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이 지나서야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첫주 주말과 휴일에 모두 지방강의를 나간 여파로 그동안 짬을 내지 못했다. 보름치 읽을 거리를 고르는 것이니 욕심부릴 필요가 없겠다 싶지만, 한편으론 이번주에 5일간의 연휴도 들어 있어서 한껏 차려놓아도 좋겠다 싶다. 중간치로 가야 할까...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 2013)이다. 물론 지난 여름 읽을 만한 사람은 다 읽은 소설이기에 군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다. 중견작가 두 사람의 신작 소설집을 가을의 독서거리로 장만해봐도 좋겠다. 윤대녕의 <도자기 박물관>(문학동네, 2013)과 구효서의 <별명의 달인>(문학동네, 2013)이 그 두 권.

 

 

 

<은밀한 생>의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세상의 모든 아침>(문학과지성사, 2013), 파울로 코엘료의 <아크라 문서>(문학동네, 2013) 같은 명망가들의 작품도 덧붙일 수 있고, '숨겨진 작가' 제임스 써버의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뗀데데로, 2013) 같이 은밀하게 읽어볼 만한 책도 더 얹을 수 있겠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숲의 <스무 살엔 몰랐던 대한민국>(예옥, 2013)이다. 구한말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이 책은 당시 한국인을 관찰한 외국인의 다양한 시각을 재구성하였다. ‘한국인, 우리는 우리를 제대로 알고 있나?, ’100년 전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 ’오인된 역사, 이제 우리도 다시 볼 때다‘, ’편협한 눈으로는 진실을 보지 못한다‘, ’일본은 빼어난 화장술로 세계를 현혹했다‘, ’한국인을 향한 제언‘이라는 각장의 제목에서 보듯이, 필자는 100여년 전 한국에 와서 한국인의 잠재력을 알아본 사람들의 기록을 통하여 한국인의 ‘긍정성’ ‘선함’ ‘강인함’을 구구절절이 말하고자 한다." 저자는 이전에 박수영이란 이름으로 스웨덴 유학시절 이야기를 <스톨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중앙북스, 2009)으로 펴낸 바 있다. 찾아보니 <도취>(자음과모음, 2003)이란 소설집도 냈었다. 1997년에 등단한 소설가가 유럽에서 역사를 공부하며 새롭게 만난 한국 근대를 우리가 아는 모습과 비교해볼 수 있겠다.

 

 

 

추석 연휴에 읽기 좋은 역사서는 단연 주영하의 <식탁 위의 한국사>(휴머니스트, 2013)일 것이다. '매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란 부제가 구구한 설명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스탈린시대 소련을 다룬 올랜도 파이지스의 <속삭이는 사회>(교양인, 2013)이 읽을 거리다. 연휴 독서 계획에 넣을 책은 또 두꺼워야 제 맛이 난다(그래서 지젝의 <헤겔 레스토랑>, <라캉 카페>도 연휴용으로 미뤄놓았다).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권영민의 <철학자 아빠의 인문육아>(추수밭, 2013)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일반적인 태도로부터 벗어나 아기를 키우면서 경험하는 생생한 일들을 단순히 지나쳐 보내지 않고 철학적으로 냉철하게 분석하고 음미한다. 일상사를, 그것도 육아의 문제를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틀로 탐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사소한 일들을 한편으로는 아이의 시선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빠의 시선에서 가능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다양한 철학 이론과 접목시켜 재해석해본다." 육아와 철학의 접목이란 점에서 희귀한 사례다.

 

추석 연휴가 끝남과 동시에 지젝과 바디우 컨퍼런스가 개최되는 만큼, 두 철학자의 책에도 미리 눈길을 주어봄직하다. 최근에 나온 걸로는 바디우의 <투사를 위한 철학>(오월의봄, 2013)과 지젝의 인터뷰도 포함하고 있는 제이슨 바커의 인터뷰집 <맑스 재장전>(난장, 2013)이 있다. 조만간 몇 권의 책이 더 나오지 않을까 싶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국내 정치학자들이 쓴 <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이학사, 2013)이다. "저자들은 한국 보수주의의 지성적 빈곤이 무엇을 의미하며 그 무(無) 이념성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정치사적, 정신사적, 사상사적 그리고 정치철학적 맥락에서 분석하였다." '진보'나 '보수'나 말의 가치가 바닥까지 떨어진 현실에서 무엇이 보수이고 보수주의인지 원론을 다시 확인해보는 책.

 

한편 코리 로빈의 <보수주의자들은 왜?>(모요사, 2013)는 보수주의에 대해 단순명료하게 정의하고 있어서 눈길을 끄는데, "코리 로빈은 작은 정부에 대한 신념, 자유시장 옹호, 또는 변화에 신중한 태도는 보수주의의 본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것들은 보수주의의 본질적 이념, 즉 “어떤 자들이 우월하고 그래서 다른 자들을 지배해야 한다”는 생각의 ‘부산물’일 뿐이다. 한마디로 보수주의의 핵심은 하층민들이 상급자들의 속박에서 해방되는 것, 즉 사적 영역에서 자유를 얻는 것에 대한 반대라는 것이다." 정치학자들의 복잡한 논의와 비교해봐도 좋겠다. 덧붙여, 한국 보수주의자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보수주의자의 삶과 죽음>(동녘, 2010)도 '한국 보수주의'의 이해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읽어볼 만하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카민 갤로의 <애플스토어를 경험하라>(두드림, 2013)다. "스티브 잡스 전문가로 불리는 카민 갤로가 쓴 이 책은 진짜 애플스토어의 서비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평범한 거래를 짜릿한 감탄의 순간으로 바꿔놓을 줄 아는 애플 직원들과 애플 서비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기에 두툼한 중국 관련서 몇 권도 골라본다. 중국 정치경제의 과거와 미래 전망을 다룬 책들로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중국의 꿈>(민음사, 2013),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센터장 케네스 리버살의 <거버닝 차이나>(심삼, 2013), 그리고 중국 현대정치사 전공자인 안치영 박사의 <덩샤오핑 시대의 탄생>(창비, 2013) 등이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여인형의 <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생각의힘, 2013)다. "암모니아 합성의 공적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과학자 프리츠 하버를 다룬 교양과학서"이다. '인류 굶주림의 해결사, 프리츠 하버의 삶과 과학'이 부제. 화학자인 저자는 대중을 위한 과학칼럼집 <퀴리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한승, 2007)를 펴낸 전력이 있다. 연휴에 청소년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과학책으로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책들도 읽어봄직하다. 자서전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까치, 2013)가 이번에 나왔고, 과학저술가 키티 퍼거슨의 <스티븐 호킹>(해나무, 2013)도 선을 보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스티븐 호킹까지'가 부제인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별밤의 산책자들>(알마, 2013)은 "위대한 별 관찰자들이 밤하늘에 던진 질문과 깨달음"의 역사를 다룬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마틴 불의 <아트 테러리스트 뱅크시, 그래피티로 세상에 저항하다>(리스컴, 2013)다. "뱅크시는 영국박물관에 몰래 숨어 들어가서 원시인이 쇼핑카트를 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자신의 작품을 8일 동안 도둑 전시해서 유명세를 탄 그래피티 예술가"이고, 책은 "사진작가가 뱅크시의 거리미술을 4년간 기록하듯 찍어 마치 미술 여행가이드처럼 기획하였다." 그래피티는 '스트리트 아트'로도 불리는데, 세계 곳곳의 그래피티 아트를 한권에 담은 <스트리트 아트, 도시 정복자들의 펑크록>(고려문화사, 2012)도 같은 주제의 책. 시야를 확장해서 아예 컨템포러리 아트의 현재에 대해 질문해볼 수도 있겠다. 테리 스미스의 <컨템포러리 아트란 무엇인가>(아트북스, 2013)가 요긴할 듯하여 장바구니에 넣었다. 아, 우리에게도 그래피티 아트가 있었다. G20 쥐그림이라는.

 

 

불온한 낙서냐 아트냐를 두고 법정 다툼까지 갔던 '작품'이었던가...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숀 도런스 켈리의 <모든 것은 빛난다>(사월의책, 2013)다. 이 책에 대한 호감은 여러 번 피력했기에 '전도사'로까지 나선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추천사는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의 탁월한 통찰은 서양사에서 일신주의가 어떻게 필연적으로 허무주의를 배태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보여준 데 있다. 저자들의 대안이 현대적 다신주의다. 이 다신주의로의 여정을 다룬 책의 부제가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 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라고 붙여졌는데,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부터 단테의 <신곡>, 멜빌의 <모비딕>까지 3천년에 이르는 서양 고전에서 사색의 실마리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서양 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란 말이 허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 소개는 밋밋하다고 여겨질 만큼 책은 특출한 영감과 통찰로 가득 차 있다.

저자들이 격찬하는 멜빌의 <모비딕>(열린책들, 2013)의 경우엔 이번에 새 번역본도 나왔다. 작가정신판과 열린책들판이 우리의 <모비딕>이다. 연휴에 정말로 별일이 없는 분들이라면, 며칠 포경선 피쿼드호에 동승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이주영의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어린이책 200선>(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13)이다. "우리 아이 초중등학교 시절에 좋은 책을 읽히고 싶은데 무슨 책을 골라야 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요즘에도 비슷한 심정을 느끼는 학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초ㆍ중ㆍ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바로 그런 고민을 덜어줄 만한 역작"이라고 추천한다. 백화연의 <도란도란 책모임>(학교도서관저널, 2013)도 '함께 읽는'에 초점을 맞춘 책모임 이야기라 같이 읽어볼 만하다. 얼마전에 서평을 쓰기도 했지만 일본 만화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린이책 추천도서 목록은 <책으로 가는 문>(현암사, 2013)에서 읽을 수 있다.

 

 

 

10. 한국식 민주주의

 

내 맘대로 고른 주제는 최근 정국이다. 더 확장하면 '한국식 민주주의'. 신경민 의원의 <국정원을 말한다>(메디치미디어, 2013)와 '대한민국 안보의 무력한 맨얼굴'을 폭로한 김종대의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메디치미디어, 2013) 등이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와 함께 '보교재'가 되겠고, 셀던 월린의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후마니타스, 2013)가 음미해볼 만한 이론적 성찰이다.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추석 연휴에 곱씹어볼 만한 화두다.

 

13. 09. 15.

 

 

 

P.S. 지난주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차분이 나왔을 때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을 정해졌다. 소세키의 데뷔작이자 출세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9월의 읽을 만한 고전'이다. 간판 번역자들의 '번역 전쟁'도 겸하여 감상해볼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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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9-29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8월다운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정도면 '열심'이라는 걸 인정해도 좋겠다. 지지부진한 독서를 만회하기 위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얼른 골라놓는다. 주중엔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사정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런 건 나도 꽤나 '열심'이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추천한 책은 정유정의 <28>(은행나무, 2013)이다. 덧붙일 것도 없는 책이고, 지난달에 이미 꼽은 바 있기도 하다. 한국소설이라면 구병모의 <파과>(자음과모음, 2013)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 2013)도 자연스레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무더위와 겨룰 만한 소설을 더 고른다면 거물급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클로저>(알에이치코리아, 2013), 일본의 젊은 기대주 모리 아키마로의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포레, 2013), 그리고 경찰청 근무 경력의 부부 작가 박하와 우주의 <나는 어제 나를 죽였다>(예담, 2013) 등을 연이어, 혹은 비교해가며 읽어도 좋겠다. 여름이니까.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고미숙의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북드라망, 2013)이다. 다산과 연암의 라이벌 평전을 시도한 것으로 역시나 군말이 필요 없는 책. 박제가의 <북학의>(돌베개, 2013) 정본 번역본이 나온 김에 임용한의 <박제가, 욕망을 거세한 조선을 비웃다>(위즈덤하우스, 2012)까지 더 얹어도 좋겠다. 박제가의 라이벌은 누구였던가. 찾아보니 이덕무를 꼽기도 하는군...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데카르트의 <정념론>(문예출판사, 2013)이다. 현대과학적 시각에서 보면 소박한 면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그 내용의 깊이나 통찰력으로 볼 때, 우리 현대인이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몸과 관련지어 감정을 놀라울 만치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관련한 논의로서 이 책은 하나의 의미 있는 고전으로 손꼽힐 만하다."는 평이다. 아울러 '지젝의 모든 것'을 압축한(?) <헤겔 레스토랑><라캉 카페>(새물결, 2013)도 이달에 씨름해볼 만한 책이다. 휴가비가 줄어든다는 부담은 있더라도...

 

 

 

어려운 책이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최근에 나온 입문서들을 참고해도 좋을 듯한데, 로제 폴 드르와의 <처음 시작하는 철학>(시공사, 2013), 롤란트 W. 헹케 등의 <철학 입문>(북비, 2013), 나오미 잭의 <한 권으로 끝내는 철학>(작은책방, 2013) 등이 거기에 해당한다. 각각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미국에서 나온 교재용 책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열린책들, 2013)다. 저명한 경제학자가 불평등의 값비싼 정치적 대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 책. 결론은 물론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샘 피지개티의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알키, 2013), 로버트 스키델스키와 에드워드 스키델스키 부자의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부키, 2013)도 나란히 읽어봄직하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셰릴 샌드버그의 <린 인>(와이즈베리, 2013)이다. 저자가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이기도 해서 화제가 됐던 책. "여성이 사회 또는 조직에서 맞닥뜨리는 장애물과 편견의 원인은 무엇인지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담은 자기계발 성격이 강한 자서전"이다. 여성 자기계발서 범주에 속하는 책으로 피터 모들러의 <오만하게 제압하라>(리더스북, 2013), 앤 프란시스의 <딸들의 경영시대>(메디치미디어, 2013) 등도 눈에 띈다. 여성이 주름잡는 시대가 과연 올 것인가..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책은 브라이언 클레그의 <과학을 안다는 것>(엑스오북스, 2013)이다. "우리 몸은 과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축소판 우주이다. 이 책은 사람 몸을 탐색하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풀어간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인류의 진화로부터 최근 뇌과학까지 시간을 초월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 몸에 대한 과학으로 서울대 교수진의 교양강의를 묶은 <뇌, 약, 구, 체>(동아시아, 2013)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더불어 우리 몸은 아니지만, 깃털에 관한 흥미로운 자연사로 소어 핸슨의 <깃털>(에이도스, 2013)도 놓치기 아까운 책이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가오싱젠의 <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13)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창작론. 그의 희곡도 <버스 정류장>(민음사, 2002)과 <피안>(연극과인간, 2008)이 소개돼 있다.

 

 

예술분야의 조금 전문적인 책으론 독일의 미술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의 <시각예술의 의미>(한길사, 2013)이 최근에 나온 묵직한 책이다. <도상해석학 연구>(시공사, 2002)가 나온 게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의 <인문주의 예술가 뒤러1,2>(한길아트, 2006)도 번역된 바 있다. 당장 장바구니에 넣어놓는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소영현 등의 <감정의 인문학>(봄아필, 2013)이다. 추천사는 이렇게 적었다.

저자들은 열정과 분노, 슬픔과 공포, 위안과 기대, 그리고 평온과 광기에서 다양한 사회적 함의를 발견하고 감정의 역사성을 되짚는다. 감정의 젠더를 질문하고 감정의 계급성을 되새긴다. 이를 위해 영화와 드라마, 일상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분석거리로 삼았다. 비단 감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는 데만 의의를 둔 책은 아니다. 거기서 더 나아간다. 감정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하면서 저자들은 인문학의 사회적 역할 또한 회복하고자 하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지금-여기’의 삶에 대해 인문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시범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들의 표현으론 ‘함께 고민하는 인문학’의 한 사례다.

저자들은 연세대의 사회인문학 사업단의 연구교수로 재직중인데, 책은 감정에 대한 사회인문학적 성찰을 보여준다. 사회인문학 전반의 기획에 대해서는 <사회인문학이란 무엇인가?>(한길사, 2011)를 참고할 수 있다. 더불어 강추할 만한 이달의 교양서는 젊은 국문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을 담은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푸른역사, 2013)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서진석의 <좋은 아빠의 자격>(북라이프, 2013)이다. 두 아이를 키우며 습득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책. 아무리 그래도 좀 꺼려지는 분야의 책이다(이래저래 비교가 될 터이기에). 권오진의 <행복한 아빠학교>(행복한미래, 2013), 손석한의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혁명>(웅진주니어, 2006) 등이 같은 부류의 책이란 것 정도만 더 적어둔다.   

 

 

 

10. 하루키

 

나대로 고른 주제는 하루키다. 하루키 강의를 준비하면서 관련서들을 읽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걸로는 시바타 쇼지의 <무라카미 하루키 & 나쓰메 소세키 다시 읽기>(늘품, 2013)이 유익하다(무국적 작가로 불리던 하루키를 소세키와 함께 일본의 대표적 국민작가로 재평가하는 것이 책의 포인트이다). 하루키 번역자이기도 한 제이 루빈의 <하루키 문학은 언어의 음악이다>(문학사상사, 2003)은 아직까지도 영어권에서 나온 가장 좋은 입문서일 듯한데, 원서도 개정판이 나온 만큼 번역도 개정판이 나오면 좋겠다. 고모리 요이치의 <무라카미 하루키론>(고려대출판부, 2007)은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정밀한 독해이면서 가장 비판적인 하루키론이다.  

 

13. 08. 04.

 

 

 

P.S. '8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이번에 정암학당 번역판이 나온 플라톤의 <파이돈>을 고른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죽음 장면을 다룬 대화편으로 영혼불멸 사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라는 엄중한 극적 상황을 배경으로 선택함으로써,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행한 것들과 이야기한 것들에 특별한 중요성과 무게를 부여하고 있다. <파이돈>은 플라톤이 전하는 소크라테스의 백조의 노래인 것이다." 이미 나와 있는 번역본들과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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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강의 일정이 빼곡해서 평일에도 따로 고를 만한 여유가 없었다. 한여름 무더위에 함께 읽을 만한 책이 어떤 게 있을지 나도 궁금하다. 일단은 시작해보기로 한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김숨의 <여인들과 진화하는 적들>(현대문학, 2013)이다. 지난 봄에 나온 소설인데(나는 미처 나온 줄도 몰랐다), "이윤과 효율을 강조하는 자본주의의 논리 속에서 진화에 대한 맹목과 공생에 대한 환상이 얼마나 처절하게 무너질 수 있는가에 대한 리얼하고도 불편한 보고서"라고 한다. 여름에 나온 소설도 고르자면 정이현의 장편 <안녕, 내 모든 것>(창비, 2013)도 눈에 띈다. "김일성이 죽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지던 90년대 중반 강남 반포에서 함께 고등학교 시절을 보내는 세 친구들의 이야기". '내 모든 것'이라는 제목이 작각의 애착과 열정을 말해주는 듯하다. 거기에 본격 여름나기 소설을 더 얹자면 정유정의 <28>(은행나무, 2013). 나는 <7년의 밤>(은행나무, 2011)을 구입하고서도 (어디에 둔지 몰라) 못 읽어봤기 때문에 <28>은 내가 만나는 작가의 첫 소설이다.

 

 

 

아마도 많은 독자가 책장을 넘기고 있을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민음사, 2013)도 이 여름의 책이다(서평을 쓰기 위해 나도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다. 아무려나 내일까지는 완독할 참이다). 세계문학전집 쪽으로는 최근에 나온 <미친 사랑>(시공사, 2013)에 이어서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열쇠>(창비, 2013)가 출간됐다. 창비식 표기로는 '타니자끼 준이찌로오'가 "70세에 발표한 장편소설로, 56세의 남편과 45세의 아내 사이의 적나라한 섹스를 그려 당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킨 작품". 이열치열의 독서가 될 듯하다. 러시아문학 작품으로는 불가코프(불가꼬프)의 <개의 심장>(열린책들, 2013)이 재출간됐다. '개인간'을 다룬 1925년작으로 러시아에서는 영화로도 유명한 대표적 풍자문학.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윤명철의 <고구려, 역사에서 미래로>(참글세상, 2013)다. 고구려사 가이드에 해당하는 책인데, "‘현장답사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저자가 고구려의 주몽에서 광개토대왕, 장수왕, 그리고 멸망에 이르기까지 번성하고 화려했던 고구려를 재조명하고 한민족의 뿌리를 찾아보고자 했다." 찾아보니, 어린이용과 소설로는 책이 좀 나와 있지만 성인을 위한 교양서는 드문 듯싶다. 박영규의 <한권으로 읽는 고구려왕조실록>(웅진지식하우스, 2004)이 기본서일까. 고구려 고분벽화에 관한 책으로는 전호태의 <고구려 고분벽화 연구 여행>(푸른역사, 2012)를 길잡이 삼아볼 수 있다.

 

 

눈길을 밖으로 돌려보면, 굳이 여름에 읽으란 법은 없지만 프랑스혁명사를 여름에 읽어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마침 책들이 나와서 든 생각이긴 하지만. 주명철 교수의 <오늘 만나는 프랑스 혁명>(소나무, 2013) 외에도 막스 갈로의 <프랑스 대혁명 1,2>(민음사, 2013)가 최근에 나왔다. 견물생심이라고 나오면 또 읽고 싶어지는 게 독자의 심리다. 아니, 생리?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추천한 책은 최진석의 <인간이 그리는 무늬>(소나무, 2013). "본래 인문학이라는 개념은 서구적인 개념이다. 그런데 저자는 서구적인 시각에서가 아니라 주로 노장사상과 같은 동양사상의 관점에서 인문학에 접근한다." 기억에 저자의 전공이 장자였다. 이와 유사한 인문적 성찰을 제시하고 있는 책으론 이번주 나온 두 미국철학 교수의 <모든 것이 빛난다>(사월의책, 2013)도 눈여겨볼 만하다. 스피노자 가이드북으로 나온 이수영의 <에티카, 자유와 긍정의 철학>(오월의봄, 2013)도 더 얹는다.

 

 

시리즈북도 고르자면 자음과모음에서 나온 <우울할 땐 니체><무력할 땐 아리스토텔레스><비참할 땐 스피노자>도 손에 들 만하다. 세 권 다 손에 들어야 한다면 정말로 비참할 듯싶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고른 책은 크리스티앙 들라캉파뉴의 <인종차별의 역사>(예지, 2013)다. "들라캉파뉴는 인종차별은 항상 존재해왔다는 주장을 거부한다. 인종차별의 담론과 행동의 기원은 고대그리스이며, 그 이후 사이비 과학 등에 의해 정당화된 정신착란으로 진화하였고, ‘우월적 인종’을 믿는 조악한 인종 우생학의 선구자들에 의해 깊어졌다는 것이다." 한국판으로 하면 '지역차별의 역사'가 될까? 책이 나왔을 때 토머스 고셋의 <미국 인종차별사>(나남, 2010)와 장 메이메의 <흑인노예와 노예상인>(시공사, 1998)도 찾아보고 후자는 구입해두었다. 여유가 생기면 <미국 인종차별사>도 챙겨놓아야겠다.

 

 

학술서 쪽으로는 안재흥의 <복지 자본주의 정치경제의 형성과 재편>(후마니타스, 2013), 조돈문의 <베네수엘라의 실험>(후마니타스, 2013), 그리고 신광영의 <한국 사회 불평등 연구>(후마니타스, 2013) 등이 근간에 나온 책들이다. 관심 있는 주제에 관해선 참고해봐도 좋겠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다니엘 샤피로와 로저 피셔의 <원하는 것이 있다면 감정을 흔들어라>(한국경제신문, 2013)다. "이 책은 우리가 감정의 동물임을 주지시킨다. 그래서 현명한 협상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감정을 활용하는 법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상대가 나와 의견이 다르다면 ‘인정, 친밀감, 자율성, 지위, 역할’의 다섯 가지 핵심관심을 제대로 파악해서 상대방에게 어떤 감정이 생기기 전에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이 책은 강조한다." 협상을 주제로 한 책은 생소한데, 찾아보니 최철규, 김한솔의 <협상은 감정이다>(쌤앤파커스, 2013)와 게리 네스너의 <이기는 사람은 악마도 설득한다>(라이프맵, 2012) 등이 같은 분야의 책이다. 감정을 활용해야 한다는 충고가 눈길을 끈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책은 우용태의 <물총새는 왜 모래밭에 그림을 그릴까>(추수밭, 2013)다. 일종의 조류도감. 하지만 "단순히 새에 대한 생물학적, 생태학적 정보만을 담은 조류도감이 아니다. 새에 관한 속담, 전설, 시조, 노래가사 등 새와 관계가 있는 많은 인문학적 자료가 녹아있는 책이다." '처음으로 읽는 우리 새 이야기'가 부제. 새 관련서는 어떤 게 더 있는지 찾아보니 <한국의 도요물떼새>(자연과생태, 2013), <멸종위기의 새>(자연과생태, 2012) 등이 눈에 띈다. 나도 책을 두어 권 갖고 있는 '자연과생태'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이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김진희의 <결혼한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은 그림>(이봄, 2013)이다. "이 책은 놀랍게도 결혼한 여자들이라면, 아니 어쩔 수 없이 외부 경쟁사회의 섭리와는 다르게 삶을 꾸리고 있는 자라면 머리를 끄덕이며 공감할 그림과 글로 채워져 있다"는 게 추천의 이유다. 최상운의 <인상파 그림여행>(소울메이트, 2013), 사토 고조의 <모나리자는 왜 루브르에 있는가>(미래의창, 2013) 등도 최근에 나온 그림 책이기에 모아놓는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윤태옥의 <당신은 어쩌자고 내 속옷까지 들어오셨는가>(미디어윌, 2013)다. '속옷'이 아니라 '집'에 대한 책. "이 책은 ‘왕초’란 별명을 갖고 있는 다큐멘터리 제작자 윤태옥의 ‘중국 민가기행’이다. 제목은 중국 죽림칠현(竹林七賢)의 고사에서 가져왔는데, 그에 따르면 천지가 ‘옷’이고 집은 ‘속옷’이다. 주거 공간을 통칭하여 집이라고 부르지만 그 모양새는 각양각색이다. 드넓은 대륙, 중국의 집이라고 하면 더 말해 무엇하랴. 저자는 중국 전역 22,000km를 종횡하며 중국인들이 살아온 집을 훑어보았다." 중국 여행길에 나서는 독자라면 저자의 <중국 식객>(매일경제신문사, 2012), 홍은택의 <중국 만리장정>(문학동네, 2013)을 나란히 챙길 만하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고른 책은 김양중의 <하루가 건강하면 평생이 건강하다>(책읽는수요일, 2013)다. "직장인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는 방법과 기초적인 건강지식 및 정보를 소개한다. 핵심은 일상생활 속의 건강 습관이다. 많은 시간과 비용을 들여 체계적인 건강관리를 하지 않더라도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건강습관만으로 30~40대 직장인들이 건강을 지킬 수 있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의료전문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는 건강 관련 번역들과 함께 <건강기사 제대로 읽는 법>(한겨레출판, 2009)도 펴낸 바 있다. 건강에 신경이 쓰이기 시작하는 나이인지라 좀 솔깃하게 들리는 책이다.

 

 

10. 아키라

 

나대로 고른 이달의 주제는 '아키라'다. 오토모 가츠히로의 <아키라>(세미콜론, 2013)가 통째로 나왔다. '전설적인 만화'라는 얘기는 만화를 즐겨보지 않는 나도 심심찮게 전해들었는데, 번듯하게 출간되니 읽어볼 욕심이 난다. 하물며 열혈 독자들의 소감은 오죽하랴. "스무 살 때 받은 충격의 여진이 아직 고스란히 살아 있는 만화."(윤태호) "페이지마다 칸마다 투여된 작가의 엄청난 노동량이 보는 사람을 질리게 만든다."(박찬욱) "AKIRA는 최고의 교과서이면서도 절대 넘어설 수 없는 거대한 산같은 만화다."(최규석)

 

 

미야자키 하야오나 데즈카 오사무만큼 입에 익지는 않지만 오토모 가츠히로와 함께 일본 만화의 높이가 어떤 것인지 경험해봐도 좋겠다...

 

13. 07. 06.

 

 

P.S. 7월의 읽을 만한 고전은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나남, 2003)로 골랐다. 푸코의 책 가운데서는 가장 평이하다고 알려져 입문서로 많이 추천되는 책이다. 최근에 나온 오생근 교수의 <미셸 푸코와 현대성>(나남, 2013)을 손에 들다 보니 저자가 옮긴 <감시와 처벌>이 떠올랐고, 얼마전 영미 정보기관(국가안보국)의 전방위 도감청과 불법 정보수집이 폭로된 일도 '감시'란 키워드가 여전히 현재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해주었다.

 

 

 

<감시와 처벌>은 물론 철학적, 역사적 성찰을 담은 책이고, 감시사회란 주제와 관련해서는 좀더 현실에 밀착된 책들까지 참고해볼 수 있겠다. 로빈 터지의 <감시사회, 안전장치인가, 통제도구인가?>(이후, 2013), 한홍구 등의 <감시사회>(철수와영희, 2012), 아르망 마들라르의 <감시의 시대>(알마, 2012) 등이 같이 읽어볼 만한 관련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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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에 따로 시간이 날 것 같지 않아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급하게 골라놓는다(그렇게 며칠 전에 시작한 일을 이제서야 마무리한다). 6월이고 여름이다. 보통 12월초에 한 해를 결산하는 걸 고려하면 상반기 결산 즈음이기도 하다(다음 주쯤에는 나대로 상반기 베스트를 꼽아봐야겠다). 뒤도 돌아보며 바삐 뛰어가야 하는 형국이랄까...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박범신의 <소금>(한겨레출판, 2013)이다. 이젠 <은교>(문학동네, 2010)의 작가로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 작가의 신작. 등단 40주년에 펴낸 40번째 장편소설이라 한다. "가족 때문에 가출하거나 가족을 위해 일하다가 죽은 아버지들을 위해 쓴 21세기판 ‘사부곡’이자 ‘제망부가’". <은교> 이후에도 소설, 일기, 에세이 등을 꾸준히 발표해온 작가의 땀내가 느껴진다.

 

 

 

같이 읽어볼 만한 소설로는 이기호 소설집 <김 박사는 누구인가?>(문학과지성사, 2013)도 꼽아볼 만하다(생각해보니 이기호는 '박범신 사단'의 대표 작가이기도 하다. 박범신의 제자들을 문단에서는 '박범신 사단'이라고 부른다). 중견작가 정미경의 소설집 <프랑스식 세탁소>(창비, 2013)과 공선옥의 장편 <그 노래는 어디서 왔을까>(창비, 2013)도 손길을 끄는 책.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테오도르 몸젠의 <몸젠의 로마사1>(푸른역사, 2013)다. "로마사 연구의 고전을 꼽으라면 영국 에드워드 기번(1737-1794)의 <로마제국쇠망사>와 독일 테오도르 몸젠(1817-1903)의 <로마사>를 들 수 있다. 이중 아직까지 몸젠의 <로마사>는 한국어 번역본이 없었다." 바로 그 <로마사>가 나오기 시작한 것인데, 순탄하게 나머지 분량도 번역돼 나오길 기대한다. 참고로 <로마제국쇠망사(전6권)>(민음사, 2010)는 완간돼 있고, 다이제스트판으로는 까치(2010)와 책과함께(2012) 판이 있다.

 

 

결들여, 맘잡고 읽어볼 만한 역사서로는 에드워드 월러스틴의 <근대세계체제1,2,3>(까치, 2013)도 여름나기용이 될 만하다. 말 그대로 석달치 읽을 거리는 되지 않을까.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리퀴드 러브>(새물결, 2013)다. "현대인의 취약하면서도 계산적인 인간관계의 본질을 예리하게 통찰하면서 원인과 대안을 진지하게 모색한다"고 평했다. 참고로 <인디고>(2013, 봄/여름호)에서 바우만의 사유에 대한 영문 인터뷰도 읽을 수 있다.

 

 

국내 철학서도 같이 읽는다면 김광수의 <철학하는 인간>(연암서가, 2013), '희망의 인문학' 강의를 정리한 장건익의 <철학의 발견>(사월의책, 2013), 그리고 강신주 인터뷰집 <강신주의 맨얼굴의 철학 당당한 인문학>(시대의창, 2013)을 읽을 거리 삼을 만하다. 공통적으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철학이 무엇인지 생각하게끔 한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스웨덴 스타일>(이매진, 2013)이다. 일본의 학자, 환경 전문가, 저널리스트 등이 "현재 일본이 놓인 현실에서 출발해 최신 통계와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복지사회 스웨덴의 운영 방식을 분석한" 책. 물론 스웨덴 모델의 유효성에 대한 검토는 우리의 경우에도 낯설지 않다. '스웨덴이 사랑한 정치인'에 대한 평전으로 하수정의 <올로프 팔메>(후마니타스, 2013), 스웨덴 쇠데르턴 대학의 교수인 최연혁의 <우리가 만나야 할 미래>(쌤앤파커스, 2012) 등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김동식의 <날씨 읽어주는 CEO>(프리스마, 2013)다. "이 책은 케이웨더(K-weather)라는 최초의 민간 기상업체를 설립해 우리나라에 날씨경영을 정착시킨 CEO 김동식의 이야기를 담았다. 기상산업 불모지인 우리나라에 새로운 산업군을 정착시킨 저자의 16년간의 도전기는 작은 감동을 준다. 아울러 오늘날 우리 사회가 ‘날씨’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지도 새삼 알게 된다."고 평했다. 덧붙여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고 있는 책은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열린책들, 2013)다. 마조리 켈리의 <그들은 왜 회사의 주인이 되었나>(북돋음, 2013)도 눈길을 끄는데, '공생의 대안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가능한지 생각을 자극할 듯싶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미셸 프로보스트, 다비드 아타의 <건축물의 구조 이야기>(그린북, 2013)다. 전체 제목에는 '과학 원리로 재밌게 풀어 본'이 앞에 붙는다. 교양공학서이자 교양과학서인 셈. 건축 쪽은 아니지만 과학서로는 재출간된 제임스 글릭의 <카오스>(동아시아, 2013), 그리고 폴라 스테판의 <경제학은 어떻게 과학을 움직이는가>(글항아리, 2013)가 개인적인 관심도서다. 6월이라 길어지는 해 그림자처럼 독서 시간도 늘릴 수만 있다면 좋을 터인데...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연식의 <괴물이 된 그림>(은행나무, 2013)이다. 부제는 '우리를 매혹시키는 관능과 환상의 이야기'. <응답하지 않는 세상을 만나면, 멜랑콜리>(이봄, 2013)에 연이어 펴낸 그림책인데, "현재 저술과 번역을 병행하며 미술사에서 음울하고 기괴하고 에로틱한 것을 끌어내는 데 몰두하고 있다"는 저자는 나카노 교코의 '무서운 그림' 시리즈 번역자로 친숙하다. 가장 최근에 나온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이봄, 2013)도 그의 번역이다. 

 

 

 

묵직한 미술사 책들도 최근에 연이어 나왔는데, 슈테파니 펭크의 <아틀라스 서양미술사>(현암사, 2013), 뤼펑의 <20세기 중국미술사>(한길아트, 2013)가 눈에 띄는 책이고 작가론으로는 존 핀레이의 <피카소 월드>(미술문화, 2013)가 탐나는 책이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최인숙의 <조선시대 어린이 인문학>(열린어린이, 2013)이다. "이 책이 갖는 의의는 일차적으로 그 희소성에 있다. 문헌 기록으로만 보면 조선시대 어린의 내면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저자는 “다양한 천조각의 귀퉁이를 잘라 퀼팅(quilting)하는 작업”과 유사하게 여러 문헌 자료의 귀퉁이를 오려내 ‘조선시대 지식인이 그린 어린이 문화 지도’를 그려낸다."고 추천의 이유를 적었다. 이 책 덕분에 <격몽요결>과 <아희원람> 등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조선시대 어린이와 그 교육에 대한 보다 풍부한 내용의 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사교육걱정없는세상 노워리 상담넷에서 엮은 <학원 없이 살기>(비아북, 2013)다. 나름대로 사연을 갖고 있는 책이다.

아이들을 사교육 걱정 없는 행복한 세상에서 살도록 하자는 목표를 가진 대중운동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 2008년 출범했다. 1년 3개월 간 토론과 전문가 간담회를 통해 사교육 진실을 파헤쳤다. 그 결과물이 2010년 출간된 <아깝다 학원비!>. 이 책을 통해 도움을 받았다는 학부모들의 증언이 줄을 이었지만 질문과 고민거리도 함께 쏟아졌다. 막상 실천에 옮기려고 하니 불안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하소연이었다. '노워리(no worry) 상담넷'이라는 사교육 관련 온라인 상담소를 시작하게 된 배경이다. 이 책은 '노워리 상담넷'에 쌓인 상담 내용을 담고 있다.

'사교육 굿바이'를 제안하는 책으로는 <굿바이 영어 사교육>(시사IN북, 2012)도 더 얹어볼 만하다.

 

 

 

10. 알베르 카뮈

 

내 맘대로 고른 주제는 '알베르 카뮈'다. 올해는 그의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이번 여름에는 그걸 기념하는 강좌를 맡아(카뮈 전집을 출간한 책세상과 현대백화점 문화센터에서 기획한 강좌다) <이방인>, <시지프 신화>, <페스트>, <전락>에 대해 강의하게 됐다.

 

 

 

겸사겸사 카뮈 관련서들을 다시금 챙겨보고 있는데, 최근에 나온 <알베르 카뮈>(토담미디어, 2013)가 유익한 자료다. <일러스트 이방인>(책세상, 2013)은 소장본 기념판이고 전집과는 별도로 나온 <카뮈-그르니에 서한집>(책세상, 2012)도 아무때, 아무 페이지나 펼쳐 읽어볼 수 있는 책. 물론 특별한 이유가 없이도 여름은 카뮈와 함께하기 좋은 계절이다!.

 

13. 06. 05.

 

 

 

P.S. 6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러시아 작가 안드레이 플라토노프의 <체벤구르>(을유문화사, 2012)를 고른다. 이미 몇 차례 언급한 바 있는 작품인데, 플라토노프의 다른 소설들, <코틀로반>(문학동네, 2010), <에피판의 갑문>(문학과지성사, 2012) 등을 더 보태 읽어도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레프 도진이 연출한 연극 <체벤구르>가 언젠가 한국에서 공연될 수 있으면 좋겠다(기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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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부쩍 날씨가 좋아진 만큼 책 읽기 좋은 달이기도 하다(금새 무더워지려나?). 이제 막 중간고사를 치른 아이들에게도 맘 놓고 독서할 여유가 생기면 좋겠다. 그런 여유가 없다면 우린 아직 독서 후진국이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폴 오스터의 신작 <선셋 파크>(열린책들, 2013). "어떤 작가의 작품이라면 무조건 읽게 되는, 그런 작가가 있다. 폴 오스터가 그렇다."는 고백이고 보면 사심도 담은 추천이지만 이에 시비를 걸 수는 없다. 국내에서 폴 오스터는 충성도 높은 독자를 거느린 힘센 작가니까. 그런 독자들에게 <선셋 파크>는 오랜만에 나온 책이다. <보이지 않는>(열린책들, 2011) 이후 2년만이니까. 친구 따라 강남간다고, 오스터의 애독자들을 따라 이 참에 오스터를 읽어봐도 좋겠다. 선셋 파크에서 만나면 되는 건가?

 

 

 

같이 읽어볼 만한 한국 작가로는 신작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자음과모음, 2013)를 펴낸 배수아를 꼽아도 좋겠다. 폴 오스터보다는 훨씬 적은 수의, 하지만 그 이상의 충성도 놓은 독자를 갖고 있는 작가. 아마도 가장 이질적인 한국어를 구사하는 한국 작가가 아닌가 싶은데, 작가의 방법론이기도 하지만 한국어를 외국어로 쓰는 작가가 배수아이다. 작가 자신이 번역가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지만 나는 그녀의 소설이 모두 '번역소설'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알려지지 않은 밤과 하루'나 '올빼미의 없음' 같은 제목을 보라. 그러한 희소성이 연륜을 갖게 되자 이젠 개성이자 존재감이 됐다. 올해로써 작가가 등단한 지 20년이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에겐 덜 알려진 작가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최종현, 김창희의 <오래된 서울>(동하, 2013)이다. "그동안 역사도시 서울을 조명하는 답사기가 많이 나왔다. 그러나 이 책은 지금까지의 답사기와는 차원을 달리 한다. 역사학과 지리학, 그리고 도시사를 결합하여 ‘공간’이라는 관점에서 서울을 추적하고 있다"는 소개다. 서울을 다룬 책으론 지리학 전공자들이 쓴 <서울 스토리>(청어람미디어, 2013)도 있다. '음식으로 풀어낸 서울의 삶과 기억'을 다룬 황교익, 정은숙의 <서울을 먹다>(따비, 2013)도 식욕을 돋구는 책인데, 책과 음식을 모두 좋아하는 독자에겐 더없는 책일 듯싶다.

 

 

 

좀 묵직한 책들도 골르자면 독일 학자 라인하르트 쉬메켈의 <인도유럽인, 세상을 바꾼 쿠르간 유목민>(푸른역사, 2013)을 통해서 오래전 선사시대로 떠나볼 수도 있겠다. B.C4500년부터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역시나 독일 학자 크누트 슐츠의 <중세 유럽의 코뮌운동과 시민의 형성>(길, 2013)은 제목부터 학술서의 인상을 물씬 풍긴다(독일 학자들의 고집이 느껴진다). 소개에 따르면 "밀라노에서부터 13세기 전반 마르세유에 이르기까지 아홉 개 도시 지역에서 두 세기 이상에 걸쳐 진행된 코뮌 운동을 다루고 있다. 성격이나 시기에서 차이를 보이기는 했으나, 저자는 코뮌 운동이 유럽 전역을 포괄했으며, 13세기 이후에도 그와 같은 동력이 소진되지 않고 상이한 양상으로 계속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일본에서 나온 책도 한권 덧붙인다. 고단샤의 창사 100주년 기획시리즈 '흥망의 세계사' 1권으로 나온 <유럽은 어떻게 세계를 지배했는가?>(다른세상, 2013). 일본의 명망있는 출판사에서 기획한 책인 만큼 기대가 되는 책이다(물론 일본 출판계의 실력도 가늠해볼 수 있겠고).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왕멍의 쾌활한 장자 읽기>(들녘, 2013)다.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는 장자의 사상을 학문적으로 이론적인 틀을 갖고 분석하기보다는, 소박한 시각에서 열린 마음으로 이해하려고 한다. 여기서 소박하다는 것은 일상적, 상식적, 대중적인 관점에서 접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책은 매우 쉽고 명쾌하게 쓰여 있다." 왕멍의 장자 책은 <장자의 거침없는 질주>(자음과모음, 2013), <나는 장자다>(들녘, 2011)까지 세 권이 출간돼 있다.  

 

 

 

일종의 '예술가 철학'이란 인상 때문에 장자는 내게 니체를 떠올려주는데, 니체에 관한 책들도 이달에는 읽어봄직하다. 알렉산더 네하마스의 <니체: 문학으로서 삶>(연암서가, 2013), 하인츠 슐라퍼의 <니체의 문체>(책세상, 2013), 그리고 편역서로 <쇼펜하우어와 니체의 문장론>(연암서가, 2013) 등이 최근에 나온 책들이다. 니체의 문체/문장론으로 독서의 토픽으로 삼아볼 수도 있겠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일본의 교육학자 사토 마나부의 <교사의 도전>(우리교육, 2013)이다. "제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비율이 노동인구의 2%로 격감하는 21세기의 학교에는 창조적 사고, 비판적 사고, 커뮤니케이션 능력, 탐구적인 배움이 요구되며 그 배움은 양이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아이 한 명 한 명의 존엄성에 마음을 다하여 아이와 아이, 아이와 교사가 서로 배우는 수업을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가 '일본의 교육개혁 전도사'의 문제의식이다. 

 

 

교육 관련서로는 파커 J 파머의 <가르칠 수 있는 용기>(한문화, 2013), 가와카미 케이지로의 <방과후 3시간>(시대의창, 2013), 살만 칸의 <나는 공짜로 공부한다>(알에이치코리아, 2013) 등도 관심도서로 챙겨둘 만하다. 살만 칸의 책은 테크놀로지가 교육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고른 책은 선대인경제연구소에서 펴낸 <두 명만 모여도 꼭 나오는 경제 질문>(웅진지식하우스, 2013)이다. 오천만을 위한 일종의 '생활경제학'. 이미 많이 읽히는 책이기에 군더더기 설명은 필요 없겠다.

 

 

 

김광수경제연구소에서 펴낸 <한국경제의 현주소, 한계가족>(더팩트, 2013)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한국 경제의 미래, 가족이 무너지고 있다'가 부제이자 문제의식. 세계적 차원에서는 남녀 성비의 문제도 중요한 사회적, 경제적 이슈가 될 듯한데, 마라 비슨달의 <남성 과잉 사회>(현암사, 2013)는 성비 불균형이 초래한 재앙적 미래를 경고한다(당연히 한국도 주요 사례국에 포함된다). 반면에 해나 로진의 <남자의 종말>(민음인, 2012)은 2009년 미국 전체 노동 인구 중 최초로 여성 비율이 남성을 넘어선 걸 계기로 쓰인 책으로 "현대 후기 산업사회는 여성에게 점점 유리해지고 있다"고 전망한다. 종합하면 남성은 점점 더 많이 태어나지만 점점 더 쓸모 없는 성이 되어간다는 것일까?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강신익의 <불량유전자는 왜 살아남았을까>(페이퍼로드, 2013)다. "저자는 이기적 유전자가 생명을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면, 불량 유전자는 이로 인해 고통을 받는 환자들의 경험을 이해하는 데 유리하다고 말한다. 이 책은 불량 유전자가 기나긴 진화의 과정 중에 왜 없어지지 않고 계속 우리를 괴롭히는지를 파헤친다." 사실 건강은 한국인의 지대한 관심사 가운데 하나인데, 정작 의학과 의료 현실을 다룬 책은 많이 읽히지 않는 듯싶다. 인문의학서 범주의 책으로 황상익, 강신익 교수의 대담집 <의대담>(메디치미디어, 2012)도 같이 묶어서 읽어봄직하다. 서울대 의대에서 의학사를 강의하는 황상익 교수의 <근대 의료의 풍경>(푸른역사, 2013)은 "우리나라에서 서양 근대의학의 역사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는 시점인 1876년 개항 즈음부터 1910년의 경술국치 무렵까지 보건의료 환경의 변화를 다룬 책"이다. 의학사의 기본 자료집도 겸할 수 있겠다.

 

 

혹 가까이 있는 생명보다는 멀리, 그것도 아주 머얼리 있는 생명에 관심이 있다면 아마추어 천문학 이야기에 흥미를 느낄 수 있겠다. 티모시 페리스의 <우주를 느끼는 시간>(문학동네, 2013). "세계 최고의 과학 저술가가 그려낸 우주의 경이로움과 밤하늘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천문학에 한창 관심이 있던 중학생 때였다면 밤새 읽었을 만한 책이다. '지구 너머 생명체를 탐사하는 과학자들의 도전기', 마크 코프먼의 <퍼스트 콘택트>(한길사, 2013)은 우주생물학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엿보게 해주는 책. '우주생물학 완정정복 가이드' 제프리 베넷의 <우리는 모두 외계인이다>(현암사, 2012)와 같이 읽으면 우주생물학과의 콘택트 미션은 성공이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예술분야의 책은 엑토르 베를리오즈의 <음악여행자의 책>(봄아필, 2013)이다. '낭만음악의 거장 베를리오즈와 함께하는 음악여행'이 부제. 베를리오즈에 관한 책이 아니라 베를리오즈가 쓴 책이어서 놀라운데, "영원한 음악 여행자, 엑토르 베를리오즈가 음악을 중심으로 그의 삶을 회상한 기록들과 여행길에 음악 동료들에게 보낸 편지로 구성된 책"이다(편자가 따로 있는 게 아닐까?). 비슷한 책으로 전수연의 <베르디 오페라, 이탈리아를 노래하다>(책세상, 2013)도 꼽아볼 수 있겠다. 물론 이건 베르디가 쓴 책이 아니라 서양사학자이자 베르디 애호가가 쓴 책이다. 작곡가들을 다룬 책으론 양기승의 <작곡가의 집>(한길사, 2013)도 있다. "30여 년간 빈에서 작곡가로 활동한 저자 양기승이 지금은 세상에 없는 작곡가들을 대신해 독자들을 그들의 집과 음악과 삶 속으로 안내한다."

 

 

 

빈(비엔나)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일 만한 책은 <비엔나 1900년>(예경, 2013)이다. 흔히 '음악의 도시'라고 불리지만 "비엔나는 미술과 공예, 건축과 디자인의 도시이자, 문학과 철학 그리고 심리학의 도시였다." 놀랍게도 그 모든 성취가 1900년을 전후로 한 세기말에 이루어졌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궁금한 독자라면 110여년 전으로 시간여행을 해봐도 좋겠다. 스티븐 툴민과 앨런 재닉의 <빈, 비트겐슈타인, 그 세기말의 풍경>(이제이북스, 2005)도 같은 시기를 다룬 책인데(원제는 '비트겐슈타인의 비엔나') 유감스럽게도 현재는 절판됐다. 빈의 현재의 모습을 알려주는 책으론 노시내의 <빈을 소개합니다>(마티, 2013)가 있다. '모던하고 빈티지한 도시' 빈에 대한 사려 깊은 안내서이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천종호의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우리학교, 2013). 현직 판사의 ‘소년재판 이야기’인데,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이렇게 적었다.

소년재판은 벌금형이나 징역형을 과하는 소년형사재판과 사회봉사를 명하거나 소년원에 보내는 소년보호재판으로 나뉘는데, 저자가 책에서 소개하는 소년재판 이야기는 모두 소년보호재판 사례다. 또한 수년간 소년재판을 담당하며 소년법정에서 만난 아이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에 소개된 소년들의 안타까운 사연과 처지에 공감하면서 우리가 도달하게 되는 것은 제목대로 ‘아니야, 우리가 미안하다’는 시인과 반성이다. ‘가정의 달’인 5월에는 사회적 관심사가 되기 어려웠던 소년법정의 실화들을 읽으면서 우리의 공감과 소통지수를 조금 높여보는 것도 좋겠다.

청소년 문제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높여줄 만한 책으론 박종철의 <교실 평화 프로젝트>(양철북, 2013), 그리고 나이토 아사오의 <이지메의 구조>(한얼미디어, 2013)도 참고할 만하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펴낸 <일주일에 끝내는 사이버보안>(글과생각, 2013)이다. "이제 사이버 보안은 일반 개인에게도 발등의 불로 떠올랐다. 사이버 공간에서 안전한 생활을 보장할 책임은 1차적으로 국가에 있지만 일반인들도 사이버 보안에 대해 잘 알고 대처할 필요가 있다"는 게 추천의 이유다. 전문분야의 일인지라 일반인이 얼마나 알고 대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일주일'에 끝낼 수 있다니까 귀가 솔깃하긴 하다. 금융보안연구원에서 펴낸 <사이버경제 보안 없이 금융 없다>(해피스토리, 2011)도 비슷한 성격의 책인 듯싶고, 윌리엄 스톨링스의 <컴퓨터 보안과 암호>(그린, 2011)은 이 분야의 교과서로 보인다(800쪽 가까운 분량이다). 개인적으로 읽을 일은 없겠지만 이런 책이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둔다.

 

 

10. 불교

 

이달의 주제로는 '불교'를 골랐다. 몇권의 책 때문인데, 먼저 브라이언 다이젠 빅토리아의 <불교 파시즘>(교양인, 2013). "미국인 승려이자 불교학자인 브라이언 다이젠 빅토리아의 책으로, 일본 파시즘과 불교가 맺은 은밀한 유착을 파헤친다." 전작인 <전쟁과 선>(인간사랑, 2009)에 대해선 지젝의 책에서 읽고 관심을 갖고 있었는데 속편 격의 책이 나와 챙겨두게 됐다. 더불어 정일권의 <붓다와 희생양>(SFC출판부, 2013)도 주문해놓은 책이다. '르네 지라르와 불교문화의 기원'이 부제. 저자가 미리 펴낸 독어본 <세계를 건설하는 불교적 세계포기의 역설>(2010)의 한국어판이 아닌가 싶다.

 

 

13. 05. 04.    

 

 

 

P.S. '5월에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헤르만 헤세의 <수레바퀴 아래서>를 고른다. 개인적으로는 헤세의 소설 가운데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번역본은 계속 출간되고 있고, 아직 안 갖고 있는 것도 몇 종 된다(네댓 종을 갖고 있는 듯하다). 중학교 때 처음 읽은 책인데, 어느덧 아이가 중학생이 됐다. "아빠는 이런 책을 읽었단다."고 말을 꺼냈다가 공연히 핀잔만 들을까 싶어 그냥 포스팅만 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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