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출간 예정작 가운데 경제분야의 최고 기대작은 토마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일 것이다. 불어판은 작년에 나왔고 영어판이 최근에 나왔는데(나는 이번주에 구입했다) 영어판 기준으로 분량이 1093쪽에 이르는 대작이다. 짐작에 한국어판은 4월 총선 이후쯤 나오지 않을까 싶다(총선까지는 화제작들의 출간이 미뤄질 것이다).

<21세기 자본>에서도 그랬지만 피케티의 강점과 미덕은 현 세계의 불평등을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가 동원하는 다양한 통계자료를 통해서 우리는 현단계 우리가 어떤 사회에 살고 있고 어떤 수준의 불평등이 작동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무엇이 어느 정도로 문제인가를 알게 되면 비록 쉽지 않다 하더라도 해결의 모색을 시도해볼 수 있다. 최악은 무엇이 문제인지조차 모를 경우다.

그런 면에서 피케티의 의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번 <21세기 자본>과 마찬가지로 <자본과 이데올로기>도 충분히 많은 주목의 대상이 되면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근대경제사에 대한 이해가 세계문학을 이해하는 데 요긴하면서 필수적이기에 이번 대작을 더 반기게 된다. 한국어판의 출간을 고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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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자크 라캉이라는 '아버지'

13년 전에 옮겨놓은 글이다. 최근 시빌 라캉의 <어느 아버지> 영어판을 구입했는데 그에 대한 리뷰가 있었다는 사실은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렇게 잊힌 글들은 또 얼마나 많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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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읽은 톰 스탠디지의 <소셜미디어 2000년>(열린책들, 2015)의 결론 부분에는 소셜미디어 시대에 대한 낙관과 회의적 전망이 소개되고 있는데, '낙관파'의 대표적 인물이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갤리온, 2008), <많아지면 달라진다>(갤리온, 2011)의 저자 클레이 셔키라면, '회의파'에는 말콤 글래드웰과 함께 인터넷 비평가 예브게니 모로조프가 꼽힌다.

 

 

 

글래드웰이야 널리 알려져 있지만 모로조프는 좀 생소하다. 그래도 책은 번역돼 있겠거니 했는데, 유감스럽게도 아직 한권도 소개되지 않았다. 그의 책을 '세계의 책'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마도 번역중이지 않을까 싶기도 한데, 모로조프의 대표작은 <인터넷 환상>(2012)와 <세상을 구하려면 여기를 클릭하시오>(2014)다. <변화: 인터넷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에 관한 19편의 에세이>(2014)에도 그의 글이 포함돼 있다. 그의 요지는 '좋아요'를 누르는 것만으로 세상이 바뀌지 않는다는 것. 게다가 인터넷이라는 혁신적 발명이 1990년대에 갖게 했던 '사이버 이상주의'가 더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이다. 그의 견해는 작년봄 한겨레에 실린 인터뷰 기사를 참고해도 좋겠다(http://www.hani.co.kr/arti/economy/it/682720.html).  

 

예브게니 모로조프 인터넷 비평가.

-고도의 정보화가 진행되면서 인터넷이 세상을 변혁하리라는 초기 이상은 현실에서 다르게 진행된 것 같다. 우리가 생성하는 정보가 우리에게 속하지 않고 거대 기업들의 소유가 되듯이 말이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보나?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다. 좋은 소식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기술 인프라에 충분한 투자가 이뤄지면 어떤 일들까지 이뤄낼 수 있는지 보여줬다는 점이다. 많은 부분이 자동화되고 우리는 남는 시간을 즐길 수 있다. 나쁜 소식은 그것이 진정 우리 사회를 진전시키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미국에는 요즘 스마트폰으로 주차 공간을 파는 게 유행이다. 실제 땅을 파는 게 아니라 주차할 수 있다는 정보를 거래하는 것이다. 도시계획을 증진할 수 있는 정보기술이 상업용으로 전락한 것이다. 다시 공공의 손으로 되돌리는 유일한 방법은 정보의 소유 구조를 다르게 하는 것이다.”

 

-무슨 뜻인가?

 

“(플랫폼을 제공하는) 대기업들이 정보를 소유하는 게 당연하다는 실리콘밸리 방식을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럼 누가 소유해야 하나? 시민, 도시, 당국 등 다양한 대안이 있다. 소유란 개념에도 문제가 있다. 지금은 정보를 소유한 이가 당연히 팔 권리도 있다고 여겨지는데, 꼭 소유한 사람에게 팔 권리를 줘야 하는 것도 아니다.”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는 게 실리콘밸리 혁신의 가치라고 한다.

 

“실리콘밸리는 ‘앱 패러다임’이라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들은 사회적 문제를 풀기 위해 앱을 만든다. 그 앱으로 돈을 번다. 그러는 중에 사회문제는 자동으로 풀리리라 기대한다. 실제 문제를 푸는 건 누구인가. 대개 개인이 그 책임을 안게 된다. 과거 개인과 함께 책임을 안고 있던 기업과 당국은 덕분에 책임을 벗게 되는 것이다.”

 

모로조프의 관점으로 보면, 헬스 앱이 운동을 시켜주리라는 앱 패러다임 세상에선 사회적 의제인 보건은 순전히 개인이 알아서 지켜야 할 건강으로 대체된다.

 

-디지털 기술은 정보 강자와 약자의 격차를 점점 벌리는 듯하다. 무엇을 해야 하나?

 

“나는 더이상 의미가 없는 ‘인터넷’이라는 단어를 좋아하지 않는다. 우리가 인터넷이라고 부르는 것은 이제 온갖 예측 기술, 광고와 감시로 가득 차 있다. 하지만 1990년대 사이버 이상주의자들이 남긴 좋은 인상이 유산으로 강하게 남아 있다. 이를 깨고 실체를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모로조프의 책들을 주문하려다 이런 포스팅을 하는 건 물론 그의 책이 소개되면 좋겠다고 생각해서다...

 

16. 0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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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미덕이 다른 친구를 소개해주는 데 있다면, 마찬가지로 좋은 책의 요건 가운데 하나도 다른 책과 연결시켜주는 데 있다. 어제 배송받은 책의 하나는 올란도 패터슨의 <노예제와 사회적 죽음: 비교연구>(하버드대출판부, 1982)인데, 김현경의 <사람, 장소, 환대>(문학과지성사, 2015)에서 처음 보고 구입한 책이다. 1장 '사람의 개념'의 '노예' 절에서 주로 저자가 참고하고 있는 책.

 

 

김현경 박사는 인류학 전공자로, 그리고 내게는 부르디의의 <언어와 상징권력>(나남, 2014)로 알려졌는데, 첫 책 <사람, 장소, 환대>를 통해 상당한 필력을 보여주면서 "학술 논문에도 대중적인 에세이에도 속하지 않는 새로운 글쓰기 형식"에 대한 실험이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실증했다. 다음 책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하는 '올해의 발견' 가운데 하나. 노예제는 원래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여서 관련서를 조금씩 모으고 있던 터라 패턴슨의 책 추천은 아주 요긴했다.   

 

 

그리고 마침 이번주에는 이 분야의 책이 한권 추가되었다. 차전환 교수의 <고대 노예제 사회>(한울, 2015). '로마 사회경제사'가 부제인 걸로 보아 주로 로마시대의 노예제를 다룬 책이다. 어떤 내용인가.

고대 노예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보통 기원전 2세기에서 기원후 2세기까지의 이탈리아와 시칠리아를 노예제사회로 규정한다. 기원전 2세기는 제2차 포에니전쟁(한니발 전쟁)에서 승리한 직후에 시작되었고, 기원후 2세기는 오현제 시대와 함께 막을 내렸다. 즉, 이탈리아와 시칠리아가 노예제사회였던 시기는 고대 로마의 전성기와 거의 일치한다. 지중해 세계를 정복한 것이 로마 군단과 장군들이라면, 하드리아누스 방벽에서 유프라테스 강에 이르는 광활한 제국을 통치할 수 있도록 로마 세계의 중심인 이탈리아와 곡창인 시칠리아를 떠받친 것은 노예들이었다. 기독교의 확산은 노예제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로마인들이 노예를 해방한 이유는 무엇인가? 왜 노예제사회가 쇠퇴하고 농노가 등장했는가? 저자는 사회경제사라는 틀을 통해 고대 로마를 중심으로 하는 고대 노예제사회의 실상과 한계를 되짚어봄으로써 당시 세계에서 가장 진보한 문명이 어떻게 융성하고 어떻게 몰락해갔는지를 새롭게 보여준다.    

그런 질문들에 관심이 있다면 일독해봄직하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고대 노예제 연구의 권위자는 모시스(모제스) 핀리다. 몇 권의 책이 번역됐는데, 아쉽게도 <고대 노예제도와 모던 이데올로기>(민음사, 1998) 같은 책이 절판된 지 오래다. 더 나은 책이 나온 게 아니라면 다시금 나오면 좋겠다...

 

15. 12.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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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빌 게이츠가 추천한 도서 6권'이란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는데(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032708232350509&outlink=1),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 포함돼 있어서였다. 경영에 관한 책은 관심분야가 아니어서 제쳐놓으면 빌 게이츠가 역사가라고 부른 바츨라프 스밀과 경제 저널리스트 조 스터드웰의 책을 '세계의 책'으로 꼽아놓는다.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책 제목은 기사의 번역을 따른다).

 

 

 

먼저, 바츨라프 스밀에 대해선 빌 게이츠는 "역사가 바츨라프 스밀은 살아있는 작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의 책을 모두 읽었다."고 말했다. 그가 추천한 책은 <문명 세계 만들기>(2013)인데, 소개에 따르면 "스밀은 시멘트, 철, 알루미늄, 플라스틱, 종이 등 현대 생활에서 필수가 된 소재들을 연구했다. 책은 믿기 힘든 통계들을 나열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단 3년 동안 소비한 시멘트의 양은 미국이 20세기 동안 사용한 양보다 더 많다."

 

<문명세계 만들기>는 아직 번역지 않았지만 바츨라프 스밀은 에너지 전문가로 소개됐다. <에너지란 무엇인가>(삼천리, 2011)와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창비, 2008)이 번역된 덕분이다. 저자 소개에는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환경지리학과 교수"라고 돼 있다. '지구적 사상가'라는 평가도 보이는데, <문명세계 만들기>는 시야를 더 확장한 책인 듯싶다. 

 

 

다작의 저자이기도 한데 <고기를 먹어야 할까?>부터 <메이드 인 USA>, <왜 미국은 새로운 로마가 아닌가>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빌 게이츠의 추천도 있었으니 국내에 좀더 소개되지 않을까 싶다.

 

 

조 스터드웰의 책으로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 비결을 다룬 <아시아의 힘>을 추천했다. 연유는 이렇다.

경제 저널리스트인 조 스터드웰은 개발경제학 측면에서 두가지 커다란 질문에 복잡한 대답을 내놨다. '어떻게 일본, 대만, 한국, 중국은 지속적이고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는가?', '왜 이처럼 경제성장을 해낼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3가지 답을 제시했다. 첫째, 소작농들이 번영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둘째, 농업으로 얻은 이익을 공장을 짓는데 사용했다. 이로 인해 수출용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셋째, 정부는 금융기관과 함께 농업분야를 육성했다.

우리와도 연관돼 있기에 아마 소개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번역된 책으로는 <아시아의 대부들>(살림Biz, 2009)이 있고, <차이나 드림>(2002)도 눈에 띄는 책이다. 중국의 변화 속도를 보건대 좀 오래된 책이란 느낌을 주지만...

 

15.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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