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이번 주에도 국내 저자 3인을 골랐다. 먼저 사회학자 김동춘 교수의 사회비평집으로 <사회학자 시대에 응답하다>(돌베개, 2017)가 출간되었다. '시대에 응답하고자 한 30년의 글쓰기'를 정리한 선집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 사회학자이자, 시민운동가로 활동해온 실천적 지식인 김동춘은 1980년대 후반 비판적 소장 사회학자로 지식계에 등장한 이래, 한국 사회를 성찰하는 묵직한 연구서와 비평을 지속적으로 발표했으며, ‘전쟁정치’ ‘기업사회’ 등의 독자적 개념으로 한국 사회의 모순과 문제를 해명하고자 했다. 이 책은 당대 한국 사회의 과제에 직면하여 책임 있는 지식인으로서 시대에 응답하고자 1990년부터 2017년까지 매해 발표한 시평 성격의 글을 가려 뽑은 책이다."

말미에는 후배 학자 윤여일과의 대담도 실려 있어서 '동춘사회학'의 문제의식과 여정도 일별하게 해준다.

 

 

기자 겸 편집자 생활을 거쳐서 현재 미스터리 전문지 <미스테리아> 편집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용언도 <범죄소설>(강, 2012) 이후 두번째 단독 저서로 <문학소녀>(반비, 2017)를 펴냈다.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가 부제다.

"저자는 “소녀 문단”, “여류라는 프레미엄”, “지나친 섬세 감각이라는 한계성” 등 이 시기 여성 문인들을 끊임없이 평가하고 범주화한 남성 지식인들의 언어를 자세히 살펴본다. 한국의 근현대를 관통하는 과거를 추적함으로써, 왜 소녀들은 전혜린의 글을 통해 여성의 시선과 목소리에 입문하지만 그것을 둘러싼 경멸과 비웃음을 이기지 못하고 ‘여류’를 벗어나려 애쓰게 되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얼마 전에 전혜린의 삶과 문학에 대해 강의한 적이 있어서 저자의 전혜린론 내지 '문학소녀'론에 관심을 갖게 된다. 기회가 닿으면 '전혜린 효과'에 대해 글을 써봐야겠다.

 

 

'씨네21' 편집장 출신으로 한국영상자료원장과 서울문화재단 대표를 지낸 조선희 작가도 신작 소설을 펴냈다. <세 여자>(한겨레출판, 2017). 장편소설로는 <열정과 불안>(생각의나무, 2002) 이후 꽤 오랜만인 듯싶다.

"이 소설은 한 장의 사진에서 시작됐다. 1920년대로 추정되는 식민지 조선, 청계천 개울물에서 단발을 한 세 여자가 물놀이를 하는 사진. 작가가 이 소설을 처음 구상한 것은 사진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허정숙을 발견한 힘이 컸다. 허정숙에 흥미를 가지고 들여다보다가 '신여성이자 독립운동가'라는 새로운 인물 군상이 눈에 들어오게 된 것이다. 박헌영, 임원근, 김단야… 각각의 무게감은 다를지언정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과 한국 공산주의운동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름들이다. 그런데, 이들의 동지이자 파트너였던 주세죽, 허정숙, 고명자 이 여성들은 왜 한 번도 제대로 조명되지 못했을까. 이 소설은 우리가 몰랐던 세 명의 여성 혁명가, 그들의 존재를 담담히 보여주고 있다."

 

소개대로 공식적인 역사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던 '세 여자'의 삶이 작가적 상상력이라는 조명 하에 어떻게 되살아날지 궁금하다...

 

17. 07.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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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에세이에 해당하는 책을 펴낸 저자 3인이다. 먼저 소설가 김탁환의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북스피어, 2017)는 소설 <거짓말이다>(북스피어, 2016)의 뒷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다.

 

 

"2016년 3월 2일, 소설가 김탁환은 팟캐스트 라디오 [416의 목소리]를 진행하며 잠수사 김관홍과 만난다. 김관홍 잠수사는 세월호 희생자들의 시신을 수습하는 데 참여한 민간잠수사였다. 세월호 유가족과도 자주 접촉해 왔던 김탁환에게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는, 세상 어디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였다. 탁월한 이야기꾼이기도 했던 김관홍 잠수사의 이야기에 매료된 소설가는, 잠수사를 주인공으로 한 소설을 쓴다. <거짓말이다>는 그렇게 탄생했다. <그래서 그는 바다로 갔다>는 <거짓말이다>의 제작 과정을 김탁환의 일기 형식으로 담았다."

김탁환은 <거짓말이다>와는 별도로 세월호 사건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묶은 중단편집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돌베개, 2017)도 지난 봄에 펴냈다. 작가는 현재 가장 집요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세월호 사건을 문학적 형식에 담기 위해 애쓰는 중이다. 마침내 문학의 위엄에까지 도달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북칼럼니스트이자 인문서 기획자로 활동중인 장동석도 단독저서와 공저를 펴냈다. <다른 생각의 탄생>(현암사, 2014)은 '온전한 나를 위한 세상 모든 책과의 대화'를 부제로 한 독서록이고, 공저 <지그문트 바우만을 읽는 시간>(북바이북, 2017)은 올초에 타계한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을 기리는 책이다. <다른 생각의 탄생>은 독서를 다르게 지칭하는 말로 읽힌다.

"책과 더불어 살아가는 출판평론가 장동석이 동서고금의 수많은 저자들이 써낸 고전부터 비교적 최근에 쓰여 주목받고 있는 책들까지 자신만의 방식으로 읽어온 기록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사람의 마음은 어디서 시작되는지, 그것을 추동하는 것은 무엇인지, 또 어떤 모습으로 발현되는지를 찾기 위해 평소에 씨름했던 열다섯 가지 주제를 이 책에서 흥미롭게 풀어낸다."

 

라디오방송 PD이자 에세이스트로 활동하는 정혜윤의 신작 <인생의 일요일들>(로고폴리스, 2017)은 <스페인 야간비행>(북노마드, 2015)에 이어지는 여행에세이다. '인생의 일요일들'을 떠올리게 하는 여행지는 어디일까? 바로 그리스다(실상은 일요일에 적어내려간 편지들의 모음집이어서 '인생의 일요일들'이 되었다 하지만).

"에세이스트 정혜윤이 <인생의 일요일들>을 이루는 39통의 편지를 쓰기 시작한 것은 우연히 숲 이야기가 담긴 메일 한 통을 받으면서부터였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이야기로 답장을 쓰고 싶었던 작가는 2015년 여행했던 그리스에서의 기억을 편지로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주로 일요일에 쓰였기에 편지는 '일요일의 편지'가 되었고, 그 속에 담은 나날들은 '인생의 일요일들'이 되었다. 단순한 그리스 여행기는 아니다. <인생의 일요일들>은 자기 자신을 치유하고 새롭게 살아갈 용기를 얻는 법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는 그리스의 기억과 매일의 일상생활을 교차시키며, 삶을 잘 겪어내는 법과 다친 마음을 스스로 치유하는 법을 찾는 '생각 여행'을 한다."

 

아직 그리스 여행을 꿈꾼 적은 없지만,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를 가끔 강의에서 읽게 되므로 언젠가는 여행 배낭을 꾸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그때는 그리스의 끝, 마니까지 가보는 걸 목표로 삼아야겠다...

 

17. 0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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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백낙청 선생. <백낙청 회화록>의 6,7권이 10년만에 추가되었다. 1-5권은 지난 2007년에 한 질로 나온 바 있다.

 

"문학평론가이자 영문학자이며 <창작과비평> 명예편집인이기도 한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회화록. 2007년에 나온 <백낙청 회화록>(전5권)의 후속편이다. 이번에 출간된 <회화록> 6, 7권은 시기적으로 2007년 9월부터 2016년 12월, 이명박정부 직전부터 박근혜정부하 촛불혁명의 성과가 가시화하던 시점까지의 10년을 배경으로 한다. 최근 우리 역사에서 혹독하고 암담했던 9년이 새로운 희망과 기대로 마무리되는 극적인 반전의 시기다. 6, 7권에는 고은, 임동원, 윤여준, 이해찬, 김종인, 안병직, 최장집 등 원로에서부터 안경환, 송호근, 유시민, 노회찬, 진중권, 김두식 등 중견 보수·진보를 망라한 지식인그룹을 비롯하여 김미화, 김제동 등 문화계 인사까지 다양한 분야의 인물들과 나눈 대화가 실려 있다."

'회화록'이 이만한 규모로 나온 전례가 없을 듯한데, 여하튼 반세기 이상 한국 지식장에서 중심적 역할을 한지라 그가 나눈 대화록만으로도 한국 현대사의 거울이 된다. 더불어, 추가된 두 권은 그의 팔순을 기념하는 의미도 갖는 듯하다.  

 

 

중견 소설가 성석제의 신작과 개정판이 한꺼번에 나왔다.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문학동네, 2017)는 첫 작품집(1994)의 두번째 개정판이고,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문학동네, 2017)은 2003년판의 개정판이다.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문학동네, 2017)이 신작으로, 세 권 모두 '짧은 소설집'이란 공통점이 있다. 과거 엽편소설, 혹은 장편(掌篇)소설로 불린 장르를 요즘은 그냥 '짧은 소설'로 부르는 모양인데, 이 짧은 소설의 '거장'이 성석제다(러시아 작가 체호프의 단편가운데도 '짧은 소설'들이 많이 있다. '짧은 단편'이란 말은 중복 표현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긴 단편'들도 있으니 말이다).

"200자 원고지 10~30매 정도의 짧은 분량 안에 인생과 인간의 번뜩이는 순간을 담아낸 '짧은소설'은 SNS와 모바일환경에 익숙해진 젊은 독자들의 눈을 사로잡으며, 우리 문학의 한 장르로 자리잡았다. 이 짧은소설계의 '거장'이라 할 수 있는 소설가 성석제가 새 책을 들고 돌아왔다. <성석제의 이야기 박물지 유쾌한 발견>(2007)과 <인간적이다>(2010)의 일부 원고와 그후 2017년까지 써온 최근작을 엮은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에는 55편의 '압도적인' 짧은소설들이 담겨 있다."

세 권으로 모아놓으니 '성석제표' 소설의 특징과 성취가 가늠이 되겠다.

 

 

언론인 저술가 현이섭의 <중국지>(인물과사상사, 2017)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마오쩌둥과 중국혁명 평석'이 부제다. "중국공산당의 혁명 역사인 마오쩌둥과 주변 인물들의 생애를 일화 중심으로 쉽게 풀어"낸 책이다.

"비밀해제 문건과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집필된 <중국지>는 알기 쉽고 흥미로운 서술을 통해 중국의 근현대사에 대해서 객관적이고 올바른 이해를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국토 크기만큼이나 방대할 뿐만 아니라, 예측불허의 사건으로 점철되어 있는 중국의 근현대사를 치밀한 현실 정치 감각과 역사적 통찰력을 바탕으로 심층적이고 폭넓게 분석.조망하고 있다. 또한 일반 독자들이 알기 힘든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나 피를 말리는 대치 상황 등이 생생하고 정밀하게 묘사되어 흥미진진하고 팽팽한 긴장감을 더한다."

 

 

마오쩌둥과 그의 시대에 관해서는 최근에도 계속 책이 나오고 있다(<마오쩌둥 평전>은 나도 흥미롭게 읽는 중이다). 중국현대문학 내지 당대문학 작가들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마오와 덩의 시대 중국사 책들에도 손이 가게 된다. <중국지>도 그런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일독해봄직하다...

 

17. 06.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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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한주 건너뛰었기에 '지난주의 저자'라고 해도 무방하다. 실제로 지난주에 메모해 놓았던 세 명의 저자다. 



먼저 정치학 전공자로 활발한 저술활동을 펴면서 현재는 참여연대의 시민교양 팟캐스트 '철학사이다' 진행도 맡고 있는 김만권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김만권의 정치에 반하다>(궁리, 2017). "거리의 정치철학자, 김만권의 ‘모두를 위한 정치학 특강’ 1권 정치 편. 이 책은 그동안 길 위에서, 대학에서 열었던 김만권의 정치학 강의실을 책으로 옮겨놓은 것이다." 이번에 1권이 나온 것이므로 이 시리즈는 계속 이어질 수 있겠다. 시민교양서이므로 각자의 정치적 교양과 소양을 테스트해보는 용도로 활용해도 좋겠다. 



한겨레신문 기자이자 환경 논픽션 작가 남종영도 시작을 펴냈다. <잘 있어, 생선은 고마웠어>(한겨레출판, 2017). 첫 책 <북극곰은 걷고 싶다>(한겨레출판, 2009)에 이어서 저자가 이번에 다룬 건 남방큰돌고래다. "제주 앞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치다 그물에 걸려 2009년부터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쇼를 한 남방큰돌고래 제돌이.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불가능으로만 여겨졌던, 한 돌고래의 '바다로 돌아가는 꿈'이 실현됐다. 이 책은 남방큰돌고래 야생방사를 기자의 취재를 따라가는 스토리텔링으로 다룬다." "가히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돌고래와 동물복지에 대한 모든 것’이라고 불려도 손색이 없다"는 소개평이 책의 의의를 압축한다.  



경제사 전공사이면서 독특하게도 다양한 비주얼 자료 활용에 관심이 많은 송병건 성균관대 교수도 '비주얼 경제사' 둘째 권을 펴냈다. <세계화의 풍경들>(아트북스, 2017)이다. "이 책은 그림을 미술사적 의미로 해석하기보다 시대를 반영하고 기록한 기록물로 인식하고 그림 뒤에 숨겨진 역사적 사실과 해석을 풀어나간다. 역사를 경제사의 관점에서 풀어가며, 그중에서도 특히 세계화에 관련된 사건이 일어난 순간들에 집중한다. 이 녹록치 않은 주제를 거장이 남긴 명화, 필부들의 사진, 삽화, 만화 속에 투영된 이야기로 풀어본다." 저자의 전작으로 <세계경제사 들어서기>(해냄, 2013), <영국 근대화의 재구성>(해냄, 2008) 등을 지난해에 구입한 인연이 있어서 왠지 친근하게 느껴진다. '비주얼' 자료를 활용한다니 세계경제사를 더 부담 없이 읽어볼 수 있겠다...


17. 0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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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맞은 첫 주말인데, 큰 근심을 덜었다 싶다(아마도 대다수 국민들의 마음이 그러하리라).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은 정부이지만 충분히 신뢰할 만한 출발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기 몫의 역할과 응원을 보태는 것 정도가 남은 일이다. 내게는 서재일이 그런 일에 속한다. 대개 일이 그렇듯이 놔두면 해결되는 게 아니라 쌓인다. 먼지까지 덮어쓰기 전에 손을 부지런히 놀려야겠다. 먼저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엊그제 고르기도 했지만 이 또한 밀려서 그렇다).



역사학자 백승종 교수가 <생태주의 역사강의>(한티재, 2017)를 펴냈다. '근대와 국가를 다시 묻는다'가 부제다. 저자는 '생태주의 역사가'를 자임하면서 근대 역사학의 한계를 비판한다. 

"<정조와 불량선비 강이천>으로 제52회 한국출판문화상을, <금서, 시대를 읽다>로 2012년 한국출판학술상을 수상하면서 독자와 학계의 호응을 받았던 백승종 교수. 이 책 <생태주의 역사강의>는 '근대'와 '국가'라는 이데올로기에 사로잡힌 주류 역사연구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실천적 지식인으로서 저자의 문제의식을 집약한 저작이다. 저자는 근대역사학의 한계를 비판하면서, '생태주의'를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제시한다. '생태적 전환'은 인간의 탐욕에 의한 생태계의 착취를 중단하려는 시도이다. 그리하여 구성원 모두에게 평화를 선사하고, 생태적 존재로서 본성의 회복을 촉구한다."


'주류 역사연구'의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 전선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가늠이 안 되지만, 여하튼 역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의 제안으로 읽힌다. <조선의 아버지들>(사우, 2016)도 가볍게 읽어봄직하다. 


소설가이면서 전기 작가로 활발한 필력을 보여주고 있는 안재성의 신작은 '5.18 민주화둥온 마지막 수배자' 윤항봉의 편전이다. <윤한봉>(창비, 2017). 

"5·18민주화운동의 마지막 수배자이자 국제연대를 조직한 세계적 활동가, 임수경의 방북과 귀환을 기획한 통일운동가였던 합수 윤한봉 선생의 삶을 충실히 기록한 평전이다. 총 19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내용의 대부분을 운동가로서 그의 활동이 가장 두드러졌던 1971년부터 1993년까지의 이야기에 할애했다. 그 전반부에 해당하는 10년은 늦깎이 대학생으로 전남대에 입학한 윤한봉이 우여곡절 끝에 5·18민주화운동의 주모자로 수배되어 미국 망명을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이다. 여기서는 ‘목장 풀밭에서 아내에게 피리 불어주며 조용히 행복하게 사는 게 꿈’이었던 청년 윤한봉이 ‘반란 수괴’로 거듭나는 과정이 흥미롭게 그려진다."

5.18민주화운동 37주년을 기념하는 의미의 책이기도 하다. 소설가 황석영 선생이 붙인 추천사는 이렇다. 
"윤한봉, 그 이름을 내 어찌 잊을 수 있겠는가. 광주 시절 그는 내 문화운동의 정치위원이었고 해외 망명 시기에는 나의 든든한 버팀목이었다. 식구들은 그를 삼촌이라고 불렀고 나는 그를 합수라고 불렀다. 거름의 토박이말인 합수는 그의 별명이기도 했다. 그는 살아서 광주는 물론 분단된 조국의 거름이 되겠노라 했으며 죽어서는 5·18 광주 아우들의 틈으로 돌아가 묻혔다. 지혜롭고 강인하고 부지런했던 합수는 원칙의 사내였고 그 때문에 모두가 불편해하였다. 오늘 나는 그가 곁에 있어 나를 여전히 불편하게 해주기를 소망한다."


한국근대 연구자이자 사진가이도 한 이승원이 '나무를 다듬고, 가죽을 꿰매고, 글을 쓰는 남자의 기록'을 펴냈다. <공방 예찬>(천년의상상, 2017). 저자가 뛰어난 목공인이기도 하다는 건 수년 전에 사석에서 알게 되었는데 책으로 만나게 되어 반갑다. 

"<공방예찬>은 목공방과 가죽공방에서 나무를 다듬고, 가죽을 꿰매고, 글을 쓰는 남자의 소소하지만 감칠맛 나는 일상 에세이다. 옛사람들의 삶을 다루던 인문학자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이야기를 따뜻한 필치로 써 내려간, 에세이스트로서 첫 발걸음을 내딛는 책이기도 하다. 가죽과 나무를 향한 열렬한 사랑, 장인들의 세계, 아날로그적 취향, 중년의 자기 육체 탐구, 가족 특히 친구 같은 아내와의 아옹다옹 일화 등을 소재 삼아, 가벼움과 무거움을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풀어놓는 그의 이야기는 독자에게 읽는 맛과 동시에 마음의 풍요로움을 선사한다. 또한 그가 직접 포착한 공방과 유럽 곳곳의 풍경 사진들은 세심하게 배열한 문장과 조화롭게 어우러져, 먼 곳을 향한 그리움과 동경,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향한 설렘까지 고스란히 전한다."


저자는 빼어난 사진가이기도 한데, 그의 사진들은 부부이기도 한 정여울 작가의 에세이에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연구노동자이자 저술노동자 커플의 부창부수다(사자성어에서는 남편 부가 아내 부보다 먼저 나오지만, 이 경우는 두 한자를 바꿔적어야겠다).   


페이퍼를 적는 중에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그 전에는 남자는 두어 시간 잤더니 모처럼 머리가 맑다. 밀린 책들을 몇 시간 읽어야겠다...


17. 0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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