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까지 220여권의 책을 읽었고, 좋았던 책들을 골라보았다.
나에게 좋았고, 나를 크게 변화시켰던 책들이 들어있다.
1. 레이첼 카슨 바다 3부작
'진리의 발견'도 올해의 책이지만, 포포바의 책 읽고 읽게 된 레이첼 카슨의 바다 3부작이 정말 좋았다.
레이첼 카슨의 책은 세대의 지성을 한 단계 올리는 그런 책으로 일컬어지고, 이 책을 읽으면,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바다와 작은 생물들, 새와 동물들, 물고기, 바람, 파도, 땅, 지구, 등등 지금까지 보여도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숨 참고 읽게 되는, 압도당하는, 이란 꾸밈말이 꾸밈말이 아닌 책들이었다.
2. 마리아 포포바 '진리의 발견'
여성 과학자들, 천재들, 노력가들의 재능과 사랑과 열정을 대단한 솜씨로 엮어냈다. 첫 장부터 압도적인데, 마지막 장까지 그 느낌이 계속 간다. 마음이 웅장해지는 책. 과학과 시와 지구와 사랑은 떨어질 수 없는 것 같다. 각각의 분야들이 서로를 범접하지 못하는 것처럼 문과와 이과, 그 안에 또 다양한 과목으로 나누어 놨지만, 그 모든 것들이 통합된 진리를 생각해보게 된다.
3. 엘리너 와크텔 '오리지널 마인드'
엘리너 와크텔의 인터뷰집을 끝도 없이 영원히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동시대의 천재들에게 던지는 질문과 답변들. 아는 이야기들과 모르는 이야기들이 섞여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도 다시 보게 되는 훌륭한 인터뷰집이었다.
4. 주디스 허먼 '트라우마'
이 책을 정말 오래 가지고 있었는데, 이제야 읽었다. 이 책이 올해의 책이 되어도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문장도 그 문장이 담고 있는 것도 이 연구를 시작하게 된 계기도 그리고, 이 책의 원제인 '트라우마와 회복' 에서의 '회복'을 이야기하는 것도 좋았다.
전반부는 트라우마, 후반부는 회복에 관한 이야기인데, 심리학과 여성에 대해서 깊이 다루고 있고, 이건 '여성'의 이야기가 꼭 필요했다는 것을 책을 보며 느꼈다.
트라우마 이야기가 나오는 전반부를 읽기가 괴로운데, 후반부의 '회복' 을 읽으며 함께 회복되어가는 것 같았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이 굉장히 진탕되는, 내용도 꽉 차고, 글도 좋아서 모든 문장을 꼭꼭 씹어 읽었고, 두고두고 읽을 것 같다.
5. 요슈타인 가아더 '소피의 세계'
이 책을 이십여년만에 읽었다!! 올해에 철학책들을 읽기 시작했고, 정말 안 읽히는 책들도 있었고, 꾸역꾸역 읽은 책들도 있었는데, 이 책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고, 마지막의 반전까지 기가막히게 잘 써진 철학소설이다. 고등학교 철학교사가 쓴 책이라는데, 고대부터의 철학 역사와 인물들을 훑으면서 재미도 놓치지 않음. 정말 대단하다!
6. 제현주 '내리막 세상에서 일하는 노마드를 위한 안내서'
제현주의 책을 좋아하는데, 이 책은 특히 지금 내 상황과 맞물려 도움을 많이 받았다. 리차드 세넷을 알게 된 책이기도 하다. 일, 진로, 커리어에 관한 고민은 끝나지 않는다. 이런 일하는 삶도 있다는 것을 생각해보고, 용기 얻었고, 일의 철학에 대한 끝이 없는 고민도 즐길 수 있게 되었다.
7. 린다 그래튼, 앤드류 스콧 '100세 인생'
100세 인생과 관련한 책들을 꽤 읽었고, 이 책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유형자산과 무형자산, 세대에 따른 인생여정을 시뮬레이션 하는 책이다.
8. 박혜윤 <숲속의 자본주의자> , 김선우 <40세에 은퇴하다>
숲속의 자본주의자 먼저 읽고 40세에 은퇴하다 읽으면 더 재미있다. 소로를 추종하는 저자의 생활 도전, 하지만 여전히 '자본주의'에 한 발 걸치지 않을 수 없는 저자의 이야기가 와닿았다. 남편이 썼고, 먼저 나온 '40세에 은퇴하다'는 좀 더 일반적인 은퇴 이야기인데, 부부가 같은 이야기를 다르게 하고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그리고, 커피 끊는 이야기는 남편이 더 실감나게 썼고, 도파민 중독 끊기 위한 시도하려는 참에 이 책 읽었고 커피 끊는 것 처음으로 도전해보기도 했다. (일주일 성공)
여튼 이 책 읽고나니 소로도 다시 읽고 싶고, 저자가 인용한 소로의 글들 중 생각나는건 '남의 말을 듣지 마라' 는 것. 자기 생각을 하기. 남들이 하는 말을 앵무새처럼 내 생각인냥 따라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하기.
9. 존 윌리엄스 '스토너'
이 책을 올 해 몇 달 상간으로 두 번이나 일게 되었는데, 처음 읽을 때와 두번째 읽을 때 다른 느낌이다. 처음에는 스토너 자기 하고 싶은거 하고 잘 살다 죽었네. 싶었고, 나머지 인물들에 대해서는 아 진짜 왜 저래. 였는데, 두번째는 스토너 외의 다른 인물들의 삶과 입장에 더 몰입하고 상상하며 읽었다.
10. 트레시 맥밀런 코텀의 '시크'
11. 지아 톨렌티노의 '트릭 미러' 를 같이 읽으면 좋다.
에세이 너무 잘 써서 부러워.
여성주의 고전들과 소설들 많이 읽었는데, 현대에 제일 잘 나가는 여성주의 작가들이다.
12. 조애나 러스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
조애나 러스 책들을 좀 날잡고 읽고 싶은데, '여자들이 글 못 쓰게 만드는 방법' 이 정말 좋았다. 읽다보면 코웃음이 팡팡 나오는데, 현재진행형의 이야기라서 웃기고 안 웃김.
13. 알렉산드라 해리스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
산드라 길버트의 '다락방의 미친 여자' 내년에 나온대요. 같이 읽었는데, 3분의 1 정도 남았고, 내년의 책 되겠지. 이 두 책과 버지니아 울프의 책들을 읽었던 한 해였다. 버지니아 울프 책이 어려운 것으로 유명한데, '버지니아 울프라는 이름으로'는 굉장히 쉽고 흥미롭고 재미있는 에센스만 쭉쭉 뽑아둬서 읽기 좋았다. 울프의 책으로는 '등대로', '자기만의 방', '3기니', '울프 일기' 정도 읽은 것 같다.
다락방의 미친 여자 내년에 읽고, 그 후속작 올해 나온 것까지 읽을 때, 제인 오스틴의 모든 책들과 브론테 자매 책들 그 외에 이 책에서 다루는 많은 여성작가 책들을 다시 읽어봐야 한다. 그러고보니, 찰스 디킨스가 다락방에 갇힌 여자 소설을 쓰려고 했던 것이 2014년에 발견되었다는 글을 봤다.
14. 홍은전 '그냥, 사람'
이해하지 못하지만, 알아야 할 것 같은 그런 마음이 드는 책들이 있다. 사회의 소수자들, 약자들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괴로워지기도 하는데, 그럴수록 더 읽어야 하는 책. 추천 많이 받고 읽었고, 마지막장 덮을 때의 복잡한 기분은 내 안에 남아서 관련 이슈들 볼 때면 올라와서 나를 덜 바보로 만들어줄 것이다.
15.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
올해 신화 모티브의 책들도 몇 권인가 읽게 되었는데, 이 단편집의 한 작품 빼고 다 좋았다. 신화에 꽂혀서 동양 신화 책들도 읽기 시작했다.
16. 남유하, 다이웰 주식회사
남유하 작가를 알게 된 책..인데, 남유하 작가 책이 별로 없음. 이번에 양꼬치 책도 나왔고, 어린이 청소년 책들도 다 찾아봤다. 내가 좋아하는 노년, 죽음, 좀비 소재 다 나옴. 엄마와의 갈등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위의 단편집 '일곱 번째 달, 일곱 번째 밤'에도 남유하 작가 작품 있다.
17. 주부의 벗사 '부모님의 집 정리'
그 어떤 정리책보다 정리의 의지를 불태우게 해 준 책이다. 주부의 벗사에서 만든 책이니 어느 정도 믿음을 가지고 읽게 되었는데, 읽는 내내 섬뜩했다. 조금이라도 기운 있을 때 짐정리 하고 살아야 한다! 노년에 거동 힘들어지면, 요양원 같은 곳 들어가겠지. 생각했는데, 거동 힘들어지기 전 단계에 다 정리하고 편하게 살아야 하는 단계가 있다는 것을 내 계획에도 포함시켰다.
나는 부모님 집정리 안 할거고, 정리하라고 기회 될때마다 말하지만, 나의 노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책이었다.
18. Shaun Tan, Tales from the inner city
그림도 글도 굉장했다. 스산하면서도 마음에 깊이 남는 글들과 그림들이었다. 숀 탠 책 중에서 내 어린시절 악몽그림도 많은데, 사람의 심리를 정말 아슬아슬하게 건드는 작품을 쓰는 작가이지 않나 싶다. 오랜 반려 강아지 토끼를 잃은 친구에게 선물하기도 했다. 올해 유일한 책선물.
19. 칼 세이건 '코스모스'
레이첼 카슨의 바다로 시작해서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로 끝나다니 완벽하다.
올 해 평소 읽지 않던 책들을 읽으면서 코스모스의 이야기가 계속 나왔다. 코스모스의 이야기에도 다른 분야의 책들 이야기가 계속 나왔고. 카슨 책도 코스모스도 지구과학 시간에 안 졸았어야 더 재미있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러지 못했다. 지구과학 책들 더 읽어야 해. 두고두고 읽고 또 읽을 책.
20. 세계 역사 이야기, Story of the World
이 책을 사람들과 석 달 동안 고대 1,2권, 중세 1권까지 읽었다. 내년 5개월동안 중세 2권부터 현대 2권까지 읽을 예정이다. 4챕터 남았는데, 내일까지 읽어야 해. 방장인 내가 완독도 못할 수는 없잖아. 재미 없다고 생각했던 고대도 재미있게 읽었고, 중세 1권 거의 다 읽으면서, 그간 묻혀 있던 역사에 대한 흥미의 불을 화르르 일으켜 준 책이다. 역사 고유명사들을 영어로 보려니 헷갈리고 난리 났지만, 앞으로 중세 배경인 영어원서도 척척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이 외에 올한 해 내 세계를 넓혀 준 좋았던 책들 몇 권 더 모아둔다.
올해 읽은 책들을 둘러보는 시간도 즐거웠다. 내년에도 좋은 책들로 쉼 없이 여행 떠나는 독서가가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