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rst Cat in Space Ate Pizza (Hardcover)
맥 바넷 / Katherine Tegen Books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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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친구가 북펀딩한다고 해서 보니, 마침 읽고 있는 책이다.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고 있었는데, 재미있어서 구매 완료.

쥐 왕(rat king)이 달을 침략해서 달을 뜯어 먹자 달로 인해 지구가 크게 영향을 받게 된다. 비밀리에 연구되던 고양이가 달로 파견된다. 우주선에는 지구의 모든 음식이 튜브 형태로 들어있고, 고양이가 ‘피자’ 튜브를 먹으려는 순간 위험 신호가 울린다. 그 이후로도 고양이가 피자를 먹으려고 할 때마다 ..

고양이는 몰래 우주선에 탄 발톱깎기 로봇과 달에 착륙해 달의 여왕과 함께 쥐 왕을 물리치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 달에 있는 여러 나라들과 종족들을 만나게 된다. 어린왕자가 행성들을 오가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깨달음을 얻는 이야기를 생각나게 한다. 2권은 예약판매중.

그림이 몹시 귀엽고, 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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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헤리치의 말 - 삶이라는 축제를 연주하는 피아니스트 마음산책의 '말' 시리즈
마르타 아르헤리치.올리비에 벨라미 지음, 이세진 옮김 / 마음산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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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시리즈는 인물에 따라 호불호가 강하게 갈리는 편이지만, 불호도 좋아한다. 아니, 불호를 좋아한다는 말은 이상하지만, 좋지 않아도 그 좋지 않은 이유조차도 좋게 만드는 그런 솔직함 혹은 하찮음 (이런거 하나도 안 궁금한데, 이런것까지 내가 알아야 해? 싶은) 도 다른 곳에서 읽기 힘든 것들이라 좋아한다. 워낙에 인물이 궁금하거나 좋아서 읽게 되는거니깐, 사소한 점을 읽는 것도 싫지 않은 것. 작품에서 알게 되거나 그 외 미디어에서 알게 되어 상상했던 모습과 다른 의외의 모습들을 알게 된다. 잘 아는 작가라고 생각했는데도 새로운 모습들을 볼 수 있으니, 이 시리즈의 호도 불호도 나에게는 다 남는 것이 있다. 


아르헤리치의 인터뷰와 그가 직접 쓴 단상들 (단상들 덕분에 더 알찬 책이었다) 

그처럼 재능 있고, 어릴적부터 영재로 인정 받고, 커리어를 노년까지 이어간 역사에 남을 예술가의 말들은 의외여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 


" 나는 나에게 정말로 관심이 없어요. 나 자신을 대단하게 생각하지 않아요. 남들의 일에 열광하고, 그게 행복해요. 평생 연주를 많이도 했는데 즐거웠던 적은 없어요. 이제 내가 관심 두는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많지 않고 독주는 내가 우선시하는 일이 아니죠. 난 이제 젊지 않아요. 나 좋은 대로 하고 살 권리가 있다고요. 사람들은 내가 괜히 그러는 거다. 애를 태우려고 그런다, 하지요. 절대 그렇지 않아요. (27) " 


중간에 피아노를 그만두게 되었을 때, 그래도 외국어를 여러 개 하니깐, 취업은 할 수 있겠지. 라는 글을 봤을 때 눈을 의심했다. 미국에 더 있고 싶었는데, 비자가 나오지 않아서 유럽으로 돌아갔다는 부분도. 


그가 싫어하거나 관심 없는 것들도 그가 좋아하는 것들과 바라는 것들도 의외였다. 


" 내 방식은 원래 늘 그래요. 그래서 과거의 업적으로 찬사를 듣거나 상을 받는 건 별로예요. 내가 지금까지 걸어온 길이 어떠어떠하다는 얘기도 별로고. 그건 다 지난 일이고 난 삶의 의미가 발견에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 더는 ..... 삶이 남지 않은 그 순간까지, 항상. (58) " 


그가 음악가와 음악에 빠져 있는 모습들이 많이 나온다. 피아노 연주는 잘 모르지만, 이런 글들을 읽을 수 있다는 점에서 책이란건 정말 대단하구나 읽는 내내 생각했다. 


그가 생각하는 예술가는 아름다움을 찾는 사람, 시대정신을 표현하려고 하는 사람, 자기 시대를 좀 앞서가려고 하는 사람이다.예술적 수단으로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는 사람. 


그가 이야기했던 자신의 모습과는 좀 다르지만, 그가 높게 평가하는 예술가들 (레너드 번스타인과 같은) 의 시대정신과 시대를 앞서 가고, 봉사 하고, 어린이들과 대중에 음악을 알리는 모습을 높게 사고 있다. 


자서전을 쓰기도 했다는 올리비에 벨라미라는 기자, 작가, 인터뷰어의 감정이 드러나는 글은 좀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여서 아르헤리치에게 이런 말을 끌어냈다고 생각한다면, 넘어갈만 하다. 자서전도 번역되어 나와 있어서 빌리려다 그 옆에 있는 시모어 번스타인의 말들을 빌려왔다. (전자책으로 이미 있지만) 


아르헤리치의 말을 읽는 비오는 오전 내내 아르헤리치의 슈만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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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하게 하려면 B라고 말하라 - 아이 마음을 움직이는 말의 원칙
이와시타 오사무 지음, 이선아 옮김 / 양철북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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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교사인 이와시타 오사무의 'A하게 하려면 B라고 말하라' 는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화법의 전환을 이야기하는 책이다.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화법이지만, 어른들에게도 통하고, 발화자 역시 머리를 많이 써야 한다는 점에서 발화자와 청자를 모두 지적으로 만드는 소통법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캠핑이 끝나고, 아이들에게 냄비를 씻게 하기 위해 "더 깨끗이 씻어야지." "더 빨리 씻어." "더 열심히 해봐, 이제 시간이 없어' 

냄비를 한 번도 닦아본 적 없는 초등학교 1학년과 2학년들의 냄비 설거지는 더디기만 하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냄비를 박박 닦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도록 씻어볼래?" 


초등학교 1,2학년 아이들이 모여 설거지를 하는 장면을 상상할 수 있다면, 그 전에 얼마나 진도가 안 나갔을지, 그리고, 저자의 말에 아이들이 얼마나 열심히 냄비를 박박 씻었을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B를 말하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B를 말함으로써 듣는 사람이 지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우리는 아이일 때뿐만 아니라 평생을 가르치고, 배우는 존재이다. 지적으로 생각하고 배울 수 있는 질문과 지시를 하는 것은 중요하다. 


아이들은 '소리' 에 집중한다. '소리가 선생님에게 닿는' 것을 염두에 두고 박박 씻게 된다. 

그렇게 냄비를 씻는 것에 몰두하게 된다. 

 

아이들에게 지시하는 것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광고 카피 문구 역시 'A하게 하려면 B'의 원칙에 따라 만들어진다고 한다. 

일본 광고 중에 "한 알 300미터" 라는 광고가 있다. 일본의 유명 과자 브랜드인 그리코 캐러멜 광고 문구라고 한다. 한 알을 먹으면 300미터를 달릴 수 있는 에너지를 섭취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소리' 뿐만 아니라 '숫자' 또한 집중과 몰두를 가져온다. 

사토 노부오의 <레토릭 인식>이라는 책이 소개된다. 


1) 'A하게 하려면 B'의 방법은 전통적인 레토릭 기법의 핵심을 딱 한마디로 표현한 것이다. 

2) 레토릭이 '발견적 인식'을 위해서 필요하다는 주장은 'A하게 하려면 B'로 '아이들을 지적으로 만든다'는 주장과 공통점을 갖는다. 

3) '발견적 인식'을 창조하기 위해 '레토릭'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는 사토 씨의 주장은 '교육 기술'을 생각할 때 참고가 된다. '발견적 인식'의 창조를 목적으로 교육 기술을 축적하고 분석해야 한다. 


우리는 저자와 함께 합숙 모임에 참가해 자신을 소개한 사람처럼  A하게 하려면 AA 하는 것이 보통이다. 

B의 말이 효과 있다는 것은 알겠지만, B를 찾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 책 안에는 B를 찾기 위해 필요한 놀라운 사례들이 많이 나온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질문은 아이들을 지적으로 움직이도록 하기 위해서" 이다. 저자가 이야기한 그러한 질문, B를 찾다보면, 저자가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그 질문을 찾는 이도 머리를 많이 쓰는 지적활동을 해야만 할 것이다. 


A하게 하려면 B라고 하는 것은 위의 '지적활동을 끌어내는 것'을 꼭 염두에 두지 않는다면, 돌려 말하는 것이나 듣는 이를 휘둘리게 만들거나 하는 비대칭적 소통을 가져올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바를 잘 익히려고 노력한다면, 더 효과적이고 지적인 소통과 교육이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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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3-04-23 2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찌 보면 돌려말하기 일까요?

하이드 2023-04-23 22:35   좋아요 0 | URL
저도 그 생각했어요. 돌려 말하기나 조삼모사 같은 것. 근데 책에서 이야기하는건 좀 더 정교해요. 화자의 지적활동을 자극하는 지시라는 것이 돌려말하기와는 다른 의도입니다. 읽으면서 약간 애들 속이는 기분 ㅎㅎ 하지만 지적 활동 자극! 이거가 중요하더라고요. 리뷰에는 다 안 썼지만 와닿는 법칙들도 있습니다.
 
별의 시간 암실문고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민승남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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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독자는 한 북동부 여자에 대해 읽게 된다. 

책 속의 저자가 이야기하려는 북동부 여자이다. 그녀는: 


"내가 이야기하려는 여자는 너무 멍청해서 가끔은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미소를 보낸다. 하지만 아무도 그 미소에 답하지 않는데, 사람들이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기 때문이다. " (25)


그녀도, 그녀에 대해 이야기하는 저자도 별의 시간의 저자 자신의 한 부분인듯한데, 그들은: 

"오직 현재 속에서만 산다. 그건 언제나 영원히 오늘이기 때문이고, 내일은 오늘이 될 것이며, 영원은 바로 이 순간의 상태이기 때문이다." (30) 


"한 룸메이트는 그녀에게서 퀴퀴한 냄새가 난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으므로 그냥 내버려 두었다. 그녀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반점들 사이의 피부에는 오팔 비슷한 빛이 살짝 맴돌았지만, 그녀 안에 있는 무언가가 빛을 내뿜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게 문제가 되진 않았다. 길거리에서 그녀를 쳐다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그녀는 식은 커피였다." (44) 


그녀는 식은 커피였다니. 식은 커피같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녀는 개의 사랑을 받을 자격이 없는 자신은 벼룩이나 키우며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48) 


"(그녀는 지하에 살았고 꽃을 피워 본 적이 없었다. 나는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녀는 풀이었다.) " (51)


"그녀가 스스로에게 허용한 사치가 하나 있었는데, 바로 잠자리에 들기 전에 식은 커피를 홀짝거리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 사치의 대가로 잠에서 깰 때는 속 쓰림에 시달렸다." (55) 


"그녀에겐 신뿐 아니라 현실 역시 아주 희박하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 막 발견했다. 일상적인 비현실에 더 익숙했던 그녀는 기이이픈 사아아안골 까아앙총 까아앙총 뛰어가는 산토끼처럼 느으으으린 동작으로 살았다. 모호함은 그녀의 현실이었고, 모호함은 자연의 섭리였다." (57)


"아침에 잠에서 깨면? 그녀는 아침에 깨면 자신이 누구인지 몰랐고, 조금 시간이 지나서여 흡족한 마음으로 이런 생각들을 떠올렸다: 나는 타이피스트고, 처녀고, 코카콜라를 좋아해. 그녀는 이 과정을 거쳐야만 자신이라는 옷을 입을 수 있었고, 그러고 나면 순순히 자신이라는 역할을 수행하며 하루를 보냈다." (60)


"그녀에게도 이른바 내적 삶이 있었지만, 그녀 자신은 그걸 알지 못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내장을 먹듯 스스로를 집어삼키며 연명했다. 출근할 때의 그녀는 버스 안에서 요란하고 눈부신 몽상에 잠겼고, 덕분에 유순한 미치광이 같아 보였다." (63)


"넌 먹기 싫은 걸 먹은 사람 얼굴이야. 난 슬픈 얼굴 싫으니까 - 그는 여기서 어려운 말을 썼다- 그 '형색' 좀 바꿔." 

그녀는 몹시 혼란스러워하며 대답했다. 

"난 이 얼굴밖에 없어. 하지만 난 얼굴만 슬픈 거야. 속으로는 사실 행복하거든. 살아 있다는 건 너무 좋은 거야. 안 그래?" (88)


"마키베아는 공포 영화와 뮤지컬 영화를 좋아했다. 특히 여자들이 교수형을 당하거나 가슴에 총을 맞는 내용이 좋았다. 비록 스스로 목숨을 끊을 생각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지만, 그녀 역시 자살자나 마찬가지였다. 그녀에게 삶이란 버텨도 바르지 않은 오래된 빵보다 더 맛없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 (99) 


"마키베아, 넌 수프에 빠진 머리카락 같아. 누가 그런 걸 먹고 싶어 하겠어. 상처 줘서 미안한데,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내 말에 상처 받았어?" (102) 


북동부 여자가 주인공인 이야기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하찮게 묘사된다. 작게 빛나는 반딧불이 같았다. 희미하게 빛나다 반짝 빛나다 다시 희미해졌다가 또 한 번 반짝 빛나는. 좋은 이야기는 별로 없는데, 그녀가 모든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경우에 우울하지 않고, 행복하다고 착각하며 살아가서 그렇게 칙칙하지도 않았다. 아, 제목이 별의 시간이구나. 왜 별의 시간인지 모르겠지만, 책을 읽고 반딧불이 떠올랐던걸 보면, 그런 느낌으로 빛나는 이야기인가보다. 


 

만일 그녀가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일까?‘라는 질문을 던질 만큼 멍청하다면 무참히 고꾸라지고 말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누구일까?‘는 하나의 욕구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 욕구를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ㄱㅆ는가? 의구심에 잠기는 자들은 불완전하다. - P25

중산층 맨 밑바닥의 너저분한 무질서 어딘가에는 먹는 데에 모든 돈을 쓰는 사람들 특유의 따문한 안락함이 있었던 것이다. 그 동네 사람들은 많이 먹었다. - P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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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도시 타코야키 - 김청귤 연작소설집
김청귤 지음 / 래빗홀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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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세 단편이 굉장히 불쾌하고 화가 나서 하나 읽고, 쉬고, 하나 읽고 쉬며 읽어냈다. 


바다, 빙하가 녹아 모든 것이 잠겼거나 잠겨가는 와중에 육지를 잠기게 만들어 인간 외 모든 죄 없는 육지종들까지 다 멸망시킨 죄많은 인간이, 여전히 이기적으로, 아니, 문명이 모두 잠긴 와중에 이기심과 탐욕만 발달시켜 아이와 여자, 여자 아이를 괴롭히고, 때리고, 작살로 찌르고, 죽이는 이야기들이다. 


임박한 현생 인간종의 멸망 앞에 이보다 더 추할 수 없는 그런 이야기들. 작가는 이기적인 인간들에 의해 죽임을 당하고, 바다로 돌아가는 것(죽음) 을 해피엔딩으로 만든다. 단편 하나 하나 볼 때마다 작가도 싫고, 인간도 싫었는데, 작가의 인간혐오가 나보다 한 수 위라 바다로 돌아가는 것이 해피엔딩인가보다. 내가 아직 거기까지는 안 가서 착하고, 선하게 도우며 사는 여자 아이들은 소설 속에서라도 좀 살았으면 싶은거지. 


바다를 주제로 한 연작이라 등장인물은 다 다르지만 장소는 모두 바다의 곳곳이다. '불가사리'에서는 육지에서 바다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바다와 함께 춤을' 와 '파라다이스' 에서는 배 인간과 물 속 인간이 나오고, '해저도시 배달부', '해저도시 타코야키' 에서는 돔으로 만든 해저도시가 나온다. '산호 트리'는 바다 인간이 나온다. 


바다 풍경에 대한 묘사와 바다에 가라앉은 인간의 쓰레기들을 묘사한 것은 허무하고 좋았다. 


"어른들은 바다를 두려워했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면서 빙하라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가 순식간에 녹아서 어떠한 대비도 못 한 채 대부분의 땅이 물에 잠겼다고 했다. 해일에 풍화되어 남은 땅들마저 깎여 나갔고 육지 자체가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65) 


기후 위기로 빙하가 녹고, 지구 시계가 50년, 30년, 째깍째깍 하더라도 30년 후에 다 죽는 종말이 아니라 거기까지 가는 동안 점점 힘들고 괴로워지는거라고 얘기했는데, 그 점점 힘들어지는 것이 거의 순식간과 같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니 무섭다. 화재가 제일 무서운 재해였는데, 해수면이 높아져서 육지가 잠기는 것도 진심으로 무서워졌다. 


" 우리의 최대 수명은 3년이다. 하는 일이라고는 자석을 잡고 돔 외벽을 닦는 것뿐이라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것도 없고, 배급되는 식량이 똑같으니 음식을 나눠 먹을 일도 없고, 그렇다고 생식기관이 있어서 번식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청소부의 탄생 목적은 오로지 돔 벽 청소뿐이다. 


이럴 거면 로봇을 만드는 게 낫지 않았나 싶지만, 해저도시에서는 전기가 매우 귀하다. 로봇을 충전하는 것보다 인간을 인공양하는 게 훨씬 더 싸게 먹힌다. 식량도 조금만 먹고 사고도 일으키지 않으며 평생 청소만 하다가 다시 다음 인공 인간의 재료가 되기 위해 제발로 공장으로 돌아가니 완벽한 에너지 순환 시스템인 것이다. 돔 중심부의 진짜 인간들은 얼마나 편할까."  (186)    


이거 디스토피아 아니라, 좀 비튼 현실 아닌가. 로봇이 인간의 일을 빼앗는 걸 우려하는 다음 단계는 그 로봇 부리는 것도 아까우니 인간 주 69시간씩 일시켜서 일 외에는 아무것도 못하게 하기. 그렇게 부려먹을 인간들은 계속 만들어야 하니 사람을 노동할 사람 만드는 도구로 생각하는 정책들만 뽑아냄. 못되고 머리도 없는 놈들, 두 개가 다 되겠냐. 


책 말미에 심완선 평론가의 해설이 나온다. 마거릿 애트우드의 '유스토피아 (ustopia)' 개념을 설명한다. 마거릿 애트우드는 디스토피아와 유토피아의 필연적인 연관을 이야기하며 유스토피아의 개념을 제시했다고 한다. 인류가 이룬 대부분의 문명과 인류의 대부분이 멸망한 디스토피아와 물 속에서 자연에 순응하며 사는 신인류의 탄생인 유토피아가 '바다' 를 매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해설에서는 유전자 조작으로 형성된다고 함.)


책 뒷면에 

"우리는 멸망과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지만, 그래도 웃는 날이 더 많을 거라 믿었다." 

물에 잠긴 지구에서 춤추고 사랑하는 존재들의 해피엔딩  


이라고 써 있는데, 대단하다. 나는 내가 초긍정형이라 긍정이 병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이 책의 감상이 위와 같다니. 나는 아직 멀었다. 긍정성도 인간혐오도 부족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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