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매탐정 조즈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95
아이자와 사코 지음, 김수지 옮김 / 비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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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위 좋아야 읽을 수 있는 자칭 직관적이고 논리적이고 분석적인 일본남자추리소설가가 화자. 영매탐정 조즈카 인형 놀이 하면서 요염하고, 망가진 여자 시체 같은거 끝도 없이 나온다. 반전을 위한거라기엔, 앞의 3분의 2가 너무 진심인데? 후반이 어떻든 앞에 계속 똥밭이라 찜찜함이 가시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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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어 1 - 신을 죽인 여자
알렉산드라 브래컨 지음, 최재은 옮김 / 이덴슬리벨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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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르타인..., 그들은 너를 스파르타인이라고 불렀다." 아테나는 숨을 내쉬었다. "꼬마 고르곤이라고... 나는 너를 찾아다녔다... 너를 선택했다.. 네 능력을 알기 때문에... 네가 더 이상 헌터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너는 결코... 나약했던 적이 없었다.. 절대 무력하지도 않았다... 그러므로 다시 묻겠다... 너는 왜 가족의 복수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가? " 


작년 초에 로어 처음 릴리즈 되었을 때 인스타 북스타그래머들 축제 같았다. 하루에도 몇 번씩 로어 표지와 감상이 올라왔더랬다.  (표지도 쏘 인스타그래머블) 시놉도 흥미롭고, '로어' 라는 파이터의 신과 함께 신을 잡는 영웅담인데, 재미 없어도 재미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이고, 재미 있다!


그간 왜 YA 가 한국에서는 인기 없을까 생각해봤는데, 이 작품 번역되니, 더 생각해보게 된다. 로어는 정말 재미있고, 가슴 뛰는 스릴러다. 그동안 중년 남자 주인공인 스릴러 죽어라 봐왔는데, 젊은 여성 영웅담. 정말 재미있다.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각 같고 아름다운 남신과(진짜 신. 아폴론) 별 이유 없이 잡지 모델같은 남동료, 로어의 외모 묘사는 싸우다 얻어터진 묘사만 주구장창 나온다. 


7년마다 신들이 7일동안 인간화 되어 사냥감이 되어 죽음을 당하고, 죽인다. 신을 죽이는 인간은 새로운 신이 된다. 각 부족들은 신을 사냥하기 위해 헌터를 키워낸다. 주인공인 로어는 페르세우스 가문의 마지막 인물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가장 특별하고 우월한 신물인 방패 아이기스는 페르세우스 가문의 인물만이 사용할 수 있고, 페르세우스 가문이 멸족되면, 방패 또한 쓸모없어진다. 피 튀기는 사냥 놀이, 아곤을 없앨, 끝낼 무언가를 찾기 위해 불문율들이 깨지고, 로어 또한 더 이상 숨어 있지 못하고, 목숨을 건 싸움에 뛰어든다. 


멸족당한 페르세우스 가문에서 혼자 남게 된 로어는 때로는 분노에 이성을 잃고, 때로는 운명에서 도망치기도 하고, 때로는 공포에 몸이 얼기도 하고, 복수를 위해 다시 운명에 맞서기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이 세계에서 신은 남자만이 될 수 있고, 남자만이 도전할 수 있다. 페르세우스 가문에서 특이하게도 타이드브링어가 여자로 처음으로 신이 되고, 그것도 아무 신이 아닌 고대신 ㅇㅇㅇㅇ을 죽이고 신이 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벌로 괴롭힘을 당하고, 미움을 받는다. 가문의 여자들은 신이 아닌, 헌터가 될 수 있도록 허락받는 데만도 수백 년이 걸려야 했다. 


" 정말 이상하게도 로어는 새로운 신에 대한 뿌리 깊은 혐오와 동정심이 함께 느겨졌다. 로어는 어렸을 때부터 타이드브링어를 미워해야 한다고 배워왔다. 그 여자 때문에 페르세우스 가문이 이 지경이 된 거라고 들으며 자랐다. 타이드브링어가 저지른 짓은 잘못이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고 또 들었다. 마치 인간이 신을 죽이고 그 지위를 차지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지만 감히 여자가 그것을 넘봤다는 것은 세상의 이치를 거스르는 일이라는 식이었다. " 


로어와 그의 동료들이 레스를 죽이기 위해, 아곤을 끝내기 위해 찾는 단서가 '시'라는 것이 나는 좀 멋졌다. 배경은 현대 뉴욕인데, 그리스 신화의 신들이 나오고, 그들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 찾아야 하는 답이 나와 있는 것은 '시'다. 그 시가 나쁜이의 손에 들어간다면 세상 멸망. 그러니 그 '시'를 먼저 찾아야 한다는 미션. 


이 책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이야기는용기와 강함에 관한 이야기이다. 로어도 로어가 사랑하는 친구 카스토르도 가진 것 없이 약한 존재였다. 강함만이 인정 받는 세계에서 약한 존재로 살아남기 위해 자신 안의 강함을 단련하고 끌어냈어야 했던 이들이 진정 강한 존재로 드러나게 되는 이야기이다. 


더 이상 싸우고 싶지 않은 자들과 싸움을 멈추고 싶어하는 자들이 함께 하게 된다. 자신을 확신하는 신과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는 신이 함께 싸운다. 로어는 도망치면서 배웠다. 그들이 만든 울타리는 자신의 정신이 허락하는 만큼만 강해지는 것이라고. 로어는 아테나에게 서약하기를 스스로 선택했고, 복수를 위해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울타리 안으로 되돌아가기를 선택했다. 버려진 것이 아니라 자유로워진거라고 말한다. 


"카스트로 아킬레우스, 다시 말하지만 너는 내가 아는 사람 중 가장 강인한 사람이야. 네가 달리기가 빨라서라든가 주먹이 세서 그렇다는 게 아니야. 너는 아무리 세게 나가떨어져도 어떻게든 다시 일어나씩 때문이지. 그리고 지금이 다시 그렇게 해야 할 때고. 지금 네가 어떤 기분이든, 감정 따위는 바닥에 떨쳐버리고 몸을 일으켜 세워야 해." 


의외의 인물은 마일스였다. 한국계이고, 가장 평범한 인간인데, 뉴욕 길바닥을 잘 알고, 머리를 잘 굴리고, 친구인 로어를 사랑하고, 그리스 신화에서 튀어나온 신들과의 모험에 흥분하며 신들과 헌터들 사이에 약한 존재인 인간으로 함께 한다. 


출판사에서 1권만 주고, 리뷰 잘 쓰면 2권 주겠다고 했는데, 마감일을 착각해서 그냥 올린다. 

1권의 끊기 신공이 대단하므로,1,2권 한꺼번에 사야 한다. 나는 내용 알면서도 1권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아아악 소리 지르며 원서를 폈다고 한다. 




bind your fate to mine 지금 봤네. 아테나가 로어에게 하는 말. 너의 운명을 나에게 결속시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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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日記 - 황정은 에세이 에세이&
황정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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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정은의 소설이 왜 좋은지 모르면서 계속 읽어왔는데, 그의 에세이를 보니 좋아할 수 있을 것 같다. 소설가의 에세이는 보통 그 반대였다. 잊지 않는다고, 그건 아니라고 계속 말하고 건강하게 하루를 살아가는 이야기는 많이 읽을수록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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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리커버 특별판)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200번 출간 기념 리커버 컬렉션
메리 셸리 지음, 김선형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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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창조물을 버리고 마지막까지 어떤 이로운 일도 하지 않는 무책임한 아버지상 빅터 프랑켄슈타인.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을 수도 있었을 괴물이 되어버린 피조물. 프랑켄슈타인은 지는 싸움조차 하지 않고 도망치는 비겁자의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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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2-03-17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는 고전이죠^^
 
2146, 529 -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 노동자의 죽음
노동건강연대 기획, 이현 정리 / 온다프레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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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에 진실이 있습니다. 말해지지 않는 것을 들으려 하고 감추어진 것을 드러내 보일 때 비로소 진실은 '사건' 으로 드러납니다. 세상의 어떤 문제라도 그것을 해결하려면 먼저 그것이 문제라는 것을 인식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기 위해 만들어진 책이다. 우리는 매일 단신에서 일터에서 죽는 이들의 뉴스를 스쳐지나간다. 한 해 동안의 매일의 단신을 모아 한 권의 책이 되었다. 드러나는 것 아래에 더 많은 죽음이 있을 것이라는 것은 자명하다. 내 일이 아닌 것 같지만, 일을 하는 나의 일이고, 일을 하는 가족이 있는 나의 일이다. 이 책에 누워 있는 죽음들은 평소에 상상하기도 힘든 죽음들이다. 


책을 읽는 내내 반복되는 단어들은, 문장들은 


" 중장비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 "화물용 리프트에 끼여 숨지는 사고가", " 지상 13 m 아래로 떨어져",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석탄 운송대에 몸이 끼이는", "플라스틱을 부수는 파쇄기에 몸이 끼이는", "프레스에 눌리는 압착 사고를 당해", "오피스텔 공사장에서 노동자가 추락해", "공사 현장에서 40대 남성 인부가 추락해", "잔도 공사를 하던 중 추락해", "측면 골프망 고정 작업 중 떨어져(높이 10 m)" , " 후진하는 로우더에 깔려", "상판이 불시 하강하면서 상판과 하판 사이에 끼여", "유압이 누설(추정)되어 하강하는 포크에 깔려", "5톤 무게의 콘크리트 파일이 전도돼", "콘크리트 옹벽이 무너져", "공기저장 탱크 내 압력 소실로 공기 공급이 중단되어",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 "압축기계에 빨려들어가" ... 


골라서 쓴 것이 아니다. 앞에서부터 적은 것이고, 이렇게 끝까지 날짜와 기사들이 이어져 있다. 


현장에서의 위험이, 죽음으로 드러나는 반복되는 위험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 안전에 무감하고, 타인, 노동자들의 목숨을 인간의 목숨이 아닌, 망가진 부품 정도로 취급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없는 일이다. 반복되는 죽음의 뉴스를 볼 때마다 '어떻게 저럴수가' 탄식하지만, 나부터도 돌아서서 잊고, 그 이상을 한 적은 없는 것 같다.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나에게는 먼 일 같아서 실감하지 못하는 것일 것이다. 하지만 모두가 일을 함으로써 사회가 돌아가고, 나도 모두가 그 혜택을 누린다. 나 역시 일하는 누군가로 묶이는 사람이다.   


책 뒤에 실린 해설에서 양경언은 "사람을 귀하게 여기지 않는 사회의 일기가 이렇게 씌어지고 있었다 " 고 말한다. 사건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새벽이나 아침 시간에, 24시간 돌아가는 현장에서 노동자는 밤샘 노동을 감당하다가, 주말에도, 휴일에도, 명절에도 일어난다. 사고가 일어나는 시간은 그들이 한참 일하는 시간일 것이다. 


박희정의 또 다른 해설에서는 김현경이 '사람, 장소, 환대' 의 내용을 빌려서 말한다. "우리는 사람들 속에서 사람으로 인정받을 때 사람으로 살 수 있다. " 그렇기에 이야기를 가질 때 사람이 되고, 사람의 세계는 이야기로 이루어진다고. 


나와 상관 없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야기를 가진 그들의 세계는 지금 내가 사는 세계와 같은 세계이다. 


"죽음을 말하는데 삶이 없다. 누군가의 죽음이 이렇게 다루어진다는 건, 우리 사회가 그 누군가의 삶을 이렇게 다루고 있다는 말과 같은 게 아닌가. 어떤 이는 매일 스쳐가는 단신 속의 그 텅 빈 곳에 눈길을 던진다. 이 글이 부고가 되지 않음에서 이 세계의 부정의를 인식한다." 


불행한 사고는 일어날 수 있지만, 준비 없이 일어나는 불행한 사고는 사고가 아니라 정해진 인재다. 하청노동자들은 이 사고들이 조장되거나 방조된 채 일어난다고 말한다. 그것을 멈추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무엇을 해야 할까? 그것이 문제로 보여지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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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2-02-28 19: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다 읽으셨네요. 저는 조금씩 읽고 있어요.. 이 책에도 실리지 못한 더 많은 죽음을 애도합니다..

하이드 2022-03-01 06:04   좋아요 1 | URL
정말 끔찍한 이야기들을 이어 읽는 것이 쉽지 않은데 뉴스 단신들이라 더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 건조하고 틀에 맞춘듯한 문체로 끝도 없이 이어지는 죽음들이요.

Clou:Do 2022-03-01 06: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의 삶을 보지 못하고 비용으로 보는 시각들이 너무도 소름 끼칩니다. 부디 사람의 마음을 잃지 말기를…

하이드 2022-03-02 16:08   좋아요 0 | URL
그들은 사람의 마음은 이미 잃은 것 같고, 시스템이 얼른 갖춰져서 사회적 안전망이 만들어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