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좀 뒤늦게 꼽아본다. 밀린 일들 때문에 정신없이 보내다가 잠시 한숨 돌린 터인데, 이달에 따로 시간이 날 것 같지도 않으니 얼른 몇 자 적어두어야겠다. 흔히 '5월을 푸르구나'라고 하지만 요즘 같아선 '5월도 무덥구나'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열치열의 독서를 5월부터 해야 하다니...  

1. 문학 

작가 신경숙씨가 고른 책은 서울을 소재로 한 테마 소설집 <서울, 어느날 소설이 되다>(강, 2009)이다. 왜 여성작가들에게만 소설을 의뢰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서울을 배경으로 각각 한 편씩의 단편 소설을 써낸 아홉 명의 여성작가들은 제각각 독특한 개성으로 지금의 한국문학을 가로질러 가고 있는 작가들이다. 이 작가들이 그려내는 서울은 누구의 서울이 아니라 우리의 서울이다. 북촌이나 삼청동, 홍대 앞이나 혹은 강변북로 그리고 숱하게 우리의 발짝이 찍힌 거리가 눈앞에 펼쳐진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남성 작가들의 신작 소설을 두 권 골라본다. 박성원의 네번째 소설집 <도시는 무엇으로 이루어지는가>(문학동네, 2009)와 전성태의 세번째 소설집 <늑대>(창비, 2009). 후자는 특이하게도 몽골을 배경으로 한 소설집이다. 몇 년전에 표제작을 읽고 강한 인상을 받은 기억이 있다. 한겨레 최재봉 기자의 평을 참고해봐도 좋겠다.  

표제작 <늑대>는 아스팔트 포장길로 상징되는 ‘자본의 검은 혓바닥’이 몽골의 순정한 초원을 잠식해 들어가는 양상을 인상적으로 그린다. 거구의 수컷 늑대를 사냥하려는 ‘솔롱고스 사업가’는 한국과 자본의 몽골 침탈을 대리하는 인물이다. “국경이 사라지고 그저 자본의 의지만으로 굴러간다면 얼마나 신이 나겠”나 하는 게 그의 생각이다. 몽골인 촌장은 그의 침탈에 협조하는 대가로 수익을 챙기면서도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런 상황에 대한 비판적 인식을 놓치지 않는다. 그의 시점으로 서술된 아래의 문장들은 사회주의 몰락 이후 몽골 사회에 불어닥친 변화를 슬프지만 아름답게 요약한다.      

“한잔 수태채가, 게르에서 하룻밤 잠이 돈으로 계산되었습니다. 장작을 패는 노동이, 늑대를 쫓는 동행이 벌이가 되었습니다. 그뿐입니까. 게르 천창으로 빛나는 별과 스미는 달빛이, 지나는 바람과 흩날리는 눈이 역시 돈의 현영(現影)처럼 손님들을 끌어왔습니다.”  

물론 이 작품은 단순히 초원과 자본 사이의 대결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다. 잠든 골짜기를 깨우는 낡은 총소리로 상징되는 뜻밖의 결말은 여러 겹의 모순이 충돌하고 확산되면서 새로운 차원을 향해 소설을 열어 놓는다.    

2. 역사 

역사저술가 이덕일씨가 고른 책은 김경임의 <클레오파트라의 바늘>(홍익출판사, 2009)이다.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의 책인지 짐작하기 어려운데(왜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아니라 '바늘'일까 궁금할 뿐), 약탈 문화재 반환 문제를 다룬 책이라 한다(관련서 두 권의 이미지를 같이 붙여놓았다). 추천의 변을 보면, "세계 문화유산 약탈사를 종합적으로 다룬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늘 하던 차에 ‘세계 문화유산 약탈사’란 부제가 붙은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 출간되었으니 기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외교통상부 문화외교국장을 역임하면서 문화재 반환 문제에 대한 국제적 시각을 갖게 되었고, 꾸준한 연구 결과 이 책을 펴낼 수 있었다. ‘클레오파트라의 바늘’이란 유럽인들이 이집트의 오벨리스크에 붙였던 별칭이다."  

덧붙여 책의 장점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한다. "이 책은 세계 유수의 문화재 약탈사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여주고 약탈의 현장으로 안내하면서도 약탈당한 문화재의 사연과 현황의 서술에 그치지 않고 약탈 문화재의 반환이란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제4장 ‘그들은 어떻게 문화재를 돌려받았을까’나 제5장 ‘빼앗긴 우리 문화재는 언제 돌아올까’는 저자의 이런 일관된 관점의 소산이다. 덴마크에서 아이슬란드로 돌아간 고문서와 미국에서 헝가리로 돌아간 성 스테픈 왕관 등의 반환 사례는 아직도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외규장각 도서나 몽유도원도, 이토오가 반출해 간 수많은 규장각 도서 문제 등과 맞물리면 우리의 현재 문제가 되고 바람직한 미래가 된다."  

안 그래도 어제 몽유도원도 관련기사가 떴었는데, 내용인즉 이렇다. 우리 문화재이지만 일본의 국보가 돼 있는 현실을 한번쯤 곱씹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조선 전기 회화를 대표하는 안견(安堅ㆍ1418?~1453?)의 ‘몽유도원도(夢遊桃源圖)’가 13년만에 고국으로 돌아올 전망이다. 국립중앙박물관(관장 최광식)은 오는 9월로 예정된 ‘한국 박물관 100주년 특별전’을 위해 ‘몽유도원도’ 소장처인 일본 텐리(天理)대학 측과 전시대여를 협의 중이다. 박물관 관계자는 “텐리대와 구두로 대여 합의를 끝냈고 협약서 작성 절차를 거쳐야 전시가 확정된다”고 11일 밝혔다. ‘몽유도원도’는 1986년 국립중앙박물관의 중앙청 이전 개관전, 1996년 호암미술관이 개최한 ‘조선 전기 국보전’ 때 한국에 온 적이 있다.

몽유도원도는 안견이 1447년 4월 세종의 아들 안평대군의 꿈 이야기를 내용으로 사흘만에 그린 작품이다. 안견의 작품 대부분이 전칭작(해당 작가가 그린 것으로 전해지는 작품)인 가운데 진품임이 확인된 유일한 현존 작품이다. 안평대군이 발문해 신숙주와 박팽년 등 당대 명현 21명이 찬시를 써 그 가치가 더욱 높다. 1453년 계유정란 이후 사라진 ‘몽유도원도’는 1893년 이전에 일본으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여러 사람의 손을 거쳐 1949년 재일교포 고미술상이 팔기위해 ‘몽유도원도’를 한국에 들여왔지만 구매자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전해진다. 일본 도쿄의 고미술화랑 류센도(龍泉堂)로 넘어간 작품을 이후 1950년대 초 덴리대가 구입했다. 일본은 ‘몽유도원도’를 국보로 지정했다.(서울경제) 

 

3. 철학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철학분야의 책은 하이데거의 <횔덜린의 송가>(서광사, 2009)이다. 이번에 <횔덜린 시의 해명>(아카넷, 2009)까지 출간됨으로써 <횔덜린의 송가 '이스터'>(동문선, 2005)까지 포함하면 얼추 하이데거의 횔덜린론이 무엇인지 알아볼 정도로는 소개된 게 아닌가 싶다. 추천의 변은 이렇다. "하이데거는 40여 년의 후반기 학문적 인생을 횔덜린과 대화하면서 보냈다. 이 대화를 통해 그는 2천년 이상의 서양 사상사 전체와 작별하고 미래 사상사를 여는 전혀 새로운 시작의 가능성을 구하고자 했다. 그것은 또한 그의 존재론이 역사-정치철학으로 다시 태어나는 과정이기도 했다. 『횔덜린의 송가: 게르마니엔과 라인강』은 이 길고 긴 대화의 첫 대목이다. 이것은 철학이 시와 만나는 가장 극적인 장면에 해당한다. 이 책이 있어 20세기의 철학자들은 시로 몰려들기 시작했다."

 

하이데거 얘기가 나온 김에 몇 권 추가해놓는다. 김유중 교수의 <김수영과 하이데거>(민음사, 2007)는 아직 손에 들어보지 못했지만, 무슨 이야기가 쓰여졌을지 궁금한 책이다. 그리고 하이데거 예술론을 집약해놓은 책 <숲길>(나남, 2008)과 하이데거 예술론에 대한 박사학위논문을 펴낸 김동규의 <하이데거의 사이-예술론>(그린비, 2009) 등도 묶어서 읽어보면 좋겠다. 하이데거의 예술론은 대학원 시절에 읽었으니 어느덧 십수 년 전이다. 다시 읽으면 만감이 없지 않겠다...  

4. 정치 

손호철 교수가 꼽은 정치분야의 책은 얼마전에 다룬 바 있는 알리샤 쉐퍼드의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프레시안북, 2009)이다(http://blog.aladin.co.kr/trackback/mramor/2779680 참조). 워터게이트 사건을 파헤친 두 기자 우드워드와 번스틴이 제목을 감당하고 있는 '기자들'이다. 이번에 같이 나온 당시 편집장 벤 브래들리의 회고록 <'워싱턴 포스트' 만들기>(프레시안북, 2009)와 사주였던 캐서린 그레이엄의 자서전까지 곁들이게 되면, 아주 입체적인 그림이 그려질 듯하다. 아예 워터게이트(혹은 닉슨)를 다룬 영화들까지 포함할까.  

 

예상할 수 있는 추천의 변은 이렇다. "알리샤 C. 셰퍼드의 <권력과 싸우는 기자들>은 미국 정치사와 언론사를 바꾸어 놓은 역사적인 워터게이트 사건을 두 기자들의 취재 과정을 중심으로 추적한 의미 있는 책이다.(...) 한 마디로, 이 책은 자기보전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권력의 생태와 이를 감시하는 언론의 역할을 구체적인 역사를 통해 쉽게 깨우쳐 주는 현대 민주주의에 대한 중요한 대중 교양서이다." '자기보전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권력의 생태'가 닉슨에게만 국한됐을 리는 없는데, 이후엔 왜 이런 '특종'이 안 나오는 것인지 문득 궁금하다. 특종 정신의 실종인가?..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추천한 경제/경영서는 구정화의 <퍼센트 경제학>(해냄, 2009)이다. 제목만 보면 경제통계를 다룬 책이겠구나 싶은데, 실상도 그러하다. "통계수치에 대한 지식이 없이는 경제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일반 사람들이 갖고 있는 통계수치에 관한 지식은 지극히 한정되어 있다. 1인당 국민소득 정도나 알고 있을 뿐 그 이외의 통계수치는 거의 깜깜한 수준이다. 이 점에서 볼 때 경제 관련 통계수치를 거의 망라하다시피 해서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의 가치가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는 게 추천의 변이다.  

그런데, 사실 통계야 '디테일'이고, 요즘 사람들의 관심사는 일단 '큰 줄거리'가 아닐까. 언제 '바닥'을 칠 것이며, 언제 '불황'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인가. 현재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같은. 그런 점에서 이준구 교수의 <쿠오바디스 한국 경제>(푸른숲, 2009)와 폴 크루그먼의 <불황의 경제학>(세종서적, 2009)에 먼저 눈길이 간다. <퍼센트 경제학>은 부교재로 읽어도 좋겠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장 보드리야르의 <아메리카>(산책자, 2009)다. 책은 오래전 <아메리카>(문예마당,1994)로 출간된 적이 있다. 이번에 역자가 재번역하고 편집도 새롭게 하여 나왔다. 원저는 1986년에 나온 책. 추천사에 따르면, "보드리야르의 후기 저작  <아메리카>는 1970년대와 1980년대에 걸친 그의 미국 여행 체험에 근거한 것으로, 미국 여행에 대한 보드리야르의 묘사는 주로 속도, 사막 그리고 미국 생활의 형이상학에 집중되어 있다.(...)  보드리야르의 ‘미국론’은 미국이 실현된 유토피아로서, 노쇠한 유럽과 비교해 완승한 근대성을 대변한다고 결론지을 때 극에 도달한다."    

이번에 나온 책에는 유진 리처즈의 사진집 <우리 미국인들(Americans We)>(1994)에 수록된 사진들이 여러 장 포함돼 있다. 사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편, 보드리야르의 시선이 외부자의 것인 만큼, 골수 아메리칸(Made in America)의 아메리카 이야기도 같이 읽어봄 직하다. '엉뚱하고 발랄한 미국의 거의 모든 역사'란 부제를 달고 있는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영어 산책>(살림, 2009). '종횡무진'이란 말이 빌 브라이슨만큼 잘 어울리는 작가도 드물지 않을까.   

7. 과학 

과학분야의 책으로 장경애 편집장이 고른 건 김제완의 <겨우 존재하는 것들 2.0>(사이언스북스, 2009). 제목에 '2,0'이 들어간 것은 예전에 동명의 책이 출간됐었기 때문이다. 같은 저자가 쓴 <겨우 존재하는 것들>(사이언스북스, 1993)이 그것이니까 16년만에 2.0이 나온 셈. 대단한 '과작'이다. "‘겨우 존재하는 것들’은 발견하기가 너무 어려워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졌던 중성미자를 일컫는 말이다. 저자는 물리학이 겨우 존재하는 것들로 이뤄진 자연의 비밀을 밝히는 학문임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제목과 추천사를 통해 알 수 있지만 소립자 물리학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책이다. 작년 5월에도 리사 랜들의 <숨겨진 우주>(사이언스북스, 2008) 등을 읽을 만한 책으로 꼽은 적이 있는데, 아직 안 읽었으니 물리학 베스트셀러 <최무영 교수의 물리학 강의>(책갈피, 2008)와 같이 한번 더 묶어놓는다. 대학도 졸업한 마당에 명강의로 소문난 교수들의 물리학 강의를 언제 또 들어보겠는가.(흠, 그래도 5월엔 시간이 안 날 듯싶군)...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최민식의 사진집 <낮은 데로 임한 사진>(눈빛출판사, 2009)이다. 예전에 <종이 거울 속의 슬픈 얼굴>(한양출판, 1996)을 읽은 기억이 있는데, 벌써 오래전이다. 작가의 근황을 둘러볼 수 있는 책일 듯싶다. 추천의 변을 읽어보니 "<낮은 데로 임한 사진>이란 최민식이 자신의 사진 30여 점과 더불어 비로소 자신의 이야기를 자기 입으로 써내려간 책이다. 부산 피난 시절부터 인간과 삶의 본질을 깨달아 알게 된 사진가는 하루도 빼지 않고 50년 동안 셔터를 눌러왔다. 늘 소리 없이 발언을 하고 있는 그의 사진들만 보다가, 그가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니 구수하다. 그리고 최민식의 사진들은 그의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의 험난한 체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오늘 비도 오고 했는데, 어떤가, 이런 사진. 좋지 않은가.  

9. 교양

이한우 기자 꼽은 교양서는 인디고 아이들이 지은 <정세청세>(궁리, 2009). "정세청세란 ‘정-의로운 세-상을 꿈꾸는 청-소년, 세-계와 소통하다’를 줄인 말이다. 그 청소년들은 우리나라 아이들이다. 부산에 있는 청소년을 위한 인문학 서점 ‘인디고 서원’에서 함께 인문학을 공부해 온 아이들이 그동안 쌓은 내공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일단 의미가 있다."는 책이다(인디고 아이들에 대해서는 http://blog.aladin.co.kr/trackback/mramor/1044893 참조). 다시 둘러보니 꾸준히 책을 펴내고 있다. 이런 아이들이 잘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편향된 사교육 신자들도 '반성'을 좀 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아래 사진은 하워드 진을 찾아간 인디고 아이들의 모습.  

한 인터뷰기사(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50399.html)는 이렇게 끝맺는다. "인디고 아이들은 “청소년들이 깨어 있지 않다면 그 사회의 미래는 밝을 수 없다. 그렇기에 우리는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세계의 부조리를 느끼면서 그것을 바꾸려는 신념과 의지를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의 열쇠는 인문학이다. 우리말로 인문학이라고 번역되는 말들을 보면 그 성격이 자유로우면서도(Liberal Arts) 인본적(Humanities)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답은 거기에 있는 걸까. 앞서 어른들의 ‘진짜 사회’에 물음을 제기한 참가자는 “나의 가치가 이 세상 최고라는 생각을 버리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이들이 만들어낼 다음 세대의 인문학이 기대된다.    

10. 비정규직

내 맘대로 고르는 책의 주제로 이달에는 ;비정규직'을 골랐다. 장귀연의 <비정규직>(책세상, 2009)으로 먼저 개념에 대해 정리를 한 다음에(같은 저자의 <권리를 상실한 노동자 비정규직>(책세상, 2006)을 골라도 무방하겠다), <비정규 교수, 벼랑 끝 32년>(이후, 2009)과 <부서진 미래 - 세계화 시대 비정규직 사람들 이야기>(삶이보이는창, 2006)로 '실습'을 해보면 되겠다. 만약 비정규직 문제가 남의 문제라고 여겨진다면 당신은 '대한민국 기득권자'다. MB와 함께 각별히 조심하면서 남은 인생을 즐기길 바란다. 나머지 '대한민국 떨거지'들은 '벼랑 끝'에 서서 '부서진 미래'를 내다보며 해법과 방책을 모색해 보아야겠다. 계절이 좋긴 하나, 어쩌겠는가... 

09. 05. 12.   

P.S. '이달의 고전'으론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을 골랐다. 완독하지는 않더라도 몇몇 문단을 자세히 읽어볼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가령, 1권에 나오는 '행복한 삶' 같은 주제를 놓고 숙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고전은 두고두고 읽는 책인 만큼 그냥 부담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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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5-12 2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은 책 소개보다 몽유도원도 전시 소식이 눈에 확 뜨입니다. 구두협약까지 갔다면 거의 성사된거군요. 일본의 경우 쉽게 구두협약을 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으니...
9월에 서울 갈 일이 생겨버렸어요. ㅎㅎ

로쟈 2009-05-13 08:33   좋아요 0 | URL
저는 김윤식 교수의 기행문에서 처음 알았습니다. 일본의 국보라는 걸...

노이에자이트 2009-05-14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산의 자랑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라 헌책방 거리와 인디고 서원이지요.하워드 진 동무까지 만나다니 대단합니다.

로쟈 2009-05-15 22:46   좋아요 0 | URL
지젝 원고도 받아내고 그랬지요.^^

드팀전 2009-05-15 0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두달에 한번쯤 인디고 가서 책을 사는데요...그냥 가보는거죠.제가 팔아준다고 얼마나 도움이 될까 싶습니다만 어차피 살거 가끔씩은..그곳에서도 그런 심정이지요. 그런데 책이 그다지 많지는 않습니다. 지난번에 가서는 책진열방식을 조금만 바꾸어도 좋을거라고 이야기했어요.책을 쌓아서 진열해놓거든요.아래에 어떤 책이 있는지 옆에 쌓아놓은 책과의 간격이 좁아서 안보입니다. 일괄적으로 15%정도 틀면 아래까지 다 보일텐데하고 말했습니다. 약간만 틀어주는 변화가 큰 차이를 만드는데 그걸 ^^ 인문학을 공부하면 그정도 트는 것은 기본아닐까 싶은데 다음번에 가서 한번 봐야지요.ㅋㅋ

폴 크루그먼의 <불황의 경제학>은 예전에 <불황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세종서적에서 나온적이 있었는데...영어 원제도 같아요.2008이 하나 더 붙은 걸 보니 다른 책일 듯 보입니다만...

노이에자이트 2009-05-15 22:45   좋아요 0 | URL
직접 가보면 그런 문제가 눈에 들어오겠지요.

2009-05-23 2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5-24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간단히 꼽아놓도록 한다. 어느새 4월이고, 여전히 '잔인한 달'이긴 하나 작년 이맘때를 생각하면 최악은 아니다. <실낙원>에 나오는 타락천사 벨리알의 말을 빌면, 비록 지옥에 나가떨어진 처지라 하더라도 "우리의 현재 운수는 만일 우리 스스로가 더 화를 자초하지만 않는다면, 행복이 보기엔 불행이지만, 최악의 불행은 아니니."(무엇이 최악일까?) 아파트 단지 내 목련들이 앞다퉈 흐드러진 자태를 자랑하다가 하나둘 지고 있다. 꽃핀 날들이 길지 않다, 길지 않을 것이다...  

1. 문학 

지난달부터인가 한국간행물위원회 웹진에서는 이달의 읽을 만한 책 추천자를 따로 밝히고 있지 않다. 분야별 추천자가 정해져 있긴 하지만 나도 따로 적지 않겠다. 문학 분야에 선정된 책은 이승우의 <오래된 일기>(창비, 2009)이다. 추천의 변은 작가의 희소성에 대해서 먼저 언급한다. "한국문학에서 이승우의 위치는 매우 귀하다. 그의 작품 세계의 한 축엔 신의 존재에 대한 질문이 있고 또 다른 축엔 인간이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가? 하는 존재론적인 질문이 있다. 그는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관념적인 주제를 지적인 문체로 일관되게 작품 속에 승화시켜 왔다. 그의 데뷔작인 “에리직톤의 초상”이 한국 문학에 강렬하게 풍긴 인상을 아직도 어제 겪은 일처럼 간직하고 있는 독자들도 꽤 많을 것이다." <오래된 일기>는 그런 작가의 중단편 8편을 싣고 있다. 대표작 <생의 이면>(문이당)과 소설작법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마음산책, 2006)도 이 참에 같이 손에 들어도 좋겠다. 목련나무 그늘 아래서.  

2. 역사 

역사 분야의 책은 전에 언급한 적이 있는데, 수전 캠벨 바톨레티의 <히틀러의 아이들>(지식의풍경, 2008)이다. "1932년 10월 히틀러가 청소년단(유겐트) 단원들에게 “젊은이가 위대한 이상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나라의 국민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라고 물었을 때만 해도 그 말의 의미를 아무도 몰랐다. <히틀러의 아이들>은 그 후 독일의 청소년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를 추적하는 책"이라고 소개된다. 사진이 많이 들어가 있어서 묵직한 물음을 던지는 책이지만 가볍게 읽을 수 있다. 이왕에 히틀러를 손에 들었다면 리처드 오버리의 <독재자들>(교양인, 2008)과 라파엘 젤리히만의, <집단애국의 탄생 히틀러>(생각의나무, 2008)도 같이 고려해볼 만한 책들이다(책들은 다 구해놓았지만 나는 아직 읽을 짬을 못내고 있다).    

3. 철학 

철학 분야의 책은 신정근의 <공자씨이 유쾌한 논어>(사계절, 2009)이다. <논어>라면 이미 신물이 날 정도로 많은 번역서와 주해서들이 나와 있는 상태이지만, "이번에 출간된 <공자씨의 유쾌한 논어>는 여러 가지 점에서 그 수많은 책들과 뚜렷이 구별된다. 먼저 더할 나위 없이 친절한 해설에 이어 발랄하고 경쾌한 일상어로 원문을 번역, 해석했다." 게다가 저자가 이전에 낸 공자/논어 관련서를 집대성하고 있다고. <논어>에 대해서는 예전에 리쩌허우의 <논어 금독>(북로드, 2006) 등을 '이달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아둔 적이 있는데, 그간에도 여러 권이 더 나왔다. 도올의 <논어 한글 역주>(통나무, 2009) 전3권도 도서관에서 대출해봄 직한 책이다.  

 

4. 정치 

정치분야의 책으로 추천된 것은 미국의 국제전략연구소(CSIS)에서 펴낸 정책보고서 <스마트파워>(삼인, 2009).  "이 책은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고 있는 이유를 분석하고 미국의 새로운 외교 전략으로 ‘스마트 파워’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즉 미국이 리더십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부시처럼 군사력 등 하드 파워를 일방적으로 휘두르지 말고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상대방을 끌어들이는 문화, 가치 등 소프트 파워로 세계를 설득해야 하는데 이 같은 하드 파워와 소프트 파워를 통합하고 조율하여 미국의 이익과 세계의 이익을 일치하도록 만들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스마트 파워라는 것이다." 요컨대, '스마트파워 = 하드파워 + 소프트파워'다. 강온 양면책이라고 할까. 조지프 나이의 <소프트 파워>(세종연구원, 2004)와 즈비그뉴 브레진스키의 <미국의 마지막 기회>(삼인, 2009)도 같은 범주에 넣을 수 있는 책이다. 필요할 때 읽어봄 직하다.   

5. 경제/경영  

경제/경영 분야의 책은 역시나 생소한데, 바한 잔지지언의 <버핏톨로지의 비밀>(비즈니스맵, 2009)이다. 워렌 버핏이 누구인지는 알지만 투자할 돈이 없는 처지라 나에겐 이 '오마하의 현인'의 값비싼 충고가 별 의미가 없다. 그러니 순수하게 '전기'로 읽을 수밖에 없는데, 이 책은 "버핏의 좋은 점뿐 아니라 문제가 될 수 있는 점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한다. 물론 그럼에도 "이 책 역시 거의 대부분이 그의 성공 비결에 대한 설명으로 채워져 있다. 그의 성공담은 그 자체로 하나의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즐거움을 준다. 워싱턴포스트 사 주식을 사들여 20여년 만에 11,609%의 수익을 올린 그의 천재성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도대체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가졌기에 큰돈을 벌게 해줄 투자대상을 족집게처럼 집어낼 수 있는지 경탄을 하게 된다." 글쎄, 그 '경탄'도 내 몫은 아닌 듯싶다. 버핏의 투자전략에 관한 책으로는 티머시 빅의 <워렌 버핏의 가치투자 전략>(비즈니스북스, 2005)이 많이 읽히는 듯하다. 이민주의 <워렌 버핏>(살림, 2009)은 가장 간략한 소개이다. 

 

6. 사회 

사회분야의 책은 요하임 바우어의 <학교를 칭찬하라>(궁리, 2009)이다. 책은 생소하지만, 저자의 이름은 낯설지 않아서 찾아보니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 원칙>(에코리브르, 2007) 등 이미 몇 권이 소개된 저자다. 책은 독일의 스테디셀러라고 하는데, "학교교육의 정상화를 위해 교육당사자들이 힘을 모아야 함을 강조한다. 특히 뇌 연구에 주력해 온 신경생물학자요 정신신경과 의사인 저자는 인간의 학습이 “거울뉴런"이라는 공명현상을 통해 이루어진다는 독창적 가설과 함께 학생-교사-학부모의 공조적 관계 형성이 학교교육의 성패를 좌우하는 관건임을 역설한다." 인상적인 건 분량이 185쪽밖에 되지 않는 것. 원저가 150쪽 안팎이지 않을까 싶다. 두어 시간이면 읽을 수 있을 책이다.   

7. 과학 

과햑분야의 책은 <세계의 과학자 12인, 과학과 세상을 말하다>(지호, 2009). 무슨 책인가는 이미 제목이 다 말해주고 있다. "이 책에서는 ‘진화하는 진화론’의 저자 스티브 존스, 인간의 뇌와 의식을 연구하는 수전 그린필드, 자신의 팔에 실리콘 칩 송수신기를 이식한 인공두뇌학자 케빈 워릭, 인류를 궁지로 몰지도 모르는 바이러스를 사랑하는 도로시 크로포드, 암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마이크 스크래튼, 현대 과학의 위기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수학자 노먼 레빗 등 12명의 과학자들과 직접 지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만날 수 있다." 내가 아는 이름이 스티브 존스와 케빈 워릭밖에 없군...  

8. 예술 

예술분야의 책은 국립민속박물관이 펴낸 <엽서 속의 기생 읽기>(민속원, 2009)이다. "국립민속박물관이 이번에 내놓은 <엽서 속의 기생읽기>는 그런 맥락에서 하나의 주제, ‘기생’이라는 대상으로 묶을 수 있는 그림엽서들을 모아 제작한 중요하고도 재미있는 책이다. 총 265점의 자료를 수록해 놓은 이 책은 각 그림엽서의 제목과 그림의 설명, 추측이 가능한 경우 연도 등이 밝혀져 있다. 그리고 단락별로는 필요한 역사적 지식과 문화, 예술적 배경의 장을 함께 싣고 있어 다각도로 당대를 이해할 수 있게 배려했다." 기생이라고 하니까 생각나는 책은 기와무라 미나토의 <말하는 꽃 기생>(소담출판사, 2002). 사진집 <기생은 어떻게 만들어졌는가>(아카이브북스, 2005)도 요긴한 자료가 될 수 있겠다.  

 

9. 교양 

교양분야의 책은 잉겔로레 에버펠트의 <유혹의 역사>(미래의창, 2009). 이미 소개한 적이 있는 책인데, "남자와 여자에 관한 적나라한 보고서다. 아마도 저자가 남자였다면 상당히 논란이 됐을 만큼 여자의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하는 본능’을 확 까발리고 있다. 독일의 성의학자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저자는 여자들의 세계를 ‘예쁘게 보이고 싶어 하는’ 경쟁의 세계로 파악한다. 그 경쟁은 너무나도 치열하다. 진짜건 가짜건 예쁘기만 하면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본능이 그 저변에 깔려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히틀러의 아이들>과 함께 좀 읽어둔 책이어서 반갑다. '유혹'을 주제로 한 책들을 좀 찾아봤지만, 결과는 좀 실망스럽다. 이명옥의 그림책 <팜므 파탈>(다빈치, 2003; 시공아트, 2008) 정도가 눈길을 끌 뿐. 키에르케고르의 <유혹자의 일기>(한길사, 2001)로나 손길이 가는 것이 나의 한계다(오래전에 러시아어본까지 구해놓고 아직 안 읽고 있다).   

10. 시차적 관점 

아동분야 대신에 주관적인 관심사에 따라 정하는 마지막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은 지젝의 <시차적 관점>(마티, 2009)이다. 그의 단독저작으론 오랜만이어서 독서욕을 자극한다. 페이퍼백 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기에 같이 읽어도 좋겠고,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가라타니 고진의 <트랜스크리틱>(한길사, 2005)을 새롭게 다시 손에 들어도 좋겠다. 지젝과 가라타니의 조우 장면을 보다 잘 관람하기 위해서. 물론 분량상으론 두어 달은 읽어야겠지만...

09. 04. 04.  

P.S. 이달의 고전은 지난 만우절에 탄생 200주년을 맞은 니콜라이 고골(1809-1852) 읽기이다. 작품집을 일단 골랐는데, <오월의 밤>(생각의나무, 2007)부터 시작하면 된다. 이어서 <뻬쩨르부르그 이야기>(민음사, 2002), 그리고 희곡 <검찰관>(민음사, 2005)이 필독서. 여유가 있다면, <친구들과의 서신 교환선>(나남출판, 2007)까지도 서가에 꽂아두면 금상첨화. 흠, 고골고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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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바다 2009-04-05 09: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리엇의 '황무지'에 대한 언급 없이 새로운 4월을 맞이하긴 참 힘들군요^^ 작년 4월 로쟈님이 어떤 상태였나 옆 캘린더를 거꾸로 돌려 가보니, 서재 상으론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고 계시네요^^ 서재에 드러난 상징적인 로쟈님과 제가 알 수 없는 실재하는 로쟈님과의 간극을 새삼 느끼게 됩니다^^

지젝은 러시아 혁명의 의미를 다시 묻는 데 굉장히 열심이군요. 그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데 그토록 두꺼운 책이 필요하다면 그 혁명이 다시 희망으로 작용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 참 난감하게 느껴지네요^^ 유토피아에 대한 과도한 갈망 없이 건강하게 유지되는 사회가 존재할 수 있을까요? 조선 시대 사람들에게도 유토피아에 대한 갈망이 있었을까요?

로쟈 2009-04-05 09:34   좋아요 0 | URL
서재는 제 '외관'이자 피난처지요(물론 좀 허술하긴 해도).^^; <시차적 관점>은 사실 러시아혁명 얘기만 다루는 건 아니고, '시차'라는 개념을 통해서 자신의 헤겔-라캉주의와 변증법적 유물론을 재정식화하려는 시도 같아요. 그래서 부피가 늘어난 것이고, 일종의 '종합선물세트' 같은 책입니다. 현재까지는 '지젝의 모든 것'이라고 해도 좋을 듯합니다...

푸른바다 2009-04-05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변증법적 유물론이란 말을 생각해보면 '변증법'은 상징계를 지칭하고 '유물론'은 실재계를 지칭하는 듯 싶기도 하군요. 실재계와 상징계의 관계도 변증법적이라고 해야겠지만... 유물변증법에서 변증법적 유물론으로의 이행은 중심축이 상징계에서 실재계로 이동하는 것을 상징하는 듯 싶기도 하군요^^ 저도 아주 오래전에 맑스의 '철학'은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보다 큰 새로운 사조의 획기적인 전기로 위치지워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져본 적이 있습니다. 물론 정교하게 생각을 발전시키지는 않았지만.. 실재계로의 방점의 이동은 화이트헤드가 지적하는 '완벽한 사전의 오류'와도 관련이 있을 듯 싶습니다. 영원히 닿을 수는 없지만 끊임없이 작용을 하는 실재를 가정하는 것이 상징계의 한계를 인정함과 동시에 끊임없는 생성에의 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것이 화이트헤드가 말하는 목적인과 어떻게 조화될 수 있을지는 더 고민을 해봐야 겠지만...

로쟈 2009-04-07 00:21   좋아요 0 | URL
지젝과 화이트헤드라... 지젝도 흥미로워할 거 같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4-06 2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도 <검찰관>을 연극무대에 올리나요?

로쟈 2009-04-07 00:20   좋아요 0 | URL
상시 공연 레퍼토리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4-07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음양 2009-04-16 1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른바다 / 정감록이 유토피아에 대한 민중의 갈망을 드러내는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정감록을 보면 난을 피해 숨어 있기 좋은 곳, 즉 십승지설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실제로 그지역으로 특히 북쪽지방 사람들이 많이 이주했지요. 경상도 풍기가 대표적인 곳입니다. 풍기가 인삼으로 유명해진 이유에는 황해도 사람들이 대거 이주해 인삼 재배를 시작하면서 부터이지요.
 

지난 2월에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대학 신입생을 위한 추천도서'를 선정해 발표했다. 취지는 이렇다. "문학, 역사 등 각 분야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 좋은책선정위원회는 대학 입학을 앞둔 신입생들의 기본 소양 형성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에서 매년‘대학 신입생을 위한 추천도서’를 선정, 발표하고 있다." 20권의 책이 추천됐는데, 목록에 대한 소감을 그때 적어두려다가 미뤘었다. 오늘 보니 대학도서관 홈피에도 떠 있고 하기에 다시 생각이 나서 목록과 함께 몇 마디 보탠다. 일단 리스트는 이렇다.  


연번


서명


저/ 역자


출판사


1


광장


최인훈


문학과지성사


2


당신들의 천국


이청준


열림원


3


모던 타임스(Ⅰ,Ⅱ)


폴 존슨/ 조윤정


살림


4


광기의 역사


미셸 푸코/ 김부용


인간사랑


5


마르크스의 유령들


자크 데리다/ 진태원


이제이북스


6


자크 라캉 세미나 11


자크 알랭 밀레 편/ 맹정현 외


새물결


7


전체주의의 기원(1,2)


한나 아렌트/ 박미애 외


한길사


8


극단의 시대(상,하)


에릭 홉스봄/ 이용우


까치글방


9


행복의 지도


에릭 와이너/ 김승욱


웅진지식하우스


10


괴짜경제학


스티븐 레빗 외/ 안진환


"


11


불안


알랭 드 보통/ 정영목


이레


12


세계시민주의 


콰메 앤터니 애피아/ 실천철학연구회


바이북스


13


이분법을 넘어서


장회익, 최종덕


한길사


14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


홍성욱


서울대학교출판부


15


이중나선


제임스 왓슨/ 최돈찬


궁리


16


과학혁명의 구조


토머스 S. 쿤/ 김명자


까치글방


17


공간의 시학


가스통 바슐라르/ 곽광수


동문선


18


고삐 풀린 현대성


아르준 아파두라이/ 차원현 외


현실문화연구


19


리바이어던


토마스 홉스/ 신재일


서해문집


20


침묵의 봄


레이첼 카슨/ 김은령


에코리브르

'좋은책선정위원회'는 '이달의 읽을 만한 책' 선정위원회이기도 해서, 리스트를 보면 대략 누가 어떤 책을 추천했는가 짐작해볼 수 있다. 가령, 철학 분야의 책들인 <광기의 역사>, <마르크스의 유령들>, <자크 라캉 세미나 11> 등은 김상환 교수(서울대 철학과)의 추천작일 것이다(한데, 이건 대학 신입생이 아니라 대학원 신입생을 위한 추천도서가 아닌지?). 특기할 만한 것은 국내서가 두 권의 한국 소설을 포함해서 네 권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광기의 역사>와 <리바이어던>은 완역본이 있음에도 발췌역본이 선정됐다는 점(실무자들의 착오가 아니라면 의아한 일이다. 고등학교 신입생을 위한 추천도서도 아닌데 말이다). 몇 가지 분야로 나누어 나대로의 추천도서도 보태본다.  

1. 문학  

 

최인훈의 <광장>(문학과지성사)는 얼마전에 새 전집판이 나왔고 이청준의 <당신들의 천국>은 문학과지성사판 외에 열림원판이 나와 있다. 국내서가 두 권이므로 국외서를 하나 덧붙이자면, 내가 주로 추천하는 책은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다. 그러고 보니 세 권 모두 이념과 삶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2. 철학 

 

푸코의 책 <광기의 역사>는 간행물윤리위원회에서 추천한 인간사랑판 외에 완역본인 나남판이 있다(내가 알기에 인간사랑판은 중역본이 번역도 더 낫다는 얘기를 들어본 바 없다). <마르크스의 유령들>도 일단은 마르크스의 <공산당선언> 정도는 읽은 다음에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자크 라캉 세미나 11>도 마찬가지다. 프로이트의 책을 한 권이라도 먼저 읽는 게 순서일 것이다. 나도 아직 읽어보지 않았지만, 김덕영의 <프로이트, 영혼의 해방을 위하여>(인물과사상사, 2009) 같은 책을 조감도 삼아 미리 읽어보는 게 낫겠다. 개인적으론 윌 듀란트의 <철학이야기>가 가장 무난한 책이다. 물론 동양철학은 다루지 않기에, '서양철학 이야기'가 보다 적합한 제목이긴 하지만(국내엔 서너 종의 번역이 나와 있다).  

3. 역사 

 

역사분야의 책은 두 종의 '20세기사'다. 역사서는 비교적 난이도에 구애를 받지 않기 때문에 읽어봄 직하다(분량은 좀 부담스러울 수 있겠다). 한국현대사 쪽으로는 강준만의 <한국 현대사 산책>(전18권)을 필요할 때 참고할 수 있겠다.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창비, 2001)도 원서와 함께 읽어봄 직하다(내가 신입생이라면 그러고 싶다).  

 

4. 정치 

 

정치분야의 책은 한나 아렌트의 <전체주의의 기원>인데, 이 또한 신입생에겐 좀 부담스러운 책일 듯싶다. 이왕 부담스러운 김에 지젝의 <전체주의가 어쨌다구?>까지 더 얹어놓는다. 

5. 경제 

 

경제학 책으로 추천된 것은 스티븐 레빗 등의 <괴짜 경제학>인데, 장하준의 <사다리 걷어차기>와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 등도 같이 읽어봄 직하다. 입장은 조금 다르더라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를 바라보는 조금 다른 시각을 엿볼 수 있겠다. 물론 <88만원 세대> 같은 화제작도 대체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 것인지, 관심을 가져볼 수 있겠고.  

6. 사회 

  

사회분야의 책으론 인도 출신의 문화인류학자 아르준 아파두라이의 <고삐 풀린 현대성>이 추천되었다. 나는 갖고 있지 않은 책인데, "국민국가의 종말, 탈영토화, 탈식민주의 등을 탐구한 평론. 지난 20년간 진행된 세계화가 국가의 경계를 흐리고 있다고 진단하며 ‘탈국가론’을 제시하고, 곧 초국가주의가 도래할 것이라 말한다." 아프리카계 학자인 콰메 앤터니 애피아의 <세계시민주의>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겠다. 나는 거기에 가라타니 고진의 <세계공화국으로>으를 덧붙이고 싶다. 저자가 고등학생도 읽을 수 있도록 배려한 책이므로 대학 신입생이라면 거뜬히 읽을 수 있을 것이다.  

7. 과학  

 

과학책으론 왓슨의 <이중나선>과 홍성욱의 <인간의 얼굴을 한 과학>이 선정됐다. 생물학 책이 빠진 듯해서 보태자면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 이젠 '고전'의 지위를 얻고 있는 책이 아닐까. 다윈과 다윈주의에 대한 입문서로서도 유력하다.  

 

장회익, 최종덕 교수의 대담집 <이분법을 넘어서>와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의 구조>, 그리고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은 과학철학자의 저작이란 공통점이 있다. 과학과 역사, 그리고 시 사이의 크로스오버를 즐길 수 있도록 해준다. 물론 실제로 읽는 건 만만찮은 일이어서 <이분법을 넘어서>를 제외하면 책장을 몇 장 못 넘길 우려도 있다.  

8. 예술  

흥미롭게도 예술분야의 책은 눈에 띄지 않는다. <공간의 시학>이 이 범주로 고려됐던 것일까? 여긴 뭐 무주공산이므로 그냥 세 권을 채워넣는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읽은 책은 아마도 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일 텐데, 최근엔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쪽으로 쏠리는 듯하다.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는 누구나 추천하는 책이지만, 그냥 돈 모아서 소장해두는 책이라고 해두자. 나는 러시아문학이 전공이기에 <러시아 미술사>도 필독서로 넣고 싶다.  

9. 교양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 지도>와 알랭 드 보통의 <불안>, 그리고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은 교양서로 묶는다(카슨의 책은 이미 '고전'이기도 하지만). 이중 가장 의외의 책은 <행복의 지도>. 지난 가을에 나왔으니까 출간된 지 아직 반년밖에 되지 않은 책이다. 하지만 '어느 불평꾼의 기발한 세계일주'란 부제를 고려해보건대, 가장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지 않을까 싶다(나도 읽어보고 싶다!). 소개를 보니 "'지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을 찾겠다는 기상천외한 여행기"라 한다. <불안>은 베스트셀러 작가의 수상록이고, <침묵의 봄>은 환경운동의 모태가 된 책. '행복'과 '불안', '침묵' 중에서 자신과 가까운 쪽을 택해 교양으로의 여정을 시작하면 되겠다. 

10. 고전 

  

신입생들이 읽을 만한 고전으론 홉스의 <리바이어던>이 추천됐다. 한데, 서해문집판은 지적했다시피 발췌본이다. 완역본은 나남에서 두 권짜리로 출간된 바 있다. 가격에서나 분량에서나 모두 부담스러운 책.   

 

정 부담스럽다면, <리바이어던>에 대한 해제서를 읽거나 유사 <리바이어던>을 읽는 것도 좋겠다. 폴 오스터와 보리스 아쿠닌 소설의 제목이 <리바이어던>이다...  

09. 03. 07. 

P.S. 대략 대학 신입생을 위한 간행물윤리위원회 추천도서를 따라갔는데, 이런 목록이야 '일람'의 용도 이상의 의미는 갖기 어려울지 모른다. 그럼에도 뭔가 '잔소리'처럼 덧붙이는 것은 "내가 대학 신입생이었을 때 이런 책들을 읽었더라면" 하는 이루어질 수 없는 바람을 토로하는 것일 수도 있다. 내 맘대로 그런 바람을 더 보태자면, 서경식의 <고통과 기억의 연대는 가능한가?>, 이희재의 <번역의 탄생>, 고종석의 <감염된 언어> 등을 꼽고 싶다. 모두가 '국가' '국민' '국어'가 무엇인지에 대한, '한국어'와 '한국인'의 운명에 관한 책이다. 대학생이 된다는 것은 얼핏 자명해 보이는 그러한 '조건'에 대해서, 나의 삶과 언어의 '테두리'에 대해서 의문을 갖는다는 뜻이다. 가져도 좋다는 뜻이다. 물론 '나'에 대한 물음은 청소년기에 먼저 떼고 와야 하는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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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대학 신입생을 위한 추천도서
    from 로쟈의 저공비행 2010-03-07 21:08 
    메를로퐁티의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을 검색하다가 알게 된 것인데, 흥미롭게도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가 선정한 '2010년도 대학 신입생을 위한 추천도서 20종'에 포함돼 있다('대학원 신입생'을 위한 책이 아닐까?). 겸사겸사 추천도서의 리스트를 훑어보고, 분야별로 몇 권씩 묶어놓는다(작년에도 같은 리스트를 올려놓은 적이 있군. 목록을 비교해보도 좋겠다). 폴 크루그먼의 <불황의 경제학>과 알랭 드 보통의 <왜
 
 
람혼 2009-03-07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완역본이 나온 지도 이미 오래인데 굳이 <광기의 역사> 추천도서로 인간사랑에서 나온 축약본을 선정한 것이 좀 이상합니다(번역 자체에 대한 시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그런데 <광기의 역사> 불어완역본의 출판사는 민음사가 아니라 나남출판입니다.

로쟈 2009-03-07 22:06   좋아요 0 | URL
맞아요. 수정했습니다. 아마 선정위원은 그냥 <광기의 역사>라고만 했겠죠. 실무진에서 찾아본 게 인간사랑판이었을 거구요...

마늘빵 2009-03-07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신입생을 위한 책은 별로 보이지 않는데요. 이건 대학원생을 위한 추천 도서인듯. 그것두 인문/사회대쪽만. 알랭 드 보통의 <불안>이 들어간 게 재밌네요. 나름 학술적인 책만으로 목록을 짜지 않으려고 한 것 같기도 하고.

로쟈 2009-03-07 22:06   좋아요 0 | URL
그게 선정위원들이 그냥 몇 권씩 추천한 걸 합산하지 않았나 싶어요...

마냐 2009-03-08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대학 신입생 시절 이후 강산이 몇번 바뀌었는데, 읽지 않은 책이 훨 많군여..ㅎ 그렇다고 사회인을 위한 추천도서로도 그닥 땡기지는 않지만, 로쟈님의 별도 추천은 귀담아 둘께여..^^;

로쟈 2009-03-08 08:55   좋아요 0 | URL
하워드 진과 지그문트 바우만의 책들을 집어넣으려다가 국내서로만 갔습니다.^^;

2009-03-08 0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8 08: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8 04: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3-08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드팀전 2009-03-08 05: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고등학생들은 수준이 좀 높아지긴했지만...이런 리스트들은 늘 교수들의 자기수준에서 '이 정도는 읽어야지 않아'하는 식으로 추천도서를 올린다니까요. 저도 <광기의 역사>는 완역본만 봤는데...서점에서 보니까 두께차이가 거의 두배더군요.^^ 나남판을 결국 다시 사야겠다는 생각만하고 늘 다른 걸로 손이.

로쟈 2009-03-08 08:55   좋아요 0 | URL
저도 절반 정도는 감이 없는 추천이란 생각이 들어요. 또 대학마다 필독도서 리스트를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중복성도 있고요. 그런 걸 읽는 교양강의들도 있습니다. 한두 권, 한두 명의 저자와 친숙해지는 게 더 중요한 듯싶어요...

노이에자이트 2009-03-08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수들도 자기가 추천한 책 외에는 읽기 벅차겠네요.우리나라 학생들,대학 입학할 때 대입시험공부 외의 배경지식은 머리 속에 없다는 현실을 잘 알면서 왜 이런 책들을 추천서라고 내놓는지 모르겠습니다.로쟈 님은 그 심리를 어떻게 해석하십니까?

로쟈 2009-03-08 16:09   좋아요 0 | URL
'심리'까지는 아니구요, 그냥 '관행'이죠. 약간은 무성의한 번역본 선정도 그런 탓이겠구요...

rkaksh 2009-03-23 2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몇책들은 고등학교때 읽긴읽었는데...

아직도 잘 모르겟네요...

로쟈 2009-03-24 00:24   좋아요 0 | URL
소설을 제외하고 읽으셨다면 조숙하셨네요.^^

keith 2019-01-15 0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추천 감사합니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좀 뒤늦게 올려놓는다. 개강 첫 주라 정신없이 바빴고, 일도 많았다. 물론 그 일들이 다 끝난 건 아니지만, 금요일 밤이라는 핑계로 잠시 한숨 돌린다(내일 일은 내일로 미루자!). 사실 지난달 마지막 날인 28일에 페이퍼를 올려두려고 했으나 간행물윤리위원회의 웹진이 늑장을 부렸다. 그러니 이렇게 페이퍼가 늦어진 것이 내 탓만은 아니다(돌이켜보니 19일에 올린 달도 있었다!). 이 정도로 변명을 대신하고, '3월의 읽을 만한 책'을 좀 뒤적거려 본다. 흠, 바다 냄새, 화약 냄새가 미리부터 진동하는군... 

1. 문학 

문학분야의 책으로 소설가 신경숙씨가 고른 건 소설가 한창훈의 <나는 여기가 좋다>(문학동네, 2009). 표지에서도 짐작해볼 수 있지만 제목에서 '여기'는 '섬'이고 '바다'이다. 바다와 섬 사람들에 대한 소설. "소설가 한창훈은 바다와, 바다를 생존의 터로 여기고 사는 사람들의 대변인처럼 소설을 쓴다. 오랫동안 그래왔다. 무슨 얘기를 써도 한창훈의 글에서는 바다 냄새가 펄펄 난다. 그러니까 이 소설집의 제목 ‘나는 여기가 좋다’ 란 곧 ‘나는 바다가 좋다’ 이기도 하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소설가 한창훈, 하면 저절로 그 이름 뒤로 바다가 따라다닌다. 우리나라 바닷가 사람들이 어떤 모양새로 살아가고 있는지를 알려면 사실적인 어떤 기록을 뒤져보는 것보다 한창훈의 소설을 읽는 일이 더 실감나는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다." 해서 봄보다는 여름이 더 잘 맞을 듯싶은 소설이기도 하다.   

찾아보니 <홍합>(한겨레출판, 1998)으로 널리 이름을 알린 이후에 쓴 <세상의 끝으로 간 사람>(문학동네, 2001), <섬, 나는 세상 끝을 산다>(창비, 2003), <청춘가를 불러요>(한겨레출판, 2005) 등도 모두 그의 섬 이야기이고 바다 이야기이다. 이 정도면 일로매진의 대표적인 작가가 아닐까 싶다. 얼핏, <갯마을>의 작가 오영수와 <성삼포>의 시인 이생진이 떠오른다. 제주도의 사진작가 김영갑의 <그 섬에 내가 있었네>(휴먼&북스, 2007)은 이 참에 알게 된 책이고(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0258495 참조). 흠, 김영갑 갤러리가 제주도 최고 관광지의 하나라고 한다. 제주의 봄이 문득 궁금해지는군...  

2. 역사 

역사학자 이덕일씨가 고른 역사분야의 책은 박재광의 <화염병기>(글항아리, 2009)이다. 서저에서 봤을 때 바로 떠올린 건 영화 <신기전>인데(예고편만 봤다), 실제로 조선의 병기를 다룬 책이어서 신기전 얘기도 나온다고. "고려 말부터 조선에 이르기까지 여러 화기에 대해 체계적으로 서술하고 있는 이 책은 이처럼 일반의 상식을 뛰어넘는 사례들로 풍부하다"는 것이 추천의 이유다.    

 

무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보통 전쟁사의 애독자이기도 할 텐데, 저명한 전쟁사가 존 키건의 <1차세계대전사>(청어람미디어, 2009)가 마저 출간됐다. 먼저 나온 <2차세계대전사>(청어람미디어, 2007)의 짝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세계전쟁사>(까치글방, 1996)과 세트를 맞추어도 좋겠다(키건의 책은 몇 권 더 출간돼 있다). 방대한 분량의 세계대전사를 집필한 저자도 놀랍지만, 개인적으론 역자인 조행복씨에게도 경탄을 금치 못하겠다. 작년 봄부터 펴낸 역서가 굵직한 책으로만 여섯 권이다. 더러 지체되어 나온 책들이 있다손 치더라도 초인적인 작업량이라 아니할 수 없다.   

3. 철학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철학 분야의 책은 나도 최근에 서평을 쓴 바 있는 바우만의 <유동하는 공포>(산책자, 2009)다. 추천사는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는 속담은 어떤 지각이론을 담고 있다. 그것은 시각이 청각보다 우월하다는 이론이다. 조금 더 비튼다면 이렇게도 말할 수 있다. 백 가지 말, 백 가지 설명이 하나의 이미지만 못하다. 백 가지 이야기도 어떤 시각적 이미지로 수렴되지 못하면 오래 머물러 있을 수 없다."란 구절로 시작하는데, '3월의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하는 기사는 이걸 받아서 <유동하는 공포>의 핵심을 "백 가지 말, 백 가지 설명이 하나의 이미지만 못하다는 사례를 들어 이미지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고 요약했다. 이미지의 중요성을 역설하는 책? 역시나 직접 읽지 않고 들은 풍월로만 전달하다 빚어지는 오류라고 해야겠다.   

이미지 얘기가 서두에 나온 건 바우만의 근대성의 이미지를 '불(빛)'에서 '물'로 바꾸어놓았다는 얘기를 꺼내기 위해서였다. "폴란드 출신의 세계적인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은 근대성을 물의 이미지에 담아 설명했다. 이것은 우리가 통상 근대성에 대해 가져왔던 이미지와는 많이 다르다. 계몽, 이성의 빛 등과 같이 근대성을 표현하는 말들은 오히려 밝은 불의 이미지를 중심에 두고 있지 않은가."라는 식으로 말이다. 최근에 바우만의 책을 여러 권 입수했는데, 아직 소개되지 않은 '유동성' 시리즈 몇 권도 마저 출간되면 좋겠다.     

그리고, '물의 이미지로 본 근대'라고 해서 생각난 것인데, 러시아의 근대야말로 '유동하는 공포'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내가 염두에 둔 건 푸슈킨의 서사시 <청동기마상>으로, 표트르대제가 핀란드만 옆에다 세운 인공도시 페테르부크르의 대홍수를 다룬 작품이다. 가난한 하급관리 예브게니가 홍수로 약혼녀를 잃고 헤매다가 나중에는 청동기마상(표트르 대제의 동상)에 쫓긴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알렉산드르 베누아는 그 장면을 이렇게 그렸다.  

 

"가련한 미치광이가 어디로 가든 청동기마상이 무겁게 말발굽 소리 울리며 밤새도록 그의 뒤를 따라왔다." 공포스럽지 않은가?! 이 또한 '유동하는 공포'라 이름붙이고 싶다.  

4. 정치 

손호철 교수가 추천한 정치분야의 책은 공진성의 <폭력>(책세상, 2009)이다. "이 책은 폭력이란 무엇이며, 폭력과 비폭력은 어떻게 구별하고 누가 이 같은 기준을 정하는지, 나아가 폭력과 법과는 어떠한 관계에 있으며 민주주의에서 폭력은 어떻게 다루어져야 하며, 미래 사회에서 폭력은 어떠한 양상을 띨 것인지 등 폭력에 대해 우리가 궁금해 하고 있으며 알아야 할 의문들에 쉽게 답을 해주면서 이 문제에 대해 성찰을 하도록 만들어주고 있다."라고 소개한다.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라서 나는 지난 1월말에 책을 읽었는데, 저자가 주장하는 몇 가지 논점은 다음과 같다. (1)폭력은 파괴를 수반할 수 있는 강렬한 힘이다. (2)그렇기 때문에, 폭력은 두려운 것이지만, 경험과 적응 여부에 따라서 그 강렬함의 정도와 두려움의 정도는 달라질 수 있다. (3)그렇기 때문에 폭력의 폭력성을 결정하는 것은 폭력의 사용자가 아니라 폭력의 대상이다. (4)폭력은 인간과 관련된 것이다. 이러한 논점이 어떤 성찰로 유도하는지 나는 잘 모르겠다. 저자는 '민주주의 사회와 폭력' 장에서는 '상징적 폭력'의 문제를 다루면서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에 대해 16쪽이나 할애하는데, '80년 광주'에 대해선 8줄을 할애하고 있는 것과 너무 대조된다(저자가 합창단 '음악이 있는 마을'의 테너라고 소개된 약력을 보고서야 어찌된 영문인지 이해할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동의는 할 수 없다).  

저자의 결론은 이렇다. "폭력을 중지시키기 위해서는 폭력이 필요하며, 폭력을 더 큰 폭력으로 제압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강해져야 하고 더 큰 폭력에  익숙해져야 하지만, 그렇게 폭력에 익숙해지고 무감각해지면 더 이상 타인이 겪는 폭력을 폭력으로 느낄 수 없게 된다. 이 폭력의 딜레마에서 우리는 과연 벗어날 수 있을까?"(140-1쪽) 흠, 다시 읽어봐도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다. 차라리 내게는 사카이 다카시가 쓴 <폭력의 철학>(산눈, 2007)이 더 이해하기 쉽고 유익하다. 결들여 지적하자면, 책은 노무현 정부 시절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의 이름을 '정창호'라고 오기했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추천한 경제/경영서는 임상규의 <녹색희망, 농업의 미래>(매일경제신문사, 2009)이다. 저자는 참여정부의 마지막 농림부 장관이었다고 한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우리 농업의 현실에 대한 객관적 분석으로부터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이르는 광범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특히 오랜 공직자 생활로부터 우러난 날카로운 정책 감각이 책 전반에 걸쳐 생생하게 드러나고 있다."   

관심사가 다른 탓에 책을 손에 들 것 같지는 않지만, '녹색'이라는 말이 새로운 '전쟁터'가 되고 있다는 점만은 지적해두기로 하자. 사단은 <녹색평론>이 쌓아온 그간의 입지를 한순간에 어그러뜨리는 '녹색성장'이란 말이다. 우석훈에 따르면(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336940.html), '회색사업'이라 불러 마땅하지만 녹색으로 분칠하고 다니는 탓에 이 유행어는 경계해야 할 키워드의 하나가 되었다. 생태주의와 반생태주의가 모두 '녹색'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니 말의 경제가 '뒤죽박죽'이다. 개념 정리 차원에서 '생태경제학자' 우석훈의 말을 참조해두기로 하자.   

자, 상황은 그렇고, 이명박 정부에서 얘기하는 녹색성장이 과연 녹색인가 회색인가, 이에 대해서 잠깐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역사적인 의미로 말하자면, 녹색이라는 단어는 본디 생태주의나 환경주의라는 의미보다는 ‘핵폭탄 반대’라는 의미가 더 깊다. 1960~70년대, 냉전이 깊던 시절 핵실험은 사막과 바다에서 주로 이뤄졌는데, 이 핵실험을 막을 수는 없더라도 그 장소에서 ‘증인’이 되고자 했던 사람들이 녹색이라는 상징을 썼다. 숱한 박해를 당하고, 죽기도 많이 죽었지만, 냉전 시절 가장 강렬한 평화주의자들이 핵실험장에서 같이 죽겠다고 덤볐다는 것이 녹색이라는 색깔이 가졌던 상징이다. ‘그린피스’의 그린을 요즘은 환경 또는 생태라는 의미로 이해하는 사람이 있지만, 원래의 의미는 ‘반핵’이다.

이런 점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는 철저하게 원자력 위에 서 있기로 선택한 것이라서, ‘녹색’은 아니다. 정부의 저탄소 기본계획은 원전을 강화하는 것 위에 서 있기에, 어떻게 치장하더라도 열심히 원자력 발전소를 짓는 정부는 기본적으로는 반녹색이다. 녹색 본래의 의미라면, 원자력 발전소의 이른바 ‘셧다운’에 관한 계획을 발표하면서 “우리는 녹색이다”라고 말하는 것이 상식적이다. 그러나 이 정부는 앞으로도 원전을 많이 지을 것이고, 원전 없이는 한국은 돌아가지 않으므로, 이미 수명이 다한 원전도 자기 마음대로 기술평가를 하고 수명을 늘리겠다고 하는 것이 기조다. 그런 점에서 기본적으로 반녹색이다.

어쨌든 이건 기본에 관한 얘기라고 하고, 실제로 뭘 하겠다는지 한번 살펴보자. 한반도 대운하를 슬쩍 ‘4대강 정비사업’이라고 이름을 바꾸고, 이게 정부가 사용할 돈의 대부분인 상황인 게 현정국이다. 이 4대강 정비사업은 누가 뭐라고 말해도 시멘트 사업이고, 강바닥을 긁어내고 시멘트 둑을 더 높게 쌓겠다는 게 사업의 실체다. 그래서 역시 회색사업이라고 볼 수 있다.

종합적으로 보면, 기괴한 토건자본의 ‘그린워시’, 즉 녹색 이미지를 뒤집어쓰는 녹색 마케팅이 바로 녹색성장인 셈이다. 그래서 사기다. 이 사기가 언제까지 통할까? 그건 모르겠다. 그러나 사기는 사기다. 골프광 토호들이 이명박 대통령을 등에 업고, 땅값 올리기 사기사업을 벌이면서 ‘녹색 이미지’를 뒤집어쓴 이 거짓말 사업, 그 결과로 국토 생태는 결딴날 것이다. 녹색성장 사업이 벌어지는 전국 단 한 곳이라도 지역 생태가 버티는 곳이 있을까? 처절한 생태 파괴의 현장이 눈에 보이지 않는가? 이 정부의 사업이 녹색인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반생태적이기는 한 것 같다.  

'글로벌 식품의약기업의 두 얼굴'을 고발하는 스탠 콕스의 <녹색 성장의 유혹>(난장이, 2009)도 '녹색 마케팅' 비판서로 읽을 수 있다. "<녹색성장의 유혹>은 녹색 당의에 은폐된 우리들의 일상과 이 시대의 모순을 드러내 보여주는 책이다. 오늘날 전세계를 배회하고 있는 유령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친환경, 생태친화 등으로 불리는 이른바 ‘녹색’이란 은유적 색깔일 것이다. 바야흐로 녹색의 시대인 것이다."란 소개가 인상적이다. 책의 원제는 '병든 지구(Sick Planet)'인데, 전 지구적 '녹색성장'의 필연적인 귀결이 그러할 것이다(아니 이건 '미래'가 아니라 '현재'이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마크 타이너의 <정직한 법조인 링컨>(소화, 2008).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대통령인 만큼 한국인도 가장 숭배하는 미국 대통령이어서 링컨에 관한 책은 다수가 출간돼 있다. "링컨의 변호사 시절을 중점적으로 다룬 이 책은 짓밟힌 민중의 권익 향상을 위해 힘쓰다가 흉탄에 의해 사거한 ‘국민적 영웅’ 링컨의 실상을 파악하려는 동기에서 집필된 것이다. 옮긴이 역시 감상주의로 일관된 ‘링컨 신화’의 거품을 걷어내는 데 진력해 온 흔치 않은 링컨 전문가이다."라고 소개되는 책. 같은 역자가 옮긴 <가면을 벗긴 링컨>(소화, 2008)과 '세트'이다. 한국일보(08. 11. 08)의 서평은 두 권을 이렇게 소개했다. 

<정직한 법조인 링컨>은 법조인으로서의 링컨이 대통령 재임 기간의 5배인 25년 동안 변호사로 있으면서 수임했던 5,600여건의 사건을 통해 그를 조명하는 책이다. 이를테면 그의 공식적 측면을 둘러보는 것이다. 과부에게는 수임료를 받지 않았다든지, 불리한 상황에서도 무고한 사람들의 변호를 열정적으로 완수해 무죄 방면을 이끌어낸 일 등이 서술된다. 하지만 이 역시 통상적인 링컨의 전기작가들이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던 분야다. 책은 링컨이 인용한 영국 법률논문들의 제목까지 일일이 전거하는 등 실증적으로 많은 힘을 기울였다. 노예와 관련된 사건의 소송은 물론 각종 민사소송에서 보여준 링컨의 기민함이 생생하다. 특히 노예 관련 소송에서 그가 "도덕적 판단을 유보, 노예 소유주를 대리"(279쪽)한 일 등은 그가 변호사로서 실증법적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입증한다.

또 다른 한 권은 '달의 뒷면'을 들춰낸다. 진실은 과연 불편한 것인가. <가면을 벗긴 링컨>이 보여주는 링컨에 대한 이야기는 불편하다. 이 책은 '부정직한 링컨의 진짜 얼굴'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노예해방으로 알려진 링컨이 실은 평생 동안 골수 백인 지상주의자였다니. 남북전쟁 당시에는 북부의 정적 수만여명을 투옥하는 것도 모자라, 남부 도시의 포격은 물론 민간인에 대한 살상에까지 일일이 관여했다니. 그것들조차도 약과다. 좌든 우든, 링컨 숭배주의자들이 똑같이 보이고 있는 링컨을 향한 충성심에 비하면 예고편이다. 그들은 정부나 재단으로부터의 재정적 보조를 따내는 데는 귀재였다. 기금과 장학금은 물론, 수만달러가 걸린 '링컨 상'까지 그들의 몫이었다. 9ㆍ11 사태를 두고 "그 어느 때보다 우리가 강력한 중앙정부를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계기"라고 그들은 입을 모았다. 저자는 "링컨 숭배주의는 미국인들에게 왜곡된 역사를 주입, 오도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좌파라고 해서 이런 국가주의적 흐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링컨의 두 얼굴이 징후적으로 드러내주는 것이 '미국의 두 얼굴'이고 '두 역사'다. 몇달 전 '장정일의 책 속 이슈'가 생각난다(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323306.html). 미국사의 이해를 위한 기본 초식으로 이 참에 알아두도록 하자.  

남부의 경제적 기반이 대농장이었다면, 북부는 상·공업이 발달했다. 남북의 이질적인 경제구조는 자연 환경에 따른 것이지만, 제임스 M. 바더맨의 <두 개의 미국사>(심산, 2004)를 보면 애초부터 두 지역을 차지한 이민자의 성격이 달랐다. 영국은 장자 상속 원칙에 따라 차남 이하는 유산이 없었다. 남부에 정착한 사람들은 토지상속에서 배제된 지주 계층으로, 그들은 남부에 대농장을 짓고 노예를 부리며 고향의 귀족 생활을 재현했다. 반면 북부에 정착한 사람들은 종교적 자유를 찾아온 청교도로, 근면과 자기 절제라는 노동 윤리에 충실했다.  

남부 귀족들은 노예 노동으로 얻은 농산물을 영국에 팔았고, 영국산 제품으로 사치를 했다. 연방정부는 북부의 상공인들을 보호하기 위해 영국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했는데 그것이 남북의 대립을 심화시키면서, 미합중국 헌법의 약한 고리를 파고들었다. 미국 헌법은 연방정부의 통제와 각 주(州)들의 주권 범위를 모호하게 규정해 놓았다. 그래서 일부 남부 주들은 “어떤 주도 자신의 이익에 반하는 연방의 결정을 무효화할 권리”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연방으로부터 이탈할 권리까지 각 주에 있다”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건국 이후 지속된 연방주의자와 분리주의자의 한판 대결이 흑인 노예 문제로 불거진 게 남북전쟁이다. 오로지 분리주의자들에 대항해 연방을 건사하려는 목적에서였지 ‘노예해방’ 전쟁은 링컨의 안중에 없었다. 저 유명한 노예해방선언이 발표된 시점이 전쟁 직전이 아니라, 전쟁이 한창인 1863년 1월1일이었다는 점은 그래서 흥미롭다. 링컨은 그 선언을 통해 두 가지 전략적 승리를 거두었다. 남부의 흑인들이 대거 북부로 넘어 온 것과, 도덕적 우위를 확보함으로써 유럽 국가들의 남부에 대한 지원을 차단한 것.   

7. 과학 

장경애 편집장이 추천한 과학분야의 책은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뿌리와이파리, 2009). '뿌리와이파리'는 언젠가 언급한 대로 주목할 만한 교양과학서 출판사이고, <미토콘드리아>는 재작년에 낸 <삼엽충>과 함께 소장해둠직한, 탐나는 책이다(나는 아직 구입하지 못했지만). 추천의 변은 이렇다. "한 동안 과학자들은 세포핵을 생명체의 중심으로 간주한 채 미토콘드리아를 주변적 존재로 홀대했다. 그러나 미토콘드리아가 다세포 생명체를 창출하는 진화의 실세임이 밝혀지면서, 생명계의 역동성을 미토콘드리아의 작동으로 이해하고 해석하려는 ‘미토콘드리안 패러다임’이 풍미하고 있다. 총 500여 쪽에 달하는 방대한 책에서 저자는 생명체의 탄생, 성장, 분화 노화, 및 죽음과 같은 현상들을 ‘생체 에너지 발전소’에 비견되는 미토콘드리아의 역능을 중심으로 상세히 설명한다.(...) 생소한 개념과 이론들을 소통 가능한 방식으로 알기 쉽게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는 점에서 저자와 역자 모두에게 찬사를 보낸다." 저자의 다른 책으론 절판됐긴 하나 560쪽의 방대한 책 <산소>(파스칼북스, 2004)가 있다.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재즈책'이다. 정우식의 <언제나 재즈처럼>(고려원북스, 2008). 라디오를 잘 듣지 않아서 저자의 이름이 생소하지만 '올 댓 재즈'란 프로그램의 PD라고 한다. 소개는 이렇다. "음악을 좋아하는 이든 아니면 별로 관심이 없는 일반 생활인이든 간에 모두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 하나 나왔다. 엄밀히 말하면 음반 한 장을 권하고 싶다는 말이 더 맞을 듯싶다. 우리나라에서 재즈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유일하게 안식처를 제공하고 있는 CBS FM의 <올 댓 재즈>라는 프로가 있고 이 프로그램 뒤에는 프로를 제작하고 있는 정우식 PD가 있다. 프로를 진행하고 있는 재즈 색소포니스트 이정식은 정우식을 영원한 ‘jazz kid'라 일컫는다. 이 책은 100여 년 이어져 내려온 재즈의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33인을 추려, 아주 쉽고 간명하게, 그 인물들의 역사성, 음악적 특징, 대표작, 대표적 음반 등을 소개하고 있다." 참고로 책의 목차는 이렇다. 몇몇 아티스트의 전기는 '현대예술의 거장' 시리즈로 출간돼 있다.   

Jazz의 위대한 순간 Ⅰ New Orleans Jazz & Swing(1895-1940)
위대한 재즈의 발명가 루이 암스트롱 Louis Armstrong
세상에서 가장 슬픈 목소리 빌리 홀리데이 Billie Holiday
The King of Swing 베니 굿맨 Benny Goodman
재즈 보컬의 퍼스트레이디 엘라 피츠제럴드 Ella Jane Fitzgerald
재즈의 연금술사 듀크 엘링턴 Duke Ellington
스윙 백작의 리듬 혁명 카운트 베이시 Count Basie

Jazz의 위대한 순간 Ⅱ Modern Jazz(1940-1959)
비밥(Bebop)의 쌍둥이 찰리 파커/디지 길레스피 Charlie Parker/Dizzy Gillespie
스타일도 하나의 연주다 델로니어스 몽크 Thelonious Monk
늘 새롭지 않다면 그건 더 이상 재즈가 아니다 마일스 데이비스 Miles Davis
재즈계의 원조 꽃미남 쳇 베이커 Chet Baker
재즈와 클래식의 크로스오버 모던 재즈 쿼텟 Modern Jazz Quartet
풍부한 감성으로 재즈를 노래하다 사라 본 Sarah Vaughan
하드밥(Hard Bop) 사관학교의 수장 아트 블래키 Art Blakey
여전히 살아 숨쉬는 색소폰의 전설 소니 롤린스 Sonny Rollins
일평생 ‘스윙’만을 고집한 재즈 피아노 장인 오스카 피터슨 Oscar Peterson
구수한 알토 색소폰의 명인 캐논볼 애덜리 Cannonball Adderley
실험성과 대중성의 인상적인 만남 데이브 브루벡 Dave Brubeck
신과 대화하는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 John Coltrane 

 

Jazz의 위대한 순간 Ⅲ Soul/Fusion/Contemporary Jazz(1960-1993)
인상파 재즈 피아니스트 빌 에반스 Bill Evans
보스 기타(Boss Guitar)의 출현 웨스 몽고메리 Wes Montgomery
새로운 물결, 보사노바의 두 거장 스탄 게츠/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 Stan Getz/Antonio Carlos Jobim
재즈계의 카멜레온 허비 행콕 Herbie Hancock
퓨전재즈의 소장파 웨더 리포트 Weather Report
피아노 즉흥연주의 신기원 키스 자렛 Keith Jarrett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베이시스트 자코 파스토리우스 Jaco Pastorius
라틴 향 물씬한 퓨전재즈 칙 코리아 Chick Corea
재즈 기타리스트에서 최고의 보컬리스트로 조지 벤슨 George Benson
건반 위의 마술사 밥 제임스 Bob James
색소폰으로 노래하는 연주인 그로버 워싱턴 주니어 Grover Washington Jr.
모두에게 다가온 재즈의 설렘, Feels so good 척 맨지오니 Chuck Mangione
재즈 보컬 4인방의 즐거운 재즈 맨해튼 트랜스퍼 Manhattan Transfer
황금비율로 만난 컨템퍼러리 재즈 명콤비 데이브 그루신/리 릿나워 Dave Grusin/Lee Ritenour
우리 시대 진정한 재즈 스타 팻 메스니 Pat Metheny  

9. 교양 

이한우 기자 꼽은 교양서는 고종석의 <어루만지다>(마음산책, 2009). 이미 소개한 적이 있는 책이다(http://blog.aladin.co.kr/mramor/2514691). <도시의 기억>(개마고원, 2008)과 마찬가지로, 한국일보의 연재를 묶은 것이다. 추천자에 따르면, "입술, 감추다, 메아리, 미끈하다, 혀놀림, 가냘프다, 발가락, 손톱, 잇바디, 꽃값, 모름지기, 바람벽, 그네, 무지개, 미리내, 누이, 엇갈리다, 궂기다, 어둑새벽, 켤레, 간지럼, 밴대질, 눈물, 딸내미, 속삭임, 스스럼, 술, 한숨, 보름, 그믐, 거품, 춤, 그대, 구슬, 어루만지다, 서랍, 버금, 비탈, 엿보다, 주름. 모두 40개의 우리말을 단서로 고종석이 준비한 향연은 때로는 외설적이다가도 어느새 순정적이다. 동서고금을 넘나드는 그의 해박함을 즐기는 것 또한 고종석만이 줄 수 있는 뜻밖의 즐거움이다. 책을 읽는 내내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 것만으로 ‘언어학자’ 고종석에게 참 고맙다." 언어학자가 아닌 '객원논설위원'으로서 고종석이 쓴 시평들을 묶은 <경계긋기의 어려움>(개마고원, 2009)도 이번에 출간됐다. 실생활의 경험에서 말하자면, 고종석은 전철에서 읽기에 가장 좋은 저자의 한 사람이다. 3월엔 고종석 '3종 세트'와 함께해보시길...   

10.  기형도

아동분야에 추천된 알렉상드르 자르뎅의 <알록달록 공화국>(파랑새, 2009)도 흥미를 끌지만(예전엔 '알렉상드르 자르댕'으로 소개됐었다), 이달에도 내 맘대로의 카테고리를 만든다. 오늘(3월 7일) 20주기를 맞은 '기형도'가 이 달의 특별한 카테고리이고, 사실 늦게라도 이 페이퍼를 쓴 이유의 절반은 이미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된 그의 이름을 상기하기 위해서다. 어제 귀가길에 나는 심야극장 대신에 대헝서점에 들러서 이번에 나온 추모문집 <정거장에서의 충고: 기형도의 삶과 문학>(문학과지성사, 2009)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좌석버스의 침침한 불빛 아래서 몇 편의 글을 읽었다. 89년 봄의 몇몇 일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살아있었다면 그도 어느덧 지천명의 나이다! 

물론 기형도에 대한 개인적인 안면이나 기억은 갖고 있지 않다. 중앙일보의 기사들과 유고시집 <입 속의 검은 입>(문학과지성사, 1989)이 나오기 전에 발표된 시편들을 기억할 따름이었다. 그의 죽음도 시집이 나온 뒤에야 알았거나 그냥 '단신'으로 지나쳤을 것이다. 하지만 시집을 읽은 뒤, 기형도란 이름은 지나칠 수 없는 이름이 됐다. 10년쯤 전에 기형도 시에 대해 나대로 글도 쓰고 강의도 한 적이 있다. 그가 첫시집의 제목으로 생각해두었다는 <정거장에서의 충고>를 읽고 덧붙일 말이 더 있을지 생각해볼 작정이다. 그래서 '3월의 읽을 만한 책'에 포함시켜둔다.   

09. 03. 06-07.  

P.S.  이달에 읽을 고전은 밀턴의 <실낙원>이다. 작년 6월에 한번 꼽아본 적이 있지만, 고전은 '읽기'의 대상이 아니라 '다시 읽기'의 대상이라는 점에서 두 번 꼽는 일이 흠은 아니겠다(사실은 이번에야 읽는 것이지만). 밀턴 전공자인 박상익 교수의 <밀턴 평전>(푸른역사, 2008)과 편역서 <아레오파기티카>(소나무, 1999)도 같이 읽을 책이다. 낙원에서 쫓겨나는 아담과 이브의 신세가 '신화'로만 읽히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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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r 2009-03-07 0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지 않아도 이 페이퍼가 올라오지 않길래, 새학기가 시작되어서 정신없이 바쁘시구나 했습니다. 이번달도 고맙습니다^^

로쟈 2009-03-07 11:33   좋아요 0 | URL
별말씀을요.^^; 시간을 좀 잡아먹는 페이퍼라서 늦어지게 됐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3-07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70년대에 정음문고나 삼성미술문고로 번역된 휘이어가 쓴 링컨전기에도 링컨은 연방을 구하기 위해 전쟁을 했지 노예해방을 위해 한 것이 아니라고 링컨이 말했다고 나와 있는데 한국인은 커녕 미국인들도 그런 걸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그런데 저는 성인이 된 뒤에 그 책을 읽어서 그런지 그다지 큰 충격은 안 받았습니다.물론 당시 남북전쟁 때 영국노동자들이 남군에 가는 물자하역을 거부하면서 노예해방에 공감했고, 마르크스 역시 링컨을 지지한 점을 간과해선 안되지만요.

로쟈 2009-03-08 08:57   좋아요 0 | URL
그래서 '두 얼굴'이겠죠. 이면만을 볼 건 아니라는 의미에서도...

노이에자이트 2009-03-08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도 저는 링컨을 좋아해요.정치가로서 냉정하고 합리적으로 전쟁을 지휘했다고 봅니다.

로쟈 2009-03-08 16:10   좋아요 0 | URL
제가 어릴 때 읽은 전기는 '좋은 쪽'만 얘기해서, 뒤늦게 균형을 잡으려고 합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3-08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나라도 역사적 인물들의 어두운 면을 그릴 수 있는 풍토가 되면 좋겠습니다.
 

월말이면 매번 써야 되는 원고가 있고, 굳이 쓰는 페이퍼도 있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 그 페이퍼다. 생각해보니 이 페이퍼의 용도는 당장에 읽을 책들을 나열하는 데 있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미래에 회고적으로 돌이켜보기 위함인 듯싶다. 작년에 쓴 걸 보면서 든 생각이다. '먼훗날' 다시 '지금'을 회고하기 위해서라... 그런 생각이 들자 그냥 넘어갈까 하다가 다시 손을 댄다. 안부도 전할 겸...  

1. 문학 

작가 신경숙씨가 고른 문학분야의 책은 서하진의 소설집 <착한가족>(문학과지성사, 2009)이다. "<착한가족>안엔 8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제목을 보면 선량한 가족들의 이야기인줄 알겠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회의 최소 단위라고 볼 수 있는 가족구성원들에게 치밀한 렌즈를 갖다 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착하다기 보다는 마지막 보루처럼 착해야 한다는 사명을 띠고 어떻게든 타인과 소통을 이루어보려고 하는 사람들처럼 보인다. 매 상황들이 매우 드라마적이다."라고 소개된다.  

불황기에는 대개 '가족'이 화두가 되곤 했던가? 현재 장기 베스트셀러가 될 채비를 갖추고 있는 신경숙의 <엄마를 부탁해>(창비, 2008)가 어필하는 것도 그런 사회적 여건과 무관하진 않겠다. 가족이 문제라면, 미국 중산층 가족의 일상과 상처를 다룬 조이스 캐롤 오츠의 <멀베이니 가족>(창비, 2008)도 꼽아보도록 한다. 880쪽에 이르는 책이라 아마 읽다 보면 개나리가 피고 지고 하겠다...  

2. 역사  

역사저술가 이덕일씨가 추천한 책은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푸른숲, 2009)인데, 버나드 칼슨 등이 쓴 책 <세계사 속의 기술>의 우리말 번역서다. "원제는 'TECHNOLOGY IN WORLD HISTORY'로서 '과학기술로 보는 세계사'라는 뜻이다. '말랑하고 쫀득한 세계사 이야기'란 제목으로 둔갑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한번 잡으면 손을 놓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든다는 암시일 것이다.(...) 인류를 발전시킨 과학기술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에 빠져들다 보면 어느덧 세계사에 대한 지식까지 풍부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지만 어른이 읽어도 손색이 없다."라는 게 추천의 변이다.  

   

말랑하고 쫀득한 이야기가 입맛에 맞지 않다면 보다 정통적인 역사에 도전해볼 수도 있겠다. 중국사를 주제로 하는 건 어떨까? 존 킹 페어뱅크 등이 편집한 <캠브리지 중국사>(새물결)가 아직 완간되지 않은 상태인지라 현재 읽을 수 있는 통사는 페어뱅크와 멀 골드만의 <신중국사>(까치,2005) 정도(보다 전문적인 건 국내 학자들이 쓴 <강좌 중국사>(지식산업사) 시리즈를 참조할 수 있다). 하버드대학에 오래 봉직했던 페어뱅크는 영어권 중국사학계의 좌장이다(동료나 제자들에게 JFK라 불린다고). 때문에 그의 책은 '한 역사학자의 시각'이 아니라 '중국사를 보는 서구의 시각'을 대표하며 그런 의미에서도 필독해볼 만한 책이다.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케임브리지 중국사>(시공사, 2001)은 '사진과 그림' 때문에 봐둘 만하겠고, <중국, 그 거대한 행보>(경당, 2002)의 저자 레이 황은 그 호방한 필력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역사학자다.    

3. 철학 

역사에서 철학으로 넘어보니 난이도가 수직상승한다. 김상환 교수의 추천도서가 <자크 라캉 세미나 11권-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 개념>(새물결, 2008)이기 때문이다. 추천의 변은 격찬으로 가득 차 있다.  

"라캉의 언어 속에서 재탄생하는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그 극적인 재탄생 과정을 가장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는 책이 이번에 번역된 <자크 라캉 세미나 11권: 정신분석의 네 가지 근본개념>이다. 국제정신분석학회(IPA)에서 파문을 당한 1963년 라캉은 이론적 홀로서기의 길로 나아갔고 구조주의자로 평가되던 자신의 과거와도 과감하게 결별했다. 이 책의 부제가 암시하는 것처럼 이런 새 출발은 정신분석의 원천과 토대에 대한 재검토 작업에서 시작되었다. 우리는 드디어 이런 위대한 변신과 도약의 드라마를 잘 다듬어진 우리말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라캉 정신분석의 보물 상자를 누구라도 쉽게 열 수 있는 가슴 벅찬 순간이 왔다. 난해한 라캉의 문장을 자연스럽고 명료한 우리말로 옮겨놓은 번역자들에게 찬사를 보낸다. 라캉은 이 세미나를 전쟁터의 기지를 구축하는 마음가짐으로 시작했다. 이번의 책과 번역자들의 후속작업은 국내 정신분석 연구와 대중화에 수없는 승리와 진전을 가져올 항구적 기지의 초석이 될 것이다." 

몇 페이지 읽어보지 않아서 '가슴 벅찬 순간'에까지는 합류하지 못하지만 '자연스럽고 명료한 우리말'로 옮겨졌다는 평에는 안도감을 느낀다. 올해 출간되는 <에크리>에도 기대를 걸어봄 직하다. 혹 그럼에도 라캉과 직접 대면하는 것이 부담스런 독자라면 숀 호머의 <라캉 읽기>(은행나무, 2006)나 지젝의 <HOW TO READ 라캉>(웅진지식하우스, 2007)을 합석시킬 수도 있겠다. 원래는 루디네스코의 평전 <자크 라캉>(새물결, 2000)을 꼽아두려고 했는데 어느새 절판됐다(나는 얼마전에 원서와 함께 정독할 준비를 해놓았다).  

4. 정치  

손호철 교수가 추천한 정치분야의 책은 앨 고어의 <이성의 위기>(중앙북스, 200)이다. 원제는 '이성의 암살'쪽에 더 가까운데, '이성'이라고는 했지만 문제가 되는 건 '미국 민주주의'다. 추천사에 따르면, "그는 미국역사상 처음으로 시민들이 영장도 없이 가택수색과 체포를 당하는 등 지난 8년간 민주주의가 위기에 처해 있다고 우려한다. 그러나 이 책의 매력은 이를 단순히 부시의 잘못으로 치부하지 않고 보다 근본적인 위기로 진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민주주의란 이성의 힘에 대한 신뢰를 전제로 하는 것인데 이같은 전제가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이라면 비슷한 시기에 출간된 나오미 울프의 <미국의 종말>(프레시안북, 2008)과 뜻을 같이하는 게 아닌가 싶다. 거기에 촘스키까지 보태자면 인터뷰집 <촘스키, 변화의 길목에서 미국을 말하다>(시대의창, 2009)까지 포함할 수 있겠다. 한데, 모두 지난번 대선 이전 곧, '변화의 길목'에 출간된 책들이라 '오바마 시대'의 향방까지는 다루고 있지 않다. 내년 이맘때쯤 오바마가 어떤 성적표를 받을지 궁금하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추천한 경제관련서는 조준현의 <19금 경제학>(인물과사상사, 2009)이다. 제목에 왜 '19금'이 들어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래와 같은 최근 뉴스기사를 접하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다.  

주가 조작, 은행의 비리 등 금융권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잇따라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아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1일 주가 조작을 노리는 작전 세력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작전'(감독 이호재 영화사사 비단길 제작)이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로부터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은데 이어 은행의 음모와 비리를 다룬 외화 '인터내셔널'도 청소년 관람불가 판정을 받았다. 영등위는 '작전'에 '18금' 등급을 매긴 주요 이유로 "증권과 관련된 용어와 주가 조작에 대한 세세한 묘사 등 주제 이해도 측면에서 청소년들의 이해도 고려, 청소년에게 유해한 장면, 모방의 위험"을 들었다.(마이데일리, 09. 01. 29)  

조폭 영화는 청소년들이 봐도 좋지만, 금융비리를 다룬 영화는 '모방의 위험' 때문에 안된다? 하여간에 어처구니 없는 정권이 한번 들어서면 국가기관의 이성이 모두 '실종'(혹은 암살!)되는 모양이다. '경제는 알려고도 하지마!', 그런 게 이 정부의 모토라면, '19금 경제학'이야말로 딱 들어맞는 제목 아닌가?!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는 점이다. 경제학에 대해 어떤 두려움 같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고 힘을 얻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물론 과도한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이 책 한 권을 읽고 경제학의 모든 것을 알게 되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다만 생각할 거리를 얻게 된다는 점에 만족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같이 읽을 만한 책에는 뭐가 있을까? 지승호와의 대담집 <김수행, 자본론으로 한국경제를 말하다>(시대의창, 2009)와 새사연(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의 <신자유주의 이후의 한국경제>(시대의창, 2009)는 어떤지? 부제대로 아무래도 올해의 화두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MB노믹스를 넘어'일 듯하므로. 더 나아가 '자본주의 이후'에 대해서도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두어야겠다.  

한편으로 이번 세계경제 위기의 원인이 '금융'이 아니라 '실물'에 있다는,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브레너 교스의 진단도 흥미롭게 읽었다(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335868.html). 그에 따르면, "오늘날 위기의 근본 원인은 지난 1973년 이후, 특히 2000년 이후 선진 자본주의 경제의 활력이 떨어진 데서부터 찾아야 한다.(...) 이번 위기는 2차 대전 후 가장 심각한 불황이었던 79~82년 불황 때보다 더 심각한 상태고, 30년대 대공황에 버금갈 정도로 악화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제예측가들은 현재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들은 실물경제가 그래도 견실하다고 과대평가하고 있다. 이들은 실물경제가 그동안 자산시장 거품에 의존한 채무 누적으로 지탱돼왔다는 사실에 눈감고 있다." 

   

그래서 관심을 갖게 된 책이 브레너의 <혼돈의 기원>(이후, 2001), <붐 앤 버블>(아침이슬, 2002) 등이다. 그는 자본주의 미래에 대해서 상당히 어두운 전망을 내놓고 있는 편인데, 이번에 최소한 <붐 앤 버블>은 필독해볼 생각이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의 책은 국내 사회학자들의 의기투합하여 펴낸 <대한민국은 도덕적인가: 한국사회 도덕 살리기 프로젝트>(동아시아, 2009)이다. 제목상으로는 상당히 '관변적'이라는 선입견을 갖게 하는데, 취지는 좀 다른 모양이다.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은 한국사회의 도덕성에 관한 사회학자들의 글 모음이다.(...) 아홉 명의 저자들은 다양한 방식과 예증을 통해 현대 한국사회의 도덕적 위기를 진단한다. 어떤 이들은 공정 경쟁을 보장하는 사회규범의 오작동이나 사회적 신뢰의 상실에서, 다른 이들은 모순적 규범들 간의 탈구나 시민의식의 부재에서, 또 다른 이들은 부도덕을 강요하는 시장 제일주의나 왜곡된 과학주의에서 그 원천을 탐색한다. 이렇듯 현실을 바라보는 시각이 다소 다르기는 하나, 한국사회의 도덕성을 논한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어느 학문보다 현실과 가장 가까운 지점에서 사회적 당면 과제들에 관해 고민하며 개선을 도모하려는 사회학의 진면목을 엿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도 좀 감이 안 오는데, 소개를 보니 이런 문제들을 다룬다고 한다.  

· 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이 일어났을 때, 미국에서 한국으로 귀국하는 한국유학생들이 많았던 이유는 무엇일까
· 타이레놀을 만든 존슨 앤 존슨이 신뢰경영의 벤치마킹 대상이 된 이유는 무엇일까
· 현대사회에서 패륜적 범죄가 많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 우리나라에 만연한 성형 열풍, 왕따현상은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 일상적 매너와 윤리, 사회적 규범을 사회학적으로 이해한다.
· 일상생활에서도 우리의 문화가 재생산된다. 놀이공원에서 일어난 일을 통해 성찰하는 한국사회의 도덕성.
· 한국은 왜 8월 15일에 추석을 쇠고, 중국은 10월 10일에 쌍십절을 쇠는 이유는 뭘까
· 도덕에도 남성적 도덕과 여성적 도덕이 있다. 남성중심주의적 도덕을 파헤친다.
· 2008년의 촛불집회가 보여준 새로운 시민문화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 태안 기름유출 사건에 그토록 많은 국민들이 자원봉사로 참여한 원인은 무엇일까
· 황우석 사태와 광우병 논쟁을 통해 거대 과학 시대의 윤리에 대해 성찰한다.
  

한데, 지역문제와 교육문제는 빠진 듯해서 강준만 교수의 책 두 권을 더 얹어놓는다. 작년에 나온 <지방은 식민지다>(개마고원, 2008)와 이번에 나온 <입시전쟁 잔혹사>(개마고원, 2009)가 그 두 권이다.   

7. 과학  

장경애 편집장이 고른 과학책은 남극 얘기다. 고경남의 <서른셋, 지구의 끝으로 가다>(북센스, 2009). 여름에 더 어울릴 만한 책인데, "저자는 서울에서 17,240km나 떨어진 남극세종기지에서 1년을 보낸 의사다. 지겨운 일상의 탈출구를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남극은 이름만으로도 매력적이다. 하지만 누구나 갈 수 없는 곳이 남극이다. 독자들은 남극세종기지 월동대를 “남극마을 개구쟁이 스머프”로 표현한 저자의 눈을 통해 세종기지의 일상을 엿볼 수 있고 사람들의 손발을 꽁꽁 묶어버리는 강력한 눈폭풍인 블리자드가 남극에선 얼마나 큰 공포임을 간접 체험할 수 있다."   

남극에 관한 책으로 뭔가 두툼한 것이 있었던 듯싶은데, 검색해보니 어린이용밖에 눈에 띄지 않는다. 해서 초등학교 때 세계위인전집에서 읽은 두 명의 탐험가 아문센과 스콧을 오랜만에 떠올려본다. 스콧의 <남극일기>(세상을여는창, 2005)는 현재 품절상태지만, <남극의 대결, 아문센과 스콧>(생각의나무, 2004)는 아직 구할 수 있다. 뭔가 더 멋진 책이 나올 수도 있을 텐데 아쉽다...  

8. 예술  

흠, 드라마의 파워가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서희태의 <베토벤 바이러스>(MBC프로덕션, 2008)이다. 추천의 변은 이렇다. "한국 최초의 클래식드라마 라는 <베토벤 바이러스> 열풍이 지나갔다. 그러나 그 덕에 클래식 음악과 음악계가 대중의 관심을 더 받게 되어 적지 않게 즐거워하고 있다. 여러 차원의 음악 강좌가 활성화되고, 재미있는 해설이 있는 음악회도 지속적으로 청중을 끌어들이고 있다. 한국 사회에 미치는 드라마의 위력을 새삼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런데 드라마 속 인물, 강마애(김명민 분)에게 뒤에서 직접 지휘를 가르친 예술 감독 서희태가 클래식음악 입문서를 내놓았다. 어느 전문가의 책보다도 <베토벤 바이러스>의 영향력이 컸던 만큼 이 책을 보면 아마 이미 드라마를 통해 학습된 여러 가지 지식이 좀더 심화되고 흥미로워질 것이라 생각한다."  

강마애가 나오는 몇 장면은 봤지만 나는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별다른 감흥이나 '위력'은 느끼지 못한다. 주중에 읽은 공진성의 <폭력>(책세상, 2009)에도 상징폭력을 다루면서 이 드라마 얘기를 잔뜩 늘어놓았기에 좀 어리둥절했었다(기대와는 동떨어진 책이었다). 그럼에도 베토벤이 대세라면, 고규홍의 <베토벤의 가게부>(마음산책, 2008)는 어떤가. 부제가 '클래식과 경제'이고, 음악가들의 ‘생계’를 화두로 삼은 클래식 음악사다. 저자는 음악가들에게 세 가지 질문을 던진다고 한다. 

1. 그들은 왜 가난했나.
2. 생계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수단을 강구했나.
3. 생활인으로서 그들의 자의식은 어떠했나.
  

흠, 곤란한, 아니 짓궂은 질문들이군. 나는 음악가가 아니니 피해가도록 하겠다. 덧붙여 베토벤 마니아를 자임하는 서울대 의대 조수철 교수의 <베토벤, 그 거룩한 울림에 대하여>(서울대학교출판부, 2007)도 클래식 애호가라면 필수 소장도서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고른 교양서는 모로하시 데쓰지의 <십이지 이야기>(바오, 2008). 모로하시 선생은 백수(白壽)에 <공자 노자 석가>(동아시아, 2001/2008)를 펴내 화제가 됐던 일본의 석학인데, 얼마전에 나온 이 책은 말 그대로 자축인묘- 하는 십이지에 대한 것이다. "참으로 박식한 모로하시 선생은 십간(十干) 십이지(十二支)와 음양오행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풀어내고 이어 각 띠별로 동양의 각종 고전에 담긴 전설과 우화까지 동원해 그 장단점을 구수하게 풀어낸다." 지난 설연휴에 읽을 만한 책이지 않았을까.  

10. 재출간본

이제 내 맘대로 고르는 책이다. 과학분야의 재출간본을 세 권 골랐다. 스티븐 제이 굴드의 <다윈 이후>(사이언스북스, 2009)는 예전 범양사판도 갖고 있지만(http://blog.aladin.co.kr/mramor/2511755) 이번에 아주 근사한 장정의 책이 나와서 지갑을 또 열 수밖에 없었다. 거기에 또 치하할 만한 책은 바뀐 출판사에서 가격을 낮춰 보급판으로 낸 스티븐 핑커의 <언어본능>(동녘사이언스, 2008)과 제프리 밀러의 <연애>(동녘사이언스, 2009). 후자는 예전에 <메이팅 마인드>(소소, 2004)로 출간됐었는데, 32000원의 고가였다. 이번에 19800원으로 떨어졌으니까 2/3로 저렴해진 셈. 이 세 권의 책을 이번 대학 신입생들에게 강추하고 싶다...  

09. 01. 31. 

 

P.S. '이 달의 고전'은 마이클 더다의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유문화사, 2009)도 출간된 김에 '고전 읽기'에 관한 책으로 고른다('메타고전 읽기'인가?). 이탈로 칼비노의 <왜 고전을 읽는가>(민음사, 2008)와 도쿄대 교양강좌의 교재 <문학, 어떻게 읽을까>(민음사, 2008) 등이 책상 가까이에 있는 책들이다.   

거기에 데이비드 덴비의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씨앗을뿌리는사람, 2008)을 덧붙이고 싶은데, 책은 중견의 영화평론가가 두 학기 동안 들은 교양강좌에서 읽은 책과의 만남을 기록하고 있어서 '실전적'이다(http://blog.aladin.co.kr/mramor/2184381). 미국대학 교양교육 핵심과정을 소개하는 <인문학 스터디>(라티오, 2009)가 '가이드북'이라면 이 두 권의 책은 '현장 실습'이라고 할 수 있겠다(<인문학 스터디> 같은 경우는 '교양교육의 정신'이 으레 그렇지만 보수 엘리트주의적 경향이 짙은 책인데, 편역자들은 어떤 계산을 했던 것일까?). 개학을 맞기 전에 휘리릭 읽고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고전에 대해서, 읽기에 대해서, 강의에 대해서, 그리고 대학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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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 2009-01-31 2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월이라서 이렇게 분량이 짧은가요^^
진행중이신가..

로쟈 2009-01-31 20:54   좋아요 0 | URL
네, 시간이 좀 걸립니다.^^;

푸른바다 2009-02-01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상환 교수님이 이토록 흥분하시는 걸 보니, 라캉이 이제 한국어로 들어오기 시작하는 모양이군요. 전 15여년 전에 권택영 교수가 엮은 <욕망이론>을 읽다가 난해해서 포기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사실 라캉이란 이름은 고등학교 때 신동아 별책 부록인 <오늘의 사상 100인 100권>을 통해 알게 됐는데, 라캉의 <선집>이 마음 속에 각인된 몇 권의 책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때는 라깡으로 표기되어 있었기에 제겐 '라깡'이 더 친숙한 표기법입니다^^ 고등학교 졸업 후 교보에서 겁없이 불어판 <에크리>를 사기도 했는데, 이게 지금은 행방불명이군요^^ 그후 다시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다음 <욕망이론>의 번역본을 발견하고 반갑게 집어들었는데 그만 좌절을 겪은 셈이지요^^ 그 후 마단 사럽의 <알기쉬운 자크 라캉>을 읽고 어렴풋이 이해된다는 느낌(주관적이지만^^)을 가졌었는데, 아니카 르메르의 <자크 라캉>을 읽다가 다시 좌절에 빠졌지요^^ 아무튼 관심의 역사는 길지만 이해의 심도는 별로 깊어지지 않았는데, 이제야 몇 계단 더 깊이 내려가 볼 수 있는 전등이 생긴 것인지도 모르겠네요^^ 새로운 좌절을 맛보게 될런지도 모르지만^^

로쟈 2009-01-31 22:00   좋아요 0 | URL
<욕망이론>은 제대로 된 번역이라고 하기 어려운 책이지요. 그나마 지금은 상황이 많이 호전된 듯해서 다행입니다...

푸른바다 2009-01-31 22:15   좋아요 0 | URL
오래간만에 1986년 신동아 1월호 별책부록 <오늘의 사상 100인 100권>을 펼쳐 보니 <선집(에크리)> 소개 마지막 문단이 이렇게 되어 있군요^^ "라깡에게는 <선집>이외에 스무권이나 되는 <세미나>가 있다. 고등사범학교의 후원으로 일반대중에게 한 강의를 모은 것인데, 그 중에서도 제 11권은 10년 동안 계속해서 베스트 셀러로 꼽히는 책이다." 그 <세미나 11>이 23년 만에 제 눈 앞에 나타났군요^^

로쟈 2009-01-31 22:17   좋아요 0 | URL
그 별책부록은 저도 아주 옛-날에 봤던 건데, 아직도 보관하고 계시군요.^^

노이에자이트 2009-01-31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버트 브레너가 저렇게 생겼군요.경제사 공부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할 학자지요.그런데 브레너의 위의 책들이 공황을 다룬 건데 어휴...공황론을 요즘 공부하는데 정말 어렵더군요.공황론 공부하다가 공황상태가 되었습니다.

로쟈 2009-02-01 00:38   좋아요 0 | URL
공황의 원인은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메카니즘이 어려운가요?..

노이에자이트 2009-02-01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공황 이론 가지고 난다 긴다는 이론가들이 맞붙었는데 지금도 논란이 많아요.그냥 공황이 일어난 당시 상황을 르포형식으로 써놓은 책이라면 그럭저럭 괜찮은데 공황원인론에 대한 글을 보면 머리가...빙글빙글...

로쟈 2009-02-01 10:49   좋아요 0 | URL
그래도 월가의 금융공학만큼 복잡하진 않을 듯싶은데요.^^

노이에자이트 2009-02-01 15:07   좋아요 0 | URL
마르크스 자본론 제 2권의 재생산 표식을 가지고 복잡한 방정식을 풀어내는데...계량 경제학은 마르크스 경제학엔 없을 줄 아는 이들은 뒤로 자빠져 버릴 것 같아요.폴 스위지<자본주의 발전이론> 뒤편에 나오는데,대단하더군요.

로쟈 2009-02-01 21:41   좋아요 0 | URL
오늘 도서관에서 <붐 앤 버블>을 대출해왔는데, 이 책엔 수식 대신에 도표만 많이 들어가 있네요. 사실 아무리 그래도 초끈이론에 나오는 수학 공식들보다야...^^;

2009-02-01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1 11: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1 12: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1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1 2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Kir 2009-02-01 1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의 이 페이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바쁘신 중에도 늘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로쟈 2009-02-01 21:42   좋아요 0 | URL
아, 한 분이 기다리셨군요!^^

릴케 현상 2009-02-01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 강유원 선생강연에서(?) 경제학자가 일진인가 아닌가 확인하는 방법으로 공황을 전공했는가를 체크해볼 수 있다고 하더라구요

로쟈 2009-02-02 14:11   좋아요 0 | URL
주류 경제학자들은 잘 안 다룬다고도 하더군요. 설명할 수 없어서...

노이에자이트 2009-02-02 15: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그리고 <위대한 책들과의 만남>에 나오는 저자의 조셉 콘라드 해석을 주목해 보십시오.제가 콘라드를 좋아해서인지 그 해석이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콘라드를 오리엔탈리즘에 사로잡힌 제국주의자라는 해석은 그다지 찬성하지 않습니다.물론 사이드와는 반대되는 해석이지요.

로쟈 2009-02-02 21:08   좋아요 0 | URL
네, 저도 어디 리뷰에서 언급한 걸 읽은 것 같습니다. 주의해서 보겠습니다...

2009-02-06 10: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6 23:4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