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를 시작했다.
질 좋은 화보와 '열린책들' 특유의 빽빽한 글씨(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난 좋다)

고대 그리스의 이상적인 미에서부터 현대 미디어의 미美까지를 두루 훑는
움베르토 에코의 이야기. 한번에 술술 읽기에는 방대한 지식과 양에 깔릴 것만 같아서, 카테고리를 따로 만들어 정리하면서 읽어보고자 한다.

처음 제목을 보고 짐작했던 것과는 미묘하게 달리 이 책은 美의 역사이지 미술의 역사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루고 있는 것은 얼핏봐도 미술작품이 대부분이다.

   
 

우리는 종종 미와 예술과의 관계가 모호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사람들이 자연의 미를 편애하기는 하지만 자연이 실제로는 위험하거나 혐오스러운 것일 때조차 예술은 그것을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인정되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이 책에서는 미술(또는 문학이나 음악)의 역사가 아니라 미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므로, 우리는 앞으로 예술과 미의 관계를 제시하는 경우에만 예술 사상들을 언급하게 될 것이다.

 
   

시대에 따른 미의 역사를 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그러기 위해 에코는 그 시대의 문학이나 철학작품의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한다. 예컨데, 12세기 로마네스코 양식의 건물에 조각된 괴물을 아름답다고 생각했는지 알 수 없지만, 성 베르나르의 글을 보고 (도덕적으로는 비난 받았지만) 그 매력에 끌렸다는 것을 추론할 수 있다. 그와 같은 결론에서 '우리는 괴물 조각물이 12세기의 신비주의 측면에서는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다양한 미의 개념 뒤에 공통되게 적용되는 규칙을 찾을 수도 있겠지만, 이 책에서는 그 차이를 밝혀보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 책은 아름다움이란 절대 완전하고 변경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역사적인 시기와 장소에 따라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원리에서 출발한다. 이것은 물리적인 아름다움 뿐만 아니라 하느님, 성인, 사상 등의 아름다움과 관련되어 있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서문 뒤에 나오는 열장의 비교표만으로도 나는 이 책이 39,000원의 가치를 훨씬 넘는다고 생각한다. 본전은 5분만에 찾았다. 이제 책 읽을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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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08-16 1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 비싸서 차마 살 수가 없었어요 ㅠ_ㅠ

가넷 2007-08-16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빽빽한게 좋아요. 그런데 에코가 주도적(??)으로 쓴건가요? 리뷰에 듣기로는 공저자가 있다는 것 같던데...

하이드 2007-08-16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움베르토 에코의 편집 책임하에 움베르토 에코 (서문, 3,4,5,6,11,13,15,16,17장)와 지롤라미 데 미켈레(1,2,7,8,9,10,12,14장)가 나누어 집필했으며, 각 장의 인용문들은 두 사람이 함께 선정했다.' 라고 나와있습니다.

이와같은 작품의 경우에는 edited by Umberto Eco에 중점을 두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며, 움베르토 에코의 이름이 전면에 나와 있는 것이 상업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네요.

미즈행복 2007-08-16 1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렵지는 않은가요?
제가 수준이 낮아서인지 저는 '장미의 이름'을 읽고 반해서 산 에코의 책이 다음부터는 영
재미가 없더라고요. 아니 너무 어렵더라고요. '푸코의 추'도 그랬고, 또 뭐더라? 제목도 생각 안나네? 여하간 에세이말고는 다 어렵더라고요. '장미의 이름' 만큼의 재미도 없고...
여하간 천재는 천재지요. 예전엔 그런 천재들이 무지 눈물나게 부러웠으나 나이를 먹고나니 그런 열정과 부러움도 사라지네요. 그저 생활인으로 바쁘게 살 뿐...

Shaylor 2007-08-16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 교보 갔다가 보려 했는데,
비닐 입혀져 있어서 내용은 못 봤어

레오 말로랑 같이 뒹굴거리며
책 읽는 너, 부러워 ㅠ_ㅠ


2007-08-17 0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크>를 읽고 있다. <아임 쏘리 마마>에서 식겁하고, <아웃>을 읽고 감탄하고, 이제 <다크>를 잡았는데, 그 건조하고 강력한 첫페이지( 나는 언제나 첫페이지의 주문을 믿는 편이다)

나이 마흔이 되면 죽을 생각이다. 이제 서른여덟하고도 두 달을 살았으니 이태도 남지 않았다. 방금 틀 안에 부은 콘크리트가 점점 굳어 가듯 내 결심도 하루하루 물기와 거품이 빠지며 굳어 가고 있다. 죽기로 작정을 한 뒤 마음이 편안해졌다. 전보다 더 밝고, 그리고 꿋꿋하다. 무슨 일이든 긍저적이다. 하지만 내겐 인생을 즐겁게 살기 위한 목적 따윈 전혀 없다. 필요도 없다.

책의 비닐을 뜯지도 않았던 <다크>를 읽을 마음이 든 것과 비슷한 시기에 동생의 부대에 면회를 갔고, 동생에게 그간 보내줬던 책들을 박스에 가득 담아 들고 왔는데, 마침 그 안에 내가 이전에 샀다가 버리듯이 천원시장에 내놓았던 <아임쏘리마마>가 돌아와있다. 그녀의 다른 작품인 <잔학기>와 함께. 나는 동생에게 처음부터 나는 '기리노 나쓰오'를 사지 않는다. 고 말했고, 이제 내가 사지 않는 작가(그러나 동생이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는 기리노 나쓰오에 더해 히가시노 게이고, 온다 리쿠까지 왔다. 무튼 결론은 그 찜찜한 책이 돌아왔다는 거. 그리고 <다크>가 내가 굳게 믿는 첫페이지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아임쏘리마마>와 같은 찜찜한 책이 될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기리노 나쓰오 책에서 못견디게 혐오스러운 주인공류는 <아임쏘리마마>의 아이코. <아웃>의 구니코. 그리고 <다크>의 히사에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주 추하고 귀신보다 더 무서워서 현실에서도 허구에서도 도무지 만나고 싶지 않은 인물.

그런 인물을 창조해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리노 나쓰오의 정신세계가 의심스러웠다.

120쪽 정도 읽었다.550쪽 정도의 책이니 1/5 정도 읽었나. 참을 수 없는 히사에의 등장에 못 참고 서지 정보를 찾아본다. <다크>의 주인공인 미로는 뜬금없이 한국으로 건너가서 광주의 학살 속에서 서지호라는 한국 남자를 만난다??

왠만하면 시작한 책을 덮지 않는 나이니, 아무리 찜찜한 캐릭터가 나와도 어찌됐둥 읽어나가기는 할 것 같다. 이 어두운 책을 움베르토 에코의 <미의 역사>와 멀티리딩을 해야한단 말인가?? 히사에라는 기분나쁜 캐릭터 말고도, 도모베라는 오카마(게이)가 나온다. 이상하게 남자 캐릭터가 비슷하게 혐오스러운 여자 캐릭터들에 비해 덜 혐오스럽다.

그간 히가시노 게이고를 '여자를 배려하지 않고, 여자를 모른다' 라고 비난해왔는데, 문득 기리노 나쓰오가 '남자를 배려하지 않고, 남자를 모른다' 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잔인할정도로 까발려지는 어떤 여성성(?)에 비해 그녀의 소설 속에 등장하는 남자 주인공의 캐릭터는 어딘지 비현실적이다. 어딘지 '이상향'에 가깝거나 '도구' 에 지나지 않는 캐릭터. 그것은 내가 그 동안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들을 보고 그 책 속에 등장하는 '여자' 에 대해 느꼈던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뭐, 이런 아무도 안 알아줄 작은 깨달음을 갈무리하며, <다크>를 읽긴 읽어야겠는데... 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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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연 2007-08-16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기리노 나쓰오의 글을 한번도 읽지 않았고 '아웃' 한 권 사다놓은 상태인데,
점점...이거 읽어야 하나 싶은 마음이 든다는...ㅜㅜ

오차원도로시 2007-08-16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기리노 나쓰오를 꽤 좋아하는 편이에요.그녀들..아이코나 구니코 같은 괴물같은 그녀들과 함께하다가 현실로 돌아오면 왠지 나 자신을 한번 돌아 보게 만든다고나 할까? 왝 소리 나올정도로 끔찍한데 신작이나오면 손이 가네요. 그로테스크 읽고는 꿈도 꿨었죠;;

하이드 2007-08-16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가요? 읽다가 도저히 못견뎌 '옮긴이의 말'을 봤는데, "<그로테스크>의 어둠, <아웃>의 절망, 그리고 <아임소리 마마>의 흉포한 암흑이 종합적으로 담겨 있습니다"라고 하네요. 서진호가 그날의 광주를 방문하는 장면을 읽고 있는데, 정말 묘한 기분입니다.

Apple 2007-08-16 15: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다크는 그간의 기리노나쓰오의 소설과는 좀 다르다는..^^;; 지금까지 어느 소설보다 하드보일드에 가까운 느낌이랄까...뭔가 감정적으로 와닿는 폭력적인 느낌이 없어서(?) 저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더라고요..
기리노 나쓰오의 비호감 주인공중에 가장 강력한 애가 하나 빠졌네요. <그로테스크>의 가즈에.
저는 소설보면서 얘가 정말 소름끼치도록 싫었어요.ㅠ ㅠ 상황을 봐서는 왠만하면 불쌍하게 봐줘야할 것같은데, 너무 싫어서 동정하고 싶지 않았던 주인공이었어요.

Beetles 2007-08-16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그로테스크...가즈에..저 또한 너무 싫어서..기억속에 박박 지우고 싶은 인물이예요 넘기괴하고 강렬하게 혐오스러워...잊혀지지 않지만..그런데 전 그로테스크를 임신중에 읽었다는..-_-;; 이젠 기리노 나쓰오 멀리하고싶어요

하이드 2007-08-1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으 전 아직 <그로테스크> 안 읽었어요. 분명히 샀는데, 제 서재 4차원 구멍으로 사라져버려서 못/안 읽고 있지요.
 

알벨토 망구엘의 <독서일기>는 마음의 준비를 하고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끝도 없이 내 책장의 책들을 끌어내고 있다. 급기야는 괴테의 <친화력>을 찾기 위해 책방을 뒤집고, 그래도 어디 숨었는지 찾을 수가 없어서 거실 책장+ 책무더기와 내방 책장+ 책무더기를 뒤집어야한다. 분명히! 책방에있었는데, 발이 달려서 어딘가로 숨어버렸다. 찾는 와중에 지난번에 찾으려다 포기한 <관용론>을 찾았다. 그러나 <친화력>을 아직 못 찾았기에 별로 기쁘지는 않다. 어쨌든 나는 내가 지난번에 왜 <관용론>을 찾으려고 했는지조차 잊은 상태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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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7-08-15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야수의 본능이 터졌군요. ㅡ..ㅡ; 앞니가 없네..

하이드 2007-08-15 2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는놈 입벌려서 확인하고왔잖아요-_-;; 앞니는 쪼끄매요. 송곳니는 뾰족하고 ^^

마늘빵 2007-08-16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볼테르의 <관용론> 말씀하시는건가요? :) 생각보다 잘 읽히지 않는 책입니다. 시대배경이나 이야기나 등등이...

하이드 2007-08-16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캉디드> 보고 나서 샀던 책인데, 앞에 몇장 들추다 덮었던 기억이 나네요 ^^;

오차원도로시 2007-08-16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말로의 저 표정..완소.. 그거 아세요 ..애들 이갈이 할때 냉이 송곳니는 행운을 준대서..무쟈게 빠지길 기다렸거든요. 결국 하나 겟해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어요 ㅋㅋ

하이드 2007-08-16 0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요즘 시간 날때마다 '말로야- 먹지 말고, 언니 줘야해~ 이빨 줘야해~ ' 하면서 노리고 있습니다. ㅋㅋ
 



뮈리엘 바르베리의 <고슴도치의 우아함> 예약주문 중이다.
5천원 쿠폰과 함께. 요리소설 <맛> (읽다 말았지만, 이 김에 꺼내서 다시 읽어야지) 의 저자이다. '세계음식책상' 에서 문학부문 최고상 받았다는 글을 보고 '독특할세' 했던 기억이 있는데, 기대된다.

박식한 쉰네살 수위아줌마와 국회의원 열두살 허무주의자 딸래미의 이야기라고 한다.

프랑스책을 보면 항상 하는 짓이 있다. 원표지를 얼마나 망쳐 놓았는지 확인 하는 것이다.

  

이것이 우리의 표지 ( 알라딘도 왠만하면 이미지 크게하기 서비스 좀 하지? 엥?)

그리고 아래가 원서의 표지이다. 프랑스 소설 앞에 써 있는 Roman이란 말은 언제나 가슴 설레고 질투나게 멋지다. 우리나라책에 '소설' 써 놓으면 후질텐데...


아, 정말이지, 원서 표지를 보니, 정말 눈물이 앞을 가린다.우리나라 표지의 일러스트 그림과 아래 원서 표지만 비교해보면, 정말 180도 다른 책일 것 같지 않느냔 말이다. 정말이지, 요즘 우리나라 책 표지, 특히 일러스트 표지들 안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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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 2007-08-15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저런 식 일러스트 표지가 유행인가봐요. 첨에 일본 소설들 저럴 땐 발랄해보이네..싶었지만 이건 아니라규요. ㅠㅠ ㅋㅋㅋ

잃어버린우산 2007-08-15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알라딘의 이미지 서비스가 너무 작은게 저도 불만입니다. 그리고 일러스트 표지도 맘에 안들구요. 공감합니다.

하이드 2007-08-15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르게요. 기본적으로 제공해야하는 이미지 키우기 서비스나 좀 빨리 개선하지 말입니다. 일러스트 표지는 너무 가벼워보이죠. 그런게 요즘 잘 팔리는건지 -_-a

Beetles 2007-08-15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일러스트 보면 책 사고 싶지않아염..ㅠ.ㅠ

누에 2007-08-15 1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좀 지나치네요. 그런데 양장본?

하이드 2007-08-15 18: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양장본이네요. 쳇, 만얼마짜리 책 한권에 5천원 쿠폰이라니.
비틀즈님, 정말요 ㅜㅜ 닥닥 책껍데기 싸버릴꺼에요

Apple 2007-08-16 0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일러스트 표지도 예쁘면 좋아하지만, 가끔 소설 자체의 분위기와 맞지 않는 표지들이 보여서 그건 좀 짜증나더라고요. 그리고 예쁘지 않은 일러스트 표지들도 예쁘지도 않은데 굳이 왜 일러스트 표지를 만들었을까..하는 생각이....(저는 예쁘면 다 좋습니다..-_-;켁!)
일러스트 표지중에 특히 팬시 느낌 나는 표지들이 싫어요. 중력삐에로 같은거..-_-;;

하이드 2007-08-16 0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특히 앞에 사람 그림 나와 있는거 질색이에요. <유지니아>나 <럭키걸>, <다크>같으거요

Apple 2007-08-16 15: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채 책들은 일러스트 너무 안예쁘지 않나요? 나만 그런 생각 하는줄 알았네..-_ㅠ

staubin 2007-08-18 14: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찾아보시면 아시겠지만 위의 프랑스 표지는 일반적인 글씨 작은 책(외국책들이 우리 책보다 서체가 좀 작지요)을 못 읽는 독자들을 위해, 잘 나가는 기존의 책들을 큰 서체로 다시 펴내는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출판사인 Feryane에서 만든 표지입니다. 그래서 페이지도 120페이지쯤 많고, 더 비싸지요... 원래 이 책의 표지는 갈리마르의 <백색 총서>(coll. blanche)로 아무 그림이 없습니다. 단지 그 총서에서 나온 것만으로도 평가를 받는다고나 할까요(60년쯤 된 총서입니다). 이 책이 워낙 잘 팔리니까 Feryane에서(일정의 돈을 냇겠죠?) 큰 활자로 찍은 것이지요. 아무 그림도 없이 그 총서의 이름만으로도 평가를 받는 출판사.... 모두의 큰 꿈이죠...

하이드 2007-08-18 06: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식으로 하면 라지 버젼이네요. 찾았을때 말씀하신그 표지도 봤는데, 갈리마르 표지였군요.

staubin 2007-08-18 0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쨌든 페르얀느 출판사는 이 책의 가장 큰 주제인 <동백꽃>의 가슴저린 메시지를 잘 잡아낸 셈이지요. 부럽긴 하지만... 우리가 이런 표지로 내면 아마 무슨 도감이 아닐까 물을 것 같아요. 더구나 일본화의 멋진 동백꽃 그림으로는...

하이드 2007-08-18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읽지 않았는데, 땡기네요. 페르얀느 출판사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라지 버젼으로 내면서 책의 메세지를 잘 잡아서 멋진 표지를 만들어낸다니, 멋집니다!

staubin 2007-08-18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프랑스 시립도서관에 가면 한켠에 이런 <글자 큰 책들> 코너가 있지요. 노인들이나 약시자들을 위한 복지인 셈이죠. 아무튼 이 책은 15개 국어로 계약되었다니 조만간 그 모든 번역본들 표지를 볼 수 있을 것이고, 그러면 어느 나라 감성이 이 책의 의미를 가장 잘 살렸는지 대별이 되지 않을까요... 저도 궁금합니다. ^^
 

생각이 날듯말듯 뇌주름 어딘가가 간질간질한 그런 느낌.사실, 그것이 무엇이든 기억해낸다고 해서 대단한 것은 아닌데, 머릿속 한 곳에서 나를 잡고 놔주지를 않는다. 망각의 신의 아이러니한 자비아래 '잊었으나 기억해내고 싶은 것이 있었다'는 사실을 잊었다가도 또 문득 생각이 나면, 뒷골 어디메가 찌릿찌릿하다. 지금 내게 있어선, 벌써 며칠째 생각이 났다 안났다 하는 것은 얼마전 존 딕슨 카의 <화형법정>을 읽으면서 떠올랐던 것인데, 어느 책에선가, '어떤어떤 부류의' 여자들을 마녀로 몰아 죽였다. 는 얘기가 나온다. 여자 뿐만 아니라 남자도 죽였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런' 이유로 해서 당시에 '무엇무엇을 하는' 여자들이 많이 죽었다. 는 것. 어떤 책에서 봤는지는 둘째치고, 어떤 여자들이 왜? 죽었었는지. 가 기억이 날듯말듯 안 난다. 학교 다닐때 시험시간에 세계사책 왼쪽 사진 옆 윗부분에 나와 있었는지까지 생각이 나는데, 결국 그 단어는 생각이 안나서 답답한 것과 비슷한 기분이다. 시험시간 끝나면 책 찾아볼 수 있지만, 끝나는 시간이 정해져있지 않은 지금은 생각날때까지 '그것이 뭐였더라?' 의 고민과 망각을 무한반복해야한다고 생각하니 갑갑- 하다.

그 마녀 생각을 잊고 있었다가, 오늘 낮에 또 떠오르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샤토브리앙의 <무덤 저편의 회고록>에 대한 독서일기를 읽다가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 중 이 책을 번역하는 사람이 나온 책이 있었는데, 뭐 였더라? 가 급궁금해져버렸다. 폴 오스터였나 싶다가,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였나 싶다가, 생각하다가 어느새 잊고 책 읽다가 다시 또 문득 생각이 수면위로 떠올라 존 버거였나? 싶다가. 아, 이렇게 궁금한게 또 있었지, 하고 위의 마녀 얘기가 떠올라 버린거다.

마녀 얘기와 샤토브리앙의 얘기 사이에 또 위와 같이 어느 책에서 읽었던 어느 사실이 궁금했었는데, 그건 뭐였는지조차 까먹었다.

오늘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뉴스에서는 심지어 '한국 기후 이제 장마 아니고 아열대성 우기로 들어섬'  이란 기사가 떴다. 속으로는 기상청놈들, 맨날 못 맞추더니 생각해 낸 핑계가 그럴싸하다. 했다. 어제 기사는 '장마인데도 열대야' 뭐 이런 헤드라인이였는데, 말대로 어제는 우산이 양산. 집 앞 수퍼에 두부사러 가는데, 비가 와서 우산을 썼는데, 햇살도 같이 떨어진다. 비도 가리고, 해도 가리고 일석이조일세-  예전에 사귀었던 누군가는 햇살속에 떨어지는 비를 '햇물'이라고 했었다. 해에서 떨어지는 물.

오늘은 아침부터 계속 흐린 비구름이 비를 뿌렸고, 얼마전 친구의 팬시한 오피스텔 17층에서는 들리지 않던 빗소리가 기분좋게 울렸다. 똥고양이와 똥강아지는 한껏 우다다 끝에 자리잡고 주무시는 중이다. 체중이 더 나가는 똥강아지가 먼저 뻗고, 그후로도 오랜동안 똥고양이는 어찌나 열씸히 우다다를 했는지, 뻗을 무렵에는 발바닥에 송글송글 땀이 맺혔다. 발바닥에 땀 난거 처음 본 집사는 뻗은 똥고양이가 깜짝 놀라 깰 정도로 괴성 지르며 귀엽다고 ㅈㄹ ㅂㄱ

덧붙임 : 비를 뚫고 알라딘 박스 두개를 들고 벨을 누른 택배 아저씨
노석미의 <스프링 고양이>를 가볍게 해치우고, 다른 박스에 담겨있던 색연필 책들을 보며 '내가 이걸 왜 샀지' 1초만에 머리를 쥐뜯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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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07-08-14 2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 이제 하이드님은 색연필을 들고 우다다 끝에 뻗어버린 똥고양이의 자태를 그리는 겁니다..^^

하이드 2007-08-1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벌써 몇개 그렸어요. 자꾸 보면,열심히 보면 심지어 말로같아요.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