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의 세 번역본이 추가되었다. 오랜기간 원전번역본을 대표하던 천병희판의 뒤를 잇는 번역본으로 지난해 김기영판에 이어서 올해는 이준석판이 더해졌다. 이준석판은 앞서 나온 <일리아스>와 함께 정확하게 천병희판에 맞서는 차세대 번역본이 되었다. 지난봄 지중해문학 기행 준비차 강의에서 속성으로 읽었는데, 새 번역본도 나온 김에 천천히 다시 읽어도 좋겠다 싶다.

세 번역본을 다 갖고 있기에 비교해가며 읽어볼 수도 있겠다. 고전 읽기란 천천히 비교해가며 읽기 아니던가. 내년부터는 고전 다시 읽기를 체계적으로 다시 진행해볼 궁리도 하고 있는데 자연스레 호메로스의 서사시들에 눈길을 주게 된다. 여하튼 고전 읽기의 선택지가 넓어져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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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hig0125 2023-11-18 0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다익선이지요.
 

저명한 종교학자 카렌 암스트롱의 대표작 <신의 역사>가 다시 나왔다. 1999년에 초역판이 나왔으니 24년만이다. 원저는 1993년에 나왔고 이후 30년이상 종교분야 베스트셀러의 지위를 지키고 있다 한다. 일종의 기본서인 셈. 















하지만 번역본(2권짜리)은 진즉 절판돼 나도 중고본으로 구한 기억이 있다. 이번에 다시 나와 반갑다. 역자는 같은데, 서평을 일어보니 누락된 원문을 되살리고 오역은 교정했다 한다. 제대로 읽어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암스트롱의 저작은 다수 번역돼 있고, 그 가운데 '신'을 주제로 한 책도 여럿 된다. 또다른 대표작 <축의 시대>도 이 참에 다시 손에 들어봐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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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흑인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운동가 벨 훅스(1952-2021)의 책 한권이 다시 나왔다. 다수 저작이 번역돼 왔는데 이번에 다시 나온 건 <벨 훅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2008)다. 원제는 ‘우리가 서 있는 자리: 왜 계급이 중요한가‘쯤으로 옮겨질 만한데, 반어적으로 번역돼 오해의 소지가 있었다(의도와 무관하게 짓궂은 결과를 낳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 페미니즘이 계급에 대해 말할 때>로 나왔다. 그나마 자기 자리를 찾은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대표적 페미니스트이자 사회운동가 벨 훅스가 ‘계급’ 문제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진솔하게 고백한 <당신의 자리는 어디입니까>가 출간되었다. 그간 불평등과 인종차별 철폐, 젠더, 계급 착취에 관한 책을 여러 권 썼으나 계급 문제에 온전히 집중한 건 이 책이 유일하다. 노동계급 가정에서 자라 교육을 통해 중산층으로 올라선 자신의 인생을 허심탄회하게 터놓는 한편 빈부격차와 계급 갈등이 심화함에도 모두가 계급에 대해 침묵하는 시대를 지적하고 국가와 개인의 책임이라는 측면에서 계급 문제를 다룬다.˝

여성문제가 계급문제로 다 환원될 수 없더라도 계급문제를 다루지 않는 페미니즘은 신뢰할 수 없는, 유사 페미니즘이다. 곧 계급은 페미니즘에서도 기본값이라고 생각한다(강의에서 자주 언급하는 게 ‘여성은 계급‘이라는 버지니아 울프의 말이다). 이런 기본을 새삼 환기시켜주는 책이 다시 나와서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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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의 <과거와 미래 사이>가 다시 나왔다. '정치사상에 관한 여덞가지 철학연습'이 부제. 2005년에 나왔던 번역본이 재간된 것이니 18년만이다(요즘 '다시 나온 책'들로 세월을 가늠한다). 내겐 아렌트 입문서 가운데 하나였던 <정치의 약속>도 다시 나오면 좋을 듯싶다. 2007년에 나왔던 책이다. 















책의 출간이 계시는 아니라도 계기는 된다. 책이 나온 김에 일정을 잡거나 강의도 계획해보는 것이다. 부제대로 '정치사상 연습 8강' 같은. 당초 1954년에 나온 초판에는 여섯 편의 에세이가 수록됐었으나 나중에 증보되면서 '여덟 가지 철학연습'이 되었다. 번역본에도 원서 개정판에 실린 제롬 콘(아렌트의 제자)의 서문이 실려 있다. 


미국에서 한나 아렌트 붐(재평가)이 이루어지면서 국내에서도 여러 전공자가 앞다투어 연구저작과 번역본을 펴내오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론 김선욱, 서유경, 홍원표 교수를 꼽을 수 있다. 이분들의 책만 하더라도 너무 많아서 한번에 다루기 어려울 정도. 


 














대표작을 몇권씩만 꼽자면, 김선욱 교수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과 <공화국의 위기>를 옮겼고, <한나 아렌트와 차 한 잔> 등 다수의 안내서를 출간했다. 















홍원표 교수는 <혁명론>,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을 옮겼고, 입문서로 <아렌트>를 펴냈다. 
















모두 한길사에서 나왔는데, 이즘에는 독자적으로 '홍원표의 한나 아렌트 시리즈'를 따로 내고 있다(영브륄의 아렌트 전기가 이 시리즈로 다시 나왔다). 
















그리고 <과거의 미래 사이>를 옮긴 서유경 교수는 아렌트의 박사학위논문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와 <책임과 판단>, 그리고 안내서로 <아렌트 읽기>를 옮겼다. 


여러 전공자가 경합적으로 번역서를 펴내는 건 독자로서 고무적인 일이지만, 핵심개념(용어)들이 각기 다르게 번역되는 건 골치아픈 일이다(한국어판 칸트전집 번역이 대표적이다). 생산적인 경햡이 될 수 있지만, 독자의 부담은 그만큼 커진다. <과거와 미래 사이>에서도 아렌트의 저작에서 보통 정치와의 대비관계 속에서 '진리'로 옮겨지는 'truth'가 '진실'로 옮겨져서 고개를 갸웃하게 한다(7장의 제목이 '진실과 정치'다).


"지금껏 그 누구도 진실과 정치가 서로 좋지 않은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의심하지 않았고..."(403쪽)


비록 truth가 우리말로는 진실과 진리, 둘다로 옮겨지지만, 이 경우 진실과 진리의 의미차는 크다. 


(1)진실과 정치는 사이가 좋지 않다

(2)진리와 정치는 사이가 좋지 않다

















과연 어느 것이 아렌트의 견해인가. 아렌트 전공자들 사이에도 이견이 있는 모양인데, 나로선 김선욱 교수의 견해에 따라 truth가 '진리'로 옮겨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리를 정치와 무관하다고 보는 게, 그래서 철학을 정치에서 분리하고자 하는 게 아렌트 정치이론이기 때문이다(아렌트는 '정치와 철학'의 결합으로서의 '정치철학'에 반대한다). 넘겨짚자면, 아렌트 전공자들끼리도 사이가 좋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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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그렇게 적었지만, 정확히는 그렇지 않다. 이번에 대표적 빅히스토리언들인 신시아 브러운과 데이비드 크리스천 등의 <빅히스토리>가 나와서 곧바로 개정판이구나, 라고 생각했는데, 확인해보니 특이하게도 제목이 다르다. '빅히스토리'를 타이틀로 내건 책이 많아서 교통정리가 필요하다. 

















일단 3인 공저의 <빅히스토리>는 2014년작으로 이번에 처음 번역되었다 신시아 브라운의 <세상이 궁금할 때 빅히스토리>는 2017년작으로 이 역시도 처음 번역되었다. 
















내게 기시감을 느끼게 해준 <빅히스토리>는 2013년에 처음 번역됐던 신시아 브라운의 <빅히스토리>. 출판사를 바꿔가며 두 번 더 출간된 이 책은 신시아 브라운의 <빅히스토리>는 2007년작 원서를 옮긴 것으로 '빅뱅에서 현재까지'가 부제다. 반면 크리스천과 공저한 이번 <빅히스토리>는 '낫씽과 에브리씽 사이'가 부제다. 
















빅히스토리 연구의 창시자로도 불리는 데이비드 크리스천의 책도 앞서 여럿 출간되었다. <빅히스토리>가 강연이고, <시간의 지도>가 입문서로 모두 원저가 이번에 나온 <빅히스토리>보다 앞서 나왔다(크리스천은 옥스퍼드 세계사의 편자 중 한명이기도 하다). 


'빅히스토리'에 관해서는 예전에 한번 주제서평에서 다룬 바 있다. 새로운 역사서로 주목받을 때였는데, 그때도 나는 일부 새로운 시각에도 불구하고 좀 미심쩍다는 느낌을 가졌는데(역사의 시간적 스케일을 확장하게 되면 인류사, 특히 현대사는 그만큼 비중이 줄어들게 된다) 그런 의구심이 타당한지 한번더 확인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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