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의 읽을 만한 책을 꼽아본다. 아, 이제 2010년대로 접어든다! 새해를 맞이하는 감상은 별게 없지만, 2010년대라고 하니까 느낌이 좀 다르긴 하다. 2010년대가 다 가기 전에 50줄로 접어들 걸 생각하니 약간은 어이없기도 하고(!). 부지런히 읽고 쓰지 않고서야 반평생 날려먹기 십상이겠단 생각도 문득 든다(아니 반평생은 벌써 지났지 않나?!). 본전도 찾기 어려운 나이 얘기는 접어두고, 그냥 내달에 읽을 책들을 꼽는 걸로 해야겠다. 찾아보니 벌써 세 번째 '1월의 읽을 만한 책'이다. 한 열 번쯤 하다보면 감개가 무량할 수도 있겠다...  

1. 문학   

신경숙 작가가 고른 책은 정이현의 <너는 모른다>(문학동네, 2009)이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작가의 신작이니 따로 소개가 필요하진 않겠다. 가족에 대해 질문하는 소설이라고 하니, 슈퍼베스트셀러 <엄마는 부탁해>와 연관지어 볼 수도 있겠다. 신경숙씨는 이렇게 적었다.  

<너는 모른다>는 정이현의 두 번째 장편소설인데 그녀의 전작들과는 다른 선상에 놓여 있는 작품이다. 경쾌하고 아포리언적인 느낌이 줄어든 대신 삶에 대한 성찰이 깊이 있게 담겨져 있다. 추리소설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계속 뒤가 궁금해서 읽히는 속도도 매우 빠르다. 가족소설이지만 누구 한사람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기 때문에 등장인물 모두가 주인공이다. 아무 일도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오월의 어느 일요일 한강변에 남자 시체 한 구가 떠오르고 과연 그가 누구냐! 하는 질문을 가지고 출발한 소설은 통속적인 기대를 저버리고 곧장 가족 이야기로 진입한다.

단숨에 읽히는 소설인 듯. 마찬가지로 단숨에 읽어볼 만한 소설로는 김윤영의 <내 집 마련의 여왕>(이룸, 2009)도 있다. 작가의 첫 장편소설인데, 말을 붙이자면 '부동산 소설'로 분류할 수 있겠다. 그리고 <걸프렌즈>(민음사, 2007)로 등단한 작가 이홍의 경장편 <성탄 피크닉>(민음사, 2009). 소개기사를 읽으니 "크리스마스 전날 저녁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608호에서 살인에 이은 전기톱 시체 유기 사건이 벌어진다." 시체와 아파트 얘기를 버무린 '강남 소설'인 듯하다. 거기에 작가 황석영도 인터넷에 연재한 <강남몽(夢)>을 곧 출간할 거라고 하므로, 새해엔 '강남'이 새로운 소설 트렌드로 자리잡을지 궁금하다(아, 시에서는 이미 전사가 있었다. 유하의 <바람부는 날에는 압구정동에 가야 한다>).      

 

2. 역사  

이덕일씨가 꼽은 역사분야의 책은 박홍갑 외, <승정원 일기, 소통의 정치를 논하다>(산처럼, 2009). 조선왕조가 보기 드문 '기록 국가'라는 건 잘 알려져 있는데, <승정원일기>는 <조선왕조실록>과 함께 대표적인 기록물이라 한다. 하지만, 이번에 찾아보니 의외로 일반 독자를 위한 관련서가 없다. 이번에 나온 책은 그런 결핍을 채워주는 듯싶다. 추천의 변은 이렇다.

<조선왕조실록>이 여러 사료를 종합 편찬한 기록이라면 <승정원일기>는 가공하지 않은 1차 사료이다. 임진왜란과 이괄의 난 때 조선 전기의 것이 불타버려 후기의 것밖에 남아있지 않지만 전체가 남아 있는 <조선왕조실록>보다 5배나 방대하다. 또한 사관의 평이 들어있는 <조선왕조실록>은 국왕의 열람이 금지되었지만 <승정원일기>는 자유롭게 열람이 가능했다. <승정원일기>를 읽으면 흡사 그 시대에 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내용이 자세하다. 그러나 방대한 내용의 일부만 번역되었기에 일반 독자들이 접근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 책 <승정원일기, 소통의 정치를 논하다>는 이런 난점을 해결하면서 <승정원일기>의 방대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그리고 인상 깊게 취합해 전해준다.

사실 나는 <조선왕조실록>도 읽어본 바 없으니 이 참에 <실록>도 같이 손에 들어봐야 할는지 모르겠다. 이미 박시백의 만화로도 출간돼 있지만, 한권만 읽는다면 박영규의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실록>(웅진지식하우스, 2004)이 이 분야의 베스트셀러다. 신간으론 이한우 기자의 <조선사 진검승부>(해냄, 2009)도 눈에 띈다. '진검승부'라고 돼 있지만 주로 조선사 '뒷담화'를 다루고 있는 듯하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추천한 철학분야의 책은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심리학>(물푸레, 2009). 철학서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심리학 책이지만, 철학분야에서 다루는 듯하다. 취지는 이렇다.  

프로이트 이래로 심리학자들은 부정적 심리 연구에 초점을 맞추었다. 인간의 어두운 면을 조명해 봄으로써 그 본성을 이해하려고 한 것이다. 이제 긍정적 심리학의 출현은 자신의 미덕 강점에 초점에 맞추어서 행복을 추구하려는 방법을 연구한다. 마틴 셀리그만의 긍정적 심리학은 아리스토텔레스의 잠재력 극대화가 행복, 즉 유데모니아를 이루는 길이라는 철학적 인간학에 기초를 둔다. 단점을 보완하기보다는 장점을 더욱 강화시켜 나가는 것이 행복해지는 길이다.

한데, 찾아보니 <긍정심리학>(물푸레, 2006)이라고 나왔던 책과 제목이 같다. 목차가 약간 다른데, 짐작엔 재편집한 듯하다. 원제는 ‘진정한 행복(authentic happiness)’. 그러고 보니 <완전한 행복>(물푸레, 2004)란 타이틀로도 나온 적이 있다. 역자가 바뀐 것으로 보아 번역이 좀 안 좋았던 듯. 어쨌든, 재탕에 삼탕쯤 되는 책이다. 책에 대한 거듭된 '긍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실제로 '긍정심리학'이란 용어는 저자가 1998년부터 처음 사용했다고 한다. 심리학에 열광하는 한국의 독자층이 건재하는 한 '긍정심리학'이란 용어도 자주 회자될지 모르겠다.

 

심리학 책만 골라놓고 넘어가기엔 좀 섭섭하기에 철학책도 몇 권 고른다. 대신에 무게잡는 철학서라기보다는 곁가지 철학서들이다. 프랑스 저자들이 쓴 <잘난 척하는 철학자를 구워삶는 29가지 방법>(살림Friends, 2009)은 제목과 표지가 주는 인상 그대로다. 개인적으론 어쩌다 보니 책에서 언급되는 주요 철학자들에 대한 해설 집필에도 참여했는데, 내가 받은 인상은 '프랑스식당에서 경험하는 프랑스 요리'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내가 적은 추천사.   

철학자들과의 저녁 식사는 어떤 자리일까? 여기 맛깔난 철학 재담의 풀코스 성찬이 있다. ‘잘난 척하는 철학자’를 구워삶을 만한 ‘아는 척하는 철학’의 진수가 펼쳐진다. 교양 만점이다. 더불어 ‘옆집 여자’에게 슬쩍 말을 거는 비법까지 챙길 수 있다. 이렇게 많이 알아도 되는 것일까?

프랑스식 저녁식사에 '적응'할 수 있는 분이라면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 여담이지만, 공저자 중의 한 사람인 미셸 엘트샤니노프는 파리1대학의 철학과 교수이면서 주로 러시아 사상가들이 전공인 듯하다. <도스토옙스키: 문학과 철학> 같은 책도 쓴 걸로 돼 있다. 이런 책이다.

  

프랑스쪽의 시각이 궁금해서 읽어보고 싶지만, 아직은 '그림의 책'이다. 오모리 쇼조의 <일상을 철학한다>(가인비엘, 2009)는 사실 '1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혔던 것인데, 내가 건너뛴 바 있다. "저자는 세계와 나, 세계와 의식의 관계에 대한 철학적 탐구를 시도한다. 그는 나와 세계와의 2원론적 분리 자체가 잘못 설정되었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세계와의 대결구도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 속에서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최근에 나온 프란시스코 바렐라의 <윤리적 노하우>(갈무리, 2009)와 연결되는 지점이 있을 듯싶다. 바렐라의 책에 대해서는 안 그래도 내주치 한겨레21의 서평에서 다뤘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고른 정치분야의 책은 기든스의 <기후변화의 정치학>(에코리브르, 2009)이다. 얼마전에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협약 국제회의가 큰 성과 없이 마무리된 바 있는데, 그런 시의성이 고려된 선정 같다. 오랜만에 기든스란 이름을 입에 올리게 되는데, 이 전지구적 이슈에 대한 그의 핵심적인 주장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저자는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식으로 현대 문명을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생태중심주의자의 관점을 거부하는 현실론적 접근을 취한다. 장기적으로 과학과 기술의 적극적 활용을 통해 화석연료 대신 재생 에너지 자원을 기반으로 한 경제적 전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정부와 기업 및 시장의 긴밀한 협조를 강조하면서 다층적 거버넌스를 활용할 것을 제안하며 국가의 역할을 특히 강조하기 위해 ‘책임국가(ensuring state)’라는 개념을 도입한다. 한편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정책이 사회복지의 증진 및 에너지 안보정책과 적절히 결합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정치적, 경제적 수렴’이라는 개념을 활용한다. 마지막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적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서서는 저개발지역의 ‘개발 절박성’을 고려하는 ‘기후 정의’가 필수적이라고 역설하고 있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남종영의 <북극곰은 걷고 싶다>(한겨레출판, 2009)이다. "지구온난화로 바뀌고 있는 북극과 남극, 적도 등의 현장을 여행하고 취재한 환경에세이"이다. 북극권 알래스카(아크틱빌리지, 배로, 카크토비크), 캐나다의 허드슨만, 남태평양 투발루, 뉴질랜드 오클랜드, 남극 킹조지 섬, 강원 고성 등 8곳을 여행하고 쓴 국내 필자의 취재 여행기여서 더 돋보인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고른 경제/경영서는 스티븐 레빗 등이 쓴 <슈퍼 괴짜경제학>(웅진지식하우스, 2009). 제목에서 이미 <괴짜경제학>(웅진지식하우스)의 속편이란 걸 표나게 내세우고 있다. 역시 전편만큼이나 재미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슈퍼 괴짜 경제학>은 경제학에 대한 우리의 선입견을 또 다시 보기 좋게 뒤엎는다. 몇 개 장의 제목만 봐도 그 책의 내용을 능히 짐작할 수 있다. ‘길거리 매춘부와 백화점 산타클로스가 노리는 것’, ‘자살폭탄 테러범들이 생명보험에 들어야 하는 이유’ 등 우리의 상상력을 한껏 자극하는 제목들이다. 이 책의 주요 저자인 레빗이 비정통적인 경제학자여서 이런 책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는 경제학자로서 최고의 영예라고 할 수 있는 J. B. Clark 메달을 수상할 정도로 경제학계의 인정을 받고 있다. 이 책은 부분적으로 최근 경제학 연구의 동향을 반영해 주고 있다. 전통적인 경제학의 영역 밖으로 눈길을 돌리는 경제학자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데 있다.

개인적으론 마이클 셔머의 <진화경제학>(한국경제신문, 2009)에 이어서 피터 우벨의 <욕망의 경제학>(김영사, 2009)를 손에 들고 싶다. 이런 취지의 책이다.  

이 책은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는 것은 분명 행운이며, 자유로운 시장경제가 무엇이든 내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는 행복을 누리게 하지만, 나쁜 선택을 할 자유까지 보장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행동경제학 이론을, 저자가 비만이나 중독에 빠져 괴로워하는 환자를 치료하며 경험한 실제 사례와 접목시킴으로써 기존 행동경제학 이론서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자유시장의 광기(한계)를 지적하고 있다는 점에서 폴라니의 <거대한 전환>과도 접맥될 수 있지 않나 싶다.   

 

6. 과학 

최영주 교수(포항공대 수학과)가 꼽은 과학분야의 책은 박상철의 <생명의 미학>(생각의나무, 2009)이다. 제목만으론 미학책이 아닌가란 생각도 갖게 하는데, 부제는 '어느 생화학자의 뜻으로 본 생명'. 저자는 노화 연구의 권위자라 한다. 나이를 잘 먹는 것을 뜻하는 <웰 에이징>(생각의나무, 2009)도 펴낸 바 있다. 생명과학자의 생명에 관한 에세이집.  

“생명이 가지는 의미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관한 답을 과학자의 시각과 철학으로 생명 현상의 질서와 법칙을 설명하고자 하는 과학 에세이다. 저자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생명체의 모든 변화에는 순서와 법칙이 있으며 DNA 핵산에 수록된 염기서열이 주어진 길과 질서를 관장하는 생명의 정보임을 과학적으로 설득력 있게 설명하고 있다. 

생명에 관한 에세이라고 하니까 제일 먼저 생각나는 책은 프랑수아 자콥의 <생명의 논리, 유전의 역사>(민음사, 1994)이다. 영역본도 구할 수 있는 듯하니까 다시 정독해보고 싶은 책이다.   

7.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이미 '11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꼽았던 조선희의 한국 고전영화 이야기 <클래식 중독>(마음산책, 2009)이다. 소개의 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고, 같이 읽어볼 만한 한국영화 감독론으론 이동진의 인터뷰집 <이동진의 부메랑 인터뷰 그 영화의 비밀>(예담, 2009)와 이탈리아 평론가들까지 가세한 <한국의 영화감독 7인을 말하다>(본북스, 2008)가 눈에 띈다. 그 '7인'은 이창동, 봉준호, 박찬욱, 홍상수, 김기덕, 임상수, 김지운이다.   

8. 교양 

이한우 기자가 고른 교양서는 소래섭의 <백석의 맛>(프로네시스, 2009)이다. 제목의 '맛'은 중의적인데, 백석 시를 읽는 맛이면서 동시에 백석 시에 등장하는 음식의 세계도 뜻하기 때문이다.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국문학자인 저자는 현대적인 감각에서 백석의 시 100여 편 가운데 음식이 나오는 시 60편을 파고들어 110여 종 음식에 관한 시인의 노래를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멋에 맛을 더하고 맛에 멋을 부렸던 시인의 진가를 오롯이 복원해낸 것이다. 그렇다고 백석이 식도락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려 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당대 문화 속에서 음식의 의미가 어떻게 변질되어가고 있는지를 깊이 통찰한 다음 자신의 음식을 통해 당대의 지배적 문화에 대한 저항을 슬쩍 드러내는 동시에 잊혀져가는 우리 고유의 전통을 되살리려 한다.

말이 나온 김에 겸사겸사 백석에 관한 책들도 업데이트 해놓아야겠다. 전기로는 오양호 교수의 <백석>(한길사, 2008), 그리고 백석 시 전편 해설로는 이숭원 교수의 <백석을 만나다>(태학사, 2008)이 있다. 그러고 보면, 백석은 해마다 그에 관한 책이 나오는 드문 시인의 한 사람이다.   

9. 실용 

손수호 국민일보 논설위원이 추천한 실용분야의 책은 이영직의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스마트비즈니스, 2009)이다. 무슨 내용의 책인지 가늠하기 어려운데, 추천의 변은 이렇다.  

세상을 살다보면 모호한 경우가 많다. 어떤 현상을 움직이는 원리, 사람의 행동이나 심리를 좌우하는 법칙이 있는 것 같은 데, 희미한 그림자만 보일 뿐 머리 속에 명확히 잡히지 않는 것이다. 개념과 실체가 일치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때 그 모호함의 정체를 알게 해 주는 책이 바로 <세상을 움직이는 100가지 법칙>이다. 삶의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법칙이 어떻게 발견되고 발전하였는지, 또 세상을 관통하는 법칙이 현실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설명했다.

해서 나오는 것이  ‘하인리히 법칙’, ‘죄수의 딜레마’, ‘파레토 법칙’, ‘플라세보 효과’, ‘희생양 이론’ 등에 대한 설명이라는데, 100가지씩이나 되면 '법칙 사전'이라 부를 만하다. 혹 사마천의 <사기>를 이 법칙들의 실제 사례집으로도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최근에 '처세서'로도 읽히는 <사기>는 실지로 그런 면모도 갖추고 있는 듯하다. '역사서'라기보다는 '교양서'이자 '실용서'. 한자오치의 <사기 교양강의>(돌베개, 2009)나 김원중의 <통찰력 사전>(글항아리, 2009)도 그런 쪽으로 기억해둠 직하다.   

10. 중국 자본주의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중국 자본주의'로 정해봤다. 개인적으론 얼마전부터 중국사 책들을 한두 권씩 사모으고 있고, 고전들도 차츰 읽어갈 채비를 하고 있다. 그건 마흔 이후엔 역사쪽과 동아시아 고전, 그리고 한국 고전들에도 눈길을 주기로 한 오래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아마도 서른을 넘으면서 그런 독서계획을 세웠던 듯하다. 이사 중에 박스에다 책들을 쟁여넣으며 이 분야의 책들은 10년쯤 후에나 꺼내보리라 다짐했던 것 같기도 하다. 한데, 그 10년이 훌라당 지나갔다. 이젠 퇴로도 없기에 슬슬 읽어나가야 한다.  

워낙 방대한 분야이기에 섣불리 손대기도 어렵지만, 일단은 '자본주의 중국'에 대해서 거시적으로 조망하는 책들을 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 아무래도 조반니 아리기의 <베이징의 애덤 스미스>(길, 2009)가 관심을 자극한 듯하다. 아직 구입하지 않은 책인데, 두께나 책값을 고려하면 내달에 이 책을 읽을 확률은 거의 없어 보이지만, 여하튼  안드레 군더 프랑크의 <리오리엔트>(이산, 2003), 레이 황의 <자본주의 역사와 중국의 21세기>(이산, 2001)를 나란히 읽으면 뭔가 '문리'가 트일 것 같기도 하다. 레이 황의 책으론 <중국의 출로>(책과함께, 2005)도 요긴하다.  

09. 12. 30.  

P.S. 1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맹자>다. 번역이나 주해서는 어느 것이 나은지 잘 가늠하기 어렵다. 고전학도들은 성백효본 <맹자집주>(전통문화연구회, 2005)를 많이 보는 듯하지만, 이후에도 책들은 더 나왔기 때문이다. 나의 관심은 일단 전체적인 이해 혹은 자리매김이다. 그래서 고른 책이 이혜경의 <맹자, 진정한 보수주의자의 길>(그린비, 2008)과 백민정의 <맹자: 유학을 위한 철학적 변론>(태학사, 2005), 그리고 프랑수아 쥴리앙의 <맹자와 계몽철학자의 대화>(한울, 2004/2009)이다. 쥴리앙(혹은 줄리앙)은 언젠가 소개한 바 있는데, 파리 7대학의 동양학부 교수로서 프랑스의 대표적인 중국철학 연구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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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30 2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30 21: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30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2-30 2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펠릭스 2009-12-31 06: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준구 교수의 추천작과 박상철 교수의 저서를 읽고 싶은데요. <클래식 중독/조선희/마음산책>이 영화에 대한 것이군요. 음악에 대한 것이면 <굿바이 클래식/조우석/동아시아>과 비교해 읽고 싶었는데요. <사기 교양강의/한자오치/돌베개>와 <난세에 답하다/김영수/알마>도 함께 읽을만 하겠습니다. 프랑스와 중국은 학문적인 면에서 저서들이 자주 등장하네요. 노벨문학상 수상자중에도 프랑스로 귀화(?) 중국인이 있던데요. 맹자와 보수주의 그리고 계몽철학자도 호기심이 갖게합니다.
* 로쟈님 덕분에 책을 더 가까이 하게된 2009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로쟈 2009-12-31 09:01   좋아요 0 | URL
네, 아마도 올해의 댓글상을 드려야 할 듯해요. 항상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건강하시고, 즐거운 독서가 이어지시길.

L.SHIN 2009-12-31 08: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야 할 새 책이 10권이나 왔는데.. 이걸 또 클릭하다니. 내가 미쳐..ㅡ.,ㅡ

로쟈 2009-12-31 09:00   좋아요 0 | URL
아직 면역이 안 되셨나요?^^;

이진이 2009-12-31 09: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슈퍼괴짜경제학]의 내용 중 '기후변화, 온난화 회의주의'와 관련해서 저자들과 폴 크루그먼과 조셉 롤 등의 환경학자들과 아직까지 논쟁-소위 키보트배틀-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거의 저자들이 KO패 수준이지만요. 이런 부분도 참고해서 읽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국내로 번역되면 이런 논란은 묻어두고 괴짜경제학보다 더 기발한 속편이라는 광고만 하니깐요.

행복한 마무리, 벅찬 새해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Kitty 2009-12-31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 괴짜경제학 속편이 나왔네요! 왜 몰랐을까요? -_-;;;;
덕분에 잘 담아갑니다. 새해에도 잘 부탁드려요~ ^^

스모커 2009-12-31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 님의 글에 감히 댓글하나 달려다가 한참 쓰고나서 올리려 했더니 문제의 그 글엔 댓글도 못달게 막아 두셨으니... 제 블로그에 올려놨습니다요^^;; 님에게 쓴 글을 딴사람들만 와서 보는것 같으니..그건 쫌 아닌거같아서리... 이거 뒷담화도 아니고...

로쟈 2009-12-31 15:09   좋아요 0 | URL
"뭡니까? 문제의 그 글엔 댓글도 못 달게 막아 두시다니..다른글은 삭제해 버리고..이쯤되면 할 말이 없소이다." 근거 없는 사실을 유포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스모커 2009-12-31 16:12   좋아요 0 | URL
글 제목 '책을 윤리적으로 소비한다는것'의 댓글창은 분명 닫혀있습니다.
제가 좀 직선적이고 거친 놈이어도 근거없는 사실을 유포하진 않습니다.
panda님과의 댓글 대화중에 나도 좀 끼어들려고 했다가 닫아 놓으셨기에
부화가 치밀어서리^^::

로쟈 2009-12-31 17:46   좋아요 0 | URL
사회적 독서의 카테고리만 남겨두었다가 서재를 정상화하면서 빠트렸을 뿐입니다. 그리고 어떤 글을 삭제했다는 말씀인가요?

마태우스 2009-12-31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요즘 심기가 많이 불편하시죠.
힘내시기 바랍니다.
불매가 아무리 옳은 일이라고 한들,
님 말씀대로 관망하는 것조차 용납을 못하는 작금의 태도는 정말 이해가 안갑니다.
남이사 어떻게 생각하든 자기 할일만 하면 되는 걸텐데
왜 님의 인터뷰를 빌미로 그렇게 공격을 하는지 차암.
새해에도 님의 귀한 글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쟈니 2009-12-31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국 자본주의는 늘 관심있는 부분입니다. 중국의 역사와 자본은 그 성질이 매우 가깝다고 생각을 해서요. 아울러 그간 서양의 입장에서 보는 자본의 시각이 중국 자본력의 대두로 인해 새로운 관점도 가져올 거 같군요.

늘 많은 정보 꼼꼼히 정리해주셔서 로쟈님 덕을 많이 본다고 생각합니다.
새해에도 좋은 글, 좋은 자료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서재일에 복귀하자 마자 해치우려고 계획한 일의 하나는 올해의 마지막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작성하는 것이다.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웹진을 찾으니 아직 철학과 과학, 교양 분야의 추천도서가 올라와 있지 않지만, 그냥 나대로의 추천도서로 다 채워넣기로 하고서 '12월의 읽을 만한 책'을 꼽아본다.   

1. 문학  

신경숙 작가가 고른 문학분야의 책은 이기호의 <사과는 잘해요>(현대문학, 2009)이다. 이미 소개 페이퍼를 올려놓은 적이 있고 해서 군말을 더 필요없을 듯. 추천의 변은 이렇다. "<사과는 잘해요>는 젊은 작가 이기호의 첫 장편소설이다. 그 동안 단편소설 모음집인 <최순덕 성령충만기>, <갈팡질팡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지> 두 권은 펴낸 바 있다. 이 작가는 출발부터가 독자로 하여금 책읽기의 즐거움을 선사하려는 듯 작품을 읽는 동안 웃음이 만발하게 하는 유머로 무장하고 등장했다.(...) <사과는 잘해요>는 제목에 등장하는 ‘사과’보다는 ‘죄의식’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작가의 독특한 화법이 여전히 웃음과 가독성을 불러일으키는 한편 웃을 수만은 없는 둔중한 근원적인 아픔이 남는 작품이다. 우리가 흔히 미안하다고 말하는 ‘사과’의 집단성과 사회성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한다." 그 사과의 집단성과 사회성의 올해의 사회적 이슈이기도 하기에 여러 모로 음미해볼 만하지 않나 싶다.   

2. 역사 

이덕일 소장이 고른 역사분야의 책은 우동선 외, <궁궐의 눈물, 백 년의 침묵>(효형출판, 2009)이다. 이렇게 거명되지 않았다면 나로선 그냥 흘려보냈을 책이다. 궁궐의 역사가 눈물의 역사이기도 한 것은 다음의 소개를 통해 알 수 있다.  

"아마도 궁궐만큼 식민지 시대의 상흔을 고스란히 간직한 현장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궁궐의 눈물, 백 년의 침묵>은 이토록 수많았던 궁궐 전각들이 식민지 시대를 거치는 100년 동안 어디로 사라져갔는지를 추적한 책이다. 19세기 말 북궐도형(北闕圖形)에 그려진 경복궁 내 전각 수는 모두 509동이었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를 거치고 남은 전각의 수는 불과 40동에 불과했다. 그 많은 전각들이 어떻게 사라졌으며 어디로 갔는지 체계적 연구가 부족한 것은 의아한 일이다.  

창경궁을 동물원인 창경원으로 만든 것은 일제가 조선의 궁궐을 어떻게 대접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심지어 경희궁의 정전인 숭정전과 임금의 침소였던 회상전이 남산의 일본계 사찰 조계사(曹谿寺)로 팔려나가 이토 히로부미를 기리는데 쓰였던 사실이나, 일본인 상대 요정에 팔려가 기생들의 놀이터가 된 사실, 고종이 평양에 세웠던 황궁인 풍경궁(豊慶宮)이 일제의 군사기지로 전락했던 사실들은 일제의 궁궐 훼철이 의도적이고 조직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조선조의 궁궐을 소개하는 윤돌의 <우리 궁궐 산책>(이비컴, 2008)의 부제가 '정겨운 朝鮮의 얼굴'인 것과 사뭇 대조된다. 아마도 예비적으로 읽어야 할 책은 홍순민의 <우리 궁궐 이야기>(청년사, 1999)일 듯싶다. "울에 남아있는 조선왕조의 5대 궁궐인 경복궁 창덕궁 창경궁 경희궁 경운궁(덕수궁)의 역사와 그곳에 살았던 왕들의 이야기. 저자는 궁궐이 세월의 풍상을 지나면서 훼손된 과정,특히 일제에 의해 의도적으로 파괴된 사실을 지적하면서 조선왕조의 왕궁 문화를 촘촘히 되살리고 있다."고 소개된다.   

3. 철학  

나대로 고른 철학분야의 책은 리처드 번스타인의 <한나 아렌트와 유대인 문제>(아모르문디, 2009)이다. 예전에 아렌트에 관심을 갖고 있을 때 눈길을 맞춰둔 책인데(번스타인은 지명도 있는 철학자로 국내에 몇 권의 책이 소개된 바 있다) 이번에 아렌트 전공자인 선욱 교수의 번역으로 읽어볼 수 있게 됐다. 겸사겸사 국내 연구자들의 논물을 모은 <한나 아렌트와 세계사랑>(인간사랑, 2009)와 엘리자베스 영-브륄의 <한나 아렌트 전기>(인간사랑, 2007)도 같이 읽을 책으로 꼽아놓는다. 사실 영-브륄의 전기는 재작년에 <정치의 약속>(푸른숲, 2007)과 함께 '1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골라놓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이 방대한 분량의 책을 손에 집어들 여유가 없었는데, 내달엔 그 일부라도 펴보고 싶다.  

공교롭게도 아렌트에 대한 관심이 주기성을 띠게 됐는데, 되짚어보면 얼마전에 읽은 아감벤의 <목적 없는 수단>에서 아렌트의 '우리 난민들'(1943)이란 글이 인용된 걸 보고 관심이 되살아난 것이기도 하다. "아렌트는 자신이 겪은 난민 혹은 무국적자의 조건을 뒤집어 이 조건을 새로운 역사의식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한다"(24쪽)고 아감벤은 적었다. 우리시대의 정치철학적 패러다임이 '시민'이나 '민중'이 아니라 '난민' 위에 세워져야 한다는 아감벤의 주장에 공감하게 되면서 덩달아 아렌트의 난민론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출간돼 나온 그녀의 유대인론에 대한 관심은 그 연장선상에 있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고른 정치/사회분야의 책은 라틴아메리카 전문가인 이성형 교수의 <대홍수>(그린비, 2009). 저자의 책으론 봄에 나온 <라틴아메리카의 문화적 민족주의>(길, 2009)에 이어진 것이다. 책의 내용은 '라틴아메리카, 신자유주의 20년의 경험'이란 부제가 집약해준다. 부제만 보자면, <신자유주의 이후의 라틴 아메리카>(모티브북, 2008)란 책과 같이 묶일 수 있겠다.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은 1992년 외채 위기 이후 라틴 아메리카 국가들에서 진행된 신자유주의 개혁의 명암과 최근의 중도좌파 정부에 의한 신자유주의 타개 경험을 다루고 있다. 이 지역 국가들은 신자유주의 개혁을 도입하면서 실업의 증가, 고용의 불안, 사회적 양극화 등으로 인해 심각한 사회경제적 시련과 좌절을 겪었다. 이 책의 제목 ‘대홍수’는 신자유주의적 개혁으로 인해 파괴된 삶의 터전을 상징하는 단어다."

 

해서, '타산지석'이 될 만하다는 게 추천의 변이다. 모처럼 라틴아메리카 지역에 관한 책이 언급된 김에 몇 권 더 꼽아본다. 애두아르도 갈레아노의 <수탈된 대지>(범우사, 2009)는 라틴아메리카 500년사를 다룬 이 분야의 고전으로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그리고 <라틴아케리카의 근대를 말하다>(그린비, 2008)는 <대홍수>가 포함된 '트랜스라틴' 시리즈의 첫권으로 나온 책으로 "‘근대성’을 비판적으로 성찰해 서구중심주의를 벗어나려는 라틴아메리카 지식인들의 논쟁을 담았다. ‘라틴아메리카의 근대가 언제부터였는가’라는 주제를 인류학, 역사학, 지리학, 문학 등의 학제적 연구를 통해 해명한다. 주로 서구학계에서 만들어진 근대성 담론을 비판한다." 이 역시 우리의 근대성 논의에 시사점을 제공해줄 수 있겠다. 그리고 김영길의 <남미를 말하다>(프레시안북, 2009)는 저널리스트의 생생한 현장 리포트이다. 몇 권을 겹쳐 읽으면 대략 라틴아메리카의 좌절과 희망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볼 수 있겠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고른 경제/경영 분야의 책은 토드 부크홀츠의 <유쾌한 경제학>(리더스북, 2009). 예전에 <유쾌한 경제학>(김영사, 1997)이라고 나왔던 책이 다시 출간된 걸로 보인다.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김영사, 2009)가 개정판이 나온 것처럼. 추천의 주된 이유는 저자의 글솜씨에 있다. "경제학 서적 중 토드 부크홀츠가 쓴 <죽은 경제학자의 살아있는 아이디어>만큼 오랫동안 스테디셀러의 위치를 차지해 온 책은 극히 드물다. 경제학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 무슨 책을 읽으면 좋겠느냐는 질문에 대해 바로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는 답이 자주 나온다. 이 책에서 보여준 부크홀츠의 글 솜씨는 정말이지 감탄을 금치 못하게 만든다. 그 책의 속편 격인 <토드 부크홀츠의 유쾌한 경제학>에서도 그의 번뜩이는 재치는 유감없이 발휘된다." 그래서 뛰어난 책은 아니지만 경제학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어볼 만하다는 것.    

6. 과학 

나대로 고른 과학 분야의 책은 저명한 뇌과학자인 마이클 가자니가의 <왜 인간인가?>(추수밭, 2009). 이미 전작인 <윤리적 뇌>(바다출판사, 2009)와 함께 소개 페이퍼는 올려두고 나는 원서까지도 도서관에서 대출해놓았지만 아직 읽을 짬을 못 내고 있는 책이다. 역시나 바쁘겠지만 12월엔 시간을 좀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대중성에서 가자니가의 책에 밀리긴 했지만 대니얼 데닛의 <자유는 진화한다>(동녘사이언스, 2009)는 뇌과학과 인지과학이 마음의 철학에 어떤 통찰을 던져줄 수 있는지 보여주는 저작으로 개인적으론 12월의 독서목록에 올려놓은 책이다. 뇌과학 입문서로 출간된 데이비드 린든의 <우연한 마음>(시스테마, 2009)와 개리 마커스의 <클루지>(갤리온, 2008)도 같이 읽으면 좋을 만한 책. 기묘한 뒤죽박죽으로 진화된 뇌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클루지>는 작년에도 '12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골랐었는데, 뇌과학에 대한 관심 또한 주기적인 모양이다(그만큼 주기적으로 이 분야의 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7.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정준호의 <이젠하임 가는 길>(삼우반, 2009)이다. 제목만으론 감을 잡을 수가 없는데,' KBS 'FM 실황음악' 진행자 정준호가 이야기하는 음악과 예술'이 부제다. 추천사에 따르면, "음악해설가 정준호는 좋은 작품을 고르고, 그것을 연주한 사람들의 연결고리, 작품이 만들어지던 당시의 사건들, 다른 장르에서 일어나고 있던 일들, 작곡가가 그 작품의 첫 번째 음을 적기까지 있었던 많은 일들의 입체적 맥락을 풍부하고 맛깔스럽게 드러내 놓았다. 이 책에서는 따로따로 알고 있던 사실들이 입체적으로 연결되어 하나의 음악 안으로 녹아들어가는 과정을 읽는 큰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음악에 과문한 탓에(FM도 듣지 않는 탓에) 저자는 생소한데, 이미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삼우반, 2006)을 출간한 이력이 있고, '현대 음악의 차르'에 대한 평전 <스트라빈스키>(을유문화사, 2008)도 쓴 바 있다. 왜 제목이 '이젠하임 가는 길'인가? 저자의 답변은 이렇다. 



“16세기 이탈리아 다성 음악의 절정을 이루었던 팔레스트리나는 몬테베르디라는 새로운 시대의 총아에게 자랑스럽게 자리를 내어준다. 이들의 이야기를 20세기 초에 한스 피츠너라는 독일 작곡가가 오페라로 만들었다. 피츠너의 ‘예술가 오페라’는 후배인 힌데미트가 <이젠하임 제단화>를 그린 중세 화가 마티아스 그뤼네발트를 주인공으로 오페라를 쓰는 데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뤼네발트의 그림에 나오는 세바스찬과 안토니우스 성인은 브람스의 변주곡과 드뷔시가 쓴 극 부수음악의 주인공이다. <이젠하임 제단화>는 이 책을 가로지르는 핵심 코드이다.”(6쪽) 

 

8. 교양 

나대로 고른 교양서는 윤미화의 <깐깐한 독서본능>(21세기북스, 2009)이다. '파란여우'님이란 닉네임이 아직은 더 친숙한데, 알라딘 마을 면장님의 책을 리스트에서 빼놓긴 어려운 일이다(내 책은 리스트에 못 올려놓더라도). 하지만 그런 '정치적' 이유는 부수적이고, 책은 보기 드문 하중과 함량을 자랑한다. 책읽기를 통해 깐깐한 '교양'이 무엇인지 경험해보고 싶은 독자들에게 강추할 만하다. 덧붙여 요즘 독자층이 부쩍 늘어난 듯싶은 유네하라 마리 여사의 <대단한 책>(마음산책, 2007)도 같이 읽어봄 직하다. 요네하라 마리 독자들에겐 말이 필요없는 '대단한' 독서기. 거기서 더 여유를 부릴 수 있다면, 크리스티아네 취른트의 <책>(들녘, 2003)까지 손에 들어볼 수 있겠다. '책에 대한 책'으로 네버 엔딩 책 얘기이다...  

9. 실용 

손수호 논설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고다마 사에의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책공장더불어, 2009)이다. '유기동물'이란 주제를 다룬 드문 책인 듯싶은데, 저자의 사연은 이렇다고. 

“1997년 봄, 회사 근처 선로 옆에 하늘색 쓰레기 봉투가 버려져 있었다. 봉투에는 ‘죽은 개’라는 종이가 붙어 있었고, 빨간 목걸이를 한 하얀 개가 죽어 있었다. 이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책은 이런 물음에서 출발해 동물의 존엄성에 눈을 돌리고 있다. 출발은 유기동물 문제가 심각한 일본이다. 무책임하게 버려져 살처분 운명을 맞는 동물은 1년에 개 16만 4,209마리, 고양이 25만 5,628마리에 이른다고 한다. 저자는 그러나 개인적인 슬픔과 안타까움에 머물지 않고 사회적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가 선택한 방법은 유기동물에 관한 사진전.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곳곳에서 전시회를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그 곳에서 가슴 속에 묻어두었던 발언이 나오기 시작했다. 동물의 생명에 대한 사람의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고. 책은 사진전을 옮겨 놓은 형식이다. 

저자가 내미는 책의 결론은 이런 것이라고 한다. “반려동물에게 인간과의 우정과 신뢰는 삶의 모든 것이다.” 생각보다 무거운 울림을 던져주는 책이다. 이 번역본을 낸 출판사 '책공장더불어'는 ‘동물전문 1인 출판사’인데, 리디아 히비의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를 시작으로 하여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 등 오직 동물을 주제로 다룬 책만을 여러 권 출간했다. 어느 정도 고정독자층도 형성된 듯싶은데, 이런 전문/특수 분야를 전담하는 출판사들이 좀더 많아지면 출판계도 좀더 다양해지고 풍성해지겠다는 생각이 든다.    

10. 다윈주의 

끝으로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다윈주의'로 잡았다. 물론 올해가 다윈 탄생 200주년이었던 걸 고려해서다. 아직 <종의 기원>과 <인간의 유래> 새 번역본이 나오진 않았지만, 최근에 두툼한 <다윈 평전>(뿌리와이파리, 2009)가 출간되어 분위기를 살리고 있고, 그밖에도 몇 권의 관련서가 더 나왔다. 개인적으론 마이클 셔머의 <왜 다윈이 중요한가>(바다출판사, 2008)을 손에 들어보려고 한다. 그건 그의 신작 <진화경제학>(한국경제신문, 2009) 때문에 다시금 상기하게 됐기 때문이다. 다윈과 다윈주의 관련서들이 몇 권 출간될 듯하므로 해가 넘어가도 '다윈'은 여전히 출판계의 화두가 될 듯싶다. '놀랍고 색다른 이야기'들이 더 많이 쏟아지길 기대한다... 

09. 11. 29.  

P.S. 올해의 마지막 고전은 이지(이탁오)의 <분서>(한길사)이다. 1, 2권이 2004년에 나왔고, 속편은 2007년에 번역되었다. <이탁오 평전>(돌베개, 2005)은 조금 뒤적여보았지만, 나는 <분서>를 챙겨놓진 않았는데, 그건 책이 2004년 '당신이 없는 사이에' 출간된 사정과 관련이 있다. 러시아에서 돌아왔을 때 나는 이 책에 대한 아무런 식견을 갖고 있지 않았다('이탁오'란 이름만 들어보았을 정도). 그러다 문학평론가 정여울씨의 책에서 인상적인 독후감을 읽고 관심을 갖게 됐고, 피에르 부르디외가 <호모 아카데미쿠스>(동문선, 2005)의 서문에서 그 책을 자신의 '분서'라고 일컫는 걸 보고 흥미가 이어졌다. 하지만, 역시나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분량의 책은 아니어서 독서는 미뤄두고 있다. 이번에 골라놓는 것은 파란여우님의 강추 덕분이다(독후감은 <깐깐한 독서본능> 참조). 면장님은 이렇게 적었다. 

"분서를 읽는 동안 슬프고 외로웠다. 분서 속의 이지가 자꾸 술을 권했음을 고백한다. 다수와는 다른 사상을 지녔다는 이유로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 되고 결국에는 스스로 목에 칼을 그어 죽은 인간 이지의 고독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해서, 이지를 읽을 독자라면 냉장고에 술병을 댓 병 대기시킬 것을 권한다."(<깐깐한 독서본능>, 187쪽)  

볼과 함께 시작한 우리의 한 해는 술병과 함께 저물어갈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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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1-29 15: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11-29 21: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펠릭스 2009-11-29 18: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하시니 좋습니다.
영화 '2012'처럼 지구 환경의 급변때는 '홍수'가 동반되더군요.
'룰라'의 '신자유주의' 대한 극복에 대해 읽고 싶군요.

로쟈 2009-11-29 21:34   좋아요 0 | URL
여러모로 반면교사가 되는 나라들입니다. 우리도 그 나라들의 반면교사가 될지도 모르겠구요...

sophie 2009-11-29 18: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돌아오셨어요? ^^
저는 <말이 먼저 음악이 먼저>가 눈에 띄네요. 여기 미술사 전공하는 학생 얘기를 들어보니 수업에서 그림에 영향을 받은 음악을 감상하고 미술과 음악에 대해 얘기한다고 합니다. 예전에 오히려 미술, 음악이 넘나들기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이상적인 수업인 것 같아 양해를 구하고 청강을 하기로 했는데 무소르그스키의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를 한 답니다. 공부 좀 좋이 해야겠어요. ^^

로쟈 2009-11-29 21:35   좋아요 0 | URL
흠 너무 일찍 컴백한 건가요?^^; <보리스 고두노프>에 대한 강의는 저도 듣고 싶은데요...

수유 2009-11-29 2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반려 동물의 죽음이나 유기견 이야기, 학대받는 동물들, 로드킬 당하는 동물들의 이야기를 읽기는 쉬운 일이 아니랍니다..애써 외면하기도 하지요..

<이젠하임 가는길> 눈에 들어오네요^^

로쟈 2009-11-29 21:35   좋아요 0 | URL
네, 그러실 듯해요.^^
 
"동아시아 100권의 책"

어제 읽은 흥미로운 기사는 동아시아 100권의 책 선정 소식이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에서 동아시아 독자들이 함께 읽을 현대의 고전 리스트를 만들고 공동 번역 사업에 나선다는 것인데, '동아시아'란 게 무엇이며, '동아시아인'이란 정체성이 어떤 내용을 갖게 될는지 비로소 구체화될 듯싶다. 이후에 '동아시아의 소설들' '동아시아의 사회과학서들'이 더 기획될 수 있을 거라고 하니까 이제 첫걸음이다. 리스트를 보면 번역작업이 아주 지난하지 않을까 싶은데, 일단은 한국 선정 도서 26권의 리스트를 눈요기 해본다. 나머지 74권의 선정 도서가 차례로 번역돼 나오길 기대하면서...     

한국일보(09. 10. 30) 동아시아 독서 공동체, 끊겼던 맥 다시 잇는다 

동아시아의 독자들이 함께 읽게 될 현대의 고전 100권이 선정됐다. 한국, 중국, 일본, 대만, 홍콩 등 동아시아 인문출판사들의 협의체인 동아시아출판인회의(회장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29일 전북대에서 제9회 동아시아출판인대회를 열고 '동아시아 100권의 책'을 발표했다.

100권의 책은 각국의 선정위원회가 고른 근ㆍ현대의 대표적 인문 도서로 한ㆍ중ㆍ일 각 26권, 대만 15권, 홍콩 7권으로 구성됐다. 이 책들은 2010년 선정 경위와 개요를 담은 해제집 발간을 시작으로, 각국 정부의 번역 지원을 받아 출간될 예정이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2005년 결성, 도쿄에서 열린 제1회 대회 때부터 100권의 책 공동 출판 사업을 추진해 왔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근대 이전 동아시아는 한자를 기반으로 상당히 넓은 지적 교류를 해왔지만, 근대화와 냉전을 겪으며 그 교류가 끊어졌다. 현대 동아시아가 위치한 지적 기반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좋은 책을 읽는 일이 시급하다"고 사업의 의미를 설명했다. 김언호 회장은 이날 대회 개회사에서 "책은 공유됨으로써 빛난다. 100권의 책 프로그램은 세계 출판계에 새로운 문제의식을 던져줄 것"이라고 말했다.

100권의 책에 포함된 한국 도서 26권은 <백범일지> <뜻으로 본 한국역사> <한국의학사> 등 3권을 제외하고는 모두 1970년대 이후에 출간된 책이다. 한경구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동아시아출판인회의 저작권위원장)는 선정 기준에 대해 "1950~60년대 분단과 전쟁의 소용돌이를 거치며 산업적 토대를 구축한 한국 출판계가 본격적 인문 단행본 출판을 시작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한 교수는 이 밖에 ▦상업성보다 한국 사회에 지적ㆍ사회적 영향을 끼친 책 ▦한국적 특성을 드러내면서 동시에 세계적 보편성을 지닌 책 ▦번역이 가능하고 너무 전문적이지 않은 책 등을 선정 기준으로 들었다.

한국의 경우 2008년 7월 이후 학자, 출판평론가, 출판사 대표 등이 참여한 선정위원회를 운영해 왔다. 한 교수는 "모두가 만족하는 목록은 불가능했다. 숱한 토론과 타협을 거칠 수밖에 없었다"며 선정 작업이 지난했음을 털어놨다. 한국 선정 도서에는 이밖에 <한국 음악사> <한국 근대 문예비평사 연구> <한국 수학사> <지눌의 선 사상> <한국 유학 사상론> <옛 그림 읽기의 즐거움> 등 철학, 사회, 예술에 대한 현대의 저술이 다양하고 고르게 포함됐다. 시기적으로 가장 이른 것은 김구(1876~1949)의 <백범일지>이며, 가장 최근의 것은 2006년 출간된 김우창 고려대 명예교수의 에세이 <풍경과 마음>이다.

26권 가운데는 정치ㆍ사회적으로 진보적 관점에서 저술된 책도 눈에 띈다. 따라서 공공기관인 한국문학번역원의 지원을 받아 한국을 대표하는 책으로 해외에 소개되는 것을 놓고 논란도 예상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의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한국의 노동운동과 국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의 <흔들리는 분단체제>,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의 <전쟁과 사회: 우리에게 한국전쟁은 무엇이었나?> 등이 목록에 포함됐다.

한 교수는 이에 대해 "한국의 1970~80년대는 민주화를 떼어놓고는 이해할 수 없다. 포함된 책은 산업화ㆍ민주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책들이다. 오히려 사상사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일본과 중국의 독자를 고려해 걸러낸 책도 있다"고 밝혔다.

중화권(중국, 대만, 홍콩)과 일본이 선정한 책은 자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재로 저술한 학술서와 고급 교양서가 주를 이뤘다. 일본의 류사와 다케시 전 헤이본사 대표편집국장은 "'동아시아의 독자들이 공유해야 할 책이 어떤 것일까' 하는 것이 선정 기준이었다"며 "목록에 포함된 책들은 근래 50년 동안 발간된, 일본에서 현대의 고전으로 꼽히는 책들"이라고 설명했다. 동슈위 전 중국출판집단 싼롄서점 총경리는 "중국은 (문화대혁명 등의 이유로) 학술서가 출판되지 못하던 시절이 있어서, 1980~90년대 이후 신진 학자들의 저작이 많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동아시아출판인회의는 저작권ㆍ판권이 확보되는 책부터 순차적으로 100권의 책을 발간할 계획이다. 출간 작업은 각국에서 독립적으로 진행되지만, 표지 디자인이나 편집 등에서 통일성을 추구할 방침이다. 한성봉 동아시아출판사 대표는 "번역은 무척 힘들고 중요한 작업이라 언제 완간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출판인회의에 소속되지 않은 출판사에게도 발간의 기회는 열려 있다"고 말했다. 

미국 예일대 출판사를 비롯한 비아시아권 출판계에서도 100권의 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100권의 책은 계속되는 프로그램"이라며 "'동아시아의 소설들' '동아시아의 사회과학서들' 등 다른 이름과 형태로 사업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유상호기자) 

 

09. 10. 31. 

P.S. 한국 선정도서들의 이미지를 나열해본다. <한국문학통사>만 제외하면 초판출간연대순이다. 한국의 인문서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시중에서는 구할 수 없는 '죽은 책'들도 여러 권 눈에 띈다. 알라딘에 이미지가 뜨지 않는 책은 제외했다(*표시를 했다).  

1. 백범일지  

 

2. 뜻으로 본 한국 역사 

 

3-6. 한국의학사, 한국과학사, *한국음악사, 한국근대문예비평사연구 

 

7-9. 한국수학사, 지눌의 선사상, 한국유학사상론 

 

10. 한국사회사연구

  

11. 갈릴래아의 예수

 

12. 한국전쟁의 발발과 기원  

 

13-15. 한국의 노동운동과 국가, *풍류도와 한국의 종교사상, 흔들리는 분단체제

  

16-17. 한국사신론, 옛그림 읽기의 즐거움

 

18-19. 시간과의 경쟁,  전쟁과 사회

 

20-22. 한국문학사의 논리와 체계, 한국미술의 역사, 운화와 근대 

 

23-25. 한국인의 신화, 눈과 정신, 풍경과 마음 

 

26. 한국문학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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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동아시아 100권의 책 - 중국 쪽 선정도서
    from 일방통행로 2009-11-01 05:43 
    동아시아 출판인회의를 조직하여 "동아시아 100권의 책"을 선정한다는 말을 일전에 들었는데 29일에 선정 및 발표되었다. 동아시아 격변기 세계관 바꾼 ‘현대의 고전’ 한겨레 “거대한 독서공동체 복원 첫걸음” 한겨레 한·중·일 이어줄 ‘100권의 책’ 중앙일보 책에서 동아시아 문화 유전자 찾는다 중앙일보 내가 번역한 책도 후보에 올라와 있어 출간을 약간 미루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최종선정에서 제외된 것으로 보인다. 후보 명단에 올라와 있던 책들은 지금..
 
 
바밤바 2009-10-31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자 조선일보를 보면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100권을 선정할 때도 말이 많았거늘 26권으로 우리를 오롯이 드러내려는 시도에 대해 비판을 가하더군요. 무엇보다 선정도서의 편파성에 대해 불쾌한 내색을 감추지 않더군요. 선정 도서 목록을 몰라 왜 그러나 했는데 로쟈님 글을 보니 왜 그런지 알겠네요. ㅎ 조선이 좀 더 포용력을 가졌으면 합니다~ ㅎ

로쟈 2009-10-31 15:11   좋아요 0 | URL
전체적으론 통사류의 책이 너무 많아서 '책'보다는 '한국'에 더 초점을 맞춘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동아시아'나 '세계'를 다룬 책이 거의 없다는 점도 눈에 띄고요. 제한된 목록이니 모든 걸 충족시킬 수야 없겠죠...

열매 2009-10-31 2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이 자기 입맛대로 책을 추천해된다면 그게 바로 '불한당들의 세계사'가 되지 않을까요^^;;

로쟈 2009-10-31 23:53   좋아요 0 | URL
자체적으로 구미에 맞는 목록을 뽑아서 문화부 지원하에 사업을 진행하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요. 방송도 진출하는 마당에...
 

작년에 꼽은 '11월의 읽을 만한 책'을 보니 서두에 "주말에는 써야 할 원고들이 많아서 미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라고 적어놓았다. 딱 1년이 지났지만 처지는 마찬가지다. 주말에는 할일이 너무 많아서 야밤을 틈타 미리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11월은 2월과 마찬가지로 잘 눈에 띄지 않는 달이지만, 일정을 보니 매주 발표와 강연이 있다. 아마도 정신없이 보내다 12월을 맞을 듯싶다. 벌써 겨울인가?!..  

1. 문학 

신경숙 작가가 추천한 책은 줌파 라이히의 <그저 좋은 사람>(마음산책, 2009)이다. 이미 지난번에 '9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골라놓았으니 나로선 덧붙일 말도 없다. '그저 좋은 책'이고 나는 그제도 아는 분께 한권을 선물하기도 했다. 나대로 더 고른 책은 존 쿳시의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민음사, 2009)와 리비아 출신의 작가 히샴 마타르의 <남자들의 나라에서>(현대문학, 2009). <어느 운 나쁜 해의 일기>는 남아공 출신의 노벨상 수상 작가 쿳시가 2007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쿳시의 작품 가운데 가장 실험적인 소설이라 한다.   

<남자들의 나라에서>는 작가의 데뷔작으로 쿳시로부터 "리비아 정치의 폭력성에 너무 어린 나이에 노출된 아이에 관한 통렬한 스토리"란 평을 들은 작품. 공통점을 더하자면 두 작품 모두 쿳시와 하진의 작품을 주로 옮겨온 왕은철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1979년 리비아, 푸른 지중해와 뜨거운 햇빛으로 둘러싸여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던 아홉 살 소년 술레이만. 그의 어린 시절은 카다피 정권으로 인해 위기를 맞는다."는 것이 소설의 도입부로 작가 자신의 체험을 많이 반영하고 있는 듯싶다.   

2. 역사 

이덕일 소장이 추천한 역사분야의 책은 김진경의 <고대 그리스의 영광과 몰락>(안티쿠스, 2009). 국내서로는 드물게 고대 그리스의 역사와 문화를 다루고 있는 책으로, 추천자는 "이 책의 장점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현재적 관점을 잃지 않고 있는 것이 크게 돋보인다. 노비를 포함해 인구 5만 명 정도의 폴리스들이 어떻게 그렇게 오랜 세월 동안 독립적 상태로 존속할 수 있었는지를 추적하고, 베일 속에 묻혀 있던 고대 그리스의 모습을 현대인의 시야로 끌어올린 최근 사람들의 이야기를 함께 싣고 있어 흥미진진하다."고 평했다. 아직 손에 들진 못했지만, 나도 바로 구입한 책. 저자의 다른 책으론 <지중해 문명 산책>(지식산업사, 1994/2001), 번역서로 키토의 <그리스 문화사>(탐구당, 1984/2004)가 있다. 정평있는 그리스 입문서인 키토의 책은 <고대 그리스, 그리스인들>(갈라파고스, 2008)이라고 따로 번역되기도 했다.   

 

3. 철학 

이달부터는 철학분야의 선정위원이 김형철 교수(연세대 철학과)로 바뀐 듯한데, 첫번째 추천도서는 장근영의 <심리학 오디세이>(예담, 2009)이다. 의외의 책인데,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저자가 역사상 위대한 업적을 남긴 심리학자들의 이론을 알기 쉽게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쓴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만화도 직접 그렸다." 분류하자면 교양심리학에 가깝겠다. 철학분야의 책을 고르자면,  노에 게이치의 <이야기의 철학>(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2009)과 김용석의 <서사철학>(휴머니스트, 2009)을 고르고 싶다. 모두 '이야기'에 대한 철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는 책으로 이야기란 무엇을 기록하는 것이며, 어떻게 이해할 수 있는가에 대한 좋은 통찰들을 제공한다.  

4. 정치/사회 

강정인 교수가 고른 정치/사회분야의 책은 김재명의 <눈물의 땅. 팔레스타인>(프로네시스, 2009)이다. "이 책은 팔레스타인 지역의 사람들이 겪고 있는 전쟁의 참상을 서구의 시각이 아니라 그들의 시각에서 충실히 전달함으로써 우리의 시각에 균형을 부여하려는 시도이다."라고 평하는데, 추천자에 따르면, 이 책의 메시지는 첫째,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겪고 있는 좌절과 분노이고, 둘째, 팔레스타인 지역에 평화가 정착되기 위해 미국 정부가 친이스라엘 일방주의를 거둬들이고, 유엔 평화유지군을 팔레스타인 지역에 파견하여 팔레스타인 지역의 유혈사태를 종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의 역사와 현실을 다룬 책으로 일란 파페의 <팔레스타인 현대사>(후마니타스, 2009)와 영화로도 만들어져 화제를 모았던 만화 <바시르와 왈츠를>(다른, 2009)을 꼽아두도록 한다.   

5. 경제/경영  

이준구 교수가 추천한 경제/경영서는 이몬 버틀러의 <시장경제의 법칙>(시아, 2009). 제목이 눈길을 끄는 건 아닌데, 추천자는 시장에 모든 것을 설명해주는 입문서로 강추하고 있다. "이 책은 시장의 모든 측면을 A부터 Z까지 샅샅이 설명해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설명에서 경제 전문가의 어려운 말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평범한 언어로 어려운 경제학적 개념을 놀라울 정도로 쉽게 설명해 주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진정한 대가는 쉬운 말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론 존 맥밀런의 <시장의 탄생>(민음사, 2007)과 시장경제로의 이행 문제를 다룬 조지 스티글리츠의 <시장으로의 길>(한울, 2009)을 골라놓고 싶다. 전자도 "어려운 전문용어 없이 상식적인 수준에서 모든 종류의 시장을 살핀다"는 책이다.     

6. 과학 

새로이 선정위원으로 참여한 최영주 교수(포항공대 수학과)가 추천한 과학책은 콘스탄스 루크의 <존 오듀본>(서해문집, 2009). "책은 미국 조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화가인 존 오듀본(1785-1851)의 열정과 일 그리고 자연에 관한 이야기"이다. '조류학의 아버지'라고 하니까 국내에선 가장 널리 알려진 조류학자 윤무부 교수가 생각난다. 찾아보니 <날아라, 어제보다 조금 더 멀리>(마음의숲, 2007)이란 자전적 에세이집이 나와 있다. 오듀본과의 차이라면 그림이 아닌 사진을 수록하고 있다는 점. 소개는 이렇다. "새와 사람 사이에서 대자연이 허락한 만큼 보고 느끼고 깨달았던 조류학자 윤무부 교수의 60년의 삶이 총망라되어 있는 에세이. 자신의 삶을 통하여 그리고 새를 통하여 우리의 잃어버린 날개, 즉 마음속에 있는 식지 않은 열정을 되찾게 하는 격려의 메시지를 담았다. 지은이가 직접 찍은 다양한 새 사진도 함께 수록되어 있다."  

7. 예술  

김춘미 교수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임근혜의 <창조의 제국>(지안, 2009). '영국 현대미술의 센세이션'이란 부제를 곁들여야 내용을 짐작해볼 수 있다. 영국의 현대미술의 메카가 되고 있다는 사실을 현장중계를 통해 전달해주고 있는 책인 듯하다. 소개는 이렇다. "런던을 관광의 메카로 만들며 현대미술의 능력을 보여준 테이트모던 미술관, 시골 탄광촌을 일약 국제적 문화도시로 도약시킨 '북방의 천사', 런던 뒷골목까지 관광객이 찾게 만든 얼굴 없는 거리미술가 뱅크시, 그리고 경매 한 번으로 2천억 원어치 작품을 팔아치우며 피카소를 넘어선 데미언 허스트 등 yBa 아트스타들의 성공 스토리까지…"

 

yBa는 'young British artist'그룹을 가리키는 것으로 최근 세계미술계에 충격을 주고 있다고. 잠시 살펴본 작품들이 꽤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 이유가 뭔지, 어떤 사회적 배경이 있는 건지 궁금해진다.

예술분야의 나머지 두 권은 개인적인 관심도서로 채운다. 진중권의 <교수대 위의 까치>(휴머니스트, 2009)와 조선희의 <클래식 중독>(마음산책, 2009). 전자는 진중권의 그림 이야기이고, 후자는 조선희의 한국영화 이야기이다. '교수대 위의 까치'는 피터르 브뤼헐의 그림이다. 12점의 그림 가운데 어째서 이 그림이 책의 제목이 되었는지는 우리가 다 아는 바다. 이런 게 동시대인의 '특권'이라니!..    

 

8. 교양 

이한우 기자가 추천한 교양분야의 책은 소 알로이시오의 <가장 가난한 아이들의 신부님>(책으로여는세상, 2009)이다. 제목이 이미 많은 걸 짐작하게 해주는 책인데, 저자인 소 알로이시오 신부의 자서전이라 한다. 어떤 분이었나? "1957년 12월 8일 파란 눈의 젊은 미국인 신부가 일본 동경에서 비행기를 갈아타고 전쟁이 끝난 지 4년밖에 안 된 한국을 찾았다. 그의 첫 인상. "당시 한국의 모습은 세상의 종말처럼 보였다." 27살의 이 신부는 어릴 때부터 꿈이던 가난한 자, 그 중에서도 가장 가난한 자들을 보살피는 것으로 그리스도의 삶을 실천하려 했던 소 알로이시오. 루뱅의 신학교에서 유학할 때 알게 된 신부와 평신도들과의 인연으로 인해 그는 한국과 태국 중에서 한국을 선교지로 골랐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가난한 이들이 많았던 부산교구를 선택했다."  그런 선택 이후의 이야기가 책에 담겨 있다. '소 신부님'은 1992년 루 게릭 병으로 필리핀 소년의 집 근처에서 영면했다고 한다. 저자의 책으론 <굶주린 자와 침묵하는 자>(가톨릭출판사, 2002)도 출간됐었지만, 품절상태다. 알라딘에서는 '카톨릭 에세이'로 분류되는 이 책과 같은 분야의 책으론 고 김수환 추기경의 <바보가 바보들에게>(산호와진주, 2009)도 출간돼 있다.   

  

9. 실용

손주호 국민일보 논설위원이 꼽은 실용분야의 책은 <노년에 인생의 길을 묻다>(궁리, 2009)이다. '노년과 나이듦에 대한 여덟 개의 시선’이 부제. 저자들은 어사연(어르신사랑연구모임) 소속. 노인 문제에 관심이 없었던 탓에 이 책을 통해서야 '어사연'에 대해 알게 됐는데, 이런 곳이다. 

‘노인’과 ‘노인복지’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어사연(어르신사랑연구모임)’이라는 이름을 들어봤을 것이다. 2000년 겨울 ‘노인복지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서’ 시작한 소박한 모임이 가늘지만 지속적으로 이어져 9년의 세월을 보냈다. 특히 ‘어사연’의 이름을 널리 알린 것은 한 달에 한 번 열리는 ‘어사연 공부방’ 모임. 2001년 2월 1회 세미나(노인과 운동에 대한 기본 이해/노인 방송 프로그램 모니터에 대하여)를 시작으로, 2009년 8월 100회 세미나(노인요양원에 살다 : 노인요양원 생활의 빛과 그늘)까지 노인문제와 관련 있는 다양한 주제들을 다루면서 노인 복지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전하고 있다.(http://cafe.daum.net/gerontology)   

인생에서나 책에서나 '노년'은 '청춘' 이상으로 큰 주제이지만 소홀하게 다뤄진 감이 없지 않은데, 노인 인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만큼 관련서들이 더 많이 출간되면 좋겠다. 노년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교정해주는 책으로 김열규 교수의 <노년의 즐거움>(비아북, 2009)와 프랑스의 심리학자이자 심리치료사라는 마리 드 엔젤의 <살맛 나는 나이>(학고재, 2009) 정도는 기억해둠직하다. 마리의 한 마디는 이렇다.    

어떻게 하면 사랑받는 노년을 보낼 수 있을까? 늙음이 주위 사람들에게 행운의 부적이 될 수 있을까? 그렇다. 우리의 탐험을 인도할 길잡이 끈은 우리 안의 무언가는 늙지 않는다는 신념이다. 나는 그것을 마음이라고 부를 것이다. 물론, 시들고 메마른 심장이 아니라 사랑하고 갈망하는 능력을 말한다. 설명할 수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힘, 인간 존재를 살아 있게 만드는 이 힘을 스피노자는 '코나투스'라 불렀다. 우리가 두려움을 극복하고 노화의 힘든 시련 한가운데서 버티게 도와줄 수 있는 건 바로 마음이다.

 

10. 알함브라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알함브라'로 정했다. 책상맡에 있는 달력의 11월 사진이 스페인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정이라는 단 한 가지 이유만으로. 찾아보니 워싱턴 어빙의 기담소설 <알함브라>(생각의나무, 2009)가 출간돼 있기도 하다. 기타곡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도 생각나고, 시인 로르카의 죽음을 소재로 한 영화 <데스 인 그라나다>도 떠오른다...

 

알함브라 궁전에서의 하룻밤이라...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11월의 하룻밤 정도... 

09. 10. 30.  

P.S. 이달의 고전은 <뜻으로 본 한국역사>(한길사)이다. 학부시절에 건성으로 들춰보았을 뿐 정독하진 않은 책인데, 지난 봄에 함석헌 전집도 개정판이 나온 김에 독서계획을 잡아놓았었다(이달이 그달이다). <함석헌 평전>(삼인, 2001) 등의 관련서도 많이 출간돼 있다. 낙엽이 타는 냄새와 함께 고난에 찬 한국역사의 '뜻'에 대해서 궁구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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펠릭스 2009-10-30 0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여기였던가요. 일때문에 외지에 왔는데. '바시르와 왈츠를' 후다닥 읽고 싶네요.

로쟈 2009-10-30 22:37   좋아요 0 | URL
노트북으로 접속하시나 봅니다.^^
 

오늘자 조선일보 출판면에는 '출판시장, 좌파의 귀환?'이란 칼럼이 실렸다. '귀환?'이라면, 언제 사라졌다 다시 나타났다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우파들이여, 경각심을 갖자!'는 취지로 읽혔다. 이런 내용이다.  

현실정치에서는 친노(親盧)나 좌파세력이 권력을 잃었지만 출판계에선 최근 오히려 눈에 띄게 그런 성향의 책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반면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비교적 활발했던 우파 학자나 지식인들의 저술활동은 뜸하네요.

이런 현상은 대형서점의 '정치사회' 부문 베스트셀러 목록을 훑어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좌파진영이 강세를 보였던 분야는 '역사', 특히 한국현대사 쪽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역사를 좌파의 시각으로 해석하는 현대사 뒤집어 보기, 거꾸로 보기 등이 유행한 때문입니다. 이런 흐름이 이제는 '정치사회' 쪽으로 이전한 셈입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성공과 좌절》(1위), 《내 마음속 대통령》(3위), 《노무현 마지막 인터뷰》(11위) 등 노무현 전(前) 대통령 관련서들입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장관을 지낸 유시민씨가 지난봄에 낸 《후불제 민주주의》(5위)도 꾸준히 상위권을 지키고 있습니다.

'88만원 세대'론을 제창하며 좌파의 새로운 논객으로 떠오른 우석훈씨가 88만원 세대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운동을 펼쳐야 하는지를 담은 《혁명은 이렇게 조용히》가 4위, 백기완의 자서전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가 7위입니다. 8위와 9위도 우석훈씨의 책들입니다.

심지어 10월 말 출간 예정인 유시민씨의 차기작 《청춘의 독서》는 예약판매만으로 16일 종합순위 7위를 기록했습니다. 이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리영희의 《전환시대의 논리》, 마르크스 엥겔스의 《공산당 선언》, 맬서스의 《인구론》, 베블런의 《유한계급론》 등 자신이 젊은 시절 영향을 받은 책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한국 좌파는 이미 출판시장 장악으로 정권을 잡아본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이한우 출판팀장)  

먼저, "김대중·노무현 정권 때 비교적 활발했던 우파 학자나 지식인들의 저술활동"이 무얼 지칭하는지 궁금하다.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건 우파 역사학자들의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책세상, 2006) 정도다. 하지만, 당시에 '우파' 지식인들이 득세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마지막 문장은 흥미롭다. '잊지 말아야 할' 주체가 '한국 좌파'가 아니라 '한국 우파'이기 때문이다. '한국 우파'(='우리는')이 암묵적인 주어인바, 이 문장은 본래 "우리는 한국 좌파가 이미 출판시장 장악으로 정권을 잡아본 경험이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라고 썼어야 명료했다. '출판시장 장악 -> 정권획득'으로 이어질지 모르니 현재의 출판동향을 예의 주시하며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겠다.    

아무려나 기사 덕분에 유시민의 <청춘의 독서>를 검색해봤다. 교보에서만 예약판매를 하고 있는데, 책은 '오래된 지도'로 모두 14권의 책을 다루고 있다. 특이하게도 러시아 문학작품들이 포함돼 있어서 페이퍼 거리로 삼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목차만 봐도 대략의 내용은 어림해볼 수 있다). '청춘의 독서' 리스트다(맬서스의 <인구론>은 절판된 상태다). 재일 한국인 강상중 교수의 <청춘을 읽는다>(돌베개, 2009)도 근간 예정이므로 올가을 독서계에는 때아닌 '청춘'이 난무할 듯싶다.   

머리말 - 오래된 지도를 꺼내들다  



1. 위대한 한 사람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 가난은 누구의 책임인가
- 날카로운 첫 키스와 같은 책
- 다수의 평범함이 인류를 구원한다  



2. 권력의 유혹에 무엇으로 맞서야 하는가 : 리영희, <전환시대의 논리>
- 지하대학에서 배우다
- 벌거벗은 임금님을 발견하다
- 지식은 맑은 영혼과 더불어야 한다  



3. 청춘을 뒤흔드는 혁명의 매력 : 마르크스·엥겔스, <공산당 선언>
- 한 장의 정치선언문이 영혼을 뒤흔들다
- 교과서가 되어버린 혁명서의 비애
- 역사는 끝나지 않는다  



4. 불평등은 원래 자연의 법칙인가 : 맬서스, <인구론>
- 냉혹하고 기괴한 천재, 맬서스
- 자선이 세상을 구할 수 있을까
- 자연은 생존권을 인정하지 않는다
- 편견은 천재의 눈도 가린다  



5.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 푸시킨, <대위의 딸>
- 로맨스를 빙자한 정치소설
- 희극으로 그려낸 반란의 풍경
- 얼어붙은 땅에서 꽃이 피어나다
- 위대한 시인의 허무한 죽음  



6. 진정한 보수주의자를 만나다 : 맹자, <맹자>
- 역성혁명론을 만나다
- 백성이 가장 귀하다
- 아름다운 보수주의자, 맹자의 재발견
- 이익이 아닌 가치를 탐하는 태도  



7. 어떤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개인의 욕망 : 최인훈, <광장>
- 대한민국의 민족사적 정통성
- 혁명 없는 혁명 국가
- 주사파, 1980년대의 이명준
- 심장의 설렘을 포기할 수 없는 자의 선택  



8. 정치는 인간에게 왜 필요한가 : 사마천, <사기>
- 사기의 주인공, 한고조 유방
- 사마천의 울분
- 새 시대는 새로운 사람을 부른다
- 권력자의 인간적 비극
- 정치의 위대함에 대해 생각하다  



9. 고통도 힘이 될 수 있을까 : 솔제니친, <이반 데니소비치의 하루>
- 굶주림과 폭력으로 가득한, 지극히 평범한 하루
- 슬픔과 노여움의 미학
- 이반 데니소비치 탄생의 비밀
- 노동하는 인간은 아름답다  



10.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인가 : 다윈, <종의 기원>
- 해설을 먼저 읽어야 할 고전
- 다윈과 월리스, 진화론의 동시발견
- 다윈주의는 진보의 적인가
- 이타적 인간의 가능성  



11. 우리는 왜 부자가 되려 하는가 : 베블런 <유한계급론>
- 부富는 그 자체가 목적이다
- 사적 소유라는 야만적 문화
- 일부러 낭비하는 사람들
- 지구상에서 가장 고독했던 경제학자
- 인간은 누구나 보수적이다  



12. 왜 가난한 사람들은 사라지지 않을까 : 조지, <진보와 빈곤>
- 뉴욕에 재림한 리카도
- 꿈을 일깨우는 성자聖者의 책
- 타인을 일깨우는 영혼의 외침  



13.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나는 ‘진짜 나’인가 : 뵐, <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 보이는 것과 진실의 거리
- 명예 살인
- 언론의 자유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14. 사회는 진보하는가 : 카, <역사란 무엇인가>
- 랑케를 떠나 카에게로
- 회의의 미로에 빠지다
- 식자우환識字憂患
- 이 격려를 다시 받아들여야 할까

후기 - 위대한 유산의 계보  

09. 10. 17. 

 

P.S. 유시민 전 장관의 '노무현 시민학교 특강' 취재 기사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27261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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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21: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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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21: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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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21: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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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22: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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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22:5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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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22: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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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23:1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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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23: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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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23: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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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23: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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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10-17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해 초만 하더라도 진보파들이 노무현과 그 측근 때리기가 유행이라서 후불제 민주주의가 엄청나게 욕을 먹더니 참...염량세태란...

2009-10-17 22: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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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22: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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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7 22:5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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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밤바 2009-10-18 15: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조선의 저 기사 읽고선 마지막 문장 주어가 없어서 아리송 했는데..
로쟈님 글 보니까 심증이 확증이 되는군요. ㅎ

로쟈 2009-10-18 15:18   좋아요 0 | URL
네, '우석훈 지못미'라고 쓰신 거 저도 봤습니다.^^

2009-10-19 13: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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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0-19 17:3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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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 책 2009-12-03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춘의 독서> 지금 막 다 읽고 혹시 로쟈님이 이 책에 대해서 뭔가 코멘트 해놓으신게 없나해서 들어와봤는데 조선일보에서 이런 기사를 다 썼군요. 마지막 문장이 제겐 커다란 웃음을 선사하네요..어이없는 웃음을 말이죠 ^^;;
그러찮아도 여기 나온 책들을 한번 정리해보아야겠다 했는데, 깔끔하게 먼저 정리를 하셨네요. 감사히 참고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