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1,000개로 줄었는데, 뭐하러 그래요? 그냥 한 10개씩만 해서 팔지? ^^ 


주문하다 갑자기 장바구니 책들이 사라졌는데, 


고객님께서 이용하시는 기기의 임시 저장 기능인 쿠키를 응용한 보관 방식이어서,

기간이 오래 경과하였거나 컴퓨터나 브라우저 업데이트, 방문 기록 삭제 등
다양한 원인으로 지워질 수 있습니다.

안타깝지만 장바구니 기록은 저희 서버에 보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어떤 상품을 담으셨는지 알기 어려워, 복원이 어려운 점 양해 말씀드립니다.

오래 두실 상품은 서버에 안전하게 저장해드리는 보관함에 담아두셨다가
장바구니로 꺼내어 이용하시는 방법을 추천드립니다.



질문하자마자 바로 즉시 이런 답변. 

아, 제가 알라딘을 어제 가입해서 몰랐네요. 


오늘 네 번 주문하고, 다섯 번째 주문하는 중에 갑자기 장바구니 0 되었고요.  

매일 수십 권 담았다 뺐다 하는데, 갑자기 선택된 상품이 없다고 나오더니, 장바구니가 0 이 되었다고. 


갑자기 1,000 권 담아둔게 (주문하려는데 안 담아져서 심혈을 기울여 뺐음. 1000권까지 담아진다고 하는데, 왜인지 1030권 넘게 담아져 있었고, 추가로 넣어서 주문하려는게 안 담아졌다. ) 싹 날아갔는데, 그냥 기간이 오래 경과하고 어쩌고. 


제가 알라딘 가입한지 이십 년이고, 주문을 그동안 얼마나 했게요. 그 동안 이런적 한 번도 없었는데, 이런 일이 생겼으면, 알아보는 척이라도 하고 답변해야죠. 사정 알아볼 생각도 안 하고, 그냥 복붙답하다니, 정말 실망입니다. 


이런 시스템적 에러에 대응하는 방식이 이게 최선인가요?

 

얼마 전 본 알라딘 전자책 해킹 당했다는 뉴스도 생각나네요. 


알라딘 서재에 지난 이십년간의 페이퍼와 리뷰 있는데, 그거 날아가도 그냥 다양한 원인으로 지워졌다고 할건가요? 


진짜 불안하네요. 


제 전자책 600권 정도 있는 건 괜찮나요? 그것도 다양한 원인으로 지워질 수 있나요? 



매일 하루에 두세시간씩 중고 올라오는거랑 외서, 국내도서 알라딘 중고, 우주점 중고 싹 다 보면서 골라둔거. 어쩔꺼야. 개인 서점들 책 골라둔건 찾지도 못해. 진짜.. 알라딘 불안해서 쓰겠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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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니미니마미 2023-06-09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상하시겠어요. 고르고 또 골라 담아두셨을텐데... 대접을 바라는건 아니지만 당황했을 고객을 조금이라도 생각했다면 저런식으로 일 처리를 하면 안되죠.

하이드 2023-06-09 15:54   좋아요 0 | URL
답변도 바로 와서 더 화나요. 안 될수는 있는데, 갑자기 확 불안하네요.

비니미니마미 2023-06-09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조금의 텀도 없이 기다렸다는 듯이 바로 답변을 했다는건데.. 당연히 화나죠😠한 권씩 찾으려면 그것도 일인데 남 일 같지 않네요

더안 2023-08-02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얼마전에 장바구니 날라서 똑같은 답변 왔어요.
 

캐서린 애플게이트 Odder 읽기 시작했다. 요즘 벌스 노블이 너무 좋다. 오더는 이번 해 최고 인기 벌스 노블이고, 표지부터 너무 귀엽다. 놀이의 왕인 해달이 주인공. 세 살 해달 오더와 청소년 상어 (또래보다 작은)가 주인공이다. 


3일째 굶고 먹이를 찾아다니는 상어와 놀고 먹을까? 먹고 놀까? 베프와 투닥거리는 평화로운 오더의 일상이 교차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등에 저렇게 해달이 막막 .. 책꽂이에 꽂아두면 쪼끄만 해달이 앞발을 모으고 '조개주세요' 표정으로 고개를 갸우뚱 하고 있어. 윽.. 미들그레이드 소설로 캐서린 애플게이트 소설이 마냥 밝기만 하지는 않지만, 내면의 힘을 길러주는 이야기들.  




재미있으면 막 소리 내서 읽고 싶어지는데, 벌스 노블은 시도 때도 없이 소리 내어 읽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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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 오랜만에 들어왔더니 책질문 보이길래 해봤다. 책 이야기는 재미있지. 책을 계속 사고 읽었지만, 분야도, 장르도 구매 패턴도 계속 바뀌고 있다.  오늘 퍼즐방의 책상과 거실의 책상을 바꾸고, 컴퓨터를 거실로 내놨더니, 공부도 잘 되고, 책도 잘 되고, 컴퓨터 앞에 계속 앉아 있고, 허리 아프겠네. 사이렌도 봐야 하는데. 원래 일 끝나면, 저녁때 많이 먹지 말아야지 늘 생각만 하느데, 오늘은 피씨 킨들 켜고 책 읽었잖아. 밥은 안 땡겨서, 진짜 왠일! 왠일! 나 거의 마법주문 걸린 사람처럼, 빈그릇 보면서 오늘도 먹었네. 했는데. 


근 4년여만에 목감기, 기침감기 와서 매일 체크하던 계획들 다 놓고, 1년 넘게 하고 있는 작업방도 처음으로 병가 내고, 에헤라 디야, 놀았더니, 슬슬 미룬 일도 하고 싶고, 미룬 책도 읽고 싶고 그러네. 오늘까지 쉬어볼까 했는데, 매일 10가지 플러스 알파로 체크하고 살고, 주간 계획 챙겼어서, 3일 노는 것도 크게 느껴진다. 그냥 이번 주 내내 이렇게 둬볼까 싶다. 좀 다르게 움직여지고, 다르게 생각되는 것 같아서. 넘어진김에 쉬어가는냥. 기침은 거의 나아가고 있다. 기침 한 번 할 때마다 구역질 나고 기도 막히는 기분이라 좀 겁났는데, 그냥 힘 빼고 나와라 기침 하니깐, 좀 괜찮더라고. 감기도 잘 안 걸리고 (4년만!) 구역, 구토 할 일도 없었어서 아픈데 면역이 없다. 여튼, 다른건 다 놔도 일은 관성으로 해지는 경력은 되었고, 고양이들 밥 챙기고,약 챙기고, 밥도 삼시세끼 잘 챙겼다. 집에 죽이랑 국 사둔거 많았고, 코로나 대비로 사 둔 인후통 약도 많았다. 코로나키트 사두고 쓸 일이 없었는데, 이번에 혹시나 혹시나 하면서 아침마다 쑤셔서 좀 썼다. 약은 잘 드는건지, 그냥 내가 낫는건지 몰러. 목 아픈거 하루 이틀, 기침 지금 한 삼일째인가? 몸살기운이라던가 열 난다거나 다른 증상 하나도 없었다. 기침하느라 잠만 설침. 


나 올해 들어 빨간날 다 일하고 있다. 추석때 일주일, (연말에 일주일), 설에 일주일 쉬어야지. 생각중인데, 쉬면 뭐하나. 쉬거나 일하거나. 일하는게 더 재미있을 때도 있고.


제목 책질문 쓰고 잡설이 길었네. 이제, 진짜 책질문과 답변. 뭐, 별건 없지만.  


1. 병렬 독서 하시나요? 아니면 한 권 씩 읽고 한 권 다 끝내면 다른 책으로 넘어가시나요? 엄청 두껍고 머리 아픈 책이면요?

우리말로 읽는 소설은 한 번에 읽는 편이고, 

원서나 비소설, 소설이라도 분량 긴 것, 독서 모임에서 읽는 책들은 병렬 독서로 읽는다.


2. 도서관에 신청도 하시고 전자책도 구입하시는 것 같은데 도서관 신청or전자책 구입or 종이 책 구입은 어떤 기준인지?

계속 바뀌었는데, 아주 오랫동안 관심도서는 다 구매했다. 요즘은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어본 책들 중에 읽는데 시간 많이 걸리거나 다시 읽고 싶은 책들만 구매. (마가렛 엣우드의 '타오르는 질문' 같은 책들) 


원서 있는 책은 원서와 전자책 번역본 구매하는 경우 있다. 주로 공부하거나 꼼꼼히 읽어야 하는 경우 번역본 참조하기 위해 (면역, Immune 이나 디컨슈머, The day the world stops shopping) 혹은 소설 중에 원서 읽고 번역본의 글맛을 느끼고 싶을 때 원서와 종이책 번역본


원서는 종이책과 전자책(킨들), 오디오 싹 다 구매하는 경우도 많다. 


언어(주로 영어) 관련 책은 종이책으로 산다. 


최근 전자책 구매 : <서평가의 독서법>(원서 종이책 구매했음), <다클리> (원서 종이책 구매 예정) 


최근 종이책 구매 : <교사 없는 독서법> 모티머 애들러의 <독서의 기술> 있는데, 페이지수가 많이 차이나서 사봤다. 아직 비교는 못해봄. 원서 <How to read a book> 구매 예정, <면역>, 원서 종이책, 킨들, 오디오북 다 있음. <원서, 읽(힌)다>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좋아서 샀다. 옥타비아 버틀러 <은총을 받은 사람의 우화> 좋아하는 작가인데, 페이지수가 700페이지 넘길래 도서관 신청하지 않고, 구매했다. <아이리스와 마법의 신화책> 누가 트위터에 줄거리 얘기하면서 무슨 책인지 아냐고 물어봤는데, 이 책이었고, 줄거리 재미있어 보여서 읽어보려고 구매. (이 책 제목 찾다가 레인보우 클럽 시리즈 알라딘 중고 올라온거 다 사버림..) 


그 외에 국내 도서에만 해당되는 적립금이 많이 쌓이는 것  맨날 날렸는데, 요즘은 민음 바칼로레아 시리즈 한 권씩 사고 있다. 



3. 읽은 책은 다 100자평 남기시는 건가요?

리뷰든 100자평이든, 혹은 페이퍼라도 꼭 남겨야지 20년째 다짐만 꾸준히 하는 중이다. 리뷰로 꾸준히 남기고, 페이퍼로 관련 도서들 정리하고 싶다. 


4. 막상 읽어보니 별로라 페이지가 잘 안 넘어가는 책은 미련 없이 덮으시는지 아니면 그래도 붙잡고 완독하시는지?

다 읽는 편이다. 미련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고, 재미 없거나 별로라도 다 읽어본다. 진짜 싫은 책, 백 권 읽으면 한 두 권 정도는 진짜 싫어서 덮는다.


5. 중고로 팔아버리는 책과 남기는 책은 어떤 기준인지?

다 읽은 책들 중 팔 수 있는 책이면 판다. 기준은 '팔 수 있는 책' 


6. 책 구입하실 때 중점적으로 보시는 게 뭔지? 평소 믿고 보는 작가라면 그냥 구입해도 되겠지만 아니라면 저자 이력이나 뭐 소재나 상 받은 목록이라든가 뭘 주로 보시는지. 더해서 이런 책은 아묻따 거른다 하는 것도 있으실 텐데 궁금합니다.


재미있어 보이는 책, 궁금한 책 도서관에서 많이 빌려보고, 거의 안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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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프 데트머의 <면역>을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이번주부터 <immune> 을 같이 읽기 시작해서 좀 더 잘 읽으려고 관련 책들 찾아보고 있다. 면역 관련 책들 찾아보니, 사이비 같은 책들과 과학 책들과 그 중간 책들로 나뉘어져 있는 것 같다. 


열 살이 읽을 수 있을까 싶어서 kurzgesagt 영상부터 봤다. (2천만 조회 영상.. 2천만 구독자) 나도 재미있긴 했지만, 아이들은 더 재미있게 보더라고. 





한 챕터가 서너장이고, 오디오로 8분 - 10분 분량이라서 한 챕터씩 읽으면 될 것 같다. 


글이 재미있고, 어렵지 않게 쓰여 있다.  이럴 때 쓰는 말이지, 초등학생도 알아들을 수 있게 설명하시오. 

전문적 내용을 쉽게만 설명하는 것이 좋다고만은 생각하지 않지만, 저자는 일반인들이 흥미를 가지고 접할 수 있게 최대한 균형을 잡은 '면역' 마니아이다. 세상에 별 마니아가 다 있다. 


면역에 관해 공부하는 것은 나를, 내 몸을, 세상을 다르게 보는 눈을 열어주는 일이다. 새로운 세상을 열게 될 책을 같이 읽을 수 있어 신난다. 

 


 번역본 지금 우주점에 많이 올라와 있다. 도서관에서 빌려봤다가 

 원서 사고, 오더블 사고, 번역본은 중고점에서 사두었다. 

























이 책들을 골라두었고, 그 외의 책들은 읽어보고 리스트에 넣을지 말지 결정. 


올해는 역사책을 많이 읽으려고 했는데, 과학책도 많이 읽게 될 것 같다. 

역사책은 옥스퍼드 핸드북 읽기 시작하면서 책과함께 출판사 책들 읽어보고 있고, 

과학책은 <면역>으로 시작해 본다. 


면역 읽기 전 본 영상은 이거. 책 너무 좋지? 책이 있는 세상이라 좋다. 영상 10분에 담기 힘든 이야기들을 책으로 써서 냈다고 한다. 나는 영상보다 책이 더 편하지만, 영상도 좀 많이 봐두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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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 작가의 전작을 읽어야지. 시작하고 조금씩 모아두었다. 

신간이 있어서 먼저 읽고, 슈퍼바이백으로 팔려고 보는데, 읽을수록 이 사람 싫어진다. 

내가 참을성 없어졌다는 것이 이 부분인데, 이걸 깨닫고 나서는 그러지 말아야지 노력하는 중이다. 


한 사람의 어떤 생각이나 발언이 그 사람 전체를 대변하지 않고, 세상의 어떤 사람도 내 입맛대로일 수 없으며, 내 입맛이면 그게 이상한거지. 사람은 복합적이고, 복잡한 존재이다. 나도 그렇고, 모두 그렇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라는 생각도 말도 의식적으로 안 하려고 하고 있다. 정말 싫은 인간들 (범죄자들) 도 마찬가지다.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무의미하고 무쓸모인 일이고, 그냥 존재 그대로 보려고. 이 생각은 지금 계속 굴리고 다듬는 중이긴한데, 여기까지 왔다. 


근래 에세이를 많이 읽고 있다.  에세이는 저자를 가장 가깝게 느끼게 해주는 책이다. 내가 사람을 이렇게 좋아했나 싶게, 너무 재미있게 읽고 있다. (책의 모양을 한 사람을 좋아하는 거지만, 이 정도가 어디야) 커피 두 세잔 마실 돈으로 (사실, 커피는 집에서만 마셔서 나에게는 크게 와닿지 않는 비유지만) 한 사람을 (책으로 ) 만나서 두 시간 이상 그가 고민하고 퇴고한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남는 장사라고 생각한다. (사람 만나는데 장사 비유도 좀 적절치 않지만) 


다시 박완서로 돌아와서 

남들 다 좋다는데, 박완서 왜 싫지. 사람이 좀 못됐네. 거지한테 적선을 안하면 안하는거지, 불쌍해 죽겠다고 구구절절 명문으로 써 놓고, 거지 뒤의 왕초거지 어쩌구 하면서 그냥 지나치고, 나중에 생각나 마음 아프단 얘기. 그 불쌍하다는 거지를 글감으로만 쓰고 있네. 박완서가 자신의 아들과 딸에 대해 말한 끔찍한 이야기를 알고 있다. 알고만 있었는데, 책 읽다보니 언뜻언뜻 비추이는 것이 얼마전 제 딸 죽인 제 사랑하는 아들 제발 구해주세요. 하는 부모 생각 나기도 하고. 책 읽으면서 계속 기분이 쎄해지고 있었다.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었는데, 그 옛날의 한남 작가가 있다면, 그 옛날의 한녀 작가도 있었던 것일까. (요즘의 한녀문학과는 다른, 한남 2 같은) 안돼. 그럼 나는 뭐 읽으란 말이냐. 한남 문학도 안 읽고, 한남문학 2인 한녀 문학도 안 읽고, 아예 문학을 읽지 말까. 혼자서 절규하다가 아님. 난 그냥 정말 못 참고 꼴도 보기 싫은거 말고는 다 읽어. 읽고, 느끼고, 배우면 된다. 좋은것만 쏙쏙 뽑아 가질거다. 


그렇게 속으로 와글와글 하면서 계속 책장을 넘기다가 또 생각났다. 누가 박완서 작가에 대해 한 말. 자신에 대한 객관화가 잘 되어 있는 작가라고, 그런 비슷한 말을 봤던 것 같은데. 읽다보니, 그게 뭔지 알 것 같다. 


글을 쓰는 사람은 그 글이 SNS 짧글이건 긴 글이건 책이건 자기검열을 하게 되고, 위선이든, 위악이든 보이게 되고. 글을 쓰지 않더라도 자기를 메타인지로 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근데, 박완서 작가는 자신의 추한 마음을 다 끌어내고, 그것을 비판한다. 그런 패턴이 계속 반복된다. 자신 안의 추한 마음을 끌어내어 보여주는 사람들은 많지만, 박완서 작가의 그것은 위선과도 위악과도 멀어보여, 내가 이렇게 맘 놓고 싫어하다가 이해가 되는 것 같기도 하다가 그런거겠지. 아니면, 그냥 내가 박완서 작가 좋아하려고 애써서 그러는지도 모르겠다. 아들보다 딸이 죽었으면 덜 고통스러웠을 것 같다고 글로 써서 내는 작가에 대해 마음을 확 열기는 쉽지 않을 것 같고. 


굳이 좋아하거나 싫어한다고 정할 필요는 없지 않나. 정도로 정리한다. 


아침에 일어나 읽은 이 글이 좋았다. 


" 왕성하게 자라는 담이나 나무 밑의 풀섶을 뽑아주고, 머위나 들깨처럼 저절로 자라는 것들도 웃자라지 못하게 솎아내는 일을 열심히 한다. 그 일은 내 반나절의 노동으로 삼기에 족한 분량이다. 더 일하고 싶으면 가위로 잔디를 깎아주기도 한다. 새벽의 잔디를 깎고 있으면 기막히게 싱그러운 풀 냄새를 맡을 수 있다. 이건 향기가 아니다. 대기에 인간의 숨결이 섞이기 전, 아니면 미처 미치지 못한 그 오지의 순결한 냄새다. 그러나 손가락에 물집이 잡히는 것도 모르고 오래도록 잔디에 가위질을 하는 것은 풀 냄새 때문ㅇ만은 아니다. 유년의 뜰을 떠난 후 도시에서 보낸, 유년기의 열 곱은 되는 몇십 년 동안에 맛본 인생의 단맛과 쓴맛, 내 몸으 ㄹ스쳐간 일이라고는 믿어지지 않게 격렬했던 애증과 애환, 허방과 나락, 행운과 기적, 이런 내 인생의 명장면(?)에 반복해서 몰입하다 보면 그렇게 시간이 가버린다. 


70년은 끔찍하게 긴 세월이다. 그러나 건져 올릴 수 있는 장면이 고작 반나절 동안에 대여섯 번도 더 연속 상연하고도 시간이 남아도는 분량밖에 안 되다니. 눈물이 날 것 같은 허망감을 시냇물 소리가 다독거려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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