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웰 주식회사 욜로욜로 시리즈
남유하 지음 / 사계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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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출판사의 욜로욜로 시리즈 

남유하 작가의 '다이웰 주식회사' 는 4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다. 네 단편 다 내가 좋아하는 주제이고, 글 너무 잘 쓰고, 재미있어서 놀랐다. '70세 사망법안 가결' 같은 책 읽으면서 우리나라에도 이런 소재의 책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여기 다 있다. 내가 몰랐지. 미래는 SF에 있다!   


'국립존엄보장센터' 는 존엄사와 생존세에 대한 단편이다. 빈부격차 이야기는 빠지지 않는다. 


"초인종이 울린 건 새벽 네 시였다. 현관 앞에는 두 남자 서 있었다. 주름 하나 없이 반들반들한 회색 유니폼을 입은 젊은 남자들이었다. .." 로 시작하는 이 단편의 이 남자들은 국립존엄보장센터의 직원, 아니, 어쩌면 센터에서 하청 준 회사의 직원인데, 옛 이야기의 저승사자나 다름없다.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노인은 생존세를 지불하게 되고, 생존세를 낼 돈이 없으면, 국립존엄보장센터에 신고하여 존엄사를 하게 된다. 생존세를 안 내고, 신고도 안 하고 버티면, 센터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죽게 된다. 센터에 가면 24시간 타이머를 손목에 채워준다. 


두번째 단편이자 표제작인 '다이웰 주식회사' 역시 존엄사에 대한 단편이다. 

이쪽은 노령화 아니고, ACAS, 후천성 심정지 증후군, 즉 좀비 바이러스에 감연된 자들을 위한 안락사 기관이다. 


모두가 꺼리는 안락사 버튼을 누르는 일을 하는 다이웰 주식회사의 비정규직 회사원인 화자. 

대학교수였던 아버지의 책들을 다 버리지 못하고, 남은 돈을 품위 유지비로 써 버린 엄마. 돈이 다 떨어져 60평 아파트를 팔고 나왔을 때도, 책만은 버릴 수 없다며, 오피스텔과 반지하를 얻어 책은 습기차니깐 오피스텔에, 그리고, 사형집행인이라 불리며 일하는 딸과 본인은 반지하에 살아야 한다고 우긴다. 


+++

"아, 정말 용케 오래 다니네. 나 같으면 징그러워서 하루도 못 견딜 거 같다." 

엄마는 못하겠지. 엄마는 고상하고 우아한 것만 보고 살아야 하니까. 하지만 나는 해야 해. 우리 회사 직원들조차 사형집행인이라고 꺼리는 일을 해야만 한다고. 엄마의 품위를 유지하려면, 아니 당신의 허영심을 충족시키려면 다이웰 주식회사에서 주는 월급 270만원이 필요하니까. 물론 당신한테는 턱없이 부족한 돈이겠지만 말이야.


+++


매일 책을 한 권씩 챙겨 나와서 사무실에서 한 장씩 찢는다. 엄마를 찢을 수는 없으니, 책을 찢는다. 


복선도, 결말도, 짧은 단편이 정말 무시무시하다. 


'하나의 미래' 에도 다양한 이야기가 나온다. 어쩌면 이렇게 짧은 단편에 다양한 주제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담고 있을까. 남편이 가장 친한 친구와 바람 난 장면을 목격하고, 이혼하고, 낙태하러 수술대에 눕는데, 마취만 하게 되면, 다른 세계로 끌려가서 자신과 이름이 같은 오하나라는 여자에 의해 구조된다. 끌려간 세계는 미세먼지 때문에 특수 헬멧을 쓰지 않으면 질식해 죽는 그런 세계다. 


'미래의 여자' 는 시간여행자의 이야기이다.는 자신이 죽은 후의 미래로 여행할 수 있는 시대가 배경이다. 한 시간에 한 명의 두 자아가 존재할 수 없어서 한 자아는 소멸하기에, 자신의 예상 수명을 넉넉하게 지난 미래로만 여행할 수 있다. 부모님은 외딴 곳에 살고, 어머니의 생일을 맞아 임신한 아내와 부모님의 집을 방문하게 된다. 생일 촛불을 부는 순간 어머니가 사라지고, 쇠약해진 아버지도 손주도 못 보고 세상을 떠난다. 집을 정리하러 내려가 아버지의 서랍에서 발견한 소설, 독자가 자신으로 지정된 이 소설 속 소설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이야기이다. a의 b가 c인 엄청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작가님, 대단하다. 


뭐 하나, 이게 제일 재미있었다 고를 수 없이 다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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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밖에 없네 큐큐퀴어단편선 3
김지연 외 지음 / 큐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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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큐큐 출판사 펀딩하면서 그동안 큐큐에서 나왔던 책들 몇 권을 같이 샀다. 그 중에 하나인데, 첫 단편부터 정말 너무 재미있어서 웃다 울다 웃으면서 읽었고, 김지연 작가 이름 기억해두었다. 1인칭 화자의 내적 티키타카가 너무 웃겼고, 그가 사랑하고 그를 사랑하는 애인, 그가 싫어하는 가족들, 여자를 좋아한다고 커밍아웃하고, 돌변해서 욕하고 미워한 할머니까지. 다양한 인간군상이 너무 무겁지 않게, 가볍지 않은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다. 이 단편의 제목이 '사랑하는 일' 


조우리의 '엘리제를 위하여'도 재미있었다. 사랑했던 연인들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들의 이모가 된 저자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조카들에게 하나씩 자신의 유산을 물려주는 이야기인데, 그 중의 한 조카가 종로 어느 오래된 골목길 구석에 있을법한 '엘리제' 라는 카페를 살리기 위한 마지막 미션을 푸는 이야기이다. 


조해진의 소설은 몇 권 사두었는데, 이 책의 단편으로 먼저 접했다. ' 가장 큰 행복' 

지구온난화로 인한 아포칼립스가 엄청 실감나게 펼쳐져 있어서 인상적이었고, 조바심 나는 이야기였다. 나는 고양이들과 혼자 버틸 생각만 했는데, 그럴때일수록 의지되는 사람이 그립겠지. 아니, 지금 그립지 않은 사람이 그 때가서 그리울거라고 생각하는게 이상할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제목은 천희란의 '숨' 에 나오는 말이다. "언니밖에 없네" 

노년 여성 1인가구의 이야기가 나와서 더 몰입해서 읽었다. 통장 잔고를 생활비로 나누어 12년 3개월 더 쓸 수 있겠다고 계산해보는 70대의 정해가 나온다. 청소일 하고 있는 동안은 잔고가 주는 속도가 좀 느릴테다. 82살이면, 충분한 것 같기도 하고, 모자란 것 같기도 하고. 연금은 없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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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5-31 22: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노년 여성 1인 가구 곧 될 예정이라 매우 관심이 갑니다. 좋은 책 알려주셔서 감사해요~^^

하이드 2021-06-01 20:09   좋아요 0 | URL
사랑 이야기 책들이긴 한데, 사랑도 사람이 하는거니깐요. 다양한 상황의 여자들을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그냥, 사람
홍은전 지음 / 봄날의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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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책이라고 누군가가 이 책을 이야기해줘서, 담아뒀다 읽기 시작했다. 남들 다 좋다는데, 별로다! 감정 과잉이다. 투덜거리면서 읽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책을 왜 읽나. 이 책을 읽는 것이 나에게 무슨 의미가 있나. 이렇게 답 없어 보이는 이야기들만 읽고, 무력해 하는 것이 세상에 무슨 도움이 되나 싶었기 때문이다.

뒤로 갈수록, 아, ‘책’이 라는 것이 할 수 있는 것이 정말 대단하구나. 매일 책을 읽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뜬금없이 책을 왜 읽나? 자문했고, 약간의 답을 얻었다.

저자는 대학 졸업후 임용 준비하다 노들장애야학에서 장애인들을 가르치고, 기록했던 활동가다. 이 책에는 저자가 만난 세월호 유가족들부터 장애인들, 중증 화상 환자들, 노숙자들 등의 이 사회 가장 바닥에 있다고 여겨지는 사람들과 그들과 함께 하는 활동가들이 각각의 이름과 자신들만의 이야기로 호명된다. 후반부에는 고양이 카라와 홍시를 들이고, 또 한바탕 뒤집어진 세상에 뛰어들어 이번에는 이름 없는 돼지와 소와 닭, 반달곰 들이 나온다.

장애인 탈시설 운동 이야기가 가장 많이 나온다. 어떤 운동인지 알고 있었지만, 알고 있지 않았다.

고기로 태어나서의 한승태 작가가 “내가 축사 안에서 본 것들 가운데 모르던 것은 하나도 없었다. 닭장이 있었고 닭이 있었고 똥이 있었고 알이 있었다. 하지만 축사 속에 내가 예상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고 하고,

저자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바로 알게 되었다고 한다. 평범한 대학생이던 저자가 우연히 노들장애인야학 교사가 되어 “장애인들은 듣던 대로 차별받았고 멸시당했다. 하지만 내가 예상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 라며, 장애인의 삶에 충격 받고, 그것을 온통 ‘문제’라고 하는 것에서 더 큰 충격을 받는다.

“내가 자라온 세상에선 누구도 그것을 ‘문제’라고 말하지 않았다. 어떤 문제를 ‘문제’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그 현실을 바꾸거나 최소한 직면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다. 세상의 끝인 줄 알았던 거기가 최전선이었다. 나는 그런 이들의 저항이 세상의 지평을 넓혀왔다고 믿는다.”

사람은 다 다르고, 사회에 어떤 ‘운동’으로 보탬이 되고 싶을 때 할 수 있는 일도 다 다르다. 책을 읽으면서, 갑갑함과 무력함이 많이 느껴졌다. 처음 생각했던 책을 왜 읽나에 대한 나의 답은 다음과 같다. 이 책이 나의 어떤 감각들을 일깨워줬다. 일상에 매몰되어 주변으로 협소해진 시야의 균형감각을 조금이나마 찾아주었고, 절대 놓으면 안 될 공감의식을 일깨워주었다. 복잡한 사회의 결들, 책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를 찾지 못했다. 답이 없는거 같아. 조금씩 변한다고 해도, 더 크게 나쁜 일들이 더해지면, 결코 앞으로 나갈 수 없고, 현재를 유지하기도 힘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각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세상은 나아질 수 있는거 아닐까. 내가 당장 뭔가 변하지 못하더라도, 시작은 ‘앎’이고, 그 부채가 남아, 그 다음을 기약할 것이다.

좋은 이야기들이 많은데, 옮기기에 길다.
세월호 유족들 중 어머니 이야기가 좋았고, 순례길에 만난 피아노 치는 청년 이야기도 기억에 남는다. 고양이 카라 이야기도, ‘버스를 타자’ 라는 구호를 들었던 이야기도 좋았다. 힘든 이야기는 있지만, 좋지 않은 이야기는 없었다.

타인의 이야기는 타인의 것이다. 나의 것이 아니므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무언가 하고 싶어지는 일렁임은 공감에서 시작된다. 공감은 감정의 전염이나 이입과는 다르다.

누군가 고통을 겪는 모습을 보며 마음이 흔들리기란 차라리 쉽다. 흔들리는 마음을 단속할 더 쉬운 이유들이 많을 뿐이다. 타인의 곤란함은 대체로 사소한 것이거나, 조금 심각하지만 스스로 불러온 것이거나, 어쩔 수 없었더라도 내게는 닥치지 않을 일이다. (..) 공감에는 복잡한 능력이 필요하다.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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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4-03 2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홍~ 제 친구가 노들야학을 다녔는데~~ 시설에 있을 때 만났지만 지금은 자립해서 잘 살고 있거든요. 그곳 이야기라니 흥미 돋네요!!

하이드 2021-04-03 21:32   좋아요 0 | URL
노들야학 이야기 많이 나와요. 책 정말 좋아서 계속 곱씹게 됩니다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
조애나 러스 지음, 박이은실 옮김 / 낮은산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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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가 번역하기 어려워 머리가 하얘지고, 얼굴이 화끈거리고, 식은땀 난 얘기를 왜 맨 앞에 실은 건지 모르겠다. 눈물이 울컥나고, 그런 감상문을 왜 맨 앞에! 번역에 대한 불신 가지고 읽어야 했다. 조애나 러스의 글은 위트 넘치고, 여성의 글쓰기를 억압하는 패턴과 풍부한 예시들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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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3-26 2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제목이 시선을 확 잡아끄네요~ 이 책 읽으면 글을 쓸 수 있을까요?ㅎㅎ
 
스누피의 글쓰기 완전정복 - 세계 유명 작가 32인이 들려주는 실전 글쓰기 노하우
몬티 슐츠.바나비 콘라드 엮음, 김연수 옮김 / 한문화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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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렇게 귀엽고 따뜻한 책인지 몰랐다. 

내 책상 위에 스누피를 세어보면, 스누피 필통, 스누피 알람, 스누피 스티키노트, 스누피 머그컵, 스누피 일력마스킹테이프, 스누피 탁상달력! 까지. 스누피로 한살림이다. 책장에 스누피 북엔드들은 또 어떻고. 


그동안 스누피를 굿즈와 음악으로만 소비해왔었는데, 이 책 읽고나니, 다시 한 번 스누피 책읽기에 도전해봐야겠다. 그동안은 번역본 1권 사두고, 원서 사야지. 멈추고 있었다. 


기대가 전혀 없긴 했다. 그냥 요즘 많이 나오는, 인기 캐릭터랑, 인기 주제(글쓰기 조언) 합한거겠지. 했는데, 아니었다. 

아니었다! 


스누피가 개집 위에서 타자기 치는 그림과 굿즈 많이 보긴 했는데, 뭘 의미하는지 별 생각 없었다. 

스누피는 작가지망생이었던 것이다!


찰스 슐츠의 자식인 몬티 슐츠가 쓴 머리말, 첫문장부터 나는 이 책이 매우 좋아졌다. 


"아버지는 독서를 좋아했고 문학을 숭배했다. 아버지의 사무실 벽에는 다양한 주제에 관한 책 3천여권이 꽂혀 있었고, 늘 앉아서 책을 읽으시던 의자 옆 작은 탁자 위에는 읽어야 할 책들이 항상 쌓여 있었다. 아버지는 가장 아끼는 책들의 구절들을 거론하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예컨대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에 나오는, 도로를 가로질러 가는 거북이 장면처럼 유명한 구절이나, 미국에서의 삶에 대해 쓴 토마스 울프의 유명한 소설들에 등장하는 절절한 구절들 말이다. 


아버지가 40년 동안 만화를 그렸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지만, 아버지는 한 번도 자기를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만화는 그저 상업적인 것이라고 여기면서, 작가들을 엄청 좋아하고, 존경했다고 한다. 아주 유명해지고 나서도 말이다. 이 책은 피넛츠를 보며 어린시절을 보냈던 유명 작가들이 스누피에게 글쓰기 조언을 해주는 것이다. 


피너츠를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서 작가지망생으로서의 스누피에 대해 별로 생각해본 적 없는데, 스누피는 멘탈이 아주 강하고, 개로서의 정체성이 뚜렷하고, 수십수만 거절편지에 굴하지 않는, 찐 작가지망생이었던 것이다. 


스누피의 글을 매번 구박하는 역할은 90%가 루시이고, 가끔 거절 편지를 전해주는 찰리 브라운이나 ㅣㅣㅣㅣㅣㅣㅣㅣ 이렇게 의사소통하는 우드스톡이 있다. 다른 캐릭터들도 굉장히 궁금해졌다. 


" 아버지는 작가 지망생 스누피를 통해 창작 과정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고통을 표현하고, 작가와 편집자 사이의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을 신랄하게 풍자하는 동시에, 문학성을 인정받기 위해서 작가들이 날마나 벌이는 투쟁이 얼마나 역동적인지 보여줌으로써 작가의 삶을 설명한다. " 


슐츠 자서전 급구! 40여년 넘게 꾸준히 인기 만화를 연재하면서, 자신을 작가라고 생각하지 않고, 문학과 작가들을 사랑하고, 존경했던 슐츠가 그리는 사랑하고 존경하는 작가와 편집자 사이의 간극 등등. 슐츠는 첫 달에 만화 연재하고 90 달러 받고, 몇 달 지나지 않아 원고료 수입은 한 달에 천 달러. 20년 뒤에는 원고료 수입이 하루 천 달러가 됐다고 한다. 


이런 에피도 재미있다. 만화 잡지에서 만화에 글씨 쓰는 일을 하다가 '따라 그리면 받을 수 있는 학위' 라는 제목의 통신강좌에서 강의를 했다고. 그때 강사 중에 '찰리 브라운' 이 있었고, '조이스 해버슨' 이라는 강사가 있었는데, 찰리 브라운은 찰리 브라운이 되었고, 조이스 해버슨이랑은 결혼했다. 인생을 크게 바꿔준 강의였군!


책의 판형도 스누피처럼 길쭉한 판형이다. 처음에는 특이한 판형이군 생각했는데, 스누피 완역본 판형이 이렇게 옆으로 길쭉하더라고. 어떤 독자를 상대로 하냐에 따라 글쓰기 조언이 달라지고, 글쓰기 조언 수십수백번 해봤을 작가들이 '스누피야' 하고 얘기해준다는 컨셉이 굉장히 마음 몽글몽글해지는 책이다. 


아, 리뷰 쓰려고 들어왔다가 알았는데, 옮긴이가 김연수 작가다. 

마음이 풀리는데 한몫하지 않았을까. 



내 생각에 아버지의 마음은 대중문화의 통속 예술과 문학, 회화, 고전음악 등의 심오한 미학이라는 두 진영 사이를 끊임없이 오간 듯하다. 그런 측면에서 <피너츠>는 이 두 진영 사이에 다리를 놓으려는, 상식적인 독자들의 세계에 아버지가 생각하는 고급 예술을 끌어들이려는 독특한 시도였다. - P8

깨끗하게 정리된 작업실에서 슐츠는 화판 앞에 앉아서 연필로 연습장에다 낙서를 하면서 이야기 소재를 찾곤 한다. 그는 일주일치 연재분을 통째로 생각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매일 여섯 편의 만화를 그리지만, 이 모두가 모여 하나의 작품이 되는 셈이다. (..) 한 시간 정도면 하루치의 만화를 그릴 수 있다. 일요일판에 실리는 만화는 하루 종일 걸린다. " 그 칸들을 다 채워 넣기만 하면 되는 일이죠. 월요일에 실리면 좋을 그림을 그리죠. 그 다음에는 화요일을 위해서 그림을 그리고, 또 수요일을 위해서 그림을 그리는 겁니다. 누가 배달해 주는 건 아니니까."
- P37

글쓰기는 예술가적 유희가 아니다. 새벽 3시에 내게 찾아오는 영감을 나는 기다리지 않는다. 나는 아침 9시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펜과 공책을 들고 책상에 앉아서 몇 시간씩 글감을 찾기 위해 일한다.
책을 읽고 생각하고 그 생각을 밀어붙이고 이리저리 휘갈겨 쓰다 보면 뭔가가 온다. 그래서 이제 글을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면 나는 타자기 앞에 앉아서 일어설 수도 없을 정도로 온몸이 아파올때까지 타자를 친다. - 다니엘 스틸 - - P42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완고한 사람이기 때문에 물론 그렇긴 해도 내 말이 더 옳을 때가 많다) 나는 아직도 작가라면 모름지기 모든 일을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고 믿는다. 글을 충분히 써보면 좋은 문장과 설익은 문장을 구분할 수 있게 된다. 단편소설을 스물다섯 편만 써보면 되는 소설과 안 되는 소설의 차이를 알아낼 수 있다. - 수 그래프턴- - P130

비행기에서 뛰어내리는 일과 비슷하다. 발을 떼기가 어렵지. 일단 뛰어내리고 나면 중력에 모든 것을 맡기면 된다. - 제이 콘라드 레빈슨 - - P134

시작하는 문장을 갈고 닦으렴. 글은 쓰는 게 아니라 여러 번 다시 쓰는 거야. 그러니까 도입부는 고치고 또 고쳐야 해. 첫 문장을 보면서 이렇게 자문해봐. "내가 독자라면 이런 문장을 보고 계속 읽을 마음이 생길까?" 그리고 기억해. 독자의 마음을 겨눠야 한다는걸! - P140

이 만화에 나오는 장면과 생각이 내게는 위로가 된다. 왜냐하면 수없이 많은 세월을 나느 ㄴ원고를 보냈다가 거절 편지를, 특히 편집자를 대신해 수위가 보냈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일반적인 내용의 거절 편지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얼마나 힘들지 이해가 된다. 스누피야.)
그렇다. 나는 여전히 그런 편지를 받는다. 또한 그런 편지를 보면 여전히 괴롭다. 하지만 몇 십년의 세월을 거치는 동안, 나는 스누피가 배우지 못한 점들을 배웠다. 거절편지는 내가 작품을 보냈고, 누군가는 내 작품을 읽었으며, 내가 운을 시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살아 있는 증거다. 그 편지들 덕택에 나는 내가 글을 쓴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 셀리 로웬코프 - P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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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 2021-03-16 1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스누피 이곳저곳에 있지요ㅋㅋ음악은 뭔지 찾아봐야겠네요. 이 책도 궁금하고 오홋 빨간 만년필도 눈에 들어옵니다. 딸기우유까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사진이예요ㅋㅋ 😊

하이드 2021-03-16 12:39   좋아요 1 | URL
찰리브라운 크리스마스 재즈가 정말 좋아요. 크리스마스마다 꺼내 듣지요.

새파랑 2021-03-16 11: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누피는 책갈피 아닌가요? ^^ 작가지망생 이라는건 첨 알았네요 ㅋ

하이드 2021-03-16 12:39   좋아요 2 | URL
책갈피! 책갈피도 있군요. 저도 처음 알았어요. 작가지망생이라니. 이 책 정말 귀여운 컨셉이에요. 만화 내용은 귀엽기만하지는 않지만요 ㅎㅎ

2021-03-16 12: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16 1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