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세상을 떠난 고 신상옥 감독에 관한 추모의 글들을 읽어보다가 몇년 전 <필름2.0>의 특집기사(2003. 05. 07)를 찾게 됐다. 김영진 편집위원의 글인데, '20세기 최고의 영화감독 7인'이 타이틀이다(오해가 있을까봐 페이퍼의 제목에는 '한국'을 더 집어넣었다). 아마도 설문조사에 토대하여 작성된 듯한데, 이 참에 잠시 한국영화 '거장들'의 면면을 확인/기억해 두도록 한다. 기사에서 거명되고 있는 그 7인의 감독은 임권택, 김기영, 유현목, 홍상수, 신상옥, 이창동, 이만희이다(이창동과 이만희는 공동 6위이다). 기사에 포함돼 있는 '응답자 코멘트'는 생략한다(대신에 간간이 '나의 코멘트'는 덧붙이겠다).  

 

 

 

 

-여기 모인 7인의 감독들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얼굴들이다. 타고난 재능과 노력, 남다른 작가 의식으로 역사에 기록될 이들에게 작가의 만신전을 바친다.

1위 임권택 뒤통수의 미학을 보여주는 감독

-임권택은 1980년대 후반 어느 인터뷰에서 "뒤통수를 찍어도 그 인물의 마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내 영화의 목표“라고 말했다. 임권택의 영화는 무심하게 보면 흘려 지나치기 쉬운, 그 무수한 뒤통수들로 채워져 있다. 그는 겉으로 명시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형식 속에서 인물의 감정과 세상의 공간적 기운을 꾹꾹 눌러 담는 자기만의 세계로 오랜 충무로 경력 끝에 도달한 미학을 펼쳐보이고 있다. 1962년 <두만강아 잘 있거라>로 데뷔한 후 <춘향뎐> <취화선>의 최근작에 이르기까지 임권택의 행보는 한 예술가의 고통스러운 성숙의 행로이기도 하면서 충무로라는 전통적인 한국 영화 산업이 배출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미학을 가늠할 수 있는 자취를 드러내는 것이기도 하다.

 

 

 

 

-1960년대 내내 오로지 먹고살기 위하여 영화를 찍었던 임권택은 흥미로운, 그러나 기억되지는 않는 숱한 오락 영화를 연출했으며 본인의 말에 따르면 1973년 작 <잡초>를 계기로 영화를 통해 자신과 세계에 대해 발언할 방법을 진지하게 모색하기 시작했다. <깃발 없는 기수> <족보> 등의 영화로 1970년대 후반 주목받지 못한 채 성큼 진전된 영화 세계에 이른 그는 <짝코> <만다라> 등의 영화를 통해 1980년대 이후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떠올랐다.

-<족보> <짝코> <만다라> 등은 물론이고 <티켓> <길소뜸> <서편제>, 최근작인 <취화선>에 이르기까지 임권택은 저마다의 도덕적, 인간적 결함을 안고 방황하며, 더러는 돌아오지 못하는 세계 속에서 거처할 곳을 찾는 등장인물을 그렸다. 임권택의 영화에서는 당연히 길의 이미지가 떠나지 않는다. 빨치산 토벌 대장 송기열과 빨치산인 백공산의 일생에 걸친 추적과 도피의 삶을 다룬 <짝코>는 물론이고 <만다라>에서의 두 승려의 구도의 길, <길소뜸>에서 동진과 화영이 서로 화해하지 못하는 길, <개벽>에서 해월 최시형이 끊임없이 걷는 길은 모두 인간과 자연을 이어주는 가느다란 선이었다. 임권택 영화 가운데 최고 흥행을 거둔 <서편제>에서도 길은 소리와 함께 주인공의 마음을 전해주는 풍경의 주제를 품고 있다.

 

 

 

 

-2002년 칸국제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취화선>에서 임권택은 적은 편집과 간결한 화면으로 생략과 압축을 취하는 특유의 스타일을 더 밀고나가면서 <춘향뎐>에서 시도했던 완벽한 형식주의의 세계를 한 예술가의 전기라는 이야기의 세계와 조화시켰다. 그는 여전히 감정의 노출을 절제하는 생략의 싸움을 벌인다. 장승업의 일대기로 이야기의 구심력을 삼으며, 장승업이 그리는 그림과 그가 그림에 채워 넣고자 했던 자연 산수의 풍경을 겹쳐놓은 채 이야기의 원심력을 매듭 짓는 <취화선>은 임권택의 통 큰 미학의 정체를 증명하고 있다. 역사적 상처에 대한 강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지만 임권택은 플롯에 의존하지 않는 모자이크적인 에피소드 구성의 생략을 통해, 화면과 화면의 연결 사이에 큰 관념을 넣을 줄 아는 이 시대의 어른 감독이다. 그가 성취한 것과 성취하지 못한 것은 상당 부분 한국영화의 현재와 통하는 것이기도 하다.(*그래서 임권택은 영화의 거장이라기보다는 '한국 영화', '한국적 영화'의 거장이라고 해야 할 듯.) 

2위 김기영 '영화 작가’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감독

-“인간의 몸을 자르면 검은 피가 나온다”고 생전의 김기영 감독은 말했다. 김기영은 능히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감독이다. 하길종 감독은 1970년대에 이미 “김기영은 누구보다 영화를 잘 아는 사람이고 ‘영화 작가’란 말에 가장 잘 어울리는 감독이다”라고 그를 평했다. 세월의 흐름을 이겨낸 김기영의 황당무계한 발상과 독창성은 지금 봐도 무시무시하다. 1960년에 처음 발표한 뒤 그 뒤 여러 차례 리메이크해서 김기영의 트레이드마크처럼 된 <하녀> 시리즈는 가정부나 술집 여자가 중산층의 가정에 들어와 그 가정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얘기다. 성적 억압에 시달리는 인간들의 심리를 독특한 화면 색감과 공간 연출을 통해 파헤치며 농촌 출신 여자가 도시 가정을 무너뜨리는 이야기 구조에 은근히 근대화 과정에 있었던 한국 사회에 대한 계급적 통찰까지 새겨놓았다.

 

 

 

 

-그러나 김기영이 처음부터 사이코 스릴러영화를 만들었던 것은 아니었다. <초설>(1958), <10대의 반항>(1959) 등의 영화는 사실주의적 경향이 배어 있다. 그러나 어떤 영화를 만들어도 김기영 특유의 염세적인 비틀린 유머나 초현실적인 분위기를 독특하게 풍기는 취향이 튀어 나온다. 심지어 김기영의 두번째 장편 극영화인 <양산도>(1955)에는 여주인공이 무덤에 있는 연인과 성교를 하고 함께 하늘로 오르는 장면이 나온다. 1970년대의 김기영은 주로 문학 작품이 원작인 영화를 만들었으며 이광수와 이청준의 소설을 각각 영화로 만든 <흙>과 <이어도>는 원작의 분위기와는 저만큼 떨어져 있지만 영화적으로 훌륭하게 재구성된 이 시기의 걸작이다. 또한 이 시기에 김기영은 저예산 날림 영화지만 종잡을 수 없는 스타일을 지닌 <살인 나비를 쫓는 여자> 등의 영화로 훗날 일부 영화광에게 컬트 감독으로 대접받기도 했다.

-하길종은 그런 김기영의 작품 세계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김기영의 영화는 인습적인 줄거리 틀이 없고 인간의 의식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상황만이 있다. 그는 다분히 실험적이고 편집광적인 태도로 인간의 의식 구조에 집착한다. 김기영은 항상 한국 사회의 한 측면을 과장된 수법으로 그렸지만 이야기가 황당무계하냐 아니냐는 것은 따질 필요가 없다. 이야기가 황당하다면 당대의 한국 사회를 황당무계하게 보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는 '영화작가'이면서 '감독들이 가장 좋아하는 감독'이 아닌가 싶다.) 

3위 유현목 '예술'을 하려 한 감독, 실제로 그렇게 한 감독

-한국의 대표적인 영화사가 이영일은 유현목의 <오발탄>에 대해 “이것은 한국 리얼리즘영화의 전형이다”라고 단언했다. <오발탄>은 오랫동안, 그리고 지금까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얼굴이었다. 한국영화가 아직 산업적으로도, 예술적으로도 온전한 얼굴을 갖추기 전에 만들어진 <오발탄>은 지식인의 실존적 자의식과 몽타주와 화면 구성이라는 영화 미학의 양대 통사를 가장 체계적으로 구사한 걸작으로 칭송받았다.

-그때 이후로 유현목에게는 늘 ‘예술파 감독’이란 별명이 따라붙었다. <공처가 3대> <수학여행> <한> 등의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기는 했지만 유현목 영화의 본령은 역시 비판적인 현실 안목, 전후 불행한 삶의 조건을 내려받은 한국 사회에 대한 도저한 구원 의식, 영화의 미학적 표현에 예민한 손끝을 드러내는 일련의 진지한 작품에 있었다.

 

 

 

 

-<김약국집 딸들> <막차로 온 손님들> <문>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사람의 아들> 등 유현목의 주요 작품을 일별하다 보면, 우리는 그가 흔히 말하는 리얼리즘 스타일의 감독이라기보다는, 곧 현실을 응시하는 감독이라기보다는 현실을 어떻게 형식에 반영할 것인가를 고민했던 모더니즘 취향의 재능이 더 강한 감독임을 깨닫고 놀라게 된다. 동시대의 다른 한국영화 감독들이 그랬던 것처럼, 유현목도 영화사에서 주문받은 작품을 만드는 자의 운명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하지만 유현목은 당대의 어떤 감독보다 인간의 실존적인 조건에 고민하고 그에 따르는 가난, 분단, 종교, 근대화의 여러 문제들에 대해 가장 날카로운 카메라의 눈을 들이댄 예민한 예술적 자아의 소유자였다. <오발탄>은 그런 유현목의 예술적 자아가 가장 의기충전했을 때 세상에 나온 작품이며 한국적인 사실주의의 범례로 남는, 동시에 사실주의를 넘어서는 예술적 자아의 증거물로 역사에 제출된, 유현목 영화 세계의 기념비로 영원히 남을 것이다.(*다른 영화들을 별로 보지 못하기도 했지만, 그의 <오발탄>은 영화사의 과녁에 명중한 영화로 남을 것이다.) 

4위 홍상수 내게 거울을 비춰줘

-홍상수의 등장과 함께 한국영화는 ‘일상’이란 비평 어휘를 얻었다.(*그 일상은, 그러나 매우 '충격적인' 일상이었다. <돼지가 우물의 빠진 날>은 장준환의 <지구를 지켜라>와 함께 쉽게 넘보지 못할, 전설적인 데뷔작으로 남을 것이다.) 대다수 극영화에서 간과하고 무시했던 일상의 극적이지 않은 사건들이 홍상수의 영화에선 마치 퍼즐 조각을 맞추듯 차곡차곡 모아진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개봉했을 때 사람들은 서울에 이토록 누추하고 비루한 일상이 펼쳐진다는 것에 새삼스레 놀랐고, 그 심심해보이는 공간 속에서 그렇게 격정이 은밀하게 휘몰아친다는 것에 또 놀랐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이어 홍상수는 연애 삼부작이라 할 수 있는 <강원도의 힘> <오! 수정>을 연달아 내놓았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이 여러 남녀가 엇갈리며 교차하는 사랑 이야기를 짜맞췄다면 <강원도의 힘>은 같은 시간에 강원도를 따로 여행하는 불륜 관계의 남녀 이야기를 각자의 시점에 따라 1,2부로 나눠 찍은 것이고 <오! 수정>은 남녀의 기억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펼쳐지는 연애담을 펼쳐놓는다.

 

 

 

 

-홍상수는 인간의 의식과 행동의 표면을 꼼꼼하게 관찰하기 위해 영화 형식을 열어놓는 스타일에 능한 감독이며 조금씩 자기 스타일의 영역을 확장했다. <생활의 발견>은 한 남자가 두 여자를 여행중에 만나 진귀한 에피소드를 펼쳐놓는 또 한 편의 연애담이다. 홍상수는 정해진 시나리오대로 영화를 찍지 않는다. 그는 대부분의 대사와 행위를 현장에서 즉석에서 만들고 살아 움직이는 생물처럼 영화의 전개를 관찰한다. 그것이 그의 영화의 톤을 멜로드라마의 정형화된 과장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슬픔과 웃음과 치욕과 기쁨을 오락가락하는 기묘한 초상화로 꾸민다. 그는 자신의 영화에 대해 "거울을 보듯이 우리 삶을 보는 것이다. 매일 거울로 나를 바라보듯이" 라고 말했다. 그가 영화로 비춘 거울은 앞으로도 볼 만할 것이다.(*그의 <해변의 여인>을 빨리 보고 싶다.) 

5위 신상옥 1960년대 한국영화의 뿌리

-신상옥은 한 명의 영화감독일 뿐만 아니라 그 자신이 1960년대의 한국 영화 시스템을 대변하는 존재였다. 과장하자면 1960년대의 한국영화는 신상옥이 관여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로 대별된다고 말할 수도 있다.(*신상옥 감독을 감독이라고만 부르는 건 왠지 부족해 보인다. 그는 '한국영화 시스템' 자체였기에.) 신상옥이 설립한 신필름은 오늘날의 방송국 규모에 견줄 만한 규모와 인력으로 전근대적인 한국 영화 산업 시스템에서 최초로 메이저 스튜디오를 지향한 굉장한 한국 영화 제작의 본거지였다. 신필름을 무대로 신상옥은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쌀> <상록수> 등의 예술적인 기품이 묻어나는 영화와 <빨간마후라> <청일전쟁과 여걸 민비> 등의 대작 전쟁 영화와 사극을 고루 찍었다. 신상옥의 작품 세계는 하나의 말로 요약될 수 없는, 대제작자의 욕망과 영화 작가의 욕망이 늘 충돌하는 다양한 색깔을 지닌 것이었지만 그것은 곧 그의 영화가 대다수 한국영화의 장르에 걸쳐 있었음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는 신상옥 본인의 표현을 빌면, “한국영화에선 처음으로 화면 사이즈 연출 감각이 드러나는 영화”였으며 <성춘향>은 컬러 현상으로, <빨간마후라>는 특수 효과로 한국 영화 기술사에 남는 영화기도 하다. 신상옥은 평생의 반려자인 최은희를 비롯해 수많은 감독과 배우를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배출했고 잘 알려진 대로 1980년대에는 피랍된 북한에서도 자신의 연출 경력을 이어나갔다. 오늘날 신상옥의 영화를 다시 보는 것은 거대한 한국 영화 역사의 중간 뿌리를 묶음째로 들여다보는 작업이기도 하다. 그의 영화에선 전근대적인 삶의 자취를 응시하면서도 영화 형식의 현대적인 발언을 대중적인 통로로 쏟아내려 한 맹렬한 야심을 읽을 수 있다.

6위 이창동 영화감독은 지금 출장중

-이창동의 영화 세계는 한국 영화 역사의 오랜 화두였던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이 맨 얼굴로 서로 부딪치는 격전장이다. 이창동 본인은 리얼리즘적 태도를 대중적 화술과 조화시키려는 것이 자신의 영화 세계라고 말하지만 <박하사탕>과 <오아시스> 등의 그의 영화에서 현실을 재현해 보여주려는 그의 태도는 관객의 반응을 섬세하게 고려해 '과연 영화를 보는 것은 무슨 의미'인지를 집요하게 묻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있다. 이창동은 잘 알려진대로 소설가 출신이며 그의 모든 영화는 상징적 의미가 정연한 논리 체계로 완벽하게 짜여진 폐쇄적 소우주다. 그의 영화에서의 공간과 사물은 어느 것도 무심히 존재하는 법이 없다. 이미 의미론적으로 꽉 채워진 세계에 주인공은 던져져 있으며 그 세계에서 이창동은 삶의 구체적인 꼴을 그리는 자기만의 내기를 건다.(*<박하사탕>을 통해서 이창동은 많은 이들의 시대에 대한 채무를 대신 갚아주었다. 그 점에 대해서 나는 늘 그에게 감사한다. 약간의 채무감을 느끼면서.) 

 

 

 

 

-일산과 영등포를 통해 현재와 과거의 한국 사회에서 잃어버렸고 잃어가고 있는 가치를 담아내려 한 데뷔작 <초록물고기> 이후 <박하사탕>을 통해 이창동은 본격적으로 현실과 영화 형식에 대한 자의식을 드러낸다. <박하사탕>의 주인공 영호는 광주에 계엄군으로 투입되고 독재 정권 시절의 대공분실에서 일하며, 가구점을 운영하는 천민 자본가로 증권에 투자했다가 신세를 망치는, 한국 현대사의 이런저런 현장에 늘 가까이 있던 인물이다. 그는 그 대가로 인간성의 파멸이라는 천형을 받는다. 그를 구원하는 것은 세상이 아니라 시간을 거꾸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영화의 플롯이다. 역순 구조의 플롯을 통해 이 인물은 역사적 인과 관계의 희생자라는 천형에서 가까스로 벗어난다.

-세번째 영화 <오아시스>에서 이창동은 꽉 짜인 의미론적 세계에 불행한 남녀의 사랑을 던져놓고 들고 찍기로 일관하는 느슨한 카메라로 이들의 사랑을 지켜보는 관객의 시선의 정체를 거꾸로 되묻고 있다. 잔인하지만 동시에 통렬한 이 방식을 통해 그는 영화감독으로서의 자신의 정체를 드러냈다. 그렇지만 그는 지금 잠깐 ‘출장중’이다.(*물론 그는 출장에서 돌아왔다. 그의 <밀양>은 언제 햇볕에 나오는지?) 

6위 이만희 시대를 잘못 만난 공인받은 천재

-이만희는 전설의 걸작, 그렇지만 현재 프린트가 남아 있지 않은 <만추>의 감독 바로 그 사람이다. 동세대의 감독들로부터 가장 인정받는 천재가 이만희였으며 자기 삶을 거의 방치하듯이 마구잡이로 영화를 찍었는데도 늘 수일한 영화의 완성도를 일궈냈던 불가사의한 재능의 소유자도 바로 그 사람이다. 이만희는 출세작 <돌아오지 않는 해병>(1963) 이래 어떤 소재의 영화를 만들어도 탁월한 시각미를 지닌, 동시에 긴장감을 주는 이야기를 짜내는 재능으로 부러움을 샀다. 그는 도회적인 우수와 고독을 그리는 데 특히 뛰어났으며 도시 공간을 그리는 데 능했던, 체질적으로 현대적인 감수성을 지닌 감독이었다.(*이만희는 김기영에 이어서 최근에 가장 주목받고 있는 거장이다.) 

 

 

 

 

-한국 영화감독들 가운데 드물게 추리영화를 만드는데도 뛰어났던 이만희는 당시의 억압적인 정치 현실에 좌절해 늘 술에 절어 살았으며 제작자가 의뢰한 숱한 영화를 마구잡이로 찍었지만 자기 색깔을 놓치진 않았다. 심지어 반공 전쟁 영화 <들국화는 피었는데>(1974) 등의 영화도 이만희가 메가폰을 잡자 상투적인 전쟁 무용담을 벗어나는, 체제와 인간의 대결 의식이라는 주제 의식이 돌출되는 박력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만희는 아쉽게도 너무 빨리 세상을 등졌다.

-그의 유작인 <삼포가는 길>(1975)은 황석영의 동명 단편 소설을 각색해 영화로 만든 것이며 영화 속 세 주인공의 따라지 인생에는 당시 한국 사회에 맺힌 슬픔과 삶의 흥이 격정적으로 담겨 있다. 이 영화는 1970년대 한국의 스산한, 그렇지만 고향 같은 푸근함을 동시에 간직한 남도의 풍경을 아스라이 전해주는 이만희 최후의 유작이다.

06. 04. 18.

P.S. 사랑도 이젠 소용 없네. 삼포로 나는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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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8 17: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6-04-18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마무리가 한발 늦었군요...

로쟈 2006-04-18 19: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도 제가 이명세나 박찬욱 감독의 (최근) 영화를 별로 생각하는 것과 비슷할 거 같군요. 취향이야 제각각이니까요...
 

우리말로는 좀 어색하지만, "Everybody, O.K.?"라고 하면 훨씬 간명하고 정감있는(?) 제목이다. 부활절 인사로도 어울리고. 언제나처럼 (가족을 위해) 불들려 부활절 예배를 보러 나가는 길에 혼자 10분 늦게 나가면서 잠시 본 케이블TV. 남선호 감독의 데뷔작 <모두들, 괜찮아요?>를 소개하는 내용이었다. 감독도 영화도 모두 생소했다. 영화주간지를 (꼼꼼히 읽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매주 챙겨보는 편인데, 이런 식으로 '건너뛴' 영화들이 나온다. <씨네21>에서 좀 크게 다루었던 듯한데, 요즘 본전 생각하다가 놓친 것 같기도 하다.

이번에 알게 된 거지만, 감독은 러시아 영화학교 졸업후 10년간 '입봉'을 준비해온 처지이며, 그의 데뷔작이 '자기 얘기'라는 건 충분히 이해할/동정할 만한 일이다(이런 건 남의 얘기 같지 않다). 원래는 '영화감독이 되는 법' 프로젝트였다나. 영화감독 '지망생'이라는 건 명분이고, 그것의 현실태는 무위도식하면서 아내를 등쳐먹는 '백수'이다. 거기에 치매끼가 있는 아버지와 돼바라진 아들, 이 세 남자를 부양하며 사는 주부 가장의 이야기라고 한다. 이런 설정만으로도 딱 '내 스타일'이다(옆사람은 '이상한 영화들'만 좋아한다고 하지만). 내가 지지하는 영화란 얘기이다.

해서, 작년에 나온 <나의 결혼원정기>에 이어서 2006년을 대표할 만한 코미디로 잠정 추천한다. 다 보지도 않은 영화이지만, 영화의 얼개만으로도 충분히 '뜻깊은' 영화라고 생각해서이다. 물론 나로서는 현재 이런 영화를 미리 개봉관에서 볼 수 있을 만큼 좋은 처지에 놓여 있지 않다는 점도 고려되어야겠지만. 대신에 내가 하는/할 수 있는 일은 이런 자리에서나마 좀 띄워주는 것이다. 먼저 이지영 기자의 가벼운 프리뷰.

무비위크(06. 03. 20) 10년째 감독 데뷔에만 매달리고 있는 상훈(김유석)은 마누라를 내조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에겐 치매에 걸린 장인어른(이순재)이 있고, 언제나 아빠 편인 아들내미도 있다. 시나리오를 쓰고, 가끔 번역도 하며 설거지까지 도맡아 하는 상훈의 소소한 일상. 특별히 나쁠 것도 없고 좋을 것도 없다. 한편 남편의 뒷바라지에 있는 대로 날카로워진 아내 민경(김호정)은 노는 남편과 걸핏하면 집을 나갔다 들어오는 친정아버지 때문에 심경이 괴롭다. 이렇게 오순도순 네 가족의 하루는 늘 비슷한 패턴으로 돌아가고 있다.

-먼저 이 영화의 남선호 감독은 그 프로필이 독특하다. 주인공 상훈(김유석)처럼 그 역시 비슷한 인생을 걸어왔다. 남선호 감독은 남들이 모두 알아주는 서울대씩이나(?) 나와서 러시아 국가 영화 위원회 로스키노 산하 영화 학교를 졸업했다. 어디 그뿐이랴. 본인 말로는 Q채널 다큐멘터리 제작 등 소일거리들을 해왔다지만 그의 이력서에 6개월 이상 다닌 정식 직장이란 없다. 극단에서 연출 활동도 했고, 여균동 감독의 장편영화(*<맨>)에 조감독으로 참여했다지만 88년에 졸업한 사람의 이력치고는 너무 허전하다. 그렇다면 그는 과연 어디서 무얼 하다 이제야 첫 작품을 가지고 나타나게 된 걸까. 그 과정과 이유가 궁금하다면, 그의 영화 <모두들, 괜찮아요?>를 보면 된다.

-애초에 ‘영화감독이 되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시작했던 시나리오는 주인공 상훈의 입을 통해 감독 지망생의 하루를 보여준다. 상훈은 마누라가 벌어다 주는 돈으로 궁색하게(?) 살고는 있지만 그다지 죄책감은 느끼지 않으며 때로는 당당하다. 맘씨도 좋지, 장인어른을 모시면서도 다른 남편들처럼 툴툴대지 않는다. 한때 잘나갔던 무용수였던 와이프는 이제 먹고 살기 바쁜 학원선생님이 되어 있다. 자, 이 모든 상황에서 집안 꼴은 어떻게 돌아가게 될까. 주인공 상훈과 그의 아내 민경(김호정)은 공과금 연체료 문제로 목에 핏대 세워가며 싸운다. 그리고 꽥꽥 소리 지르는 아내 앞에서 상훈은 이렇게 외친다. “그래, 나도 남들처럼 벌어다주면 될 것 아니야?!”

-감독 자신의 이야기이기도 한 이 영화는 보는 내내 크고 작은 웃음을 자아낸다. 어쩜 이리도 우리네 사는 이야기와 꼭 같은지 실로 겪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에피소드들이 줄을 잇는다. 특별한 사연이나 사건 없이 마무리되는 구성 역시 편안하기 그지없다. 억지로 커다란 자극을 삽입했었더라면 오히려 억지스러울 뻔했다. 남선호 감독은 관객들이 이 영화를 보고 ‘아, 저렇게 사는 거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또한 영화감독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감독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했다.(*이런 류의 일장연설도 백수로서의 자질이자 조건이다.) 이 영화는 그런 감독의 의도에 충분히 화답한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은 찌푸린 인상보다는 화사한 미소를 띤 채 극장 문을 나서게 될 것이다.

그리고 정한석 기자의 좀 진지한 리뷰. 그는 이 영화를 '서로 사랑하는 개털 인생에 대한 영화'라고 규정한다. 그러니까 영화 제목은 개털 인생들에 대한 안부 인사 정도 되겠다.

씨네21(06. 03. 21) 상훈(김유석)은 7년째 데뷔작을 기다리는 만년 영화감독 준비생이다. 하지만 그를 응원하는 어린 아들 병국(강산)의 웅변을 빌려 말하자면, 그도 엄연히 영화감독이다. “영화 한편도 안 만든 영화감독이 어디 있느냐”는 친구의 놀림에도 병국은 “수박장수가 하루 종일 수박 한개를 못 팔았다고 수박장수가 아니냐”고 응수하며 아버지를 변호한다. 한편 상훈에게는 아들 병국처럼 힘이 되는 응원 가족이 있는가 하면, 함께 사는 장인처럼 애먹이는 가족도 있다. 치매에 걸려 툭하면 가출하는 장인(이순재)은 시간 많은 상훈이 주로 돌보아야 하는 골치 아픈 보호대상이다. 장인은 젊은 시절 역마살 낀 삶을 살았고, 가무를 낙으로 여기며 살아온 소문난 한량이었고, 파란만장한 삶 속에서 서로 배다른 아들딸을 낳았지만, 지금은 치매로 그들을 구별조차 못하며 막내딸 민경(김호정)의 집에 얹혀산다.

-민경, 남편 상훈의 소개에 의하면 그녀는 촉망받는 무용가 지망생이었지만, 지금은 아귀같이 소리지르며 학원생들을 호통치는 억척이 무용학원 원장이다. 동시에 그녀는 아들 병국과 남편 상훈과 아버지의 생계까지 모두 떠맡고 있는, 지치고 상처받은 이 집안의 진짜 가장이다. 바로 이들이 <모두들, 괜찮아요?>의 가족 구성원이다. 이 가족에게 괜찮지 않은 일들이 조금씩 벌어진다. 착하기는 하지만 실없이 구는 상훈이 다른 여자에게 과도한 친절과 관심을 표하면서 아내 민경은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게다가 민경의 배다른 오빠가 아버지를 찾아오며 집안에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그런 일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겠다고 몰래 녹음기를 켜두고 있던 상훈의 행동이 결국 부부싸움을 불러 별거에까지 이른다.

-<모두들, 괜찮아요?>의 애초 제목은 <영화감독이 되는 법>이었다. 제목이 바뀐 것인데, 내용을 이해하는 표지로는 적절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상훈은 말끝마다 영화감독이 어쩌고저쩌고 하지만, 실상 영화에는 상훈의 사회적 처지를 절실하게 상기시킬 만한 내용, 즉 영화감독이 되는 길이 얼마나 험난한 절차를 밟는 것인지에 대해 보여주는 일화가 거의 없다. 동료의 촬영장에서 잠깐이나마 현장의 공기를 맡는 그의 쓸쓸한 뒷모습을 보여주는 것 정도다. 일화는 오로지 가족간 관계 내에, 그것도 언제나 화해 가능한 상태로만 잠재적으로 있을 뿐이다.

-그래서 가식으로 뒤덮인 사회의 일면을 비릿하게 풍자하거나, 그 반대로 아름다운 꿈을 잡기 위해 무작정 갈망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플란다스의 개>의 주인공처럼 교수가 되기 위해 돈을 갖다바치거나 억지로 폭탄주를 마셔야 하는 사회적 설움의 에피소드, <불후의 명작>처럼 로맨스로 현시된 사회적 인정의 판타지 등으로 나아가지 않는 영화다. 인물들이 고민하는 것은 오로지 하나, 이 집안, 이 가족의 문제다. 그러므로 <모두들, 괜찮아요?>는 영화감독이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에 대한 이야기 혹은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데 되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런 사람이 하나쯤 속해 있는 어느 서민층 가족 공동체의 이야기다.(*참고로 말하자면, 봉준호의 <플란다스의 개>는 '사회적 약자'인 시간강사 일반에 '백수'의 이미지를 들씌운, 사상이 의심스러운 영화이다!) 

-남선호 감독은 그 이야기를 하는 방법으로 자전적 경험에서 영화의 상당 부분을 뽑아냈다고 한다. 오랜 기간 장편 데뷔작을 만들기 위해 준비해온 상황 자체가 그 자신의 경험이고, 영화 속 가족 캐릭터의 구현도 자신의 가족을 돌아보며 가공한 것이다. 무엇보다 자전적인 솔직함에 기초하면서도 자기 연민으로 채워진 일기장이나 반성문이 되지 않은 것은 이 영화의 큰 장점이다. 게다가 역량있는 배우들과 그들이 맡은 흥미로운 인물들은 서로를 잘 찾아들어 그 장점을 더 살려준다. 대체로 3인의 배우들- 김유석, 김호정, 이순재- 은 각자의 초상을 잘 그려내는데, 그중에서도 민경 역을 맡은 김호정은 천성적으로 갖고 있는 여러 음색의 목소리를 잘 드러낸다. <플란다스의 개>에 비슷한 역할을 맡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하지만 각자의 초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연속으로 놓고 보아야 의미가 통하는 가족 초상에 관한 삼면화라고 이 영화를 이해할 때, 서로의 화폭이 묶여 뭔가 흥미로움을 발생시켰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아마도 그건 이상하게 이 영화에 강박적으로 배어 있는 소박함의 지향 때문에 생긴 결함이 아닌가 싶다. 소박해야 한다는 자기 규율의 느낌, 그건 저예산의 표현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되도록 영화를 거창하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자의식이 작동한 결과로 보인다. 뭔가 수사와 장치들이 따라붙으면 안 된다고 결정한 셈이다. 하지만 소박한 인물들을 살게 하는 것과 영화 자체가 소박한 무엇이 되어버린다는 것은 전적으로 다른 의미다.

-물론 이 영화는 어딘지 모르게 ‘빈자들의, 하지만 서로 사랑하며 힘을 내는 빈자들의 영화’라 불릴 만한 구석이 있다. 이건 결국 같은 의미에서 서로 사랑하는 개털 인생에 대한 영화다. 답답한 마음에 점집을 찾아간 민경에게 무속인은 남편 상훈을 가리켜 ‘개털 인생’이라고 말하는데, 상훈만 개털인 건 아니다. 어떤 면에서는 그런 상훈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촉망받는 무용가의 꿈을 접고 힘들게 학원을 운영하는 민경도 개털이고, 세월의 힘에 밀려 자아를 잃고 육신만 남은 그녀의 아버지도 개털이다. 그리고 그걸 보는 관객도 상당수는 그들만큼 개털이고, 빈자다. 모두들 괜찮냐고 물어보는 건 그런 마음에서 나온 표현일 것이다. 삶의 암담함이 목까지 차올라 점쟁이라도 찾고 싶었던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그리고 싸움과 화해를 반복하며 하루를 근근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라면 이 가족의 초상을 감싸안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언제나 문제는 여기다. 그런 사람들은 세상에 너무 많다. 영화가 항상 영화적인 말걸기를 따로 시도해야 하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이다. 비영화적인 면에 의해 이해 가능한 영화가 된다는 것은 영화로서는 슬픈 일이 아닌가. 더구나 이 영화는 일반 모두를 겨냥해 보편적 감정이 전달되기를 희망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기 위해 더 풍부한 조음이 필요했거나, 더 집요한 천착이 필요했다는 생각이 남는다. 비유컨대 <모두들, 괜찮아요?>는 재즈처럼 편안하고 자유로운 무언가로 받아들여지길 스스로 희망한 것 같은데, 의아한 건 그 백미가 될 만한 즉흥연주를 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그러니까 이 영화의 감동이 '비영화적인 면'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되겠다. 기자는 '개털' 감독에 대해서 너무 많은 걸 기대했던 게 아닐까? "감독이 되기 전에 먼저 인간이 되어야 한다"고 설파하는 감독에게 말이다.)

06. 04.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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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마천 2006-04-17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의 결혼원정기는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것도 관심 두어 볼께요.

로쟈 2006-04-1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괜찮은 영화'일 거 같습니다...
 

 

 

 

 

우리에겐 타르코프스키와 소더버그에 의해 영화화된 <솔라리스>(1961)로 더 잘 알려진 원작자 스타니스와프 렘(1921-2006)이 지난달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번주 <필름2.0>을 읽다가 알게 된 사실이지만, <씨네21>의 기사를 옮겨오면, "SF영화 <솔라리스>의 작가 스타니스와프 렘이 지난 3월27일 사망했다. 그의 생명을 앗아간 것은 심장 순환계 문제였다. 그는 폴란드 남부도시 크라쿠프에 위치한 한 병원에서 병마와 치열히 싸웠지만, 84살라는 고령의 나이로 버텨내긴 힘들었던 것."

"스타니스와프 렘은 1974년 로봇이 지배하는 세상에 대한 이야기 <사이버리에이드>를 발표하며 SF소설가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가 지금과 같은 세계적 작가가 된 것은 1984년과 2002년 두 차례나 영화로 만들어진 <솔라리스> 때문이다. 소설은 발표 당시 “상업문학 일변도의 미국 과학소설에 맞서 인류 문명의 오만을 풍자하는 철학적 작품”이라는 평가를 얻었다. 1984년작은 러시아의 거장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가, 2002년에는 스티븐 소더버그가 감독을 맡았다."(*기사 내용중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는 1972년작이다. 1984년작이라고 한 것은 부주의한 오류이다.)

사실은 이미 작고한 작가로 간주하고 있었기 때문에(망자에게 용서를!) 그의 부음은 잠시 낯설게 느껴졌다. 어쨌거나 고인의 명복을 빌면서, 이 참에 아직 챙겨두지 못한 그의 소설을 읽는 것도 올해의 과제로 남겨놓도록 한다(러시아에서는 문학전집이 아닌 철학/사상 전집에 렘의 책들이 들어가 있다). 더 많은 그의 책들이 소개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그의 홈피 등에서 필요한 자료와 이미지들을 옮겨온다. 위의 이미지들은 그의 자전적 회고록 <높은 성>의 영어판과 러시아어판 표지. 그리고 아래는 그의 간략한 전기이다. 뒷부분에는 영어로 돼 있어서 좀 불편하지만, <솔라리스>의 각 장에 대한 해설을 옮겨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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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bert Wiener begins his autobiography with the words "I was a child prodigy." What I would have to say is "I was a monster." Possibly that's a slight exaggeration, but as a young boy I certainly terrorized those around me. I would agree only if my father stood on the table and opened and closed an umbrella, or I might allow myself to be fed only under the table. I don't actually remember these things; they are beginnings that lie beyond the boundary of memory. If I was a child prodigy, it could only have been in the eyes of doting aunts. (...)

-In my fourth year I learned to write, but had nothing of great importance to communicate by that means. The first letter I wrote to my father, from Skole, having gone there with my mother, was a terse account of how all by myself I defecated in a country outhouse that had a board with a hole. What I left out of my report was that in addition I threw into that hole all the keys of our host, who also was a physician... 

(*)Stanislaw Lem was born in Lvov on September 12th 1921 to a family of a laryngologist. Since 1932 he attended the K. S. Szajnocha II State Grammar School in Lvov where he received a secondary school certificate in 1939. Between 1940 and 1941, after the occupation of Lvov by Soviet troops, Lem studied medicine at the Lvov Medical Institu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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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 got there in an indirect way, since I first took the entrance exam at the polytechnic, which I thought was more interesting. I passed the exam but as a representative of the "wrong social class" (my father was a wealthy laryngologist, i.e. bourgeois) I was not accepted... My father made use of his connections and with the help of professor Parnas, a famous biochemist, I started studying medicine - albeit half-heartedly.

(*)During the German occupation Lem worked as a mechanic helper and welder for a German firm that recycled raw materials. In 1944, when the Soviet army occupied the city for the second time, Lem resumed his medical studies. In 1946 Lvov was no longer on Polish soil and Lem as a "repatriate" moved to Krakow where he started studying medicine at the Jagiellonian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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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could have earned quite well as a welder... On the one hand it seemed tempting, since in Krakow we had to start from scratch. On the other, however, the thought that I would abort my studies was very upsetting for my father. For some time I could not make up my mind and I eventually opted for medical studies. 

(*) Between 1948 and 1950 Lem worked as a junior research assistant at the Konserwatorium Naukoznawcze (The Circle for the Science of Science) lead by doctor Mieczyslaw Choynowski.

-Every few weeks I had to take a night train and travel to Warsaw - I took the cheapest class since I was quite poor in those times - for endless discussions at the publishing house "Ksiazka i Wiedza". They tortured my Hospital of the Transfiguration, the number of critical reviews was continually growing and all of them proved the book's counterrevolutionary and decadent nature. I was told that this and that had to be redone... And since at the same time they gave me hope the book would eventually be published I kept on writing and revising... Because Hospital of the Transfiguration was considered improper from the "ideological point of view" I was obliged to write further episodes in order to achieve a "compositional balance"...

-In 1950 in the house of the Writers Union in Zakopane I met a certain fat gentleman and one day we went for a walk to the Czarny Staw. My companion was Jerzy Panski from the "Czytelnik" publishing house but I did not know it at that time. During our trip we talked about the absence of polish science fiction... Panski asked whether I was capable of writing such a book. I answered "yes" - not knowing who my companion was, thinking it was just an ordinary fat fellow who happened to be staying at the "Astoria", just as I was. After some time, to my great surprise, I received an author's agreement from "Czytelnik". Having no idea what the book will be about I filled in the blank space with the word "Astronauts"... and in a quite short time I wrote my first book that was soon published.

(*) In 1953 Lem married Barbara Lesniak, a medical doctor (radiolog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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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met her around 1950 and after two or three years of siege she accepted my proposal. We did not have our own apartment at that time; I had a tiny room with mould on the walls and my wife, about to finish her medical studies, lived with her sister at the Sarego Street - so I became a commuting husb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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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 those politically uninteresting times... we used to ski in Zakopane for one month. I also traveled to Zakopane in June because of hay fever, for which there were no medications in those times. I stayed at a house of the Writers Union and worked most of the time. During one of such marathons I wrote Solaris. The same method was employed in the case of some other books. Apart from that nothing interesting was going on; my wife worked as a radiologist and I was an ordinary member of the Writers Union... I still remember my first trips to the East German Republic, with the delegation of Polish writers, and later trips to Prague and the Soviet Union - where they adored 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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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n 1973 in recognition of his achievements Stanislaw Lem was invited to join the Science Fiction Writers of America. However he was soon expelled from this organization because of critical remarks about low standards of American science fiction.

 

(*) In 1982, after the martial law in Poland, Stanislaw Lem left his homeland to study in Berlin as a scholar of the Wissenschaftskolleg. A year later he moved to Vienna. Living abroad Lem wrote his two last books that belong to the genre "fiction": Peace on Earth and Fiasco. The writer returned to Poland in 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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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anislaw Lem is a member of the Polish Writers Association and the Polish Pen-Club. Since 1972 Lem is a member of the committee "Poland 2000" under the auspices of the Polish Academy of Sciences; in 1994 he also became a member of the PAU (Polska Akademia Umiejetnosci).  

 

Introduction

During the Soviet era, Polish writer Stanislaw Lem was the most celebrated SF author in the Communist world. Although he read Western SF when he was young, he soon found it shallow and turned for inspiration to the long tradition of Eastern European philosophical fantasy. Western readers not familiar with this tradition often misread his works, expecting more action-oriented, technophilic fiction. Solaris comes closer to being a traditional SF novel than most of his works, but its main thrust is still philosophical. There is a deep strain of irony which runs through this work, for all its occasionally grim moments.

The great Russian experimental director Andrei Tarkovsky made an important film based on the novel which is considerably more confusing that the book. (The pared-down 2002 version by Steven Soderbergh keeps amazingly close--for a Hollywood film--to Lem's original themes and ideas, but its emotional inertness (particularly on the part of George Clooney) prevents it from having the full effect intended. This is one case where reading the book before seeing the film may help you to experience the intended effect better. Perhaps Soderbergh remembered the anguish of Kelvin so clearly from his reading that he didn't realize the need to convey it more vividly to an audience that would not share the same memories.

Chapter 1: The Arrival

The novel begins as the narrator, a scientist named Kris Kelvin, is descending toward the surface of the mysterious planet Solaris. How many instances can you find in this chapter of failures to perceive, breakdowns in communication, etc.? This is to be the main theme of the book. Whereas conventional SF poses puzzles only to solve them, Solaris concentrates on the puzzling nature of reality and the limits of science. The ship that has brought Kelvin to Solaris is called the Promethus, a name associated with civilization and enlightenment in Greek mythology, but also with condemnation to terrible torment. As he enters the station suspended above the planet's surface, note the many instances of wear, disorder and confusion. In the original Polish, Snow's name is "Snaut." What do the many concrete details given suggest about the state of things in the station? Snow's strange initial reaction to Kelvin will be explained later. What features of this chapter are reminiscent of a mystery story?

Chapter 2: The Solarists

Keep in mind the scribbled word "Man!" as you read on. See if you can understand why someone would have written it. Why does Lem treat Kelvin's "premonition" as he does? Much of this novel is a well-informed satire on the process of scientific research and publication. What may seem to the novice like tedious passages of irrelevant exposition reminiscent of Jules Verne (what modern SF fans call "info-dumps"), are in fact often amusing parodies of academic scholarship--especially those which occur later in the novel. Whether or not you catch the humor in these passages, they are crucial for understanding the central themes of the novel. They provide a wide variety of interpretations which succeed only in revealing the minds of the interpreters, leaving Solaris as mysterious as ever. In this way they are strikingly reminiscent of the writings of another Eastern European master, Franz Kafka.

The ability of Solaris to control its own orbit anticipates some of the wilder fantasies built on the "Gaia hypothesis," according to which Earth has the ability to maintain conditions favorable to life. Solaris' ability to remodel the instruments created to study it resembles quantum physics' uncertainty principle: studying subatomic particles affects their behavior in ways that make it impossible to separate the observer from the observation. This theory underlies the whole novel, and embodies many of the most crucial problems facing modern science. "Ignoramus et ignorabimus" is a slogan of the ancient skeptics proclaiming the impossibility of certain knowledge: "We do not know and we will not [cannot] know." Skepticisms' approach to knowledge is being compared to that of quantum physics. What is the difference between these two theories: the "autistic ocean" and the "ocean-yogi?" What does the condition of Gibarian's room suggest? What plan of Gibarian's does Kelvin discover? In what way does the manuscript of this plan reflect the themes of the novel? Note how the ending of the chapter begins to resemble the mood of a ghost or horror story or monster movie. Watch how Lem begins to depart from traditional "monsters-from-outer-space" themes as the story unfolds.

Chapter 3: The Visitors

Even in 1961 the figure of the "giant Negress" would have been offensive to many Western readers; but keep in mind that Lem was writing in Poland, where there were very few black people. As it turns out, there are good reasons for her stereotypically cartoon-like appearance. How does Kelvin try to get more information about the X-ray experiments out of Snow? How did Gibarian die?

Chapter 4: Sartorius

"André Berton" is a pun on the name of the famous surrealist spokesman and leader André Breton, who delighted in breaking down logic by irrationally juxtaposing objects in an arbitrary fashion--an apostle of disorder and madness. ?artorius?is the name of a thigh muscle, not a common personal name in either Polish or English. Lem studied medicine, and was probably taken by the name when he encountered it in his anatomical studies. The identity and nature of Sartorius's child "visitor" are deliberately kept a secret. One can make guesses, but it would be a mistake to treat this as a conventional "mystery" to be "solved." How do we slowly come to realize that Sartorius' secrecy is motivated not so much by fear as by shame? What is significant about the "Negress's" feet? An old-fashioned technique of discovering whether one is dreaming or awake is pinching oneself. What more sophisticated method does Kelvin invent? What does this mean: "I was not mad. The last ray of hope was extinguished"?

Chapter 5: Rheya

The name rendered "Rheya" here is "Harey" in Polish, doubtless altered because it suggests the English masculine name "Harry." In what ways is Rheya like a traditional ghost? What does the hypodermic needle scar suggest, and how is it connected to what Kelvin "had said to her five days earlier"? Why does Kelvin prick himself with the spindle? How does Kelvin discover that this is not the original Rheya? Avenging ghosts deliberately set out to haunt those who have wronged them. In what way is Rheya different? Does this make her more or less terrible? How is the behavior of this Rheya different from that of the original? Why is it significant that she knows about "Pelvis"? What stops Kelvin from strangling Rheya? Why are there no fasteners on Rheya's dress? "Spanner" is British English for "wrench."

Chapter 6: "The Little Apocrypha"

Why is Snow now more willing to visit with Kelvin? The reference to the well-aimed ink bottle comes from a famous incident in which Protestant reformer Martin Luther was visited by the Devil in his study one day and threw an ink-bottle at the figure to frighten it away. Supposedly the stain of the ink remained visible on the wall. What does Snow mean by saying "We have two or three hours at our disposal"? Although scopolamine is famous as "truth serum" it is also a powerful sedative, and that is its use here. What is Snow's theory about the nature of the " visitors"? Snow's long speech on space exploration in the paragraph which begins "It's almost as if you're purposely refusing to understand" is one of the best-known and most often-quoted in the book. What are its main themes and how do they relate to traditional science fiction? "Succubi" is the plural of "succubus," a sort of evil spirit who haunts men by having sex with them. Why is Snow convinced that Solaris is not trying to destroy them? Why does Kelvin consider it important to point out to Snow that his burn wounds have not healed?

Note that this being the early sixties, a growth of beard is considered a sign of emotional collapse. Why does Snow say it might be worth while staying on Solaris although they cannot learn anything about the planet? To understand Berton's theory of how the ocean operates, one must understand something of Freud's theory of the unconscious (not to be confused with the "subconscious"). The unconscious consists of feelings and memories which have been suppressed from the conscious mind by "contrary feelings" mostly having to do with shame and guilt. Although they are not accessible directly, their presence is revealed in a distorted form in dreams and as a powerful distorting force which can cause involuntary mistakes in speech ("Freudian slips"), and neurotic obsessions and illnesses of various kinds. How do Solaris' activities seem to relate to the unconscious? Be careful not to use the common misspelling "unconscience."

Chapter 7: The Conference

What is different about Kelvin's second encounter with a "Rheya"? Why is he so horrified by the sight of the two dresses? What are the main superhuman qualities of "Rheya"? What can you infer from "Rheya's" eating patterns? What does Kelvin discover about the visitor's blood? The objections to Kelvin' s neutrino theory are perfectly sound. The whole passage is merely a pseudo-scientific way of expressing a mystery, though the basic concept is important to grasp. The ocean has somehow created objects with a structure that differs at the deepest level from ordinary atomic structure. An angstrom is one-hundred-millionth of a centimeter. A neutrino has almost no mass and hardly interacts with other matter at all. It therefore makes a good basis for an unsolvable mystery. It is not clear whether or not there is any conscious intention behind the creation of the "phi-creatures." Which possibility is more frightening, in your opinion?

Chapter 8: The Monsters

In what way is this speech of "Rheya's" ironic: "I'm such a coward"? What kind of book does "Rheya" choose to examine? In the long passage describing Giese's work we learn more about the "mimoids." Their name comes from "mimic" and the suffix "oid," which implies similarity. This sort of loving detail is a feature of Jules Verne's fiction, but here it serves a different function. Whereas Verne is seeking to educate (sometimes simply copying out long passages from reference books), Lem uses a Kafkaesque technique to bewilder the reader with a plethora of concrete detail which does little to unveil the mystery, only multiplying possibilities, though in brilliant language. An "erg" is the standard unit of energy, defined as the amount of work done by one dyne acting through a distance of one centimeter. A dyne is the unit of force which in one second can alter the velocity by one centimeter per second of a mass of one gram. Analyze the philosophical statement in the paragraph which begins "The human mind is only capable. . . ." What are its implications? How has Kelvin's attitude toward "Rheya" changed? What does "I'm divorced" mean? According to Freud, the rational and moral parts of our mind dwell in the conscious realm. It is their activity which keeps the unconscious suppressed. Therefore what is the point of beaming encoded versions of their conscious thoughts at the ocean via X-rays? What is the alternative plan, and how does it differ from this?

 

Chapter 9: The Liquid Oxygen

How is the arrival of the "new" Gibarian different from the other strange appearances which have occurred? What has happened to the tape recorder, and why is it important? What is different about the suicide in this chapter? What does "Rheya" learn from it? How have Kelvin's feelings changed? How have "Rheya's" feelings about herself changed? "First contact" with an alien species is a major theme in SF. What does Kelvin have to say on this subject?

Chapter 10: Conversation

Why does Kelvin shout "You're out of your mind!" when Snow suggests that he determine whether the phi-creatures can exist away from the planet's surface by examining the vehicle he earlier launched into orbit? According to the Greek historian Herodotus, when the Persian general Xerxes was frustrated in his attempt to invade Europe by a storm at the Hellespont which made it too rough to cross, he had the stream scourged by beating it with rods, cursing it. This has traditionally been used as an illustration of tyrannical egotism and irrationality. In the paragraph beginning "I'll give you an answer" Snow keenly analyzes Kelvin's motives. What are his main points? Why is Kelvin afraid to carry out the proposed experiment?

Chapter 11: The Thinkers

According to Kelvin, what did human beings have in mind when they first set out for other worlds? This chapter contains a long satirical passage in the Kafkaesque mode tracing the history of Solaristics, a passage also reminiscent of some of the stories of Jorge Luis Borges. The more scholarship you have read, the more amusing it will be. If you are not familiar with much of this sort of thing it may well seem pointless. Identify a few of the patterns that run through this history. The most important passage, one which underlies the philosophy of the entire novel, concerns the pamphlet by Grastrom. This is the other most famous passage in the novel. What are its main messages?

Chapter 12: The Dreams

Describe Kelvin's dream (the long one, told in the paragraph beginning "On the fifteenth day"). What do you think it means? When Snow calls Sartorius "Faust in reverse" he is thinking of the fact that one of Faust's first uses of the devil's powers after signing his famous contract was to make himself decades younger, greatly prolonging his life. "Agonia perpetua" is Latin for "eternal torment, referring to the punishment of the damned in Hell. Snow calls Rheya " Aphrodite, child of Ocean." Why? (Hint: look up Aphrodite in any encyclopedia or mythology handbook.) What do you think Kelvin is feeling in the last paragraph of this chapter?

Chapter 13: Victory

Why can't Rheya and Kelvin "live happily ever after?" How does Kelvin's last dream affect the emotional impact of the immediately following scene? Why does Kelvin want to destroy Solaris at first? What does this title of this chapter mean?

Chapter 14: The Old Mimoid

How has Kelvin been changed by his relationship with "Rheya?" Manicheanism was a religion founded by a third-century prophet named Mani, distantly related to Persian Zarathustrianism. Like the latter, it argued that the presence of evil in the universe could be explained by the existence of an evil god named Ahriman who was perpetually in conflict with a good God named Ahura-Mazda. The sort of imperfect god Kelvin describes had in fact been described by at least two writers before him: Nikos Kazantzakis presents such an image of God in many books, particularly The Saviors of God, and Olaf Stapledon in The Star-Maker; and Lem specifically acknowledges having read the latter.

What is the argument that Kelvin makes against the ability of human beings to create gods according to their individual desires? What do you think of this argument? What do you think Kelvin is trying to do as he plays with the waves? Why is it significant that he cannot actually touch the surface of the ocean? What does the growth of the flower in his hand suggest? "Finis vitae sed non amoris" means "life ends but not love." What does the last sentence of the novel mean?

06. 0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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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타이유를 검색하다가 한동안 잊어먹고 있던 영화를 떠올리게 됐다. 작년 가을에 개봉됐던 영화 <루시아>(2001)인데(원제는 'Sex & Lucia'), 스페인 영화이고 감독은 홀리오 메뎀, 주연 여배우가 파즈 베가이다. 비디오 대여점이라기보다는 만화대여점이라고 해야 할 동네 '영화마을'에 이런 류의 영화가 들어올 턱이 없기 때문에 언제, 어떻게 영화를 볼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이지만(DVD는 좀 부담스런 가격이다), 기억을 위해서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주간한국(2005. 09. 07)에 실렸던 '탐욕적 에로티시즘에 빠진 그들'이 기사의 제목이고, 필자는 영화평론가 장병원이다.

-영화계에는 ‘한국식 제목'이라는 말이 있다. 외화가 국내에 수입될 때 한국 실정에 맞도록 제목을 바꾸는 경우를 두고 쓰는 용어다. 통상 알기 힘든 영문이나 밋밋한 제목을 선정적으로 개작해 원래의 뜻을 훼손하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는데, <블로우 업>을 <욕망>으로, <브라질>을 <여인의 음모>로, 'Lost in translation'을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등으로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루시아>는 영화계의 제목 바꾸기 관행을 거꾸로 뒤집은 사례로 기억될만하다. <섹스 앤 루시아(Sex & Lucia)>라는 자극적인 원제가 관객의 호기심을 더 끌만하건만, 어찌 된 일인지 수입사는 <루시아>라는 밋밋한 제목을 내세웠다.



-오금이 저리는 섹스 장면 하나 없어도 ‘섹스'라는 말을 제목에 버젓이 집어 넣는 세태를 떠올린다면, 실로 시류에 ‘역행’하는 모험적 시도라 할 수 있다. 수입사의 의도는 말초적인 쾌락에 호소하려는 싸구려 에로 영화가 아니라 품격 있는 예술 영화임을 강조하기 위한 것일지도 모른다. 원래 제목이 부끄럽지 않을 만큼 이 영화는 주체할 수 없는 성적 욕망으로 파국에 이르는 인간을 보여주지만, 탐미적 에로티시즘 위에 가볍지 않은 인생에 대한 성찰을 덧씌운다.

-죽음과 에로티시즘 프랑스 작가 조르쥬 바타이유는 저서 <에로티시즘>(*국역본과 영역본 모두 <에로티즘>으로 표기하고 있으므로 그렇게 해주는 게 낫겠다)에서 죽음과 에로티시즘의 친족관계를 설파한다. 바타이유는 에로티시즘은 죽음과 연결되고 죽음의 순간 인간은 극한의 쾌락을 경험하게 된다고 말한다. 즉 섹슈얼한 욕망은 죽음에의 동경에 다름 아니며, 성적 쾌락은 죽음의 경험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루시아>는 이 같은 생의 철학에 기반하고 있다.

-레스토랑 웨이트리스 루시아(파즈 베가)는 6년 간 동거했던 소설가 로렌조(트리스탄 우요아)가 세상을 뜬 후 상실감에 시름시름 앓는다. 복잡한 심정을 정리하기 위해 지중해의 호젓한 섬으로 여행을 떠난 그는 천혜의 자연 환경과 그곳에서 만난 미스터리한 남자 카를로스, 민박집 주인 엘레나 등과 교류하며 평온을 찾는다. 하지만 로렌조를 축으로 맺어진 3사람의 과거 행적이 베일을 벗으면서 예상치 못한 비밀의 실체가 드러난다. 

-<루시아>는 한 인물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가지를 치면서 전체 등장 인물로 퍼져가는 독특한 구조를 취하고 있다. 동상이몽의 욕망에 사로잡힌 인물들의 실체는 모든 것이 겉보기와는 다르다. <루시아>는 양파 껍질 벗기듯 이들의 과거를 하나씩 풀어놓으며 내밀한 진실의 속살을 들춰낸다. 뒤엉킨 관계만큼이나 그걸 포장하는 재료들도 실타래처럼 뒤엉켜 있다. 소설가인 로렌조가 쓰는 소설과 그의 현실이 뒤섞이고, 실제와 꿈, 환상,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자유롭게 왕래하면서 미궁 속을 헤매듯 이야기가 흘러간다. 관계가 하나 둘 씩 밝혀질 때마다 ‘그들 사이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된다. 이 난잡한 관계의 사슬을 맺어주는 끈이 있다면 섹슈얼한 욕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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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시아>의 성애 묘사 수준은 그간 한국의 영화 심의 기준을 뛰어넘을 만큼 파격적이다. 남녀 성기 노출은 예사요, 디테일한 성행위의 묘사도 수분간 이어진다. 호사가들의 궁금증을 자극한 이 강도 높은 에로티시즘 때문에 미국에서는 17세 미만 관객들은 영화를 볼 수 없는 'NC-17 등급'을 받았다. 더 놀라운 사실은 서슬 퍼런 심의의 가위질이 살아있는 한국에서 ‘무삭제' 판정을 받았다는 것이다. 영화 심의를 담당하는 영상물등급위원회 위원장까지 나서 “과거의 구태의연한 심의기준이 사라졌다는 결정적 증거"로 거론했을 정도로 이 영화의 섹스 장면은 표현의 강도가 세다.

-파격의 영상 미학 물론 파격의 섹스 묘사는 그저 말초적 쾌락을 위한 눈요기 용은 아니다. 대담한 섹스 장면은 드라마의 리얼리티를 강화하는 장치로 동원되고, 다양한 성적 취향을 회피하지 않는 개방성도 욕망의 덧없음을 주장하는 결론을 위한 것이다. 모든 등장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게 되는 마지막 장면에서 밝혀지는 그들의 과거가 이 같은 점을 확인시켜준다. <루시아>에서 강렬한 에로티시즘 만큼 뇌리에 남는 것은 시각적 이미지의 아름다움이다. 보름달이 비치는 바닷가에서 펼쳐지는 도입부의 수중 정사, 파도가 만들어낸 포말 위에 어리는 그림자, 눈이 멀어버릴 것 같은 코발트 빛 바다와 하늘 등 화려하고 추상적인 풍경의 이미지가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농담이 짙은 색감으로 덧칠된 유화나 총천연색 물감을 끼얹어 놓은 것 같은 영상은 잠시 동안 넋을 잃게 만든다. 잊을 수 없는 이미지들을 통해 감성을 자극하는데 공헌한 것은 영화평론가 출신 감독 훌리오 메뎀의 연출력이다. 홀리오 메뎀은 페드로 알모도바르(<내 어머니의 모든 것> <그녀에게>),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오픈 유어 아이즈> <디 아더스>)의 뒤를 이을 스페인 영화의 기대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인물이다.(*내가 아는 스페인 영화감독이 몇 안되는데, 다행히도 알모도바르-아메나바르는 내가 아는 '라인'이다. 메뎀이 그 뒤를 잇고 있다니까 '알모도바르-아베나바르-메뎀'으로 기억해두면 되겠다.)

 

 

 

 

-<그녀에게> <노보> 등에 출연했고 <스팽글리쉬>에서 억척스러운 스페인 이민자 여성을 연기한 매력적인 스페인 배우 파즈 베가(1976- )의 농염한 관능미도 빛을 발한다. <루시아>는 아름다운 배우, 아름다운 로맨스, 아름다운 자연을 통해 관객의 눈을 현혹시킨다.(*내가 이름을 아는 스페인 여배우는 모두 알모도바르의 작품에 출연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빅토리아 아브릴, 페넬로페 크루즈, 그리고 파즈 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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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후의 순간, 감독은 우리가 아름답다고 느끼는 행위나 가치 뒤에는 추함도 함께 있다고 말한다. 선을 넘어버린 아름다움의 추구는 인간을 ‘도착'이나 ‘파멸'에 이르게 한다는 걸 깨닫게 한다. 하지만 유혹에 약한 인간이 그걸 깨닫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06. 04. 11.

P.S. 참고로, 본문에서 참조하고 있는 <에로티즘의>의 서문을 잠시 인용한다: "에로티즘, 그것은 죽음까지 파고드는 삶이라고 말할 수 있다. 엄밀한 말해서 정의는 아니다. 그러나 이 표현은 다른 어떤 표현보다 에로티즘의 의미를 잘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정확한 정의가 문제라면, 생식 차원의 성행위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에로티즘도 생식의 특수한 한 형태이기 때문이다. 생식에 목적을 둔 성행위는 인간을 포함한 모든 유성동물의 공통된 행위이다. 그러나 유독 인간만은 성행위를 에로티즘으로 승화시켰다... 에로티즘은 아기나 생식 등 자연 본래의 목적과는 별개의 심리적 추구이다."(<에로티즘>, 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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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 EBS 세계명화에서 짐 자무쉬(1953- )의 <천국보다 낯선>(1984)을 다시 봤다. 집안 청소를 하면서 봤기 때문에 제대로 봤다기보다는 그냥 틀어놨었다고 해야 맞겠다(중간에는 분리수거도 하러 내려갔다 오고). 사실 이 영화는 국내에 개봉되기 이전에 아주 오래전 한 대학의 영화제에서 거푸 두 번을 본 적이 있다. 이후에 개봉관에서도 한번 보고. 그러는 사이에 80년대 대학가의 '전설'이었던 이 영화는 이젠 '낯익은' 영화가 되었다. '포스트모던적'이었던 영화의 포스터는 거의 키치가 되었고.   

<천국보다 낯선>은 얼마전 최근작 <브로큰 플라워>(2005)가 국내 개봉된바 있는 미국 독립영화계의 '기린아' 짐 자무쉬의 두번째 장편영화이고, 일설에는 빔 벤더스가 <파리, 텍사스>(1984)를 찍고 남은 필름으로 찍은 영화이다(자무시는 벤더스의 조감독 출신이다). 영화 속 이야기나 화면은 쓸쓸하고 황량하지만, 처음 볼 때는 아주 낯설고 참신한 영화였다(빅토르 슈클로프스키의 고전적인 정의에 따르자면, 예술은 '낯설게 하기'이다). '진공청소기를 돌리다'는 '악어의 목을 조르다'라고 표현하는 게 '미국식'이라고, 헝가리에서 날아온 사촌동생 에바에게 '미국인' 윌리가 한 수 가르쳐주는 대사처럼. 나 또한 악어의 목을 한참 조르고 난 후에 이 페이퍼를 쓴다.

먼저, 의례적인 영화 줄거리를 이미지들과 함께 옮겨온다. 영화는 '신세계(The New World)', '1년 후(One year Later)', '천국(Paradise)'이란 소제목으로 나뉘어진다.

-뉴욕 빈민가의 낡은 아파트에 사는 윌리에게 어느 날 사촌 에바가 찾아온다. 갑자기 군식구를 떠맡게 된 윌리는 처음엔 그녀를 성가셔 하지만 10일이 지나 에바가 떠날 무렵이 되자 왠지 모를 아쉬움을 느낀다.  

-일년 후 윌리는 친구 에디와 함께 에바를 만나러 클리블랜드로 무작정 떠난다. 괴짜 로티 아주머니와 함께 사는 에바는 핫도그 가게 점원으로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세 사람은 함께 플로리다로 떠나기로 한다. 이들의 여정은 개경주에서 윌리와 에디가 가진 돈을 거의 다 날리게 되면서 어긋나기 시작한다. 두 사람이 남은 돈을 털어 경마에서 마지막 승부를 걸고 있을 때 에바는 우연치 않게 큰 돈을 손에 넣는다.  

-윌리와 에디를 기다리던 에바는 결국 혼자 공항으로 떠나고, 세 사람은 뿔뿔이 흩어진다. 언제 도착했건 이방인이기는 마찬가지인 이민자들에게 미국이라는 나라는 할리우드 영화가 보여주는 화려하고 꿈같은 파라다이스와는 거리가 멀다. 신세계의 꿈을 안고 도착한 에바에게 이 거대한 나라는 뉴욕이건, 클리블랜드건, 플로리다건 간에 쓸쓸하고 황량할 뿐이다. 

<천국보다 낯선>은 한겨레신문이 선정한 세계영화 100선에도 꼽혔던 작품이니만큼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올라 있기도 하다. 영화평론가 김영진의 작품 해설은 이렇다. 

 

 

 

 

-헝가리 아가씨 에바가 뉴욕에 사는 건달 친척 윌리의 집에 찾아오는 것으로 시작되는 <천국보다 낯선>은 착상이 도전적이다. 이 영화에 담긴 미국 사회의 풍경은 아메리칸 드림, 모든 것이 넘쳐나는 풍요의 천국과는 거리가 멀다. 이 흑백 장편영화는 삭막하고 스산하기조차 한 미국을 보여줬다. 그리고  이 영화로 청년 감독 짐 자무쉬는 84년의 칸 영화제 신인감독상과 로카르노 영화제 황금 표범상을 받았다. 그는 단숨에 뉴욕 독립영화계의 총아로 떠올랐다.

-<천국보다 낯선>은 미국영화지만 사실 미국영화라기보다는 미국을 배경으로 한 유럽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한 화면이 한 장면을 이루는 길게 찍기, 시선의 비상한 집중을 요구하는 고정된 카메라 스타일, 서로 진정한 의사소통에 이르지 못하는 인간관계, 여기저기 떠돌지만 정신적으로 건조한 삶의 조건, 긴 페이드 아웃의 화면전환이 주는 형식의 단절감 등은 무엇보다 대리만족을 주는 이야기체 영화를 중시했던 미국영화의 전통과는 별로 상관없다. 자무쉬는 빔 벤더스,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로베르 브레송 등의 유럽 영화감독과 일본 영화의 대가 오즈 야스지로 등의 영화로부터 영감을 빌려와 황폐한 미국 생활의 이미지를 재구성했다. 영화 표현의 뿌리를 여러 혈통에서 빌려온 셈이다. 그래서 곧잘 '포스트모던'이란 수식어가 붙는다.

-그러나 자무쉬 영화의 새로움은 유럽영화에서는 이미 상투화한 진술을 미국의 상황으로 옮겨놓은 낯설음에서 온다. 예를 들면 에바와 에바의 사촌 오빠 윌리가 식탁에서 TV 디너에 관해 대화하는 장면같은 것이다. "티브이 디너 안먹을래?" "안먹어, 배 고프지 않아." "왜 티브이 디너라고 부르지?" "그냥... 티브이를 보면서 먹으니까... 텔레비전말이야." "텔레비전이 뭔지는 나도 알아." "그 고기는 어디서 난거야?" "뭐?" "그 고기는 어디서 난거야?" "쇠고기지 뭐." "쇠고기야? 고기같이 보이지 않는데." "휴... 상관하지마. 어쨌든 여기선 이런 걸 먹는다구. 고기, 야채, 디저트, 그리고 설거지할 필요도 없어." 이런 식의 반복된 대화의 연속과 단조로운 양식은 황폐한 미국생활을 암시하는 놀라운 공명을 불러일으킨다.

-자무쉬는 원래 이 영화의 1부인 <신세계>를 단편영화로 발표했었다. 영화가 평판이 좋자 자무쉬는 두 단락을 더 붙여서 장편영화로 공개했다. 그러나 1부 '신세계'에 이어 추가된 '일년 후'와 '천국'은 1부의 부연설명에 지나지 않는다. 주인공들은 뉴욕에서 클리블랜드와 플로리다로 옮겨 다닌다. 이 여정은 야만의 땅에 문명을 심으며 서부영화의 주인공들이 걷던 신화적인 여정과 유사하다. 그러나 이 영화에서의 장소이동 모티브에는 더 이상 상징적인 의미가 없다. 클리블랜드로 가는 차 안에서 주인공들은 어딜 가나 다 똑같다고 중얼거린다. 어디나 다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저 천국보다 낯선 곳일 뿐이다.

-자무쉬는 그러나 <천국보다 낯선> 이후에 만든 영화들에서 <천국보다 낯선>의 신선함에 맞먹는 결실을 거두지는 못했다. 형식이 매너리즘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렇더라도 그는 종래의 미국적인 이미지를 뒤집는데 꾸준한 관심을 보여 왔다. 재미있는 것은 이 관심이 모방과 짜집기와 재구성이라는 80년대 이후의 양식적 경향 속에서 추구된다는 점이다. 그런 면에서 그는 아주 미국적인 감독이다.

한데, 영화를 여러 차례 보다 보면, 메시지는 모두 증발해버리고, 형식미나 디테일 정도만이 인상에 남는다. <천국보다 낯선>에서 그러한 디테일은 여주인공 에바가 듣는 음악들인데, 그 중에서도 'Screamin' Jay Hawkins'란 이름으로 더 유명하다는 잴러시 호킨스(Jalacy Hawkins; 1929-2000)의 '절규하는' 로큰롤 'I put a spell on you'(1956)가 가장 인상적이다(http://www.youtube.com/watch?v=bvWf9djVg9c).  

I put a spell on you
Because you're mine.
I can't stand the things that you do.
No, no, no, I ain't lyin'.
No.
I don't care if you don't want me
'Cause I'm yours, yours, yours anyhow.
Yeah, I'm yours, yours, yours.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Yeah! Yeah! Yeah! Yeah....
I put a spell on you.
Lord! Lord! Lord! ...
.'Cause you're mine, yeah.
I can't stand the things that you do
When you're foolin' around.
I don't care if you don't want me.
'Cause I'm yours, yours, yours anyhow.

Yeah, yours, yours, yours!
I can't stand your foolin' around.
If I can't have you,
No one will!

I love you, you, you!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I love you, you, you!
I don't care if you don't want me.
'Cause I'm yours, yours, yours anyhow.

witchesattea.jpg

가사에서 'I put a spell on you'는 ("나는 당신에게 말을 걸어요'라고 옮긴 경우도 있던데) '나는 당신에게 주문을 걸어요'란 뜻이겠다. 왜냐면, "당신은 내 거니까." 마지막 가사도 "나는 당신을 사랑한다. 당신을 나를 원하지 않더라도 나는 신경쓰지 않는다. 왜냐하면 나는, 어쨌거나 당신 거니까."란 식이니까, 거의 '당신'의 목을 조르는 내용이다.

해서,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것은 '천국보다 낯선' 아메리카가 우리에게 거는 '주문'인지도 모르겠다. 벤더스의 영화 <파리, 텍사스>에서 황량한 텍사스 사막에 '파리'라는 지명이 붙은 것처럼, <천국보다 낯선>에서는 황량한 들판이 (천국보다 낯선) '천국'에 비유된다. 우리가 에바처럼 서 있는 이 자리, 끊임없이 주문/마법이 필요한 이 자리...

 

06. 04. 09. 

 

 

 

 

 P.S. 한편, 아메리카의 반대편 러시아에서 '악어'하면 떠오르는 두 작품은 도스토예프스키의 풍자소설 <악어>와 러시아 어린이들의 친구이자 마스코트 <체브라시카>에 등장하는 악어 친구 '게나'이다. <악어>는 당대 19세기 유럽이란 (천국보다 낯선) '천국'에 대한 도스토예프스키의 신랄한 풍자와 조소를 담고 있는 작품이며, <체브라시카>는 원송이도 아니고 곰도 아닌 주인공이 자기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험담이다. 동물원에 출퇴근하다가 체브라시카의 모험을 따라나선 악어 게나는 그런 체브라시카를 도와주는 친구. 만약 아이가 미키마우스 대신에 이런 만화/동화를 좋아한다면, (아메리칸 스타일이 아닌) 러시안 스타일로 키우셔도 되겠다...   

P.S. 짐 자무시(자무쉬)의 인터뷰집이 출간됐다. <짐 자무시>(마음산책, 2007). "1981년부터 2000년까지, 20여 년에 걸쳐 다양한 국적의 인터뷰어들이 기록한 열다섯 편의 글을 묶"은 것이라고 한다. 소개에 따르면, "인터뷰는 '영원한 휴가'부터 '커피와 담배'에 이르기까지, 짐 자무시 자신이 영화에 담고자 했던 것들이 무엇인지를 하나하나 들려준다. 영화 제작 과정에 대한 에피소드 외에, 그의 삶과 개인적 이야기를 담은 글들도 많다. 그의 세계관, 정치적인 입장 등이 드러나기도 하며, 로베르토 베니니, 카우리스마키 형제, 빔 벤더스 등과 같은 동료들과의 만남이 소개되기도 한다."

아직 빔 벤더스에 관한 책도 변변한 게 나오지 않은 것과 비교하면 의외이긴 한데, 여하튼 반갑다. 짐 자무시보다 더 고대하는 건 아키 카우리스마키에 관한 책이긴 하지만(언젠가 소개한 바 있지만 나는 러시아어에서 나온 연구서 하나를 갖고 있다). "원서인 (University Press of Mississippi)에 수록된 17편의 인터뷰 가운데, 15편을 골라 편집했다."고 하는데, 굳이 2편을 뺄 필요가 있었는지는 의문이다... 

07. 04.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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