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월의 읽을 만한 책을 꼽아본다. 간행물윤리위원회 추천도서는 그젠가 발표되었고, 내주에는 책을 골라둘 만한 여유가 없을 듯싶어서 미리 작성해놓기로 한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 내년 전망이 밝지 않은 탓에 새해를 맞는 일이 전혀 기쁘지 않다(하긴 올해도 그랬다. 그리고 정말로 1년 동안 즐거운 일이 드물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겨울 동안의 일이 잘 마무리되어 '무사히' 봄을 맞게 되기만을 바라는 정도다(그게 새해 소망이다!). 다들 아시겠지만, 1월도 12월만큼이나 금방 지나간다. 그 '없는' 시간에 읽을 만한 책이 뭐가 있을까?..  

1. 문학 

작가 신경숙씨가 꼽은 문학분야의 책은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까치, 2008)이다. 무슨 책인가? "어떤 책은 책의 내용을 알기도 전에 표지만 보고도 그 책이 좋아서 두 손으로 쓸어보게 되는 책이 있다. <그림과 함께 읽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는 그런 책이다.(...) 권태에 빠진 청년이 오후에 홍차와 곁들여 마들렌느를 먹다가 그 맛을 회상하며 소설의 단초를 풀어나가는 <잃어버린 시절을 찾아서>에는 미술관을 방불케 할 만큼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그림들이 등장한다. 소설 속의 수많은 회화들은 그저 그림으로서가 아니라 모든 등장인물들의 의식의 흐름과 깊은 관계를 맺으며 흐름을 주도한다. <스완씨 댁쪽으로>를 비롯해 7권의 책 속 그림과 관련된 대목만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잃어버린 시간'이 '잃어버린 시절'로 바뀐 것은 '티내기'의 일종일 텐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싶다. 여하튼 더 친숙한 제목으로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는 그림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고, 이 책은 그 그림들을 프루스트의 원문과 같이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 일종의 '보너스'이고 '서플먼트'이겠다. 그걸 제대로 감상하려면, 물론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먼저 손에 들어야겠고. 나는 책들이 다 박스에 들어가 있어서 '잃어버린 시간'보다 '잃어버린 박스'를 먼저 찾아야 할 형편이지만, <갇힌 여인> 같은 경우는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어볼까도 한다. 들뢰즈의 <프루스트와 기호들>(민음사, 1997)과 이성복의 <프루스트와 지드에서의 사랑이라는 환상>(문학과지성사, 2004)도 마들렌 과자처럼 곁들여 읽을 만하다.   

 

7부작 중에 굳이 <갇힌 여인>을 거명한 것은 샹탈 애커만의 영화 <갇힌 여인>(2000)을 보기 위해서다. 이 영화에 대한 조금 고급한 해설은 이렇다. 

1970년대 초반에 루키노 비스콘티는 자신의 마지막 영화가 될지도 모른다는 꽤 비장한 생각을 갖고서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서>를 스크린 위로 옮겨내려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결국 결실을 맺지는 못했다. 해롤드 핀터가 동참했던 조셉 로지의 뒤이은 ‘프루스트 프로젝트’도 실현에 이르지 못하긴 마찬가지였다. (현대)영화는 알랭 레네의 예에서 보듯 프루스트로부터 신선한 자극과 심원한 배움을 드물지 않게 구해왔음에도 방대함과 심오함과 복잡함이 뒤엉킨 프루스트의 실지(實地)마저 감히 정복하진 못했다. 실제로 영화화 프로젝트에 돌입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미신에 가까운 두려움을 가졌었다는 비스콘티의 태도는 프루스트란 대작가를 곤혹스럽게 대하는 영화 자체의 전반적인 태도와 통하는 데가 있지 않나 싶다.  



영화가 프루스트에 대한 그 같은 두려움 혹은 무력감을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은 최근의 일인데, 그 공로는 <되찾은 시간>(1999)의 라울 루이즈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다(폴커 슐뢴도르프의 <스완의 사랑>(1983)이 시기상으로는 앞선 프루스트 영화이지만 겉만 번지르르하고 전반적으로는 밋밋한 이 코스튬 드라마에서 어떤 영화적 ‘성취’를 발견하긴 어렵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지막 편을 빼어나게 각색한 이 영화에서 그는 프루스트의 다층적인 세계가 영화의 마술적인 힘과 조화롭게 만날 수 있음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프루스트와 영화’라는 이슈를 고려할 때 좀더 놀라워해야 할 ‘사건’은 루이즈의 선구자적인 영화가 나온 바로 다음해에 샹탈 애커만의 <갇힌 여인>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이 영화는 프루스트의 텍스트에 다가가는 쪽인 루이즈와 달리 그것을 영화감독이 자기쪽으로 끌고 오는 식으로 만들어졌다. 애커만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5편에 해당하는 <갇힌 여인>(La Prisonniere)에서 핵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설정과 주제를 추출해내서 그것을 그녀 특유의 ‘내핍의 미학’ 안에 용해해 <갇힌 여인>(La Captive)이란 영화를 만들어냈다. 그렇게 축조된, 프루스트 영화로는 믿을 수 없게 단순해 보이면서도 주제와 형식에의 과감한 탐구를 포기하지 않는 이 영화는 프루스트를 대하는 ‘다른’ 식의 창의적인 태도가 존재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인다.(홍성남_영화평론가)  

요는 한번 봐볼 만하다는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프루스트의 소설을 먼저 읽어보는 게 유익하지 않을까 라는 것이다. 사실 한국어 완역본은 하나밖에 없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긴 한데 개인적으론 원로 불문학자 홍승오 선생의 번역을 고대하고 있다. 어디선가 읽은 바로는 정년 퇴임 이후에 이 작품의 번역을 필생의 과제로 삼겠다고 하신 까닭이다. 워낙 대작이라 과연 또다른 한국어본이 나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2. 역사  

이덕일 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이 추천한 책은 김덕진의 <대기근, 조선을 뒤덮다>(푸른역사, 2008)이다. '17세기의 또다른 역사'라고 소개 페이퍼를 올려놓은 적이 있는 책이다(http://blog.aladin.co.kr/mramor/2441832). 전문가의 평은 이렇다. "흉년(凶年)의 원인은 대개 다섯 가지다. 한해(旱害:가뭄)·수해(水害)·냉해(冷害)·풍해(風害)·충해(蟲害)가 그것인데, 이중 한 두 가지만 겹쳐도 쑥대밭이 된다. 이 다섯 가지 재해가 한꺼번에 닥쳤을 때가 이 책에서 서술하는 현종 11년(1670)과 현종 12년(1671) 때였다. 이를 경신(庚辛)대기근이라고 부르는데, 현종 11년 봄 냉해(冷害)와 한해(旱害)가 밭농사를 망치더니 여름에는 수해가 논농사를 휩쓸었다. 겨우 살아남은 작물을 가을철의 풍해(風害)·충해(蟲害)·냉해가 다시 덮쳤다.(...) 2년에 걸친 대기근이 인간과 사회를 어떻게 뒤바꾸어 놓는지 ‘기근’이란 현미경을 통해 본 새로운 역사서다."   

이 '새로운 역사서'와 함께 읽어볼 만한 책은 '기념비적인 역사서'이다. 짐작에 2008년에 나온 가장 중요한 한국사 책은 제임스 팔레의 <유교적 경세론과 조선의 제도들>(산처럼, 2008)이 아닌가 싶다. 간략한 설명으론 "유형원의 <반계수록>에 나타난 경세사상을 초점으로 삼아 조선 후기 유교적 경세론의 실체를 추적해간" 책인데, 저자가 그런 길을 택한 건 "유형원이 17세기 조선 사회의 약점에 대한 전체적이고 포괄적인 분석을 쓴 조선의 첫 번째 학자로서 <반계수록>을 통해 조선의 유교적 사회의 본질과 복잡성을 파악하는 데 훌륭한 경로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어제 팔레 교수의 <전통한국의 정치와 정책>(신원문화사, 1993)과 영어로 나온 <Views on Korean Social History(한국사회사에 대한 관점)>을 배송받았고, 지난주에는 미국의 한국학을 개관하는 글들을 좀 읽었다(한홍구 교수와 팔레 교수의 정년 기념대담도 포함된다). 몇 가지 이야깃거리들이 있는데, 기회를 봐서 1월에 풀어놓도록 하겠다(분량도 분량이지만 20년간의 노작인 <유교적 경세론>은 워낙 고가인지라 일단 1월에는 책을 읽는 게 아니라 책값을 마련해야겠다!). 

3. 철학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철학분야의 책은 청소년용이다. 김보일의 <14살 철학소년>(부멘토, 2008). 추천의 변은  이렇다. "청소년을 위한 철학 에세이. 엽서 분량의 짧은 글들 속에 재미와 교훈, 지식과 상상, 사례와 통찰이 깔끔하게 엮여있다. 이야기는 언제나 상식을 깨는 질문에서 시작한다. 무지개 색은 일곱 가지일까? 기생충은 쓸모가 없을까? 굶주림은 식량 부족 때문일까? 동물은 야만적인 존재일까? 앵무새 같이 통념을 내뱉기 쉬운 청소년에게 지혜의 세계에 눈뜨게 하는 물음이다. 돈키호테처럼 천방지축이기 쉬운 청소년에게는 바르고 올바른 생각의 무게를 일깨울 것이다. 성장기에 있는 중·고등학생에게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힘을 어떻게 길러주어야 할지를 늘 고민하는 국어교사의 역작이다." 

그런데 왜 하필 14살인가? 중1 나이다. 예전엔 17살(고1) 때 뭔가 결정하거나 결정되는 걸로 생각했는데, 요즘은 하도 '선행'을 하니 이 또한 빨라진 모양이다(하긴 국제중 입시라는 것도 새로 생기지 않았나?). 찾아보니 열네살 때 인생의 진로도 결정해야 하고 토플도 만점 받아야 한다. 왜 사는지, 철학적 고민을 해볼 만한 나이다!  

 

잇대어 읽을 만한 철학서로는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가 있다. 국내에 3-4종의 번역이 나와 있는 듯싶고 그만큼 대중적이란 뜻도 된다. 개인적으론 제일 처음 읽은 철학서이기도 하다. 그래도 고3 때였던 듯싶은데, 요즘의 준재들에 비하면 많이 늦은 편이겠다. 뭐 늦더라도 꾸준한 것이 미덕이라면 나의 철학 성적표도 나쁘진 않아 보이지만... 

 

4. 정치 

정치분야의 책으로 손호철 교수가 고른 것은 미국의 전 대통령 지미 카터의 <진정한 리더는 떠난후에 아름답다>(중앙북스, 2008)이다. 사실 내용이야 제목에서 이미 짐작할 수 있는 책이다. 즉, "<진정한 리더는 떠난 후에 아름답다>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은퇴 후의 삶을 담담하게 기술한 의미 있는 책이다. 구체적으로, 이 책은 “세계를 평화롭게, 인류를 아름답게“ 만들기 위해 백악관을 떠난 뒤 카터재단을 만들어 세계를 누벼온 그의 후반부의 인생을 감동적으로 그려내 감동을 주고 있다." 요는 우리의 '전직'들과 비교된다는. 하지만 미국의 경우에도 카터의 퇴직 후 활동이 예외적인 것 아닌가? 게다가 그 자신이 재임시에는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의 한 사람이었으므로 사람 일이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지난 79년 한국을 방문하기도 했던 카터는 내가 기억하는 첫 미국 대통령이기도 하다('땅콩장수' 출신의 카터는 전임자인 포드를 누르고 당선됐는데, 그 이전이라면 정치에 관심을 갖기엔 아직 어린 나이였다). 그게 어느덧 30년 전 아닌가? 흠, 최고 권력의 자리에서 물러나서도 30년을 더 산다는 건 좀 드문 일이지 싶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추천하는 경제/경영서는 유영만의 <내려가는 연습>(위즈덤하우스, 2008)이다. 제목만으로는 정체를 알기 어려운데, 부제가 '경제빙하기의 새로운 생존 패러다임'이다. 아하, 싶은 책. 저자는 교육공학자이자 지식생태학자이고, "이 책은 지금처럼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보내는 희망의 메시지다." 왜 그런 메시지가 필요한가? 현재 "1997년 말의 경제위기를 잘 버텨낸 사람조차 겁먹게 만들 정도의 빙하기로 접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747 노래를 부르던 어떤 이조차도 어제는 내년 상반기에 마이너스 성장을 할 수도 있다고 실토를 했다. "생존 그 자체가 문제가 되는 이 심각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지혜는 과연 무엇일까? 필자는 바로 지금 항복을 선언하고 천천히 내려가기 시작하기를 권한다. 오르려면 내려가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낮은 곳에서 다시 시작하는 용기를 발휘하라고 말한다." 좀 식상한 충고인데, 어떤 위로를 담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나라면, <공황전야>(지안, 2008)의 현실을 보다 냉철하게 직시하고 <장기 20세기>(그린비, 2008)라는 추이와 전망을 살펴보는 쪽을 택하고 싶다. 내려가는 법? 사실, 지금은 내려가는 정도가 아니라 추락하는 중이므로 중요한 건 '위로'가 아니라 '착지' 아닐까?..   

6. 사회

흐흐,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르몽드 세계사>(휴머니스트, 2008)이다. 흐흐, 하고 웃음이 나온 건 지난주에 얻은 책이기 때문이다. 이미 소개한 적이 있는데, "<르몽드 세계사>의 특징은 세계 각처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파편화된 지식으로서가 아니라 '새의 눈(bird's eye)'이라는 거시적 안목으로 바라 볼 수 있게끔 구성되어" 있고,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세계사”라는 제목이 붙여졌으되, 읽기와 보기라는 이원적 의사전달 형식에 기초해 과거와 현재, 동양과 서양을 관류하는 인류사의 이모저모를 선별된 250개의 지도를 곁들인 104개의 핵심 키워드를 통해 간결히 설명하는 독특한 기획이 돋보이는 지리책이자 역사책이다." 한마디로 좋은 책이고, 좋은 보교재다.  

사회분야 책 추천이 '지리책이자 역사책'에 대한 권유로 바뀌었는데, 내친 김에 보태자면 조반니 아리기와 비버리 실버의 <체계론으로 보는 세계사>(모티브북, 2008)와 마르크 페로의 <새로운 세계사>(범우사, 1994)도 읽어볼 만하다. 페로의 책은 얼마전 <식민주의 흑서>(소나무, 2008)가 번역된 덕분에 챙겨두게 된 책인데,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부터 세계사의 여정을 시작하는 독특한 구성으로 돼 있다. 그가 편집한 <식민주의 흑서>는 하권까지 완간되면 기념으로 다룰 예정이다. 

  

7. 과학 

장경애 편집장이 추천한 과학분야의 책도 눈에 익은 책이다. 과학과 인문학의 경계를 넘나드는 30편의 에세이 모음집 <과학이 나를 부른다>(사이언스북스, 2008). "우리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란 화두를 두고 소설가, 문학평론가, 과학철학자, 과학기자, 종교학자, 번역가, 물리학자, 화학자 등 과학 밖에 있는, 과학의 변경지대에 있는, 그리고 과학의 안에 있는 사람들이 진솔하게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이 책에 들어 있는 30편의 에세이는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가 발간하는 웹진 ‘크로스로드’에 실렸던 글들로 과학자는 연구자나 교육자로서 현장에서 느낀 감상이나 일화를, 인문학자는 최근의 지적 관심사에서 과학을 주제로 한 칼럼을 담았다." 참고로, 그 소설가는 김연수이고, 문학평론가는 김병익 선생이다.  

과학이 부르는 대로 가보면 펼쳐지는 장관이 있다. <현대과학의 풍경>(궁리, 2008)이다. 두 권짜리이고 값도 만만찮지만, 17세기 과학혁명 이후 과학사의 흐름을 일람하는 데 좋은 책이다. 잠시 소개기사를 참고하면, "1권은 화학혁명, 에너지 보존, 다윈 혁명, 유전학, 대륙이동설, 20세기 물리학 등 17~20세기의 과학적 사건을 연대기적으로 다룬다. 2권은 과학단체, 과학과 종교, 대중과학, 생물학과 이데올로기, 과학과 젠더 등 주제별로 현대 과학의 관심사를 다룬다. 애초에 교과서를 염두에 두고 쓰여진 만큼 과학기술학, 과학사에 대한 학구적 관심과 이해가 있는 독자들에게 권할 만하다. 그렇지 않다면 단순치 않은 전개방식과 다수의 번역자들이 편차를 보이는 번역투 문체 때문에 쉽게 읽히지 않을 수도 있다."(한국일보)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사이드의 <그림의 목소리>(아트북스, 2008). 무슨 책일까 궁금하게 만드는데, 이런 컨셉이라고 한다. "<그림의 목소리> 안에는 너무나 서로 다른 서른아홉 점의 작품들이 들어 있다.(...) 사이드는 그림 속으로 직접 걸어 들어가 상상으로 그 장면을 희곡으로 풀어내기도 하고, 주관적인 별도의 소설을 쓰기도 하고, 시적 이미지를 글로 드러내기도 했다. 그 글을 읽다보면 내가 본 시각과 작가가 본 시각이 매우 다르기도 하고 유사하기도 한 면들을 발견하게 된다. 아마 이 책은 그러한 비교 경험을 통해 독자의 상상력도 불러일으키는 뜻밖의 효과가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목소리'를 다룬 예술 분야의 책이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해보다가 프랑스의 영화비평가이자 감독인 미셸 시옹의 <오디오-비전>(한나래, 2004)과 <영화의 목소리>(동문선, 2005)를 고른다. <영화와 소리>(민음사, 2000)까지 하면 '3종 세트'다. 이 분야에서는 독창적이면서 독보적이란 평을 듣는 책들이며 영어로도 번역돼 있다(찾아보니 시옹의 데이비드 린치론도 영역돼 있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군!). 이렇게 생겨주신 분이다.  

개인적으로도 영화에서의 목소리, 특히 보이스-오버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있는데, 그거 '연구'하는 일로도 1월 한달은 모자라겠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꼽은 교양분야의 책은 '라이프 스토리'다. 고바야시 데루유키의 <앞은 못 봐도 정의는 본다>(강, 2008). 제목에서 어림할 수 있는 대로, "일본 최초의 시각장애 변호사’라는 타이틀이 따라다니는 교토의 다케시타 요시키 변호사의 라이프스토리다." '라이프 스토리'란 장르가 국내에선 아직 그렇게 많은 독자층을 형성하고 있지 않은 듯싶은데, '로스쿨' 준비서라고 하면 차라리 반응이 더 빠르겠다(준비생이 수만 명 아닌가?).  

주인공 고바야시는 누구인가? "1951년생, 우리 나이로 58세다. 중학교 3학년 때까지 정상이었다가 실명을 한 그는 한 때의 방황을 딛고 일어서 대학에 진학한다. 그는 사법시험 공부와 더불어 ‘점자 사법시험 실시’라는 초유의 사회운동도 함께 병행해야 했다. 게다가 가족의 생계를 위해 안마사의 일도 해야 했다. 우리의 사정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일본 정부가 이런 사람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점자 사법시험을 제정한 것이 1973년이다. 이후 아홉 차례의 도전 끝에 마침내 ‘일본 최초의 시각장애 변호사’는 탄생하게 된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시각장애 사법시험 합격자가 탄생했다. 1981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다케시다 변호사보다 27년 늦었다."  

음, 그 '27년'이 한국과 일본의 격차인지도 모르겠다. 아니, 이 정권 들어서는 더 벌어졌겠다. 최근 시각 장애 합격자가 탄생한 것 말고 다른 지표는 모두 후퇴한 듯싶으니까. 대체복무제가 백지화된 걸 포함해서 말이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금태섭 변호사의 <디케의 눈>(궁리, 2008)과 한정우 현직 법률실장의 <변호사가 절대 알려주지 않는 31가지 진실>(한국경제신문, 2008)을 고른다. 금 변호사는 검사 시절인 2006년 한겨레에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라는 연재칼럼을 실었다가 열렬한 호응과 함께 내부의 '압력'을 받은 이력이 있다. 조국 교수(서울대 법학과)의 평에 따르면, "저자는 검사 생활을 접은 후 바쁜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도 법의 '속살'을 보여주는 작업을 계속 해왔다. 미국 역사의 흐름을 바꾼 여덟 편의 재판을 소개한 <세상을 바꾼 법정>을 번역한 이후, 이번에는 책을 들고 나왔다. 이번 책에서 그는 국내외에 일어난 중요한 법적 사건과 자신이 검사와 변호사로 직접 겪은 경험들을 중심으로 쉬우면서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필치로 법과 세상을 이야기한다." 이 또한 로스쿨 준비생들의 필독서 아니겠는가.  

한 실장의 책은 전작인 <세 번만 읽어도 좋은 변호사를 만나 승소하는 법>(다산초당, 2006)과 <억울한 의료사고, 제대로 대처하는 법>(다산초당, 2007)에 이어서 '법률 소비자운동' 도움서로 분류될 수 있는 책이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어떻게 속이고 폭리를 취하는지 그 과정을 폭로하고, 올바른 법률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현재의 법률문제들에 대해 속속들이 밝히고, 더 나은 법조계를 만들어야 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잘못 아는 법률상식과 더불어 현직 법률실장의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정보와 사례를 담았다." 한다. '변호사가 말하지 않는 불쾌한 진실'을 공개하는 셈이니 거의 내부 고발자 수준 아닌가? 저자가 '전직'이 아니라 '현직'이란 점이 그래서 눈길을 끈다. 동업자들이 눈총이 심할 듯싶어서. 아무려나 억울하고 속 터지는 일들이 많을 성싶은 새해에 찾을 일이 많은 책이겠다. 불행 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10. 식민주의 

내 맘대로 고르는 책은 '식민주의'를 주제로 골랐다. 올해 주목할 만한 관련서들이 몇 권 출간되면서, 그리고 강준만의 <지방은 식민지다>(개마고원, 2008)에 자극을 받기도 해서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게 된 주제다. 내부 식민지이건, 외부 식민지이건 '식민주의적 상황'이란 여전히 유효한 현실인식의 틀인 듯싶고, 유럽 중심주의와도 맞물린 식민주의의 극복과 청산이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는 생각이다. 식민주의와 탈식민주의(포스트식민주의) 관련서는 굉장히 많다. 일단은 마르크 페로가 편집한 <식민주의 흑사>(소나무, 2008), 제임스 블라우트의 <식민주의자의 세계모델>(성균관대출판부, 2008), 위르게 오스터함멜의 <식민주의>(역사비평사, 2006)를 골라놓는다(관련 페이퍼는 http://blog.aladin.co.kr/mramor/2423241 참조).  

08. 12. 27.  

 

P.S. 1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스피노자의 <정치론>(갈무리, 2008)이다. 3종의 번역서가 있다는 얘기는 이미 소개한 바 있다(http://blog.aladin.co.kr/mramor/2483656). 미완성작이어서 아쉽긴 한데(특히나 '민주정'에 관한 장이 완결되지 않았다), 군주정과 귀족정에 대한 그의 사유에서 요긴한 통찰을 얻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여력이 있다면 네그리의 <전복적 스피노자>(그린비, 2005), 발리바르의 <스피노자와 정치>(이제이북스, 2005) 등도 참조할 수 있겠다. 뒷표지의 문구대로라면, <정치론>은 "제국 시대의 전쟁과 권력에 맞선 절대적 민주주의 사상을 우리에게 제시한다!" 잃어버릴지도 모르는 (어쩌면 잃어버린!) 민주주의를 수호하거나 되찾기 위한 지침서로 삼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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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12-28 0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리기의 <장기20세기>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도착했군요.

로쟈 2008-12-28 09:09   좋아요 0 | URL
네, 출간일이 성탄절이예요...

노이에자이트 2008-12-28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침내 <전통한국의 정치와 정책>을 읽으시는군요.멋진 서평 기대하겠습니다.

로쟈 2008-12-29 08:12   좋아요 0 | URL
책이 절판될까봐 일단 손에 넣은 것이구요, 우선은 요지만 챙겨두었습니다. 읽는 건 시간이 좀 걸릴 거 같고요...

수유 2008-12-29 1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월 책들은 흥미가 가는 책들이 많은데요...서점에 함 나가야것습니다.

2008-12-29 22: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0 1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12-31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란여우 2009-01-01 21: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식민주의 흑서] 실물 보신적 있으세요? 보신적 있으시다면 번역이나 도판이 로쟈님이 보시기에는 괜찮은지 좀 알려주세요. 촌구석에 살다보니 별 부탁을 다 합니다. 새해에도 귀찮게 해 드릴것 같군요. 그 대신에 새해 제가 가질 복까지 많이 받으세요^^

로쟈 2009-01-01 21:25   좋아요 0 | URL
책은 바로 구입했습니다. 도판은 많지 않구요, 번역은 아직 본격적으로 읽지 않았지만 괜찮은 듯싶습니다. 임지현 교수가 추천사까지 쓰기도 했고...
 

11월의 마지막 주말을 보내노라니 그래도 약간은 만감이 교차한다. 탁상의 달력은 이미 12월달로 넘겨놓고 '12월의 읽을 만한 책'을 꼽아본다. 하던 대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도서 목록에 관련서를 두어 권씩 더 얹어놓는 식이다. 즐거운 일보다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대종이었던 한 해를 보내는 일이 섭섭하진 않지만 내년의 전망이 밝지 않으니 새해를 맞는 기분도 그리 반갑지 않다. 그저 모른 체 지나는 수밖에 없겠다. 책에다 고개를 파묻고...

1. 문학

음, 맨처음 보이는 건 사막이다. 르 클레지오의 <사막>(문학동네, 2008). 비록 정신없는 사느라 이달에 내가 챙겨읽지는 못했지만 이미 지난달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아놓았으니 이건 '꼽고 또 꼽고'다. 작가 신경숙 씨는 이렇게 적었다. "<사막> 또한 정교하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서구 제국주의가 사하라 사막을 정복하게 되자 사막 민족들은 끝없는 유랑 길에 오르게 되며 겪는 수난사가 한 축이고 사막인의 후손인 랄라라는 한 사막소녀가 적십자단의 개입으로 프랑스의 항구 마르세유로 오게 되면서 겪게 되는 일들이 또 한축으로 소설은 진행된다. 숨 막히는 태양과 모래바람 속에서 살아온 랄라가 물질화된 도시에서 겪게 되는 삶을 통해 현대화된 문명이 어떻게 인간적인 것을 말살하는가를 우리는 목격하게 된다."

르 클레지오 대신에 내가 고른 건 러시아어로 작품을 쓰는 우크라이나 작가 안드레이 쿠르코프이다(그는 사막 대신에 빙판을 보여준다). 사실 작가는 이번에 한국작가회의에서 주최하는 ‘세계작가와의 대화’에 초청되어 12월 2일부터 7일까지 한국에 방문한다(소개를 더 적으면 "12월 3일에는 서울대 러시아 연구소와 공동 주최하는 심포지움에서 '21세기와 동유럽 문학'을 주제로 발표가 있으며, 12월 5일에는 다원예술매개공간에서 열리는 문학공연 ‘동유럽 문학의 밤’에 참석할 예정이다").

Андрей Курков Закон улитки

이미 <펭귄의 우울>(솔출판사, 2006)이 처음 소개됐을 때 나대로 관심을 표한 바 있다(http://blog.aladin.co.kr/mramor/943794#comment_943794). 이번에 속편 <펭권의 실종>(솔출판사, 2008)이 작가의 방한에 맞춰 출간됐다. 아직 실물을 확인하지 못하여 러시아어본의 원제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영어제목은 짐작엔 표지의 <달팽이의 법> 같다(제목이 너무 달라서 미심쩍긴 하지만). 국역본의 제목은 영어본에 따른 것이다.  

2. 역사

역사저술가 이덕일 씨가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에릭 힐딩거의 <초원의 전사들>(일조각, 2008)이다. 제목이 말해주는 바대로 유목민족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데, 그 중에서 저자가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유목민들의 군사적인 측면이라고. 추천사에 따르면 "만주족에 관해 기술한 12장은 조선의 병자호란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우리 역사를 읽는 듯 생생하다. 우리에게 비교적 익숙한 훈족, 몽골족, 만주족뿐만 아니라 페르시아에 맞섰던 스키타이족이나 십자군과 싸웠던 셀주크(투르크)족의 흥망에 대한 기술도 흥미롭다. 우리는 스스로를 농경민족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민족의 기원은 기마민족이다. 오랜 정착생활을 통해 농경성이 추가되면서 유목성(이동성)에 정주성이 가미된 독특한 민족성이 형성되었다. 우리의 잃어버린 반쪽의 민족성, 즉 유목성에 대해서 말해주는 이 책은 유목민족사의 고전인 룩 콴텐의 <유목민족제국사>와 함께 보면 금상첨화이다."

룩 콴텐의 <유목민족제국사>(민음사, 1984)는 너무 오래된 책이어서 알라딘에는 흔적도 남아 있지 않다. 대신에 시중에서 구할 수 있는 건 르네 그루쎄의 <유라시아 유목제국사>(사계절출판사, 1998)이다. 800쪽이 넘는 분량이고 믿을 만한 전공자들의 번역이므로 나름 '고전'이지 않을까 싶다. 공역에 참여한 정재훈 교수의 <위구르 유목제국사 744-840>(문학과지성사, 2005)도 학술서이긴 하나 국내 학자의 학문 수준을 보여주는 책으로 골라놓는다.

유목민족사 이야기가 나온 김에 라시드 앗 딘이 쓴 <집사>도 기억해둠 직하다. 저자는 페르시아의 재상으로 13세기 몽골 제국 건설과정에 관한 방대한 기록을 남겼다. "몽골의 지배를 받던 이란에서 칸의 칙명을 받아 집필한 이 책은 지금은 사라져버린 '원자료'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었기에 지금은 찾아보기 어려운 진귀한 정보들을 제공하고 있는 고전 중의 고전이다. 그러나, 페르시아어 원본의 난해함과 방대한 분량 때문에 선뜻 번역본이 나오지 못했다."고 소개되는 책인데, 김호동 교수에 의해 현재 <부족지>, <칭기스칸기>, <칸의 후예들> 3권이 출간돼 있다. 

3. 철학 

철학분야의 책으로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책은 움베르코 에코의 <추의 역사>(열린책들, 2008)이다. 분류하자면 '미학'에 속하는 책이며, 추천사에 따르면 "혐오스럽고 역겨운 것, 불쾌하고 추한 것의 역사가 미(美)의 역사보다 광대하고 훨씬 더 흥미롭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책"이다. 물론 그 전에 나온 <미의 역사>(열린책들, 2005)의 속편으로 읽을 수도 있겠다. 이미 알라딘 식구들에겐 잘 알려져 있는 책인지라 따로 군말을 보태진 않는다. 개인적으론 서평도 주문받은 책인지라 모처럼 '이달의 책읽기'를 해볼 수 있다는 점이 반갑다. 카를 로젠크란츠의 <추의 미학>(나남출판, 2008)도 (순전히 제목 때문에!) 같이 읽어보려고 한다.

4. 정치

손호철 교수가 추천한 정치분야의 책은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오바마 이야기>(명진출판, 2008)이다. 이미 '오바마 관련서'들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있는 만큼 놀랍지는 않더라도 좀 뜻밖이다. 추천의 이유가 없는 건 아니다. "미국의 유수한 전기 작가인 헤더 레어 와그너가 쓴 <열등감을 희망으로 바꾼 오바마 이야기>는 쏟아져 나오고 있는 버락 오바마 미국대통령 당선인에 대한 전기 중 주목할 만한 가치가 있는 좋은 책"이라고 하니까.

조금 더 들어보면, "이 책은 주로 ‘정치인 오바마’에 초점을 맞춘 대부분의 책들과 달리 ‘인간 오바마’에 초점을 맞추어 혼혈로 태어나 부모가 이혼을 하고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등 청소년 시절 많은 방황을 했고 열등감에 가득 찼던 한 아프리카계 소년이 수많은 벽들을 어떻게 뛰어 넘어 성공을 거두고 미국인들에게 ‘희망과 변화의 상징’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가를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사실 그 희망은 미국인들의 것이고 우리야 이 책을 읽으며 상대적으로 더 절망하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럽다.  

현재 '오바마'로 검색되는 책은 모두 28종이다. 그 중에는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랜덤하우스, 2007)처럼 오바마 자신이 직접 쓴 책들도 상당수다(모두 판매량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이제 당선됐으니 오바마 개인보다는 '오바마의 미국' 쪽으로 관심을 전환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존 탈보트의 <오바마노믹스>(위즈덤하우스, 2008) 같은 책이 '오바마 정부하의 세계경제 전망'을 다루고 있다. 관심있는 독자는 일독해 볼 만하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추천한 경제/경영서는 잭디시 세스의 <배드 해빗>(럭스미디어, 2008). 부제가 '성공한 기업의 7가지 자기파괴 습관'이니 내용을 얼추 짐작해볼 수 있다. 이른바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을 뒤집어놓은 꼴. 추천의 변에 따르면, "그 동안 성공한 기업의 비결에 대해 쓴 책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책처럼 성공한 기업이 스스로를 파괴하는 결과를 빚는 원인에 대해 분석한 책은 거의 없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 성공을 향한 도전도 중요하지만, 성공을 이룬 다음 그것을 지켜내는 것 역시 그것 못지않게 중요하다. 이 점에서 본다면 이 책이 던져주는 메시지는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책의 목차를 보니 이렇다.

CHAPTER 01 왜 좋은 기업이 병들어가는가?
CHAPTER 02 현실부정 : 성공신화, 관습, 기존 신념에 갇히다
CHAPTER 03 오만 : 최고의 시절을 잊지 못하다
CHAPTER 04 타성 : 쉽게 흥한 자는 쉽게 망한다
CHAPTER 05 핵심역량 의존 : 권위가 저주로 돌아오다
CHAPTER 06 경쟁근시안 : 눈앞의 경쟁만 보는 짧은 시야
CHAPTER 07 규모 집착 : 원가 상승과 수익성 악화
CHAPTER 08 영역 의식 : 문화충돌과 내부 권력다툼
CHAPTER 09 최고의 치료는 치료가 아닌 예방

2-8장까지 '7가지 자기파괴 습관'을 다루고 있는 걸 알 수 있다. 요약하면 '현실부정' '오만' '타성' '핵심역량 의존' '경쟁근시안' 규모 집착' '영역 의식' 등이 그 7가지이다. 기업뿐만 아니라 개인의 경우에도 그런 습관에 빠져 있지는 않은지 따져봄 직하다. 반대로 좋은 습관에는 뭐가 있을까? 김태광의 <세상을 뒤흔든 7인의 습관>(경향미디어, 2008)을 보니 이런 목차로 구성돼 있다.

Part 1: ‘겨울 소녀’ 김연아의 성공 습관_ 노력
Part 2: ‘여름 소년’ 박태환의 성공 습관_ 도전
Part 3: ‘세계의 대통령’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성공 습관_ 꿈
Part 4: ‘토크쇼의 여왕’오프라 윈프리의 성공 습관_ 포용
Part 5: ‘애플컴퓨터 CEO’ 스티브 잡스의 성공 습관_ 위기 관리
Part 6: ‘투자의 신’ 워렌 버핏의 성공 습관_ 자기 관리
Part 7: ‘성공철학의 거장’ 데일 카네기의 성공 습관_ 인간관계

김연아와 박태환을 맨 앞자리에 내세운 건 이 책이 청소년을 겨냥한 책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습관'을 키워드로 한 베스트셀러 <이기는 습관>(쌤앤파커스, 2007)도 베스트셀러로 기억해둠 직하다. 어차피 '성공학' 책들이 팔려나간다면 국내서들이 분전하는 게 그래도 더 바람직해 보인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노명우의 <텔레비전, 또 하나의 가족>(프로네시스, 2008)이다. 텔레비전 사회'란 말이 있는지 모르겠는데, 여하튼 텔레비전이 일상에서 잡아먹는 시간은 무시하기 어렵다. 추천사에 따르면, " 대량생산-대량소비의 포드주의 시대를 대변하는 전형적 대중미디어 텔레비전은 피에르 부르디외와 같은 외국의 저명 학자들이 즐겨 다뤄온 문명비판 메뉴였다. 저자 노명우 교수는 우리는 왜 ‘바보상자’로 비하되는 텔레비전을 내치지 못하는가를 그들 못지않게 예리하고 명쾌하게 분석한다." 피에르 부르디외의 책은 <텔레비전에 대하여>(동문선, 1998)을 가리키는데, 우리말로는 읽을 수 없는 책이다.  

찾아보면 이런 책이 없었던 건 아니다. <TV: 가까이 보기, 멀리서 보기>(현실문화연구, 1999), <텔레비전 문화연구>(한나래, 1999) 등이 있었기 때문이다(문화연구가 한창 뜰 때 나온 책들이다). 대중문화와 일상을 다룬 책으로 가장 최근에 나온 팀 에덴서의 <대중문화와 일상, 그리고 민족 정체성>(이후, 2008)도 결들여 읽어봄 직하다.

7. 과학

장경애 편집장이 추천한 과학분야의 책은 데이비드 쾀멘의 <신중한 다윈씨>(승산, 2008)이다. 내년이 다윈 탄생 200주년이고, <종의 기원> 출간 150주년이 되는 해인지라 '다윈 관련서'가 한동안 계속 출간될 듯싶다. '진화론의 후예들이 펼치는 생생한 지성의 만찬'을 다룬 장대익의 <다윈의 식탁>(김영사, 2008)이나 '20세기의 다윈'이라 불리는 에른스트 마이어의 <진화란 무엇인가>(사이언스북스, 2008) 모두 그 관련서 범주에 들어가는 책들이다. 특이한 제목을 갖고 있는 쾀멘의 책에 대한 추천사는 이렇다. 

다윈하면 제일 먼저 비글호 항해기를 떠올릴 독자들에게 이 책은 좀 낯설다. 비글호 항해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 온 1837년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다윈이 항해의 성과를 정리하면서 생각이 어떻게 발전했고 그 당시 그의 주변에 누가 있었으며 생활은 어떠했는지를 스케치하듯 담아냈다. 오늘날 너무 당연하게 생각되는 진화론이 받아들여질 수 없는 사회 분위기에서 갈등한 다윈의 모습, 하지만 결코 자신의 의지를 꺾지 않고 기록을 남긴 모습 속에서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자신이 얻은 정보를 종합해 새로운 지식으로 창출해낸 신지식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다윈 탄생 200주년, 종의기원 출간 150주년이 되는 2009년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읽어볼 만한 책이다.

유감스러운 건 아직 국내에 다윈의 <종의 기원> 정본 번역이 나와 있지 않다는 점. 내년에는 그런 '갈증'이 해소되길 기대한다. 찾아보니 데이비드 쾀멘의 일러스트레트 버전 <종의 기원>(2008)이 나와 있는데, 같이 소개되면 더 좋겠다. 비글호 항해기의 경우엔 <찰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샘터, 2006)가 정본이다. <다윈의 비글호 항해기>(가람기획, 2006)도 완역본인 만큼 비글호 '항해'에 동승하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겠다.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이영희의 <파리로 간 한복쟁이>(디자인하우스, 2008)이다.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의 에세이집. 우리 안에 존재하는 '한복쟁이'라는 편견과 얕잡아봄에 주눅 들지 않고 오히려 당당히 세계로 나가 한복의 명품화와 세계화, 현대화를 이끌고 있는 이영희 선생의 패션 도전 30년의 여정을 담았다."고 소개되는 책이다. 1936년생이니까 원로 디자이너인데, 옷 또한 백문이 불여일견이니 직접 보는 게 낫겠다.

 

이어령 선생의 추천사는 이렇다. "한국의 선線, 중국의 형形, 일본의 색色 동양 삼국의 미학적 특성을 이렇게 비교해왔지만 이영희가 만들어내는 한복은 오묘한 선과 대담한 형 그리고 독창적인 색상을 모두 보여준다. 이처럼 동양의 모든 미학을 함께 모아 놓은 것이 바로 바람의 옷이다." 흠, 내가 따로 덧붙일 말은 없다.

나대로 예술분야의 책을 꼽자면 고딕 문화를 다룬 캐서린 스푸너의 <다크 컬쳐>(사문난적, 2008)가 손에 들고픈 책이다. 카린 자그너의 <고딕, 어떻게 이해할까?>(미술문화, 2007)은 고딕 입문서가 될 수 있겠고, 크리스티얀 프라가가 엮은 <고딕의 영상시인 팀 버튼>(마음산책, 2007)도 고딕 애호가 혹은 염탐가라면 챙겨두어야 할 책. 

물론 크리스마스 시즌엔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도 꼭 보아주시고 말이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꼽은 교양분야의 책은 빌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21세기북스, 2008)이다. <발칙한 유럽산책>(21세기북스, 2008)을 지난달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골라놓았으므로 우연찮게 '연짱'이 돼 버렸다. 브라이슨에 대해서는 더 언급할 것도 없고, 대신에 아프리카 관련서 두 권을 더 보탠다. 일주일간의 아프리카 체류를 바탕으로 한 브라이슨의 <아프리카 다이어리>가 '짧지만 진한' 여행기라면 생태학자인 마크와 델리아 오웬스 부부의 <야생 속으로>(상상의숲, 2008)은 7년간의 아프리카 오지 생활을 다룬 책이다.

이 경우는 원제가 '칼라하리 사막의 비명'인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이들 부부가 쓴 책으론 <코끼리의 눈>과 <사바나의 비밀>, 두 권이 더 검색된다. 아프리카에 관해서라면 브라이슨이 범접할 수 있는 경지가 아닐 듯싶다. 그렇게 보자면 남아공 출신의 저널리스트 막스 두 프레즈가 쓴 <나는 아프리카인이다>(당대, 2008)은 경지를 넘어선 경지이겠고. '한눈으로 읽는 아프리카 역사'라고 하는데, 생각해보면 아프리카의 역사는 어떻게 시대구분을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바냐 아저씨> 버전으로 말하자면, 오늘도 그쪽은 꽤 덥지 않을까?..

10. 심리학/생리학

끝으로 맘대로 고르는 책이다. 오늘 발견한 <클루지>(갤리온, 2008)이란 책 때문에 뇌 심리학/생리학 관련서를 몇 권 읽어보기로 한다(<클루지>에 대해서는 http://blog.aladin.co.kr/mramor/2430088 참조). 연말이니 만큼 '커플'들의 생각도 복잡해질 듯싶은데,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건 자신의 생각의 기원과 구조에 대해서 좀 알아두는 게 좋을 듯싶다. 대니얼 에이멘의 <사랑할 때 당신의 뇌가 하는 일>(크리에디트, 2008)은 '사랑과 섹스를 지배하는 뇌의 원리'를 밝혀주는 책이다. 원제는 'Sex on the brain'이니까 좀더 노골적이다.'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뇌로 하는 것이다'라는 게 책의 모토다(고등학교 성교육 교재로 써도 좋겠다).

작년말에 나온 토르 뇌레트라네르스의 <왜 사랑에 빠지면 착해지는가>(웅진지식하우스, 2007)은 '사랑과 배려, 욕망의 기원과 진화'를 다룬다. "사람들은 피 한 방울 안 섞인 남을 위해 헌혈하고, 선로에 떨어진 아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며, 불우이웃돕기 모금 ARS에는 수백억이 모인다. 이렇게 서로 돕고 배려하는 마음은 어디서, 왜 생겨나는 것일까? 이러한 이타적인 행동에 대해 지은이는 자연선택론 대신 다윈의 성선택론을 기반으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하므로, 진화심리학 관련서로 분류할 수도 있겠다. 아예 이 참에 <처음 읽는 진화심리학>(웅진지식하우스, 2008)과 <욕망의 진화>(사이언스북스, 2007) 같은 교과서적 교양서들을 독파하는 것도 좋겠다. 연애도 하다 말 게 아니라면 말이다 아직 짝을 찾지 못한 청춘남녀들에겐 부디 얼마 안 남은 기간에 좋은 결과가 있기를!..

08. 11. 29.

P.S. 12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 고른 책은 막스 베버의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문예출판사, 1998/2006)이다. 너무도 잘 알려진 책이지만 역시나 완독할 일은 드문, 그런 의미에서 고전에 값하는 책이다. 요즘 자본주의 위기 국면과 관련해서 자본주의 정신의 기원을 탐색해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건 자연스러울 수 있다. 개인적으론 아감벤의 <남겨진 시간>(코나투스, 2008)에 몇 차례 언급되고 있어서 다시금 상기하게 됐다. 해설서로는 노명우의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 노동의 이유를 묻다>(사계절출판사, 2008)가 눈에 띈다. 조금 전문적으로는 신학자 폴 틸리히의 <19-20세기 프로테스탄트 사상사>(대한기독교서회, 2004)도 참조할 수 있겠다. <그리스도교 사상사>(대한기독교서회, 2005)와 짝이 되는 책인 듯싶다. 요즘 루돌프 불트만 같은 신학자들에 관심을 갖게 된 탓에 폴 틸리히의 경우에도 눈길이 간다. 아마도 아감벤의 책이 자극이 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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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1-30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김용옥 씨의 성서해설서를 보면 불트만의 탈신화화를 깊이 있게 연구한 것 같아요.성서주석 공부할 때 필요하죠.초창기 베버 해설서는 서문당 문고에서 나온 황산덕<막스 베버>가 있었는데 요즘도 나오더라구요.

로쟈 2008-11-30 19:47   좋아요 0 | URL
김용옥 씨는 77년인가 78년인가 불트만 추모논문도 쓴 게 있어요. 신학대를 다녔다는 걸 상기시켜주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12-01 15: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양학 어떻게 할 것인가에서도 번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성경번역이야기를 하더라구요.

로쟈 2008-12-01 23:52   좋아요 0 | URL
번역 문제의 '원천'이니까요...
 

주말에는 써야 할 원고들이 많아서 미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어느새 11월이다. 아마도 1년중 가장 눈에 띄지 않는 달을 꼽자면 2월과 11월이 되지 않을까? 12달 가운데도 주연과 조연이 있다면, 2월이나 11월은 만년 조연에 딱 맞는 달들이다. 비록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달이긴 하나 남몰래 책을 읽기에는 더 좋은 달일 수도 있다. 엎치락뒤치락하는 경제지수들이 변수가 될 수는 있겠지만...

1. 문학

신경숙 작가의 추천작은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 2008)이다. 이 작품을 모른다면 알라딘 마을에서는 '간첩'과도 같으니 군말은 필요 없겠다. 나는 일찌감치 지인에게서 선물을 받았지만 10월에는 읽을 여유가 없었다. 해서 대신에 '김연수 문학의 기원'(http://blog.aladin.co.kr/mramor/2333164)이란 페이퍼만 올려두었었는데, 11월에는 사정이 좀 다를 수도 있다(달라졌으면 좋겠다!). 

'작가의 말'에 보면 와다 하루키의 <김일성과 만주항일전쟁>(창비, 1995)에서 처음 민생단 이야기의 단서를 접하게 됐다고 하면서 김연수는 이후에 도움을 받은 몇 권의 책을 나열한다. 신주백의 <만주지역 한인의 민족운동사>(아세아문화사, 1999)와 김성호의 <1930년대 연변 민생단 사건 연구>(백산자료원, 1999) 등이 도우미가 된 책들이다. 그의 소설의 독자라면 한번쯤 같이 뒤적여봄 직하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몇 권의 일본시집도 같이 읽어보는 건 어떨까?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밤은 노래한다>를 읽은 여운으로 들춰보았다는 시집들이다(http://h21.hani.co.kr/arti/COLUMN/68/23580.html). 1886년에 태어나 26살에 요절했다는 일본의 '국민시인' 이시카와 다쿠보쿠의 시집도 오랜만에 열어볼 수 있겠다.  

“내 친구는 낡은 가방을 열고/ 희미한 촛불이 흩어지는 마루 위에/ 여러 가지 책을 꺼내놓고 있었다./ 그것은 모두 이 나라에서 금지된 것들이었다.// 마침내, 내 친구는 사진 한 장을 찾아내어/ ‘이거야’ 하고 내 손에 얹어놓고는/ 조용히 또 창에 기대어 휘파람을 불기 시작했다./ 그것은 예쁘지도 않은 젊은 여인의 사진이었다.” (이시카와 다쿠보쿠, ‘낡은 가방을 열고’ 전문)

마지막 행은 “그건 아리땁다고만은 할 수 없는 젊은 여자의 사진이었네.”라는 소설의 번역이 더 '시적'이긴 하다. 아무튼 '낡은 가방'을 열어보듯이 오래전 책들의 먼지를 슬며시 닦아보자. 없으면 도서관에 가서라도 닦아보도록 하자...

2. 역사

이덕일씨가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이진이의 <이순신을 찾아 떠난 여행>(책과함께, 2008)이다. 어인 또 이순신인가, 싶지만, 추천의 변을 들어보면 일리가 없지 않다. "이순신에 관한 책은 많이 나와 있고, 필자도 노산 이은상의 <성웅 이순신(1969년판)>을 필두로 여러 권을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에 관한 책은 계속 나오고 있고, 그때마다 또 손길이 가게 된다. 그만큼 그는 많은 이야깃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우리 역사에서 이순신은 피해갈 수 없는 바위처럼 우뚝한데 과거 군사 정권의 의도에 의해 과장된 인물이 아닌가라는 의심을 갖고 접근하지만 그런 의도를 뛰어넘는 콘텐츠를 확인하고 매료되고만 경험을 가진 사람도 많다." 물론 저자가 그런 사람이고.

책은 “삶이 몹시 힘들다고 생각된다면…나처럼 이순신의 삶을 따라 여행을 떠나보라고 권하고 싶다”는 저자의 바람을 담은 "인간 이순신과 함께 하는 여정"이라 한다. 그 여정에 겸사겸사 김훈의 <칼의 노래>(생각의나무, 2003)를 다시 빼들 수도 있겠다(<난중일기>는 어느 것이 '정본'인지 모르겠기에 넘어간다). 궁색한 처지인지라 새책을 살 여유도 없으니 읽은 책이나 한번 더 읽도록 하자(사실 나는 아직 읽지 않은 책이다!).

3. 철학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철학분야의 책은 얼마전에 소개한 바 있는, 리하르트 다비트 프레히트의 <나는 누구인가>(21세기북스, 2008)이다(소개기사는 http://blog.aladin.co.kr/mramor/2346452 참조). "눈에 띄는 철학 입문서가 나왔다. '나는 누구인가... 이미 알고 있다고요? 그럼 얼마나 알고 계신지요?' 계급장 떼고 전공 불문하고 한번 제대로 따져보자는 식이다. 이제껏 자기 분야에 갇혀 ‘똑같은 노선을 단조롭게 오가는 나이든 버스 기사’ 같았던 철학자가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하여 대중들 곁으로 바짝 다가온 느낌이다. 결코 지루하거나 골치 아프지 않은, 그러나 핵심을 놓치지 않는, 흥미진진한 사유의 테마 여행 속으로 독자의 손을 잡아끈다."는 것이 추천의 변이다.    

같은 주제를 다룬 책으로 루이 라벨의 <자아와 그 운명>(누멘, 2008)과 앤서니 엘리엇의 <자아란 무엇인가>(삼인, 2007)도 같이 읽어볼 수 있겠다. 각각 '자아(나)'에 대해서 철학자들과 사회과학자들이 어떤 해명/설명을 시도해왔는지를 간추려주는 책들이다. 나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으므로 책의 상태에 대해서는 자세히 말할 수 없다. 

사라 밀즈의 푸코 입문서 <현재의 역사가 미셸 푸코>(앨피, 2008)이 출간된 김에 푸코와 주체/자기의 문제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관심을 가져볼 수 있겠다. <자기의 테크놀로지>(동문선, 1997)을 비롯해서 <성의 역사 3: 자기에의 배려>(나남, 2004), <주체의 해석학>(동문선, 2007) 등이 리스트에 오를 만하다. 자아 혹은 자기란 발견의 대상인지, 구성의 대상인지, 아니면 해체의 대상인지 늦가을의 고독을 씹으면서 한번 생각해봄 직하다.

4. 정치

손호철 교수가 고른 정치분야의 책은 장기표의 '17세를 위한 교실 밖 정치 교과서' <지못미, 정치!>(시대의창, 2008)이다. "저자가 기성세대로서 우리사회의 주인이 될 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정치제도와 문화를 지켜주지 못하고, 낡은 지역주의 등 잘못된 정치를 물려줘 미안하다는 자괴감에 기초해 자라나는 주인인 청소년에게라도 정치에 대한 올바른 지식과 생각을 갖게 만들어주기 위해 쓴 책"이라고. 청소년을 위한 '정치(학)' 입문서라고 해야 할까.

혹 여유가 된다면 비슷한 컨셉을 가진 국외의 책들과 비교해볼 수도 있겠다. <청소년을 위한 정치 이야기>(다른우리, 2005), <청소년을 위한 이야기, 정치학>(웅진지식하우스, 2006)이 국내에 소개된 바 있다. 전자는 독일 청소년들을, 후자는 스페인 청소년들을 겨냥해 씌어진 듯한데, 우리도 해외에 번역될 만한 '정치 교과서'를 가질 때도 되지 않았나? <지못미, 정치!>가 그런 기대에 부응한다면 더 바랄 나위 없겠다. 손교수에 따르면, "청소년만이 아니라 일반 국민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정치교양서"이다.  

'일반 국민들'에서 한 걸음 더 나가, '정치적인 것'에 대한 정치철학적 관심을 총족시키고 싶은 독자라면 자크 랑시에르의 <정치적인 것의 가장자리에서>(길, 2008), 샹탈 무페의 <정치적인 것의 귀환>(후마니타스, 2007), 한나 아렌트의 <정치의 약속>(푸른숲, 2007)을 같이 읽을 목록으로 올려둘 수도 있겠다. 내가 그런 경우인데, 최근에 <정치의 약속>의 원서를 입수함으로써 준비를 다 마쳤다. 샹탈 무페도 그렇지만, 특히 랑시에르 같은 경우는 원서나 영역본 등의 도움 없이 번역본만으로 맥락을 따라가기가 좀 어렵다(역자가 한국어에 익숙하지 않거나 한국어가 이런 철학서에 아직도 익숙하지 않은 탓이다). 사실 랑시에르가 자주 인용하는 플라톤의 <법률>도 아직 국내엔 번역돼 있지 않다. 아직도 우리는 '가장자리'를 못 벗어나고 있는 것이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추천한 경제/경영서는 브루스 핸더슨 등의 <서브프라임 크라이시스>(랜덤하우스코리아, 2008)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흔들면서 이미 많이 언급된 책이다. 추천의 변에 따르면, "이 책을 쓴 사람들은 경제학자가 아닌 저널리스트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독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쉽게 읽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실 서브프라임 위기는 경제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한 사람조차 이해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한 문제다. 그런 복잡한 문제를 이렇게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다.

'그런 복잡한 문제'는 '머리 아픈 문제'이기도 하고 당장 경제난으로 고통 받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는 '살 떨리는 문제'이기도 하다. '당신의 아파트가 위험하다!'고 경고하는 선대인 등의 <부동산 대폭락 시대가 온다>(한국경제신문, 2008)나 "국민 여러분! 대한민국의 풍요는 끝났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지구의 풍요 또한 끝날 것입니다. 여러분이 종말을 맞이하지 않으시려면 빈곤을 준비하십시오. 빈곤이 싫다면 종말을 맞이하십시오."라고 충고하는 김재인의 <대한민국 경제, 빈곤의 카운트다운>(서해문집, 2008) 등 최근에 나오는 경제 관련서들의 표정은 자못 심각하고 살벌하다(<부동산 대폭락의 시대가 온다>의 저자 인터뷰는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1028114010 참조). '솟아날 구멍'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일독해봄 직하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도 눈에 익다. 아비샤이 마갈릿의 <품위 있는 사회>(동녘, 2008). 책은 "성장 위주의 ‘양적 사회’에서 ‘질적 사회’를 넘어 ‘품격 사회’가 대안적 발전 목표로 거론되기 시작하는 이즈음, 국가의 품격이란 무엇인가를 우리에게 곰곰 생각토록 하는 읽혀지기를 바라는 서적에 속한다." 현재 예수살렘의 히브리대학 철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라는 저자의 책은 몇 권의 공저가 소개된 바 있지만 단독 저작은 처음이 아닌가 싶다. 한 서평자는 "25년 전 존 롤스의 <정의론>이 출간된 이래 사회정의 문제를 다룬 가장 중요한 책"이라고까지 평했다. 소개의 글을 읽으면 좀더 흥미로워지는데, 이런 대목이 눈에 띈다.

<동물농장>, <1984>를 쓴 사회주의 작가 조지 오웰은 언젠가 자신이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끼는 이유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보통 사람들이 사회주의에 매력을 느끼고 사회주의를 위해 목숨을 거는 이유, 즉 사회주의의 ‘비결’은 평등사상에 있다”, “사회주의의 진정한 목표는 행복이 아니다. 행복은 여태껏 사회주의의 부산물이었고 우리가 아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사회주의의 진정한 목표는 인간적인 형제애다.” 파리와 런던의 빈민가에서 부랑자 생활을 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의 불평등 문제를 몸소 체험했던 오웰의 이런 생각이 ‘품위 있는 사회’에 가장 가깝다고 말한 한 학자가 있다. 바로, 2000년 공저<옥시덴탈리즘>을 통해 서양을 바라보는 적대적 편견을 이야기한 아비샤이 마갈릿(Avishai Margalit)이다.

저자에 대해서 급 호감과 관심을 갖게 한다. 소개기사를 옮겨놓으려다 말았던 책인데, 챙겨두어야겠다...

7. 과학

장경애 편집장이 추천한 교양과학서는 제인 구달과 루이스 리키를 다룬 진주현의 <인간과 유인원, 경계에서 만나다>(김영사, 2008)이다. "인류의 조상으로 여겨지는 화석, 침팬지 무리의 행동에서 나타나는 독특한 행동을 담은 이야기를 책에서 접했던 독자들이 고인류학, 영장류학의 선구자인 루이스 리키와 제인 구달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독특한 기회"를 제공해주는 책. 사실 루이스 리키, 메리 리키 부부와 제인 구달은 사제지간이라고 한다.

"고릴라와 오랑우탄을 연구하는 다이앤 포시와 비루테 갈디카스, 제인 구달"을 루이스 리키의 '세 천사'라고 부른다는데, 제인 구달과 다이앤 포시의 자전적 기록은 국내에도 번역돼 있다. 각각 제인 구달의 <제인 구달>(사이언스북스, 2005)과 다이앤 포시의 <안개 속의 고릴라>(승산, 2007)이다. 갈디카스의 책으론 <에덴의 벌거숭이들>(디자인하우스, 1996)이 소개됐었고. 세 사람에 대한 스케치로는 사이 몽고메리의 <유인원과의 산책>(다빈치, 2001; 르네상스, 2003)이 있다.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사진작가 조선희의 <네 멋대로 찍어라>(황금가지, 2008)이다. 조선희는 사진을 찍되, 어떤 대상을 어떻게 찍을까를 염려하지 말고 마음의 소리를 들으라는 조언을 한다. "사물마저도 그 사물들의 이야기에 마음의 귀를 기울이라는 것이다. 책 안에는 이러한 심정으로 작가가 찍은 사진들이 다양하게 편집되어 있다. 그리고 그에 따른 솔직한 사진 찍기의 충고들이 담겨있다."고 소개된다. 개인적으로는 사진을 찍는 것도 찍히는 것도 별로 즐겨하는 편이 아니므로 '어떤 대상을 어떻게 찍을까'에 대해서 염려하거나 고민하는 것은 내 몫이 아니다. 하지만 좋은 사진을 보는 즐거움마저 마다할 이유는 없다(비록 고가의 사진집들을 소장할 여유는 아직 못 되지만).

최근에 나온 사진관련서로, 보다 정확하게는 사진과 역사의 만남을 다룬 책으로 이경민의 <경성, 사진에 박히다>(산책자, 2008)와 김장춘의 <세밀한 일러스트와 희귀 사진으로 본 근대 조선>(살림, 2008)이 눈길을 끈다(관련기사는 http://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081022029015&spage=5 참조).  

그리고 최근에 나온 풍경 사진집으로 눈에 띄는 것은 강운구의 <저녁에>(열화당, 2008)과 정봉채의 <우포늪>(눈빛, 2008)이다. 각각 한 장의 표지 사진만으로도 사색의 공간을 그윽하게 넓혀준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고른 교양서는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를 담은 여행서,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 지도>(웅진지식하우스, 2008)이다. 빌 브라이슨이 대표적이지만, 요즘은 불평꾼, 혹은 투덜이들의 여행기가 대세인 모양이다. "여행기와 문화인류학을 이렇게 흥미진진하게 종합한 책은 처음 보았다"고 하는 걸 보면 재미는 있는 책인 듯. 전에 읽다 만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21세기북스, 2008)과 견주어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투덜이계의 왕중왕'을 뽑는다고 할 수 있을까? 와이너나 브라이슨이라면 '여행할 권리'(김연수)는 곧 '궁시렁댈 권리'이지 않을까 싶다.

10. 르 클레지오

이제 끝으로 아동서 대신에 올 노벨문학상 수상자 르 클레지오 '특선'을 마련한다. 여느 때와는 달리 이미 많은 작품이 소개된 작가라 몇 권 추릴 수밖에 없는데, 나는 '아프리카'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을 골라본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호응을 얻고 있는 작품인 <황금물고기>(문학동네, 1998)부터가 그 계열에 속한다. 소개에 따르면, "<황금 물고기>는 프랑스 갈리마르사에서 1997년에 출간되자마자 순수문학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장기간 베스트셀러 1위의 자리를 차지했다." 어떤 이야기인가?

"이 작품은 예닐곱 살 때 유아 인신매매단에 납치돼 팔려간 한 소녀의 인생역정을 다루고 있다. ‘밤’이라는 뜻의 라일라라는 이름의 소녀. 예닐곱 살에 유괴당한 그녀는 랄라 아스마라는 노파의 집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자란다. 노파의 죽음 이후 우연히 창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다. 숱한 역경과 고난 끝에 프랑스로의 밀입국. 미국, 또 다시 프랑스로 전전하다 결국 자신의 나라 아프리카로. 그녀의 조국의 땅을 밟은 순간 본디 자기가 서 있어야 할 곳으로 돌아와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연이어 <사막>(문학동네, 2008)과 <아프리카인>(문학동네, 2005)까지 읽으면 얼추 그 문학세계의 윤곽이 그려지지 않을까 싶다...

08. 10. 31.

P.S. 11월의 고전은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의 <모피를 입은 비너스>(열림원, 2006)이다. 1870년작으로 '마조히즘'을 창시한 오스트리아 작가, 레오폴트 폰 자허마조흐의 대표작이다. "마조히즘의 극단적인 감각주의를 보여주는 일종의 자전적 소설로, 자허마조흐의 일생과 문학 전반을 지배한 피학적 성적 취향이 전면에 드러나 있다."는 게 우리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바이다. 최근에 닉 맨스필드의 <마조히즘: 권력의 예술>(동문선, 2008)이 출간되는 바람에 들뢰즈의 <매저키즘>(인간사랑, 2007)과 세트로 묶어서 읽어보면 어떨까란 생각이 들었다. 맨스필드는 서론에서 자신의 기본적인 입장을 이렇게 밝혀놓고 있다.

"간단하게 말해서 나의 결론은 마조히즘이 권력에 대한 특정한 실험이며 이 실험에서 주체는 쾌락과 고통, 능동성과 수동성, 권력과 권력의 부재 사이에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그러한 시나리오를 꿈꾼다는 것이다."

모피를 입기에는 좀 이른 계절이지만 마조히즘에 입문(?)하기에는 오히려 적합할는지도 모른다. 축축하고 이 음산한 계절에, "자기 포기를 통해서 자신을 강화하고 자기 부정 나아가 자기 절단 행위를 통해서 스스로를 확장시키는 그러한 권력의 모델"은 위험하면서도 충분히 유혹적이지 않을까? 곧 추운 계절이 도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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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08-11-04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 브라이슨도, 지금 제 앞에 있는 에릭 와이너도 왜 '불평꾼', '투덜이'로 카피가 나오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네들이 책에서 우스운 말로 불평만 하는 것도 아닌데, 그런 부정적인 단어들을 마케팅하는데 끌고 들어오는 것도 잘 이해가 안가요. 좀 심하게 말하면, '너네들은 짖어라, 그런다고 세상이 바뀔줄아냐, 이 불평꾼들아' 로 들려서 기분 나빠요.

그나저나 르 클레지오는 위에 번역되어 나온 것 말고도 무지막지하게 번역되어 나오네요. 노벨문학상이 뭐길래..

로쟈 2008-11-04 22:22   좋아요 0 | URL
개그 프로그램에서의 캐릭터 설정과 유사하지 않을까요? 대리만족의 순기능도 있을 법합니다. 호통개그처럼...

陳周賢 2008-11-28 05: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알라딘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제 책(인간과 유인원, 경계에서 만나다)이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반가운 마음에 글 남깁니다! 읽어보셨는지 모르겠는데, 읽어보시게 되면 많은 비평 부탁 드려요. 처음 쓴 책이어서 이렇게 막상 나오니 겁도 나고 쑥스럽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

로쟈 2008-11-28 23:19   좋아요 0 | URL
책은 아직 못 읽어봤습니다.^^; 페이퍼는 읽어야 할 책들의 목록을 기억하기 위한 용도이기도 합니다. 목차는 충분히 흥미롭고 짜임새가 있어 보이더군요...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꼽아본 지도 딱 1년이 됐다. 해서 '10월의 읽을 만한 책'이란 제목은 작년에 이어 두번째로 단다. 이렇게 10번, 같은 제목을 달면 후딱 10년이 지나갈 터이니 그땐 50대 지천명이요, 인생무상이겠다. 바라건대, 그런 불상사는 없었으면 싶다(좀더 폼나는 일들이 있지 않겠는가?). 절반은 마지 못해서 하는 일이니 빨리 해치우도록 하겠다(도서 이미지의 사이즈가 변경된 탓에 이번부터는 분야별로 3권씩만 꼽는다). 여러 가지 사정상 책읽을 시간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읽을 만한 책들'을 꼽자니 적개심까지 솟는다. 책들에게 묻고 싶다. "나오기만 하면 다야?" "니들이 독자를 알어?" (약간 과장해서) "요즘 밥 먹기도 힘들어!" 들은 체도 않는군...

1. 문학

작가 신경숙씨가 꼽은 문학분야의 책은 아모스 오즈의 <숲의 가족>(창비, 2008). 작가의 이름은 생소하지 않지만 나는 읽은 작품이 없는 작가다. "아모스 오즈는 이스라엘 출신의 지식인이며 세계적으로는 명망 있는 작가이다. 여기에 소개하려는 <숲의 가족> 이외에도 많은 저서를 가지고 있으며 이스라엘에서 영향력이 크고 존경을 받는 작가이다. <숲의 가족>은 겨우 138쪽밖에 되지 않은 짧은 소설이지만 다 읽고 나면 그 울림이 큰 소설이다." 얇은 소설이므로 더이상은 소개는 옮겨오지 않도록 한다.

곧 시즌이 다가오지만 심심찮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는 오즈의 책으론 <나의 미카엘>(민음사, 1998)을 비롯해서 여러 권이 출간돼 있다. <지하실의 검은표범>(지식의숲, 2007)이 작년에 나온 책이고, 먼저 나온 책들 가운데는 <여자를 안다는 것>(열린책들, 2001/2006)이 눈길을 끈다. 타이틀상으로는 말이다. 생각해보니 이스라엘 작가로는 에프라임 키숀 외에 아모스 오즈 정도가 아는 이름이다. 더 소개된 작가가 있는지?..

2. 역사

이덕일씨가 꼽은 역사분야의 책은 '인물로 보는 남북 현대사'를 표방한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역사비평사, 2008)이다. "박정희와 김일성(정치), 염상섭과 한설야(문학), 유진오와 최용달(법학), 이태규와 리승기(과학), 윤봉춘과 문예봉(영화) 등 각 분야의 대표적인 인물을 통해 남북 각 분야의 흐름과 현재의 동향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한 책이다. "각 분야의 대표적인 두 사람의 삶을 통해 때로는 남북의 이질성을, 때로는 동질성을 느낄 수 있다"고.  

라이벌이라고 하니까 최근 첫 세 권이 출간된 손세일의 <이승만과 김구>(나남, 2008)이 떠오른다. 분량으로 미루어보자면, 이승만과 김구에 대한 가장 방대한, 따라서 가장 자세한 평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더불어, 콜린 에번스의 <라이벌>(이마고, 2008)도 같은 컨셉의 책이다. '세계사의 흐름을 바꾼 역사 속의 10대 앙숙들'이 부제. 별로 재미는 못본 책인 듯싶은데, 그 10대 앙숙들의 리스트는 아래와 같다('세계사'의 라이벌이라고 하기엔 시야가 좀 좁긴 하군).

엘리자베스 1세 vs 메리 | 종교문제로 위장된 두 여왕의 권력 다툼
올리버 크롬웰 vs 찰스 1세 | 지상의 왕과 천상의 왕이 맞붙다
애런 버 vs 알렉산더 해밀턴 | 상대방에 대한 음모와 술수로 결국 자신을 파멸시킨 미국의 두 정객
해트필드가 vs 매코이가 | 돼지 한 마리로 시작된 두 가문의 유혈 복수극
요시프 스탈린 vs 레온 트로츠키 | 철의 장막 뒤에 감추어진 검은 음모와 비정한 암살극
로알드 아문센 vs 로버트 F. 스콧 | 죽음을 통해 패배를 승리로 뒤바꾼 대역전의 드라마
심프슨 부인 vs 퀸 마더 | 왕비가 되고 싶었던 미국 여인과 왕비가 되기 싫었던 영국 여인
버나드 로 몽고메리 vs 조지 패튼 | 실리보다 명예를 좇다 오점을 남긴 연합군의 쌍두마차
린든 B. 존슨 vs 로버트 F. 케네디 | 존 F. 케네디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한 두 야심가
에드거 후버 vs 마틴 루터 킹 | 20세기 미국의 진정한 우상은 누구인가
  

3. 철학

김상환 교수가 꼽은 철학분야의 책은 제롬 클레망의 <하루 10분 딸과 함께 문화논쟁>(에코리브르, 2008)이다. 생소한 책인데,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은 문화를 놓고 펼치는 부녀간의 대화이다. 아버지는 저명한 문화 행정가이고 딸은 열일곱의 발랄한 학생이다. 이야기는 일상적인 사례를 중심으로 쉽고 짧게 이어진다. 복잡하고 추상적인 말은 없고 엄숙한 이론도 없다. 있는 것은 일단 커다란 세대차이다. 세대차이가 커다랗게 벌어지다가 다시 좁혀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대화는 다양한 주제들을 가볍게 풀어가고 있다. 인종, 종교, 언어, 전쟁, 예술, 문학, 영화, 철학, 유행, 독서, 인터넷, 게임, 드라마, 햄버거, 청바지 등등이 그런 것이다."

굳이 철학서로 분류할 필요는 없을 성싶은데(알라딘 분류상으론 '청소년을 위한 문화/예술'이다. 내가 못보고 지나칠 만하다), 나도 딸아이를 두고 있는지라 눈길이 조금 머물기는 한다(그런 대화라면 나는 10년쯤 후에 해봐야겠다). 실제 청소년을 위한 교양철학서로 생각나는 것은 빗토리오 회슬레의 <철학이 알고 싶어요>(문학사상사, 1997)이다. 독일의 이 저명한 철학자가 노라 카라는 12살짜리 소녀와 2년간 주고받은 편지를 토대로 한 책이라 한다. 국내서로는 김용규의 <지식을 위한 철학 통조림>(주니어김영사, 2006) 시리즈를 들 수 있겠다...

4. 정치

손호철 교수가 꼽은 정치분야의 책은 육성철의 <세상을 향해 어퍼컷>(샨티, 2008)이다. 소개를 읽어봐야 감은 잡을 수 있는데, "일상에 부딪히는 부조리와 인권침해에 대해 굴종하지 않고 싸운 38명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책이라 한다. 보다 구체적으론 "국가인권위원회에 인권침해 소송을 제기한 사연 중 재미있으면서도 의미 있는 사건들을 소개한 이 책은, 인권문제를 거창하고 어려운 이론이 아니라 살아있는 우리들의 이웃의 이야기를 통해 깨우치게 해 주는 뛰어난 인권교과서이다."

인권이란 주제와 관련하여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이 분야의 책들을 활발하게 펴내고 또 소개하고 있는 조효제 교수이다. 지난 여름에 나온 <인권의 풍경>(교양인, 2008)과 함께 그가 번역한 <세계인권사사상>(길, 2005) 정도는 기억해둘 만하다. 책 이름을 기억하는 것 정도는 돈 드는 일이 아니다(기억해두면 나중에 도서관에서라도 손길이 미칠 수 있다).

5. 경제/경영

이번달부터는 추천자가 정운찬 교수에서 이준구 교수(서울대 경제학부)로 바뀌었다.  첫 추천도서는 <상식 밖의 경제학>(청림출판, 2008). 표지는 좀 값싸보이는데, 은근히 입소문이 난 책인가 보다. MBC라디오 '손에 잡히는 경제'의 진행자 유종일 교수의 추천사는 이렇다. "경제학에 과연 코페르니쿠스적 혁명이 올까? 인간이 합리적인 존재라는 가정 하에 성립된 표준경제학의 강력한 이론들이, 과연 행동경제학이 실험을 통해 보여주는 ‘체계적인 비합리성’의 증거 앞에서 천동설처럼 무너지고 말 것인가? 경제학의 새로운 기초를 놓아가고 있는 행동경제학의 맛과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책이다." 재미있는 책인가 보다.

똑같이 상식과 통념에 도전한다고 광고되었던 책은 스티븐 레빗 등의 <괴짜경제학>(웅진지식하우스, 2005)이 있다.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였다는 이 책은 "마약 판매상은 왜 어른이 되어도 부모와 함께 사는걸까? 어린이에게 어떤 것이 더 위험할까, 총 아니면 수영장? KKK와 부동산 중개업자의 공통점은? 낙태의 합법화가 범죄율을 줄였는가? 온라인 데이트를 즐기는 사람들이 흔히 하는 거짓말은?" 등의 질문을 던지고 답한다. 나도 구입했던 책이다. 더불어, 도모노 노리오의 <행동경제학>(지형, 2007)도. 1년에 내가 구입하는 경제분야의 책이 다섯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이므로 예외적인 책들이기도 하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꼽은 사회분야의 책은 로빈 메레디스의 <마오를 이긴 중국 간디를 넘은 인도>(이슬, 2008)이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67억 세계인구의 약 37%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가 국가경제의 틀을 어떻게 혁신함으로써 세계인이 주시하는 고성장 대국으로 발돋움하게 되었는가를 저자 특유의 통찰과 풍부한 예증으로 알기 쉽게 풀이한 시사성 교양서이다." 재미있게도 원제는 '코끼리와 용(The Elephant and the Dragon)'이다.

중국을 다룬 책으로 손호철 교수의 현지 르포 <레드로드>(이매진, 2008)도 꼽을 만하다. 인도에 관한 책으론 인도문화 전도사를 자임한다는 델리대 김도영 교수의 <인도인과 인도문화>(산지니, 2007)도 눈에 띈다. 20년 동안 인도에 살면서 들여다본 인도인과 인도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다고 한다. 

7. 과학

장경애 편집장이 꼽은 과학분야의 책은 얼마전 같이 사고를 당한 제자의 가족으로부터 손해배상 소송을 당해 기사가 뜨기도 했던 이상묵 교수(와 강인식 기자)의 <0.1그램의 희망>(랜덤하우스코리아, 2008)이다. 불의의 교통사고를 당하고서 다시 과학자로서 재기하기까지의 이야기를 담고 있으므로 과학분야의 책이라기보다는 인물/평전분야에 해당하는 책이다.

이교수가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기도 하는 만큼 같이 생각나는 책은 <스티븐 호킹 과학의 일생>(해냄, 2004). 그의 전 아내 제인 호킹이 쓴 <스티븐 호킹: 천재와 보낸 25년>(흥부네박, 2000)도 오래전에 출간됐었다. 과학자의 사생활이야 사실 알아도 그만 몰라도 그만이고, 때론 모르는 게 더 나을 때도 있지만...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2008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작가, 2008)이다. '작가'는 책을 낸 곳이다. 재작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이 '오늘의 영화'는 1년간 국내에 소개된 영화들의 면면과 의의를 짚어보는 기획으로 유익해 보인다. 가령, 이런 식이다. "2008년에 국내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두 편의 영화는 국내의 <밀양>과 국외의 <색, 계>였다. <2008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영화>는 이 두 작품을 포함한 총 20편의 영화를 ‘2008년의 영화’로 뽑았다. 그리고 영화에 대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작품에 대해 다양한 해설과 평, 그 영화의 독특한 작품성 등을 재미있게 실었다."

영화관련서로는 조흡 교수의 <영화가 정치다>(인물과사상사, 2008), 그리고 '코리안 뉴 웨이브 영화의 이행기적 성찰'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김소연의 <실재의 죽음>(도서출판b, 2008)도 한번쯤 손에 들어봄 직하다. 전자가 현단계 한국문화에서 영화가 놓여 있는 컨텍스트를 분석하고 있다면 후자는 한국영화의 한 흐름에 대한 자세한 정신분석적 비평을 시도하고 있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꼽은 교양분야의 책은 최절주의 <해피...엔딩, 우리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있다>(궁리, 2008)이다. 저자나 책이나 모두 낯선데, 저자는 전직 언론이고 책은 죽음의 철학이 아니라 죽음에 관한 심층취재 다큐멘터리라 한다. "크게 보면 1부에서는 미국인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 2부에서는 일본인들의 죽음에 대한 태도를 다룬다"고.

바로 떠오르는 책은 얼마전에 출간된 엘리자베스 퀴블러-로스의 <죽음과 죽어감>(이레, 2008) 소위 '사망학' 분야의 고전인데, "불치병에 걸린 환자들이 겪는 심경의 변화를 상징화한 '죽음의 5단계'를 정리.소개해 지금까지 줄곧 죽음을 앞둔 환자 자신뿐 아니라 시한부 환자들을 대해야 하는 의사 및 간호사, 그리고 그 환자들 곁에서 도움을 주는 성직자들과 호스피스 봉사자들에게 큰 도움을 준다."고 하는 책이다. 그 5단계를 선구적으로 묘파하고 있는 소설이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작가정신, 2005)이다. 죽음뿐만 아니라 톨스토이를 이해하는 데에도 필수적인 책이다.  

10. 언어

보통 평전류를 마지막으로 꼽고는 했는데, 이달에는 '죽음' 얘기도 나온 김에 언어의 죽음을 주제로 한 책들을 골라놓는다. 최근 출간된 <언어의 종말>(작가정신, 2008)을 비롯해서 <언어의 죽음>(이론과실천, 2005), <사라져 가는 목소리들>(이제이북스, 2003) 등이 관련된 책들이다. 몇몇 언어만이 팽창/확장해가는 '언어 제국주의' 시대에 언어의 다양성의 문제에 대해서 한번쯤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는 또 영어 공용어화 논란이 있은 지 10년째 되는 해이기도 한데, '영어, 내 마음의 식민주의'에 대해서도 한글날에 즈음에 생각해보면 좋겠다...

08. 10. 01.

P.S. 이달의 고전은 내친 김에 소크라테스의 죽음을 다룬 <소크라테스의 변론>이다. 원전 번역을 포함하여 여러 종의 번역이 나와 있으며 예전에는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고 더 많이 소개됐던 책이다. 박홍규 교수의 <소크라테스 두번 죽이기>(필맥, 2005)도 길잡이 삼아 읽어보면 좋겠다. '길잡이'라기보다는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반민주주의'에 대한 신랄한 비판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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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8-10-01 2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세일 씨는 약 40년 전 <이승만과 김구>를 펴낸 후 정말 엄청난 증보판을 내기 시작하는군요.초판의 10배는 될 걸요.월간 조선 연재할 때 보니까 최근의 연구성과도 두루두루 섭렵했더라구요.70이 넘었는데 대단한 열성이죠.

로쟈 2008-10-01 22:36   좋아요 0 | URL
40년전 초판이면 대체 언제 나온 건가요?!.. 아, 1970년에 냈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10-01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의 시사평론선인 <인권과 민족주의>엔 1975년 글 중에서 이승만 살리기를 비판하는 것이 있어요.4,19정신이 시들해져가는데 이승만 살리기는 말도 안된다...그런 내용이지요.초판<이승만과 김구>는 구하기가 힘들어서 도서관에서 빌려 읽고 헌책방에선 <인권과 민족주의>를 샀죠.

로쟈 2008-10-02 22:23   좋아요 0 | URL
균형감각은 있는 언론인이군요...

노이에자이트 2008-10-03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정희 시대 때만 해도 이승만과 차별화하려는 노력 때문인지 그다지 지금 같은 이승만 살리기는 탄력을 못 받았던 것 같아요.이승만이나 장면은 모두 구시대 정치인이고 군인인 자기들이 진보나 근대화 세력이라는 자부심에 그 전임자들을 깎아내렸죠.사실 박정희 열풍도 문민정부 이후의 현상이죠.

로쟈 2008-10-03 21:13   좋아요 0 | URL
박정희주의자들의 이승만 숭배는 넌센스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10-03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을 생산해내는 방식의 변화라고나 할까요...

로쟈 2008-10-04 09:22   좋아요 0 | URL
생산해내면서 편의적으로 이용해먹는 방식 같습니다...
 

9월의 첫날이자 가을의 첫날 비가 내렸다. 원래 비가 오는 날씨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가을비는 '좋아한다'는 표현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 기분을 한껏 가라앉게 만드는 가을비는 은근히 '이렇게 끝나는구나' 내지는 '이렇게 끝나겠구나'란 예감과 상념을 불러일으킨다. 곧 몰락의 속도도 점점 더 빨라지리라. 책은 대책이 될 수 없지만, 대책이 없기에 책을 집어든다. 이달에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선정한 '9월의 읽을 만한 책'을 따라가보기로 한다.      

 

 

 

 

1. 문학

문학분야의 책은 황석영의 신작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 2008)이다. 이미 출간과 함께 화제를 모은 책이기에 군말이 필요없을 듯하다. 소설가 신경숙씨의 소개는 이렇다. "책 맨 앞에 “젊은 시절 언제나 아들의 귀가를 기다리시던 어머니께 이 책을 바칩니다” 라는 헌사가 붙어있는 황석영의 성장자전소설이다. 지나간 시대나 현 시대나 그 시대를 대표했던 작가의 변화무쌍했던 인생 이력 중에서 십대시절이 60년대 우리 사회 상황을 뒷배경으로 소설 안에 고스란히 들어와 있다." 요컨대, 황석영 문학의 '원점'을 가리키는 작품이다. 특이한 것은 작년의 '9월의 읽을 만한 책'도 황석영의 <바리데기>(창비, 2007)였다는 점. 내년 9월도 기대가 된다.

자전적인 소설이란 점에서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중국 작가 장룽의 <늑대 토템>(김영사, 2008). 방대한 분량 자체가 '대륙풍'이다. 소개에 따르면,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 내몽골에서 늑대와 생활하며 깨우친 경험을 기반으로 한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다. 늑대와 인간이 벌이는 생존을 위한 두뇌싸움이 드넓은 초원을 배경으로 장대하고 긴장감 넘치게 펼쳐진다. 여기에 작가가 품고 있는 문명관, 역사관, 세계관, 사상, 지식 등이 중국의 역사와 문화를 하나로 꿰뚫고 있다." 요컨대, 1960년대 개밥바라기별을 바라보던 청년이 한국에 있었고, 초원에서 늑대들과 뒹글던 쳥년이 중국에 있었다.

 

 

 

 

2. 역사

역사저술가 이덕일씨가 고른 역사분야의 책은 '백범학' 연구자 배경식의 <올바르게 풀어쓴 백범일지>(너머북스, 2008)이다. 이 선정에는 전적으로 동의할 수 있는데, 얼마전 '당신은 백범을 정확히 아는가'(http://blog.aladin.co.kr/mramor/2231110)란 리뷰도 옮겨놓은 적이 있다. 이덕일씨에 따르면, "교양인으로 자처하는 사람치고 『백범일지』를 읽어보지 못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 그러면서도 일기라는 뜻의 ‘日誌(일지)’가 아니라 숨은 일을 기록한다는 뜻의 ‘逸志(일지)’라는 사실을 제대로 아는 사람도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나부터도 그런 처지이므로 이번에 나온 (현재까지로는) '정본'을 손에 들어봄 직하다. 이미 한번쯤 읽은 독자라도 '올바르게 풀어쓴' <백범일지>가 어떤 것인가 살펴보면 좋겠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건국절' 논란의 중심인물인 우남 이승만에 대한 책들이다. 최근 우파 계열에서 앞다투어 책을 냈지만 정병준의 <우남 이승만 연구>(역사비평사, 2005)를 넘어서는 저작이 있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적어도 분량으론 넘어서는 책이 없다). '다이제스트'급으로는 서중석의 <이승만과 제1공화국>(역사비평사, 2007)을 들 수 있다. 그러고 보니 모두 역사비평사에서 나온 책이로군...

 

 

 

 

3. 철학

철학분야의 책으로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것은 제롬 뱅데가 엮은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문학과지성사, 2008). "이 책은 완전히 변하고 있는 세상, 21세기의 전망을 담은 책이다. 지구촌의 공적 교육을 책임진 유네스코가 기획했고, 철학에서 정책 실무에 이르는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의 명망을 자랑하는 전문가 49인이 참여했다. 가령 데리다, 리쾨르, 보드리야르, 미셸 세르, 크리스테바, 제레미 리프킨 등과 같은 인사들이 그들이다." 49인이나 참여한 만큼 분량도 두둑하다. 가치가 어디로 가는지 알기도 전에 9월이 먼저 지나갈 것이다. 겨울밤까지 읽을 '양식'이라고 해두자.

그렇게 겨울까지 읽을 만한 책에 <알랭 바디우와 철학의 새로운 시작>(새물결, 2008)도 있다. 저자인 김상일 교수가 거물급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주저 <존재와 사건>의 독해를 시도한 책인데, 아직 <존재와 사건>이 번역되지 않은 마당인지라 '사건'이라고 할 수는 없고, 다만 그러한 사건을 재촉한다는 의미는 갖겠다. 소개에 따르면, "알랭 바디우의 주저인 <존재와 사건>과, <도덕경>으로 대표되는 동양 철학을 동서양 공통 언어인 수학을 통하여 설명해보려는 시도의 결과물이다. 그러나 독자에 따라서는 바디우의 <존재와 사건>에 대한 충실한 해설서로 읽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짐작에 김상일 교수는 동서양 철학을 넘나드는 스케일에 있어서 김형효 교수와 쌍벽을 이루지 않을까 싶다(이제까지 '원효에서 화이트헤드까지'였는데, 이젠 '노자에서 바디우까지'이다!). 남는 게 여가/여유뿐인 독자라면 따라가볼 만하겠다.

 

 

 

 

4. 정치

김광웅 교수가 추천한 정치분야의 책은 프랑스 철학자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인간의 얼굴을 한 야만>(프로네시스, 2008)이다. 얼마전 <그럼에도 나는 좌파다>(프로네시스, 2008)와 같이 나온 책으로 이미 '반-반미주의 좌파'(http://blog.aladin.co.kr/mramor/2220146)란 페이퍼에서 소개한 바 있다(<그럼에도 나는 좌파다>에 대한 박홍규 교수의 리뷰는 http://www.kyosu.net/news/articleView.html?idxno=16728 참조). 추천의 변은 이렇다. "'나는 파시즘과 스탈린주의 사이에서 태어난 사생아'라고 자칭하는 저자는 ‘권력과 언어’, ‘권력과 역사’, ‘자본주의와 죽음’ 등에 남다른 통찰력을 발휘하면서 “권력 없는 사회는 없고, 남용 없는 권력은 없다”라는 명제를 앞세워 인류역사상 인간의 얼굴을 한 전체주의와 내일의 천국을 가장하는 자본주의를 맹박한다. 기술·욕망· 사회주의 등 세 비극의 원형을 없애기 위한 노력은 언제나 성취될 수 있을까?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수단, 앙골라 등 인간의 자유와 권리가 부정되는 지역을 누비며 인간사회의 모순을 설파한 ‘신철학’을 접하기 바란다. 칼 포퍼의 <열린사회와 그 적들>과 비교하며 읽으면 와 닿는 것이 더 있을 것이다." 해서 여차하면 <열린사회와 그 적들>과 같이 읽어도 좋겠다(2권은 개정판이 안 나온 것인지?). 한데, 포퍼도 '내일의 천국을 가장하는 자본주의'를 맹박했던가?..

 

 

 

 

5. 경제/경영

정운찬 교수가 고른 경제/경영서는 역시나 전폭적으로 동의할 만하다. 게다가 시의적절하다. 찰스 모리스의 <미국은 왜 신용불량 국가가 되었을까?>(예지, 2008)이 그것인데,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 이후 계속 악화 전망이 나오고 있는 미국경제에 대해서 한번쯤 생각해보게 하는 책이다. 우리도 사정은 좋지 않아서 9월 위기설도 나오는 등 뒤숭숭한데(오늘도 환율은 폭등하고 코스피 주가는 폭락했다) 미국 경제의 전망은 어떨까? "저자에 따르면 미국경제의 장래는 결코 밝지 않다. 향후 1,2년간 금융기관들은 자산상각의 공포와 도가니 속에서 들끓고, 부도는 급증할 것이며, 아마도 2백만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집을 잃고, 소비는 위축되어 경기침체가 오래 갈 것이다. 미국은 대전환을 할 시점에 왔다. 규제완화로 인해 불투명해진(위험)금융상품에 대한 ‘정보’를 다시 투명하게 유통하여 금융시장의 대기를 뒤덮고 있는 독기를 걷어내야 한다. 그것은 정부의 몫이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결론이다."

더불어 떠올린 책은 마쓰후지 다미스케의 <미국경제의 종말이 시작됐다>(원앤원북스, 2008). 거기에 '국제금융기구와 외채에 관한 진실, 세계 밖의 세계'이란 부제를 달고 있는 다미예 미앵 등의 <신용불량국가>(창비, 2006)와 'IMF, 세계은행, WTO는 세계를 어떻게 망쳐왔나'를 따져본 리처드 피트의 <불경한 삼위일체>(삼인, 2007) 등은 포개 읽을 만한 책. 사실 후자의 두 권은 미국보다는 한국 경제와 더 밀접한 관련이 있을 법한 책들이겠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유승호의 <문화도시>(일신사, 2008)이다. 생소한 책인데, 일종의 교재인 듯싶다. "애초에 학술서로 기획된 이 책이 일반 독자층에 널리 읽힐 수 있는 교양서로 꼽힐 수 있게 된 데에는 저자의 아기자기한 필치가 한몫하고 있음이 분명하나, 세계 문화도시 성공사례를 사진과 함께 간결이 제시한 기획력이 보다 결정적이라고 본다."라는 게 추천의 변이다. '지역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제.

개인적으론 '문화도시'보다 '시민사회'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지라 같이 읽을 만한 책으로 <아래로부터의 시민사회>(창비, 2008), <시민사회의 다원적 적대들과 민주주의>(후마니스트, 2007), <한국사회와 좌파의 재정립>(산책자, 2008) 등을 고른다. 고르면서 답답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7. 과학

과학분야의 책으로 장경애 편집장이 고른 건 로이 스펜서의 <기후 커넥션>(비아북, 2008)이다. 환경운동가가 아니라 기상학자가 쓴 이 책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상식의 교정을 의도하고 있다. 소개에 따르면, "저자는 지구온난화를 인정하지만 그 원인이 인간이 사용한 화석연료를 포함해 다양한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현재의 기후 모델이 기후시스템에 민감한 강수, 구름, 바다 같은 변수를 포함하지 못했다고 비판한다. 그러면서 저자는 인류를 지구온난화 공포로 몰아가기보다 정교한 기후모델을 개발하는 데 투자해야 하고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는 '회의적 환경주의자' 비외른 롬보르의 <쿨잇>(살림, 2008)을 떠올리게 한다('7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았었다).

'지구온난화에 관한 어느 기후 과학자의 불편한 고백'과 맞장뜰 만한 책은 모두 '지구 온난화'에 대한 '불편한 진실'을 토로하고 있는 책들이다. 앨 고어의 '긴급환경리포트' <불편한 진실>(좋은생각, 2006)이 아마도 널리 알려진 경우이겠다. 거기에 마크 라이너스의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돌베개, 2006)의 부제는 '투발루에서 알래스카까지 지구온난화의 최전선을 가다'이고, 팀 플래너리의 <지구 온난화 이야기>(지식의풍경, 2007)의 부제는 '기후 변화와 생태계 위기에 대한 최고의 안내서'이다. '불편한 고백 vs 불편한 진실'의 구도다.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이영재, 이영수의 <추사정혼>(선, 2008)이다. 그러고 보니 추사(秋史)의 '추'가 '가을 추'였다. "20대 후반부터 70대 만년에 이르기까지 추사가 남긴 200여 편의 작품에 대한 세심한 감평이 이 책에 실려 있다. 글도 글이지만 추사의 아름다운 서화들이 오래된 색을 그대로 머금고 책 속에 단아하게 편집이 되어 책갈피를 넘겨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고 평한다.

그런 즐거움에 몰입하다 보면 '추사에 미치'는 지경도 남의 일만은 아닐는지 모른다. 이상국의 <추사에 미치다>(푸른역사, 2008)가 그런 경지 아닐까. '150년 전의 천재와 사랑에 빠진 빈섬의 황홀한 지적 탐험'이 담겨 있다. 작가 한승원 선생도 <추사1,2>(열림원, 2007)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던 걸 보면 아무래도 '추사'에는 중독성이 있나 보다. 섣불리 읽어서는 곤란하겠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꼽은 교양서는 안나 레드샌드의 <빅터 프랑클>(두레, 2008)이다. 보통은 '빅터 프랭클'이라고 표기되는 20세기의 대표적인 정신의학자 빅터 프랑클(1905-1977)의 평전이다. 대표작 <죽음의 수용소> 등으로 잘 알려져 있기에 어인 평전인가 싶긴 하다. "그는 유태계 독일인으로 죽음의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훗날 ‘의미의 심리학’으로 불리는 ‘로고테라피’라는 정신치료법까지 창안했다. 1945년 수용소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아 자신의 체험을 바탕으로 저술한 ‘인간의 의미를 찾아서’는 전세계적으로 수백만 권이 팔리는 필수교양서로 자리잡았다. 이 책은 미국의 교사인 저자가 고등학생들을 상대로 빅터 프랑클의 생애와 작업을 잘 압축해놓았다." 그러니까 '학생용'인 것.

정신의학자를 다룬 또다른 평전에 디어드리 베어의 <융>(열린책들, 2008)도 있다. '분석심리학의 창시자'를 다룬 이 두툼한 평전은 무려 1166쪽 짜리다. 저자나 역자나 놀라울 따름이고, 이 책을 집어들 독자도 놀랍기는 마찬가지다. 하긴 책 3권 정도 읽는다 치면 독서가 불가능한 건 아니겠다(융처럼 재력가 아내를 만난다면 훨씬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카더라'에 만족하는 수밖에...

 

 

 

 

10. 기행 

얼떨결에 평전까지 교양에서 다루는 바람에 '여유'가 생겼다. 중앙아시아(실크로드) 기행쪽에 투자하고 싶다(돈 드는 투자가 아니니!). 얼마전에 출간된 피터 홉커크의 <그레이트 게임>(사계절출판사, 2008)이 빌미가 되어준 것인데, 그의 전작 <실크로드의 악마들>(사계절출판사, 2000)까지 챙겨도 좋겠다(관련페이퍼는 http://blog.aladin.co.kr/mramor/2256615 참조).

제국주의 영국과 러시아의 쟁탈전이 벌어졌던 장소라는 사실에서 떠오로는 책은 로버트 카플란의 <타타르로 가는 길>(르네상스, 2003). 우파 이데올로그로 유명한 저자의 전략적 기행문이다. 소개에 따르면, "지은이는 터키와 시리아, 레바논과 그루지야 등 중앙 아시아와 이슬람, 동유럽 일대를 직접 여행하면서 체득한 내용들을 기행문 형식으로 서술한다. 기행문의 형식을 빌어오긴 했지만, 카스피해 송유관을 둘러싼 국제적 암투와 이란과 시리아, 그루지야 등의 정치적 불안, 동구권 몰락 이후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경제 침체에 따른 혼란 등을 낱낱이 분석해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 

견줄 만한 국내서들로는 물론 정수일 선생의 책들이 있지만, 한권만 고르려니까 <실크로드, 움직이는 과거>(강, 2007)가 떠오른다. "변호사 차병직이 동료 변호사 문건영과 함께 한겨울의 실크로드를 다녀와 펴낸 에세이집. 실크로드학의 대가 정수일 선생과 함께했던 한겨울의 실크로드 여행에 대한 기억을 매우 독특한 방식으로 풀어냈다. 생동감 넘치는 실크로드 여행기와 깊고 풍부한 문학ㆍ역사ㆍ인문학적 에세이가 겹쳐있다." 아, 언제쯤에나 여행기 한번 써보나...

08. 09. 01.

 

 

 

 

P.S. 이달의 고전은 괴테의 <파우스트>이다. 하지만, '여행'에의 유혹 때문에, <이탈리아 기행>으로 바꾸었다. 여러 종의 번역본이 이미 출간돼 있다. 괴테의 생애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그의 이탈리아 여행은 1786-1788년까지 약 2년에 걸쳐 이루어진다(그는 9월에 떠났다가 6월에 돌아온다). 그의 나이 마흔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아래는 티슈바인의 그림 <로마의 숙소에서 창밖을 내다보고 있는 괴테>. 며칠전부터 이 그림만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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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1 2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9-02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Joule 2008-09-02 02: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림 마음에 들어요. 살바도르 달리의 그림에도 저 비슷한 구도의 그림이 있죠. 괴테씩이나는 아니지만 여자아이가 내다보는. 이번 추석에도 추석 특집 써주실 거죠. (10분 전에 로쟈 님의 작년 추석 특집을 읽고 와놓고서는 이 뻔뻔함이란.)

요즘엔 로쟈님의 읽을 만한 책 페이퍼를 열심히 외면하고 있습니다. 로쟈 님 페이퍼 보면 의욕만 넘쳐서는 그래 이번엔 이걸 읽어볼까,하며 통장 잔액은 생각도 않고 체크 카드를 긁어대서 말이죠. 로쟈의 길과 쥴모 양의 길은 다르다는 인식에 이제야 간신히 도달했다고나 할까요. 얼마 전에 헌책방에 최근 1년간 읽지 않았으며 어쩐지 앞으로도 읽지 않을 것 같은 책들을 방출하면서 굳힌 결심이죠. 그럼에도 두세 상자 더 보낼 수 있는 책들이 잔뜩 있긴 하지만 어쩌면 난 생각보다 좀 더 이해력이 뛰어날지도 모르겠다는 환상을 접지 않는 거죠. 사실 책을 읽는 행위 못지않게 읽지않은(혹은 읽지 못할) 책을 눈 앞에 쌓아놓고 미지의 쾌감을 지레 맛보는 것도 꽤 쏠쏠하잖아요.

아, 지젝에 대해 여쭤보려고 들렀죠, 참. 지젝은 한 권을 원서와 번역서를 대조해가며 꼼꼼하게 읽으면 좋겠다고 하셔서요.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을 추천해주실 것 같긴 한데 번역서가 없어요. 제가 가진 건 <죽은 신을 위하여>와 <지젝이 만난 레닌>인데 어떤 게 좋을까요. 셋 다 읽어보라고 하시면 노니 개 팬다고 그래도 좋겠지만 어쨋든 스타트는 끊어야 하지 않을까 싶어서요. 번역서 없이 <이데올로기...>를 원서로 그냥 봐도 좋을까요. 취미가 번역이라는 하루키 씨도 있는데 저도 취미로 <이데올로기...>를 번역해볼까 싶기도 하고.

로쟈 2008-09-02 08:20   좋아요 0 | URL
<지젝이 만난 레닌>이 더 쉽습니다. 국역본이 휴대하긴 좀 불편한 게 문제랄까(2권짜리 소프트카바로 냈으면 좋았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 10여 개 장으로 쪼개져 있기 때문에 관심있는 장을 대조해서 읽다보면 독해력을 기를 수 있을 거라고 봅니다. 용어법에 익숙해지시면 <이데올로기>도 번역하실 수 있을 겁니다.^^

yoonta 2008-09-02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상일씨가 알랭바디우의 존재와사건을 분석한 책이 나왔나보군요. 원래 이분이 러셀의 역설이나 괴델 그리고 집합론등에 관심이 많은 분이긴 한데 바디우의 책까지 섭렵하시다니 대단하단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그 많은 프랑스철학전공자들은 뭐하고 아직까지 바디우의 주저라고 할수있는 <존재와 사건>도 번역안(못)하고 있는 건지..원..바디우저서에 나오는 수학때문일까요?

로쟈 2008-09-02 16:34   좋아요 0 | URL
yoonta님도 수학에 관심이 많으시죠?^^ 수학에 나름 정통한 철학도를 찾는 것도 쉽지는 않겠죠...

노이에자이트 2008-09-02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타타르로 가는 길> 상당히 재밌더군요.일종의 시사 기행문? 보수파 냄새가 확 풍기지만 실력있는 저술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루지아의 시인대통령 이야기가 재밌더군요.임지현<바르샤바에서 보낸 편지>에서도 카프카즈와 중앙아시아를 다뤄서 같은 시기에 두 책을 연속해서 봤습니다.임지현 씨도 해박한 지식에다 글을 매끄럽게 잘 쓰더군요.

로쟈 2008-09-03 08:32   좋아요 0 | URL
네, 엘리트 보수주의자이죠. 공산주의에 대한 대처에 있어서는 두 사람이 비슷한 포지션 같기도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9-03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임지현 씨가 들으면 그다지 기분이 좋을 것 같지는 않은 평가네요.임지현 씨가 조선일보에 글을 쓰니까 조선일보가 좌익지가 되었다고 흥분했던 열혈 매파 아저씨가 있었다는 전설같은(그리고 우습기도 한) 일화가 있었습니다만...

로쟈 2008-09-04 23:41   좋아요 0 | URL
임지현 교수가 조선일보화 되는 것인지, 조선일보가 임지현화 되는 것인지 헷갈리네요.^^;

람혼 2008-09-05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철학 부분에서 '미셸 세르'가 '미셰 세르'로 오타가 났네요. 그렇지 않아도 <가치는 어디로 가는가>를 처음 사들고 데리다, 바티모, 슬로터다이크의 글과 함께 가장 먼저 찜해두었던 글이 세르의 글이었는데, 저로서는 아마도 책 전체의 정독은 겨울쯤에나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노이에자이트 2008-09-05 15: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묘한 수렴현상이죠...임 교수는 요즘은 조선일보에 글 안 써요.7월부턴가 안 보이네요.조선일보 주말의 독서란이 대폭 줄었거든요.거기에 임 교수가 글을 종종 썼는데...

딸기 2008-10-02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구온난화 이야기>... 뭔가 좀 이상한 생각이 드네요.
저 책 낸 사람들이 저같은 사람의 리뷰를 읽었을리야 없겠지만
이미 팀 플래너리가 쓴 책이 <기후창조자>라는 이름으로, 딱 지난해에 나왔었고요.
그때 제가 '기후변화에 대한 최고의 안내서'라는 리뷰를 올렸기 때문에 기억합니다.

그런데 1년만에'기후 변화와 생태계 위기에 대한 최고의 안내서'라는 부제를 달고
다시 출간되어 나왔다니, 희한하군요.
혹시나 싶어 목차를 확인해보니 같은 책 맞는데...
먼저 나왔던 책도 번역은 괜찮았었습니다.
새로 나온 책은 번역자가 이충호선생이신걸 보니 번역이야 뭐 확실할 것 같고...
하지만 어떻게 된 사정인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