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프레시안 북스의 리뷰를 보고 다시금 떠올린 책은 이상각의 <조선 역관 열전>(서해문집, 2011)이다. 지난달에 나온 책으로 '8월의 읽을 만한 책'에도 올려놓았지만 아직 장바구니에 들어있는 상태다. 순서가 많이 밀렸다는 얘기인데, 주된 이유는 사마천의 <사기>와 중국사 관련서, 그리고 다른 조선사 관련서들이 앞자리를 차지해서다. 뜸을 들여가면서 <사기본기>, <사기세가>, <사기열전>까지 구매를 마치고, 도올의 <논어한글역주1,2,3>(통나무, 2008)도 마지막 3권을 주문한지라 이제 차례가 멀지 않았다. 내키면 내주에는 손에 들 수 있을 듯싶다. 소개기사를 뒤늦게 챙겨놓는다.  

   

서울신문(11. 07. 16) 조선시대 외국어로 富·명예 거머쥔 사람들

역관(譯官)이란 알다시피 통번역을 하는 벼슬이다. 이들은 주로 중국과 왜, 몽골, 여진 등과의 외교에서 통역 업무를 맡았다. 사신의 행차를 따라가 통역을 하거나 외국 사신이 방문했을 때 통역을 맡는 등 외교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들은 또 밀무역에 깊숙이 관여하면서 많은 이익을 남기기도 하면서 조선시대의 무역 활동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했다. 따라서 역관들은 기술과 행정 실무뿐만 아니라 지식과 경제력에서도 양반 계층에 뒤지지 않았다. 하지만 늘 중인으로 대우받는 것에 불만을 가졌다.

그렇다면 조선시대 당시 뛰어난 외국어 실력을 바탕으로 외교에서부터 무역까지 종횡무진 활약한 사람들은 누구일까. 중인 신분의 외국어 전문가이면서도, 양반 사회에서 신분차별의 설움을 견디며 부와 명예를 거머쥔 인물들이기에 ‘조선 역관 열전’(이상각 지음·서해문집 펴냄)에 적잖이 눈길이 간다.  

이 책의 특징은 인물을 크게 네 분야로 나눴다는 점이다. ‘차이나 드림을 꿈꾸다’, ‘일본과 통하다’에선 중국어와 일본어 역관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나머지는 조선시대 통역관의 면면을 세밀하게 살피고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역관들은 외교 당사국의 이질적 문화를 적극 수용하고 장점을 받아들일 줄 알았던 외교관이자 뉴프런티어였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나라의 위급상황 시 활약했던 인물들을 흥미롭게 나열한다. 임진왜란 당시 홍순언은 종계변무(명나라 사서에 잘못 기록된 조선 왕실의 족보를 바로잡는 일)와 명나라가 참전하는 데 큰 공을 세운 점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청나라 역관이 돼 조선을 골탕 먹인 정명수는 홍순언과는 반대되는 인물이라는 점을 대비시킨다. 그는 청나라 포로가 됐다가 병자호란 당시 청나라 장수의 역관이 돼 청나라가 조선을 침략하는 데 앞잡이 역할을 했다.

조선시대 최고의 역관 가문이 밀양 변씨와 인동 장씨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 두 가문의 대표적 역관으로 변승업과 장현 등을 열거하면서 특히 변승업의 할아버지는 뛰어난 외국어 실력과 장사 수완을 바탕으로 큰 재산을 모았고 ‘허생전’의 등장인물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장희빈의 숙부이자 대부호인 장현도 역관 신분으로 중개무역을 통해 큰 부를 쌓으면서 조선시대 최고 역관 가문의 반열에 올랐다고 말한다.

19세기 중엽 중국어 역관으로 활약한 오경석의 집안은 아버지 오응현과 아들 오세창까지 이어지는 조선 후기의 대표적 역관 가문이다. 이러한 내력을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오경석은 병인양요 당시 프랑스 침공에 대비한 대책을 세우는 등 대외 관계에서 많은 활약을 하면서도 역관으로 쌓은 지식과 부를 바탕으로 서화 수집과 예술활동에 적극 참여했다는 대목에도 눈길이 간다.(김문 편집위원)  

11.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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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가게재습격 2011-08-27 14:56   좋아요 0 | URL
요즘은 동양고전 위주로 고르시네요.^^

로쟈 2011-08-27 22:10   좋아요 0 | URL
흠 방학때 그나마 얻은 소득이에요.^^;

가넷 2011-08-27 16:43   좋아요 0 | URL
논어한글역주는 아마 통나무에서 나왔던 것 같네요.

로쟈 2011-08-27 22:09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오타가 났네요.^^
 

긴가민가 해서 리뷰를 기다렸던 책은 <조선전쟁 생중계>(북하우스, 2011)이다. '500년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에 대해 '생중계'한다는 컨셉인데, 주제는 흥미롭지만 얼마나 진지하게 다루는 것인지 실물을 보지 않고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저자들이 역사 전문가가 아니어서 더욱 그런데, 소개기사를 읽어도 여전히 판단이 서지 않는다. 알라딘 리뷰도 기다려야 할 듯하다...  

    

한겨레(11. 08. 27) 임진왜란·병자호란을 ‘생중계’하다

임진왜란(1592~1598) 하면 대개 무능한 조선 정부와 이순신 장군의 활약을 떠올린다. 혹자는 한산도 해전, 행주산성 싸움, 진주성 싸움 등 3대첩과 이이의 10만 양병설을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제대로 아는 것은 그리 많지 않다. 전쟁의 원인과 배경, 전개과정, 결과와 영향 등의 교과서의 도식을 따라 시험용으로 외웠기 때문이다. 조선의 에이스 신립이 패배해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도주하게 된 탄금대 전투의 내막, 탄금대와 유사한 지형인데도 승리로 이끈 행주산성 싸움의 진상 등을 제대로 쉽게 알려주는 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원균의 조선 수군이 궤멸된 칠천량 전투는 묻히고, 남은 13척으로 500척의 일본 수군을 무찌른 이순신의 명량해전은 부풀려 전하는 등 애국주의가 힘쓰기도 한다.

<조선전쟁 생중계-500년 역사를 뒤흔든 10번의 전투>는 탄금대, 행주산성, 칠천량, 명량, 노량 등 임진왜란 중 5개 전투를 비롯해 사르후, 쌍령, 광교산 등 병자호란 3개 전투와 조선초기 여진족 정벌 중의 파저강 전투, 조선후기 미 해군의 침략에 맞선 강화도 손돌목돈대 전투 등 조선시대의 10가지 전투의 진실을 승패와 무관하게 소상하게 전달하는 책이다. 행주산성 싸움의 아낙네들의 행주치마, 명량해전의 쇠사슬 작전 등 근거 없는 이야기를 걷어내고 전투가 벌어진 곳의 지형지물, 피아 장수들의 시간대별 작전 등 실제 전투상황을 되짚어본다.

이런 취지에 맞게 독특한 서술 방식을 들고 나왔다. 전투의 앞뒤를 먼저 서술한 뒤 실제 전투장면을 생중계 형식으로 풀어나간다. 아나운서와 해설자처럼 전황을 전달하고 평가한다. 노량해전의 시작은 이런 식이다.

중계자 “노량을 빠져나간 (고니시 유키나가 쪽) 배는 다른 곳에서 철수한 일본군이 대기하고 있는 남해도 건너편의 창선도에 가서 구원을 요청하는군요. 이순신 장군이 배후에서 공격을 당할 수도 있는 위기에 처합니다. 퇴각해야 하나요?”

해설자 “보통 지휘관이라면 그랬겠죠. 하지만 이순신이 누굽니까. 이미 상황판단을 끝내고 대책을 세우죠.”

중계자 “말씀드리는 순간, 조선 수군이 노량으로 진격합니다. 이순신 장군은 원수들을 무찌를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향을 피우고 하늘에 비는군요.”

전황을 알려주는 각종 지표와 대치상황, 양쪽의 함선과 군사들의 장비 등을 도표와 그림으로 함께 보여줘 전투를 현장에서 지켜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자칫 역사를 희화화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생중계 형식을 쓴 것은 지은이들이 역사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대표집필자 정명섭씨는 역사추리소설 <적패>, 한국사의 주요 암살사건을 다룬 <암살로 읽는 한국사>를 쓴 작가. 그는 작전기획 및 교관을 지낸 현역 소령, 한·일 교류사에 관심이 많은 일본인, 아마추어 신미양요 전문가와 한국화 전공자로 팀을 꾸려 이 책을 만들었다. 2년여의 자료수집, 토론과 연구, 현지답사 끝에 복잡한 전황을 설명하기에 생중계 방식이 최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임종업 선임기자) 

11. 08. 26.  

P.S. 긴가민가 하면서도 관심을 갖는 건 오늘 배송받은 책 가운데 임진왜란 관련서가 몇 권 포함돼 있기 때문이다.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 이야기 가운데 <조선과 일본의 7년전쟁>(한길사, 2010, 11쇄), 국립진주박물관에서 엮은 <프로이스의 '일본사'를 통해 다시 보는 임진왜란과 도요토미 히데요시>(부키, 2009, 3쇄), 그리고 사카구치 안고의 소설 <오다 노부나가>(세시, 2010) 등이다(<오다 노부나가>는 작가에 대한 관심도 한몫했다).  

 

'한국사 이야기'(전22권) 가운데 같이 구입한 건 12권 <국가 재건과 청의 침입>(한길사, 2009, 9쇄)이다. 물론 병자호란(조청전쟁)을 포함하고 있다. 지금 보니 루이스 프로이스의 <일본사>에서 임진왜란 관련 대목의 번역으론 <임진난의 기록>(살림, 2008)도 나와 있다. <임진왜란과 도요토미 히데요시>와 중복되는 듯싶다. 임진왜란에 대한 역사학계의 조명으론 <임진왜란, 동아시아 삼국전쟁>(휴머니스트, 2007)을 참고할 수 있을 듯싶은데, 이미 품절된 책으로 뜬다. 국제학술대회 발표문을 모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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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지 2011-08-27 05:12   좋아요 0 | URL
포스팅 제목만 보고 '나는 꼼수다 호외편'을 다루시나 해 한달음에 달려와 봤습니다.^^;;; 사백 여년이 흘렀어도 참 현실감 있습니다..

로쟈 2011-08-27 11:52   좋아요 0 | URL
그렇게 연상이 되나요?^^; 꼼수는 저도 잘 듣고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11-08-29 17:37   좋아요 0 | URL
오다 노부나가는 임진왜란 이전에 사망하므로 그 뒷이야기까지 알려면 야마모토 시치헤이<기다림의 칼>이 좋습니다.오다,도요토미,도쿠가와 3인을 함께 다뤘죠.

진순신<중국사>도 임진왜란 병자호란 이야기가 자세합니다.명-청 교체기 공부에 좋죠.

국내제도권학계의 임진왜란 병자호란연구로 한명기 씨 책이 좋습니다.병자호란 이전에 일어난 정묘호란을 깊이있게 알아야 병자호란을 공부할 때 더 수월합니다.

로쟈 2011-08-30 08:30   좋아요 0 | URL
저는 최근에야 진순신의 중국사 이야기와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를 읽습니다.^^ 한명기 교수의 책은 저도 갖고 있습니다. 작년에 병자호란에 관심이 있을 때 구해놓고 아직 정독은 못하고 있어요...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

도서출판 텍스트에서 펴내는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 시리즈의 6차분이 출간됐다. 우리 시대 각 방면의 '20-30대가 쓴 자서전'이다. 오랜만에 이 시리즈에 주목한 기사가 뜨기에 옮겨놓는다. 

서울신문(11. 08. 13) 치열하게 살았는데 화려하진 않네요, 괜찮죠?

요즘 출판계를 비롯한 한국 사회의 화두 가운데 하나는 ‘88만원 세대’ ‘삼포세대’(연애·결혼·출산 포기) 등으로 불리는 20~30대 젊은이들이다. 한때는 ‘신세대’ ‘N세대’ ‘X세대’ 등 찬란한 수식어가 붙었는데 지금 젊은이들은 규정하는 단어조차도 칙칙하다. 이런 젊은이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글은 무엇일까. 위인의 삶은 너무 무겁고, 유명인이 내는 수필 속의 삶은 너무 가볍다.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텍스트 펴냄) 시리즈는 이 시대, 다양한 젊은이들의 목소리를 담은‘ 20~30대가 직접 쓴 자서전이다. 일기라고 하기에는 저자들이 그동안 살아온 삶이 저마다 치열하고, 성공담이라고 하기에는 이들의 삶이 화려하지만은 않다. 2009년 시작된 시리즈의 6차분 3권의 책이 동시에 나왔다



아나키스트인 조약골의 ‘운동권, 셀레브리티’, 김자현 KBS PD의 ‘마트료시카, 모래섬에 왈츠를!’, 출판인 김류미의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다. 지금까지 19권이 발행됐는데, 출판사 측은 “1만 1명까지 책을 내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조약골은 오늘도 투쟁하며 생활 속의 혁명을 실천하는 운동가다. 주거침입죄, 건조물침입죄, 업무방해죄, 공무집행방해죄, 일반도로교통방해죄, 집시법위반죄, 심지어 폭행죄까지, 세상은 그에게 존재 자체가 불법이라고 단죄한다. 남자지만 대안 생리대 강의 등을 하는 ‘피자매연대’ 활동도 한다. 채식을 하고 자전거를 타며 천성산, 이라크, 새만금, 대추리, 용산참사 현장, 두리반 등에서 비폭력 평화활동가로 운동해 왔다.

각 책의 마지막 장은 릴레이 인터뷰로 채워졌는데, 다음 편 시리즈의 저자가 인터뷰어가 된다. 조약골은 ‘NGO에서 일하는 친구가 우리도 인권착취를 많이 당한다고 하더라.’는 질문에 “아직은 현실이 더 야만적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이렇게 하지 않으면 앞으로는 더 야만적인 상황이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라고 답한다.

김자현(32) PD는 노문학을 전공한 인문학도였다. 학창 시절 대부분을 얌전하고 조용한 모범생으로 지냈으며, 고등학교 때 영화 ‘닥터 지바고’를 우연히 보고 노문학을 전공하기로 한다. 그가 쓴 ‘마트료시카’는 러시아 교환학생 시절 이야기와 PD로 일하며 ‘시청자칼럼 우리 사는 세상’ ‘러브 인 아시아’ ‘박중훈 쇼’ 등을 제작한 경험담이 담겨 있다.

김 PD는 대학 시절 국문과의 노교수가 “볼품없는, 실없는 소리나 지껄이는 인문학은 차남들이나 선택하는 학문이다. 그 어느 집안에서도 집안의 기둥이 될 장남에게는 인문학을 공부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그리고 여기 모인 여러분과 나는 쓸데없는 인문학을 공부하는 ‘차남’들이다.”라고 한 말을 기억한다. 대학 4년 동안 알 수 없는 ‘패배감’을 느꼈던 저자는 인문학자의 길을 포기하고, PD가 됐다. PD가 되어서는 일을 그만두라는 남편과 다투고, 카메라 앞에서 솔직하지 않은 출연자들의 모습에 힘들어한다. 김 PD는 “지금 하는 ‘PD’라는 일 자체는 커다란 틀에서 하나의 인문학이 되는 것 같다.”고 말한다.

서울 강남에서 태어나 20여년을 내리 강남에서 산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의 저자 김류미(27)씨는 ‘88만원 세대’의 전형이라 할 만한 삶을 살았다. 김씨는 공장 부지의 가건물, 공무원들이 가건물이라며 종종 부수던 집 등에서 살았다. 강남의 아웃사이더로 살았던 저자는 여러 사교육을 받아 ‘다양한 녹색으로 붓질을 해서 하얀 도화지 위에 점박이로 나무를 만들어 내는 경이로운 스킬’을 보여주는 옆자리 친구를 보며 ‘문화자본’을 체감한다.

‘강남거지’가 별명이었던 김씨는 대학 졸업 후 편의점, 패스트푸드점, 전단 돌리기, 동대문 옷가게 등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한다. 가장 갖지 못했던 문화자본의 궁극을 ‘글을 쓰는 지적인 노동을 직장생활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한 저자는 현재 출판사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우리 시대 젊은 만인보’를 쓴 젊은이들의 삶이 조금은 특별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저자들은 솔직하게 지나온 삶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이야기가 모여 에너지를 발산하는 하나의 거대한 초록 이야기 숲을 만들어 낸다.(윤창수기자) 

11. 08. 13. 

P.S. '노문학을 전공한 인문학도'로 소개된 김자현 PD는 대학 후배이다. 사실은 이 자서전 집필을 권유한 인연이 있다. 추천사도 덕분에 맡게 됐는데, 이렇게 적었다. 

언제였던가. 1997년 입시 업무를 보조하는 학과 조교였던 내게 유난히 눈에 띄는 학생이 있었다. 자기소개서에 타르콥스키의 영화를 본 이야기를 적은 여학생. 이듬해 우리는 학과 선후배가 되었고, 종로에서 한 번 영화를 같이 보기도 했다. 한 학기는 강사와 학생으로 만나기도 했다. 그리고 암전. 10여 년 만에 걸려 온 전화를 받고 우리는 다시 만났다. 송아지 눈을 한 여학생은 활달한 PD가 되어 있었다. 그가 살아온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모스크바에서 여의도까지, 여기 한 젊음이 걸어온 길이 있다. 여전히 같은 하늘 아래 숨 쉬고 있어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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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류미,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
    from 빵가게 재습격의 책꽂이 2011-08-15 15:28 
    오늘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집어들고 온 책은(물론 돈을 지불하고),우리시대 만인보, <은근 리얼 버라이어티 강남소녀>다.어떤 경로(?)로저자의 책이 나온다는 것을알고는 있었는데, '우리시대 만인보'일 줄은 몰랐다. 동시에 '은근 리얼' 비슷한 경험을 했을 줄도 몰랐다. 책을 들고 잠시 읽어보다가 내 어린시절과겹치는 경험이 나올 때는 조금 놀랐다. 가다머는한 개인의 특수한 경험이 항상 보편성을 획득한다는 확신으로 일관했는데,책장을 넘기며 그가 옳
 
 
빵가게재습격 2011-08-13 18:24   좋아요 0 | URL
처음엔 로쟈님 책이 나온 줄 알았어요.^^; 로쟈님의 만인보는...언제 구경할 수 있을까요?(난감한 질문 죄송!^^;)

로쟈 2011-08-14 11:19   좋아요 0 | URL
잠정 보류되다가 나이가 오버된 상태입니다.^^;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북매니아들에겐 대단할 것도 없는 표어이지만, “내가 읽은 책이 나를 만든다”는 걸 강력하게 입증하는 책이 출간됐다. '세계 최고의 북맨(bookman)'이라는 릭 게코스키의 <게코스키의 독서편력>(뮤진트리, 2011). 저자의 이름을 제목에 넣을 만큼 지명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움베르토 에코나 장정일이라면 모를까) 여하튼 전작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르네상스, 2007)를 기억하고 있는지라 반가운 마음에 바로 주문을 넣었다.  

 

'독서편력'이라고 번역됐지만 원저의 부제는 '독서회고록(Bibliomemoir)'이고, 이건 저자가 ‘거의’ 만든 용어이자 장르라 한다. 마치 '독서일기'란 말이 장정일이 '거의' 만든 용어이자 장르인 것처럼. 전체적으론 아홉 번째 책이지만 장정일 독서일기 '시즌2'의 두번째 책에 해당하는 <빌린 책, 산 책, 버린 책2>(마티, 2011)도 최근에 나왔다. 그러고 보니 딱 1년 터울이다.  

 

'책을 파고들수록 현실로 돌아온다'고 서문에 적었지만, '사회적 독서' 못지않게 '독서 쾌락론'에도 다시 눈길이 가는 듯싶다. 그래서 제사는 "독서는 몰각과 자각, 이 양켠 모두에서 쾌락을 느낄 수 있습니다"라고 적었다. '자각의 독서'에 방점이 가 있는 듯하지만, '몰각의 독서'도 한 자리 차지하고 있는 게 눈에 띈다. '몰각의 독서'란 '독서를 위한 독서', 순수한 쾌락적 독서를 가리키겠다.  

 

다시 게코스키로 돌아오면, <게코스키의 독서편력>은 제목에서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세계적인 희귀본 서적상이자 장서가, 독서광으로 이름 높은 릭 게코스키의 ‘내 인생의 책들’. 게코스키는 삶의 각 단계에서 자신에게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 사적인 도서 목록을 소개한다." 원제에는 왜 '개'가 들어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개 같은 내 인생'이란 뜻도 함축하고 있는 것인지?   

<알을 품는 호튼> <성적 변칙과 도착> <호밀밭의 파수꾼> <포효> <황무지> <명상록> <예이츠 시집> <교양과 무질서> <철학적 탐구> <거세된 여자> <서머힐> <마틸다> <꿈의 해석> <양들의 침묵> 등이 그의 인생을 만든 책 목록이다. 절반 가량은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책인 듯싶다. 그중 <명상록>은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이 아니라 데카르트의 <성찰>을 옮긴 것이다.   

관심을 끄는 책은 마그누스 히르슈펠트의 <성적 변칙과 도착>, 톰 울프의 <전기 쿨에이드 산성 실험>, 저메인 그리어의 <거세된 여자>, 애나 게코스키의 <기계적인 살인: 1950년 이후 영국의 연쇄살인범> 등이다. 다른 이의 독서편력에서 우리가 얻는 것 중의 하나는 새로운 관심도서의 이런 목록이니 나는 나대로 '빌릴 책, 살 책, 버릴 책'의 목록을 작성해봐야겠다... 

11. 08.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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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의 정치학'이나 '제국주의'나 모두 올드해보이는 타이틀이지만,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지금도 시리아에서는 정부군이 시민을 학살하고 있다잖은가). 영어권 좌파의 대명사격인 촘스키와 알렉스 캘리니코스의 신작이 이 두 주제를 다루고 있다. <학살의 정치학>(인간사랑, 2011)은 원저가 먼슬리리뷰출판사에서 나온 것으로 에드워드 허먼과 데이비드 페터슨이 지은 책에 촘스키가 서문을 붙였다. 물론 '촘스키 정신'에 충실해 보이는 책이기에 그의 이름을 간판으로 걸어도 어색하지 않다. 캘리니코스의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책갈피, 2011)는 '제국주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이론'과 '역사' 두 파트로 돼 있다. 2009년에 나온 책이니까 마르크스주의적 제국주의론의 결정판으로 읽어볼 만하다. 두 책에 대한 소개기사를 찾아서 옮겨놓는다.

  

경향신문(11. 08. 06) 미국이 저지른 학살과 그 하수인 언론

국제법 전문가인 리처드 포크는 ‘개입’이란 미시시피 강과 같다고 했다. 둘 다 북에서 시작해 남으로 흐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서방 강대국, 특히 미국이 각국에서 벌인 자신의 침략과 학살행위를 어떻게 은폐·축소하고, 적이 저지른 동일한 행위는 어떻게 왜곡·과장했는지를 까발린다. 나아가 이런 불순한 의도를 전파하는 데 “하수인” 노릇을 한 언론을 정조준한다.

이라크, 다르푸르,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 코소보, 이스라엘, 르완다…. 세계 곳곳의 학살 현장들을 “건설적인 학살(미국이 자행하거나 자신의 이익에 즉각적 도움이 되는 것)” “자비로운 학살(미국의 동맹이나 종속국이 수행한 것)” “사악하고 가공할 만한 학살(미국의 적대국이 저지른 것)”로 구분한다. 미국이 대학살극들의 중요하고도 유일한 “촉발자이자 집행자”임을 증명하기 위함이다.

미국은 1945년부터 2009년 사이 적어도 29개국에서 “극도로 심각한” 군사적 개입을 실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저자들이 보기에 미국은 공격 대상을 악의 화신으로 만들고는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국제법상 “예외주의”를 설파하며 개입권 남용의 결정체인 “보호책임”을 대중에게 주입했다. 이 같은 정책을 만드는 소위 엘리트들은 뇌물과 위협, 경제제재, 테러, 침공, 점령을 일삼아왔다. 책은 이들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대상으로 뉴스 미디어를 꼬집는다. 

일례로 뉴욕타임스는 2001년 9·11 테러 이후 2003년 3월21일까지 이라크를 다룬 70편의 사설에서 ‘유엔헌장’이나 ‘국제법’이란 단어를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분석이 있다. 이 신문은 또 계획된 침략행위에 대한 비판적인 견해를 맹렬하게 비난하는 평론가들만 환영했다고 한다. 저자들은 언론이 여전히 소유주와 광고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의제 및 사실을 왜곡할 수밖에 없는 숙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강조한다.

노암 촘스키는 서문에서 이 책으로 “참담”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고 했다. 냉전이 종식되자 홀로코스트를 부정하는 시대가 열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법정을 꾸려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처벌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저지른 범죄에는 침묵하는 게 저자들이 말하는 “학살의 정치학”이다. 간결하면서도 호소력이 있다.(고영득 기자)   

레디앙(11. 07. 31) "쓰러뜨리려면 먼저 알아야"

지난 10년 동안 미국이 추진한 세계 정책들을 보면, 우리가 새로운 제국주의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옳은 듯하다. 그러나 이런 생각은 사실인가? 또, ‘제국주의’란 과연 무엇인가? 고대 로마제국이나 오스만제국, 신대륙을 정복한 스페인제국 등과 오늘날의 제국주의는 어떻게 다른가?

현재의 세계를 제국으로 봐야 하는가 제국주의로 봐야 하는가? 그 차이는 무엇인가? 냉전의 해체와 중국의 부상은 국제 정치경제 질서에 어떤 변화를 가져왔는가? 이제 미국의 슈퍼파워는 끝나고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인가? …

이런 많은 물음에 대해 『제국주의와 국제 정치경제』(알렉스 캘리니코스 지음, 천경록 옮김, 책갈피, 20000원)의 저자는 대답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제국과 제국주의에 대한 이론들을 두루 평가하고 자신의 제국주의론을 바탕으로 제국주의의 역사를 돌아보고 현재를 진단하고 미래를 전망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오늘날의 중요한 정치적ㆍ지적 논쟁에 개입한다.

1부에서는 제1차 세계대전 즈음에 레닌ㆍ룩셈부르크ㆍ부하린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과 자유주의 경제학자 J. A. 홉슨이 발전시킨 고전적 제국주의 이론들을 비판적으로 살펴본다. 또, 자본주의라는 경제 체제와 국제적인 국가 체제 사이의 관계를 분석한 이론을 개괄하고, 오늘날 제국과 제국주의 문제를 다룬 다른 이론가들(안토니오 네그리, 데이비드 하비, 조반니 아리기, 엘런 메익신스 우드 등)을 비교ㆍ분석하면서 독자적인 이론을 전개한다. 



2부에서는 네덜란드 동인도회사부터 오늘날의 경제적ㆍ지정학적 경쟁의 구체적 패턴, 즉 미국이 쇠퇴하고 중국이 성장하는 현재의 상황까지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의 역사를 추적한다. 캘리니코스는 또 다른 유명한 마르크스주의 석학 데이비드 하비와 비슷하게 오늘날의 제국주의, 즉 자본주의적 제국주의의 핵심 특징을 경제적 경쟁과 지정학적 경쟁의 결합으로 파악하면서, 이런 관점은 다음과 같은 장점들이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역사적 개방성, 즉 서로 다른 제국주의 형태들을 구체적으로 분석할 수 있는 유연한 분석틀을 제시한다. 둘째, 경제환원론을 피할 수 있다. 즉, 구체적 상황에서 경제적 결정 요인과 지정학적 결정 요인이 동시에 작용한다고 가정하면 국가 정책의 형성은 다소간 불확정적인 것이 되고 그러면 이데올로기 같은 다른 요인들의 개입 가능성을 인정할 수 있게 된다.

셋째, 서로 다른 경쟁 형태들 간의 상호 관계를 초점 삼아 제국주의를 분석함으로써, 20세기 초에 제국주의론이 등장한 원래의 문제의식에 주의를 환기시킨다는 점이다. 즉, 20세기 중후반 이후 주로 강대국 대 약소국 관계론으로 전락해 버린 협소한 제3세계주의식 관점을 벗어나서 자본주의 구조 변화로 말미암은 강대국 간 경쟁 형태 변화라는 원래의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제국주의의 이론과 역사, 현실을 조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끝 부분에서 캘리니코스는 제국주의가 결코 죽지 않았으며 “제국을 쓰러뜨리려면 제국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마르크스주의를 행동의 지침, 사회 변혁의 무기로 이해하는 실천적 마르크스주의자가 이 어렵고 복잡한 듯한 이론서를 쓰게 된 이유를 단적으로 잘 보여주는 말이다. 

11. 08. 07. 

 

P.S. 아직 안 읽어봤지만 같은 주제의 책을 보태어 읽는다면 '촘스키 정치학의 교과서'라는 <정복은 계속된다>(이후, 2007)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의 세계화 동력학'을 부제로 갖고 있는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갈무리, 2010)도 손에 듬직하다. 모두 미국의 침략사와 제국주의적 행태를 맹렬히 비판하며, 특히 <제국은 어떻게 움직이는가?>는 "어떤 조건 하에서 그리고 어떤 지정학적 위치에서 반제국주의 운동이 출현하고 확대되는지, 반제국주의 운동의 잠재력과 한계는 무엇인지, 그리하여 오늘날 새로운 세계를 위한 가능성은 어디에서 비롯되는지에 대한 진지한 물음을 던진다." 덧붙여 존 벨라미 포스터의 <벌거벗은 제국주의>(인간사랑, 2008)도 같은 맥락에서 읽어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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