의에서는 아직 다뤄보지 못했다. <도적떼>(<군도>로 많이 번역됐던 작품)를 포함해 <빌헬름 텔>이나 <간계와 사랑>, <돈 카를로스> 등은 언젠가 강의 커리큘럼에 포함시키고 싶다. 의당 <미적 교육론> 애기도 들어가야 되겠군...

 

15. 07. 3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