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머리앤 전집 세트 - 전8권 (완역본) 빨간 머리 앤 전집
루시 모드 몽고메리 지음, 유보라 그림, 오수원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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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물이 더 예뻐요 구매 고민했는데 받고나니 꽤 만족스럽습니다 굿즈도 바로 배송해주셔서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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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본점 앞에서 만나 - 어느 직장인의 로또 명당 탐방기
원도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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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 나는 나만의 로또 명당을 찾는다.
오천원을 투자해서 받는건 달랑 종이 한 장이지만, 그 한 장의 무게는 꽤나 무겁다. 여기서 무겁다는 뜻은 무섭게 무겁다기보다 셀레임의 무게가 가볍지 않다는 뜻이다.
이렇게 로또에 진심인 내게 꼭 맞춤 AI처럼 찾게된 제목이 바로 이 책이었다.
나만큼 로또에 진심인 사람이 또 있다니, 반갑다는 생각 이 먼저 들었다. 거기다 제목으로 유추해보니 작가님 역시 아직 일등이 된게 아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일주일의 설렘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으로써 (동지애, 전우애 이런 느낌으로) 이건 꼭 사야겠다 생각이 들어, 로또 한장보다 좀 더 되는 가격을 과감하게 투자했다.

우선 작가님의 이름은 원도, 원래부터 예쁘다 할때 원과 영화 도둑들의 도라고 했다. 번호 맞추는 운은 공무원 시험때 다 쓴게 분명하다는 자체 평가와, 어느 사주 집에서 인생에 없는게 두가지가 있다 했는데, 그게 하필 로또랑 부동산이었다. 로또와 인연이 굉장히 없어보이지만, 로또 핏줄은 타고난게 10년간 또로회라는 착실히 로또를 구입하는 로또교의 신도의 딸이었다. 어째든 여러 모로 나와 비슷한 부류임을 직감했고, 그녀의 로또 사랑에 대해 조금 더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싶어졌다.

로또를 처음 산 날의 설레임을 기억나게 했던 작가님의 로또 첫 구입기를 시작으로, 경찰 공무원 학원에서 잠과의 싸움에서 지고 있을때 다른 이론적인것은 다 기억에서 휘발되었지만 이왕 뇌물 받을거 15억 이상 받으라던 학원 선생님의 깊은 뜻이 담긴 조언(?)은 잊혀지지 않고 공무원 평생을 15억의 케이크 조각으로 나누어 생각하게 된 자신만의 소비와 수입에 대한 생각들이 내 처지와 다르지 않게 느껴져 굉장히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이야기였다. 이외에도 해외여행 한번 못가본 나에게 한번만에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도시 뉴욕 여행기는 로또나 되야 갈 수 있는 곳이구나 싶게 했고, 나랑 비슷한 시기를 겪었다고 생각이 들었던 소풍때 츄리닝으로 멋부리고 싶어했을 아디다스 추리닝에 대한 이야기는 커서나 어렸을때나 우리는 참 소비에 현실적일 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들 들게 했다. 이외에도 작가님이 가장 사랑하는 드라마 커피 프린스1호점으로 뚜껑을 여닿는 차를 갖고 싶어졌다는 이야기 그리고 그렇게 카푸어의 길로 들어서게한 애마 라마에 대한 눈물겨운 상봉과 헤어짐의 스토리는 왜인지 모르게 살짝 눈물나게 공감되었으며, 유명 맛집과 로또 명당의 상관 관계에서는 맛집만 가면 그 근처에서 로또 명당을 찾았던 내 모습이 투영되어 보여졌서 굉장히 반가웠다는 후문이다.

사람 사는게 비슷하다고 느껴질때 참으로 깊은 공감이 이뤄지는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주 토요일 내 주변은 로또를 사는 사람과 사지 않는 사람으로 나뉜다. 이중에 로또를 사는 사람들에게 안부처럼 묻는 이번주 로또 구입 여부, 그리고 지난주 당첨에 대한 소소한 얘깃거리가 그렇게나 즐거운 수다거리로 다뤄진다. 그러다보니 작가님의 책이 온전히 내 사람들의 이야기거리라고 느껴져서 더 재밌게 읽었던것 같다.
오늘도 1등이 된다면 어떻게 돈을 쓸지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나에게 마흔 다섯개의 숫자중 여섯개의 행운이란 기적이 일어날까, 그리고 1등이 된다면 농협 본점은 어떻게 가야 현명할지 구체적으로 상상할 그 날을 꿈꿔보며 나랑 비슷한 취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재밌게 읽을거라고 장담하며 적극 추천하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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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븐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이지수 옮김 / 책세상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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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끝나가는 어느 날, 필통에 작게 접힌 쪽지 하나가 놓여 있는 걸 발견한다.
'우리는 한편이야' 연한 연필로 쓴 글씨체였다. 한 문장 밖에 쓰여있지 않은 쪽지에 시간이 정지된 듯 마음의 고요가 흔들리는 기분을 받게 된다.
그다음부터는 책상 서랍 속에 테이프로 붙여둔 편지를 뒤로도 몇 차례 더 받게 되고 학교에 와서 책상 밑에 편지를 확인하는 것이 작은 습관이 될 무렵 
'만나고 싶어, 학교 마치고 5시에서 7시 사이 여기서 기다릴게'라는 새로운 내용의 편지를 받게 된다. 
학교 가는 길 작은 공터에서 편지의 주인공과 첫 만남을 가졌는데, 그 아이는 집이 가난하고 더럽다는 이유로 반에서 아이들에게 따돌림당하던 고지마였다.
예상치 못했던 인물이지만 그동안 편지로 쌓아온 그 아이의 인상은 벌써 주인공의 마음에 새겨졌고, 괜찮다면 친구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고지마, 답장도 쓰겠다는 약속을 하고 둘은 헤어졌다.

주인공은 남들과 다른 눈 사시를 가진 인물이었다.
그 이유로 반 아이들에게 지속적 괴롭힘을 당하던 중에 편지 한 통을 받게 된다. 처음엔 자신을 괴롭히는 새로운 수단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지만, 그 편지의 주인공이 자신과 같은 처지인 왕따 고지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친구가 되기로 한순간부터 편지로 소통하는 내용이 사춘기 청소년의 풋풋한 감성이 잘 담겨 있었다. 

평화로운 초반부를 지나고 나면 두 사람이 당하는 학교 폭력 내용이 함께하고 있는데 이 부분은 처참 그 자체였다. 줄넘기로 손이 묶이고 걸레로 입이 틀어 막힌 채 청소 도구함에 갇힌다던가, 축구공 대신 머리통을 차며 인간 축구를 하는 등 아이들의 괴롭힘은 점점 도를 지나쳐가고 있었다.

둘의 왕따 배경은 조금 달랐다. 고지마는 부모님이 이혼하여 어머니의 재혼으로 배신감을 느끼는 상태였고, 친부와의 연결고리의 일환으로 자신을 더럽게 유지하고 학교 폭력을 벗어나고자 노력하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래서 고지마는 스스로 왕따를 선택한 부분이 있다고 느껴졌지만 주인공은 태어나길 사시로 태어나 자신이 벗어나고 싶어도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 고지마는 이런 주인공의 환경을 높게 사며 이 고난을 극복하면 자신들은 헤븐에 도달할 수 있다며 주인공을 위로하는 모습이 보였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일방적 학대에 반응하지 않고 견디는 것이 옳은 것인지, 아니면 벗어나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옳은 것인지 자신을 괴롭히는 일당 중 한 명인 모모세와 이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고, 그쯤 사시를 고칠 수 있다는 주치의와의 면담으로 주인공은 선택권을 갖게 되며 고지마와의 관계를 놓지 않을지, 왕따를 벗어날지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학교 폭력의 지독함과 현실성 고증이 제대로 된 작품이라 읽는 동안 주인공만큼은 아니겠지만 조금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 고지마의 상황도 이해되고, 주인공의 상황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라 어떤 선택을 해도 응원하겠다는 마음으로 마지막까지 읽었던 것 같다. 

헤븐이라는 상징성이 개인에게 어떻게 작용하는지, 그리고 점차 용기 내며 성장하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는 게 꽤 괜찮았던 부분이었다.

고민하는 사춘기를 헤븐이라는 소재로 잘 풀어낸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었고, 세상이 바로 보이게 된 마지막 부분이 이 헤븐이라는 상징성을 잘 표현한 부분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 괜찮은 마무리가 꽤 맘에 들었다는 감상평을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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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끼숲 Untold Originals (언톨드 오리지널스)
천선란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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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눈]
15살의 마르코는 제작실 경비를 서게 되었다.
한산하다 못해 스산한 분위기의 지하 도시에서의 근무 첫날이라 잔뜩 긴장한 마르코의 귀에 허밍에 가까운 감미로운 목소리가 들리며 자신도 모르게 목소리에 집중하게 된다. 그렇게 목소리에 끌려 모니터실로 올라가는 서문의 반 층 계단 앞까지 가게 된 마르코는 허리까지 내려오는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동갑 여자아이 은희를 만나게 된다.
반딧불이에 눈을 빼앗겨 쫓아다니는 어린아이처럼 마르코는 은희에게 점점 마음이 커지는 걸 느끼게 된다. 한번도 기대 한적 없는 식사시간을 기다리게 되거나, 출근시간 은희를 만나기 위해 노력도 하고 좀 더 가까워지기 위해 지인들의 조언을 듣기도 한다. 그렇게 마르코의 노력에 점점 서로의 마음을 열어가던 차에 어느 날 은희가 갑자기 출근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마르코가 은희의 집에 찾아가게 된다. 은희에게 아픈 어머니가 있다는 사실과 갑갑한 터널 같은 은희의 상황들을 알게 되고 어린아이같이 순수했던 마르코가 점점 현실을 자각하며 성장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지하세계 회사의 파업이 진행되면서 자신이 간과했던 현실들이 눈에 들어오며 이야기가 깊어지고 있었다.

[우주늪]
쌍둥이 자매가 허락되지 않는 세상이었다. 둘 중 하나만 키울 수 있었다. 오늘 죽여야지, 내일 죽여야지 하며 고민하던 아이들의 부모는 가위바위보 따위로 세상에 존재할 아이와 존재하지 않을 아이를 선택했고, 죽을 아이로 선택된 의조는 죽이지 않은 부모에 감사한 마음 대신 비릿한 감정을 느끼며 죽지도 살지도 못한 채 세상에 없는 사람처럼 살아가게 된다.

의조는 어느 날 기회처럼 치유키와 마주치게 되고, 자신의 존재를 타인에게 인식시키는 기회를 태어나 처음 갖게 된다. 멈춰버린 시간이 흐를 수 있다는 걸 처음 느끼게 되고 이미 제로였던 자신의 존재가 타인과 부딪힐 수 있는 존재가 되길 바라게 되는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끼숲]
유오가 죽었다. 그건 여느 날의 사건1 처럼 일어났고 유오가 사라졌어도 지하세계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었다. 단 한 명, 유오를 사랑했던 소마만이 유오의 죽음에 자신의 책임을 느끼고 자책하며 하루 같지 않은 하루를 보내며 폐인처럼 생활하던 중 유오의 클론이 폐기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유오를 잃고 유오의 클론까지 잃을 수 없었던 소마와 친구들은 함께 유오의 클론을 찾으러 가게 된다.

연작 소설은 이야기가 이어지고 이어져 내가 좋아했던 주인공들이 여러 공간에서 숨 쉬고 살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좋아하는데 이번에 내가 좋아하는 천선란 작가님의 연작 소설이 나온다는 소식에 바로 구매하고 읽기 시작했다.

구하는 소설을 쓰고 싶다고 하셨는데, 지하세계는 우리의 세계와 다르지만 같은 모습이 보였고, 서로의 구원이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가 낯설지만 익숙하게 느껴졌다.

버림받은 인간은 결국 지하로 내려가 살아가게 되고, 푸른 하늘과 드넓은 땅과 숲을 그리워하며 살아가는 공간에서 인간성은 바닥에 떨어지기도 하지만 순수한 아이들은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모습이 꽤나 소설스러웠고 사랑스럽게 느껴진 부분이었다.

사랑스러운 첫사랑의 감성과 안타까운 지하세계의 비극적 결말을 보여주는 바다늪과 이끼숲, 기억하는 이들이 있어 죽을 수 있다는 것에 용감한 그들이 대견하게 느껴졌다. 식물은 죽지 않으니 자신의 삶을 씨앗처럼 발아하여 행성 전체를 덮는 이끼숲의 이야기는 왠지 어느 별의 전설같이 느껴져 아직도 머릿속을 맴돌게 하며 여운을 주는 작품으로 오래 기억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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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에서 - 간호사가 들여다본 것들
김수련 지음 / 글항아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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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간 간호사로서 겪어온 이야기, 91년생 김수련 간호사의 이야기다.

1부는 간호사로 일한 이후 개인적 경험과 2부에서는 임상에서 마주친 상황에 대한 이야기, 3부는 사회적인 내용을 담아냈다고 했다.

책을 시작하는 글에 '병원은 자기주장 강한 간호사를 원하지 않는다.' 이 말에 공감하게 되었다.

간호사는 말없이 묵묵히 일하는 존재여야 했다. 그걸 처음 배운건 학생때였는데,
노조에 가입하지 않는 것을 대놓고 원하는 것, 노조에 가입한 선배가 있는 학교의 학생은 뽑지 않는다는것, 선배가 노조에 있는 병원에 면접을가면 질문에 노조 관련 질문이 생긴다는것을 알게 했다. 그때부터 병원이 우리에게 원하는 바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던 부분이었다.

이외에도 신규 시절부터 우리는 병원이 원하는 대로 생산된 부품 같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게 했는데, 병원에서는 늘 간호사란 자리에 맞는 정량화된 사람이 근무하길 원하는 것을 목도 했던것 같다. 자리에 맞는 사람이 존재하는지도 모를 만큼 굴리고 또 굴려져야 그들이 맞는다고 생각하는 모양새가 다듬어지는데 그것은 기본 3년-10년이었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그것도 부족하다고 여길 수도 있는 시간이 흘러야 하지만, 그것을 트레이닝이라는 명목하에 2개월도 안되는 시기에 던져버리는 원하는 병원의 상식이 이해되지 않는 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만약 자리에 맞지 않는 불량품인 경우 병원이라는 환경에 맞지 않는 사람으로 간주되어 교체되거나 철저히 맞게 개조되어 쓰이는 사람들이 간호사라는걸 간호사로써 공감하게 하던 책이었다.

그 내용이 1부에 담겨 있었다.

간호사에게 자기 몫의 전쟁은 언제나 치러야 할 과제였다. 남이 깨지고 부서지는 모습을 보고 있어도, 우리는 살아남기 위해 타인의 아픔을 보지 못한 것처럼 여겨야 할 때가 많았다.

6시까지 출근을 위해 새벽 3시에 일어나는 일은 일상이었다. 3교대의 불규칙한 출근 시간 덕에 늪에 빠지는 것 같은 몸뚱이를 이끌고 하루하루 연명하듯 살아가는 신규 시절의 이야기가 굉장히 처절하게 공감되었다. 지금도 굉장히 비효율적이라고 느껴지는 물품 카운트, 시간부터 입력 속도와 비례하지 않는 인계 속도를 적응하는 일, 인계가 끝나자마자 기계적으로 해야 하는 일은 산더미같이 쌓여버리고 해결해도 해결되지 않는 일의 연속과, 내가 잘못하지 않아도 매일 잘못했다고 사과해야 하는 일상이 사실적으로 그려졌다.

사실 병원 일은 학교에서 배우지 않는다. 병원마다, 파트마다 직무마다 다르기 때문에 실무적인 것은 모두 그냥 부딪혀서 익혀야 한다. 근데 그 선택이 사람 목숨을 좌우하는 일이라면 등 뒤에 식은땀은 기본적으로 달고 살아야 하는 일이라는 게 칼 같은 현실이었다.

동시에 여러 개를 하지 못하는 사람도 무조건 해내야 하고, 그렇게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녀도 빠지는 일이 생기면 다시 미안해하고 사과해야 한다. 3교대가 있는 이유가 일의 로스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여기지만 막상 일하다 보면 모든 처리는 내 근무 때 해야 하는 도리라는 것을 금방 익히게 된다.

내용중에 작가님의 신규 시절 자살을 생각한 이야기가 있는데 굉장히 신경 쓰였던 부분이었다. 진짜 무서운 이야기지만 자살이 아니더라도 사고를 당하고 싶다는 생각, 사고에서 이어진 무단 퇴사를 생각한 간호사가 실제로도 상당히 많다는 설문과 경험담을 많이 들어 본 입장인지라, 실제 자신이 죽음을 생각한 순간 친구가 준 편지와 브라우니로 지금까지 버텨왔다는 글은 담담하지만 가슴 아프게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글이었다.

3부에서 담아낸 사건들에서 신규 시절 외과 강사에게 당한 성희롱 문제와, 당한 여러 사람이 뭉치면 단체가 될 수 있지만 왜 침묵할 수밖에 없었는지, 그리고 침묵한 것에 대한 분노가 클 수밖에 없는지, 병원의 책임 소재에 관한 이야기, 가해자에 대한 처벌의 현실이 어떤지 화를 내면서 읽었던 부분이었는데 읽기만해도 분노가 오르는데 그것조차 담담히 잘 담아낸 이야기여서 기억에 남는다.

아산병원 박선욱 간호사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며 프리셉터 제도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준 것도 고마웠다. 현재 대한민국 병원의 상황과 턱없이 부족한 간호인력에 대한 이야기, 여전히 보수적인 문화와 간호과의 특성에 대한 이야기는 소극적 저항을 눈여겨봐야 하는 이유가 처절하게 느껴진 부분이었다.

자신의 이야기하는 소리 내는 간호사가 많아졌으면 하는 게 내 바람이다. 우리는 자신을 죽이는 것만큼이나 목소리를 죽여왔다. 흘러가는 대로 흘러갔고, 그렇게 후배들에게도 흘러가라고 권하는 건 독약을 권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뀔 수 있고 바뀌어야 한다는 걸 아는 사람으로서 이런 책이 더 많이 나와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간호사는 기계가 아니다, 사람이다. 그렇게 생각되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간호사가 부족하다는 말은 매번 나오는 뉴스 중 하나인데, 간호 대수를 늘려 인원을 많이 뽑는다고 해결 방법이 아니라는 걸 간호사들은 알고 있다. 간호사의 소리에 귀 기울여주고 관심을 가질 때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하며, 조금씩 노력해서 고단하고 팍팍한 현실이 조금 더 나아지는 날이 되면 더 이상은 스스로 간호를 포기하는 간호사들이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이 들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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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5-05 2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간호사 직업이 정말 힘들거 같아요. 저는 병원을 거의 안가긴 하는데 아픈 환자를 계속 상대하다보면 몸도 그렇지만 마음도 힘들거 같아요 ㅜㅜ 친구들중에 간호사 일을 오래하는 애들을 못본거 같다는... 힘든 만큼 처우가 나아지면 좋겠습니다~!!

러블리땡 2023-05-12 01:49   좋아요 1 | URL
그냥 나는 평범한 회사원1이다라고 생각하고 마음 비우고 살고 있는데 간간히 번아웃 올때가 있어서 그게 좀 버겁긴해요 모든 직업은 다 힘들죠 간호사만 힘든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래도 지금보다 처우가 조금만이라도 나아지고 인식도 조금만 더 바뀌면 좋겠다는 바램은 있어요 간호법만봐도 쉽진 않겠지만요 감사합니다 ㅎㅎ 그냥 이책처럼 목소리내는 책이 있음 좋겠다 싶어요!!!:)

2023-05-09 17: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러블리땡 2023-05-12 01:50   좋아요 0 | URL
친구가 있으시군요ㅎㅎ 요즘은 갈수록 더한것 같긴해요 사회적 분위기가 그래서 그런가봐요ㅎㅎ 댓글 감사합니다 뭐든 조금은 더 좋아질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