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You Trap a Tiger (Paperback, International Edition) - 2021 뉴베리 수상작, 『호랑이를 덫에 가두면』원서
Tae Keller / Random House USA Inc / 2020년 1월
평점 :
품절


2021년 뉴베리 상을 받은 작품이다. 저자인 태 켈러는 한국계 미국인이고, 이 책의 주인공 또한 그렇다. 

릴리네 가족은 여름방학에 갑자기 할머니가 계시는 곳으로 가게 된다. 릴리와 릴리의 언니, 그리고, 엄마 셋은 비가 아주 많이 내리는 타운으로 들어선다. 그 때 릴리는 커다란 호랑이를 본다. 릴리만이 볼 수 있는 호랑이이다. 알고보니 할머니는 아프고, 할머니와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한 마지막 방문이었다. 릴리는 집에서, 도서관에서, 길에서, 병원에서 호랑이를 보고, 호랑이와 이야기를 한다. 호랑이는 할머니가 훔쳐간 이야기가 담긴 유리병들을 돌려주면 (이야기를 돌려보면) 할머니가 나아질 수 있다고 한다. 릴리는 언니와 달리, 투명인간이 되는 것이 자신의 슈퍼파워라고 할 정도로 소심하고, 조용한 아이였다. 언니는 그런 릴리를 QAG (Quiet Asian Girl) 스테레오타입이라며 놀린다. 


그런 릴리가 할머니를 구하기 위해 호랑이를 잡으려 하고, 할머니를 구하려고 하면서 자신 안의 호랑이를 끄집어내는 이야기이다. 할머니가 훔쳐온 이야기는 할머니의 과거다. 고국에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이민 와서 힘든 시기를 보낸 그 과거의 아픈 이야기들을 자신 안에 꽁꽁 감춰두고, 그 감춰든 아픈 이야기는 독처럼 사람을 좀먹는다. 아, 홧병에 대한 이야기구나! 이야기의 중요성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아픈 이야기들도 꺼내 놓아야 그 다음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햇님 달님 이야기가 끊임없이 나오는데, 저자의 말을 읽으면, 인간이 되기 위해 동굴에 갇혀 있다 인간이 되기 전에 뛰어나온 호랑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우리나라에는 얼마나 많은지! 


강한 한국의 여자들 이야기를 최근에 많이 읽는다. 왜냐하면, 도망친 호랑이의 반쪽이 봉인되어 있어서. 

더이상 QAG가 아닌 릴리는 용감하게 할머니에게 마지막 이야기를 해준다. 그리고, 그 호랑이의 정체는..! 


할머니와 엄마와 딸의 세대간의 갈등. 반복되는 스테레오 타입들.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하는 것. 이야기를 하고, 이야기를 듣는 것.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이브 읽고 너무 좋아 리뷰 쓰다 다 날리고 영상리뷰 해봅니다.
디스토피아물인데, 그 디스토피아가 너무 가까이 와 있는것 같아서 외려 현실적이었던 소설입니다.2057년, 물에 잠긴 서울이라는 디스토피아적 배경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소중한 것들을 돌이켜보게하는 이야기이며 사랑 이야기이기도 하고,존엄사와 예쁜딸 신화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책표지 포스터 가지고 싶어요!

존엄사와 착한 거짓말에 대한 이야기도 생각거리 많았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웃사이더 1~2 세트 - 전2권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읽은 스티븐 킹의 소설. 좀 시시한데 싶었던 책이 없었던 건 아니지만 (그 남자가 점점 가벼워져서 우주로 날아가는 이야기 같은) 재미 없었던 건 없었다. 이 책은 페이지터너여서 단숨에 다 읽었다. 


마을 토박이이자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이고, 열정적으로 야구, 풋볼 등 유소년 스포츠 리그의 팀 감독도 겸하는 테리, 잔인한, 아주 잔인한 수법으로 살해된 동네 아이의 범인으로 지목된다. 확실한 증거들을 가지고 형사 랠프는 심문조차 없이 마을의 모두가 지켜보는 중요한 대회의 가장 중요한 순간에 수갑을 채워 끌어낸다. 확실한 목격 정보들과 지문 등의 생체정보까지 가지고 있지만, 조금씩 어긋나는 부분들이 있다. 그 사소한 것들을 무시하고, 테리를 체포한 것인데, 테리에게도 확실한 알리바이가 있다. 한 사람이 두 장소에 동시에 있을 수 있다? 이야기는 가파른 경사를 굴러내려가는 눈덩이처럼 순식간에 커져서 파멸로 향한다. 


792페이지의 분량인데, 소소한 사건들과 대화들까지도 크고 작은 카타르시스와 다음 페이지에 대한 궁금중을 유발해서 진짜 미스터리의 신이구나. 감탄하며 읽었다. 


좋았던 부분들은 다음과 같다. 


형사와 검사 모두 선택의 기로에서 조금씩 실수를 한다. 그 실수들이 모여 엄청나게 비극적인 결과들을 가져온다. 성급하고, 분노했지만, 악인은 아니고, 자신의 앞가림과 선거에서의 포인트를 위해 밀어붙였지만, 역시 악인은 아니었던 형사와 검사. 누명을 쓰고 망신을 당하고, 풀려난다고 해도 더 이상 지금처럼 살 수 없는, 평생 살아온 지역에서 사회적 매장을 당하게 된 테리를 생각하면, 형사와 검사가 나쁜놈이긴한데, 그들이 자신들의 엄청난 실수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용기를 끌어모아 맞서고, 원수같은 그들과 협력하게 되는 테리의 부인인 마시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좋았다. 쏟아진 물을 주워담을 수는 없지만, 주워담기 위해, 더 쏟지 않기 위해, 남은 물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이 물을 쏟았다는 것을 잊지 않는 이야기이다. 


그리고... 홀리가 나온다. 빌 호지스 시리즈에서 빌의 파인더스 키퍼를 이어 받은 홀리. 홀리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형사, 변호사, 검사, 사건조사원 등으로 모인 팀에 합류한다. 홀리 너무 반가워서 빌 호지스 시리즈 다시 읽어봐야겠다 싶다. 


이야기의 초자연적인 부분은 멕시코 설화에 기반한다. 이 부분도 좋았다. 괴담이 괴담이 된 그런 '사실' 들이 있기에, 괴담을 지어낸 이야기로만 여길 수 없다. 그렇기에 초자연적인 부분도, 주인공들의 대사처럼, 우주에는 끝이 없고,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되새기며, 아니 그런거 안 되새겨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잘 그리기 금지 - 쉽고 빠르게 그림 실력을 레벨 업 시키는 방법
사이토 나오키 지음, 박수현 옮김 / 잉크잼(잼스푼)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프리랜서로 혹은 일하는 사람으로 살아가며 갖춰야할 마음과 전략을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생한 조언을 글과 일러스트로 그리고 있다. 유튜버로도 활발히 활동중이라고 하니, 글, 그림, 방송 인재로 책에 나오는 희소성 높이기를 몸소 보여주는 셈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인 (양장) 소설Y
천선란 지음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평범한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으로 미스터리를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에 판타지와 SF가 곁들여진 소설이다. 읽으면서, 청소년 소설이라기에는 스토리가 깊고, 메인 캐릭터들이 어른은 아니어서, 한국에서 보기 힘든 YA 소설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YA 시리즈로 나오는 책들이다. 궁금했던 스노볼도 이 시리즈이고. 영미권에는 YA 시장이 큰데, 우리나라에는 딱히 없는 카테고리라 어떤건지 감이 잘 안 잡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 스포일러 포함* 


식물의 말을 듣는 나인, 앞으로 밖에 가지 못하는 나인. 그래서 마지막으로 살아 남은 새싹이 되어 기어코 꽃을 피우고, 강한 힘을 지니고, 타인을 돕고, 살리려는 존재가 되었다. 나인을 키우는 조금 특이한 이모, 지이모라고 부르다가 지모로 줄여서 지모라고 부른다. 지모는 모두가 외면하던 죽은 땅을 사서 화원을 만들어 죽지 않는 식물들을 키워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른척, 양심에 눈 감을 때, 지모는 절대 눈 감지 않는다. 외곽 도로에 쓰레기 몰래 버리고 가는 사람들을 신고하고, 특수 학교 설립에 찬성한다. 사람들이 욕을 하고, 험담의 대상이 되어도 지모는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그 사람들에게는 말해도 소용 없으니 대응하기보다 묵묵히 싸워 가는 쪽을 택한다. 


" 모두가 동의해야 하는 안건에 굽히지 않고 표를 던져 매해 안건이 다시 올라오게 만드는 식으로. 그렇게 해야 결국 이긴다. 소수가 다수를 이기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지겹고, 지긋지긋하고, 진절머리 나게 구는 것이라고. 그게 지모가 살아오며 깨달은 중요한 이치 중 하나였다. " 


나인에게는 현재와 미래라는 이름의 친구가 있다. 숨기는 것 없이 서로에 대해 모든 걸 알던 그들에게, 나인에게도 현재와 미래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생긴다. 그들은 각각 말하기를 망설이지만, 말하기를 망설이는 비밀이 있다는 것까지 알고, 상대방이 안다는 것도 알고, 기다리고 있고, 말할 용기를 끌어내고 타이밍을 재고 있다.


외계인을 만났다고 말하며, 외계인을 찾아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박원우라는 선배가 실종된지 2년, 그 아버지는 전단지를 들고 다니며, 아무도 보지 않는 곳까지 전단지를 붙이고 다닌다. 나인은 이곳에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안 본다고 이야기해주고, 화원에서 손님들에게 나눠주겠다고, 괜찮다면, 식물 포장에도 써서 사람들이 더 많이 볼 수 있게 해주겠다고 한다. 


나인이 자신의 비밀을 친구들에게는 차마 말하지 못하고, 자신의 동족이자 자신에게 종족의 비밀을 알려준 승택에게 이야기하자, 승택은 "네가 관여하지 않아도 언젠가 다 저절로 밝혀지게 되어 있어." 말하며, 그냥 넘어가자고 한다. 나인은 그럴 수 없다. 


"내가 내 정체도 모르고 사는 바보 천치라는 거 알았어도 그냥 어련히 언젠가 알게 되겠지. 하고 모르는 체할 수 있었어.근데 너도 안 그랬잖아. 너도 굳이 나한테 찾아와서 내가 외계인이라는 말도 안 되는 얘기를 했잖아. 우리가 멸종할지도 모른다고 하면서, 어떻게 그것만 멸종일 수 있니?" 


"저 선배는 세상에 딱 저 선배 하난데 사라졌잖아." 


선배를 위해서, 선배 아버지를 위해서, 사람 한 명이 지구에서 멸종했는데, 어떻게 모르는 척 하냐고 외친다. 


이 소설에서 악당은 누굴까. 

박원우의 친구 권도현. 권도현이 사귄 나쁜 친구 김준호, 권도현을 학교에서 무소불위로 만든 구에서 가장 큰 교회의 목사이자 대대로 학교 이사진에 속해 있는 아버지, 학원입시계의 거물이자 학원 원장인 어머니. 비리 경찰. 


나인과 친구들은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안 된다면, 뼈라도 아버지에게 돌려보내기 위해 각자 할 일을 의논하고, 해낸다. 


식물 외계인이라서 식물에 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식물에 관한 이야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편해진다. 가장 약한 존재인 것 같고, 가장 강한 존재인 것 같다. 

   

잘 쓰여진 소설을 읽고, 좋은 주인공들을 만났다. 작가의 말을 읽어보니, 이런 생각, 이런 이야기, 한 번쯤 하는 것들로 이렇게 멋진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았구나. 


+++++


" 뒤틀린 어른이 뒤틀린 아이를 만들고, 그 아이가 자라 뒤틀린 어른이 되어 다시 뒤틀린 아이를 만드는 세상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그렇게 온전한 어른이 사라진 세상이 되기 전에, 상처와 슬픔이 무기가 되어 또 다른 출혈을 일으키는 세상으로 향하지 않도록, 그런 마음으로 썼다. 


타인을 이해하지 못할 때, 타인에게 이해받지 못할 때 우리가 종족이 다른 외계인이라고 생각하면 언제나 마음이 편한해졌다. 그래서 나는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는 누군가를 보면 외계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신호등 초록불이 삼 초 정도 남았는데 뛰지 않고 걸음을 멈추는 사람을 볼 때도, 길가게 핀 꽃을 찍기 위에 기꺼이 땅에 누워 버리는 사람을 볼 때도, 아이와 강아지에게 친절한 사람을 볼 대도. 너무도 당연했던 선의를 잃은 인간들 속에서 그 원초적인 힘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을 마주칠 때마다 외계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팔 년 전 한적한 공원 벤치에 앉아 목 놓아 울다 문득 나무와 들풀이 듣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이 나무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울음을 들었을까 고민도 했다. 이 이야기는 아마도 그날로부터 시작되었을 것이다." 


- 작가의 말 - 

내가 너희 집에 찾아갈 때마다 문틈으로 지켜보고 있는 네 눈을 봤거든. 너는 꼭 문에 결계라도 쳐 있는 것처럼 나오지를 않더라고. 나올 수 있는데도 단 ㅎ나 번도 그러지를 않았어. 네가 정말 네 아버지를 사랑한다면 너는 네 아버지가 만든 결계를 언제든 깰 수 있는 아이가 되었어야 해. 그러면 아버지가 만든 결계를 하나씩 깨며 세상 밖으로 나아갔겠지. 너는 아버지가 무서웠던 거야. 말 잘 듣는 착한 아이는 더 크게 자랄 수 없거든." - P338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 흙을 뚫고 올라와 전부 견디며 버티는 거잖아. 저렇게 강한 생명이 어디 있어. 나는 말이야. 사람보다 저 조용히 자라는 식물들이 더 강하다고 생각해."
"할머니."
"응?"
"쟤네도 할머니가 좋은가 봐요." 시끄럽게 떠든다. 할머니가 말을 할 때마다 맞장구를 치듯이.
"식물도 주인을 좋아해요."
할머니가 나인을 뚫어지게 바라보다 살포시 웃음을 터뜨렸다. - P381

나인은 아이들과 만나기로 한 선연산 초입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할머니가 했던 말을 곱씹었다. 버티고 사는 건 전부 강한 것이다. 권 목사가 제아무리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한다고 해도 끝까지 버티면 이길 수 있으리라. - P382

이 꽃이 처음 싹을 틔웠을 때는 이 세상이 지구였는지도 몰랐을 거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채 일단 있는 힘껏 세상 밖으로 나와 봤겠지. 물을 머금지 못하는 흙과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는 시선과 앞으로 겪어야 할 많은 시련이 있다는 걸 알았더라면 다른 씨앗들처럼 일찍이 삶을 포기했을텐데. 땅에 있을 때부터 나인은 앞으로 달려 나가는 것밖에 하지 못해 기어코 세상에 나왔다. 그렇지만 나인은 후회하지 않는다. 이 행성이 자신의 행성이 아니라는 걸 알아도 외롭지 않다. 후회한다고 해서 다시 땅속으로 기어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니. - P4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