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없이 봄이고 3월이다. 3월이라고 또 '3월의 읽을 만한 책'이 발표되었다. 간식 시간에 잠시 틈을 내서 어젯밤에 스크랩해놓은 기사에 살을 붙이도록 한다. 선정도서 및 추천사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웹진(www.kpec.or.kr/webzine)을 참조한 것이다. 


 

 

 


1. 문학

작가 신경숙씨가 문학분야에 추천한 책은 마커스 주삭의 <책도둑>(문학동네, 2008)이다. 알라딘에서는 이미 화제가 되고 있는 책인데 저자는 생소하다. 그건 나만 그런 것이 아니어서 "마커스 주삭이라는 <책도둑> 의 저자 이름이 낯설어 다시 살펴보니 그는 '오늘날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이고 창조적인 소설가'라는 평을 받는 작가라고 소개되어 있다. 그런 그의 명성과는 달리 국내에서는 <책도둑> 이 처음 번역되었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이 배경이지만 아름다우면서도 철학적인 소설이다."라고 추천자도 적어놓았다. 줄거리는 스포일러가 될 듯하여 생략한다.

내가 보태자면 미국의 중국계 작가 하진의 단편집 <카우보이 치킨>(현대문학, 2008)은 어떨까? 이스마일 카다레의 신작 <누가 후계자를 죽였는가>(문학동네, 2008)와 견주어보다가 내가 손을 들어준 쪽이 하진인데, 그건 아직 그의 작품들을 읽어보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다(하진에 대해서는 http://blog.aladin.co.kr/mramor/1761943 참조). 여차하면 대표작인 <기다림>(시공사, 2007)에까지 손을 뻗칠 수도 있겠다. 

 

 

 



2. 역사

역사분야의 책으로 추천된 것은 타이먼 스크리치의 <에도의 몸을 열다>(그린비, 2008)이다. 내가 지난달에 과학분야의 책으로 올려놓은 것이어서 따로 설명은 필요 없겠다(http://blog.aladin.co.kr/mramor/1885413). "<에도의 문을 열다> 는 난학(蘭學)이 에도 시대의 일본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를 탐구한 책"이라는 게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의 간명한 소개다.

나는 에도시대보다 한참을 더 거슬러 올라가서 고대 그리스에 관심을 두고 싶다. 이번에 새로 번역돼 나온 키토 교수의 <고대 그리스, 그리스인들>(갈라파고스, 2008)에 눈길이 가기 때문이다. '고대 그리스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로 평해지는 책이다(http://blog.aladin.co.kr/mramor/1934173 참조). 원제('The Greek')대로 그냥 깔끔하게 <그리스인들>이란 제목이 붙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키토의 책과 함께 나란히 읽어볼 만한 것은 데브라 하멜의 <네아이라 재판소동>(북북서, 2008)이다. 고전학자 인 저자가 "기원전 4세기의 아테네 사회에서 일어난 네아이라 재판 사건을 설명함으로써 당시 시대상을 파악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네아이라라는 고급 창녀를 두고 일어난 재판 과정을 새심히 다루면서, 그와 연관된 역사적 사실들이 자연스레 드러나도록 유도하고 있다"고 하므로 그리스 '입문'에 이은 '실습'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저자 자신의 직접적인 책소개는 http://www.youtube.com/watch?v=blwjt0aAvgY 참조).

 

 

 

 

3. 철학

철학분야의 책으로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책은 사르트르의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이학사, 2008)이다. 물론 잘 알려진 책이고 이번에 새로 번역됐다. 추천사에 따르면 "<실존주의는 휴머니즘이다> 는 왕년의 철학자 사르트르의 강연문이다. 강연은 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5년 10월 파리에서 열기로 가득한 청중들 앞에서 열렸다. 여기서 사르트르는 자신의 철학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풀이하고 자신의 사상에 던져진 이런 저런 비판에 맞서 반박하는 가운데 자신의 실존주의가 휴머니즘임을 천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은 저자의 주저이자 난해한 철학 작품 <존재와 무> 의 입문서라 불린다."

하지만 추천자가 밝히고 있는 이 책의 의의는 따로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사르트르의 철학이 새로운 주기로 접어들고 있음을 알리는 이정표이기도 하다. 지독한 개인주의라는 인상을 주던 실존주의가 인간에 대한 애정과 공동체에 대한 이론으로, 실천의 무기로 탈바꿈되는 시발점이 이 강연문이다. 골방의 철학이 광장의 철학으로 전환되는 장면이라 할 수도 있다. 역사상 유례없는 전쟁을 경험하면서 행동하는 지성인으로 완전히 다시 태어난 철학자의 목소리가 아직도 역력하다. 의도와 내용, 그리고 문체부터 대중과 만나는 데 성공한 첫 번째 사례로 꼽을 만한 책이다. 점점 전문화되고 어려워지는 요즘의 철학책들이 다시 회복해야 할 목표지점을 표시하고 있는 책이라 할까. 독자는 여기서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외치는 가장 드높은 찬가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사르트르의 육성은 http://www.youtube.com/watch?v=85vEXo7Wntk 등을 참조.)



이 '드높은 찬가'는 하지만 적잖은 상처와 고통을 뒤로 한 것이다. 때문에 내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은 소설가이기도 한 어빈 얄롬의 <실존주의 심리치료>(학지사, 2007)와 함께 1945년 이전의 몇 년간이다(얄롬의 책은 '교재'다). 가장 대표적으로 그 시대를 증언하고 있는 책으로 프리모 레비의 <이것이 인간인가>(돌베개, 2007)를 들 수 있겠다. 이것은 두번째 장의 제목이 말해주듯이 '바닥'에 관한 책이다. 인간성의 바닥이면서 인간에 대한 기대의 바닥. 아감벤의 <호모 사케르: 주권 권력과 벌거벗은 생명>(새물결, 2008)도 이 '바닥'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아감벤 또한 레비와 함께 아우슈비츠에 대해서 숙고하고 있는 이탈리아인이로군.  



 

 

 

4. 정치, 5. 경제/경영

정치와 경제/경영분야의 책은 묶어서 다루기로 한다. 손호철 교수가 추천한 정치분야의 책은 전대원의 <나의 권리를 말한다>(뜨인돌, 2008)이다. 저자는 현직 교사라고 하며 "힘없는 일반 국민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가장 필요한 것이 바로 자신의 권리를 아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권리에 대한 이해는 곧 그 사회에 대한 이해에 다름 아니며 억압이나 부조리와 싸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의 권리를 아는 것이 문제의식에서 씌어진 이 책은 현직 사회과목 교사가 쓴 책답게 어려운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평범한 언어로 중요한 우리 사회의 권리들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그리고 정운찬 교수가 경제분야의 책으로 추천한 것은 이해영/정인교의 <한미FTA, 하나의 협정 엇갈린 '진실'>(시대의창, 2008)이다. 알다시피 양국 국회/의회의 비준이 남은 상태인데, "이 책은 FTA를 지지하는 인하대의 정인교 교수와 반대하는 한신대의 이해영 교수가 생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논점을 하나도 빼지 않고 토론한 결과를 한겨레신문 정남구 기자가 정리한 것이다." 해서 한미FTA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으로 추천되었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미국의 좌파 도시사회학자 마이크 데이비스의 신간 <엘리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이후, 2008)와 작년에 나온 <슬럼, 지구를 뒤덮다>(돌베개, 2007) 등도 눈여겨볼 책들이다(<빈곤의 역사>에 대해서는 http://news.khan.co.kr/section/khan_art_view.html?mode=view&artid=200802291745565&code=900308 참조). 사실 한미FTA가 낳을 최악의 결과는 사회적 양극화의 심화와 고착이다. 우리가 꿈꾸는 미래가 정말로 소수의 소수에 의한 소수를 위한 '사악한 천국'인 것인지 미리미리 따져볼 필요가 있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토마스 휴즈의 <테크놀로지, 창조와 욕망의 역사>(플래닛미디어, 2008)이다. 소개에 따르면, "저명한 기술사학자 토마스 휴즈가 십여 년 전 버지니아 대학에서 행한 과학과 예술에 관한 특강 내용을 정리해 2004년도에 발간한 이 책의 원명은 'Human-Built World: How to Think about Technology and Culture'이다. 즉, 기술 자체를 논의한 책이 아니라 기술을 사회문화적 변동과의 연관성 하에서 고찰한 것이다."

거기에 보태진 추천사에 따르면 "기술 문제에 대한 대중적 관심은 지금까지 자크 엘루나 루이스 멈포드와 같은 사회비판론자들에 의해 촉발되어 레이첼 카슨과 같은 기술비판론자들로 계승되어 왔다. 따라서 기술의 사회적 파장을 그 혜택과 해악을 망라한 균형적 시각에서 바라보고자 한 이 책이 과거의 외눈박이 기술관을 시정하는 보정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풍성한 인문학적 속살을 지닌 이 책은 과학기술계와 인문사회계의 인식적 간극을 해소시키는 데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찾아보니 휴즈 교수가 공저한 책으로 <과학기술은 사회적으로 어떻게 구성되는가>(새물결, 1999)에 거의 10년 전에 소개된 바 있다. 분야로 치자면 '과학/기술의 사회학'에 속할 듯한데, 추천사 덕분에 생각난 책은 루이스 멈포드의 <예술과 기술>(민음사, 1999)이다(을유문화사의 문고본으로도 나왔던 책이다). 레이첼 카슨의 물론 <침묵의 봄>(에코리브르, 2002)의 저자를 말하는 것일 텐데, 찾아보니 '시인의 마음으로 자연의 경이를 증언한 과학자'란 부제를 달고 있는 <레이첼 카슨 평전>(샨티, 2004)이 출간돼 있다(내가 인지하고 있지 않은 책의 80%는 2004년에, 그러니까 '당신이 없는 사이에' 나온 책들이다). 774쪽이니까 3월 한달로는 부족하겠다. 세 달 동안 내리, 그리고 틈틈이 입다물고 읽을 만한 책.





 



7.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이 추천한 과학분야의 책은 린 마굴리스의 <공생자 행성>(사이언스북스, 2007)이다. 추천사에 따르면, "세포생물학과 미생물의 진화, 지구시스템 과학에 기여한 린 마굴리스. 칼 세이건의 첫 번째 부인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지만 사실 그는 공생진화론으로 학계에 충격을 던져 준 생물학자다. 책에서는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공생이란 고리로 연결하며 생물의 다양성을 공생과 공생진화로 설명하고 있지만 어린 나이에 세이건과 사랑에 빠진 이야기, 학자로서 어떤 길을 걸었는지 등 개인적인 이야기도 들어있다. 세포핵 유전과 다윈주의 대신 세포질 유전과 신라마르크주의를 택하게 된 배경과 주류 학계에서 비주류로 살지만 자부심을 갖고 연구하는 학자의 면모를 볼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 책에 대해서는 나도 소개한 적이 있다(http://blog.aladin.co.kr/mramor/1894262 참조). 이 참에 마굴리스의 다른 책들인 <생명이란 무엇인가>(지호, 1999), <섹스란 무엇인가>(지호, 1999)도 같이 챙겨볼 수 있겠다. 두 권 모두 아들 도리언 세이건과 같이 쓴 책이다. 찾아보니 마굴리스도 참여한 신간은 <마음, 생명, 우주>(2007)이다. 저명 과학자들과의 대담집이므로 교양서로 소개됨 직하다.

 

 

 

 

8. 예술

예술분야의 책은 마크 스트랜드의 <빈방의 빛>(한길사, 2007)이다. 미국 화가(어쩌면 가장 미국적인 화가)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을 다룬 책인데, 추천자인 김춘미 교수에 따르면 "에드워드 호퍼(1882-1967)는 1930, 40년대 미국 도시의 평범한 일상을 유화로 담아내어 이름을 낸 미국의 대표적인 사실주의 화가이다. <이른 일요일 아침 1930> , <펜실베이나 탄광촌> , <주유소> 등의 그림들이 이야기 해주듯 집, 길, 자동차, 기차, 호텔, 어디나 있는 방과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린 사람이 호퍼이다."

그리고 "호퍼의 대표작 30점이 이 책에 수록되어 있는데, 아마 그의 작품을 감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이 모처럼 제공해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이 책의 특별함은 이러한 호퍼의 작품이 마크 스트랜드라는 시인의 글로 새롭게 조망되고 있다는 것이다. 마크 스트랜드는 <눈보라 한 조각> 이라는 작품으로 1999년 퓰리처상을 탄 바 있는 시인이다." 우리의 경우에도 시인의 논평을 담은 그림책들이 더러 출간된 바 있는데, <빈방의 빛>도 그런 종류이겠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추천한 교양분야의 책은 박종인의 <한국의 고집쟁이들>(나무생각, 2008)이다. 제목이 암시하는 대로 "23명 한국인의 범상치 않은 삶을 기록하고 있"는 책이라고 한다. "굳이 공통점을 찾자면 '한 길을 가는 사람들'이다. 그들 중에는 신체상의 장애라는 역풍을 맞은 이들도 있고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역풍이 있건 없건 그들은 앞을 향해 항해를 계속 해온 사람들이다. 한 명 한 명의 이야기가 머리 속으로가 아니라 가슴 속으로 파고드는 것은 우리 삶의 범상함 때문일 것이다."라는 게 추천의 변이다.  

그런 '범상치 않은 삶'의 또 다른 주인공은 지명관 한림대 석좌교수다. "1970-1980년대 일본의 진보 성향 월간지 '세카이(世界)'에는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이라는 칼럼이 'TㆍK生'이라는 필명으로 연재됐다. 10월 유신 이듬해인 1973년부터 6월 항쟁 이듬해인 1988년까지 15년간 한 차례도 거르지 않고 연재된 이 칼럼은 일본뿐 아니라 전세계에 한국의 정치 상황과 한국인의 민주화 열망을 알리는 통로 역할을 했다. 당시 국내 정보기관의 끈질긴 추적에도 드러나지 않았던 'TㆍK生'의 정체는 연재가 끝난지 15년 뒤인 2003년에야 세카이지를 통해 지명관(84) 한림대 석좌교수인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 나온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창비, 2008)은 "지 교수가 'TㆍK生'으로서 연재한 칼럼 '한국으로부터의 통신'을 중심으로 유신 선포와 80년 광주사건, 87년 민중항쟁 등으로 이어지는 격동의 1970-1980년대 한국 민주화 운동의 상황을 재구성하고 그 역사적 의의를 짚어본 책이다." 이미 재작년에 자서전 <경계를 넘는 여행자>(다섯수레, 2006)를 출간하기도 했는데, <한국으로부터의 통신>과 겹쳐 읽으면 되겠다(리뷰는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72964.html 참조).

지명관 교수의 이야기가 너무 '노티' 난다 싶은 독자라면 동시대 사람들을 만난 또 다른 이야기로 영화기자 김혜리의 인터뷰집 <그녀에게 말하다>(씨네21, 2008)도 챙겨둘 만하다. "배우, 감독, 촬영감독 등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이들뿐 아니라, 소설가, 만화가, 미학자, 사진작가, 북디자이너, DJ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이들과 만나 대화를 나"눈 기록이다.


 

 

 


10. 전기

끝으로 이제 내 맘대로 고르는 전기/평전류이다. 내가 고른 건 마크 에드문슨의 <광기의 해석>(추수밭, 2008). 저자는 예전에 <문학과 철학의 논쟁>(문예출판사, 2000)의 저자 '에드먼드슨'으로 소개된 적이 있는데, 조악한 번역으로 빛이 바랜 책이었다(저자는 철학자 리처드 로티의 제자다). 이번에 '개명'하고 다시 소개된 셈. 책은 '프로이트 최후의 2년'을 다루고 있는데, 흥미로운 건 히틀러의 삶과 대조하고 있다는 것.

"책은 1909년 오스트리아 빈을 무대로 가난한 고학생 히틀러와 정신분석학의 권위자 프로이트를 대조하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 30년 후에 주목한다. 약 30년이 흐른 뒤 세상에 막 등장해서 대중의 열광을 한 몸에 받은 히틀러와, 인생의 막바지에 들어서 암으로 투병한 프로이트가 이 책의 주인공인 것이다. 지은이 마크 에드문슨은 1938년부터 1939년까지 기이하게 수렴되는 두 사람의 인생을 되짚어 보고, 프로이트가 나치 통치하의 빈에서 탈출해 런던으로 망명한 최후의 2년을 따라가면서 파시즘과 근본주의를 열망하는 대중의 심리를 분석한 프로이트 말년의 연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원제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죽음>이다(<광기의 해석>이란 타이틀은 물론 베스트셀러가 된 소설 <살인의 해석>을 염두에 둔 것이겠다).

프로이트의 전모를 일람해보는 건 물론 한두 달 읽기로 마무리될 수 있는 견적이 아니다. 나로선 그의 생애와 저작의 흥미로운 지점들을 염탐해보는 것 정도로 만족하려고 한다. 거기에 도구상자가 되어줄 만한 책은 마르트 로베르의 책 <프로이트, 그의 생애와 사상>(문예출판사, 2007)과 조시 코언의 <HOW TO READ 프로이트>(웅진지식하우스, 2007) 등이다...

08. 03. 01.

 

 

 

 

P.S. 이달의 고전은 베르그송의 두번째 주저인 <물질과 기억>(아카넷, 2005)이다. 최근에 해설서로 김재희의 <물질과 기억: 반복과 차이의 운동>(살림, 2008)이 출간되었기에 떠올린 것인데(알라딘에 아직 이미지가 뜨지 않고 있다), 황수영의 <물질과 기억, 시간의 지층을 탐험하는 이미지와 기억의 미학>(그린비, 2006)까지 '장비'로 챙겨둘 수 있겠다(나는 영어본과 러시아본도 갖고 있다. 준비야 그럴 듯하지만 기동성은 장담 못하겠다). 들뢰즈의 <시네마>를 이해하기 위해서도 필독해야 하는 책인데, 음.. 예전에 '물질'까지 읽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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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2008-03-02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린이 책들도 추천을 해주세요..휘동이가 읽을 책들..

로쟈 2008-03-02 18:53   좋아요 0 | URL
제가 '감'이 전혀 없어서요. 그쪽으론 전문가들이 따로 있습니다.^^;
 

하던 대로 '이달의 읽을 만한 책'들을 꼽아본다. 참고로 삼고 있는 건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위원장 민병욱)의 목록인데, 2월에는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등 10종이 ‘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 발표됐다(http://www.kpec.or.kr/). 과학분야의 <삼엽충>은 지난달에 내가 '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아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문학=D에게 보낸 편지(앙드레 고르/임희근·학고재) ▲역사 친절한 조선사(최형국·미루나무) ▲철학=이분법을 넘어서(장회익,최종덕·한길사) ▲정치=시대정신 대논쟁(이영성,김호기·아르케) ▲경제경영=세계화?(토머스 슈뢰터/유동환·푸른나무) ▲사회=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전의우·양철북) ▲과학=삼엽충(리처드 포티/이한음·뿌리와이파리) ▲예술=베토벤, 그 거룩한 울림에 대하여(조수철·서울대학교출판부 ▲교양=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차익종·르네상스) ▲아동=안녕, 스퐁나무 (하은경 글/이형진 그림 문학동네)

2월은 설 연휴가 끼어 있는 데다가 날수도 짧아서(올해는 윤달이어서, 그래봐야 1-2일이지만) 책 읽을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간략하게만 꼽아보도록 한다.

 

 

 

 

1. 문학

먼저 문학분야에 책으로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작가 신경숙씨가 추천한 책은 앙드레 고르의 <D에게 보내는 편지>(학고재, 2007)이다. 이미 작년에 언론에서 크게 소개됐던 책이다. "사르트르로 하여금 '세계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는 평을 들었던 앙드레 고르는 일생을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를 심층 분석해 온 철학자이며 언론인"이고, 그런 "앙드레 고르가 처음 만나 죽을 때까지 사랑한 아내 도린이 척추 수술로 인한 깊은 병에 걸리자 고르는 모든 사회 활동을 접고 아내와 투병생활을 함께 한다. 『D에게 보낸 편지』는 죽기 일년 전 고르가 아내를 위한 글을 쓴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닫고 쓰기 시작한 <죽음으로 봉인한 사랑의 편지>이다."

앙드레 고르의 책으론 정작 그의 '사적인 편지'들이 주저들보다 먼저 소개돼 좀 멋쩍긴 한데 어쩌면 보다 효과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어쨌든 키워든 '사랑'과 '죽음'일 텐데, 이걸 한데 묶어주는 고전이 <신곡> 아닐까? 일본의 미학자 이마미치 도모노부 교수의 <단테 신곡 강의>(안티쿠스, 2008)가 그 길잡이로 내가 2월에 읽고자 하는 책이다. 

거기에 작년 2월에 작고한 오규원 시인의 유고시집 <두두>(문학과지성사, 2008)를 물론 빼놓을 수 없겠다. 이 시집과 함께 끌어안을 화두는 '죽음'과 '언어'다(자세한 리뷰는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67292.html 참조).

 

 

 

 

2. 역사

역사분야의 책으로 저술가 이덕일씨가 추천한 책은 최형국의 <친절한 조선사>(미루나무, 2007)이다. 저자도 책도 모두 생소한데 추천사에 따르면 "한 시대 사람들의 삶의 총체적 모습을 역사라고 할 때 그 전체를 구성하는 각 부분의 모습은 엄숙하기보다는 일상적이기 십상인데, 『친절한 조선사』는 각 부분을 이루는 다양한 사람들의 일상적인 모습에 포커스를 맞춘 역사책"이다.

그런 일상성도 다루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작년말에 나온 중국사로 니시노 히로요시의 <말과 황하와 장성의 중국사>(북북서, 2007)는 제목의 세 키워드를 통해서 '중국사의 흥망을 읽는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책이다(장성에 초점을 맞춘 책으론 줄리아 로벨의 <장성, 중국을 말하다>(웅진지식하우스, 2007)이 있었다). 최근에 중국 관련서들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라 손에 들지도 모르겠다(누가 좀 말려줘야 할 텐데). 중국을 다룬 거시사로 레이 황의 <중국, 그 거대한 행보>(경당, 2002)도 한번 손에 들면 좀처럼 내려놓기 어려운 책이라 같이 올려놓으면서 저어된다.

 

 

 

 

3. 철학

철학분야의 책으로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책은 마침 요즘 읽고 있는 대담집 <이분법을 넘어서>(한길사, 2007)이다. "물리학자 장회익과 철학자 최종덕이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어 나눈 대화이다. 대화는 고전역학과 현대 물리학, 동양과 서양, 의식과 물질, 삶과 자연 등의 주제를 거치면서 풍요롭게 펼쳐지지만, 장회익의 온생명 개념이 태어난 내력과 그것을 둘러싼 갖가지 문제가 노련하고 해박한 최종덕의 질문 속에 흥미진진하게 펼쳐지는 주요 대목이 가장 인상적이다."라고 추천사는 적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의 <통섭>(사이언스북스, 2005)이나 국내 필자들의 <지식의 통섭>(이음, 2007)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이분법을 넘어서'란 태도가 '실용주의'로 귀착될 필요는 없지만 실용주의적 태도는 이분법에 대한 거부를 필히 포함하는 게 아닌가 싶다. 내가 2월에 읽어보고 싶은 책은 윌리엄 제임스의 <실용주의>(아카넷, 2008)이다. 그와 함께 리쩌허우의 <역사본체론>(들녘, 2004)도 같이 읽어보고자 하는데, 이 책은 <학설>(들녘, 2005)의 보론적인 성격도 갖고 있는 책이다(<학설>은 이번 중국여행에 내가 들고 갔던 책이다). 그 1장의 제목이 의미심장하게도 '실용이성과 밥 먹는 철학'이다. 이달은 소위 '실용정부'라는 이명박 정부가 새로 출범하는 달이기도 해서 '실용'의 의미와 용처에 대해 미리 숙지해보는 것도 의의가 있겠다.

 

 

 

 

4. 정치 

정치분야의 책으로 손호철 교수가 추천하고 있는 책은 <시대정신 대논쟁>(아르케, 2007)이다. 200쪽이 안되는 얇은 책인데, 추천사에서 밝힌 의의는 이렇다. "지난 2007년 대선은 우리 사회가 민주화 20년, 민주화운동출신 정권 10년만에 새로운 변화를 갈구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48년 체제’라고 표현할 수 있는 건국과 ‘61년 체제’라고 표현할 수 있는 산업화, ‘87년 체제’라고 부르는 민주화에 이어 ‘08년 체제’라고 부를 수 있는 새로운 시대의 시대정신이 무엇인가는 많은 논쟁이 가능한 논쟁적이면서도 중요한 주제이다. 『시대정신 대논쟁: 87년 체제에서 08년 체제로』는 이같은 문제에 대해 각계의 전문가들이 대중적인 언어로 논쟁을 벌인 중요한 우리 시대의 대중교과서이다." 책의 편자로 참여하고 있는 김호기 교수의 <세계화 시대의 시대정신>(아르케, 2007)이 그 교과서의 참고서로 덧붙여질 수 있겠다.

내가 보태고 싶은 책은 ''제국'에 맞서는 보편주의 윤리를 찾아서'를 포방하고 있는 알랭 바디우의 <사도 바울>(새물결, 2008)이다. '새로운 시대정신'을 '동시대인 바울'의 프리즘을 통해서 읽어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생각되기에.

 

 

 

 

5. 경제/경영

정운찬 교수가 경제/경영 분야의 책으로 추천한 건 토마스 슈뢰터의 <세계화?>(푸른나무, 2007)이다. 새롭지 않은 주제이고 이미 많은 책들이 나와 있지만 추천의 변이 없지는 않다. "이 책은 ‘세계화’에 초점을 둔 세계경제사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은 한 쪽만을 신랄하게 비판하거나 옹호하는 책, 개념만 간단히 설명하는 책, 오늘날의 현상만 말하는 책, 또한 너무 전문적인 책이 아니다. 그 대신 세계화는 어떤 모습으로 탄생하였는지, 오늘날 어떤 모습으로 세계 곳곳에서 숨쉬고 있는지를 군더더기 없이 소개하면서 세계화의 본질과 논점을 정확히 짚고 있다." 분량이 얇은 것도 이 경우엔 장점이겠다.

세계화를 다룬 두꺼운 책으론 (이런 책을 누가 다 읽나 싶은) 나얀 찬다의 <세계화, 전지구적 통합의 역사>(모티브북, 2007)가 있다. <세계화와 그 불만>(세종연구원, 2002)의 저자 조지프 스티클리츠 교수의 책들도 계속 소개되고 있는데, <모두에게 공정한 무역>(지식의숲, 2007)은 '세계화의 새로운 목표와 미완의 과제들'을 제시한다. 출간 당시 화제가 됐었지만 독자들의 호응은 신통찮다(500쪽에 가까운 경제학 번역서를 읽을 독자들이 국내에 얼마나 되겠는가? 아마도 경제 엘리트들은 원저를 읽을 테고). 한미 FTA 비준이 어떻게 될는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그런 정황과 관련해서라도 몇 페이지 뒤적거려볼 만하다.

 

 

 

 

6. 사회

사회분야 책으로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책은 요한 크리스토프 아놀드의 <아이는 기다려주지 않는다>(양철북, 2008)이다. 저자는 "산상수훈의 가르침과 초대 기독교인의 삶을 이 땅에서 실현하고자 80여년 전에 시작한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리더"이고 제목 그대로 자녀교육서.   

내겐 생소한 책이지만 이미 '좋은 부모'들 사이에서 많이 읽히는 책인 듯하다. "부루더호프 공동체 리더의 저작인 이 책은 비폭력과 무소유를 지향한다는 공동체의 목표, 30여 년 이상 가정문제를 상담해 왔다는 저자의 경력, 게다가 뉴에이지 풍의 서적들을 널리 인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통적 가족애를 강조하는 또 하나의 당위적 책자로 오인될 소지가 있음이 사실이다. 그러나 가족 위기의 본질이 빈곤이나 무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성취주의적 억압에 있다는 대목에서 우리는 저자의 문제의식이나 통찰에 깊이 공감하게 된다."라고 추천자는 적었다. 저자의 다른 책으론 <브루더호프의 아이들>(쉴터, 2000) 등이 소개돼 있다.

아이들 책만 사준다는 요즘 부모들과는 달리 '자기 책'만 사는 '나쁜 아빠'로서 내가 자녀교육에 관해 떠올릴 수 있는 책은 고작해야 또 다시 번역된 루소의 <에밀 또는 교육론>(한길사, 2007) 정도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에밀>(한길사, 2003)이라고 다른 역자의 번역서가 나온 바 있는데, 아직 절판되지 않은 상태에서 새 번역본이 나온다는 건 극히 이례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제목이 달리 붙은 건 순전히 혼동을 피하기 위해서인 듯하다). 

 

 

 

 

7.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이 추천한 책은 리처드 포티의 <삼엽충>(뿌리와이파리, 2007)이다. "고생대의 표준화석으로 외웠던 삼엽충. 런던자연사박물관에서 30년간 삼엽충을 연구해 온 저자 리처드 포티 덕분에 독자들은 5억 년 전의 생물과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 있다. 고생대 3억 년을 누비며 다양한 모습과 엄청난 개체수로 지구의 역사와 진화의 증거를 고스란히 간직한 삼엽충의 이야기는 화석의 가치를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이미 지난달에 나도 꼽았던 책이기데 군더더기 말은 필요없겠다. 다만 나도 아직 구입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달의 목표는 서가에 꽂아놓는 것이다.

덧붙여 역자인 이한음씨의 <호모 엑스페르투스>(효형출판, 2008)를 꼽아둔다. 과학서적 전문 번역자의 첫 칼럼집이다. '호모 엑스페루투스'는 '실험하는 인간'이란 뜻. 그런 실험의 대상이 또 '인체'가 되면 좀 '끔찍한' 상황이 연상되는데, '난학과 해부학을 통해 본 18세기 일본'이란 부제를 단 타이먼 스크리치의 <에도의 몸을 열다>(그린비, 2008)은 그런 연상에도 불구하고 흥미를 끄는 과학사이다. 저자는 흥미롭게도 미술사학자.

"런던대 교수로서 일본학연구소 소장을 맡고 있는 미술사학자 타이먼 스크리치는 신미술사학을 방법론으로 취해 에도 시대 일본인들이 서양 의학이나 외과도구에 놀라워하면서도 에도 문화의 심장부를 열어나간 다양한 경로를 탐색한다. 이 책의 주제는 ‘연다는 것의 의미’, 그중에서도 몸의 엶, 즉 해부학이다. 도쿠가와 바쿠후는 쇄국 정책을 실시했고, 에도 사람들이 서양 문물을 받아들일 통로는 네덜란드동인도회사를 상대로 한 무역밖에 없었다. 그러나 네덜란드상관의 상관장이나 의사 등은 서양 문물을 가르치는 학교를 열어 문물뿐 아니라 문화도 전파했다. 이렇게 유입된 서구 근대의 지식은 난학 붐을 일으켰다."

이왕이면 같은 저자의 신작인 'Sex and the Floating World'(Reaktion Books, 2004)도 소개됨 직하다. 부제는 '일본의 음화(淫畵), 1700-1820' 정도라고 해야 하나(이 책은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추천하지 못하겠군).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조수철 교수의 <베토벤, 그 거룩한 울림에 대하여>(서울대출판부, 2007)이다. 제목만 보면 번역서 같지만 뜻밖에도 국내서다. 베토벤에 관해서도 무슨 새로운 책이 씌어질 수 있을까 싶지만 "이 책에는 글쓴이가 오랫동안 직접 여행과 수집을 통해 모은 생생한 자료들이 가득하다"고 한다. 추천사에 따르면 "흥미로운 것은 책의 구성과 시각이다. 이 책은 다분히 인간의 발달과정과 그에 따른 변화에 주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간의 삶에 대한 진지한 태도가 음악과 관계해서는 어떻게 발현되는지 베토벤의 음악적 여정을 다시 한 번 베토벤 자신의 심적 상태에서 생각해보게 된다." 저자는 이전에 <베토벤의 삶과 음악세계>(서울대출판부, 2004)를 낸 바 있는 신경정신과 전문의. <모차르트 이펙트>(황금가지, 1999)의 번역자이기도 하다. 국내에 소개된 베토벤 전기로는 메이너드 솔로몬의 <루트비히 판 베토벤>(한길아트, 2006)이 결정판인 듯하다. 내가 더 꼽을 책은 없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꼽은 교양분야의 책은 릭 게코스키의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르네상스, 2007). 나도 이미 여러 차례 언급한 책으로 옥스퍼드대에서 영문학 박사학위를 받은 저자가 전공분야인 20세기 영문학의 주요 작품들의 초판본 수집가/판매상으로 겪은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책의 미국판 제목이 <나보코프의 나비>인데, 나보코프의 자서전 <말하라, 기억이여>(플래닛, 2007)을 '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아두었으니 연이어 <나보코프 블루스>(해나무, 2007)도 교양서로 읽어볼 수 있겠다. 이왕이면 모리스 쿠튀리에가 엮은 <롤리타>(이룸, 2003)까지. 그 정도는 다 '교양'이다.

 

 

 

 

교양에 관해서라면 사실 이달에 읽을 만한 책들이 많다. 분량상 '장서용 교양'으로 분류해서 예외적으로 덧붙이자면 해럴드 블룸의 <세계문학의 천재들>(들녘, 2008)이 대표적이다. 때마침 같이 나온 <헤럴드 블룸 클래식>(생각의나무, 2008)과 함께 서가에 꽂아두고 '사전'처럼 읽어볼 만하다. 최근에 새롭게 번역돼 나온 서머셋 모옴의 <불멸의 작가, 위대한 상상력>(개마고원, 2008)은 19세기 '10대 소설'들에 대한 개성적인 안내서이니 필독해 둘 만한 '교양 중의 교양'이다(작년 이맘때 이 책의 출간을 고대한 적이 있다. http://blog.aladin.co.kr/mramor/1037161 참조).

 

 

 

 

10. 아동/전기

아동분야의 책으로 추천된 책은 하은경의 <안녕, 스퐁나무>(문학동네어린이, 2007)이다. "화자인 '나’가 아빠와 함께 앙코르와트를 여행하면서 겪은 경험과 깨달음을 담고 있다"고. 앙코르와트 여행은 당분간 꿈꾸기 어렵고 지난달과 마찬가지로 나는 전기 분야의 책이나 꼽겠다.

이달엔 김덕영의 평전 <막스 베버, 이 사람을 보라>(인물과사상사, 2008)이다(자세한 리뷰는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67294.html 참조). 김광기의 <뒤르켐 & 베버>(김영사, 2007)도 안내서 삼아 읽어볼 수 있겠다. 재미있게도 부제가 '사회는 무엇으로 사는가?'이다. 그런 고민을 잠시 해보는 사이에 우리는 봄의 문턱에 닿아 있겠다...

08. 02. 03.

 

 

 

 

P.S. 가외로 꼽는 '2월의 고전'은 <논어>다. 사실 너무 많은 번역/주석서들이 나와 있고 '정본'은 따로 없는 터라 무얼 읽어야 하는지 좀 막연하다. 그럼에도 내가 길잡이로 삼은 건 리쩌허우의 <논어금독>(북로드, 2006)이다. 거기에 물론 여러 번역/주석서들이 덧붙여질 수 있는데, 손 가까이에 있는 책들은 이강재의 <논어>(살림, 2006), 박민영의 <논어는 진보다>(포럼, 2007)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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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8-02-04 0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절한 조선사가 눈에 띄네요. 미시사같은데 요즘 조금씩 많아지는 이런 시도들이 반갑기만 합니다. 다만 이런 시도들이 단순한 흥미위주로 흘러버리는 경우도 많아 조금 아쉬울때가 많긴 하지만요.

로쟈 2008-02-04 08:30   좋아요 0 | URL
진지한 미시사라기보다는 흥미로운 생활사의 이모저모 범주가 아닌가 싶습니다.^^
 
1월, 당신의 추천도서는?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http://www.kpec.or.kr/)에서 매달 발표하는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 이달에는 며칠 일찍 발표되었다(연말이어서인가 보다). 그걸 빌미로 나도 따라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들을 골라본다. 1월부터는 분야별로 한권씩 고르는 걸 따라해보기로 한다(10개 분야이다). 어느새 2008년 '1월의 읽을 만한 책'이다!

1. 문학

 

 

 

 

지난 11월의 읽은 만한 책으로 골랐던 한강의 <채식주의자>(창비, 2007)가 뒤늦게 올라왔다. 추천자인 작가 신경숙씨는 "어린 시절의 폭력이 한 인간의 내면에 어떻게 각인되는지, 그 상처가 주변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가는 <채식주의자>는 인간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욕망의 미세한 지형도"라고 평해놓았다. 사실 나도 사놓고 아직 읽어보진 못했기에 1월에는 읽어봐도 좋겠다. 그래도 나대로 고르자면 공선옥의 <명랑한 밤길>(창비, 2007)을 꼽아본다.

몇 편 읽지 않았으면서도 평소 공선옥의 소설이 '촌스럽다'고 생각해왔지만 이번에 나온 소설집은 평도 좋고 또 '명랑' 모드인지라 연초에 읽을 만하지 않을까 싶다. 알라딘의 소개는 이렇다: "상처에 매몰되지 않고 삶을 긍정적으로 포용하는 자세는 공선옥 소설의 개성을 한층 돋보이게 만든다. 그가 <멋진 한세상>(2002) 이후 5년 만에 신작 단편집을 펴냈다. 낯익지만 일관된 주제의식을 견지하며 냉엄한 현실을 능청스럽게 이야기하는 공선옥 소설의 활력은 여전히 놀랍다."

2. 역사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추천한 역사 분야의 책은 김호웅 등이 쓴 <김학철 평전>(실천문학사, 2007)이다. 나도 출간시 리뷰들를 읽으면서 찡한 느낌을 받았었는데, 말 그대로 격정의 시대를 산 '최후의 분대장'의 파란만장한 삶을 반추해볼 수 있겠다. "의열단으로 시작해 중국 홍군(紅軍)의 우군(友軍)이었던 조선의용군 소속으로 일본군과 교전 중 체포되어 한쪽 다리를 잃고 8·15광복 후 출옥한다. 월북 후에는 김일성 신격화에 회의를 느끼다 중국으로 망명하지만 모택동을 비판한 <20세기의 신화>를 썼다는 이유로 10년간이나 투옥"되고 했던 삶이다.

거기에 보태 내가 고른 책은 독일의 철학자 바이츠제커의 <역사 속의 인간>(에코리브르, 2007)이다. 소개에 따르면, "자연의 역사와 인간의 사유의 역사를 배경으로 하여 현대 인간의 삶에서 제기하는 실천적 과제들에 대한 대답을 담은 책이다. 지은이 바이츠제커는 사유방법론으로 인간의 역사를 고리로 하여 이어진 두 개의 반원으로 형성된 하나의 ‘원환과정’을 여러 차례 반복함으로써 인간의 삶의 본질을 밝힐 수 있다고 단언한다." 바이츠제커의 책으론 <과학의 한계>(민음사, 1996) 이후에 오랜만에 소개되는 듯하다(에른스트 울리히 폰 바이츠제커가 아니라 카를 프리드리히 폰 바이츠제커다).

3. 철학

 

 

 

 

김상환 교수(서울대 철학과)가 추천한 철학 분야의 책은 이영남의 <푸코에게 역사의 문법을 배우다>(푸른역사, 2007)이다. 추천의 이유는 "독창적인 역사철학자로서의 푸코를 알기 쉽게 소개하고 있다"는 것. 더불어 "저자가 철학 전공자가 아니라 역사 전문가라는 것이 이채롭다"고 했다(출판사도 '푸른역사'다. 내가 갖는 불만은 이 출판사의 책들이 페이지당 여백을 너무 많이 준다는 것이다).

푸코를 읽는 김에 내가 고른 책은 콜브룩의 <들뢰즈 이해하기>(그린비, 2007)이다. '들뢰즈와 함께 보는 현대 영화'란 부제를 달고 있는 파트리샤 피스터르스의 <시각문화의 매트릭스>(철학과현실사, 2007)도 이번에 출간되었기에 같이 읽어볼 만하다(콜브룩의 책을 조금 읽으면서 나는 들뢰즈의 철학이 '예술가 철학'이라는 심증을 더 굳히게 되었다). 물론 일반독자가 가볍게 읽을 만한 책들은 아니지만 들뢰즈를 이해하기에 가장 쉬운 책이란 점은 인정할 수 있다(<들뢰즈 이해하기>의 경우 일부 오역과 편집상의 실수들은 교정되면 좋겠다).

4. 정치


 

 

 

손호철 교수(서강대 정치외교학과)의 정치 분야 추천도서는 뜻밖에도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프랑스 작가 10인이 쓴 <세상의 아이야, 너희가 희망이야>(푸른나무, 2007)이다. 추천사는 이렇다: "11월 20일이 어떤 날인지 아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 날은 국제연합(UN)이 정한 '아동권리의 날'이다. 아동도 성인들과 마찬가지로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릴 권리가 있다. 그러나 1년이면 거의 1천만 명의 어린이가 영양실조 등으로 목숨을 잃고 가난 때문에 1억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2억 명 이상이 노동을 한다. <세상의 아이야, 너희가 희망이야>는 <개미>의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10명의 프랑스 최고 작가들이 국제연합아동기금(UNICEF)을 위해 건강할 권리, 가족을 가질 권리, 먹을 권리, 보호받을 권리, 교육받을 권리 등 어린이들의 핵심적인 10가지 권리를 짧은 소설형식으로 그려서 헌정한 탁월한 교양서이다." 듣고 보니 의미있어 보이는 책이기도 하다.

비슷한 취지에서 내가 고른 책은 데루오카 이츠코의 <부자나라, 가난한 시민>(궁리, 2007)이다. 제목 그대로 '돈 많은 가난한 나라'(일본)를 돌아보면서 '진정한 풍요란 무엇인가'를 질문하고 있는 책이다. '선진화 담론'이 대세를 장악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도 좀 따져보아야 할 문제이다. 출판사측의 소개를 인용하면, "지금 한국은 ‘돈 많은 못 사는 나라’이며, 분명히 ‘기형국가’이다. 개발과 투기 문제, 저열한 사회자본 문제, 위험한 연금개악 문제, 그리고 이기적이고 무능력한 노동운동 문제에 대한 데루오카 이츠코 교수의 설명은 우리에게 훌륭한 반면교사 역할을 할 것이다." 역자인 홍성태 교수의 <대한민국, 위험사회>(당대, 2007)와 함께 우리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데 도움이 될 듯하다.

5. 경제/경영

 

 

 

 

정운찬 교수(서울대 경제학과)가 추천하는 경제분야의 책은 윤수영의 <세속 경제학>(삼양미디어, 2007)이다. 모처럼 국내 필자가 쓴 경제학 입문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듯한데, 추천의 변 또한 뜨겁다: "세계의 중심 맨해튼을 24달러에 팔기로 선택한 인디언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이 책은 이자의 당·부당성, 아담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 일자리와 임금, 황금제국의 부활, 유럽의 투기와 버블, 남북전쟁과 노예해방, 세계적인 시사주간지와 경제·경영 잡지, 세계유명 경제지와 일간지, 투자와 투기의 쌍쌍파티, 부자가 되는 꿈 등 무궁무진한 주제로 꽉 차있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눈을 책으로부터 떼기 어려울 것이다. 또한 대학이나 연구소에 있는 경제학자들이 이 책을 읽으면 복잡한 수식이나 그래프를 통하지 않고도 현실 경제의 모습을 잘 설명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될 것으로 나는 믿는다."

내가 고른 책은 영국의 비평가이자 사회사상가 존 러스킨의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느린걸음, 2007)이다. 오늘자 한겨레의 북리뷰를 참조하면, "산업혁명으로 최성기를 구가하던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비평가요 사회사상가인 존 러스킨(1819~1900)은 <나중에 온 이 사람에게도(Unto This Last)>에서 애덤 스미스에서 토머스 맬서스, 데이비드 리카도, 존 스튜어트 밀로 이어진 자본주의 정통 경제학의 전제조건들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그는 고용주와 노동자를 포함한 경제 주체들에게 최선의 결과를 가져다 주는 것은 “정의와 애정”이라고 주장한다." 러스킨의 책으론 건축론 <베네치아의 돌>(예경, 2006)이 소개된 바 있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고려대 사회학과)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다카하라 모토아키의 <한중일 인터넷 세대가 서로 미워하는 진짜 이유>(삼인, 2007)이다. 몇 주전에 리뷰를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김교수에 따르면 "한류 열풍 속에 확산 중인 혐한증이나 탈식민화 시대의 반일운동 등에 관한 근본적 이유를 저자는 신자유주의적 인력이동에 따른 고용경쟁이나 실업위협에서 찾는다. 경제의 세계화로 사회적 유동성이나 위험성이 증대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과거의 고도성장형 내셔날리즘이 개인형 내셔날리즘로 대체되어 젊은이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요컨대 동시적으로 출현하는 청년실업과 같은 국가 차원의 사회문제가 안톤 오노의 금메달 강탈 항의사건 등에서 식별할 수 있는 “명랑한 애국심”의 주범이라는 것이다." 저자는 그걸 '불안한 내셔널리즘'이라고 이름붙인다. 일본의 76년생 젊은 학자의 패기만만한 주장을 담고 있는 책.

사실 '사회'분야란 카테고리는 좀 막연해서 나로선 책을 고르기가 애매한데(정치 분야와 중복되고 하고), 그냥 구해놓고 아직 읽지 않은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공화국>(후마니타스, 2007)이나 <도시의 창, 고급호텔>(후마니타스, 2007)을 뒤적거려보기로 했다. 관련 페이퍼는 '아파트공화국의 고급호텔'(http://blog.aladin.co.kr/mramor/1636910) 참조.

7.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이 추천한 과학분야 도서는 외르크 치들라우의 <다윈, 당신 실수한 거야!>(뜨인돌, 2007)이다. 소개글에 따르면 "과학저널리스트인 외르크 치틀라우가 다윈진화론의 핵심인 적자생존, 자연선택 등에‘위배되는’ 실제 사례들을 동물의 세계에서 뽑아내 진화론이 과연 생물계에 통용될 수 있는 진리인가라는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책"이고, 추천사에 따르면 "진화론의 핵심은 자연선택과 적자생존인 셈이다. 생물학 교과서에 진리처럼 서술된 이러한 진화론의 핵심 개념을 비웃는 책이 있다. 바로 <다윈, 당신 실수한 거야!>다. 이 책에서는 진화하면서 강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믿음에 의구심을 보이며 한없이 열등한 모습으로도 잘 살고 있는 개체들을 소개한다." 나로선 좀 싱겁다는 생각이 드는데, '강자'의 기준이 절대적이지 않은 것 아닌가 싶어서이다(장자가 말하는 '무용의 용'도 있고).

차라리 내가 더 관심을 갖는 책은 <살아있는 지구의 역사>(까치글방, 2005), <생명 - 40억년의 비밀>(까치글방, 2007)이 소개된 바 있는 리처드 포티의 <삼엽충>(뿌리와이파리, 2007)이다(포티의 책들은 이한음씨가 번역을 전담하고 있다). 옛날도, 아주 오랜 옛날 생물 수업시간에만 들어보던 삼엽충. '고생대 3억 년을 누빈 진화의 산증인'에 대한 아마도 가장 자세한 책이지 않을까 싶다.

8. 예술

 

 

 

 

김춘미 교수(한국예술종합학교)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김경의 <이야기가 있는 종이 박물관>(김영사, 2007)이다. 사진작가 김중만과의 합작인데, 소개에 따르면 "종이 물건에 담긴 우리 삶의 다양한 표정을 읽어내려 한 책"으로 "종이에 스며든 옛사람의 소박한 삶. 적게는 100년에서 많게는 300년을 훌쩍 넘은 오래되고 진귀한 종이 소품과 세간을 모았다. 따라서 이 책은 종이에 관한 박물학적 지식의 산물임과 동시에, 한국문화에 대한 흥미로운 인류학적 접근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나로선 쉽게 손이 가지 않을 책이다.

대신에 나라면 아무 주저없이 최근에 나온 러시아 미술/예술 관련서들을 집어들 것이다. 이병훈의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한길사, 2007)과 이진숙의 <러시아 미술사>(민음인, 2007)가 그 책들이다. 관련 페이퍼로는 '러시아 예술로의 초대'(http://blog.aladin.co.kr/mramor/1790172)를 참조하시길.

9. 교양

 

 

 

 

이한우 조선일보 문화부 차장이 고른 교양분야의 책은 한스 귄터 가센 등이 쓴 <인간, 아담을 창조하다>(프로네시스, 2007)이다. 주목하지 못했던 책인데, 부제가 '생명 복제 시대에 돌아보는 인간 만들기의 역사'이다. 바로 떠오르는 책은 알렉산더 키슬러의 <복제인간, 망상기계들의 유토피아>(뿌리와이파리, 2007)이다. "호프만의 괴기소설 <모래 사나이>에서 시작해 데이비드 오스본의 <머리들>에 이르기까지 각종 공상과학 소설에서 나타나는 인간 만들기의 꿈을 추적한다"는 전자와 짝을 지어 읽을 만하다. 그러는 참에 이번에 새로 번역돼 나온 벤야민의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길, 2007)도 다시 읽어볼 수 있겠다. 이젠 '생명복제시대의 예술작품'도 씌어져야 하지 않겠는가.

10. 아동->전기

 

 

 

 

두 분의 아동도서연구가/아동문학가가 추천한 아동도서는 <예쁜 우리말사전>(파란자전거, 2007)이다. 나로선 과문하기 짝이 없는 분야인지라 그냥 좋은 책인가 보다고 기록해놓은 따름이다.

약간 변칙이긴 하지만, 아이도 자는 김에 '아동' 분야를 '전기'로 바꾼다. 그리고는 세 사람의 책을 고른다. 찰리 채플린의 <나의 자서전>(김영사, 2007)과 나보코프의 자서전 <말하라, 기억이여>(플래닛, 2007), 그리고 자서전은 아니지만 수전 손택의 유고평론집으로 마지막 에세이들과 강연들을 모은 <문학은 자유다>(시울, 2007)가 탐나는 책들이며 새해에 읽어볼 만한 책들이다.  

 

 

 

 

이상 10개 분야의 책들 외에 가외로 고른 책은 '1월의 고전' <한비자>이다. 물론 예전에 나온 번역본들이 없지 않지만 최근에 이상수의 <한비자, 권력의 기술>(웅진지식하우스, 2007)이 출간되어 바람을 넣는 탓에 기획하게 된 것이다. 편역서인 <이야기의 숲에서 한비자를 만나다>(웅진지식하우스, 2007)와 윤찬원의 <한비자>(살림, 2005)를 기존의 번역서들에 덧붙여서 읽어볼 수 있겠다. 새 정부도 들어서고 하는 김에 '제왕학'도 좀 알아두는 것이 신민의 자유와 권익을 챙기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고... 

07.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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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따삐야 2007-12-2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참 촌스러운 사람이지만 로쟈님처럼 공선옥 소설은 촌스러워서 잘 안 읽었다죠. 근데 쓰신 글을 보니 한번 읽어보고 싶네요. 누가 머라해도 소신있게 한 가지만 밀고 나간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인데 그런 면에서 대단하단 생각도 들구요.

나보코프의 <말하라, 기억이여>도 독특하고 재미있을 듯 싶네요.^^

로쟈 2007-12-29 13:20   좋아요 0 | URL
한가지만 밀고 나가다면, 요즘 유행하는 말대로 '달인'의 경지가 되는 거겠죠.^^

수유 2007-12-29 16: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탁과 나보코프, 그리고 러시아 미술.
그리고 흥미를 안끌래야 안끌수 없는- 말이 요상하다요.
다윈 당신 실수한거야. 정도.

로쟈 2007-12-29 18:48   좋아요 0 | URL
<러시아미술사>는 저도 오늘 샀습니다...

Mephistopheles 2007-12-29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관함을 열심히 채우고 있습니다..꾸역꾸역..^^

로쟈 2007-12-29 23:06   좋아요 0 | URL
이제 돈벼락 맞을 때까지 기다리시면 되겠습니다.^^;

이리스 2008-01-08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러시아 미술사 샀는데ㅇㅅ. ㅎㅎ 공선옥 소설은 촌스러워서 안 읽구요.. 으흠..

로쟈 2008-02-03 23:29   좋아요 0 | URL
저는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올해도 마지막달에 접어들었다. 한해의 마지막 스케줄을 잠시 생각해보다가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꼽아두기로 했다. 먼저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선정한 '12월의 읽을 만한 책' 목록이다(선정위원들의 추천사는 http://www.newswire.co.kr/read_sub.php?id=300470&ca1=문화연예- 참조). 대여섯 권 정도는 눈에 익은 책들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위원회(위원장 민병욱)는 '1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분야별 도서 10종을 선정, 발표했다. ‘퀴즈쇼’(김영하·문학동네), ‘중세의 사람들’(아일린 파워 김우영·이산), ‘몽테뉴와 파스칼’(이환·민음사), ‘넬슨 만델라 평전’(자크 랑 윤은주·실천문학사), ‘커넥티드’(대니얼 앨트먼 노혜숙· 해냄), ‘이천동, 도시의 옛 고향’(최엄윤· 이매진), ‘미술관에 간 화학자’(전창림· 랜덤하우스코리아), ‘김승호: 아버지의 얼굴 한국영화의 초상’(한국영상자료원), ‘일방통행 하는 의사 쌍방통행을 원하는 환자’(토르스텐 하퍼라흐 백미숙·굿인포메이션), ‘최열 아저씨의 지구온난화 이야기’(최열 글 경아 외 그림·환경재단도요새)이다.

 

 

 

 

이 목록과 무관하게 내가 고른 '12월의 읽을 만한 책'은 먼저 정치분야이다. 아렌트의 <정치의 약속>(푸른숲, 2007)이 최근에 나온 책이고(간단한 리뷰는 http://blog.aladin.co.kr/mramor/1731787 참조), 보다 쉬운 입문서로는 김선욱 교수의 <정치와 진리>(책세상, 2001)를 참조할 수 있다. 엘리자베스 영-브륄의 대작 <한나 아렌트 전기>(인간사랑, 2007)는 아렌트의 독자들을 위한 연말선물 정도가 되겠다('부담스런' 선물인가?).

 

 

 

 

두번째 분야는 종교이다. 좁혀 말하면 '세계 최대의 선교 강국'인 한국의 기독교 혹은 교회에 대한 비판. 나는 '이명박 현상'과 관련하여 반드시 짚고넘어가야 할 부분이 한국 교회가 아닌가 싶다. 다행스럽게도 최근에 문제적인 책이 여러 권 출간됐다. 김지방의 <정치교회>(교양인, 2007), 김경재 등의 <무례한 복음>(산책자, 2007), 이삼성의 <추락하는 한국교회>(인물과사상사, 2007) 등이 그 책들이다. 아프간 피랍사태의 교훈을 어떻게 되새겨야 할는지도 이 책들과 함께 생각해볼 문제이다.  

 

 

 

 

세번째는 한국인에겐 '올해의 지역'으로 꼽을 만한 아프가니스탄과 관련된 책들이다. 세 권 모두 미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는데 호세이니의 소설 <찬란한 천 개의 태양>(현대문학, 2007), <연을 쫓는 아이>(열림원, 2005)와 데보라 로드리게즈의 논픽션 <카불 미용학교>(길산, 2007)이 그 책들이다(각각 http://blog.aladin.co.kr/mramor/1718531, http://blog.aladin.co.kr/mramor/1607006 참조). 개인적으로 호세이니의 소설들은 며칠전에 구입했고 미용학교에 가보는 일만 남았다.  

 

 

 

 

네번째는 혁명가들에 대한 책들이다. 에드먼드 윌슨의 <핀란드역으로>(이매진, 2007)와 이상엽의 사진집 <레닌이 있는 풍경>(산책자, 2007), 그리고 '스파르타쿠스에서 아옌데까지, 다시 보는 세계의 혁명가들'이란 부제의 <꿈은 소멸하지 않는다>(한겨레출판, 2007)까지. 필히 실망스런 결과를 낳을 것으로 보이는 이번 대선 이후에도 삶은 계속될 것이고, 여전히 꿈도 이어질 것이다. 훨씬 더 어려웠던 시간들을 살았던 인물들의 시간을 훔쳐보는 것은 위안이 될 수 있겠다. 혹은 새로운 희망의 진지를 만드는 데 영감을 줄 수도 있겠고.

 

 

 

 

끝으로, 정치적으론 87체제 20년, 경제적으론 97체제(IMF이후) 10년을 맞았던 한해를 보내면서 관심을 갖게 된 주제 '사회변동'과 관련한 책들이다. 연말이면 명상이 필요한 '시즌'이긴 하나 '사회변동'이라고 해서 명상거리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겠다. 라우어의 교과서 <사회변동의 이론과 전망>(한울, 2007)과 송호근 등의 <한국사회의 변동과 연결망>(서울대출판부, 2006), 그리고 김광억 등의 <한국사회의 정체성과 글로벌 표준의 수용>(서울대출판부, 2006)이 일단 내가 꼽은 책들이다. 분류상 학술서에 속하므로 부담스런 독자라면 강준만의 <한국현대사 산책>, <한국근대사 산책> 시리즈를 통독해보아도 좋겠다. 우리의 인식은 언제나 역사적 인식이니까...

07. 12. 01.

P.S. 이제 연말에 '올해의 책' 정도만 꼽으면 되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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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07-12-01 09: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째, 둘째 주제는 저도 관심이 많은거군요. 아렌트는 한번 몰아서 쭉 읽어야하는데, 아직 미뤄두고 있답니다. <정치와 진리>는 두 차례 읽었는데, 아렌트 입문서라기보다는 아렌트의 이론을 차용한 김선욱 교수의 고민에 관한 책이라고 보는게 맞는거 같아요. 아렌트 입문서로 기대하고 보기엔 적절하지 않을듯. 아렌트 전기는 말씀하신대로 가격이 어마어마하더군요. 흠...

로쟈 2007-12-01 11:45   좋아요 0 | URL
물론 아렌트에 대한 '한가지' 해석일 테지만 특별한 해석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습니다. 분량과 난이도 면에서 '입문서'의 역할을 해줄 거라고 보는 것이죠...

송연 2007-12-01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렌트 입문서라는 표현이 더 적절할 듯 싶네요.
출판사에서도 그걸 의도해서(일반인들에게도 이해되기 쉽게!) 교수님께 제의를 한거라고 들었어요..

로쟈 2007-12-01 11:47   좋아요 0 | URL
<한나 아렌트가 들려주는 전체주의 이야기> 등도 그런 컨셉이죠. 중고등학생에게도 이해하기 쉽게!..

비로그인 2007-12-05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이쿠 오랜만에 둘러보니 한층 더 유명세를 타셨군요ㅋ (시사인 말이죠...)
종교와 (특히 한국)정치 관련해서 글 쓸게 있어 알라딘 좀 검색했더니 '정치교회'에서 익숙한 로쟈님 이름이 뜨는군요.
올해 6월달에 "무례한 자들의 크리스마스 - 미국 복음주의를 모방한 한국 기독교 보수주의, 그 역사와 정치적 욕망" 이란 책도 나왔던데 알고 계셨는지요? 로쟈님 레이더를 피해가지는 않았을 것 같으면서도 혹시나ㅎ

로쟈 2007-12-06 00:16   좋아요 0 | URL
출간 소식은 알고 있습니다. 신간들 가운데 3권만 고르다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그리고 조금 자주 들르셔야겠습니다.^^
 

'로쟈의 페이퍼'로 기고한 글을 옮겨놓는다. '최근에 나온 책들' 소개이기 때문에 '11월의 읽을 만한 책'(http://blog.aladin.co.kr/mramor/1670896) 목록과 얼마간 중복되기도 한다. 눈에 띄는 책이 중복되는 거야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단, 대학원신문에 게재되는 글이라서 조금 '학술적인' 책들도 여기서는 다루게 된다. 물론 분량상 이번에도 빠지게 된 책들이 다수 있지만, 그 또한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지각하는 책들이 있다. 허다한 고전들이 아직 번역되지 않은 형편이므로 제 때 나오지 않았다고 나무랄 수는 없겠다. 번역은 혁명만큼이나 기나긴 시간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영국의 대표적인 좌파 문화비평가 레이먼드 윌리엄스(1921-1988)의 <기나긴 혁명>(문학동네)이 최근에 출간됐다(*보통은 '윌리엄즈'로 표기돼 왔지만 새 표기법에 따르면 '윌리엄스'인 모양이다). 원저는 1961년에 나왔으니 역자의 토로대로 “출간된 지 반세기가 다 되어가고, 저자가 사망한 지도 내년이면 20년이 된다.” 90년대 팽배했던 문화연구의 열풍이 한풀 꺾이고 나서야 영국 문화연구 ‘원조’의 주저가 나온 셈이니 말 그대로 ‘기나긴 시간’이었다.

 

 

 

 

저자에 따르면 이 책은 1958년에 나온 <문화와 사회 1780-1950>(이화여대출판부, 1988)의 연장선상에서 기획되고 쓰인 것이다(원저의 속편이 3년 만에 출간되었다면 한국어본의 속편은 20년 만에 나온 것이 된다). 국내에 그보다 먼저 소개되었던 책이 <이념과 문학>(문학과지성사, 1982)으로 번역된 <마르크시즘과 문학>(1977)이었다(이 책은 <문학과 문화이론>(경문사, 2003)이란 제목으로도 출간됐다. *번역은 모두 불만스럽다는 평이다). 연이어 <문화사회학>(까치, 1984) 등도 소개되었으니 한때 윌리엄스는 ‘상종가’였다. 그리고 20여년이 지나서 우리는 그 ‘전설’과 뒤늦게 재회하게 되었다.

흥미로운 건 윌리엄스의 선배비평가이자 라이벌이었던 F. R. 리비스(1895-1978)의 비평서 <영국소설의 위대한 전통>(나남)이 나란히 출간된 사실이다. 이 책은 1948년작이니까 거의 60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리비스와 윌리엄스를 다룬 연구서 <비평의 객관성과 실천적 비평>(창비, 1993)에서 김영희 교수는 “특히 리비스의 경우에는 소개조차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고 서문에 적었는데, 그 ‘소개’의 몫은 결국 저자 자신이 지게 되었다. 리비스와 윌리엄스를 ‘비판’하고 있는 다음 세대 비평가 테리 이글턴의 <문학이론입문>(창비, 1986)이 소개되고도 20년이 더 지난 뒤이다.  

따지고 보면 1960년대 영국의 이론적 정세는 ‘문학연구에서 문화연구로’란 방향설정이 우리의 90년대와도 흡사한데 이에 대한 풍부한 배경지식을 전해주는 책으로는 ‘1960년대 이후 영국 문학이론의 정치학’을 부제로 달고 있는, 김용규 교수의 <문학에서 문화로>(소명출판, 2004)가 있다(*김영희 교수의 책과 마찬가지로 저자의 박사학위논문이다).

 

 

 

 



사실 거슬러 올라가기로 작정하면 거칠 것도 없다. 서양 중세사회경제사의 고전으로 이미 평가받고 있는 아일린 파워(1889-1940)의 <중세의 사람들>(이산)도 최근에 출간됐다. 1924년작이다. 제목 그대로 중세의 ‘사람들’과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책인데, 파워의 영향하에 쓰인 노만 켄터의 <중세이야기>(새물결, 2001)와 함께 읽어볼 만하다. 아울러 중세를 다루고 있는 책으로 클라우스 리젠후버의 <중세사상사>(열린책들)도 눈길을 끈다. 저자는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총 20권에 달하는 <중세사상원전집성>을 발간하였다고 하며 이 책은 일종의 안내서라고. 말하자면 1500년에 걸친 방대한 중세사상으로 들어가는 ‘문’인 셈이다(*이미 출간된 책으로는 에티엔느 질송의 <중세철학사>(현대지성사, 1997)가 고전에 속한다).  

 

 

 

 

 

 



중세보다도 더 거슬러 올라가면 우리는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만난다. 그의 <형이상학>(이제이북스, 2007)이 드디어 완역돼 나왔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서구 형이상학의 ‘기원’이라 할 고전이다. 가장 근본적인 물음들, 예컨대 '있는 것(존재)'이란 무엇인가란 물음 자체를 이 책에서 만날 수 있다. 이참에 하이데거의 <존재와 시간>(까치, 1998) 등과 함께 형이상학적 사유로의 여행을 위한 묵직한 배낭을 꾸려볼 수도 있겠다. 곧 찬바람이 불고 ‘기나긴 밤’들이 도래하지 않겠는가. 


 

 

 

 

 

 

 

 

이런 여정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렇다, 문명 이전의 세상, 아예 인간 없는 세상이다! 그 먼 과거에 대한 상상력까지 부추기는 책은 우리의 먼 미래를 상상하는 앨런 와이즈먼의 <인간 없는 세상>(랜덤하우스)이다. 어느 날 인류가 갑자기 사라진다면, 인류와 함께 없어질 것들은 무엇이고, 인류가 남길 유산은 무엇인가를 탐문해가는 여정에서 그가 계산해주는 바에 따르면 인류가 과배출해낸 이산화탄소가 인류 이전 수준을 회복하는 데 10만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 식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역사는, 아니 흔적은 지워져갈 것이다. 그래도 혹 영혼은 남을까? 칼 지머의 <영혼의 해부>(해나무)와 트레이시 키더의 <새로운 기계의 영혼>(나무심는사람)에서 해답을 얻을 수 있지 모르겠다. 흠, 책 읽을 시간이 많지 않다...

 


07. 11.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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