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희진의 <페미니즘의 도전>과 <정희진처럼 읽기>를 읽고, 열광하고, 절망했었지. 나는 아직 <아주 친밀한 폭력>은 읽지 않았지만, 역시 내 안의 많은 것을 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혼자서 본 영화>를 전자책으로 산 건 좀 오래 되었는데, 이번에 도서관에서 종이책으로 빌려왔다. 이 책은 정희진의 영화감상문인데, 들어가는 말에 나오는 정희진의 글을 보고 좀 웃었다.

 

"한 가지 확실하게 배운 점은, (모르지 않았지만) 내가 글을 못 쓴다는 것이다. 특히, 내 표현력이 얼마나 형편없는지를 깨달았다. '생각'은 조금 쓸 수 있겠는데, '느낌'은 표현하기 어려웠다. 마치 어린 날의 일기장처럼, "맛있었다", "즐거웠다", "기뻤다" 이상을 쓰기 어려웠다. 애초부터 이 책은 '정확한 사랑'의 언어가 될 운명이 아니었다. 텍스트와 내가 달라붙어 있으니 말이다."

 

정희진이 글을 못 쓰다니, 표현력이 형편없다니. 지나친 겸손이라고 하기에는 이 분처럼 겸손과 거리가 먼 사람은 세상에 없을 것 같다. 처음에는 웃었는데, 책 읽으면서 빠져들고, 깊이 공감하다 문득문득 머리말이 생각나서, 아, 진짜 뭐라는거야. 화가 난다. 역시 머리말에 나오는데, 본인은 글 중독이라고 한다. 책을 읽지 않거나 글을 쓰지 않으면 불안하고,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노트북 앞에 앉는다고 한다. 집중하기 위해 미드 시리즈물 틀어놓고 글 쓴다고 했던 것도 생각나네. 그렇게나 텍스트와 달라붙어 사는 사람이 이런 글들을 쓰는 건 당연한가 싶기도 하고.

 

여튼, 내가 일어나자마자..는 아니지만, 어제 읽으며 마음으로 울고 책 붙들고 잠이 들었던 부분을 아침에 일어나 옮겨보려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영화 <하얀궁전>에 대한 감상문에 나오는 글이다.

 

 

'사랑한다'가 가장 위대한 말처럼 보이지만 연인관계에서 필요, 원함, 좋아함, 사랑은 모두 다르다. 대개는 혼재된 상태에서 사랑의 사회적 각본(매뉴얼)대로 사랑한다. 규범 밖의 사랑은 제도의 지지를 받지 못하므로 '조금' 다를 뿐이다. 제도 밖의 사랑이라고 해서 그리 대단한 것도 아니다. '모든' 사랑은 사랑하는 자의 결핍이나 욕망에 대한 자기 판단, 회계(대차대조표), 자기 확신의 활동이다.

 

자기가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는 사람은 절대로 이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랑받음은 내게 일어나는 현상이 아니라 상대방의 자기 혼란이다. 사랑은 내가 타인의 상태에 어떻게 반응하는가에 달려 있다. 본인이 매력적이고 잘나서 사랑받는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 인생의 어느 고비에서 많은 이들이 그럴 것이다. 누구나 특정 시기에 절실히 어떤 살마이 필요하다. "제발 도와주세요." 이토록 사람이 필요할 때가 있다. 문제는 필요한 관계를 얻으려면, 그 관계를 오래 이어 가려면 무엇이 가장 필요한가를 아는 것이다. 너무 절실하게 필요하면 분별력이 사라져서 '아무나'가 상대가 되고 그 상처로 다시 절실한 필요가 더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

 

'필요'가 '사랑'이 되려면 윤리가 필요하다. 사람들이 인간관계에서 가장 분노할 때는 상대가 나를 이용했다는 판단이 들 때다. 자신이 '고양이에게 먹힌 생선'이었다는 기분이 들 때, 화가 나고 불쾌하고 때론 비참하고 자책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다. 

 

그것은 내가 사물로 다루어졌다는 의미이다. 상대에게 무시당하고 어느 부분만 착취당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가 나를 함부로 대하고 나의 고통을 즐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모든 것을 나는 몰랐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랑 이전에 윤리. 윤리는 정치학이고 사회 정의다. 윤리는 상대를 존중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이것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다. 이렇게 말하면 된다. "사랑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지금 내 사정이 이래요. 그래서 잠시가 될지 어떨지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나는 지금 당신이 필요합니다. 당신의 존재,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대신 최선을 다해 당신과 협상하고, 당신에게 정성을 다하겠어요. 당신도 내게 필요한 것 혹은 불편한 모든 것을 말해주세요. 

 

물론 당신에게만 충실하겠어요."

 

의사소통이 사랑의 기본이건만, 우리는 타인과 대화하는 데 익숙하지 ㅇ낳다. 대화 자체가 권력 관계의 규제를 받는다는 점도 문제다.

 

   

 어제는 일본어 단어 외우기 시작했다. 두 달동안 하루 열개씩 외우면 600개야. 오얘~

운동도 시작하지는 못했지만, (17,543보 걸은 건 뭐 보통이고) 운동 장소를 정하고, 탐색을 마쳤다.

밤에도 가로등 켜져 있고, 트랙도 5/6 이상 깔려 있고 (중간에 안 깔려 있는데, 뭔가 맷돼지가 파고 지나갔다던가, 태풍에 트랙이 날라갔다던가 하는 느낌) 사람들도 있고, 한바퀴가 320미터 정도 되는 것 같았다. 운동기구들도 있어. 하루에 얼마나 걷던 뛰던 할지 잘 모르겠는데, 오늘부터 시작할거야.

 

어제 외운 단어는

 

아침, 모레, 저기, 모임, 언니, 저 사람, 비, 저것, 안내, 안내서

아사, 아사떼, 아소코, 아츠마리, 아네, 아노히토, 아메, 아레, 안나이, 안나이쇼

 

계획 세우는게 너무 좋은 나는, 또 새로운 계획을 세울 수 있는 11월이 이틀 앞으로 다가와 좋음.

11월 계획도 세우고, 2018년 남은 두 달 계획도 세우고, 2019년 계획도 세우고,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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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8-10-30 07: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제 정희진 선생님 글 중에서 어디서 읽었는지 기억이 안 나는 문단을 찾는라 책을 다 꺼내놓았다가 <혼자서 본 영화>가 없다는 걸 알았버랬더랬죠. 생각해보니 나오자마자 사서 읽고는 교회 동생 준 것 같아요.
넘 좋아, 읽어 봐~~~~ 다시 사야겠어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요즘 하이드님 글 읽는 맛이 솔솔합니다. 일본어 기초편이랑 마스다 미리 책도 사두었는데, 하이드님 따라 나도 일본어 해볼까, 그런 기특한 생각도 막 들고요. 잘 읽고 갑니다^^

하이드 2018-10-30 10:16   좋아요 0 | URL
같이 해요! 일본어도, 여성주의 책읽기도! 좋은 책을 좋게 읽은 동무들이 많아 좋습니다!

다락방 2018-10-30 10: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혼자서 본 영화의 저 부분 읽고 저 영화도 다운 받아두었었는데 안봤더랬죠... 정희진 쌤 글은 다시 읽어도 좋아요. 저는 [아주 친밀한 폭력]도 참 좋았어요. 좋았다고 말해도 되나? 적절한 단어인지 모르겠지만, 좋았어요.

계획 세우면 설사 중간에 포기하거나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걸 하기 위해 뭔가 시도를 하게 되잖아요. 저는 그래서 구체적인 계획, 구체적인 꿈을 만둘어두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자, 계획한 거 하나씩 천천히 해나갑시다.

저는 어제도 백래시 좀 읽다 잤어요. 훗.

하이드 2018-10-30 10:16   좋아요 0 | URL
저는 자주 포기하지만, 포기하는거보다 더 자주 벌떡벌떡 일어나니 괜찮아요.

혼자서 본 영화가 이렇게나 사랑 얘기이고, 여자 얘기일줄 몰랐어요. 밤에 와인병 붙들고 울다 잠든 ㅜㅜ
 

어제는 시간 낭비 안 하고 덩어리 시간 잘 썼는가?

요즘 바람이 많이 불고(흙이 빨리 마름), 아빠 출장중이라 난실 수국 물도 줘야 해서 물 주는데 시간 많이 걸렸다.

H를 집으로 불러 페페론치노홀과 정향과 독일어관용어 사전을 챙겨주고, 밥도 챙겨 먹였다. 나는 말만 많은 인간이라 H가 나에게 영향을 받긴 하는 것 같은데, 나여, 말만 하지 말고, 몸을 좀 움직여라.

 

덩어리 시간을 잘 썼는지는 모르겠지만, 지저분하던 집은 다다다다 치웠다. 역시 집에 사람 초대하는 것이 집 치우는 지름길.

말만 하지 말고, 뭐라도 당장 해야겠다는 조급함이 들어, 일본어 단어라도 매일 외워봐야지. 싶어 장바구니에 책 담는 김에, 근래에 보관함에 담아두었던 책들도 정리해본다. 막 신간이고 그러진 않아.

 

 

 이건 방금 담은 책이다. 표지가 너무 안 사고 싶고, 관심 안 가는데, 이 책의 저자 로빈 스턴이 '가스라이팅' 단어 만들어낸 사람이라고 한다. 원제도 The Gaslight Effect 야. 왜 이런 표지와 제목.. 갑갑하지만, 뭐 어떻게든 많이 팔려서 많이들 읽었으면 하는 책. 아아.. 그러고 보니, <가스등이펙트> 개정판이네. 역시 할 말이 너무 많아 지지만, 표지.. 제목.. 잘 팔리면 장땡이지.

 

 

 

 

 

 

"가스라이팅에는 두가지 필수요소가 존재한다. 혼란을 만들어내는 가해자와 그와의 관계유지를 위해 그에게 맞추기로 한 피해자. 저자는 그저 핍박받을 뿐인 순결한 피해자가 아닌 '가스등 탱고'의 적극적 참여자인 피해자상을 깨달으라 말한다. 이는 곧 관계중단의 열쇠를 피해자가 쥐고 있다는 뜻"

 

" 가스라이팅은 어떻게 파악할까? 뭔가가 혼란스럽다면 항상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며 우리의 현실감각을 훼손하는 다른 사람의 영향력이 존재함을 의미한다. 그의 말이 맞는가? 가 아닌 내가 이렇게 대우받는 게 옳은가?를 물어라."

 

"선량한 지적과 가스라이팅은 어떻게 구별할까? 가해자의 지적은 '너는 틀리고 내가 옳다'는 동의를 얻어내기 위한 과정에 불과하다. 그의 의도는 지적을 함으로써 피해자를 도우려는 게 아니고 손상하려는 것이다."

 

" 피해자가 가해자를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까놓고 말하자. 1. 경제적 불안 2. 홀로된다는 두려움 3. 잘못되었음을 인정하는 수치심 4. 나만 잘하면 된다는 혹은 사랑에 대한 환상"

 

" 우리에게 잘해주지 않는 사람과 사귈 때, 우리는 그 관계에 송두리째 마음을 빼앗긴다. 생각할 것도, 이야기할 것도, 분석할 것도 많기 때문이다. 성격 좋고 믿을 만한 사람과 사귈 때는 생각할 게 많지 않다. 그런 관계는 확실히 즐겁지만, 많은 시간을 요구하지도 않고 몰두해야 할 필요도 없다. "

 

" 가스라이팅 관계는 피해자가 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하면 노력할 수록 더 관계과 파괴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상대방의 인정을 갈구하는 것을 그만두고 상대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본인도 인정해야 한다. 가스라이팅이 시작되는 것도 피해자의 선택이고, 차단하는 것도 피해자의 결단."

 

 

@olivecatlee  올려주신 글 보다가 벌떡 일어나 페이퍼

 

 

당장 사고 싶지만, 읽지 못한 책들.. 을 정리라도 좀 하고 사자 싶어 참음. 오오!! 도서관에 있어!! 오늘 빌려야지.

 

  내가 아는 책 가장 많이 읽는 분이 정말 좋았다고 한 책.

  나무들이 주인공인 책이네?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살아남은 나무 이야기. 최소 2,000살부터 길게는 60만 살 된 생명체들. 그들은 현존하는 모든 생명체에 앞서 있어왔던 우리 행성의 살아 있는 역사이자 진정한 주인이다."  사진작가 레이첼 서스만이 학자들과 협업하여 고생명체 30여종의 모습을 생생한 사진과 담백한 글로 담았다고. 전자책으로 살까 종이책으로 살까 고민되는 책이네.

 

 

 

 

 

 

 

 

 

 

 

 

 

 

 

 

이런 책들도 담았다.

내 작은 도서관에 여성학 책들 신청 많이 해야지.

 

 맨부커 수상작이라고?

 

"링컨 대통령이 어린 아들을 잃은 후 무덤에 찾아가 아들의 시신을 안고 오열했다는 실화를 모티브로 한 소설이다. 오래전 손더스는 워싱턴을 방문했다가 지인에게서 링컨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링컨기념관과 피에타가 합쳐진 이미지. 이것이 <바르도의 링컨>의 출발점이었다. "

 

줄거리로는 전혀 읽고 싶지 않은데 음.. 요즘 소설은 미미여사 정도 아니면 거의 땡기지 않는다.

 

 

 

 

 

 

 

 

 

 

 

 

 

 

 

 

 

 

 

 

하지만, 미야모토 테루의 책이라면, 좀 관심 가지. 이전의 책들을 읽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데, 어떻게 읽힐까 궁금.

사랑을 하던 나와 사랑을 중단한 나.

 

 

 

 

 

 

 

 

 

 

 

 

 

 

 

어제 H가 일본어책 빌려주고 (N1이라 내가 언제 볼까 싶지만..) 집에 있는 수국책(일본어 원서) 같이 읽어봤는데, 의외로 내가 가진 수국책 지식과 한문지식으로 읽히더라. 오잉? 내가 일본어로 하고 싶은건 일상회화와 읽기. 이다. 일단 읽기.가 제일 필요해. 그래서 단어라도 공부하고, 숙어 공부하고, 사전 찾으면서 읽는거 시작해보려구. 단어도 외우고.

 

운동 장소도 찾았다. 근처에 학교 많아서 학교 운동장 갈까 싶었는데, 사실 코 앞에 운동 기구 있는 작은 공원 있고(1분 거리) 5분 거리에 큰 운동 공간 (운동공간도 짱 많음. 어제 베이글 사러 갔다가 어깨 억수로 시원할 것 같은 운동기구 사용하고 있는 사람 보고 훅 땡김) 있는데, 밤에도 환하대.

 

매일 무언가를 해야지. 계획하지만, 아니, 매순간. 다 못 해내니깐, 무력감도 같이 온다. 하지만 계획하는게 너무 좋아서 무력감따위 나의 계획을 막을 수 없지. 관건은 알바 끝나고 집에서 퍼지지 말고, 바로 정원 가서 일하고 와서 저녁에 덩어리 시간 만드는 것. 따뜻한 겨울을 준비하는 것. 보일러 안 틀고 미니난로와 전기요로 버틸 수 있을까 싶긴하다.

 

일본어, 운동, 그리고, 시작했지만 지지부진한 여성학 책읽기. 11월과 12월에는 빠짝 해야지.

 

 

 

 

 

 

 

 

 

 

 

 

 

 

추천 받은 고양이 '비의 이야기, 무레 요코의 고양이 신간 '아저씨 고양이는 줄무늬'랑 같이 사볼까?

연꽃빌라 이야기 좋아하는데, 읽은지 오래 된 것도 아니지만, 지금 읽으면 또 다른 느낌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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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8-10-29 07: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저 북플에서 저 책 표지 며칠전에 보고 응 내가 읽을 책은 아니다 싶어 그냥 휙 넘겼는데... 저게 가스등 이펙트 개정판이라고요? 표지 어쩔;; 아무튼 저도 보관함에 담습니다.

다락방 2018-10-29 07: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리고 금수 도 읽은 후 감상 궁금해요. 저는 작년인가 재작년에 읽고 너무 싫어서 분노의 페이퍼 썼었거든요 ㅎㅎ

하이드 2018-10-29 07:19   좋아요 0 | URL
나 완전 좋아했던 것 같네요 ㅎㅎ 지금 읽으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유부만두 2018-10-29 0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르도의 링컨은 뭐 그냥 그랬어요. ;;;

하이드 2018-10-29 07:43   좋아요 0 | URL
감사! 일단 저 줄거리가 전혀 제가 좋아하는 얘기가 아닌데, 읽을까말까 하고 있었거든요
 

비소식 없었는데 비가 내렸다. 감사하게도.
비 내리면 나는 언제나 하늘을 보며 춤을 춘다. 사회적 체면과 뭐 그런게 있..지 않지만, 겉으로는 쟤 좀 이상해 정도로 ( 쟤 좀 무서워 아랫단계) 덩실거리고 내적댄스.

정원냥이들과 깜스 밥 챙겨주고, 수국실의 수국들을 돌본다. 밭의 수국들은 감질나는 스프링쿨러 물이 아닌, 하늘에서 시간 재지 않고 밭 구석구석 뿌려주는 물에 뿌리끝까지 포옥 적셨다.

집에 오는 길에 마트에 들어 수산코너를 체크한다. 9800원 방어회 나와 있다. 색과 결을 유심히 보며 한참을 골라 단깻잎 450원을 함께 사서 나왔다.

방어보다 럭셔리한 방토가(한 팩에 10,500원!) 세일 매대에 3천원에 나와 있는 걸 발견하고 집어 온다. 와인 매대는 한참 서성이다 그냥 돌아선다. 냉장고의 네캔 만원 맥주가 벌써 두달 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오늘은 맥주.

서울에 있을 때는 돈 만원으로 뭐 먹었더라.

그제는 5,800원 주고 ‘꽁치‘과메기를 사서 어제까지 이틀에 걸쳐 먹었다.

삼색볼펜 하나 사고 싶어 다이소 한 번 가려면 휴무때 큰 맘 먹고 가는 지경이지만, 계절마다 큰 돈 안 들이고, 제철의 먹거리들을 먹는건 좋은 일이다.

당장 시작해야지 세가지, 일본어, 운동, 여성학 책 읽기.
계획 세워야지. 생각만 한지 며칠이 흘렀다.

여성학 책읽기는 다락님이 깃대 들고 흔들어 주셨으니, 오늘은 방어회 먹은 값으로 계획들을 세우고, 첫발까지 내뎌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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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거짓말같이 맑은 날씨였다. 오늘도 그럴테지.
별 일 없이 주말 보내고나면, 다시 월요일, 화요일, 수요일.

제주는 겨울에 많이 춥단다. 겨울준비 단단히 해야지.
여름에 시원하게 났던것처럼( 드디어 전기세 11,800원으로 내려옴) 겨울에는 보일러 절대 못 트니( 도시가스 아니다. 왜? 도시가 아니니깐!) 미니난로와 장판 말고 다른거 뭐 있어야 할까?

털쟁이들은 열심히 털찌시오.

겨울에는 늘 마음이 흔들흔들 갈팡질팡이지만, 이번 겨울에는 나를 잡아줄 닻들이 많다. 걱정 안 하지만, 그래도 마음 준비도 단단히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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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8-10-20 07: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맨 윗 사진은 하루방 아니면 우리 나라 아니라 다른 나라인줄 알겠습니다.
그 유명한 핑크뮬리를 직접 보셨군요. 저는 지금까지 사진으로만 보고 있어요. 동판화 작품 같습니다.

하이드 2018-10-24 08:47   좋아요 0 | URL
엄청 예쁘고 압도적이에요. 제주의 야자는 참 이국적이지요. 야자 있는 나라 가면 제주 같네. 그럴 것 같아요. ㅎㅎ

Jeanne_Hebuterne 2018-10-24 08: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떤 곳이든 고양이가 있으면 그걸로 풍경이 그림같아져요. 말로, 리처, 둘 다 여전히 동화같이 예뻐요!
이곳은 쌀쌀해서 오늘 휴무를 내고 전기장판을 켜고 난로도 틀고 고양이들과 책을 읽다가, 사람과 함께 있을 때보다 더 평화롭구나 싶어요. 당연한 것이겠지요.

하이드 2018-10-24 08:40   좋아요 1 | URL
11살 말로는 지금 건강검진 받으러 가는 길이랍니다. 제주 와서 첫 나들이에요. 고양이가 함께 있으면 주변 공기가 달라져요.

Jeanne_Hebuterne 2018-10-24 08:47   좋아요 1 | URL
인간 집사보다 훨씬 작고 약한 말로, 검진 잘 받기를! 책과 고양이는 그 자체로 더이상 진화할 필요 없이 완벽해요 :)
 

너무 오랜만에 해서 신간이 신간이 아닐 것이야. 아마도.

오늘까지인 전자책 쿠폰을 사용하기 위해 사고 싶은 책들 정리해 보기로.

 

제주 내려오고 나서 전자책이 더욱 유용해졌다. 짐을 줄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당일배송보다 더 빠른 즉시다운로드.를 선호하게 되는데, 역시 어떤 책들은 꼭 종이책으로 사고 싶고, 그렇긴 하다. 내 경우 가장 좋아하는 책에 대한 최고의 찬사는 전자책을 사서 읽고, 종이책을 사서 읽는 것.

 

책 산지가 정말 오래됐는데, 전자책은 사고 바로 읽거나, 아니면, 사고 까먹어서 산 감각이 없어지는 단점이.. 눈에 보이지 않으니, 읽어야 되는데.의 부담도 제로로 수렴하는 건 내가 못난 탓이지만요.

 

나 올해 초반에 장바구니 한 번 날린 것 같은데, 종이책 3,524,240원 뭐여? 저기요, 보관함을 이용하시라구요. 전자책은, 어디 보자.. 4,686,240원 ㅎㅎㅎ 분명 이거 다 주문하면, 이미 구매한 책을 또 구매하겠냐? 멍충아? 라고 메세지가 나오겠지.

 

 

 

 

 

 

 

 

 

 

 

 

 

 

레베카 솔닛의 책들. 전부 다 이북으로 나와있다. 전자책을 더 많이 구매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당연히 컨텐츠다. 사고 싶은 책들이 많이 나와 있음. 전자책은 읽고 싫으면 버리지도 팔지도 못해서 더 고심해서 사는데, 신간들이 빠르게 전자책으로 소개되고 있다.

 

 그래도 이런 책들은 종이책으로 쥐어보고, 읽어보고 싶긴 하다.

 

숲해설가 페터 볼레벤의 <자연의 비밀 네트워크>

 

 

 

 

 

 

 

 

 

 

 

 

 

 

 

 

 

 

 

 

 

 

 

 

 

아직 안 읽은 다혜리의 책들도 두 권 골라봤다. 구병모의 <파과>는 오늘 살건데, 소설 앞부분에  

지하철에서 50대 한국남자가 임산부석에 앉아 있는 여자보고 애 가진게 대수냐고 막 시비터는데, 킬러가 눈에 띄면 안되니깐 보고만 있다가 사람들 우르르 내릴 때 50대 한국남자 등에 독묻은 칼 꽂고 내리는 얘기가 나온단다. 60대 여성 킬러 이야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당장 사보겠다고!

 

셜리 잭슨의 <힐 하우스의 유령>은 집에 있었는데, 이번에 버리고 온 듯.. 읽긴 읽었다. 넷플 드라마가 되게 수작이라고 해서 책 다시 읽어볼까 생각중이다.

 

  알라딘 서재 1위 책 뭔가 봤더니, 애도일기 번역가 김진영님이 쓴 마지막 일기 모음이다. 이건 종이책. 애도일기 읽으려고 꺼내놨는데, 맑고 아름다운 글 쓰시는 분이라는 리뷰 보고 나니, 읽어보고 싶어졌다.

 

 

 

 

 

 

 

 

 

 

 

 

 

 

 

 

 

 

 

 

 

 

 

이 책 네 권도 읽어보고 싶은데, 일단 도서관 신청도서, <고양이 '비'의 이야기>만 장바구니 담아 본다. (이미 담겨 있다)

 

 

 

 

 

 

 

 

 

 

 

 

 

 

<고독한 늑대의 피> 잘 쓰여진 경찰소설이라던데, 이거 전자책 나왔네. 사봐야겠다.

진 리스의 책, 표지도 아름답다. 나중에 종이책 살 때 사야지. 스가 아쓰코의 책들 재미있다고 누가 그랬는지 기억 안 나는데, 처음 들어보는 작가라 다 담아두었다. 한 권씩 시작해볼 예정

 

 

 

 

 

 

 

 

 

 

 

 

 

 

 

이런 책들도 담아둔다.

 

나 요즘 엄청 깜박깜박한다. 어제는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화가 나서 내가 왜 이러지 했다면, 오늘은 자꾸 사소한 실수들 반복해서 내가 엄청 짜증났던 날이다. 뭐가 문젤까. 너무 화가 나고 걱정이 돼서 (내가 이렇게 날 잘 챙겨) 이전에 읽었던거라 살 생각 없었던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일할까'를 장바구니에 담았다. 살 것이다. 그리고, 체크리스트 만들어 일 잘할 것이다.

 

 그리고, 허수경의 책을 한 권 살 것인데, 지금 보니, 전부 다 전자책으로 나와 있는 것 같다. 전자책 만세다.

 

 

 

 

 

 

 

 

 

 

 

 

 

아까 장강명의 '노라' 표지 보고 너무 기분 나쁘고 섬찟해서 리디셀렉트 해지하고, 마구 욕했는데, 연재중단 요구도 일어나고 있나보다. 해지와 불매와 연재 중단은 다르다는 글 보고, 다시 생각해보고 있다. 별 생각 없었는데, 아무리 빻은 글을 쓰고, 여성혐오 표지판 같은 표지를 썼다고 하더라도 연재 중단을 요구할 수 있나? 해지할 때, 분명히 사유 썼다. 리디 셀렉트의 셀렉션을 믿고 구독 신청했는데, 장강명의 노라. 같은 이야기를 셀렉트한 걸 보니, 신뢰가 바닥으로 떨어지고, 표지와 내용도 불쾌하다. 라고.

 

분노하다가도 이렇게 금방 자기검열하고, 그래도 되나? 돌아보고, 내가 틀린 건 아닌가? 의심하게 되는데, 여자들만 그런 것 같아서 또 열이 올라옴. 내가 그 표지가 굉장히 불쾌했던 건 그 표지 보자마자 연상된, 무슨 성박람회 사진이었는데, 얘기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더럽고 남성혐오가 극으로 올라오긴 하는데, 그냥 빨리 하고 넘어가면, 여성 신체의 각각 부분을 오나홀로 만들어 둔 것이다. 발, 손, 뭐 그렇게. 여자의 몸을 조각조각 잘라서 남자 자위도구로 만들고, 성박람회 아니라도 성인용품점에서 남성자위도구 파는 패키지 본 적 있다. 정말 .. 장강명의 표지는 그런 것들을 세련되게 그려 놓은 것과 다름 없었다.

여자가 이미 그런 취급을 당하고 있는데, 그게 뭔 SF 소설이야.

 

근래에 발견한 너무나 멋진 SF '여자' 작가들의 소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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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19 22: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10-20 03: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연 2018-10-20 12: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독한 늑대의 피.. 최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