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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중만의  '청춘시절' 전시회가 열린다고 한다. 그에 맞추어 사진집도 출간됐다. 'Sexually Innocent'(미메시스, 2006). 22살이면 순진한 나이인지 순진해 보이는 나이인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때 찍은 사진 들이라고 한다. 테마는 대략 에로티시즘이고.

 

 

 

 

연예인 사진이 아니면 내가 작가에 대해 갖고 있는 기억은 언젠가 아프리카의 야생을 카메라에 담던 모습이다(그래서 내게는 '김중만=아프리카'이다). 이후에 언론에서도 자주 얼굴이 비쳐 '유명세'를 짐작하게 했지만, 이번 사진전은 그런 유명세와 무관한 시절의 '고독한' 작업이었을 법하다. 작가도 그런 때가 그리웠던 것일까? 전시회 관련기사 두 개를 옮겨놓는다.

파이낸셜뉴스(06. 07. 26) 사진작가 김중만의 ‘청춘 시절’을 훔쳐볼수 있는 사진전이 열린다. 경기도 양평 사진갤러리 와(瓦·WA)에서 8월17일까지 전시되는 ‘Sexually Innocent 김중만:1975’전은 22살 청년의 김중만이 젊음의 방랑 고뇌와 함께 자유와 사랑을 담은 작업들이다. 작가로서 출발점이 되는 김중만의 초기작업이다.

-당시 김중만은 프랑스 니스 국립응용미술대학에서 서영화를 전공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들은 김중만의 에로티시즘을 느낄수 있는 사진들로 여성과 자연풍경을 찍은 흑백사진 50점이 전시된다. 김중만은 75년 프랑스 니스의 아뜰리에 장피에르 소아르디에서 개인전을 시작으로 77년 프랑스 오늘의 사진전에 참여해 젊은 작가상을 받았다. 현재 스튜디오 벨벳 언더그라운드를 운영하고 있다.

뉴시스(06. 07. 18) 경기도 양평 사진 갤러리 瓦 WA에서 초대 기획된 ‘Sexually Innocent Kim, Jung-Man: 1975’ 전은 1975년 당시 22살 청년 김중만의 젊음의 방랑, 고뇌와 함께 자유와 사랑을 담은 작업들이다.



-김중만은 프랑스 니스 국립 응용 미술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면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업들은 김중만의 에로티시즘(Eroticism)을 느낄 수 있는 사진들로서 여성과 자연 풍경을 찍은 흑백 사진 50여점이 전시된다. 습작 시기를 거쳐 작가로서의 출발점이 되는 김중만 초기의 작업이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것이다.



-성의 이미지를 암시하는 여성과 자연 풍경을 담은 은유적 기법의 사진들은 직접적 성 행위보다 오히려 더욱 에로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그의 사진에서 느껴지는 에로티시즘은 심층적 심리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는 자기만의 세계에 심취한 여성을 통해 생명의 환희와 아름다움을 전해주는 가장 김중만다운 작업으로 그의 순수한 성적 감수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Sexually Innocent Kim, Jung-Man: 1975’ 사진전은 7월15일부터 8월 16일까지 진행된다.

06. 0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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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다 2006-07-29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성의 이미지를 암시하는 여성과 자연 풍경을 담은 은유적 기법의 사진들은 직접적 성 행위보다 오히려 더욱 에로틱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제가 눈이 어두워서인지, 순진하지 않아서인지 전혀 에로틱한 감정이 들지 않는군요.^.^

로쟈 2006-07-29 16: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사진들은 아닐 거라고 봅니다. 좀 다른 게 있지 않을까요?^^

작것 2006-12-19 1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계..를 말하고 싶은건가.
 

지젝의 <신체 없는 기관>(도서출판b, 2006)의 한 대목 읽기. 먼저 들뢰즈의 천재성: "들뢰즈의 천재성은 그의 초월적 경험론이라는 개념에 있다. 초월적인 것을 경험적 자료의 풍부한 흐름을 구조화하는 형식적 개념적 그물망으로 여기는 표준적인 개념과는 대조적으로 들뢰즈의 '초월적인 것'은 현실보다 무하하게 '더 풍부하다.'(the Deleuzian 'transcendental' is infinitely RICHER than reality) 그것은 잠재성들의 무한 퍼텐셜(*포텐셜)인바, 이 장으로부터 현실이 현행화되어 나온다... 대립물들의 역설적 짝짓기(초월적+경험적)는 구성된 혹은 지각된 현실의 경험 너머(또는 차라리 아래)에 있는 경험의 장을 가리킨다."(19-20쪽)

 

 

 

 

그러니까 들뢰즈의 초월적인 것이 가리키는 것은 어떤 형식적/개념적 그물망이 아니라 잠재성들의 무한 포텐셜이라는 것. 이런 맥락에서 "아마도 잭슨 폴록(1912-1956)은 궁극적인 '들뢰즈적 화가'일 것이다. 그의 액션 페인팅은 이 순수 생성의 흐름, 비인격적-무의식적 삶의 에너지를 직접적으로 묘사하지 않는가?.."

 

"폴록의 개성(술주정뱅이 미국인 마초)에 대한 숭배는 이러한 근본적인 특징에 비하면 부차적이다. 그이 작품은 그의 개성을 '표현'하기는커녕 오히려 '지양'하거나 말소한다." 그러니까 아래와 같은 그의 그림은 그의 개성과 무관한 탈주체적, 비인격적, 비인칭적 작품이라는 것.

 

거기에 붙은 각주: "그렇다면 폴록-로트코의 대립은 어떤가? 이는 들뢰즈 대 프로이트/라캉의 대립에, 즉 포텐셜들의 잠재적 장 대 최소 차이(배경과 형상의 간극)의 대립에 사응하지 않는가?"(21쪽) 로트코는 '로스코'(Mark Rothko; 1903-1970)을 말한다. 러시아 태생의 미국화가인 그는 간단한 설명에 따르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감상적이고 과장된 추상표현주의 양식에 인간의 내면을 관조하는 명상적 성찰을 도입했다. 색채를 유일한 표현 수단으로 사용하는 그의 표현방식은 이른바 '색면파'(Colour Field Painting)를 낳게 했다."

로스코가 왜 프로이트/라캉주의적 화가인지에 대해서는 부가적인 설명이 필요한 듯하다. 그에 대한 소개를 좀더 따라가보면, "로스코가 초기에 채택한 사실주의 양식은 1930년대 말에 그린 <지하철 Subway> 연작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이 작품들은 단조로운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고독을 잘 보여준다. 1940년대초에 이르러 그의 사실주의 양식은 종교의식을 주제로 한 <세례 장면 Baptismal Scene>(1945, 뉴욕 휘트니 미술관)에서처럼 거의 추상화된 생물 형태들로 이루어진 표현 형식으로 바뀌었고 1948년경에는 매우 개성있는 추상표현주의 양식에 도달했다."(*아래는 <지하철> 연작의 하나인 <지하철 입구>[1938]) 

"로스코는 대부분의 추상표현주의 화가들과는 달리, 격렬한 붓놀림이나 물감을 뚝뚝 떨어뜨리고 뿌리는 극적인 표현기법에는 결코 의존하지 않았다. 그림을 그린 동작이 나타나 있지 않은 그의 그림들에는 서로 스며드는 듯한 커다란 색면들이 나란히 병치되어 있어, 마치 그것들이 몽롱한 공간 속에 그림 평면과 나란히 떠 있는 듯이 보인다. 로스코는 이 기본양식을 계속 단순화하여 세련되게 다듬는 데 평생을 바쳤다."

 

"그는 부드러운 윤곽을 가진 2~3개의 직사각형만으로 구성을 제한했고, 이 직사각형들은 마치 추상화된 기념비적 성상처럼 벽 크기의 수직 화폭을 거의 가득 채웠다. 그러나 이같은 거대한 규모에도 불구하고 그의 그림은 부분적인 색채 간의 미묘한 차이로 인해 보는 사람들에게 놀랄 만한 친밀감을 주었다." 그러니까 같은 추상 표현주의 회화를 개척했음에도 불구하고 폴록과는 달리 로스코는 자신의 작품에서 임의성을 배제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한 통제와 스타일이 갖는 의미는 로스코에 관한 책들을 참조해야겠다.

 

"1958~66년에 그는 14개의 거대한 화폭(가장 큰 것은 가로가 3m, 세로가 5m나 되었음)에 그림을 그렸다. 이 그림들은 결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 있는 예배당에 걸렸는데, 특정 종파와 관계가 없는 이 예배당은 그가 죽은 뒤 로스코 예배당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이 그림들은 신비스럽게 빛나는 갈색·적갈색 및 빨간색·검은색으로 그린 모노크롬이었다. 그 신비스러운 분위기는 로스코가 말년에 신비주의에 얼마나 깊이 빠져 있었는가를 보여준다. 말년에 그는 그의 그림에서 많은 것을 배운 예술가들이 그를 완전히 잊어버렸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괴로워했고, 건강마저 나빠지자 자살했다."
 
해서, 로스코와 폴록, 혹은 추상 표현주의에 있어서 프로이트-라캉주의 화가와 들뢰즈주의 화가. (배경과 형상 사이의) 최소한의 차이 대 포텐셜들의 잠재적 장...
 
06. 07. 18. 
 
P.S. 때마침 마크 로스코 전시회가 서울에서 개최되고 있다. '마크 로스코: 숭고의 미학'이 그것인데, 서울 한남동 리움에서이며 기간은 지난 6월말부터 9월 10일까지이다. 관련기사를 옮겨놓는다.
 
경향신문(06. 06. 17) “분석 말고 느껴봐요” 색의 손짓…로스코 걸작선
 
-2차 세계대전 후 미술의 중심지는 파리에서 대서양을 건너 뉴욕으로 옮아갔다. 이와 함께 뉴욕에는 일명 액션 페인팅으로 불리는 추상표현주의의 물결이 몰아쳤다. ‘뿌리기 선수’ 잭슨 폴록을 위시해 윌렘 드 쿠닝, 프란츠 클라인 등은 눈에 보이는 현상·사물을 묘사하지 않고 자유롭게 물감을 사용해 캔버스를 채워나갔다. 이들은 뿌리기와 즉흥적 붓질 등 본능에 의지한 작업을 통해 화폭 위에 미술을 창조하는 과정 자체를 보여주려 했다.
 


-이와 동시에 액션 페인팅과는 전혀 다른 경향의 추상표현주의가 있었으니 바로 마크 로스코(Mark Rothko, 1903~70), 바넷 뉴먼으로 대표되는 색면추상이다. 그간 국내에서는 접하기 어려웠던 마크 로스코의 색면추상화들이 우리나라에 왔다. 미국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에 소장된 로스코의 작품을 선보이는 ‘마크 로스코: 숭고의 미학’이 9월10일까지 서울 한남동 리움에서 열린다.

-회고전 성격의 이번 전시에는 시기별 걸작 27점이 전시돼 구상에서 추상으로 차츰 변화하는 화풍을 감지할 수 있다.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조도를 낮춘 전시실에는 1920년대 그린 수채화 작품부터 자살로 생을 마감한 70년에 그린 작품까지 고르게 걸려 있다.

-로스코는 러시아 출신의 유대인으로 어린 시절 미국으로 이민갔다. 젊은 시절 드라마와 신화, 정신분석학에 심취했던 그는 특히 모차르트의 음악과 니체의 철학에 큰 영향을 받았다.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한 로스코는 생전 회화를 음악과 시가 지닌 통렬함의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싶어 화가가 되었다고 했다. 처음에는 도시풍경과 건축구조물에 관심을 갖다가 점점 절제된 형상, 화면 위에 둥둥 떠다니는 색채를 그렸다.
 


-“어떤 화가들은 모든 것을 말하려 한다. 그러나 나는 말을 적게 할수록 현명하다고 생각한다”는 믿음을 견지했던 로스코는 대형 캔버스에 두세 개의 색을 칠했다. 서로 다른 색면이 서로 부드럽게 스며있는 듯한 ‘로스코표’ 색면추상화 양식은 50년대 이후 완성됐다. 직사각형의 테두리는 몬드리안의 기하추상처럼 반듯하지 않다. 삐뚤삐뚤하고 제목도 ‘무제’다. 붓자국도 없다. 보이는 것은 거대한 색면뿐이다. 대형 화폭 위에 그려진 색면들은 묘한 아우라를 뿜어내면서 관람객을 압도한다.

-처음 작품을 접하는 관객들은 아름다움도 추함도 느낄 수 없는 그림 앞에서 당혹해한다. ‘대체 무얼 그린 걸까.’ 분석하려 하지 마라. 평온하고 차분한 색면화를 응시하다보면 어느 틈엔가 캔버스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이것이 바로 로스코가 원했던 것이다.

-로스코는 형상을 재현하고 싶어했던 전통적인 서양 미술사의 욕망을 뛰어넘어 그림을 통해 숭고의 경험을 극대화하고 싶었을 뿐이다. 전시 준비를 위해 내한한 워싱턴 내셔널 갤러리의 루스 파인 큐레이터는 “로스코는 예술가와 감상자 사이의 진지한 대화를 원했고, 자신의 작품을 설명하기보다 감상하기를 희망했던 작가였다”고 소개했다. 로스코전과 함께 고 백남준을 추모하는 특별전 ‘백남준에 대한 경의’도 함께 열린다. 리움이 소장하고 있는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14점이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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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le 2006-07-19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드코는 언젠가부터 저에게는 후기 자본주의 허상의 극대점으로 보여져 영 마음 안가는 화가가 되고 말았습니다. 단순무식하게 생각해서 그 비싼 물감을 그렇게 거대한 크기로 범벅해놓는다는 것 자체가 참으로 자본주의적이지 않은가 싶어요.

로쟈 2006-07-19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림만 좀 본 적이 있을 뿐이고 자세한 내막은 알지 못합니다. 한데 비싼 물감을 범벅으로 칠해놓았다는 거 정도가 흠이 되는 건가요? 사실 그러한 탕진 행위는 '자본주의'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을 수도 있는데요. 북미 인디언들의 포틀래치를 봐도 그렇고...

Joule 2006-07-19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은 모든 이야기를 너무 머리로 이해하시는 경향이 있군요. 그런 게 흠이 되지는 않지요, 물론. 그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그런 기분이 들더란 말이었습니다. 사실 내막은 모르지요. 그런 그가 알고 보면 10평도 안되는 방에서 일주일 내내 다깡 하나 놓고 밥먹는 화가일 지도 모르잖아요.

로쟈 2006-07-19 10: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로 이해하는 게 제 단점이죠.^^ 한데, 모더니즘 이후의 미술은 머리로 이해하는 거라고 해서 그런 단점도 쓸모는 있는 거라고 자위하고 있습니다...

biosculp 2006-07-19 1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 폴록의 작품을 하나 사서 집에 걸어놓았는데(복사본입니다), 전공한 분들이 그냥 느끼라고 해서 그냥 느꼈는데 별로 안느껴 지더군요. 그래도 보던 그림에 대한 글을 보니 반갑군요. 로스코는 처음 듣는 화가인데 이화가 작품도 한점 구입해서 봐야겠군요.

주니다 2006-07-19 17: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경
렘브란트의 대표작 "야경"의 설치 장면입니다. 작품이 굉장히 큽니다. 실제로 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는 감동이 엄습할 듯 합니다.^ ^ 네덜란드 가서 꼭 보고 싶습니다.

로쟈 2006-07-19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생한 사진이네요! 근데, 렘브란트는 아래 페이퍼인데요.^^

biosculp 2006-07-19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경의 크기를 보니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군요.
이런건 복사본으로는 안되겠고 빔프로젝트로 봐야되겠군요.

주니다 2006-07-19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실수를..ㅋㅋ 렘브란트 관련 페이퍼의 제목도 수정하실겸 해서 본문으로다 좀 옮겨주세요. ㅎㅎㅎ

2006-07-19 18:3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6-07-19 22: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제가 그럴 역량은 안되구요. 지젝이 간단히 언급한 걸 그냥 이미지 버전으로 만들어보았을 뿐입니다. 로스코 전시회가 있었나요?^^

2006-07-20 0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6-07-20 0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 정보 감사합니다.^^
 

미술 관련 신간 리뷰를 옮겨온다. <앤디 워홀 손안에 넣기>(마음산책, 2006)이 책의 제목인데, "미국의 한 딜러가 앤디 워홀의 그림 한 점을 소장하기 위해 고투한 12년간의 여정이자, 미술시장에서의 장사 노하우에 대한 상세한 기록"으로서 "12년에 걸친 '워홀 찾기'와 그 과정에서 지은이가 체험하며 얻은 경험들은, 워홀의 미술사적 위치뿐 아니라 그의 명성에 한몫을 한 책략과 마케팅에 대해서도 속속들이 알려준다"고. 아래는 저자 리처드 폴스키.

원제가 'Bought Andy Warhol'(2003)이니까 '손안에 넣기'는 무슨 비유가 아니다(더불어 워홀이 생전에 떼돈을 번 이유도 짐작할 만하다). 부제는 '미술가, 딜러, 경매 하우스, 그리고 컬렉터들의 숨은 이야기'. 제목이 이미 8할 이상을 말해주고 있다. 리뷰는 문화일보의 것이다.

문화일보(06. 07. 14) 왜 부자들은 미술품 수집에 열성일까. 높은 안목, 부의 과시, 그것도 아니면 체면치레? 저자는 미술품 수집의 마력을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럭셔리’라는 말로 표현한다. 돈만 있다면 누구나 비싼 차, 좋은 주택, 명품패션을 즐길 수 있지만 ‘세상에 단 하나’라는 고유성이 있는 예술품은 다르다. 이것이 상류층의 경쟁심에 불을 붙이고, 컬렉션 과정 자체에 묘미를 느낀 애호가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미술품 거래를 담당하는 딜러이자, 화랑주인, 기고가까지의 다양한 면모를 갖고 있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작가와 딜러, 그림 경매와 매매, 애호가 혹은 컬렉터들의 내면을 상세히 기록했다. 큰 줄거리는 미국 팝아트 전문딜러인 저자가 앤디 워홀의 작품에 반해 처음 구입하기로 마음먹은 시점부터 무려 12년이 지난 후에야 작품 한점을 구입한 경험담이다(*그 12년이 분량으론 443쪽이다). 그러나 작품구매 과정보다 앤디 워홀에 대한 세심한 분석과 소개, 미술품 거래의 실체, 컬렉터의 성향 등 서구 미술계의 온갖 잡다한 이야깃거리를 술술 풀어나간다.



 

 

 

-먼저 저자는 자신의 경험처럼 특정 작가, 특정 작품에 매료된 이의 즐거움을 고백한다. 미칠듯이 갖고 싶고, 나만의 공간에서 즐기고 싶은 미술품을 발견했을 때 애호가가 느끼는 감정은 첫사랑 못지않은 황홀경이라는 것. 팝아트 중에서도 저자가 소개하는 앤디 워홀 이야기는 더욱 매혹적이다.

-“돈과 명예가 나의 페티시(fetish·숭배물)”라고 거침없이 말했던 앤디 워홀은 미술계에서 홍보와 대중적 지명도를 적극적으로 이용한 작가였다. 공방으로 불리는 작업실에서 조수들을 이용해 작업을 하고, TV와 대중스타를 적극 활용했던 앤디 워홀의 생활 자체가 곧바로 20세기를 반영한다는 저자의 설명은 왜 예술 혹은 예술가가 한 시대의 증명서인가를 알게 해준다.

-또 주식거래와 비슷한 투자일수도 있지만 좋은 예술품을 사고 팔려면 예술 자체를 공부해야 한다는 충고도 들어 있다. 초짜컬렉터인 한 부부를 모델로 갤러리를 방문해 작품구입 설명을 듣게 하고, 그 과정을 세세히 기록한 것은 미술품을 사본 경험이 없는 이들에게는 귀중한 간접경험이 될 듯 싶다.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유명갤러리와 미술관, 현대미술품을 보는 관람객 등 현지를 그대로 들여다보는 듯한 생생한 사진들이 눈을 즐겁게 하고, 저자 특유의 유머감각이 책장을 쉽게 넘기게 만든다. 일례로 미술품 거래때 조심하라며 저자가 남긴 말. “‘다락방에서 발견했어요’와 ‘할머니가 주신 거예요’는 믿지 말라. 특히 ‘할머니의 다락방에서 발견한 그림이에요’는 더욱 조심하라.”

06. 07. 14.

P.S. 경향신문의 리뷰기사도 옮겨온다. 타이틀은 "작품보다 돈가치…미술시장 꼬집기"이다.

경향신문(06. 07. 15) “이 바닥이 다 그렇지 뭐.” 사람들은 어떤 분야의 잘 알려지지 않은 뒷모습을 곧잘 ‘바닥’이라는 말로 표현하곤 한다. 이 책은 미술 ‘바닥’을 아주 잘 아는 사람이 쓴 책이다. 책 제목을 원제 그대로 해석하면 ‘나는 앤디 워홀을 샀다’가 된다. 말 그대로 화상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12년에 걸쳐 ‘워홀의 작품을 어떤 경로를 통해 얼마에 사게 되는지’에 대해 기술한, 지극히 개인적인 기록이다.

-작가가 조명하고 있는 것은 ‘미술작품’ 자체가 아닌 ‘미술 시장’이다. 그가 워홀의 샌프란시스코 전시회를 준비하고 있던 어느날 밤 집에는 10통이 넘는 메시지가 남겨져 있다. 병원에서 무사히 수술을 받은 워홀이 갑자기 죽었다는 소식. 그리고 누군가의 한 마디, “가격을 3배로 올려요.”

-작가의 여정과 함께 워홀의 작품을 따라가노라면 결국 가격에 의해 가치가 매겨지는 미술 시장의 이면을 만나게 된다. 4,100점이나 되는 많은 작품을 남기고, 그림을 파는 직업 미술가에 대한 인식을 개척한 워홀과 미술품 거래상의 모습은 닮았다.

-미술품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 보여주고 싶었다는 작가는 워홀의 작품을 중간 중간 곁들이며 미술 시장에 대해 생생하게 설명한다. 하지만 워홀의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설명이나 그의 괴짜 인생에 대한 일화를 기대한 독자에게는 2% 부족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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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출간된 미술책들 가운데 생각만 해두고 있다가 흘려보낸 책은 브리타 벵케의 <조지아 오키프>(마로니에북스, 2006)이다. 간단한 소개에 따르면 "화려한 색채 속에 관능을 숨겨놓은 꽃그림으로 유명한 미국을 대표하는 여성화가 조지아 오키프의 대표작들을 모아 정리해 보여"주는 책. '스포츠칸'의 연재기사 '미술 속의 에로티시즘'이란 제하의 연재기사 중 오키프를 다룬 기사를 몇몇 이미지들과 함께 옮겨놓는다. 산타페 이야기를 곁들여서.

 

  

 

스포츠칸(06. 04. 09) 꽃에서 풍기는 '은밀한 추상'   

 

-금세기 미국이 낳은 위대한 여류화가, 에로틱의 상징 조지아 오키프(1887∼1986). 사람들은 그녀를 디에고 리베라의 프리다 카를로와 비교한다. 그녀의 삶과 예술이 워낙 특별하기 때문이다. 위스콘신 인근의 한 농부의 딸로 태어난 그녀는 시카고와 뉴욕에서 공부하고 그래피스트와 강의로 활동했다. 평범했던 그녀의 30대는 사진작가이자 화상인 52살의 스티클리츠(*아래 사진)를 만나면서 역전됐다. 친구가 그녀의 작품을 뉴욕의 화랑 291에 소개한 것이다.



-이때 스티클리츠는 “사진은 예술을 모방할 게 아니라 당당히 예술을 파먹고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피카소, 마티스, 몬드리안 등을 소개하는 전위적인 화상이었다. 그는 오키프를 보자마자 한눈에 대단한 여자가 등장했다며 그녀의 광기를 알아보았고, 그의 덕택으로 세계적 거장과 비평가들의 찬사를 받으며 유명화가가 되었다.(*아래는 스티클리츠가 찍은 조지아 오키프의 누드, 1919)



-오키프는 뉴멕시코의 사막에서 수집한 물건들을 즐겨 그렸는데 특이하게 여성의 음부를 닮은 산과 바위, 짐승의 두개골과 뼈, 조개껍데기, 도시에 거대하게 솟아오른 빌딩들은 그녀가 특히 사랑한 풍경이었다. 이것들은 거대한 남근의 상징으로 불렸지만 그녀의 본격적인 작품은 거대한 꽃에서 화려하게 꽃피었다.

-“나는 마음에 드는 꽃이 있으면 꽃을 꺾었고 조개껍데기, 돌멩이…, 이런 것들을 가지고 광활한 이 세계의 경탄스러움을 표현하고 싶어했다.” 여기 ‘검은 붓꽃’처럼 그녀는 “꽃이 나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내가 본 것을 그리겠다. 사람들이 놀라서 그것을 쳐다볼 시간을 갖도록 꽃을 아주 크게 그린다”라며 화폭 전체에 꽃을 그렸다. “사람들은 왜 풍경화에서 사물들을 실제보다 작게 그리느냐고 묻지는 않으면서, 나에게는 꽃을 실제보다 크게 그리는 것에 대해 질문을 하는가?”라고 그녀는 되물을 정도였다.



-스스로 “꽃 자체를 그렸을 뿐”이라고 주장했지만 그녀의 꽃에서는 어렵지 않게 ‘신비하며 아름다움과 함께 이상하고 음침하며,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여자의 이미지와 생식기의 에로틱한 모습이 연상된다. 빨간 칸나와 함께 이 검은 붓꽃도 꽃의 이미지에 충실하며 여성의 한 부분이 강렬하게 떠올려지는 작품이다.



-그녀는 종종 텍사스의 사막으로 갔지만 남편은 한번도 그곳을 가지 않았다. 그들이 나눈 사랑의 편지는 무려 1만1천 페이지에 이를 정도로 그들의 사랑은 끈끈했다. 스티클리츠가 죽고 오키프가 85세일 때 그녀는 50년 연하의 남자 해밀턴을 만나 13년을 함께 살았다.



-오키프는 젊은 애인에게 재산의 3분의 2를 주었고, 그 둘이 어떤 관계였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녀는 2,000여점의 작품과 65억달러의 유산을 남겼고, 그리하여 그녀는 산타페에 미술관을 가진 미국의 유일한 여류화가가 되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 산타페에 대해서 조금 더 보충하자면, "허름한 폐광촌이었던 이곳이 예술인 도시로 자리 잡게 된 것은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인 여류화가 조지아 오키프 덕분. 20세기 미국 미술계의 독보적 존재로 추앙받는 오키프는 1917년 기차여행 때 이곳을 만난 뒤 매년 여름을 이곳에서 보내다 62세 때인 1949년부터는 아예 정착해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지난주 기자가 찾은 오키프 미술관(www.okeeffemuseum.org)은 평일인데도 관람객들로 붐볐다. 1997년 한 독지가의 열정으로 만들어진 이 미술관은 불과 70여 점이 전시되어 있는 작은 공간이지만, 매년 여러 나라에서 온 17만여 명이 찾는다고 한다."(동아일보, 05. 09. 27)

 

 

내가 아는 산타페는 미야자와 리에의 누드사진집 <산타페>(1991)의 산타페와 복잡성과학 연구의 산실 '산타페연구소'의 산타페이다. 조지아 오키프는 그 대모(代母)격인 셈. 가장 관능적인 도시에서 복잡성을 연구한다? 제법 그럴 듯하군...

 

06. 0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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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6-07-11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키프의 그림은 혼자 보면서도 왠지 삐쭉 삐쭉 거리게 된다니까요.ㅎ

로쟈 2006-07-12 09: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이 좋다는 말씀이신가요?..

드팀전 2006-07-12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민망하다는 거죠 ㅎㅎ
 

토머스 크로의 <대중문화 속의 현대미술(아트북스, 2005)>을 읽어보게 됐다. 번역의 신뢰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지난 한 세기간 씌어진 철학과 미술사 관련 책 중 가장 면밀하고 중요한 책"이라는 아서 단토의 서평에 일단 끌렸다. 거기에 로잘린 크라우스가 찬사는 또 어떤가: "크로의 분석과 미술작품에서 시각적 요소들을 발견하는 방법에 대한 눈부신 예시들, 그리고 보는 행위를 능숙한 해설로 옮겨가는 방법 등의 서술은 어떤 미술 독자에게라도 도움이 될 만한 무엇을 갖고 있다."

하니, 내가 '어떤 미술 독자'로서 이 책으로부터 도움을 기대하는 것은 전혀 억지스럽지 않다. 다만, 번역만 제몫을 해준다면 말이다('어떤 번역'인가에 따라 책읽기는 조력자를 얻을 수도 있고 방해자를 얻을 수도 있다). 그런 생각으로 읽은 본문의 첫장 첫 페이지 한 문장을 따라가보도록 한다.

"중산층 대중에게는 당황스럽게도, 마네의 <올랭피아>는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에 대해 저속한 기호와 야만적 배경, 포르그래피에 등장하는 모델의 자세, 그리고 알레고리로서의 평면화된 회화 논리를 제공하였다."(11쪽)

원저 'Modern art in the common culture'(1996)에서 해당 대목을 옮겨오면: "Manet's Olympia offered a bewildered middle-class public the flattened pictorial economy of the cheap sign or carnival backdrop, the pose and allegories of contemporary pornography superimposed over those of Titian's Venus of Urbino."(3쪽)

번역문의 대강은 마네의 <올랭피아>(1863)가 이러저러한 것을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1538)에게 제공했다는 것인데, 정신분석의 사후성(사후효과)를 설명하는 사례가 아니라면 후대의 작품이 수백 년 전의 작품에 대해 무얼 제공했다는 게 선뜻 이해되지 않는다. 그리고 '포르노그래피'하면 으레 '현대의 것'을 떠올리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contemporary pornography'에서 'contemporary'를 빼놓은 것도 이해에 혼선을 가져오는 듯하다(마네의 '동시대'일 수도 있다). 'carnival backdrop'을 '야만적 배경'이라고 옮긴 것도 마찬가지이다.

이런 문제점들을 얼마간 카바해주고 있는 것이 <현대미술과 모더니즘론>(시각과언어, 1995)에 번역돼 있는 이 책의 첫장 '시각예술에서의 모더니즘과 대중문화'이다. 거기에서의 번역은 이렇다: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는 경박한 자세와 축제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배경, 즉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세와 알레고리, 현대판 춘화의 자세, 평면화된 회화의 경제학 등을 당혹해하는 중산계급 대중에게 제공하였다."(345쪽)

시각과언어판의 번역이 아트북스판보다 이해하기 수월하다는 것은 쉽게 동의할 수 있는 일이다. 게다가 이 번역문에는 원저에도 제공돼 있지 않은 두 그림을 나란히 싣고 있어서 따로 설명이 없이도 내용의 8할은 짐작하게 한다(흠이라면 <올랭피아>의 창작년도가 1963년으로 오기돼 있는 것). 하지만 이 역시 부분적으로는 꼬여 있다. 그걸 풀어보기 위해서 먼저 두 그림, 곧 마네의 <올랭피아>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차례로 보도록 한다.  

첫눈에도 두 그림 사이에 '썸씽'이 있다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다. 더불어 '경박한 자세와 축제적인 분위기(cheap sign or carnival backdrop)가 무엇을 가리키는지도 짐작할 수 있다('야만적 배경'이라고 하기엔 어색하지 않은가?). 머리에 꽃을 꽂고 있는 이 잘나가는 매춘부에게 흑인 하녀가 (아마도 부르주아 신사일) 남정네의 꽃다발 선물을 갖다 건네는 장면, 이게 'cheap'하고 'carnival'적인 장면 아닌가? 그리고 그 'the cheap sign or carnival backdrop'을 다시 받고 있는 게  "the pose and allegories of contemporary pornography superimposed over those of Titian's Venus of Urbino"  아닌가? 

적어도, 시각과언어판에서 'sign'과 'pose'를 '자세'라고 옮길 때는 이러한 문장 이해가 전제된 것 아닌가? 그런데, 시각과언어판에서는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자세와 알레고리, 현대판 춘화의 자세"라고 하여 원문의 'superimposed over'를 누락시켰고('덧씌우다'란 뜻이지만 여기서는 '베끼다' 정도로 이해하는 게 편하겠다) 그런 만큼 불필요한 혼선을 가져왔다(아트북스판에서 '알레고리로서의 평면화된 회화논리'는 고차원적인 논리의 번역이지만 어디에 발을 딛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내 생각에 이 대목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베낀 현대판 춘화(포르노그라피)의 자세와 알레고리" 정도의 뜻이겠다. '현대판 춘화'라고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어서(물론 자료야 널려 있지만!) 좀 고상한 축의 이미지를 하나 가져오자면 카트린 브레야의 영화 <지옥의 해부>에 나오는 아래의 장면 같은 게 거기에 부합하지 않나 한다(눈을 감고 있다는 게 흠이긴 하다). 매춘부를 당당한 여신적 형상으로 제시하는 것, 그게 이러한 나부(裸婦)상들이 갖고 있는 알레고리가 아닌가 싶고(사실 브레야는 여성에 대한 남성의 이중적 편견, 곧 '성녀 아니면 창녀'로 간주하는 태도를 비판하기도 한다). 해서, '이 자세', '이 알레고리'이다.  

Anatomy of Hell

대략 이러한 맥락으로 이해하고서 다시 저자 크로의 문장 "Manet's Olympia offered a bewildered middle-class public the flattened pictorial economy of the cheap sign or carnival backdrop, the pose and allegories of contemporary pornography superimposed over those of Titian's Venus of Urbino."을 우리말로 옮기자면, "마네의 <올랭피아>는 싸구려스런 배경, 혹은 카니발적 배경과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를 베낀 현대판 포르노그라피에서의 포즈와 알레고리들을 평면화된 회화적 경제안에 제시함으로써 중산 계급(부르주아 계급) 대중들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참고로, 마네의 <올랭피아>와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는 교과서적인 비교대상이며, 티치아노를 베끼거나 패러디하는 사례들은 자주 만나볼 수 있다. 가령 아래와 같은 그림들.

 

잘 안 읽히는 번역 덕분에 '미술 공부'를 몇 시간 할 수 있었지만, 동시에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라는 걸 새삼 깨닫게 된다. 

06. 07. 10-12. 

 

 

 

 

P.S. 새로이 알게 된 것이지만, <모더니즘 이후 미술의 화두>(눈빛, 1999)에도 크로(크로우)의 이 논문은 번역돼 있다. 번역문은 이렇다: "에두아르 마네의 <올랭피아>는 저속한 기호의 평면화된 회화적 질서 또는 티치아노의 <우리비노의 비너스>를 연상시키는 축제적 배경과 인물의 자세, 그리고 현대의 매춘에 대한 알레고리 등을 중산 계급의 대중에게 제시함으로써 그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383쪽) 눈에 띄는 건 'economy'를 '질서'로 'pornography'를 '매춘'으로 옮긴 것 등이다. 'carnival drop'이 어디에 걸리는지에 대해서는 나와 의견이 다르지만, 빼어난 솜씨이다. 누울 자리를 보고 다리를 뻗으란 말이 있듯이, 도움을 얻으려면 제대로 된 번역서를 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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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2011-02-07 1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중문화 속의 현대미술> 번역 너무 심한 것 같습니다... 번역도 번역이지만, 제가 가지고 있는 책에는 11장의 각주도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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