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3월 한달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지만, 지나간 건 지나간 거다. 요즘은 4월은 돼야 봄꽃들이 기지개를 켜는 듯하므로 지나간 3월이 크게 아쉽진 않다. 4월은 또 황사의 계절이기도 하므로 막상 4월이 되면 얼른 5월이 오기를 고대할지 모르겠지만...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재미작가 이창래의 <생존자>(알에이치코리아, 2013)다(작가는 노벨문학상 후보로도 거명되기 시작했다고. 언어 장벽이 문제되지 않기에, 어쩌면 더 수상이 유력할 수도 있겠다. 두어 작품을 더 써낸다면). 지난 1월에 출간됐지만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소설이기에 아직 읽을 여유는 있다. 6월까지 읽으면 되니까. 나도 원서와 함께 사두고 아직 펴보진 못했는데, 4월부터는 페이지를 넘겨볼 참이다. 이창래 소설은 <생존자>를 제외하면 모두 품절 상태인데, 이유는 모르겠지만 여하튼 다시 나오면 좋겠다.

 

 

외국 작가의 작품으론 폴란드 작가 브루노 슐츠의 <브루노 슐츠 작품집>(을유문화사, 2013)을 고르고 싶다. "폴란드의 카프카로 불리며, 폴란드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작가가 되었지만 재능을 더 꽃피우지 못하고 나치에 의해 총살된 그의 작품은 1934년에 출간한 단편집과 그 이후 여러 잡지에 소개된 중.단편을 모아 출간한 작품집이 전부이다. 그리고 그가 죽은 지 70년이 지난 지금 그 두 권의 작품집을 모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다." 전에 소개됐던 <모래시계 요양원>(길, 2003)과 <계피색 가계들>(길, 2003)이 한권으로 묶인 것이기도 해서 알고 보면 '오래된 새책'이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책은 이정철의 <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역사비평사, 2013)이다. <대동법:조선 최고의 개혁>(역사비평사, 2010)의 후속편이라고 할까. 대동법 둘러싼 네 명의 주요 인물 평전이다. 좀 여유가 된다면 시기를 거슬러 올라가서 조선 건국의 과정과 지배층의 연속성 문제를 다룬 존 B. 던컨의 <조선왕조의 기원>(너머북스, 2013)을 손에 들어도 좋겠다.

 

 

더불어 서중석 교수의 <사진과 그림으로 보는 한국 현대사>(웅진지식하우스, 2013) 개정판이 나온 김에 현대사 쪽 책들도 챙겨보면 좋겠다. 강만길 교수의 <고쳐 쓴 한국현대사>(창비, 2006), 브루스 커밍스의 <브루스 커밍스의 한국현대사>(창비, 2001) 등을 나란히 손에 들만 하다.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김정현의 <철학과 마음의 치유>(책세상, 2013)다. "니체철학을 중심으로 한, 철학의 치료적 의미에 대한 저자의 오랜 연구의 결과물로서 니체를 단순한 사변적 철학자로서가 아니라 일관되게 (심층)심리학적으로 바라보고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는 점이 특별히 돋보이는 책"이라는 평이다. <니체, 생명과 치유의 철학>(책세상, 2006)의 연장선상에서 읽을 수 있겠다. 문제의식으로 보자면 이광래 등의 <마음, 철학으로 치료한다>(지와사랑, 2011)도 같이 묶을 수 있겠는데, 아예 '철학치료학 시론'을 부제로 내걸고 있는 책이다.

 

 

봄바람처럼 조금 가벼운 걸음으로 읽을 수 있는 철학책으로는 이진경의 <히치하이커의 철학여행>(휴머니스트, 2013)을 따라가볼 수도 있겠다. <철학의 모험>(푸른숲, 2000)의 전면개정판이다. 더불어 국내에 '반철학사' 시리즈가 소개되고 있는 미셀 옹프레의 <철학자의 여행법>(세상의모든길들, 2013)은 제목 그대로 철학자의 여행론이다. 번역자이자 인문저술가 남경태의 <철학입문 18>(휴머니스트, 2013)은 '철학으로 들어가는 18개의 문'을 소개한다. 역시 <남경태의 스토리 철학 18>(들녘, 2007)의 개정판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롤로 메이의 <권력과 거짓순수>(문예출판사, 2013)다. "저자는 임상경험으로부터 많은 사례와 풍부한 문헌을 소개하였고, 역사 속의 개인과 집단과 국가의 폭력사례도 설득력 있게 제시하였다. 우리 주변에 일어나고 있는 언어와 문화의 폭력, 폭행, 자살, 살인, 테러, 반란과 전쟁에 이르는 다양한 공격성과 폭력을 새로운 눈으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 같아 흥미로운 책"이라는 게 추천의 변이다. 개인적으로는 출간시에 관심을 갖게 돼 롤로 메이의 다른 대표작 <자아를 잃어버린 현대인>(문예출판사, 2010), 아브라함 매슬로의 <존재의 심리학>(문예출판사, 2005)까지 같이 구해놓았다. 소위 '실존주의 심리치료' '인본주의 심리학' 계열의 저자들인데, 에리히 프롬과 함께 한 시기를 풍미했었다. 임상에서 여전히 유효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일독해볼 여지는 있어 보인다.

 

 

 

<뉴레프트 리뷰4>(길, 2013)가 출간된 김에 4월에는 구미의 진보저널을 읽는 데도 시간을 할애해보는 건 어떨까. 지난달에는 <베스텐트>(사월의책, 2013)도 2호가 나왔다. <뉴레프트 리뷰>나 <베스텐트>나 연간지 형태로 나오고 있는데(<르몽드 디플로마티크>는 월간으로 나오고 있다), 반연간지 정도까지 가면 좋겠다. 독자층이 확보돼야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한편 <뉴레프트 리뷰4>에는 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보고서 '사회주의 최초의 비극에 대하여'도 수록돼 있다. 짧은 글이긴 하지만 그의 문학을 이해하는 데 요긴한 참고가 된다. 겸사겸사 대표작 <체벤구르>(을유문화사, 2012)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필립 델브스 브러턴의 <장사의 시대>(어크로스, 2013)다. "하버드 MBA 출신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 입학해 교과과정에 장사의 기술을 가르쳐주는 세일즈 과목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어리둥절했다. 그래서 장사와 세일즈의 고수들을 만나 세일즈에 관한 특별수업을 책으로 엮은 것이 <장사의 시대>다." 부제는 '마케팅 원론에는 없는 세일즈의 모든 것'이고, 원제는 <세일즈의 기술>이다. 그렇게 번역됐음직한 책이 <장사의 시대>라고 나온 게 새롭다. 얼마전에 <세일즈맨의 죽음>(민음사, 2009)과 같이 읽어보려고 산 책이 월터 프리드만의 <세일즈맨의 탄생>(말글빛냄, 2005)였는데, 이 세 권을 전부 같이 묶어도 좋겠다. '장사'와는 인연이 없을 줄 알았지만 따지고 보니 나도 '보따리 장사' 십수년 째다. 

 

 

 

날이 풀이는 만큼 단골 경기 부양책에 따라 본격적으로 돈도 풀릴 모양인데, 국가 경제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높여줄 수 있는 책들도 '무기' 삼아 읽어보면 좋겠다. 고려대에서 공공경제학을 강의하는 김태일 교수의 <국가는 내 돈을 어떻게 쓰는가>(웅진지식하우스, 2013)가 맞춤한 참고도서다. 거기에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펴낸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웅진지식하우스, 2013)도 '가정상비약'처럼 집안에 꽂아두고 수시로 참고해볼 만하다. 좋은기업센터에서 기획한 <고장 난 거대 기업>(양철북, 2013)은 국가 재정과 함께 요주의 대상인 거대기업 열두 곳의 경영실상과 문제점을 짚어본 책이다. 고려대 이필상 교수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이야기로, 앞으로 우리 사회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에게 좋은 경영 지침서가 될 것"이라고 추천했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과학책은 <손영운의 우리 땅 과학답사기2>(살림, 2013)다. <손영운의 우리땅 과학답사기>(살림, 2009)의 속편.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과학 기행문 버전이라고 할까. "지구과학을 전공한 저자가 전국 곳곳을 발품 팔아 쓴 땀내 나는 책"이라는 평이다. 저자는 <청소년을 위한 서양과학사>(두리미디어, 2004) 등 청소년을 위한 교양서도 다수 펴낸 이력을 갖고 있다.  

 

 

 

이미 포스팅을 한 바 있는 책들이지만 다리오 마에스트리피에리의 <영장류 게임>(책읽는수요일, 2013), 마크 챈기지의 <자연 모방>(에이도스, 2013), 존 올콕의 <사회생물학의 승리>(동아시아, 2013)도 필독해볼 만하다. 이 참에 인문 계열 전공자라면 교양과학서를, 그리고 이공계 전공자라면 인문서를 필히 한 달에 한권씩은 읽는 걸 규칙으로 삼으면 좋겠다. 스티브 잡스 아저씨가 그리 하지 않았던가.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소홍삼의 <무대의 탄생>(미래의창, 2013)이다. 어떤 책인가. "국내에서 공연된 10개의 작품들이 실제로 무대에 올랐던 이야기이다. 에피소드들을 양념처럼 곁들여가며 흥미를 던지지만, 끝자락엔 반드시 저자의 날카로운 비평이 따라온다." 연극 관련서로는 김문환의 <명배우 명무대>(연극과인간, 2013)도 읽을 거리이고, 교재용 책으로는 <연극, 즐거운 예술>(시그마프레스, 2013)도 손에 듬직하다. 제8판을 옮긴 것으로 보아 원서가 꽤나 많이 읽히는 모양이다.

 

 

미술책도 더 얹자면, 사이먼 샤마의 <파워 오브 아트>(아트북스, 2013/ 2008) 개정판이 나왔다. 분량이 줄고 값도 내려갔다. 보급판이라고 해야 할까. 소개를 찾아보니 "몇 가지 오역을 바로잡았고 원서의 편집에 따라 배치되어 있던 도판을 관련 텍스트를 읽으며 함께 볼 수 있도록 다시 배치해 독자들이 좀 더 편안하게 독서할 수 있도록 했다. 무엇보다 페이퍼백으로 바꿔 내면서 가격을 대폭 낮춰 독자들의 부담을 덜었다." 먼저 구입한 독자들에겐 아쉬운 일이지만, 새 독자들에겐 반가운 일이다. 알다시피 책은 BBC 방송 프로그램을 토대로 쓰인 것으로 이 프로그램은 EBS의 다큐로도 방영된 바 있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브라이언 보이드의 <이야기의 기원>(휴머니스트, 2013)이다. 묵직한 책이긴 하지만, 교양에도 '묵직한 교양'이 있는 법이다. 추천사는 이렇게 적었다.

이야기를 포함하여 예술은 생존과 번식에서 이득을 얻기 위한 적응 과정의 일부라는 게 핵심 아이디어다. 이 주장을 펼치기 위해 그는 여러 단계를 밟아나간다. 인간의 본성은 따로 없고 오직 문화에 의해서 좌우될 뿐이라는 현대 인문학과 사회과학의 주장과 달리 인간이란 종의 공통적 본성이 있으며 이는 진화적 적응의 산물이라는 것이 첫 단계다. 그리고 인간생활의 창조적인 면으로서 예술 또한 생물학적 뿌리를 갖고 있다는 게 두 번째 단계이고, 픽션 또한 인간의 적응 행동이라는 게 세 번째 단계다. 압축해서 말하면 “우리가 예술과 스토리텔링에 참여하도록 진화된 이유는 우리 종이 생존하는 데 이득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와 닥터 수스의 그림책 <호턴이 듣고 있어!>를 사례로 하여 이야기 혹은 스토리텔링이 우리에게 어떤 이득을 가져다주는지 설명한다.

예술과 생물학적 본성의 관계를 다룬 '진화미학' 관련서로는 엘렌 다사나야케의 <미학적 인간>(예담, 2009)도 번역됐었지만 지금은 절판된 상태다. 이 분야의 책이 더 소개되면 좋겠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이근후의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싶다>(갤리온, 2013)다.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에는 멋지게 나이 들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기술 53가지가 담겨 있다. 그는 의대교수이자 정신과 전문의로 50년간 환자를 돌보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은퇴 후에도 봉사활동 등 정력적인 사회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11년에는 76세 나이에 고려사이버대학 문화학과를 수석으로 졸업해 화제가 됐다. 지금도 청소년 성 상담, 부모 교육, 노년을 위한 생애 준비교육 등 활발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다. 이 책은 그렇게 다채롭게 살아온 삶의 기록이자 그 과정에서 깨달은 지혜와 통찰을 담고 있다."

 

비슷한 성격의 책으로는 대니얼 클라인의 <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책읽는수요일, 2013)이 있다. "75세의 유쾌한 노학자 대니얼 클라인은 영원한 청춘을 꿈꾸며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현자들의 섬에서 찾아낸 ‘청춘 이후의 삶과 시간의 지혜’를 전해준다." 사회학자 송호근 교수의 <들은 소리내 울지 않는다>(이와우, 2013)은 우리 시대 '50대의 인생 보고서'다. 노년의 초입에 있는 이 시대 50대의 슬픈 자화상을 활기찬 70대 인생론과 비교해가며 읽어볼 수 있겠다.

 

 

마음을 치유하는 책들도 실용서 범주에 들어간다면 몇 권 더 꼽아볼 수 있다. 셰릴 스트레이드의 ,안녕, 누구나의 인생>(부키, 2013)은 저명 작가가 쓴 온라인 상담 칼럼집이다. 원제는 <작고 어여쁜 것(Tiny Beautiful Things)>. 이젤딘 아부엘아이시의 <그러나 증오하지 않습니다>(낮은산, 2013)는 '세 딸을 폭격으로 잃은 팔레스타인 의사 이야기'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자는 "제 이야기는 이론적이거나 지어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제가 살며 경험했던 고난과 전쟁과 참사에 관한 것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도전을 이겨내며 계속 나아가고자 했다는 이야기입니다."라고 적었다. 이시마루 가즈미의 <고양이 섬의 기적>(문학동네, 2013)은 '쓰나미가 휩쓸고 간 외딴 섬마을 고양이 이야기'다. "3.11 동일본 대지진이라는 비극 이후, 다시 섬을 일으키려는 섬사람들의 담담하지만 강인한 모습을 담고 있다." 요컨대 봄에 읽을 만한 책인 것이다...

 

 

 

10. 링컨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링컨'으로 정했다. 스필버그의 영화 <링컨> 때문에 다시 화제가 되고 있는 이 역사적 인물에 대해선 그래도 여러 권의 책이 출간돼 있다. 도리스 컨스 굿윈의 <권력의 조건>(21세기북스, 2013)과 죠슈아 울프 솅크의 <링컨의 우울증>(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그리고 <게티즈버그 연설, 272단어의 비밀>(돋을새김, 2004)의 개정판 <링컨의 연설>(돋을새김, 2012) 등이 내가 고른 책이다.

 

 

평전으로는 데이비드 허버트 도날드의 <링컨>(살림, 2003)이 결정판인데, 번역에 대한 평이 좋지 않아 구입은 일단 보류했다. 원서까지 구하게 되면 읽어보려고 한다. 아, 영화를 먼저 봐야 할텐데, <레미제라블>과는 달리 한국 관객들에겐 너무 '어려운' 영화로 치부돼 간판을 내린 곳이 많다. '노무현의 링컨', '안철수의 링컨'도 이런 경우엔 소용이 없나 보다. 뮤지컬 버전이었다면 반응이 좀 달랐겠다. 적어도 한국 관객들에게는...

 

13. 03. 31.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소로의 자연사 에세이>(아카넷, 2013)을 고른다(저자 표기는 아직도 '소로'와 '소로우' 사이에서 통일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 "철학적 사상가·명상가로서의 모습이 <월든>에서 두드러진다면, 이 책에서는 자연에 대한 섬세한 관찰과 이를 바탕으로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치중하는 생태학자, 자연사 작가로서 소로의 모습이 잘 드러나 있다"고 소개된다. 소로 관련서는 해마다 끊이지 않고 출간되고 있는데, 근래에 나온 것으로는 김선미의 <소로우의 탐하지 않는 삶>(위즈덤하우스, 2013), 그리고 에세이집 <소로우의 강>(갈라파고스, 2013) 등이 있다. 후자는 "소로우가 가장 많은 공을 들였던 첫 작품이자 가장 사랑했으며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했던 책"이다. 이를테면 <월든>과 <시민 불복종>을 읽은 독자들이 그 다음으로 손에 들 수 있는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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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내 머리가 무거웠는데, 저녁 무렵이 돼 다소 나아졌다. 저녁을 먹기 전에 곶감을 간식 삼아 먹으며 '3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점심을 먹으러 나갈 때 보니 겨울옷을 입기엔 포근하고, 봄옷을 입기엔 쌀쌀한 날씨였다. 날씨도 갑자기 봄에 적응하는 건 좀 멋쩍어서 그런 것일까. 그래도 겨울-나무에서 봄-나무에로의 이동이 조만간 본격적으로 진행될 터이다. 봄에 읽을 책이라고 하니 발걸음이 왠지 가볍다. 아니 자판을 두드리는 손놀림이 가벼워진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오랜만에 외국문학이다. D. H. 로런스의 단편집 <패니와 애니>(창비, 2013). '로런스'는 '로렌스'의 창비식 표기다. 장편소설이 세계문학전집에 포함돼 여럿 번역돼 있지만(<사랑에 빠진 여인들>이 아직 빠져 있다) 대표 단편집은 드문 편인데, 과거 백낙청 교수가 옮긴 <목사의 딸들>(창비, 2001)에 황정아 교수가 세 편을 더 옮겨서 얹은 것이 <패니와 애니>다. "로런스는 탄광촌의 노동 계급 출신답게 정통적 사실주의에 입각해 계급의식을 문제 삼지만, 날것 그대로의 사회적 계급 갈등이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의식 저층까지 파고든 근원적 한계로서 타자와의 갈등을 더 중시한다"고 김미현 교수는 평했다. 영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의 탄탄한 솜씨를 감상해볼 수 있을 듯하다. 창비 세계문학으로는 중국작가 라오서의 <마씨부자>(창비, 2013)와 독일 작가 하인리히 폰 클라이스트의 대표작 <미하엘 콜하스>(창비, 2013)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더 나왔다. 클라이스트의 작품은 한번 읽어보고 싶었는데(<<미하헬 콜하스>는 세 종의 번역본이 나와 있다), 마침 좋은 기회다.

 

 

로런스의 단편집 얘기가 나온 김에 20세기 영문학 대표시인 중의 한 사람인 W. B 예이츠의 책도 골라본다. 시집이 아니라 산문집 <비전>(시공사, 2013)가 이번에 나왔다. <환상록>(누멘, 2011)이라고 한번 나왔던 책. 신비주의자 예이츠의 모습을 집약해서 보여주는 책이라고. 나른한 봄날 봄기운에 취한 듯한 듯할 때 읽어봄직하다. 예이츠의 책들은 한동안 뜸하다가 근년에 다시 나오고 있는데, 한국예이츠학회에서는 <예이츠 시 전집>(동인, 2011)도 펴냈다. 이창배 교수의 <예이츠 시의 이해>(문학과지성사, 1997) 이후에 정말 오랜만에 관심을 갖게 된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책은 서규석의 <잊혀진 문명 참파>(리북, 2013)다. '잊혀진 문명'이 맞는 게 나도 첨 들어본다. 소개를 보니 "참파왕국은 192년부터 1832년까지 현재의 베트남 중남부에서 존재했던 참족(Chams)의 왕국이었다. 참파왕국은 일찍이 인도의 힌두문화를 받아들여 앙코르 왕조와 100년 전쟁을 치룬 강성했던 왕국으로 동남아 대표적 힌두문명을 찬란하게 꽃피운 국가였다. 하지만 중국에 밀려 남으로 세력을 펼치던 베트남인들과 오랜 생존을 건 전쟁을 이어오다 1471년의 결정적 패배를 기점으로 베트남에 흡수되고 점차 소수민족으로 전락하여 이제 정글 속의 유적으로 옛 영화를 기억하고 있는 잊혀진 왕국이 되었다." 그 참파 왕국에 대한 첫 탐구서. 저자는 고대 동남아 문명에 대한 책을 연속으로 내고 있는데, <보로부두르>(리북, 2008), <앙코르와트>(리북, 2006) 등이 전작이다. 

 

 

동남아와 함께 지중해를 역사여행 코스로 잡아도 좋겠다. 데이비드 아불라피아의 묵직한 책 <위대한 바다>(책과함께, 2013)이 최근에 나왔는데, 존 줄리어스 노리치의 <지중해 5,000년의 문명사>(뿌리와이파리, 2009)가 견줄 만하다.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수전 웬델의 <거부당한 몸>(그린비, 2013)이다. "‘장애’라는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를 철학적으로 문제 삼고 있는 보기 드문 책". '장애와 질병에 대한 여성주의 철학'이 부제다. '장애학 컬렉션'의 두번째 책인데, 첫번째로 나온 게 <우리가 아는 장애는 없다>(그린비, 2011)이다. 찾아보니 김도현의 <장애학 함께 읽기>(그린비, 2009)가 '장애학' 책으로는 국내에서 제일 처음 나온 것이다.

 

 

 

봄에는 처음 시작하는 기분으로 철학책을 집어들어도 좋겠다. 한석환 교수의 <지금, 철학할 시간>(유리창, 2013)이 가볍게 손에 들 만하고, <서양고대철학1>(길, 2013)은 좀더 깊이 들어가고픈 독자들에게 적합하겠다. 새로 번역돼 나온 플라톤의 <국가>(숲, 2013)와 인사를 나누어도 좋겠고.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펴낸 <식민지 유산, 국가 형성, 한국 민주주의 1,2>(책세상, 2012)다. 일제 식민통치 35년의 역사를 어떻게 볼 것인가를 두고 "무려 23명의 학자들이 모여 이 과거사 논쟁에서 소통과 보완의 가능성을 모색한 연구결과물"이다. 식민지 시기 역사에 대해서는 친일파 거물 윤치호의 일기를 통해서도 다시 들여다볼 수 있겠다. <물 수 없다면 짖지도 마라>(산처럼, 2013)은 <윤치호 일기>(역사비평사, 2001)를 다시 정리해 펴낸 것이다.

 

 

식민지 유산뿐 아니라 당장은 오늘의 정치적 현실도 새로운 인식과 극복대상이다. 한국정치의 현실을 분석하고 새로운 정치의 가능성을 모색하는 책들은 꾸준히 나올 텐데, 이즈음에 나온 것으로는 김만권의 <정치가 떠난 자리>(그린비, 2013), 김욱의 <정치는 역사를 이길 수 없다>(개마고원, 2013), 박상훈의 <정치의 발견>(후마니타스, 2013) 등이 있다. <정치의 발견>은 2011년에 처음 나온 이후 두번째 개정판이다. 그만큼 발견할 거리가 많다는 의미일까?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고른 책은 홍익희의 <유대인 이야기>(행성B잎새, 2013)다. 세계 경제사를 주도한 유대인들 이야기라 역사서로도 분류되는 책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서 정년까지 22년간 근무한 무역통이었던 저자 홍익희는 어느 날 세계경제사 자체가 유대인의 발자취와 궤를 같이한다는 것을 알고 역사 속에서 유대인의 궤적을 추적했다. <유대인 이야기>는 저자의 10년간 연구의 결과물로 지금껏 유대인에 대한 당신의 궁금증을 풀어준다"고 소개한다. 하버드대의 경제사학자 니얼 퍼거슨이 로스차일드 가문 200년사를 써나간 대작 <로스차일드>(21세기북스, 2013)를 거기에 보태서 읽을 수 있을까. "18~20세기에 걸쳐 전 세계 금융계를 장악한 유대계 최대의 금융 가문 로스차일드"를 다룬 책인 만큼 <유대인 이야기>의 심화편으로 읽어도 좋겠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의 추천서는 신동원의 <멍 때려라!>(센추리원, 2013)다. 무슨 책인가 싶은데, "정신과 전문의가 쓴 <멍 때려라!>는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의 노예가 된 현대인의 뇌를 재부팅하여 정상으로 돌려놓는 방법을 알려주는 과학책이자 실용서이다. 잔을 채우기 위해서는 먼저 비워야 하듯이, 저자는 우리 뇌를 스마트하게 사용하려면 멍 때려서 뇌에게 쉴 시간을 주어야한다고 역설한다." 문제의식은 '로그아웃하라!'로 번역해도 무방할 듯하다. 로그아웃 권유서로는 알렉스 륄레의 <달콤한 로그아웃>(나무위의책, 2013), 수잔 모샤트의 <로그아웃에 도전한 우리의 겨울>(민음인, 2012) 등이 있다.  

 

 

멍 때리는 김에 뇌과학서에도 눈길을 돌리면 샘 해리스의 <자유의지는 없다>(시공사, 2013)이 요즘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책이다. 제목도 자극적이지만 무엇보다도 분량이 얇다! 에두아르도 푼셋의 <생각하지 않을 핑계>(새터, 2013)는 거꾸로 거의 반응이 없는 책인데, 저자는 스페인의 변호사이자 경제학자이면서 기자이자 작가다. 그러면서 뇌과학에 관한 책도 쓰고 있는데 <인간과 뇌에 관한 과학적인 보고서>(새터, 2010)이 국내에 처음 소개된 책이었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하은경의 <콘서트 고어>(열음사, 2012)다. 부제는 '음악치료사 하은경이 전하는 유럽음악회'. 제목 그대로 "콘서트 홀 좌석에서만이 아닌, 오디오와 라디오를 포함하여 일상 도처에서 음악을 즐기는 부지런한 음악 애호가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음악 애호가의 이야기로는 문학수 경향신문 선임기자의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돌베개, 2013)도 최근에 나왔다. 부제가 '어느 인문주의자의 클래식 읽기'인데 '클래식 듣기'가 아닌 '클래식 읽기'라고 한 것이 눈에 띈다. '클래식계의 괴물'이란 별명을 갖고 있다는 조윤범의 <나는 왜 감동하는가>(문학동네, 2013)도 봄맞이 음악회에 가는 기분으로 손에 들어봄직하다. 

 

 

영화책도 덧붙이자면 단연 크린트 이스트우드가 3월의 저자가 됨직하다. 인터뷰집 <클린트 이스트우드>(마음산책, 2013)와 마크 엘리엇의 전기 <클린트 이스트우드>(민음인, 2013)가 동시에 나왔다. 이미 출간된(그리고 작년에 '3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선정된 바 있는) 하워드 휴스의 <클린트 이스트우드: 영화의 심장을 겨누고 인생을 말하다>(나무이야기, 2012)가 그의 영화들에 대한 자세한 안내였기에 다 모으면 완벽한 3종 세트다. 이만한 조건이 갖춰지기도 쉽지는 않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존 캐스티의 (반비, 2013)다. 복잡성 과학자가 쓴 미래학 책이라 분류가 사회과학으로도, 경제경영서로도 잡혀 있다. 어떤 책인가.

9.11 테러, 후쿠시마 원전사고, 금융시장 붕괴, 그리고 최근 러시아에 떨어진 유성우 같은 사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매우 놀라운 사건이면서 동시에 예기치 않은 사건이라는 점이다. 복잡성 과학자 존 캐스티는 이런 종류의 사건들을 ‘X사건’이라고 부른다. 과학은 주로 반복되는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이기에 X사건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되기 일쑤이며 따라서 그런 사건들에 관한 쓸 만한 이론이 없다는 게 그의 문제의식이다. 복잡성 과학은 그래서 필요한데, 는 X사건의 이론, 혹은 X사건에 대한 연구가 어떻게 가능할지 윤곽을 제시하는 일종의 조감도이다.

그래서 <대중의 직관>(반비, 2012)와 함께 읽어볼 만하다고 생각하는데,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고 있는지 경각심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도 일독의 가치가 있다"고 추천사에 마저 적었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론 이와는 정반대로 혁신과 번역의 새로운 미래를 예측하는 스티븐 코드러, 피터 다이어맨디스의 <어번던스>(와이즈베리, 2012)가 어떨까 싶다. <특이점이 온다>(김영사, 2007)의 저자 레이 커즈와일은 "이 책은 오랜 시간 이어진 결핍의 역사를 풍요의 시대로 뒤바꾸는 비결을 알려준다. 현대의 불안과 비관주의를 치료하는 강력한 해독제"라고 평했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고른 책은 이영민의 <엄마도 상처받는다>(웅진지식하우스, 2013)이다. "20년 간 수많은 부모 자식간 전쟁에 뛰어들어 화평을 이끌어낸 이영민(서울아동청소년상담센터 소장)씨의 신작 <엄마도 상처받는다>는 사춘기 자녀와 전쟁을 벌이고 있는 부모들이 꼭 읽어봐야 할 지침서다. 사춘기 자녀 문제를 다루는 동류의 책들이 대개 문제 자녀에 초점을 맞추는 것과는 달리 이 책은 부모가 안고 있는문제를 더 주목한다." 자녀교육서인지 부모교육서인지 헷갈리는데, 여하튼 이 분야의 책으론 문은희의 <엄마가 아이를 아프게 한다>(예담Friend, 2011)와 이현수의 <하루 3시간 엄마 냄새>(김영사, 2013) 등이 베스트셀러다. 이런 책의 독자가 많다는 건 그만큼 아이들 키우기가 어렵다는 뜻도 되겠다.

 

 

개인적으론 육아보다 육아이론에 더 관심이 있는데, 그런 점에서는 러시아의 아동심리학자 비고츠키에 관한 책들이 꾸준히 나오고 있어서 반갑다. 국내에 독자층이 있다는 것이니까. 아니 독자층이 있을 뿐만 아니라 비고츠키를 공부하는 분들도 있다. 비고츠키 선집을 번역하고 있는 '비고츠키 연구회'가 그런 분들의 모임이다. 이 연구회 구성원들의 번역으로 비고츠키 학파의 일원이었던 알렉산더 루리야의 <비고츠키와 인지발달의 비밀>(살림터, 2013)과 '비고츠키 선집 3' <어린이 자기행동 숙달의 역사와 발달1>(살림터, 2013)이 얼마전에 나왔다. <도구와 기호>(살림터, 2012), <생각과 말>(살림터, 2011)로 거슬러 올라가면 딱 1년에 한권 터울이다. 2년 후에는 이 선집만으로도 리스트를 만들어볼 수 있겠다.  

 

 

10. 인권

 

내 맘대로 고르는 주제는 '인권'이다.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의 <좌우지간 인권이다>(살림터, 2013)도 나왔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획안 '인권 만화' <어깨동무>(창비, 2013)도 출간됐다. 이론서로는 벨덴 필즈의 <인권, 인간이기 때문에 누려야 할 권리>(모티브북, 2013)도 지난달에 나오고. 여러 모로 인권을 말하거나 학습할 계기는 충분하다. MB시대의 인권 퇴보에서 다시 방향을 틀 수 있을까. 인권지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인권에 관한 책 한두 권쯤은 3월에 읽어보기로 하자...

 

13. 02. 28.

 

 

 

P.S. 3월의 읽은 만한 고전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다. 맞다, 영화 개봉 때문이다.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새 <안나 카레니나>가 3월중에 개봉한다. 그에 발맞춰 각 출판사 번역판들이 경합하는 '<안나 카레니나> 대전'이 벌어지고 있는데, '3권 세트 포장'이 그 방증이다. 개인적으론 이 세 종을 다 갖고 있기에 따로 고민할 필요는 없는 처지다. 모쪼록 이번 기회에 톨스토이의 소설, 더 나아가 러시아 문학이 더 많이 읽히기를 바랄 따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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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1월도 마지막 하루가 지나가고 있다. 마무리한 일과 못다한 일들 사이에서, 읽은 책과 미처 못 읽은 책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2월의 읽을 만한 책들을 골라놓는다. 날이 조금 풀린 모양이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김승희 시인의 <희망이 외롭다>(문학동네, 2012)이다. 시집으로는 꽤 오랜만이지 싶다. 중견과 원로 시인들의 시집이 최근에 연이어 출간됐는데, 이성복의 <래여애반다라>(문학과지성사, 2013)과 황동규의 <사는 기쁨>(문학과지성사, 2013)이 반가운 시집들이다. 이성복의 <그 여름의 끝>(문학과지성사, 1990)과 황동규의 <몰운대행>(문학과지성사, 1991)을 손에 들던 때가 기억에 생생한데(대학의 구내서점에서였다), 어느덧 2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간에 사는 기쁨인 좀 늘었을까?

 

 

 

같이 읽을 소설로는 움베르토 에코의 신작 <프라하의 묘지>(열린책들, 2013)를 고른다. 지난 연말에 나온 칼럼 <가재걸음>(열린책들, 2012)를 더 얹어도 좋겠다. 카프카의 작품들을 조만간 다시 읽을 계획인지라 자연스레 프라하 이야기에도 눈길이 간다. 그렇다고 '묘지'에 오래 머물 건 아니지만...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김형오의 <술탄과 황제>(21세기북스, 2012)다. 저자가 전 국회의장이란 점이 눈에 띄는데, 아마도 정치인 저자의 책으론 가장 특이하면서 대중적인 경우가 아닐까 싶다. 아마추어 역사가의 책이긴 하지만 "이 책이 의미 있는 것은 전쟁의 무대였던 터키 이스탄불을 여러 차례 다녀왔고, 이스탄불 유수의 대학과 연구소에 틀어박혀 수백 권의 책들과 씨름했으며, 수십 명의 학자-전문가들과 심도 있는 인터뷰를 시도한 내공이 전제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역사 팩션물의 또 다른 전형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추천자는 적었다.

 

덕분에 비잔티움 제국의 역사에도 흥미를 갖게 되는데, 막스 칼로의 소설 <콘스탄티누스의 선택>(예담, 2008)과 함께 역사학자 주디스 헤린의 <비잔티움>(글항아리, 2010)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비잔티움 제국의 역사에 관해서는 존 줄리어스 노리치의 <비잔티움 연대기>(바다출판사, 2007)이 가장 자세하지만 동시에 3권짜리라 좀 부담스럽다.  

 

 

동시에 중세 이슬람에도 눈길을 줄 만한데, 카렌 암스트롱의 <이슬람>(을유문화사, 2012)를 입문서로 치면 거기에 조너선 라이언스의 <지혜의 집, 이슬람은 어떻게 유럽문명을 바꾸었는가>(책과함께, 2013)과 디미트리 구타스의 <그리스 사상과 아랍문명>(글항아리, 2013)이 동서문화 교류에 관한 책으로 더 얹을 수 있다. 개인적으론 리처드 루빈스타인의 <아리스토텔레스의 아이들>(민음사, 2004)와 함께 같이 읽어보려고 계획중이다(루빈스타인의 책은 절판된 상태에서 작년인가 중고서적으로 구했다).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추천한 철학서는 세네카의 <화에 대하여>(사이, 2013)다. 사실 '화'를 주제로 한 책은 드문 편인데('분노'라고 하면 좀 다르지만) 틱낫한의 <화>(명진출판사, 2002) 정도가 국내에서는 많이 읽히지 않았나 싶다. 네로황제의 스승이었던 세네카는 화에 대해서 뭐라고 말하는가. "대략 이천여 년 전에 쓰인 위의 책에서 그는, 화라는 것이 참된 인간의 본성과 일치하는 것이 결코 아니며, 화라는 감정을 느끼고 이를 표출하는 것 자체가 건전한 인간성을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한다. 이런 의미에서 그는 화가 지니는 흉포성과 해악을 구체적 역사적 실례를 통해 세밀히 밝히면서, 화는 인간의 삶을 위해 일절 도움이 되지 않음을 주장한다. 이러한 화의 제거를 통해 세네카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스토아 철학자답게 마음의 평화이다." 하긴 네로의 횡포에 대해서 화를 내봐야 자기가 다치는 것 말고 무슨 소용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우리도 처지가 비슷한가...

 

 

설 연휴도 앞두고 있는 만큼 동서양의 지혜를 들려주는 책들에도 손길이 가기 쉬운데, 신정근 교수가 <마흔, 논어를 읽어야 할 시간>(21세기북스, 2011)에 이어서 펴낸 <불혹, 세상에 혹하지 아니하리라>(21세기북스, 2013), 중국의 명강사이자 저술가 이중톈의 고전 강의 <이중톈, 사람을 말하다>(21세기북스, 2013), 그리고 교육학자 하워드 가드너의 <진, 선, 미>(북스넛, 2013) 등이 눈길을 끄는 책들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함성득 교수의 <대통령 당선자의 성공과 실패>(나남, 2012)다. 대통령학 전공자인 저자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활동과 관련한 조언을 담았다. 첫 총리 후보자가 낙마하고 아직 내각 인선은 오리무중인 상태이지만 2월에 취임식이 있는 만큼 조만간 어떤 인물들이 박근혜 정부를 이끌게 될지 가시화될 것이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수용한다면 박근혜 정부의 성패도 조만간 점쳐볼 수 있으리라. 과연 측근정치와 회전문인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경제신문사들에서 펴낸 <박근혜 사람들>(한국경제신문, 2013)과 <박근혜 시대 파워엘리트>(매일경제신문사, 2013)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얼마나 중복되는지 살펴보는 것도 판단의 한 척도가 될 것이다.

 

 

우리의 가까운 과거와 현재를 되돌아보도록 해주는 책들을 더 보태자면 김동춘 교수의 <대한민국 잔혹사>(한겨레출판, 2013), 강준만 교수의 <증오 상업주의>(인물과사상사, 2013), 그리고 '우리 시대 여성 노동자 8인의 이야기'를 담은 박수정의 <여자, 노동을 말하다>(이학사, 2013)도 봄이 오기 전에 읽어봄직하다.

 

 

 

아, 시야를 국외로 돌리면, 우리의 거울이자 반면교사 미국의 민주주의가 왜 나빠졌는지 분석한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후마니타스, 2013), 한승동 기자의 <지금 동아시아를 읽는다>(마음산책, 2013), 그리고 '이달의 평전'이라고 할 만한 피터 폽햄의 <아웅산 수치 평전>(왕의서재, 2013) 등도 유심히 읽어볼 만한 책들이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고른 책은 류영호의 <아마존닷컴 경제학>(에이콘출판, 2013)이다. "<아마존닷컴 경제학>은 지난 해 출간된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조스의 평전 <원클릭>을 제외하고 국내에 이렇다할 아마존닷컴 관련서가 없었다는 점, 그리고 저자 류영호가 국내 최대의 온라인서점인 교보문고에서 CEO 직속부서인 변화추진실 차장을 맡고 있는 현장통이라는 점에서 반가운 책"이라고. 아마존의 혁신 모델이 알라딘에게도 통할 수 있는지, 문득 궁금하다. 개인적으로는 빠른 게 다 좋은 건 아니라고 설파하는 프랭크 파트노이의 <속도의 배신>(추수밭, 2013)에도 눈길이 간다. 배송이 늦어지는 속 터지는 일이지만, 자주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는 나 같은 이들에겐 반가운 책이다.

 

 

한편 성공 경제학의 정반대편에서 위기 자본주의의 대안을 모색하는 책들도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에서 펴내는 무크지 <위기, 반란, 대안>(책세상, 2013), 리처드 울프의 <경제를 점령하라>(돌베개, 2013), 그리고 존 홀러웨이의 <크랙 캐피털리즘>(갈무리, 2013)이 문제의식을 공유하면서 각기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책들이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홍성욱 교수의 <그림으로 보는 과학의 숨은 역사>(책세상, 2012)다. "과학사 책답게 고대 그리스의 기하학에서부터 중세의 천문학과 연금술, 그리고 근대 뉴턴의 물리학과 라부아지에의 화학, 현대의 뇌과학과 최근 광우병 사태를 몰고 왔던 프리온 이야기까지 물리학, 천문학, 화학, 생물학의 역사가 총망라되어있다." 거기에 덧붙여 많은 그림과 조각에 대한 구경도 덤으로 챙길 수 있다고. 오래 전 과학사개론 강의를 들을 때 이런 책이 있었더라면 과학사가 좀더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다. 개인적으로는 최근에 제임스 매클렐란 등의 <과학과 기술로 본 세계사 강의>(모티브북, 2006)와 존 그리빈의 <과학>(들녘, 2004)을 구입했는데, 나란히 짝지어 읽어볼 수도 있겠다.

 

 

 

개인적으로는 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의 <"새로운" 무의식>(까치글방, 2013)을 얼마전부터 책상맡에 두고 있는데, 작년에 손에 들었던 브루스 후드의 <지금까지 알고 있던 내 모습이 모두 가짜라면>(중앙북스, 2012)와 이어지는 대목이 있어서다. 로버트 커즈번의 <왜 모든 사람은 (나만 빼고) 위선자인가>(을유문화사, 2012)와 함께 이달에는 이 주제에 관한 독서를 일단락짓고 싶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케네스 클라크의 <그림을 본다는 것>(엑스오북스, 2012)이다. 서양미술사와 미술감상 분야의 고전. 클라크의 책으론 <누드의 미술사>(열화당, 2002)도 유명한데, 최근에 나온 프랜시스 보르젤로의 <누드를 벗기다>(시그마북스, 2012)와 비교해서 읽어봐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기에 한권 더 얹자면 제프 다이어의 사진 에세이 <지속의 순간들>(사흘, 2013). 존 버거의 에세이 선집이자 비평적 연구서의 저자이고 롤랑 바르트의 사진론 번역자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차세대 존 버거'라고 할 수 있을까(58년생이니까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26년생인 존 버거와는 한 세대 정도 차이가 나니까). 지적인 예술가의 이미지다. 참, 번역은 소설가 한유주 씨의 솜씨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김종덕 교수의 <음식문맹자, 음식시민을 만나다>(따비, 2012)이다. 우리 먹거리에 대한 문제의식으로 슬로푸드운동을 펼치고 있는 저자의 입장은 책의 제목에 잘 집약돼 있다. 문제의식을 간추리면 이렇다.

음식 소비자로서 대다수 현대인들은 먹을거리의 생산자와는 멀리 떨어져 있어서 음식에 대한 지식도 부족하고 음식이 가져다주는 즐거움도 맛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음식문맹자는 농업과 농민의 문제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먹을거리는 선택할 때는 식품회사의 광고에 의존한다. 또 식사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서 대충 때운다. 음식문맹자는 먹을거리를 소비하면서 윤리적 소비를 고려하지 않는다. 음식문맹자는 음식교육에 무관심하며 기본적 인권의 하나인 식량권에도 무지하다. 이러한 음식문맹 상태가 방치되는 동안에 우리 주변에는 글로벌푸드, 패스트푸드, 가공식품, 유전자 조작식품이 범람하게 됐다. 음식문맹은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기도 하지만, 더 나아가 지역농업과 경제의 침체, 그리고 지구온난화까지 야기한다. 음식문맹에서 벗어나 음식시민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음식시민이란 “능동적인 자세로 음식에 대해 성찰하고, 음식의 생산·유통·소비과정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사람”을 말한다. 

 

 

뒤늦게 미식가 대열에 나설 생각은 없지만 그래도 음식문맹은 조금씩 벗아나는 게 좋을 듯싶어서 관련서들을 몇권 구입하기도 했다. 김준의 <바다맛 기행>(자연과생태, 2013)과 채희숙의 <특산물 기행>(자연과생태, 2012), 그리고 황교익의 <미각의 제국>(따비, 2010) 등이다. 이제 초급이니 아직 갈길이 멀었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이상현의 <한옥과 함께하는 세상여행>(채륜서, 2012)이다. "이 책은 한옥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목수 일까지 배우고 동서양의 고전을 섭렵한 한옥 연구가의 새 저작이다. 이미 한옥학 개론서 격인 <즐거운 한옥 읽기 즐거운 한옥 짓기>를 비롯해 <이야기를 따라가는 한옥 여행> 등의 저서가 있다. 한옥과 인문학을 주제로 강의도 하는 저자가 이번에는 한옥에 숨어 있는 문화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이번에 찾아 보니 한옥 관련서도 여럿 나와 있다. 신영훈의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우리 한옥>(현암사, 2005), 김도경의 <한옥살림집을 짓다>(현암사, 2004), 그리고 김종남의 <한옥 짓는 법>(돌베개, 2011) 등이 대표적이다. 책을 보다 보면 또 욕심이 날지도 모르겠다...    

 

 

 

10. 유대인

 

내 맘대로 고른 주제는 유대인이다. 카프카를 다시 읽으려다 보니 관심을 갖게 된 주제다. 국내 저자가 쓴 <유대인 이야기>(행성B잎새, 2013)도 나와 있고, 랍비 조셉 텔루슈킨의 <죽기 전에 한번은 유대인을 만나라>(북스넛, 2012)도 베스트셀러다. 우치다 타츠루의 <유대문화론>(아모르문디, 2011)도 구입해던 책이니 다시 찾아봐야겠다.

 

13. 01. 31. 

 

 

P.S. 2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토머스 핀천의 <중력의 무지개>(새물결, 2012)를 골랐다. 책값이 나로호 발사체만큼이나 비싼 게 흠이긴 하지만 10년도 더 전에 사놓은 원서가 아까워서라도 읽어보려고 한다. 두 번은 실패하고 나서야 다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 여하튼 '중력의 무지개'를 찾아서 떠나보는 것도 괜찮은 독서여행이지 않을까 한다. 흠, 그런데, 어떻게 빠져나가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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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이라고 하지만 재택근무를 하느라 밖에는 한 발작도 나가지 않았다. '근무'라고 해야 내겐 원고 노동인데, 간신히 마감에 맞춰(사실은 좀 넘겨서) 원고를 보내놓고 막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달력을 보니 꽉찬 1월이고, 그래도 학기중보다는 시간을 더 낼 수 있을까 해서 묵중한 책들도 가리지 않았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추천한 책은 한강의 세번째 소설집 <노랑무늬 영원>(문학과지성사, 2012)이다. 소설집으로는 <여수의 사랑>(문학과지성사, 1995)과 <내 여자의 열매>(창비, 2000)에 뒤이은 책. 어느덧 '중진작가' 대열에 선 작가의 공력을 가늠해볼 만한 작품들이 묶였다.

 

 

한강의 소설 말고도 여유가 있다면 조남현 교수의 노작들을 읽어봐도 좋겠다. 연거푸 책들이 나왔는데(아마도 정년을 기념한 책들인 듯싶다) <한국문학잡지사상사>(서울대출판문화원, 2012)와 두 권짜리 <한국현대소설사>(문학과지성사, 2012)가 그것들이다(<한국현대소설사>는 1890년-1945년까지를 다뤘다). 마침 최근에 문학사 책들을 재점검하고 다시 수집도 하려던 참인데, 한국 소설사에 관한 묵직한 읽을 거리가 생겨서 반갑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역사서는 이한우의 <왕의 하루>(김영사, 2012)다. "본 책 <왕의 하루>를 쓴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비록 전문 역사학자는 아니지만 이미 조선시대사에 대한 여러 권의 뛰어난 저서를 낸 바 있다. 이번에 ‘운명적인 하루’를 모티브로 하여 조선시대 역대 왕의 극적인 사건들을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평이다. 역사학자의 저작으론 이성무의 <조선국왕전>(청아출판사, 2012), <조선왕조사>(수막새, 2012) 등도 같이 참조해서 읽어볼 만하다. 개인적으론 <조선왕조사>를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 이야기>와 함께 틈틈이 읽어보고 있다.

 

 

 

역사분야도 시야을 약간 확대해보자면 데이비드 모건의 <몽골족의 역사>(모노그래프, 2012)가 번역돼 나온 김에 몽골사 관련서도 더 읽어보면 좋겠다. 쿠빌라이 칸을 다룬 이승한의 <쿠빌라이 칸의 일본 원정과 충렬왕>(푸른역사, 2009), 모리스 로사비의 <쿠빌라이 칸, 그의 삶과 시대>(천지인, 2008) 등을 목록에 더 포함해도 좋겠고.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마이클 셔머의 <믿음의 탄생>(지식갤러리, 2012)이다. 저자는 "믿음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판단과 객관적인 자료에 근거하기 보다는, 자신이 의식하지 못하는 유전적, 신체적, 환경적 요인, 특히 결정적으로 뇌의 신경생리학적 작용에 의해 형성되고 유지된다는 과학주의적인 입장을 취한다. 이를 통해 저자는, 우리가 지니는 초자연적인 것에 대한 믿음은 그 견고성에도 불구하고 어떤 객관적 사실에 토대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그렇게 믿고자 하는 하나의 심리학적인 작용에 불과하다고 본다." 현대 과학이 우리의 믿음에 관해 현재까지 말해줄 수 있는 최대치를 담고 있다고 보면 되겠다. 셔머가 공저한 <무신예찬>(현암사, 2012) 외에 전작인 <왜 사람들은 이상한 것을 믿는가>(바다출판사, 2007)도 같이 읽어볼 만한 책으로 묶을 수 있다.

 

 

 

그리고 엊그제 페이퍼를 쓰기도 했는데, 하이데거의 <니체1,2>(길)도 맘잡고 읽어볼 만하다. 긴 겨울밤이 아니면 손에 잡기 어려울 테니가. 고명섭의 <니체 극장>(김영사, 2012)도 니체의 생애와 저작에 대한 요긴한 가이드북으로 활용할 수 있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콜린 크라우치의 <왜 신자유주의는 죽지 않는가>(책읽는수요일, 2012)다. 제목대로 저자는 "신자유주의가 금융붕괴 이후 죽어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더 강력하게 등장하게 되었다고 진단하고, 그 중심에 거대 기업이 있다고 설명한다." 같은 저자의 책으론 <포스트민주주의>(미지북스, 2008)도 국내에 나와 있다. '신자유주의'란 주제와 관련해서는 지주형의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책세상, 2011)이 호평을 받은 책이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고른 책은 로리 바시 등이 쓴 <굿 컴퍼니>(틔움, 2012)다. "한마디로 ‘대기업은 얼마나 착한 걸까?’ 파헤친 책"이라고 소개된다. 저자들은 짐 콜린스의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콜린스의 책이 국내에도 여럿 소개돼 있다. 추천사에 따르면, "‘굿 컴퍼니‘ 등장은 이제는 기업이 이익과 함께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는 근로자들의 행복 추구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러므로 기업은 근로자들이 생존을 위해 일하기보다는 그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데 기여하도록 도와야 한다. 저자들은 나쁜 회사들이 용인되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한다." '착한 회사 지수'라는 걸 우리도 도입해서 발표하면 어떨까.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과학책은 윤영호의 <나는 죽음을 이야기하는 의사입니다>(컬처그라피, 2012). 저자는 "23년 동안 말기암환자를 돌보고 있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전문가"라고 한다. 이 분야 관련서는 아무래도 우리보다 고령화에서 앞서가고 있는 일본에서 나온 책이 많은데, <우리는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마고북스, 2012), <편안한 죽음을 맞으려면 의사를 멀리하라>(위즈덤스타일, 2012) 등이 작년에 나온 책들이다.

 

 

 

덧붙여 이달에 읽을 만한 과학책으로 우주생물학자 크리스 임피의 책들도 보태고 싶다. 작년에 나온 <세상은 어떻게 끝나는가>(시공사, 2012)에 이어서 새해 벽두에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시공사, 2013)도 출간됐다. 임피는 <우주 생명 오디세이>(까치글방, 2009)의 저자로 국내에 처음 소개됐었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인지난의 <홀로 문을 두드리다>(학고재, 2012)다. 중국의 대표적 미술비평가가 오늘의 중국 미술과 미술계에 대한 흥미로운 비평적 시각을 제공한다. 같은 저자의 책으론 <아큐와 건달, 예술을 말하다>(한길아트, 2004)가 먼저 소개된 바 있다. 중국 현대미술의 현장에 대해선 이보연의 <이슈, 중국현대미술>(시공아트, 2008)도 참고할 만하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박숙자의 <속물 교양의 탄생>(푸른역사, 2012)이다. 부제는 '명작이라는 식민의 유령'. 책의 의의를 이렇게 짚었다.

“양서는 성공의 지름길”이란 현수막이 식민지 경성 한복판에서 나부꼈다. 서구 열강의 문학이 ‘세계문학’으로 호명되고 조선의 대표적 문사들이 읽은 명작이 교양의 기준이 됐다. ‘명작’은 ‘좋은 책’이기 전에 ‘유명한 책’으로 통했다. <부활>의 여주인공이 누구인지 알면 교양이고 모르면 무교양이라는 식이다. 그렇게 명작의 독서가 문화적 취향의 과시 수단이면서 사회의 엘리트로 행세하기 위한 조건이 된다면, 그때의 교양은 속물과 대립하지 않는 ‘속물 교양’이다. “식민지 근대의 아이러니는 교양에 비례해서 속물적 가치가 늘어난다는 점”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속물 교양의 형성과정에 대한 역사적 검토는 자연스레 무엇이 명작이고 또 명작이어야 하는가란 물음을 낳는다. 그것은 우리가 어떻게 ‘속물 교양’ 혹은 ‘교양의 식민화’ 프레임에서 벗어나 ‘진정한 교양’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란 물음과 다르지 않다. 새해의 첫 교양 독서는 <속물 교양의 탄생>과 더불어 진정한 교양이란 무엇인가란 물음에서 시작해도 좋을 듯싶다.

자연스레 떠올릴 수 있는 책이 천정환의 <근대의 책읽기>(푸른역사, 2003)다. 독서의 사회사와 정전의 문화사를 다룬 책들이 앞으로 더 풍부하게 출간되면 좋겠다. 그런 관심의 연장선상에서 권보드래/천정환의 <1960년을 묻다>(천년의상상, 2012)도 1월의 독서목록에 올려놓는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교육과학기술부 필통톡기획팀이 펴낸 <필통톡, 학부모 걱정에 답하다>(중앙북스, 2012)다. 소개에 따르면 "'반드시 통하는 이야기'라는 뜻의 '필통톡'(必通Talk)은 교과부장관과 전문가들이 학부모 학생 교사 등과 함께 한 현장소통 프로그램이다. <필통톡>은 2012년 2월부터 11월까지 전국 21개 도시에서 27회나 열린 그 현장 소통의 생생한 목소리를 담았다." 같은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책으론 <대한민국 부모>(문학동네, 2012), 이범의 <우리교육 100문 100답>(다산북스, 2012) 등도 눈에 띈다.

 

 

 

10. 러시아문학사

 

개인적으론 1월에 러시아문학 강의도 있고 단행본으로 준비중인 <러시아문학강의>도 손을 봐야 해서 고른 주제다. 하지만 교양서로도 읽을 수 있는 책들인데, 나보코프의 <러시아문학강의>(을유문화사, 2012)를 비롯해서 미르스키의 <러시아문학사>(써네스트, 2008), 에드워드 브라운의 <현대 러시아문학사>(충북대출판부, 2012) 등을 들 수 있다. 참고로 <현대 러시아문학사>는 <혁명 이후의 러시아문학>(하버드대출판부, 1982)을 옮긴 것이다.

 

 

13. 01. 03.

 

 

 

P.S. '1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헨리 필딩의 <톰 존스>를 고른다. 삼우반판과 동서문화사판에 이어서 대산세계문학총서의 하나로 <업둥이 톰 존스 이야기>(문학과지성사, 2012)가 지난주에 나왔다. 3종의 번역서가 있는 셈이니 골라 읽어도 되고 비교해가며 읽어도 좋겠다. 영화 버전으로는 <톰 존스의 화려한 모험>(1963)이 나와 있는데, 다시 볼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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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보다 늦게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서재 컴퓨터의 하드를 아직 복구하는 중이어서 거실의 컴퓨터를 쓰다 보니 여러 가지 제약 때문에(우선 속도가 러시아 수준이다) 이런 페이퍼를 쓰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대선이 낀 달이어서 어차피 일반의 관심은 책에서 좀 비껴나 있는 듯해 열의도 좀 줄었다. 출판쪽은 예년보다 일찍 파장 분위기이고 송년 모드다. 막판 스퍼트에 해당하는 책도 없진 않겠지만... 여하튼 한해를 보내며, 다 보내기 전에 읽어볼 만한 책들의 목록을 마련해본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서유미 소설집 <당분간 인간>(창비, 2012)이다. "총 8편의 단편소설들은 노동을 하고 싶지만 노동을 하지 못하거나 노동을 해도 수입이 보장되지 못하는 인간들의 비인간적 생태에 대한 보고서다. 그래서 그들은 ‘당분간’은 인간일 수 있지만 조만간 인간으로 살아가지 못할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의 증명서이기도 하다"고 평했다. 작가는 <판타스틱 개미지옥>(문학수첩, 2007)으로 이름을 알린 후 <쿨하게 한걸음>(창비, 2008), <당신의 몬스터>(자음과모음, 2011) 등의 장편소설을 발표해왔다. '당분간 인간'은 사회적 '잉여'에 대한 새로운 명명으로도 읽힌다. 당장은 손에 들기 어렵지만 조만간 읽어봐야겠다.

 

 

 

12월에 읽어보고 싶은 국외소설(이라고 하지만 번역소설)은 파키스탄 청년의 아메리칸 드림을 다룬 <주저하는 근본주의자>(민음사, 2012)이다. 짧은 분량의 소설임에도 작가는 이미 나이폴과 루슈디를 연상시킨다는 평판을 얻고 있다. 그리고 케네디 암살사건을 다룬 스티븐 킹의 신작 <11/22/63>(황금가지, 2012)이 또한 독서욕을 한껏 자극하는 책이다. 안 그래도 케네디를 비롯한 1960년대 정치인과 정치상황에 관심을 갖고 있는 터라 '맞춤식'인가 느낀 소설. 무지막지한 분량이 이럴 땐 더 자극적이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책은 백승종의 <금서, 시대를 읽다>(산처럼, 2012)이다. <마흔, 역사를 알아야 할 시간>(21세기북스, 2012)과 함께 이미 구비해놓은 책이다. 같이 목록을 만들어놓기도 했지만 금서에 관한 이야기로는 장동석의 <금서의 탄생>(북바이북, 2012)도 더 얹을 수 있다.

 

 

 

1960년대에 대한 관심 때문에 자연스레 손이 가는 책은 국문학 연구자들이 쓴 <1960년을 묻다>(천년의상상, 2012)다. '박정희 시대의 문화정치와 지성'이 부제. 그 시대의 인물사에도 손길을 뻗어볼 수 있는데, 장준하 선생 의문사 사건의 진상을 다룬 <장준하, 풀지 못한 진실>(돌베개, 2012)과 김삼웅의 <민주주의자 김근태 평전>(현암사, 2012)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과연 박정희와 유신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난 것인지 질문하도록 한다.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철학서는 토머스 모리스의 <파스칼의 질문>(필로소픽, 2012)이다. 파스칼과 그의 주저 <팡세>에 대한 요긴한 안내서로서 "단순히 파스칼의 생각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서 마치 파스칼이 바로 옆에서 이야기하는 듯, 친근감 있고 또 설득력 있게 말을 풀어나간다. 그럼으로써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인간존재와 삶의 의미, 그리고 신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도록 한다"는 평이다. 거기에 더 얹자면 전혀 다른 경향이지만 20세기 철학을 지배한 두 철학자 하이데거와 비트겐슈인의 책도 좋겠다. 하이데거의 <사유의 경험으로부터>(길, 2012)와 레이 몽크의 <비트겐슈타인 평전>(필로소픽, 2012)이 가장 최근에 나온 책이자 제일 먼저 떠오르는 책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복지국가의 정치학>(생각의힘, 2012)이다. "2007년 현재 한국의 사회복지지출은 GDP의 8.1%로 OECD 30개국 가운데 29위이다. 최근 여러 선거에서 복지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각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한국은 세계 10위의 경제력에 비해 복지국가의 발달이 이렇게 뒤쳐졌을까? 선거제도 때문인가? 인종때문인가? 가난이 게으름 탓이라고 믿기 때문인가? 열심히 미국을 뒤쫓아 온 우리를 저자들은 어떻게 볼까?"라는 게 마 교수의 질문이다. 복지국가를 화두로 한 책들은 국내에서도 적잖게 출간되고 있는데, '입문서'라는 게 있다면 복지국가 전도사 이상이 교수의 <복지국가가 내게 좋은 19가지>(메디치, 2012), 오건호의 <나도 복지국가에서 살고 싶다>(레디앙, 2012) 등이 유력하다.

 

 

더불어, 선거가 코앞인 만큼 '이슈북'들도 때맞춰 읽어볼 만하다. 길쭉한 '이슈북' 시리즈 가운데 <우리는 유권자다!>(알마, 2012), <경제민주화가 희망이다>(알마, 2012), <노동시간 줄이고 농촌을 살려라>(알마, 2012) 어느 것이나 한권쯤은 읽고 투표장에 가면 좋겠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모든 비즈니스는 로컬이다>(반디출판사, 2012). 마케팅에 관한 책이라니 따로 덧불일 말은 없다. 찾아보니 이 분야의 올해 베스트셀러로는 홍성태의 <모든 비즈니스는 브랜딩이다>(쌤앤파커스, 2012), 그리고 에이드리언 슬라이워츠키의 <디맨드>(다산북스, 2012)가 있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책은 공우석의 <키워드로 보는 기후변화와 생태계>(지오북, 2012)다. "오랫동안 이 분야 연구를 해온 저자는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농작물을 비롯한 다양한 식물부터 곤충, 어류, 양서류, 파충류, 조류, 포유류에 이르기까지 생물들이 기후변화에 따라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자세하게 설명한다." 기후변화는 해마다 관련서들이 출간되는 주제다. 올해 나온 책 가운데는 <왜 열대는 죽음의 땅이 되었나>(미지북스, 2012)와 <기후가 사람을 공격한다>(푸른숲, 2012)도 챙겨둘 만하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사진책이다. 이경민의 <경성, 카메라 산책>(아카이브북스, 2012). "이 책이 주목하는 것은 모던한 문화적 감수성이 싹트고 있었던 옛 서울이며, 당시 사진과 신문기사들을 통해 엿볼 수 있는 서울 사람들의 발랄한 일상이다. 타임머신을 타고 해방 이전의 서울에 내려 그 시절 거리를 산책하듯 책장을 넘기다 보면, 오늘날 우리에게 내면화되어 있는 감수성들이 어디에서 기원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고 평했다. 근대 사진 아카이브로 유명한 저자의 책으론 <카메라당과 예술사진 시대>(아카이브북스, 2010), <제국의 렌즈>(산책자, 2010) 등이 더 있다. <제국의 렌즈>는 그래도 읽은 책이군...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존 그레이의 <불멸화위원회>(이후, 2012)다.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이후, 2010) 이후 <추악한 동맹>(이후, 2011)에 이어서 나온 책으로 '존 그레이 3종 세트'라고 불러도 좋겠다. 내가 적은 소개는 이렇다.

저자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죽음에 맞서기 위해 동원된 과학의 사례를 통해서 과학이 어떻게 주술과 다시금 결합했는지 자세히 살핀다. 당시 영국과 러시아의 근대적 인간은 비록 종교는 부정했을지라도 불멸에 대한 종교적 믿음마저 폐기하지는 못했다. 종교적 믿음 없는 불멸은 어떻게 가능한가? 바로 과학을 통해서다. 영국의 사회적 명사들은 영혼이 육체의 죽음 이후에도 지속된다는 걸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애썼고, 러시아 볼셰비키의 한 분파인 건신주의자들은 인간이 죽음을 정복할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한 믿음은 레닌의 사체를 영구 보존하기 위해 ‘불멸화위원회’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죽음을 극복하기 위해서, 곧 인간이 신적인 존재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새로운 인간’으로 개조될 필요가 있었고, 그러한 혁명적 개조의 실험은 수천만 명의 목숨을 제물로 삼게 된다. 매우 인간적인 욕망처럼도 보이지만 불멸을 향한 꿈이 얼마나 우스꽝스러우면서 부조리한 시도로 귀결되는지 저자는 신랄하게 보여준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고른 실용서는 이름트라우트 타르의 <내 안의 겁쟁이 길들이기>(유아이북스, 2012)다. 무대공포증이나 울렁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더 없이 '실용적인' 도움을 주는 책. 저자는 독일의 심리치료사인데, 의외로 여러 권의 책이 이미 소개돼 있다. <고슴도치 길들이기>(해냄, 2005)가 시작이었고 <나는 위로받고 싶다>(펼침, 2009)와 <겁쟁이 길들이기>가 최근에 나온 책들다.

 

 

10. 문재인 

 

이번 대선의 야권 단일후보는 문재인이다. 당장의 지지율 열세를 극복하고 새로운 운명의 개척자가 될지 이제 열흘 후면 판가름나게 된다. 문재인으로 검색되는 책 가운데 가장 많이 팔린 책이 차례로 <문재인의 운명>(가교, 2011), <사람이 먼저다>(퍼플카우콘텐츠그룹, 2012), 그리고 조기숙의 <문재인이 이긴다>(리얼텍스트, 2012)이다. <우리는 유권자다!>(알마)에서 한홍구 교수는 이번 대선의 의미를 이렇게 짚었다.

제가 요새 대한민국에서 유신에 대해서 제일 많이 언급하고 다니는 사람일 거에요. 그런데 저도 가끔씩 느끼는 게 제 몸에는 유신이 남아 있습니다. 제 마음에는 광주가 제일 크게 자리 잡고 있을지 모르지만, 제 몸에는 여전히 유신이 남아 있어요. 길을 가다가 애국가가 나오면 '동작 그만' 하면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해야 하는 것처럼 제 자신도 그러고 있습니다. 우리 몸에 들어 있는 유신체제를 우리부터 우리가 내몰고 단호히 결별해나가는, 그럼으로써 우리 사회에 유신의 부활을 바라고 있는 그 모든 세력을, 그 모든 불순의 기도를 막아내는 것, 그걸 이번 대통령선거에서 해야 합니다. 소극적이지만 굉장히 중요한 거죠. 유신이 다시 살아나면 어떻게 돼요? 우리는 창피해서 어떻게 삽니까? 저는 유신을 우리 모두가 다 같이 막아내야 하고, 막아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25-26쪽)

 

12. 12. 08.

 

 

 

P.S. '12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셰익스피어의 <맥베스>이다. 분량이 짧은 희곡이라 언제든 일독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고, '정치의 계절'인지라 한번 다시 읽어보고 싶기도 하다. 세 마녀들을 먼저 만나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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