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둘러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도 골라놓는다. 나로선 일주일의 공백이 있기에 독서할 시간도 많지 않지만 '읽을 만한 책'을 꼽는 건 또 독서와는 별개다. 



1. 문학예술


2016년의 인물로 노벨문학상 수상자 밥 딜런을 빼놓을 수 없는데, 그의 가사집 <밥 딜런: 시가 된 노래들 1961-2012>(문학동네, 2016)와 유일한 소설 <타란툴라>(문학동네, 2016)이 지난 연말에 나왔다. <자서전>까지 포함하면 밥 딜런이 쓴 건 얼추 망라하는 듯하다(인터뷰집이 더 있을까?). 대부분의 평자들이 얘기하는 대로 밥 딜런의 '문학'은 그의 '노래'와 분리되지 않기에 읽는 것보다는 듣는 것이 우선적이다. 밥 딜런을 들을 때 참고할 만하다. 구자형의 <밥 딜런 - 아무도 나처럼 노래하지 않았다>(북바이북, 2016)는 그의 음악과 삶을 조명한 가이드북이다. 



더불어, 현대문학상 수상시집과 수상소설집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김금희의 <체스의 모든 것>은 지난해에 영어판으로 나왔다. 지난해의 '대세 작가'라고 해야 할까. 



예술 분야에서는 박찬욱 감독 각본 3종 세트를 고른다. <친절한 금자씨><싸이보그지만 괜찮아><박쥐>(그책, 2016) 세 권이다. 앞서 <아가씨 각본>(그책, 2016)도 출간됐었다. 나로선 홍상수 각본에 더 관심이 있지만 박찬욱의 몇몇 작품도 각본으로 읽어봄직하다. 최근의 사례로는 나홍진 감독도? 비록 각본이 영화에 대해서 말해주는 건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걸 고려해야겠다. 



2. 인문학


인문학 쪽에서는 인류학 입문서 세 권을 고른다. '호모 사피엔스' 시리즈로 재간된 책들인데, 앨런 바너드의 <인류학의 역사와 이론>, 애덤 쿠퍼의 <인류학과 인류학자들>, 제리 무어의 <인류학의 거장들>(한길사, 2016) 등이다. 언젠가 관심이 생겨 한권씩 구했더랬는데, 이번에 표지갈이를 하고 다시 나왔다. 굳이 애써 구할 필요가 없었던 것. 



종교와 신화에 관한 책들도 요즘 수집 목록에 포함돼 있는데,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의 <우리에게 종교란 무엇인가>(들녘, 2016), 윤이흠 교수의 유고집 <한국의 종교와 종교사>(박문사, 2016), 김근수 외, <지금, 한국의 종교>(메디치미디어, 2016) 등이 있다. '신이 사라진 세상'(로널드 드워킨)에서의 종교가 요즘 관심사 가운데 하나다. 



3. 사회과학


한국사회를 진단한 책 몇 종을 골랐다. 김민섭의 <대리사회>(와이즈베리, 2016), 김민하의 <냉소사회>(현암사, 2016), 그리고 <2017 한국의 논점>(북바이북, 2016) 등이다. <한국의 논점>은 '키워드로 읽는 한국의 쟁점 42'가 부제다. 올해의 쟁점을 미리 헤아려보는 것도 1월의 독서 거리가 될 만하다. 



경제경영 분야의 핫 트렌드는 '4차산업혁명'이다. 관련서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트렌드에 편승하기보다는 속지 않기 위해서 한두 권 읽어봄직하다. 가장 많이 읽히는 책은 <클라우스 슈밥의 2ㅔ4차산업혁명>(새로운현재, 2016)이고, 최근에 나온 책은 김진호의 <빅데이터가 만드는 제4차 산업혁명>(북카라반, 2016)이다. 더불어, 긴축이라는 '그 위험한 생각의 역사'를 다룬 마크 블라이스의 <긴축>(부키, 2016)까지 연초의 읽을 거리로 삼아보자. <긴축>은 장하준 교수가 "지금 이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싶다면 당장 이 책을 읽어야 한다."고 강추한 책이다. 



4. 과학


과학 쪽에서는 폴 핼펀의 <아인슈타인의 주사위와 슈뢰딩거의 고양이>(플루토, 2016), 이타이 야나이와 마틴 럴처의 <유전자 사회>(을유문화사, 2016), 그리고 션 캐럴의 <세렝게티 법칙>(곰출판, 2016) 등을 고른다. 욕심은 나지만 다 읽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5. 책읽기/글쓰기


서평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이원석의 <서평 쓰는 법>(유유, 2016)을 일독해봐도 좋겠다. 나와는 서평관이 다르지만(저자는 비평도 서평에 속한다고 본다. 나는 그 둘을 구분한다) 서평의 요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게 해준다. 그리고 주목받는 저자로 급부상한 은유의 신간 산문집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서해문집, 2016)도 글쓰기에 관심 있는 독자들은 일독해볼 만하다. 고종석의 신간 <쓰고 읽다>(알마, 2016)는 습관적으로라도 손에 들게 되는 책. "독자와 함께 고민하며 소통해온 문장가 고종석의 글 모음집"이다. 


17. 01. 02.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묵직한 책으로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한길사, 2016)을 고른다. 지난 2002년에 나왔던 책의 개정판이 최근에 나와서(무려 14년만이다) 다시금 관심을 갖게 되었다. 후설 현상학에 대해 교양 수준의 관심을 갖고 있는 나로선 <유럽학문의 위기와 선험적 현상학>(한길사, 2016)이나 <데카르트적 성찰> 같은 타이틀에 끌린다. 데카르트의 <성찰>도 진작 구해놓은 터라, 이 참에 관심을 갖고 읽어보게 될는지도. 모름지기 자주 입에 올리다 보면 또 손이 가는 물건이 책인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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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로 예정된 국회의 탄핵 의결을 앞두고 있다. 절대 다수 국민의 바람대로 의결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소위 '질서 있는' 정국으로 넘어갈 것이다) 부결된다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분노 정국이 전개될 것이다. 역사의 한 페이지에 기록될 12월의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아직은 평상심으로. 



1. 문학예술 


젊은 한국 작가들의 신작 소설들을 골랐다. 황정은의 소설집 <아무도 아닌>(문학동네, 2016), 최정화의 장편 <없는 사람>(은행나무, 2016), 정세랑의 장편 <피프티 피플>(창비, 2016) 등이다. 제목만으로도 작품의 주제 혹은 문제의식이 느껴지는 소설들이다. 



그리고 지난달에 세상을 떠난 아일랜드의 거장 윌리엄 트레버의 책들을 추모의 의미로 올려놓는다. 한 차례 페이퍼에서 다룬 적이 있지만, '소설가들의 소설가'가 보여주는 대가적 솜씨를 감상해보기로 하자.  



2. 인문학


역사 분야의 책으론 이이화 선생의 <이이화의 한 권으로 읽는 한국사>(교유서가, 2016)과 류시현의 <동경삼재>(산처럼, 2016), 이영석의 <영국사 깊이 읽기>(푸른역사, 2016)을 고른다. <이이화의 한권으로 읽는 한국사>는 <역사>(열림원, 2007)의 개정판인데, '옛조선부터 6월항쟁까지'가 부제다. 500쪽 분량이지만 그 긴 시간의 역사가 어떻게 한권으로 응축되었는지 살펴보는 것도 독서의 포인트. <동경삼재>는 '동경 유학생 홍명희 최남선 이광수의 삶과 선택"을 살펴본 책이다. 조선이 낳은 3대 천재로 불렸던 이 세 사람의 인생 행로가 정확하게 한 시대를 증언한다. 끝으로 <영국사 깊이 읽기>의 소개는 이렇다. 


"30여 년간 영국 근대사를 연구해온 저자 이영석 교수(광주대)가 동아시아 출신 연구자의 입장에서 근대 영국 역사를 두 가지 측면에서 접근했다. 하나는 전통 지배 세력이 근대화 과정에서 뒤처지거나 약화되지 않고 오히려 그 발전을 이끌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유럽의 변방에 지나지 않던 작은 섬나라가 근대 세계의 형성을 주도해 나갔다는 사실이다. 이 책은 이전에 그가 펴낸 <근대의 풍경>, <영국 제국의 초상>과 마찬가지로 이러한 문제의식과 연결된다."  

 

영국사와 관련해서는 가장 지속적으로 연구 저작을 펴내고 있는 저자의 성실함이 미덥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분야에서는 몇 권의 이슈도서를 골랐다. 대니얼 솔로브의 <숨길 수 있는 권리>(동아시아, 2016)는 '국가권력과 공공의 이익만큼 개인의 사생활도 중요하다'는 부제가 주제를 말해준다. "저자는 ‘사생활=비밀’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사생활도 ‘사회적인 가치’로 봐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그간 안보강화론자들이 내세워온 ‘국가안보를 위해서라면 개인의 사생활은 희생되어야 마땅하다’라는 논리에 이성적으로 반박하고 합리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김민섭의 <대리사회>(와이즈베리, 2016)는 "저자가 익숙하게 체험한 3가지 통제(행위, 말, 생각)를 바탕으로 괴물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노동 현장의 단면을 사실적으로 보여주는 책이다." 하버드대 사회학과 교수 매튜 데스몬드의 <쫓겨난 사람들>(동녘, 2016)은 '도시의 빈곤에 관한 생생한 기록'을 담고 있다. "도시 빈민층에 해당하는 여덟 가정의 이야기를 통해, 대도시에서 주거 정책이 어떻게 가난과 불평등을 야기하며 또 지속시키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물론 미국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한번 소개한 적이 있는 김홍중의 <사회학적 파상력>(문학동네, 2016)과 함께 프랑스의 계간지 '오팡시브'에 실린 글들을 모은 <재미가 지배하는 사회>(갈라파고스, 2016)도 관심도서로 충분하다. "우리 시대의 신화라고 할 수 있는 광고와 텔레비전, 스포츠, 관광 등을 통해서 자본주의의 확산이 낳은 대중문화의 발전과 더불어 기존의 사회적 관계망이 어떻게 해체되는지, 공동체의 일원이 어떻게 해서 점차 고립된 개인으로 전락하는지, 다시 말해서 대중문화를 통해 대중이 결속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무분별한 소비자로 파편화되는 과정을 살펴보는 책이다." 


더불어, 사회학자 김영선은 <정상인간>(오월의봄, 2016)에서 '시대의 인간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를 탐문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사회의 모습이, 일상의 풍경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주문하는 저자는 "정상이라고 할 수 없는 장시간-저임금 노동이 일상화된 사회에서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역설한다.



4. 과학


리처드 도킨스의 자서전(전2권)과 함께 좀 묵직한 책으로 오철우의 <천안함의 과학 블랙박스를 열다>(동아시아, 2016)를 고른다. 한 차례 언급한 적이 있지만, 과학사회학적 시각에서 천안함 사건을 둘러싼 과학 논쟁을 면밀하게 들여다본 책이다. 



과학 분야는 눈여겨 볼 책들이 많아서 몇 권 더 고르면, 율라 비스의 <면역에 관하여>(열린책들, 2016)은 면역학 분야의 책으로는 드물게 접근가능한 책이다. "면역학이라는 난해한 과학을, 시적 은유를 동원해 아름답게, 동시에 냉철하게 서술한다." 김홍표의 <먹고 사는 것의 생물학>(궁리, 2016)는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기관으로 읽는 20억 년 생명 진화 이야기'를 다룬다. 교양서라고는 하지만 수준이 높은 편이다. 널린 알려진 과학 저술가 닉 레인의 <산소>(뿌리와이파리, 2016)도 다시 나왔다.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을 수상한 저명한 생화학자 닉 레인은 산소가 지구상 생명의 진화와 노화와 죽음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5. 책읽기/글쓰기


이동진, 김중혁의 <질문하는 책들>(예담, 2016)은 팟캐스트 '빨간책방'의 책수다를 책으로 엮은 것이다. 인문교양서 9권을 엄선하여 정리하고 보충했다. 최종규의 <시골에서 책읽는 즐거움>(스토리닷, 2016)은 알라디너이기도 한 저자가 "전남 고흥군 도화면 동백마을에서 네 식구와 시골살림을 꾸리고, '도서관학교'라는 서재도서관이자 사진책도서관을 일구며 함께 배우는 동안 읽은 책 이야기이다." 그리고 권민창의 <권중사의 독서혁명>(책읽는귀족, 2016)은 공군 7년차 직업군인인 저자의 독서체험기다."저자 자신이 현역 군인이기 때문에 외부 독서 전문가가 전할 수 없는 같은 눈높이의 독서 체험담이 더 생생하고 흥미롭다. 이뿐만 아니라, 자칫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내며 군대생활을 할 수 있는 후배들을 위해서 독서를 통해 미래의 꿈에 대한 안내를 자처한다. 또한 군대 후배들이나 친구들에게 그들의 고민을 상담해주면서 각자에게 맞는 책들을 추천해 주기도 한다." 병영도서로도 유력해 보인다. 


16. 12. 04.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를 고른다. "도스또예프스끼의 5대 장편 가운데 가장 서정적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작품으로, 그는 완전히 아름다운 인간의 형상을 구현하기를 염원해 왔고, 그 형상을 백치인 미쉬낀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다." <돈키호테>에 이어서 이번 달 푸른역사아카데미의 강의에서 나도 오랜만에 읽어보게 되었다. 아래는 러시아판 영화 <백치>(2003)의 한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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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는 여전이 정상이 아니지만 크롬 덕분에 서재일은 얼마간 가능해졌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달의 책'도 골라놓는다. 어느 새 올해도 두 달만을 남겨놓고 있는데, 보통은 조용히 마무리 모드로 들어가야 할 테지만 올해는 그렇지 않을 듯하다(순실님이 오늘 아침 귀국했고 내일 검찰에 출두할 모양이다). 앞으로 두어 달 동안 벌어질 일들로 대한민국의 명운을 점쳐볼 수 있지 않을까. 이 나라에 장래가 있는지 없는지 말이다. 여하튼 그런 이유로도 독서 시간은 많이 줄어들 텐데, 그래도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은 정상에 준해서 고르도록 한다. 



1. 문학예술 


지난달에 노르웨이 작가 크나우스고르를 골랐는데, 이달에는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이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작가 요나손이 신작을 내놓았다. <킬러 안데르스와 그의 친구 둘>(열린책들, 2016). 역시나 '요나손 표' 제목이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세 번째 장편소설. 2015년 출간 즉시 유럽의 베스트셀러로 이름을 올렸다. 엉뚱한 살인범, 떠돌이 목사, 싸구려 호텔 리셉셔니스트가 만나 펼치는 대활약상을 그린 작품으로 미국,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일본 등 30여 개국에 판권 계약되어 번역 중이며 TV 드라마로도 제작되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세 가지 사업으로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주인공들과 이를 뒤쫓는 악당들이 일으키는 일대 소동이 쉴 새 없이 폭소를 자아낸다. 동시에, 세태의 단면을 예리하게 도려낸 작가의 시선을 통해 오싹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앞서 발표된 요나손의 두 작품과 맥을 같이하는 듯하나, 보다 집약적으로 응축시킨 세계를 무대로 부조리한 세태와 군상의 위선을 거칠게 풍자한 것이 인상적이다."

전 세계 독자가 차기작을 고대하는 작가가 '세 번째 소설'은 어떻게 쥐어짜낼까란 관점에서 읽어봐도 좋겠다(월드시리즈 7차전 선발투수의 부담감 같은 건 아닐는지). 



사실 요나손 이후에는 스웨덴 소설 전성기라고 할 만큼 히트작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도 물론 그 전에 있긴 했다). 거의 트렌드가 아닌가 싶은데, 카타리나 엥엘만순드베리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열린책들, 2016), <오베라는 남자>(다산책방, 2015)의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다산책방, 2016) 등이 모두 좋은 반응을 얻은 스웨덴 소설들이다. 최근에는 얀 뮈르달의 자전소설 <나는 노벨상 부부의 아들이었다>(테오리아, 2016)도 추가되었다. 부모가 모두 노벨상 수상자라면(이런 사례는 스웨덴에서만 가능할 것 같다) 자식은 어떤 인생을 살게 될지 궁금하군(궁금하기 전에 좀 딱해보이는 건 편견일까? 무얼 해도 부모보다는 못난 자식!).



예술 쪽에 한정된 건 아니지만 워크룸프레스의 '도미노 총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첫 세 권이 나왔는데,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표지가 화려하다. 도미노 총서는 비정기잡지 <도미노>의 5년을 정리하는 총서로 내년까지 11권이 나올 예정이라 한다. 1차분은 노정태의 <탄탈로스 신화>, 윤원화의 <1002번째 밤: 2010년대 서울의 미술들>, 박세진의 <패션 vs. 패션>이다. 예술 쪽이라면 <1002번째 밤>을 먼저 펼쳐봐야겠군.


 

2. 인문학


인문 쪽에서는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 두 권을 우선 고른다. 종교학자 스타니스와프 오비레크와의 대담인데, <신과 인간에 대하여>(동녘, 2016)와 <인간의 조건>(동녘, 2016)이 짝이다. 슬라보예 지젝의 <분명 여기에 뼈 하나가 있다>(인간사랑, 2010)도 거기에 더 얹고 싶은데, 사실 이 달에 읽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에 이 계절의 독서 거리로 삼아야 할 듯하다.  



역사 쪽으로는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중국통사>(서커스, 2016), 장이허의 <나의 중국현대사>(글항아리, 2016), 쉬즈위안의 <저항자>(글항아리, 2016) 등을 고른다. 이 가운데 <저항자>는 중국판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한나 아렌트)이다. 

"<저항자>는 내면적 인물탐구로 쉬즈위안 자신의 자아가 훨씬 더 깊게 투여된 글쓰기를 선보인다. 무엇보다 역사를 품었지만 개인이고, 온몸으로 연대하며 사회를 통과했지만 역시 개인일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가 막히게 그려낸다. 쉬즈위안이 타이완과 홍콩을 여행하고 다시 중국으로 돌아오길 반복하며 만난 ‘사람들’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었다. 서로 다른 나이, 경력, 신념을 가진 그들은 쉬즈위안의 말에 따르면 ‘동시대인’들이었으며 “어떤 구체적인 시점과 상황에서 모두 한나 아렌트가 말한 ‘어두운 시대의 사람들’이 되었던” 이들이다."

이번 겨울에 중국 현대작가들을 강의할 계획인데, 겸사겸사 탐독해봐야겠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쪽은 고전적 저작이나 저자를 다룬 책이다. 아주 오래 전에 읽었던 루이스 코저의 <사회사상사>(한길사, 2016)가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는데, 젊은 세대 독자들도 좋은 가이드북으로 읽을 만하다. 또 다른 번역으로 나온 요제프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북길드, 2016)도 현재적 의의를 찾을 만하고, 마르셀 푸르니에의 평전 <프랑스 인류학의 아버지, 마르셀 모스>(그린비, 2016) 모스의 생애와 저작에 대한 포괄적인 입문서로 삼을 만하다. 



가장 혐오스러운 후보들끼리 맞붙었다는 미 대선은 힐러리 클린턴의 우세로 굳어지는 모양새인데, 강준만 교수가 발 빠르게 펴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트 트럼프>(인물과사상사, 2016)를 통해서 더 깊이 있는 이해를 도모해볼 수도 있겠다. 덧붙여 리처드 크라이트너의 <힐러리 클린턴은 누구인가?>(한국경제신문, 2016)이 자서전 <힘든 선택들>(김영사, 2015)보다는 객관적인 정보와 평가를 전해줄 듯싶다. 


 

4. 과학  


과학 분야에서는 올해 노벨물리학상 유력 후보로도 거명됐던 킵 손의 <블랙홀과 시간여행>(반니, 2016)을 고른다. 원저로는 <인터스텔라의 과학>(까치, 2015)보다 먼저 나온 책이다. 공저 <시공간의 미래>(해나무, 2006)도 오래 전 책이지만 같이 손에 들어도 좋겠다. 좀 어려우려나?



5. 책읽기/글쓰기  


책읽기와 관련해서는 두 종류의 서평집, 정인경의 <과학을 읽다>(여문책, 2016)와 이봉호의 <음악을 읽다>(스틱, 2016)를 고른다. 그리고 글쓰기 관련서로는 이태준의 '고전' <문장강화>(창비, 2016)가 특별판으로 재출간되었기에 견물생심으로 고른다.

"이태준의 <문장강화>는 원래 1939년 2월 그가 주관하던 잡지 「문장」 창간호부터 연재된 것으로,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서도 생명력을 잃지 않는 글의 힘을 여실히 보여주는 책이다. 특히 좋은 글쓰기의 모범이 될 만한 발랄하고 풍부한 예문으로 우리 문학의 우수한 성과를 집대성해 놓았다. 1940년 문장사에서 단행본으로 출간되었으며 이후 1947년에 박문출판사에서 출간한 증정판을 대본으로 하여 1988년에 창비에서 교양문고의 한 권으로 출간하였다. 이후 2005년 개정판을 내면서 내용은 그대로 살리되 현재의 독자층에 맞추어 옛말투와 한자어 등을 현대어로 쉽게 풀고, 낱말.문장풀이를 꼼꼼하게 달아 중고등학생들도 쉽게 볼 수 있게 했다. 이번 리커버 에디션에서는 새로운 감각에 맞추어 모던한 느낌으로 커버와 본문을 리디자인했다." 

이미 소장하고 있음에도 리디자인판이라고 눈길이 가는 건 독서인의 고질이다...


16. 10. 30.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나쓰메 소세키의 '전기 3부작'을 고른다. 소세키의 작품은 주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도련님>, <마음>이 가장 많이 읽히지만 가장 좋은 평을 듣는 작품은 '전기 3부작'이 아닌가 싶다(소설가로서 물이 오른 시기의 작품들이다). 나쓰메 소세키 읽기는 강의로도 진행하므로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란다(http://blog.aladin.co.kr/mramor/8853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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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자 가을의 한복판이다(올해는 '중추가절'이 너무 일찍 지나가버렸지만). 대체로 좋은 소식은 없다. 며칠전부터 시행된 김영란법이 화제가 되고 있는 가운데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한국을 OECD 국가 중 아홉 번째로 부패한 국가라고 지목했다(막강한 멕시코가 1위다). 김영란법이 정착되고 모든 게 엉망인 정권이 교체된다면 사정이 달라질까(그런 세상이 오기도 전에 지진이 먼저 올까 염려된다). 그렇게 어수선한 가운데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1. 문학예술

 

연초에 1권이 소개되면서 화제가 된 노르웨이 작가 칼 오베 크나우스고르의 <나의 투쟁>(전6권) 2,3권이 이번에 나왔다. 절반이 나온 셈인데(영어판도 다시 확인해보니 5권까지 출간됐다. 지난겨울에 4권까지 구입한 터라 이번에 5권을 주문했다), 아마도 내년쯤에야 완결되는 게 아닌가 싶다. 어느 정도 규모가 갖춰졌으니 이제 독서를 시작해봐도 좋겠다(노르웨이문학 전문번역자인 역자의 한국어 감각이 좀 걸리는 게 흠이라면 흠이다). 

 

 

아마도 다음주 목요일(6일) 저녁에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될 듯한데, 보도된 바에 따르면 무라카미 하루키(일본)와 응구기 와 시응오(아프리카), 그리고 필립 로스(미국)의 3파전이다. 하루키와 로스의 책들은 대부분 나와 있어서 따로 언급할 것도 없지만 응구기 와 시응오의 작품도 지난해와 올해 바짝 출간되었다. 근간까지 포함하면 댓 권 정도를 읽을 수 있는 상태다. 아마 수상자로 선정된다면 10월에 가장 많이 읽힐 작가 후보다(더 최근 보도로는 하루키와 시리아 시인 아도니스의 2파전이란다).  

 

 

예술분야에서는 페트릭 맥길리건의 평전 <히치콕>(그책, 2016)을 고른다. 첫 출간은 아니다. 히치콕에서 대해서는 도날드 스포토의 <히치콕>(동인, 2005)과 맥길리건의 <을유문화사, 2006)이 경합하듯 나왔고 그맘때 포스팅도 한 기억이 있는데 벌써 10년 전이고 이 책들도 모두 절판된 상태였다. 이번에 맥길리건의 책만 출판사를 옮겨 재출간되었다(1,228쪽에 이르지만 포켓북 판형이다). 히치콕의 영화를 다 보리라고 작정하고 꽤 모으기도 했는데, 돌아보니 절반도 실현되지 않았다.  

 

 

히치콕 관련서로는 지젝이 엮은 <항상 라캉에 대해 알고 싶었지만 감히 히치콕에게 물어보지 못한 모든 것>(새물결, 2001)과 함께 트뤼포의 <히치콕과의 대화>(한나래, 1994), 에릭 로메르 등의 <알프레드 히치콕>(현대미학사, 2004) 등의 자료들이 유익하지만 지젝의 책을 제외하곤 모두 절판된 상태다. 적어도 트뢰포의 책 정도는 다시 나오면 좋겠다(나도 갖고 있다가 분실한 책이다).

 

 

2. 인문학

 

독일 철학자 악셀 호네트의 선집이 나오고 있는데, 최근에 나온 그 셋째 권이 <사회주의 재발명>(사월의책, 2016)이다. "독일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사회철학자 악셀 호네트는 이 어려운 질문에 답한다. 곧 '사회주의 이념이 이전의 활력을 상실하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그리고 '사회주의 이념이 다시 한 번 회복되기 위해서는 어떤 변화를 거쳐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호네트는 지난날의 사회주의 기획이 산업주의 정신과 문화에 갇혀 있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며 그 치명적 한계들을 폭로할 뿐 아니라, 그러한 한계를 돌파할 수 있는 21세기를 위한 사회주의 이념을 '재발명'해낸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지젝과 바디우 등이 주도하고 있는 '공산주의(코뮤니즘) 이념' 시리즈다. 올해 셋째 권이 나왔는데, 바로 2013년 가을 서울 컨퍼런스의 결과물이다. 굳이 언급하는 것은 왜 아직 번역서가 나오지 않는지 의아해서다.  

 

 

 

역사 쪽으로는 교유서가 첫단추 시리즈 가운데, <혁명>, <파시즘>, <제1차세계대전> 등을 고른다. 잭 골드스톤의 <혁명>과 케빈 패스모어의 <파시즘>은 최근에 출간되었다. 어제 <2차세계대전사>와 관련하여 언급한 적이 있지만 제러드 와인버그의 <제2차세계대전>도 <제1차세계대전>과 짝을 이루기 위해서라면 마저 나오면 좋겠다. 내년이 러시아혁명 100주년이 되는 해여서 짐작컨대 혁명을 주제로 한 책은 계속 더 나올 듯싶다.  

 

 

3. 사회과학

 

좀 가벼운 책부터. 미니멀라이프를 다룬 책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생활의 군살 빼기? 아즈마 가나코의 <궁극의 미니멀라이프>(즐거운상상, 2016)을 포함해 일련의 책들을 참고할 수 있다. 환경까지 생각하면 산드라 크라우트바슐의 <우리는 플라스틱 없이 살기로 했다>(양철북, 2016)도 진지하게 읽어봄직하다. <소박하게 사는 즐거움>(심플리시티, 2016)도 같은 맥락인데, <우리는 소박하게 산다>(오후의책, 2014)의 개정판이다.  

 

 

그리고 노동과 청년 문제 관련서들. 케이시 윅스의 <우리는 왜 이렇게 오래, 열심히 일하는가?>(동녘, 2016), 안미선 등의 <백화점에는 사람이 있다>(그린비, 2016), 그리고 천주희의 <우리는 왜 공부할수록 가난해지는가>(사이행성, 2016) 등이다. 천주희의 책은 '대한민국 최초의 부채 세대, 빚 지지 않을 권리를 말하다'가 부제다.  

 

 

4. 과학

 

과학 분야에서는 문경수의 <35억년 전 세상 그대로>(마음산책, 2016)부터. 'NASA 우주생물학자들과 함께 떠난 서호주 탐사'가 부제다. "생명체가 탄생하던 순간이 고스란히 남은 서호주, 그 35억년 전 세상으로 진정한 시간여행을 떠난다"는 소개만으로도 흥미를 자극한다. 책으로 대신 가볼 수 있는 게 이런 여행 아닌가. 한삼희의 <위키드 프라블럼>(궁리, 2016)은 환경저널리스트가 쓴 '기후 난제 이야기'다. 저자는기후 변화라는 주제에 대한 학술적 추적과 대중적 해설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자 한다. 우리의 관심 내지 염려를 반영하자면 조만간 지진에 대한 책들도 봇물처럼 나오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칼 세이건의 <지구의 속삭임>(사이언스북스, 2016).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와 2호에 실어보낸 LP레코드판에는 27곡의 음악과 55개 언어의 인사말, 그리고 지구와 생명의 진화를 대표하는 19개의 소리 등이 담겨 있다. 외계 문명에 보내는 지구의 메시지인데, 그 기획과 준비과정을 엮은 책이다.  

 

 

5. 책읽기/글쓰기

 

김경집의 <고전, 어떻게 읽을까>(학교도서관저널, 2016)와 함께 독서 모임과 글쓰기 모임 교재, <이젠, 함께 읽기다>(북바이북, 2015)와 <이젠, 함께 쓰기다>(북바이북, 2016)를 고른다. 아주 실제적인 내용들을 담고 있다. 함께 읽고, 함께 쓰는 독서공동체가 더욱 많아지기를 기대한다.

 

16. 10. 0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에리히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민음사, 2012)를 고른다. 당초 '에리히 아우얼바하'라는 저자명으로 분권돼 소개됐던 책이다. 창비 <창작과 비평>에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가 있었다면 민음사 <세계의 문학>에는 바로 아우어바흐의 <미메시스>가 있었다. 공역자가 김우창, 유종호 교수. 하우저의 책을 옮긴 백낙청, 염무웅 교수에 견줄 만한 페어조였다. 돌이켜보건대 당대 최고의 비평가들이 팔을 걷어붙이고 번역자로 나섰다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비교 거리다(한 시대, 이들과 경합하던 문학과지성사의 간판 번역서는 무엇일까?). 그런 사정과는 별개로 개인적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다시 읽은 김에 내처 아우어바흐의 이 걸작도 다시(제대로) 읽고 싶어졌다. 영어권에서도 50주년 기념판이 나올 정도로 아직 성가를 유지하고 있으니 고전은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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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닥다리 같은 말이 되었지만,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고 9월은 독서의 달이다. 이른 추석 연휴가 변수이지만 독서 여건이 나쁘다고는 말할 수 없겠다. 게다가 날씨도 지난여름에 비할 바가 아니다. 그런 생각으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1. 문학예술

 

문학 쪽은 <책 읽어주는 남자>(영화 <더 리더>의 원작)로 유명한 작가 베른하르트 슐링크의 신작을 고른다. <계단 위의 여자>(시공사, 2016). 2014년작이고, 배수아 작가의 번역이란 점이 눈길을 끈다. "테러리스트와 그 주변인들의 균열된 삶을 통해 또 하나의 탁월한 도덕적 미로를 제시한 <주말>에 이어 6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장편에서, 그는 인간의 가장 복잡하고 내밀한 미로인 사랑과 죽음의 문제에 접근한다." 계속 나오고 있는 '베른하르트 슐링크 작품선' 가운데서는 여섯 번째다.

 

 

 

예술 분야에서는 '아모르문디'에서 나오는 '영화총서'를 고른다. 지난봄에 1차분 세 권이 나왔고 이번에 2차분 세 권이 더해졌다. <영화 스토리텔링>에서 <영화비평>까지다. 제작에 직접 손을 댈 건 아니어서 일단 손이 가는 건 <영화  스토리텔링><미장센><영화비평> 세 권이다. 영화 책의 번역과 강의 계획도 내년에는 잡혀 있어서 내게는 유용한 총서다. 국내 필진으로만 끌고 나간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 인문학

 

연휴를 고려해서 두꺼운 책들을 고른다. 먼저,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스페인 철학사가 훌리안 마리아스의 <철학으로서의 철학사>(유유, 2016). 1941년작이고, 유럽에서는 교재로 널리 읽힌다고. 마지막 장이 오르테가에게 할애돼 있는 것이 스페인에서 나온 철학사답다. 강신주의 개정판 <철학 VS 철학>(오월의봄, 2016)는 그에 견주자면 '대결로서의 철학사'쯤 되겠다. 노르웨이 철학자 군나르 세르베크, 닐스 길리에의 <서양철학사>(이학사, 2016)도 합본판은 1054쪽에 이른다. 이 정도면 '벽돌 세 장'이라고 부름직하다.  

 

 

역사 분야는 이슬람/중동사 쪽을 고른다. 유진 로건의 <아랍>(까치, 2016)이 개설에 해당하는 책이다. 캐런 엘리엇 하우스의 <사우디아라비아>(메디치, 2016)는 "중동의 경제적.종교적 핵심인 사우디의 위기를 입체적이고도 새로운 관점으로 보여준, 대단히 가치 있는 책"이란 평가다(제목을 보자마자, '그래, 이런 게 없었던 거야' 깨닫게 해준다). 국내서로는 중동 문제 전문가 서정민 교수의 <오늘의 중동을 말하다>(중앙북스, 2016)가 가이드북이다.

 

 

3. 사회과학

 

사회/시대에 대한 관심을 부추겨주는 평전들을 고른다. 러시아의 (이제는 대통령이라기보다는 통치자라고 해야겠다) 푸틴을 다룬 <뉴 차르>(프리뷰, 2016)가 일단 읽을거리(읽고 있는데, 각주를 다 생략한 게 유감스럽다). 그리고 <도올, 시진핑을 말한다>(통나무, 2016)는 시진핑을 다룬 책으로도, 도올의 책으로도 이채롭다. 민종덕의 평전 <노동자의 어머니>(돌베개, 2016)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평전'이다. "“제가 못다 이룬 일을 어머니가 꼭 이루어 주세요”라 당부하며 죽어가던 아들 전태일과의 약속을 남은 평생 한결같이 지키며, 고통받고 소외당하는 노동자 민중과 평생 함께하고 싸워 나갔던 그의 삶을 생전의 구술과 다양한 기록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하고 이야기 형식으로 생생하게 그려 냈다."

 

 

 

 

현대사 얘기가 나온 김에 <한국현대 생활문화사> 시리즈도 연휴용 읽을 거리로 챙겨놓을 만하다. 강만길 교수의 <고쳐 쓴 한국현대사>(창비, 2006), 서중석 교수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현대사>(웅진지식하우스, 2013) 등과 같이 읽어도 좋겠다.

 

 

4. 과학

 

과학 분야에서는 <사라진 스푼>(해나무, 2011)의 저자 샘 킨의 신작 <뇌과학자들>(해나무, 2016)을 고른다. '뇌의 사소한 결함이 몰고 온 기묘하고도 놀라운 이야기'가 부제. "뇌가 손상된 환자들로부터 뇌과학적 통찰을 얻은 뇌과학자들의 이야기들을 풀어냄으로써 뇌과학의 역사를 관통해 나가는 책이다."

 

 

 

그런 이야기라면 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올리버 색스다. 지난주가 일주기였는데, 개정판으로 다시 나온 색스의 책들도, 아직 그를 접하지 못한 독자라면 읽어볼 만하다. <깨어남><뮤지코필리아><편두통> 세 권이 대표작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알마, 2016)와 함께 다시 나왔다.

 

 

조금 딱딱할 수 있지만 과학책 독자들은 오히려 환영할 만한 책들도 몇 권. <최초의 3분>양문, 2005)의 저자이자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스티븐 와인버그의 <세상을 설명하는 과학>(시공사, 2016)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과학이 지금처럼 현대적 형태를 갖추고 '합리적 지성'을 상징하는 학문으로 불리기 전의 모습까지 세밀하게 추적하는 책"이다. 저자가 이야기꾼은 아니지만 거꾸로 그래서 오히려 신뢰감을 준다. 어디까지 따라가느냐는 독자 개개인의 몫.  

 

이바르 에클랑의 <가능한 최선의 세계>(필로소픽, 2016)는 '수학과 운명'이 부제다. "모든 가능한 세상 가운데 최선의 세상이란 무엇일까? 저자는 철학자 라이프니츠에서 비롯된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의 출발점을 수학에서 찾는다." 독파할 수만 있다면 볼테르의 <캉디드>도 새로운 눈으로 읽을 수 있겠다.

 

그리고 알렉스 벨로스의 <수학이 좋아하는 수학>(해나무, 2016). '보통 사람들을 위한 미적분, 통계, 수학 법칙들'이 부제다. "피라미드에서 에베레스트 산까지, 프라하에서 광저우까지, 빅토리아풍 거실에서 자기 복제자들의 디지털 우주까지, 알렉스 벨로스는 역사를 거슬러 오르고 지구 곳곳을 오가며 우리를 수학의 세계로 이끈다." 그렇게 해서 수학을 좋아하게 되느냐고, 묻는다면, 나로선 장담할 수 없다. 애초에 수학을 좀 좋아해야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듯하기에. 

 

 

 

5. 책읽기/글쓰기

 

글쓰기 관련서는 여전히 많이 나오고 있다. 그 가운데 메리 카의 <자전적 스토리텔링의 모든 것>(다른, 2016)은 최신 원작을 옮긴 것이어서 눈길이 간다. '자전적 스토리텔링'이란 '회고록'을 말한다. "미국 출간 즉시 수많은 비평가의 찬사를 받으며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와 같은 글쓰기의 고전이 될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 책의 저자 메리 카는 뛰어난 자전적 스토리텔링의 핵심 요소들을 분석하면서 기억과 정체성에 관한 우리의 고정관념을 깨부수고, '과거를 돌아보는' 행위의 카타르시스적인 힘을 강조한다."

 

이준기, 박준이의 <보통 사람의 글쓰기>(아시아, 2016)는 제목 그대로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글쓰기 지침서를 자임한다. "저자는 글에 정수가 정확성에 있다고 말한다. 좋은 글은 정확해야 하고 정확해야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은유의 <쓰기의 말들>(유유, 2016)은 더 노골적으로 '안 쓰는 사람이 쓰는 사람이 되는 기적을 위하여'가 부제다. 요즘 드는 생각은 '글쓰기 책'이 '다이어트 책'과 비슷하지 않나 싶은 것인데, 여하튼 글쓰기에 어려움을 겪는 분들은 한번 더 속는 셈치고 일독해보시길.

 

 

아예 일년 일정표를 만들어서 써보는 것도 괜찮은 방법. 수전 티베르기앵의 <글쓰는 삶을 위한 일 년>(책세상, 2016)이 가이드북이다. 읽기 책도 고르자면, 김지안의 <네 멋대로 읽어라>(리더스가이드, 2016)은 부제가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다. '알라디너들을 위한 독서 에세이'로 고쳐 읽는다(알라딘 이웃인 stella.K님의 책이다). 그리고 나대로 고른 책은  '뉴요커' 기자로 활동한 대프니 머킨의 에세이집 <우상들과의 점심>(뮤진트리, 2016)이다. '상처 입은 우상들, 돈, 섹스, 그리고 핸드백의 중요성에 관하여'가 부제인데, 원서의 부제에는 '브론테 자매'도 들어가 있다. 스콧과 젤다 피츠제럴드 부부 이야기를 먼저 읽고 지금은 원서를 주문해놓은 상태다...

 

16. 09. 04.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고른다. 펭귄클래식에서 나온 프랑스어 주해판 <시학> 번역을 벼르다가 최근에 읽었는데, 전문가를 염두에 둔 책이어서 과도할 만큼 상세하지만 이미 다른 번역본으로 <시학>을 읽은 독자들에겐 유익하다. 처음 접하는 독자라면 이상섭 교수가 옮긴 <시학>(문학과지성사)이 무난해 보인다. 지금은 절판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연구>(문학과지성사, 2002)에서 번역과 주석 부분을 문고본으로 펴낸 것이다.

 

 

원전 번역으로는 천병희, 손명현 교수의 번역본이 있지만 너무 오래 전 번역이라 개정판이 필요하다. <시학>에 대한 연구서는 드문데, 그중 레온 골든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예림기획, 2002)가 가장 상세하다. 아직 품절되지 않은 건 그만큼 찾는 독자가 없어서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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