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모르겠지만 알라딘의 시스템이 정상이 아니어서 편리하게 검색하고 맘놓고 상품(책) 넣기를 하면서 페이퍼를 쓰는 일이 안 된다(최신간에 대한 글을 쓰기 어렵다는 얘기다). 그런 사정에 적응하는 일이, 불편을 감수하는 일이 마뜩찮지만 항의는 평일로 미루고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국내 저자 3인이다. 



푸른들녘에서 청소년 독자를 겨냥한 인문교양서를 연거푸 내놓고 있는(지난해에 루쉰과 돈키호테에 대한 책을 새로 단장해서 펴냈다) 박홍규 교수가 이번에는 성인 독자들도 고려한 마키아벨리 안내서를 펴냈다. <왜 다시 마키아벨리인가>(을유문화사, 2017).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로마사 이야기'가 부제다.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대표작인 <리비우스 강연>을 르네상스 전문가이자 법학자인 박홍규 교수가 21세기 한국 상황에 맞춰 쉽게 풀어 낸 책이 나왔다. <군주론>이 원수정에 대한 이야기라면, <리비우스 강연>은 로마공화정 전반을 다룬, 그야말로 마키아벨리 사상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고전이라 할 수 있다."


<리비우스 강연>은 국내에 <로마사론>, <로마사 논고>, <로마사 이야야기> 등으로 번역된 책을 가리킨다. 원제는 <티투스 리비우스의 첫 10권에 대한 강연>인지라 저자는 이에 충실하고자 <리비우스 강연>이라고 책명을 적는다. 번역본을 인용해도 좋겠지만 저자는 직접 번역해서 인용하고 있다. <군주론>의 인용도 마찬가지다(번거로운 번역 저작권 문제도 고려한 때문이지 싶다). 어떤 맥락으로 읽을 수 있을까. 물론 지금 우리의 현실을 비춰보기 위함이다. 

"마키아벨리는 16세기 분열한 이탈리아(피렌체 공화국)를 위해 고대 로마 역사가인 리비우스의 <도시가 세워지고부터(로마사)>를 통해 민주공화국을 이야기하고자 <리비우스 강연>을 썼다. 대통령 탄핵 심판을 앞두고 혼란스러운 시국에서 박홍규 교수는 마키아벨리의 대표작을 쉽게 풀어 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인류의 고전을 통해 고대 로마 시대로부터 르네상스 시대를 거쳐 오늘날 한국 사회로 이어지는,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한 방향과 길이 무엇인지까지 모색했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이미 다수의 해설서가 나와 있는 <군주론> 대신 <리비우스 강연>을 다룬다는 점이 반갑다. 마키아벨리에 대한 심화된 이해를 원하는 독자라면 일독해봄직하다. 



현대 중국 연구자이자 마르크스주의 연구자인 백승욱 교수도 오랜만에 단독저작을 펴냈다(저자는 조반니 아리기의 <장기 20세기> 외 다수의 번역서도 갖고 있다). 이번에는 '중국책'이 아니라 '마르크스책'이다. <생각하는 마르크스>(북꼼마, 2017). '마르크스책'으로는 <자본주의 역사강의>(그린비, 2006)를 잇는 것으로도 볼 수 있겠다. 책의 부제는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다. 마르크스가 '무엇을 사유했는가'보다 '어떻게 사유했는가'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다. 

"책은 그를 위해 입론인 ‘마르크스와 더불어 생각하기’ 장에서 ‘왜 마르크스식으로 사유하는 것이 중요한지’를 이야기한다. 그다음 ‘마르크스는 어떻게 자신의 사유 세계를 수립했는가’ 장에서는 <자본>에 이르기 이전의 저작들을 통해 인식론적 단절의 함의를 살핀다. 그리고 ‘<자본>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장은 <자본>에 입문할 때 도움이 되는 상세한 설계도이다."

역시 마르크스나 <자본>에 대한 해설서가 많이 나와 있지만 이 책 나름의 용도로 충분히 찾을 수 있겠다. 



저자가 서관모 교수가 공역한 알튀세르의 <철학과 마르크스주의>(중원문화, 2017)도 최근에 재간되었는데(이 재간본 시리즈는 값이 비싸다는 게 흠이다) 최근에 다시 나온 <마르크스를 위하여>(후마니타스, 2017)와 같이 참고할 만하다. 영어권에서는 알튀세르의 책들이 오랜만에 다시 나오고 있는 듯 보인다. 



끝으로 유홍준 교수의 신간은 군더더기 소개가 필요 없을 듯하다. <안목>(눌와, 2017)은 <국보 순례>(눌와, 2011), <명작 순례>(눌와, 2013)와 함께 '유홍준의 미를 보는 눈' 시리즈 완결판이다. 

"(저자는) 뛰어난 안목으로 미술품을 수집하고 미담을 남겨 우리 문화사에도 기여한 역대 수장가들의 이야기로 안목의 중요함을 재차 강조하였다. 또한 독자들이 자신만의 미를 보는 눈을 키우는 데 보탬이 되도록 변월룡.박수근.이중섭.오윤.신영복.김환기를 비롯한 우리 근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예술세계를 넓고 깊은 시각에서 바라본 유홍준 교수의 회고전 순례기와 평론을 더했다."

17. 02.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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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연휴가 길다 보니 시간이 나면 한더 더 고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한국 시인들만으로 3인이다(이응준은 시와 소설 겸업이다). 먼저, 박상순 시인. 오랜만에 네번째 시집을 펴냈다. <슬픈 감자 200그램>(난다, 2017)


"1991년 '작가세계'로 데뷔한 뒤 한국 시단에서는 만나볼 수 없던 독특한 개성과 그만의 리듬으로 독보적인 자리매김을 한 시인 박상순. 1993년 첫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 1996년 두번째 시집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 2004년 세번째 시집 <러브 아다지오>를 출간했으니 그의 네번째 시집 <슬픈 감자 200그램>은 햇수로 13년 만에 선을 보이는 것으로 그 오랜 시간의 침묵이 52편의 시에 아주 녹녹하게, 그러나 녹록치 않은 맛의 여운을 느끼게 한다."

첫 시집 <6은 나무, 7은 돌고래>(민음사, 2009)는 재가되었지만 두번재 시집 <마라나, 포르노 만화의 여주인공>은 절판됐다. <자네트가 아픈 날>(문학세계사, 1996)이라는 시선집도 나왔지만 역시 절판된 지 오래됐다(이것도 구해둔 듯싶지만 보관상태를 자신할 수 없다). 다 긁어모아야 200그램 될까. <슬픈 감자 200그램>은 그의 시의 은유로도 느껴진다. "무게를 잴 수 없는 슬픔의 한 줌 또 두 줌. 발랄하고 경쾌한 단상 뒤에 내 인생의 봄날 뒤에 어쩔 수 없이 닥치는 그 울음의 덩어리. 박상순의 시는 멀리 있거나 가까이 있는데 이는 시의 뜻이 아니고 시인의 의도도 아니고 바로 제 할 탓의 '우리' 몫이다." 그래, 13년만에 시집을 내는 시인들이 좋다. 마음에 든다. 



시인이자 소설가, 그리고 생각해보니 영화감독이기도 한 이응준의 '이설집'도 나왔다(직접 메가폰을 잡은 <국가의 사생활>은 제작중인 건가?). <영혼의 무기>(비채, 2017). 작가는 이설집이라고 부르고 통상 '산문집'으로 읽히는 책이다. "'아웃사이더'를 자청하는, 시인.소설가.칼럼니스트.각본가.영화감독 이응준의 산문집. "산문가도, 소설가도 아닌 '이설가'를 꿈꾸었다"라고 말하는 그는, 자신이 세상에 선보인 산문과 혼자 간직하던 산문 들을 정연히 모았다." 


혼자 간직하던 것까지 모은 탓에 책은 832쪽에 이른다는 게 함정. 소개에 따르면 데뷔 후 28년만에 펴내는 첫 산문집이다. 앞서 <미리 쓰는 통일 대한민국에 대한 어두운 회고>(반비, 2014)를 '이응준의 문장전선' 시리즈의 첫 권을 펴낸 바 있는데, 아마도 칼럼집으로 분류하는 모양이다. 아무튼 시나 소설이란 장르만으로는 끊임없이 새어나오는 작가의 입담을 다 담아낼 수 없어 보인다. '이설'로는 카바가 되는 것인가?



어느새 중견시인으로 호명되는 함기석 시인도 '시산문집'을 펴냈다. <고독한 대화>(난다, 2017). '제로(0), 무한(∞), 그리고 눈사람'이 부제다. 절판됐지만 첫 시집 <국어선생은 달팽이>(세계사, 1998)을 읽은 지도 거의 20년이다(그러고 보니 박상순, 이응준, 함기석, 세 시인 모두 세계사에서 시집을 펴냈었군). 

"우리 문단의 중견시인임과 동시에, 우리 동시와 동화에 있어 장르를 넘나드는 폭넓은 활약 속에 있는 함기석 시인의 시산문집. 이 책의 부제는 '제로(0), 무한(∞), 그리고 눈사람'으로 시인임과 동시에, 수학전공자인 그의 이력을 짐작하게 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글쓰기 모음이다. 시산문. 말마따나 시이면서 산문이고 산문이면서 시가 되는 글의 모음을 이렇게 일단은 이름 붙여 보았는데, 읽는 이에 따라 누군가는 시로 읽을 수 있고 또 누군가는 산문으로도 읽을 수 있겠지만 어쨌든 이 뒤섞인 이름이 좇고 있는 그 최종 목적지에 등 돌리고 선 그 존재는 바로 '시'이기에 쉽게 '시론'으로 수렴해볼 수도 있는 책이라 하겠다."

시산문이자 산문시가 208편이 수록돼 있다고 한다. "총 20부로 나누어 전개되는 이 시산문은 총 208개의 독립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다. 본격적으로 책장을 넘기기에 앞서 목차를 훑어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시라는 재료를 가지고 만들 수 있는 음식이 208가지나 된다는 얘기다." 제목이 <고독한 대화>니 만큼 명절에 읽기에는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겠다. 대신 명절 뒤끝용으로...


17. 0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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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일본의 대표 독서가이자 저술가 다치바나 다카시의 묵직한 책이 출간되었기에 앞자리에 세운다. 648쪽 분량이니까 2,000쪽이 넘어가는 <천황과 도쿄대1,2>(청어람미디어, 2008)에는 많이 못 미치지만 635쪽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500권, 피도 살도 안 되는 100권>(청어람미디어, 2008)은 살짝 넘어선다(이 책은 절판됐군). 



띠지의 홍보 문구대로 '압도적인 지의 세계'라는 게 다치바나 다카시의 트레이드 마크다. 인간이 어디까지 읽을 수 있는지, 대체 몇 권이나 읽을 수 있는지 들여다볼 수 있는 시범 사례이고. 제목대로 "책이란 무엇인가, 독서란 무엇인가? 일본의 대표 지성 다치바나 다카시의 유명한 고양이 빌딩 서재를 샅샅이 해부한 책"이다. "타의추종을 불허하는 독서광이자 애서가인 다치바나의 서재에는 과연 어떤 책들이 꽂혀 있을까. 약 20만 권에 달하는 도서를 소장하고 있는 그가 전하는 독서와 공부의 의미, 종이책과 출판의 미래"가 궁금한 독자라면 손에 들어봄 직하다. 


다치바나의 책은 다수 소개되었고, 지난 연말에는 <죽음은 두렵지 않다>(청어람미디어, 2016)가 출간되기도 했다. 1940년생이니까 올해 77세다(알라딘에서 저자 프로필이 다 사라졌다. 오류인지 정책인지 모르겠다). 여전히 현역 독서인이란 점이 놀랍다(내게도 아직 30년이 남아 있단 말인가?). 



<천황과 도쿄대>를 손에 드는 건 아무래도 부담스럽지만,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청어람미디어, 2002) 정도라면 기억을 더듬어 다시 읽어볼 만하다. '다치바나다운' 시각을 잘 드러낸 책으로 기억한다. 



서양 고전학자 김헌 교수의 학술교양서로 <그리스 문학의 신화적 상상력>(서울대출판문화원, 2017)이 출간되었다. "신화적 상상력의 관점에서 그리스 문학을 조망한 책. 이야기의 형태로 그리스 문학을 개괄하면서, 작품들에 녹아 있는 그리스인들의 신화적 상상력을 짚어내 보여준다. 시간의 순서를 따라가며 그리스 문학사의 주요 작품들을 감상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었다. 호메로스의 서사시인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 헤시오도스의 서사시, 서정시, 비극, 희극 등을 차례로 다루었고, 그리스 문학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며 그리스 문학사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호메로스의 서사시에 특별히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저자의 저작으론 <위대한 연설>(인물과사상사, 2008), <인문학의 뿌리를 읽다>(이와우, 2016) 등을 잇고 있는 책. 번역서와 공저도 많은데, 공저 가운데는 <서양고대철학1,2>(길), 번역서로는 <그리스의 위대한 연설>(민음사, 2015)과 망구엘의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세종서적, 2012/2015) 등이 눈에 띄는 책들이다. 



동양철학자이자 명강사로 이름을 날리고 있는 최진석 교수도 신간을 펴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위즈덤하우스, 2017). 단독 저작으론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위즈덤하우스, 2015)에 이어지는 책으로 두 권 모두 강의록을 모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탁월한 사유의 시선>은 "2015년 건명원(建明苑)에서 진행한 다섯 차례의 철학 강의를 묶은" 것으로 "건명원의 초대 원장인 최진석 교수가 개인과 사회를 날카롭게 관찰해온 사유의 결정체다. 저자는 나라를 이끌어갈 개인을 각성시키고 함께 시대적 사명을 감당하기 위해 혁명가이자 문명의 깃발로서의 역할을 자처하며 인문적, 지성적, 문화적, 예술적 차원으로의 선진화를 철학을 통해 제시한다."



지금은 강연자로 더 이름이 높지만, 돌이켜보면 내게 노장철학 전공자인 저자는 <노장신론>과 <장자철학>의 번역자였다. 지금의 독자라면 '노자인문학'의 강사로 알아보겠다. 역시나 그 사이를 지나간 건 물 같은 세월이다...


17. 0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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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국내 저자 3인데, 분류하자면 소설가, 진화생물학자, 미학자다(이런 고정적인 분류를 넘어서고 있지만). 먼저 소설가 백민석. 오랜 침묵 끝에 <혀끝의 남자>(문학과지성사, 2013)로 복귀한 이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이번에 내놓은 건 소설집이 아니라 미술 에세이다. <리플릿>(한겨레출판, 2017). 장편소설 <공포의 세기>(문학과지성사, 2016)는 지난 해에 펴냈고, 재작년에는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한겨레출판, 2015) 개정판을 펴내기도 했다.  


"소설가 백민석의 첫 미술 에세이. 1990년대 한국문학 뉴웨이브의 아이콘, 백민석. 1995년에 등단해서 왕성한 활동 후 절필, 10년의 침묵을 깨고 돌아와 다양한 소설을 펴내고 있는 작가이다. 때로는 진보하고 때로는 퇴보한 예술과 시대의 자장 안에서 백민석은 작가로서의 8년과 절필 후 잠적한 10년의 시간을 하나로 엮어준 ‘미술관 순례’를 기록한다. “글을 쓰지 않을 때도 미술관은 다녔다”는 저자의 글 속에는 지난 20년간 한국 사회를 흔든 정치적, 문화적 이행과 그 시대를 고스란히 겪은 저자 내면의 풍경이 함께 담겨 있다."

'에세이스트'로서의 백민석은 얼른 가늠이 되지 않는다. "“글을 쓰지 않을 때도 미술관은 다녔다”는 말이 힌트가 될 수 있을까. 미술 읽기보다 더 관심을 끄는 것은 아무래도 백민석의 내면 풍경이 아닐까 싶다. 



진화생물학과 진화심리학, 그리고 과학철학을 자유럽게 넘나드는 장대익 교수의 신간은 '다윈 3부작'의 마지막 책 <다윈의 정원>(바다출판사, 2017)이다. 앞서 나온 두 권, <다윈의 서재>와 <다윈의 식탁>이 두 세차례 나온 개정판이었다면 <다윈의 정원>은 오롯하게 신간이다. 

"진화론에서 피어난 새로운 지식과 사상들을 소개하며 이제는 과학이 21세기의 인간학이 될 것이라고 역설한다. 전작인 <다윈의 서재> 및 <다윈의 식탁>에서 간간이 드러나던 장대익 교수의 문제의식은 이 책에서 구체화되어 하나의 독자적인 이론으로 정립되고, 지식의 최전선에서 우리 사회를 통찰하는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는 다윈 삼부작도 이로서 마무리된다."

3부작과 비슷한 성격의 책으로 <인간에 대하여 과학이 말해준 것들>(바다출판사, 2016) 개정판이 중간에 끼여 있는데, 사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 책이었다(좋은 교양과학서가 많이 나오다 보니 그에 대한 우리의 기대치도 높아졌다). <다윈의 정원>이 아쉬움을 상쇄해줄 수 있을지 기대된다. 



미학자이자 전방위 인문학자, 사회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는 진중권 교수도 신작을 펴냈다. <고로 나는 존재하는 고양이>(천년의상상, 2017). 천년의상상에서 펴낸 책으로는 <이미지 인문학1,2>(천년의상상, 2014)에 이어지는 책이다. 그렇다고 '이미지'나 '인문학'에 대한 책은 아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고양이 인문학'이다. 반려묘 사랑이 지극한 걸로 소문난 저자의 고양이 사랑학으로도, 혹은 서문의 제목을 빌리자면 '고양이중심주의 선언'으르도 읽을 수 있는 책. 책의 세 장은 각각 '고양이의 역사학''고양이의 문학''고양이의 철학'을 다룬다. 실상은 그의 고양이 루비가 구술한 것은 받아적어 펴냈다고 하는데, "고양이의 창세기부터 현대, 그리고 동서양을 아우르며 고양이에 관한 역사, 문학, 철학에서의 재미난 이야깃거리들이 굽이굽이 펼쳐진다." 하여, '고양이 인문학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되겠다. 


책의 부제는 '지혜로운 집사가 되기 위한 지침서'다. 즉 고양이 집사들을 위한 책인 셈인데, 예비 집사들도 읽어보면 좋겠다. 집사도, 예비 집사도 아닌 독자라면? 루비님 말씀이 그 정도는 알아야 하시란다...


17. 0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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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의 첫 페이퍼는 '이주의 저자'다. 이번 주말쯤 올릴 페이퍼이지만 예약 포스팅이 가능한지(임시저장을 해놓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확신이 서지 않아서 미리 올려놓는다(내일 러시아로 떠나기에 특별한 일이 없다면 10일 이후에 서재로 복귀한다). 



지난해 초 타계한 신영복 선생의 1주기를 맞이하여 유교집과 인터뷰집이 출간되었다. 필사노트 <만남>까지 포함한 특별 세트도 함께. 유고집 <냇물아 흘러흘러 어디로 가니>(돌베개, 2017)은 "신영복 선생(1941~2016)이 생전에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한 글들을 모아 3부로 재구성한 것이다." 그리고 인터뷰집 <손잡고 더불어>는 "신영복 선생이 생전에 가진 많은 대담 중 10편을 가려 엮은 것"이다. 새해맞이 책으로 고름직하다. 



<동사의 맛>,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저자 김정선의 신간도 나왔다. <소설의 첫 문장>(유유, 2017). "고전과 현대, 지역을 막론한 다양한 소설에서 첫 문장을 모아, 가르고 묶어 그 글타래를 통해 돌아본 자신의 삶을 적은 저녁노을 같은 책"이다. 

"소설에는 여러 사람의 다채로운 삶이 담긴다. 모두 다른 삶이지만 돌아갈 수 없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점에서는 모두 같은 삶이다. 소설은 타인을 이해하게 하는 동시에 독자인 나 자신을 이해하게도 한다. 그리하여 이 책에 모인 242개의 소설 첫 문장들은 우리를 저자의 삶으로 이끌고, 더불어 각 소설 속으로 불러들인다."


발상만 놓고 보면 윤성근의 <내가 사랑한 첫 문장>(MY, 2015)과 겹쳐 읽어도 좋겠다. '이상한 나라의 헌책방' 주인장인 저자의 책으론 지난해에 <탐서의 즐거움>(모요사, 2016)과 <나는 이렇게 읽습니다>(텍스트, 2016)가 더 나왔었다. 겸사겸사 같이 언급해놓는다. 



소설가 한창훈의 에세이집도 나왔다. <공부는 이쯤에서 마치는 거로 한다>(한겨레출판, 2017). "2015년 5월부터 2016년 7월까지 '한겨레21'에 연재한 '한창훈의 산다이'를 정리해서 묶었다. '산다이'는 거문도 방언으로 축제, 여흥이란 뜻이다. 그러니까 이 책은 '한창훈식 노는 법'에서 나왔다. 작가는 불안에 떨며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쫓기듯 놀지 말라고, 쪽방에 갇혀 시험 준비만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라고, 맑은 날씨를 즐기며 행복해지자고, 느닷없이 어울리자고, 아프니까 청춘이 아니고 덤비니까 청춘이라고 말한다."


작가가 지난 해에 펴낸 책으론 연작소설집 <행복이라는 말이 없는 나라>(한겨레출판, 2016)가 있었다. 그리고 에세이로는 개정판 <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교유서가, 2015)가 앞서 나왔던 책이다. 작가의 꾸준한 소출이 애독자들에게는 푸짐한 밥상에 다름 아니다. 


매주 세 명씩 이렇게 골라나가다 보면 (간혹 중복 저자도 생기지만) 올해도 150명을 만나게 된다. '만남'이란 말이 내게 뜻하는 바이다...


17. 0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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