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자들
김초엽 지음 / 퍼블리온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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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섯 같은 종자의 모습을 한 범람체에 지구를 빼앗겨버린 인간은 지하세계로 밀려난지 오래다. 주인공 태린은 지하 도시에서 파견자를 준비하는 견습생이다. 파견자는 정식으로 지하 도시를 벗어나 땅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지는 자로 명예와 부, 은퇴 후 안정적인 삶이란 조건이 있었고 태린은 어릴 때부터 마음에 품고 있는 이제프와 동등한 위치에서 마음을 전하고 싶단 생각으로 이제껏 노력해오던 참이었다. 

몇 달 전부터 지상과 지하를 잇는 규칙적인 진동이 발생하고 있었다. 자연재해나 붕괴사고의 전조가 아니라 어떤 메시지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이외에도 태린에게 한 가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바로 환청이었다. 범람체에 노출되면 광증이 생기는데 광증의 특징으로 여겨지는 환청일까 싶어 걱정했지만 어릴 적 시술받은 뉴로브릭이 갑자기 오류를 일으킨 것이라고 이제프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었다. 

신체검사에서 광증 저상성 점수가 측정불가 수치를 기록하는 태린에게 나타날 리 없는 광증이지만 머릿속 환청은 점점 더해만 가고, 점점 자아를 찾아가는듯한 환청에게 쏠이라는 이름까지 붙여가며 둘은 점점 융화되어가는듯 하는데, 파견자 시험이 시작되며 쏠에게 점점 의지해가는 태린에게 위기가 닥치며 이야기가 고조되어간다.

오염된 지구는 언젠가 현실이 될 것 같아 김초엽 작가님의 이야기는 내게 언제나 현실적인 SF 소설이다. 버섯의 균류를 표방한 범람체라는 새로운 매개체로 시작했는데 있을법한 이야기였고 알록달록한 색깔을 더한 아름다움이 매혹적이기까지 했던 것 같다. 균류에 동화되어 자연과 하나 된 인간, 그리고 면역 없는 인간의 싸움이라니 신선했다. 주인공이 그 범람체 중심에 있었던 게 꽤 재미있었다. 인간의 욕심으로 강제 실험 당했던 어린아이들, 그리고 실험을 주최했던 자의 희생으로 다시 평화를 되찾은 지구 결말까지 완벽했던 것 같다. 

지하 도시의 파견자의 임무와는 다른 의미의 파견자를 맡게 된 태린이지만 이보다 완벽할 수 없는 파견자로 자란 것 같아 이제프도 충분히 만족하지 않았을까 생각해 봤다. 

나라는 존재의 경계는 어디까지 일까? 주인공이 왜 고민했는지, 파견자를 하려고 마음먹었을 때 매료와 증오라는 양가감정을 가지고 경계하며 시작해야 한다고 경고했는지, 읽다 보면 한 번에 경고를 파악할 수 있는 매력적이고 기이한 도시로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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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소년문고를 이야기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우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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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에 대해 조금 더 이해 할 수 있었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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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으로 가는 문 - 이와나미소년문고를 이야기하다
미야자키 하야오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우출판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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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마루 밑 아리에티 개봉과 이와나미 소년 문고 창간 60주년을 기념하여 미야자키 하야오가 깊은 인연을 맺어온 400여권의 소년 문고에서 최종 50권을 선정하여 추천도서로 정하며 소개하는 책이라고 소개하고 있었다.

종종 알라딘에서 책 펀딩을 참여하는 편인데, 책의 소개를 읽자마자 고민도 없이 바로 구입한 책이었다.

이유는 거장이 추천하는 책은 어떤 종류의 책일까부터 시작해서 어떤 책을 통해 이렇게 뛰어난 상상력으로 작품을 다룰까 하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답은 50개의 책으로부터 나왔는데 우리에게 익숙한 어린 왕자부터 삼총사, 비밀의 화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그리고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다룬 추억의 마니, 마루 밑 아리에티의 원작 마루 밑 바로우어즈 등이 소개되어 있었고 삽화와 이야기의 포인트를 잡고 어떤 부분에서 영감을 얻고 감탄했는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부분들이 꽤 인상적이었다.

책과 관련된 자신의 이야기들을 다루는 부분이 뒷부분에 따로 모아져있었는데, 당시에 부모님들도 좋아하지 않는 독서에 대한 인식에 관한 이야기라든지, 책을 좋아해서 읽었다기보다 읽어야 해서 읽었다는 그 시절과 관련된 기억들, 필독서라고 불리는 책들을 완독하지 못했던 사정들과 전쟁 전후에 일본에서 인기 있던 작품에 대한 이야기, 존경하는 선배들과 관련된 시대적 이야기들, 작가가 생각하는 어린이에 대한 생각들을 실제 작품 속 이야기들과 함께 설명하고 있어 내심 기대했던 부분들이 충족되는 것을 느꼈던 것 같다.

그냥 놔두면 아이들은 책을 읽지 않는다. 사실 책 같은 거 굳이 많이 보지 않아도 된다. 50권이 아니라 한 권만 있어도 된다, 등 책에 대한 예찬이 없는 책 소개 책이었다. 날것의 미야자키 하야오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이 전체적으로 많이 느껴졌고, 이야기하듯 편집된 글 자체에서 아직도 순수한 어린아이 같은 시선을 간직하는 느낌이 들어 그의 작품의 원동력은 감독 자신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른도 아이도 한순간에 몰입하게 만드는 작품을 쓰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시선을 따라 읽어가다 보면 나만의 한 권의 책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포인트가 여럿 존재하는 책이었다고 소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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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11-01 2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야자키 하야오가 선정한 책 리스트를 봤는데 익숙한 책도 일부 있지만 대부분이 낯선 책이군요 ㅋ
펀딩 책이군요 ~! 저도 읽어봐야 겠습니다~!!
 
기후위기인간
구희 지음, 이유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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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인류의 멸망이라니 다소 충격적인 결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님 역시 평범한 지구인이었기에 기후 위기에 관심 갖게 된 지 오래되지 않았다고 했다. 


계기는 2020년 팬데믹이 시작된 이후라고 했다. 평범한 일상이 바뀌게 된 순간부터 절망에 빠지게 되었고 그 해 54일간의 장마가 무언가가 잘못되고 있음을 알게 해줬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실제 기후 위기를 체험하고 있는데 일상에서 봄이 오는 시기가 점점 빨리 빨라진다든지, 계절 상 피어나는 꽃의 순서가 뒤바뀌는 것, 역대급 폭염과 79일간 지속된 호주 산불과, 지구촌 곳곳에 유례없는 폭설 등이 우리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쌓여가는 물건들과 무분별한 선택이 나 자신도 병들게 함을 깨닫게 되었고 어떤 경로로 소비를 하게 되었는지 차분히 생각해 보고 현대사회의 쇼핑 문화와 현대인의 소비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해주는 일화들이 자신을 반성하게 했다.


바쁨 속에 살아가는 한국인들이 선택하는 배달음식 문화와 그에 발생하는 플라스틱들 그 편리함 뒤에 고통받는 생태계의 이야기는 땅과 바다에 직접 영향을 미치고 있고 플라스틱 소비 과정에서 약 8억 5천만 톤의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며 미치도록 더운 날씨의 원인이 우리의 일회용품 소비와 관계됨을 설명했다.


사람들이 즐겨보는 먹방, 말도 안 되게 쉽게 접하는 음식들과 풍요로운 밥상 속에 허기를 느끼는 현대인의 식생활 역시 기후 위기와 관련이 있었다.


소의 트림과 방귀에서 메탄, 아산화질소가 배출되고, 이 두 기체는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수십수백 배 강하다고 한다. 소의 먹이를 공급하기 위한 지구의 허파 아마존 파괴는 현실이었고 소고기를 먹는 것은 한순간이지만 숲의 회복에는 수백 수천 년이 걸린다는 것을 이야기했다. 축산업을 유지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고 가축의 분뇨는 바다로 흘러가 죽음의 해역을 만든다고 했다. 


기후 위기를 모르던 시기로 돌아가기엔 이미 늦었다. 지구 곳곳은 변화하고 있고 우리 역시 변화를 해야 하는 시기라는 걸 자각하게 되었다. 육식을 줄이고 플라스틱 사용을 자제하며 무분별한 소비를 줄여야 하며, 에너지는 결국 환경오염을 야기하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의식적으로 소비를 줄여야 함을 작가님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좋던 싫던 지구에 터전을 일구고 살아왔다. 인간만 사용하는 곳이 아님을 깨닫고 무분별한 사용을 줄이고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공존의 방법을 찾을 때라고 했다. 기후 위기에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선택은 우리의 몫임을 강조하고 있었고 나 역시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걸 공감하며 읽었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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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노인입니다
김순옥 지음 / 민음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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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규모의 분양형 아파트!
대학병원 옆에 위치하고 있으며, 아파트에서 병원까지 전용 통로가 있는 곳은 유일하다고, 단점이자 장점이자면 장례식장이 집 앞에서 보이는데 누군가는 살다가 장례식장으로 직행하면 좋겠다고 우스갯소리를 할 수 있는 이곳은 실버 아파트라고 했다.

60대에 들어선 작가님은 어쩌다 보니 실버 아파트에 입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사실 아파트보다 전원생활을 꿈꾸며 경기도 일대의 전원주택을 모두 뒤져보다 싶이 해서 주택에 처음 들어갔으나 사정이 생겨 6개월 만에 신축 아파트 전세로 들어갔다가 가진 돈에 맞는 아파트를 찾다 보니 이곳 실버 아파트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입성한 실버 아파트였지만,
스타일리쉬하게 60년 가까이 살아왔으며, 어떤 곳에서는 50대로 보이기도 하는 동안 외모를 듣기도 했다고, 손주도 없고 밖에서 할머니라고 불린 적도 없다 보니 실버라는 자체 인식이 안되었고, 결국 실버 아파트의 적응기라기보다 실버 아파트 관찰자로써 생활하게 되었다고 했다.

실버 아파트에 입성한 순간 '할머니'와 '어르신이'라는 단어로 지칭된다고 한다. 그렇게 실버 아파트 입주민이 된 순간부터 보이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었다.

소방차 구역에 주차는 어디서나 금지이지만 실버 아파트는 더 조심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언제 비상상태가 생길지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노인들만 사는 아파트라 다른 점은 또 있다.
층간 소음이 거의 없고, 어둠이 내리면 단지는 거의 진공상태처럼 고요해지며 출근하는 사람이 없고 일찍 잠자리를 드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에 359일이 거의 침묵 모드라고 한다.
젊은이와 어린아이가 없으니 놀이터와 어린이집이 없는데 노인정도 없다고 했다. 건물 전체가 노인정이라고 생각해서 일까? 민원이 많은 부분이라고 했는데 나 역시 의문이었던 부분이었다.
1년 365일 식사가 제공되다 보니 음식 냄새가 없고, 헬스장, 사우나, 골프 연습장 및 바둑이나 체스 서예 등을 할 수 있는 수많은 동호회가 존재한다고 했다.

아파트 근처에 있는 산을 등산하며 다른 노인들을 만나왔던 이야기나 나이 들수록 꽃처럼 예쁘게 단장하는 노인들 모습들, 누구보다 일상을 열심히 채워가는 모습이라던가, 치매와 죽음에 관한 속 편한 이야기들이 어느 책에서도 다루지 못한 주제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고, 타인 먼저 생각하는 노인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관찰자로써 실버 아파트 주민들을 관찰해왔다지만 작가님 스스로의 노년의 마음 준비하는 과정을 볼 수 있어서 대리 경험한 기분이 들어 개인적으로 굉장히 만족스러운 부분이었다.

내가 노인이 된다면, 혹은 내가 실버 아파트의 입주민이 된다면 어떠한 삶을 살게 될까 생각해 보게 되었고, 죽음을 기다리는 노년이 아닌 새로운 경험이 계속되는 시간이자 누군가에게 짐이 아닌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까지 가는 길은 누구에게나 던져진 숙제라고 생각이 든다. 언제나 젊을 수 없다고 생각하기보다 내게 다가올 노년기를 맞이하기 위해 누구나 처음은 초보 노인으로 준비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것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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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3-09-19 12: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실버타운 느낌인가요? ㅋ 누구나 노인은 처음 경험하는거니 초보일수밖에 없는것 같습니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