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완서 작가의 전작을 읽어야지. 시작하고 조금씩 모아두었다. 

신간이 있어서 먼저 읽고, 슈퍼바이백으로 팔려고 보는데, 읽을수록 이 사람 싫어진다. 

내가 참을성 없어졌다는 것이 이 부분인데, 이걸 깨닫고 나서는 그러지 말아야지 노력하는 중이다. 


한 사람의 어떤 생각이나 발언이 그 사람 전체를 대변하지 않고, 세상의 어떤 사람도 내 입맛대로일 수 없으며, 내 입맛이면 그게 이상한거지. 사람은 복합적이고, 복잡한 존재이다. 나도 그렇고, 모두 그렇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라는 생각도 말도 의식적으로 안 하려고 하고 있다. 정말 싫은 인간들 (범죄자들) 도 마찬가지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무쓸모인 일이고, 그냥 존재 그대로 보려고. 이 생각은 지금 계속 굴리고 다듬는 중이긴한데, 여기까지 왔다. 


근래 에세이를 많이 읽고 있다.  에세이는 저자를 가장 가깝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내가 사람을 이렇게 좋아했나 싶게,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다. (책의 모양을 한 사람을 좋아하는 거지만, 이 정도가 어디야) 커피 두 세잔 마실 돈으로 (사실, 커피는 집에서만 마셔서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비유지만) 한 사람을 (책으로 ) 만나서 두 시간 이상 그가 고민하고 퇴고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사람 만나는데 장사 비유도 좀 적절치 않지만) 


다시 박완서로 돌아와서 

남들 다 좋다는데, 박완서 왜 싫지. 사람이 좀 못됐네. 거지한테 적선을 안하면 안하는거지, 불쌍해 죽겠다고 구구절절 명문으로 써 놓고, 거지 뒤의 왕초거지 어쩌구 하면서 그냥 지나치고, 나중에 생각나 마음 아프단 얘기. 그 불쌍하다는 거지를 글감으로만 쓰고 있네. 박완서가 자신의 아들과 딸에 대해 말한 끔찍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 알고만 있었는데, 책 읽다보니 언뜻언뜻 비추이는 것이 얼마전 제 딸 죽인 제 사랑하는 아들 제발 구해주세요. 하는 부모 생각 나기도 하고. 책 읽으면서 계속 기분이 쎄해지고 있었다.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었는데, 그 옛날의 한남 작가가 있다면, 그 옛날의 한녀 작가도 있었던 것일까. (요즘의 한녀문학과는 다른, 한남 2 같은) 안돼. 그럼 나는 뭐 읽으란 말이냐. 한남 문학도 안 읽고, 한남문학 2인 한녀 문학도 안 읽고, 아예 문학을 읽지 말까. 혼자서 절규하다가 아님. 난 그냥 정말 못 참고 꼴도 보기 싫은거 말고는 다 읽어. 읽고, 느끼고, 배우면 된다. 좋은것만 쏙쏙 뽑아 가질거다. 


그렇게 속으로 와글와글 하면서 계속 책장을 넘기다가 또 생각났다. 누가 박완서 작가에 대해 한 말.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작가라고, 그런 비슷한 말을 봤던 것 같은데. 읽다보니, 그게 뭔지 알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글이 SNS 짧글이건 긴 글이건 책이건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위선이든, 위악이든 보이게 되고. 글을 쓰지 않더라도 자기를 메타인지로 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근데, 박완서 작가는 자신의 추한 마음을 다 끌어내고, 그것을 비판한다. 그런 패턴이 계속 반복된다. 자신 안의 추한 마음을 끌어내어 보여주는 사람들은 많지만, 박완서 작가의 그것은 위선과도 위악과도 멀어보여, 내가 이렇게 맘 놓고 싫어하다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가 그런거겠지. 아니면, 그냥 내가 박완서 작가 좋아하려고 애써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아들보다 딸이 죽었으면 덜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고 글로 써서 내는 작가에 대해 마음을 확 열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굳이 좋아하거나 싫어한다고 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 정도로 정리한다. 


아침에 일어나 읽은 이 글이 좋았다. 


" 왕성하게 자라는 담이나 나무 밑의 풀섶을 뽑아주고, 머위나 들깨처럼 저절로 자라는 것들도 웃자라지 못하게 솎아내는 일을 열심히 한다. 그 일은 내 반나절의 노동으로 삼기에 족한 분량이다. 더 일하고 싶으면 가위로 잔디를 깎아주기도 한다. 새벽의 잔디를 깎고 있으면 기막히게 싱그러운 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건 향기가 아니다. 대기에 인간의 숨결이 섞이기 전, 아니면 미처 미치지 못한 그 오지의 순결한 냄새다. 그러나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것도 모르고 오래도록 잔디에 가위질을 하는 것은 풀 냄새 때문ㅇ만은 아니다. 유년의 뜰을 떠난 후 도시에서 보낸, 유년기의 열 곱은 되는 몇십 년 동안에 맛본 인생의 단맛과 쓴맛, 내 몸으 ㄹ스쳐간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격렬했던 애증과 애환, 허방과 나락, 행운과 기적, 이런 내 인생의 명장면(?)에 반복해서 몰입하다 보면 그렇게 시간이 가버린다. 


70년은 끔찍하게 긴 세월이다. 그러나 건져 올릴 수 있는 장면이 고작 반나절 동안에 대여섯 번도 더 연속 상연하고도 시간이 남아도는 분량밖에 안 되다니. 눈물이 날 것 같은 허망감을 시냇물 소리가 다독거려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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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에는 김성우 교수의 '단단한 영어공부'를 다 읽었다. 

영어공부의 처음으로 다시 돌아가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이었다. 책의 앞부분에 외국어 읽기의 바이블 같은 크라센의 '읽기 혁명'에 대한 분석과 현재 추가된 연구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좋았다. 김성우 교수의 책 중 <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도 좋다. 읽기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주는 저자로 다음 책도 기대된다.


  


















김성우 교수는 응용언어학자이다. 언어학이 말 자체에 대한 이해를 추구한다면, 응용언어학은 "말과 인간이 만나는 지점"에 관심을 둔다. 영어에 대한 다양한 이슈를 응용언어학을 공부하는 한국어를 모국어로 하는 학자의 이야기로 접할 수 있어 좋았다. 


생각해볼거리가 아주 많지만, 그 중에 흥미로웠던 필사와 미드 보기에 대해 정리해보려 한다. 


"필사를 하면 영작문 실력이 늘까요?"에 대한 답변이다. 


필사는 COPYING이고, 작문은 WRITING으로 다른 과정이다. 

필사는 '읽는 행위'에 더 가깝다. 


"필사를 하는 동안에는 생각보다 많은 일들이 벌어집니다. 

베끼기 위해서는 읽어야, 그것도 꼼꼼히 읽어야 합니다.

눈으로 읽고, 머릿속에 잠깐 담고, 손을 움직여 쓰는 일을 계속해서 반복해야 합니다. " 


필사 = (짧은 구절 읽기 + 머리에 담기 + 펜으로 쓰기) X 반복 


"필사 과정에서의 읽기는 평상시의 읽기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어떤 요소도 빠짐없이 꼼꼼히 읽어 내야 하지요. 문장부호, 개별 단어, 문법 세 가지 영역에서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필사는 문장부호에 주목하게 합니다. 

둘째, 필사는 개별 단어에 주목하게 합니다. 

셋째, 필사는 다양한 문법 요소에 주목하게 합니다. 

필사는 텍스트를 꼼꼼하게 읽게 함으로써 단어와 구두점, 나아가 문법 요소 하나하나를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줍니다. 평소에는 잘 보지 않던 요소들도 다시 한 번 보게 되죠. 이런 면에서 필사는 작문 실력 향상에 일정 정도 도움이 됩니다." 


필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거기서 얻을 수 있는 것은 각기 다르겠지만, 공통적인 것은 "꼼꼼히 읽기" 라고 생각한다. 덧붙이면, 아주 짧은 시간, 읽고, 외우고, 손으로 기억하는 일을 반복하는 것이다.


필사에서도 섀도잉에서도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몸의 기억이다. 

반복 연습으로 뉴런과 뉴런사이에 길을 내듯, 몸의 근육이 기억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섀도잉을 하면서 특히 더 느끼는데, 아는 단어들임에도 발음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을 경우, 버벅거리고 멈추게 된다. 

administration 이란 단어를 눈으로 보는데 익숙하다고 하더라도, 이 단어를 입밖으로 내어보고, 손으로 써보며 말하는데 쓰이는 근육과 글 쓰는데 쓰는 손에 기억시켜야 한다. 그래야 자연스럽게 이 단어를 이용해서 문장을 쓰고, 말할 수 있다. 


타이핑 연습하는걸 구경하고, 옆에서 해보면서 더 생각해보게 되었다. 나는 영타로 WPM이 보통 7-80 정도 나온다. 

영어 문장을 썼을 때 그렇게 나오고, 연습하기 위해 d t d t d t ; d t ; d t ; 뭐 이런 의미 없는 철자들이 나열된 것을 타이핑하면, WPM이 5-60 정도로 떨어지고, 신경 쓰며 타이핑하게 된다. 손가락 근육이 기억하는 단어의 경우, 모니터를 읽으면서 자동으로 손가락이 기억하는 단어와 더 나아가서 문장을 완성하는데, 의미 없는 철자의 경우에는 그 기억이 없으므로 한글자 한글자 생각하면서 타이핑을 해야 해서 그렇다. 처음 타이핑 연습하는 아이들을 보니, 손가락이 단어와 문장을 기억하지 못한 상태에서는 의미없는 알파벳 타이핑이 문장 타이핑보다 더 빠르다. 


그렇게 몸의 기억으로 자동으로 나오게 하는 연습이 필사이고, 섀도잉이라고 생각한다.


필사나 섀도잉에서 효용을 얻는 일, 어떤 마음과 목표로 트레이닝을 하느냐에 따라 얻을 수 있는 효과가 천차만별이지만, 

몸의 기억은 어쨌든 꾸준히 반복하면 누구라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더 나아가려면, 


"무조건 문장을 따라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에 이입함으로써 더 깊은 이해를 추구해야 합니다. 앵무새가 아니라 배우가 되어야 합니다." 


이걸 해 본 사람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필사하거나 섀도잉하면서, 내가 쓴다면, 말한다면, 생각하고 이입해서 쓰고, 읽는 것이다. 내가 쓰는 것처럼, 내가 말하는 것처럼 생각하고 하면, 더 적극적으로 되고, 더 몰입해서 외우면서 쓰고, 말하게 된다.수동적 학습에서 적극적 학습이 된다. 


드라마 영어학습법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다. 

여기서도 이야기하는 것이 단순히 듣고 따라 말하는 연습이 아니라 '되어 보는 becoming' 연습을 하라고 한다. 


그리고, 또 하나 '모국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외국어 학습에서 외국어 인풋의 중요성은 누누이 강조되지만, 모국어 배경지식의 중요성은 좀처럼 언급되지 않는 듯합니다. 이에 대해 두 가지 사실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첫째, 우리가 읽거나 들을 때 외국어는 홀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과 지식의 기반 위에서 돌아갑니다. 따라서 외국어로 된 자료를 이해하려면 외국어 실력과 함께 여러 분야의 지식을 갖추어야만 합니다. 어떤 언어를 공부하든 지식 습득과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한국인이라면 지식 대부분이 한국어로 그ㅜ성되어 있습니다. 평생 한국어로 경험을 쌓아왔으니까요. 그렇다면 외국어 학습에서 한국어를 방치할 이유가 없습니다. 오히려 한국어로 된 지식을 키워 가며 이를 외국어 능력과 통합하려는 자세와 전략이 필요합니다. 


두번째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말하기나 쓰기 또한 영어 능력으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역시 모국어 밑천이 중요합니다." 


이 책에서 내가 그동안 영어에 대해 고민하던 것에 대한 많은 실마리를 얻을 수 있었는데, 상향식 학습법과 하향식 학습법도 그 중 하나다.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것이 무엇을 잘하고 싶은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영어 그 자체가 목적으로 문법을 완전히 습득하고, 문장을 분석할 수 있게 되고 싶은 건가, 아니면 영어를 수단으로 해서 영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들을 얻고 싶은 것인지. 대부분 후자라고 하겠지만, 전자처럼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영어책'만' 읽으면 안되고, 모국어 책, 모국어 밑천을 많이 챙겨둬야 한다. 


당연한 이야기를 왜 하냐면, 영어 공부하는 사람들이 책 읽는 사람보다 훨씬 많은 것 같아서. 

책을 읽어야 영어를 더 잘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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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스토아주의자들에 대해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언급해야겠다. 사람들은 스토아주의자들을 인생이 자기앞에 내던진 것이면 무엇이든 주어진 대로 굴하지 않고 의연하게 받아들인 냉정한 존재들로 생각하지만, 이것은 사실이 아니었다.
그들의 목표는 인생에서 감정을 떨쳐내는 것이 아니라 절망, 분노, 슬픔, 시기 등과 같이 그들이 경험하는 부정적 감정들의 수를 최소화하는 것이었다. 그들은 기쁨이나 즐거움 같은 긍정적 감정들을경험하는 것에 전혀 반대하지 않는다. 스토아주의자들은 모진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인생사를 긍정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을 소유한 영원한 낙관주의자들로 간주해야 한다.  - P18

나는 좌절을 극복할 해결 방안을 찾기 위해 친구에게 조언을 구할 수는 있지만 결코 친구에게 내가 당한 좌절에 대해 함께 화를 내 달라거나 슬퍼해 달라고 요청하지않을 것이다. 아니, 그런 기대조차 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종류의 가여워함‘은 1인분의 좌절을 2인분의 좌절로 바꾸며, 첫 번째 사람이 좌절을 극복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를 더 악화시킬 뿐이다.
- P42

시어도어 루스벨트(Theodore Roosevelt)는 자서전에서 스토아적인 영감이 서린 다음과 같은 조언 한 마디를 했다. "여러분이 갖고있는 것으로, 여러분이 있는 바로 그곳에서,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일을 하십시오."  - P68

이런 상황에서 단지 아그리파누스는 완벽하게 들어맞으면서도 잊어버리기가 아주 쉬운 한 가지 조언을 적용하고 있었을 뿐이다.
주어진 선택지의 수가 제한되어 있을 때 야단법석을 떠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럴 게 아니라 우리는 그저 그중에서 최선의 대안을 선택하고 인생을 계속 살아가야 한다. 그 이외의 방법으로 처신하는 것은 귀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 꼴이다.
- P69

고대 스토아 철학자들은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앵커링을 이용했다. 특히 그들은 자신의 삶이 더 나빠질 수 있는 방식들을 주기적으로 꼭 상상하곤 했다. 이것이 비참한 생활에 대비하는 처방전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은 완전히 정반대였다. 어떻게 상황이 더 나빠질 수 있을지 사고함으로써 그들은 효과적으로 잠재의식에 닻을 가라앉힌 것이다(물론 그들이 이런 심리학의 용어들로 사유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 닻은 그들이 현재 상황을 뒤이어 어떻게 생각할지에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현재상황을 자기들이 무심결에 늘 꿈꾸는 괜찮은 상황에 빗대는 대신, 지금 상상한 좋지 않은 상황에 견줌으로써 현재 상황이 그리 나쁘지는 않다고 결론내렸다.
- P96

주변의 불행한 사람들을 한번 둘러보라. 그들의 칭찬을얻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들의 가치관을 수용하고 그에 따라 사는 것이다. 그러면 그들이 쉽게 우리를 칭찬할 것이다. 왜냐하면 그럼으로써 그들은 간접적으로 스스로를 칭찬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물론 문제는 우리가 그들의 가치관을 공유함으로서 그들의 비참한 신세까지 공유하는 꼴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 P108

모두가 같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모두가 압박과 고통을 경험하고 있었다. 우리가 처한 상황은 누구에게도 차이가 없었다. 단, 우리의 문화가 이런 상황들의 조합은 행복 척도 상에서 당연히 밑바닥을 차지한다고 우리를 세뇌시켜 놓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문제에도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아채지 못한다는 점만 빼고. 반면에 원주민들은 무언가를 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은 아니라는 처지는 같았지만 마음껏 동료애를 즐기면서 유난히 더 흥겨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 그들은 지난 며칠간의 고생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두려움을 마음에 오랫동안 담아두지 않았다. 

매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작은 승리였다. - P114

컬럼비아대학교 임상심리학과의 조지 보낸노 교수는 우리는 퀴블러 로스가 믿으라고 한 것보다 훨씬 더 큰 회복탄력성을 지니고 있으며, 따라서 많은 심리학자들이 권장하는(그리고 그들의 생계를 유지하기 해주는) 슬픔에 대한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할 필요성이 그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적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그의 연구는 그냥 혼자 있게 내버려 둔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간관계상의 상실에서 자연스럽게 회복하며, 오히려 심리 상담은 그들의 회복탄력성을 무심결에 손상시킴으로써 상황을 더 악화시킬수 있음을 보여준다.
- P127

우리는 기쁨의 원천들을 모으면서 이른바 메타 기쁨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런 것들에서 기쁨을 얻는 자신의 능력에서 기쁨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세네카는 이런 현상을 잘 알고 있었다.
"보리죽이나 보리 빵 부스러기와 맹물이 아주 기분 좋은 식단은 아니지만, 심지어 그런 것들로부터도 쾌락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보다 더 강렬한 쾌락을 주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 P185

성공을 떠벌리지 않았는데도 다른 사람들이 그 사실을 알게 되었다고 가정해 보라.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으로 가장 안전한 반응은 자신의 성공을 행운 덕으로 돌리는 것이다. 이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그들로부터 괜한 말을 들을일이 없다. 이것은 또한 우리의 콧대를 꺾으려는 스토아 신들의 궁극적인 시도에 그 사람들이 부지불식간에 가담할 가능성을 낮출것이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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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아홉 살인 지금은 더이상 재능에 관해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게 된 지 오래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 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되어서다.
재능과 꾸준함을 동시에 갖춘 사람은 더할 나위 없이 훌륭한창작을 할 테지만 나는 타고나지 않은 것에 관해, 후천적인 노력에 관해 더 열심히 말하고 싶다. 재능은 선택할 수 없지만 꾸준함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10년 전의 글쓰기 수업에서도 그랬다. 잘 쓰는 애도 매번 잘 쓰지는 않았다. 잘 못 쓰는애도 매번 잘 못 쓰지는 않았다. 다들 잘 썼다 잘 못 썼다를 반복하면서 수업에 나왔다. 꾸준히 출석하는 애는 어김없이 실력이늘었다. 계속 쓰는데 나아지지 않는 애는 없었다.
- P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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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본 릿헙 기사 "The Pleasures of Tsundoku, Or : How I Learned to Stop Worrying and Love Book Piles" 

요즘 내가 계속 8월에는 책 사는 것을 한 달 동안 끊어보겠다. 고 계속 생각하고, 계속 얘기하고 있는데, 마침 저런 기사 올라와서 썩소 지으며 읽었다. 나도 거기 있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긴 한데.. 


사실, 책 안 사보겠다고 쓰면서도, 책 사는게 뭐가 나빠? 안 읽고, 사는, 아니, 나는 안 읽는거는 아니지만, 읽는 것보다 많이 사는 내가 바로 출판계의 빛과 소금이라고 그랬다. 누가. 아마도 업계 사람이? 


그리고, 사실, 책 사는 것을 끊어 보려면, 그냥 지금 당장 끊어야 한다. 7월 마지막 날 장바구니 털겠지. 보나마나. 근데, 그렇더라도 한 달동안 책을 한 권도 안 산다는 것은 내가 지난 이십몇년간 해본적이 없는 도전이라서 의미 있다. 정말 안 살 수 있다면. 


약간 밤에 저도 모르게 냉장고에서 뭐 먹는 사람들 있잖아. 내가 나도 모르게 자다 깨서 책 주문하고 그런거 같다. 주문해볼까 들어가면 이미 오고 있다거나.. 사고 싶어서 계속 장바구니 체크 했다 말았다 했는데, 내 책장에서 발견한다거나.. 

나는 소장욕구가 있는 것도 아니어서 책 100권 사면 95권은 판단말야. 읽은 책들. 버리는 것도 거리낌 없는데, 읽는 속도.. 사는 속도.. 


이걸 계속 생각하면서 적립금이나 포인트도 안 되나? 했다가. 적립금, 포인트로도 안 사기로. 생일에 뭐 사줄까 하면 늘 책 골랐는데, 이것도 다른거 생각중이다. (김칫국 맛있겠다) 근데, 정말 책 아니면 살꺼 없는거니? 암 생각 안 남. 노트나 사달라고 할까. 


노트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요즘 추천 받은 모닝글로리 레자양장 16절 노트를 쓰고 있고, 굉장히 만족스럽다. 

만년필 노트들이 비싼데,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만년필 쓰기 좋아! (표지 견출지는 내가 붙인것) 





그리고 밀크 프리미엄 80g 을 A5 사이즈로 재단해주는 거. 필사는 이 사이즈가 좋다. 종이는 당연히 좋고.  



WSJ 필사 하면서 별로라고 투덜거리고 뉴요커 하고 싶다고 했더니, 뉴요커를 보내주셨다! 

받아보고 표지들이 다 너무 예뻐서 소리 질렀지! 






8월에 책 50권 읽으면 책 살거다. 책 사고 싶어질 때, 책 읽기 위해 만든 룰. 

8월에 책 안 사고, 책 많이 읽고, 팔고, 쓰고, 집 정리할거야. 

한 살 더 먹기 전에 끝내고 싶은 일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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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그만 메모수첩 2021-07-29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년필 거치대(?)가 만년필 펜촉 모양이네요 예뻐요 ㅎㅎㅎ 노트도 단정하니 모닝글로리에서 잘 만들었네요. 필사에 감동받고 갑니다~

하이드 2021-07-30 19:42   좋아요 1 | URL
나무도 좋아서 쓸때마다 기분 좋아요. 모닝글로리 정말 오랜만에 써 보는데, 종이 너무 좋고, 말씀대로 단정하고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