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방식 - 수전 손택을 회상하며
시그리드 누네즈 지음, 홍한별 옮김 / 코쿤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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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탁의 책을 잔뜩 모아뒀다. 지금 보다보니, 아들 데이빗의 회고록도 있음. 시그리드의 회고록 읽고 읽기 좋겠다 싶다. 수전의 책은 읽지 않았지만. 


시그리드 누네즈의 Sempre Susan, A Memoir of Susan Sontag은 묘하다. 수전과 일했고, 수전의 아들과 사귀었고, 그들과 같이 살았던 시그리드의 문학계 가장 밝은 별 중 하나였던 수잔에 대한 회상이다. 


악의도 선해도 보이지 않는 어조로 수전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이 글을 보고 수전의 괴팍함이나 데이빗과의 관계로 인해 수전이 싫어지지는 않은걸 보면, 내가 느끼는 수전의 아우라가 너무 강하거나 저자가 수전을 좋다 싫다 단순히 말할 수 없는 복합적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긍정적인 것이 한 스푼이라도 많았던게 아닌가 싶다. 


글은 평범하고, 이야기는 수전의 이야기가 흥미로운거지, 그 외는 평범하다. 고 말하고 싶은데, 가독성이 좋고, 글에 빠져들어 헤어나기 힘들었던 걸 보면, 글도 좋고, 번역도 잘 되었다. 


저자의 글보다 저자가 쓴 수전의 이야기, 저자의 눈으로 보고 느낀 수전의 이야기에 집중하게 된다. 


* 수전은 어린 시절을 따분하게 생각했고, 아동기가 끝나기만을 기다렸으며, 따분하고 아무 가치 없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 데이비드는 어릴 때부터 어머니를 '수전'이라고 불렀고, 아버지 필립 리프도 이름으로 불렀다. 그가 '엄마', '아빠'라고 부르는 건 상상도 할 수 없다고 했다. 

* 호기심은 수전의 글에서 두드러지는 미덕이고 수전 역시 호기심이 끝 없는 사람이었지만, 자연 세계에 대해서만은 아무 관심이 없었다 .아파트에서 보이는 전망에 감탄하지만 길을 건너 리버사이드 파크에 갈 생각은 전혀 없는 것 같았다. 

*수전은 항상 바지만 입었고(보통 청바지) 굽 낮은 신발을 신었다(보통 운동화). 백은 절대 들지 않았다. 왜 여자들이 백에 집착하는지 이해를 못 했다. 내가 늘 백을 들고 다닌다고 놀리곤 했다.왜 여자들은 백이 없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지? 남자들은 안 들고 다니잖아? 왜 여자들은 스스로 짐을 지우지? 대신 남자들처럼 열쇠, 지갑, 담뱃갑이 들어갈 만큼 큼직한 주머니가 있는 옷을 입으면 되지 않아? 

* 수전은 키가 큰 것을 마족스러워했다. 페미니즘 학회에 갔을 때 저메인 그리어를 보고 질투를 느꼈단다. "그곳에서 나보다 키가 큰 유일한 여자였어." 

*수전은 운동은 전혀 안 했다. 평생 한 번도 건강한 적이 없었단다. 그래도 날씨가 춥지 않을 때, 그리고 도시에 있을 때는 걷기를 좋아했다. 수전은 느릿느릿 느긋하게 약간 평발처럼 걸었는데 우아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멋있었다. 걸을 때는 턱을 높이 들었고 청바지 허리 부분이나 주머니에 엄지손가락을 걸고 걸었다. 


이런 이야기들이 끝도 없이 나온다. 버지니아 울프의 이야기가 좋아하는 여성 작가들의 책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좋다. 

"수전은 버지니아 울프가 천재라고 생각하면서도, 나처럼 울프를 우상으로 숭배하는 것은 너무 빤하고 순진하다고 보았다. 게다가 울프의 어떤 면을 (나는 그것이 울프의 정신적, 신체적 병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울프의 나약한 면이라고 생각한다) 수전은 못 견뎠다." 


저자는 좀 내향성의 사람이었던건가 싶은데, 데이비드와 수전의 외향적인 면과 어울리며 힘들었던 것 같다. 


" 수전과 데이비드 둘 다 나의 수도사 같은 면을 못마땅해했다. 그들 눈에는 활기와 호기심이 결핍된 것처럼 보였다. 작가가 되겠다는 사람이 그러면 쓰나! 데이비드는 그걸 어떤 결점으로 보았고 그냥 내버려두면 내가 아주 따분한 사람이 될 거라고 했다. 수전은 틀어박히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본성이 냉정하고 이기적이라고 믿었다. 나는 달라져야 했다." 


읽으면서 수전이 ADHD 였던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던 부분


"수전은 늘 무언가에 정신을 쏟았다. 주의를 끄는 것이 없으면 정신이 멍해져서 마치 방송 송출을 안 할 때 텔레비전 화면에 뜨는 노이즈 같은 상태가 된다고 했다. (..)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런 한편 그 말이 수전의 과잉 활동과 늘 누구와 같이 있으려 하는 과도한 욕구를 설명하기도 한다. 왜 시골을 싫어하는지, 왜 다른 사람처럼 일하다 멈추고 쉬는 게 안 되는지도. 그 텅 빈 화면이 무척 두렵다고 수전은 확고하게 말햇다. " 


수전에 대한 나쁜 말이 잔뜩 써져 있는데, 이 책을 읽고, 수전이 더 궁금해지고, 얼른 수전의 책을 읽고 싶어졌다면, 저자가 나쁜 말처럼 쓴 것이 나쁜 말이 아니었던 것 아닐까. 책을 다 읽지 않고 (읽다 만 책들만 잔뜩이라) 궁금해 하는건 아무 의미 없으니, 얼른 가서 책이나 읽어봐야겠다. 데이빗의 책도 꺼내두었다. Swimming in a Sea of Death 어머니의 죽음. 수전의 암 투병을 기록한 회고록이다. 그러고보니, 집에 보부아르가 어머니의 죽음을 기록한 아주 편안한 죽음도 있다. 롤랑 바르트의 애도일기도 있다. 읽을 책이 잔뜩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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