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생각 없이 아름다운 사진집을 주말 아침에 펼쳤다가 감동 받는다.
이미 알고 있던 것에 이야기들이 얹어질 때 그것이 얼마나 더 특별해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렇게 특별해진 것은 더 소중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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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 건강하게 살다 가장 편안하게 죽는 법
우에노 지즈코 지음, 이주희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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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에노 지즈코의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을 꾸준히 추천해오고 있었다. 싱글 노년 시리즈 3권을 마무리하고도 죽을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는 책을 쓴 우에노 지즈코 선생님. 


<누구나 혼자인 시대의 죽음> 의 주제가 '집에서 혼자 죽기를 권하다' 였고, 내용이 겹치는거 아닌가 싶었으나 아주 유익하게 잘 읽었다. 


저자는 삶으로, 공부로, 글로 혼자 사는 것이 혼자 살다 죽는 것이 왜 좋은지. 왜 괜찮은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회적, 문화적으로 일본이 우리나라보다 20년 앞서간다고 하고, 그건 지금까지 꽤 잘 맞았고, 이제는 어떤 면에서 우리나라가 더 앞서가는 것도 있다. 매년 세계 기록을 깨는 최저 출생률 같은 것 말이다. 고령화 사회, 초고령화 사회를 미리 맞이한 일본의 사례를 보면서 우리 사회의 미래도 짐작해보게 된다. 초고령화 사회 다음은 뭔지 아는가? 다사 사회다. 사람이 많이 죽는 사회. 대량 죽음의 사회. 우리는 초고령 사회에 이어 다사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나 개인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이기도 하다. 


65세 넘으면 전기 고령자, 75세 넘으면 후기 고령자로 들어간다. 90세를 넘길 확률은 남성은 4명 중 1명 이상, 여성은 2명 중 1명 이상이라고 한다. 100세를 넘긴 장수 노인은 일본에만 약 8만 명에 이른다. 고령자가 되면, 건강했던 사람이라도 '비틀비틀->비실비실->쓰러짐' , 즉 간병의 시기가 온다. 누구에게나 오는 그 시기를 건강할 때 준비해야 한다. 


1인가구와 2인가구, 3인, 4인 가구를 조사해보았을 때 2인 가구의 만족도는 최저라고 한다. 2인 가구는 남녀 양쪽 모두 싱글보다 만족도가 낮을 뿐만 아니라 여성의 만족도가 남성보다 더 낮다. 책에 인용된 쓰지가와 씨의 말을 빌리면 '2인 가구는 아내의 단독 패배' 라고 한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이 지적에 대한 부가 설명은 필요 없다. 남녀건 여여건 남남이건 '2인 가구 노후의 이상적인 모습은 혼자 사는 사람 2명을 한 지붕 아래에서 살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건 노후가 아니라 어느 연령대의 어느 성별에게라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늘 생각했다. 


만족도와 '고민도' 를 함께 조사한 것이 인상깊었다. 1인가구가 만족도도 높지만, 고민도가 현저히 낮다. 

가지 많은 나무가 바람 잘 날도 많아서일 것이다. 하다못해 자녀가 가까이 사느냐 멀리 사느냐에 따라 멀리 살면 고민도가 더 떨어지기도 한다. 눈에 안 보이면 마음도 멀어져서? 


EBS 에서 혼자 사는 5-60대 여자 3명의 한 달살이 다큐를 본 적 있다. '외로움은 대부분 일시적인 감정'으로 '일정 시기가 지나면 익숙해진다.' 따라서 싱글이 된 지 얼마 안 된 초보 싱글은 외로움을 느끼지만 '처음부터 혼자라면 외로워하지 않는다.' 라는 글을 읽으며 남편이 죽고 자식들이 나가고 혼자가 되어 외로워하며 우는 여자의 인터뷰가 떠올랐다. 그렇게 늘 같이 이다 혼자가 되어 외로워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나는 애초에 외동으로 자라서 전혀 외롭지도, 불안하지도 않아요. 다른 사람들이 외롭다고 하면 잘 이해가 안 됐어요. 왜 외롭다고 하는지 모르겠어요." (70대 여성) 


가장 외로운 사람은 마음이 통하지 않는 가족과 함께 사는 고령자라는 말에 공감. 고령자가 아니라도. 책 읽으며 시간을 많이 보내는 나는 함께 하는 사람을 외롭게 할거라는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러니, 나는 혼자 책읽으며 살거나 혼자 책 읽는 사람 둘이 살거나여야 하나 생각했다. 


"가족이 많고 몸 상태도 좋아서 외로움과 불안 모두 전혀 없어요. 하지만 만족도는 아무리 높아도 60점 정도예요. 가족과 함께 살면 아무래도 나를 억누르고 가족을 먼저 생각해야 하니까요. 당연히 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낮아질 수밖에요." (60대 여성) 


가족과 함께 살 때 자신을 억누르는 사람이 가족 중에 누구인가. 


저자는 고독사라는 말이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재택사라는 말을 만들어냈다. "재택사로 변화하는 흐름은 절대 과거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재택'이라고 해도 그곳에는 이미 가족이 없거나 있어도 간병을 기대할 수 없다." 


죽음에는 의사가 필요하지 않다. 간호사만 있어도, 아니, 요즘은 간병인만 있어도 죽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일본의 경우 간병보험과 간병에 민간과 공기관의 실험과 투자가 있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나라의 상황은 어떤지 모르겠다. 간호 비용 또한 병원> 시설 > 재택이라고 하니 과도기만 지난다면, 재택사가 장려되고 재택사를 자진해서 선택하는 경우가 자연스레 늘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몇 가지 싱글에 대한 편견을 부셨는데, 그 중 하나가 임종시 참관이다. 


"고령자의 죽음은 서서히 진행된다. 간병인은 평소 노인의 일상을 지켜보기 때문에 그때가 슬슬 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떨어져 있는 가족에게 상복을 준비해오라고 말해줄 수도 있다. 그러니 혼자서 죽고 싶지 않고 누군가가 지켜볼 때 죽고 싶다면 그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나처럼 평소에는 혼자 지내던 사람이 임종 때만 친족에게 둘러싸인다고 생각하면 너무 부자연스럽다. 가능하면 조용히 가게 해주면 좋겠다." (79)


그러네. 고독사건 재택사건 죽으면 끝이지 상관없다는 사람도 있지만, 사회 통념은 아무도 없이 혼자 외로이 죽는 불쌍한 노인. 이라는 거였는데, 혼자 잘 살다 죽는 사람이 굳이 죽는 순간에 사람들로 둘러 싸이기를 원할지 않을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죽을 때는 혼자 조용히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별 인사와 감사는 여력이 될 때 해두기.평소에 하며 살기. 


고독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고독사에 대한 유품정리인의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묘사가 담긴 책을 읽고 마음 한편으로 안심했다고 한다. 


"왜냐하면 고독사하는 사람들은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았고 주로 50대 후반에서 60대였기 때문이다. 그 정도는 고령자라고 할 수도 없다. 즉, 중장년 남성의 문제이지 고령자 여성의 문제는 아니다. 


고독사한 사람들은 살아 있을 때부터 이미 고립된 인생을 살았다. 고립된 인생이 고독사라는 결과로 이어졌다. 살아 있는 동안 고립되지 않는다면 고독사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84) 


고립 말고 자립할 것. 


이 책은 치매에 대해서도 한 장을 할애하고 있다. 노후와 간병, 죽음에 대한 눈을 넓혀줬다. 나는 치매에 걸리면 죽어야지 생각하고 있었고, 안락사든 존엄사든 열려 있는 입장이었다. 당연히 그렇게 간단한 이야기는 아니다. 생각이 완전히 바뀌지는 않았지만, 치매에 걸려도 혼자 살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 내가 치매 걸리는 상황에 대해 확고한 의견을 가지고 있는 나조차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는 이야기다. 

팔팔하게 살다가 어느 날 덜컥 죽는 것은 바랄 일이 아니다. 사람은 천천히 내리막길을 걸어갈 뿐이다. 주변의 많은 노인들을 보면서 나는 그것을 깨달았다. 조만간 움직이지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할 것이다. 그러다가 어느 날 호흡이 멈춘다. 이를 임종이라고 부른다. 혼자 사는 내가 이대로 내리막길을 걸어가다가 어느 날 홀로 집에서 죽을 수는 없을까? 그동안 혼자 살아왔는데 임종이라고 해서 거의 만나지 않던 일가친척이 전부 모이는 것도 이상하다. 혼자 조용히 죽고, 어느 날 그 사실을 발견해도 ‘고독사‘라 부르지는 않았으면 한다. 이게 이 책을 쓴 동기다. - P210

고작 10년 만에 노후의 상식이 180도 바뀌었다. ‘자녀와 함께 사는 것이 행복하다‘에서 ‘함께 살지 않는 것이 현명하다‘로 바뀌었다. ‘혼자 사는 것은 불쌍하다‘에서 ‘혼자 사는 것은 편하다‘ 로 바뀌었다. - P211

"우에노 씨, 앞으로 간병 보험은 어떻게 되나요? 간병 업계는 노동 붕괴가 진행되겠죠?"
나는 이런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때마다 이렇게 답한다.
"어떻게 될지가 아니라 당신이 어떻게 하고 싶은지를 생각해주세요."

간병 보험은 우리 유권자가 만든다. 우리 유권자가 간병 보험을 좋게도, 나쁘게도 만들 수 있다. 늙는 것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사망률은 100%이다. 5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린다고 한다. 간병 없이 살겠다며 열심히 운동하고, 치매를 예방한다고 두뇌 체조에 매달리기보다는 간병이 필요해져도 안심할 수 있는 사회, 안심하고 치매에 걸릴 수 있는 사회, 장애가 있어도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해야 할 일이 아직 너무나 많다.

당신도 함께 싸워준다면 기쁘겠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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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본스
애나 번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창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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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나 번스라는 장르를 만들어야 한다. 별 다섯개 중 여섯개. 어느 해 1월 첫 날 '밀크맨'을 읽고, 정말 너무 좋아서, 올해의 책이다. 냅다 질렀던 기억이 있다. '밀크맨'이 만들어지기 전 애나 번스의 데뷔작 '노 본스' 를 읽었다. '밀크맨'을 좋아했던 많은 독자들의 평은 엇갈린다. 매 챕터 읽으면서 이게 뭐야? 뭐라고? 맙소사! 정말?! 의 연속이다. 끝도 없이,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때까지. 구병모 작가는 이 책이 "살과 피와 뼈를 지닌 언어가 멱살을 잡고 흔든다." 고 평했다. 전혀 과장이 아니다.  


60년대에서 90년대까지 벨파스트 협정이 이루어지기까지 아일랜드에서 북아일랜드 지역 분쟁시기를 '트러블 The Troubles' 라고 부른다. 이 시기 그 중심지역에서 태어나 자란 가족과 마을의 이야기이다. 


그리 먼 과거가 아니다. 폭력의 광기에 점령당한 마을에서 여자아이가 시체더미를 넘어 살아남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이성이라는 것, 문화와 민주주의, '국가' 라는 것이 얼마나 무너지기 쉬운지 읽는 내내 섬뜩하다. 짐승같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숨죽이고 살아남기에 급급한데, 한편으로는 또 안전감이 무너져서 그런 환경에서도, 아니, 그런 환경이라서일까, 먹고, 마시고, 논다. 살아남는 법, 싸우는 법, 도망가는 법, 무시하는 법들을 몸과 마음으로 체득하며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고, 내일은 없는 것처럼 들이받는 사람들이 있고, 어떻게 살든 죽는 사람들이 있다. 


엄청난 텐션을 유지하며 끝까지 읽는데, 마지막이 어이없게 안심된다. 밀크맨도 그랬던듯. 이 이야기가 이렇게 끝난다고? 안심되고, 좀 귀엽기까지 하게. 그게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다. 


책 덮자마자 얼른 밀크맨 다시 읽어야지 찾아두었다. 그리고 또 노 본스 다시 읽어야지. 


이 책을 읽는 중에 '감옥으로부터의 소영'을 읽었다. 더 트러블과 비슷한 시기 한국에서 씨받이의 딸로 태어나 노동운동했던 '소영'의 이야기이다. 안기부에 끌려가 고문 당하고, 감옥에 들어가고. 이렇게 가까운 곳에 '폭력'과 '무질서'와 '부조리'가 있다. 불평할 수 있는 일상이 언제라도 와르르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애나 번스는 1962년 북아일랜드 벨파스트에서 태어났다. 그녀가 보고 겪은 것들을 '노 본스'와 '밀크맨'으로 녹여냈다. 주요 배경인 아도인은 저자가 실제 자고 나란 동네이다. 부커상 수상 당시 소감에서 "나는 폭력과 불신, 피해망상이 만연하고 사람들은 가능한 최대로 스스로 알아서 생존해야 하는 곳에서 성장했다." 고 말했다. 각자도생이라는 말이 점점 더 무겁게 느껴지는 요즘이지만, 책은 어둡고 무겁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니, 밝은 부분을 찾기는 힘들고, 블랙 유머라는 평에 어디가 웃긴가 싶긴 하지만, 현실감이 없을 정도의 폭력을 묘사하는 작가의 글이, 작가의 힘이 이 이야기가 밑으로 가라앉지 않게 위로 띄우는 것이 아닌가 싶다.   


멀지 않은 과거와, 현실과, 앞으로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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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fu*k Yourself: A Motivational Self-Help Book (Hardcover) - 『시작의 기술』원서
Gary John Bishop / HarperOne / 201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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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일 좋아하는 코칭 책이다. 번역본과 오디오북까지 합하면 서너번 읽은듯. 읽어야할 책들이 천만권인데, 서너번 읽었으면 진짜 좋아하는 책인거지. 이번에 또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좋은 코칭 책, 좋은 자기계발서란 뭘까? 좋은 방향으로 적당한 압력으로 밀어주는 책이 나에게 맞는 좋은 자기계발서인것 같다. 개리 비숍의 오디오도 좋아하는데 (아니, 그런 소리는 집어치우고. 당장 하라고! 기막혀 하는 그 스코틀랜드 억양) 


이 책에 나오는 일곱가지 확언assertion 은 내가 몇 년째 모닝페이지에 적고 있는 확언이다. 오랜만에 책 다시 읽으며, 확언들을 다시 확인했다. 내가 생각하는 뜻과 좀 다른 맥락인 것도 있어서 다시 조정. 일곱가지 확언은 다음과 같다. 


I am willing. 나는 할 의지가 있다. 

I am relentless. 나는 부단하다. 

I embrace the uncertainty. 나는 불확실성을 받아들인다. 

I am not my thought; I am what I do. 나는 내 생각이 아니다. 나는 내가 하는 행동이다. 

I expect nothing and accept everything. 나는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I am wired to win. 나는 내가 생각한대로 한다. 

I got this. 내가 할거야.  


이번에 조정한 것이 I am wired to win. 이게 '나는 이기게 되어 있어' 라는 뜻이지만, 내용 읽어보면, 내가 생각한대로 되게 되어 있다는 의미. 밤에 야식을 먹지 않는다. 라고 다짐하고, 매일 야식을 먹으면, 야식을 먹고자 하는 니 마음이 이긴다는 뜻. 즉 지금의 마음에 들지 않는 내 모습도 내가 생각한대로, 원하는대로의 나라는 거. 


코로나 터졌을 때, I embrace the uncertainty가 도움이 되었다. 일이 확 줄고, 계속할 수 있을지 앞이 보이지 않아도, 인생에 확실한 건 인생이 불확실하다는 것뿐이고, 나는 그것을 받아들인다. 라고 매일 아침 몇 년을 썼더니, 나는 어떤 불확실성에도 덜 흔들리는 사람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확언의 중요성과 그것을 받아들이는건 사람마다 다르지만, 나는 위의 확언들을 믿었고, 각각 속도와 정도는 달라도, 내가 원하는 모습대로 만들어지고 있는 중이라고 믿는다.


시작 부분도 좋아한다. 


Have you ever felt like a hamster on a wheel, furiously churning your way through life but somehow going nowhere?

당신이 쳇바퀴 도는 햄스터같다고 느낀 적이 있는지? 평생 분노하며 일 쳐내고 있지만, 어디로도 도달하지 못하는. 


현실의 한계를 그어주고, 모든 것은 니가 결정한 니 선택이다. 나쁜 습관을 빨리 버리고, 그래야, 그 자리를 좋은 습관으로 채울 수 있다. 는 이야기. 매일 야식하는 니가 쓰레기같이 느껴진다면, 왜 그걸 계속해? 라고 귀에서 게리 비숍이 기막혀 하는 소리가 자동재생된다. why are you still doing it?? 


중요한건 언제나 지금 바로 하는 것이다. 


책의 제목은 unfu*k yourself 부제는 Get out of your head and into your life 

생각만 하지 말고, 삶으로 뛰어들어. 


나는 제법 생각나는 것 바로 하는 사람이 되었고, 바로 못하는 것이 내 탓이라는 것까지 인지하게 되었다. 

근데, 시작한 것을 이어가는건 ... 그건 좀.. 인 사람이지만, 아직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씩 나아지다보면 꾸준한 것도 조금씩 되겠지. 


*번역본으로는 '시작의 기술' 로 나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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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밤
최은영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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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지만, 밝은 밤. 

어두운 밤에도 밝은 밤에도. 

지지 않고. 함께. 


백정의 딸인 증조할머니는 궁금한 것이 많은 사람이었다. 따돌림을 당하고, 경멸에 찬 시선을 받으면서도 꿋꿋이 역사에 나가서 옥수수를 팔았다. 일본군이 여자아이들을 데려가는 것을 보고, 아픈 어미를 두고, 개성에 가자는 증조부의 손을 잡는다. 어미를 돌봐주겠다는 새비 아저씨에게 평생 잘할 것을 다짐한다. 


지연은 바람난 남편과 이혼하고, 희령의 연구소로 전근한다. 어설픈 가족도 가족이라고, 혼자의 삶을 상상하지 못했던 그는 몸도 마음도 닳을대로 닳아 생각을 끄고 움직인다. 희령은 어릴적 자신을 좋아하는 할머니와의 기억이 남아 있는 곳이다. 그 이후 엄마는 할머니와 절연해서 어릴적 기억이 할머니와의 유일한 기억이다. 바람난 주제에 뻔뻔한 남편을 엄마는 가여이 여긴다. 


너는 걱정 안되는데, 사위 불쌍해서 어쩌니. 자살이라도 하면 니가 책임질거야? 마음에 못을 박는다. 

사람들은 남자에 쉽게 공감한다. 딸의 부당함일지라도, 사위에게 이입한다. 


고조할머니, 증조할머니, 할머니, 엄마, 지연에 이르기까지, 이기적이고, 아내를, 딸을 자신의 소유물로, 노비로 취급하는 남편과 아버지만 있다. 각기 다른 세대인데, 어찌나 비슷한지, 아버지에게 "그냥 가서 죽으세요" 라고 했던 여자가 누구였더라. 할머니였던가. 좋은 남자가 있는데, 새비 아재라고. 아내에게, 딸에게 그렇게 할 수 있는 남자가 있다는 걸 알면서 아비에게 도망쳐 아비 같은 남편에게 가서 자신을 죽인다. 마지막 순간에 짓밟히지 않고 뛰쳐 나간다. 엄마는 멕시코 여행을 다녀오고, 지연은 이혼을 한다. 


갑갑한 엄마 이야기를 보면서 차단이다. 차단이야. 혀를 끌끌 차다가 할머니가 등장하며 마음이 녹는다. 서로가 어색하고, 서로에게 거리감을 느끼지만, 할머니와 증조할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씩 끈끈해진다. 새비 아주머니가 증조 할머니에게 보낸 편지를 읽으면서, 증조할머니와 새비 아주머니가 서로를 살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정말 좋았다. 그 여자들이 함께 하지 못하고, 이기적인 남자들에게 자신을 의탁하여, 자신을 죽이고, 죽도록 일하며, 대우 받지 못했다는 것이 읽는 내내 화가 났다. 세대를 건너 계속 반복되는데, 그게 흐려지고 있긴 한건지, 모양만 바꾸는건지 모르겠다. 


밝은 밤이라는 거. 뭘까. 밤이 지나면, 아침이 온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밤이지만, 밝게 만들어주는 존재를 말하는 것일까? 

지연의 할머니가 잘 살고 있어서 좋았다. 희자가 박사가 되어 다큐멘타리에 나올 정도로 잘 살고 있는 것도 좋았지만, 영옥이 지금 잘 살고 있는 것도 좋았다. 

 

나는 희령을 여름 냄새로 기억한다. 사찰에서 나던 향 냄새, 계곡의 이끼 냄새와 물 냄새, 숲 냄새, 항구를 걸어가며 맡았던 바다 냄새, 비가 내리던 날 공기 중에 퍼지던 냄새와 시장 골목에서 나던 과일이 썩어가는 냄새, 소나기가 지나간 뒤 한의원에서 약을 달이던 냄새…. 내게 희령은 언제나 여름으로 기억되는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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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7-18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