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선 페미니즘 - 여성 혐오를 멈추기 위한 8시간, 28800초의 기록
고등어 외 41인 지음, 한국여성민우회 엮음, 권김현영 / 궁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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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성들이 이 사건에 대해서 분노하고 슬퍼하고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이유는 남자가 싫어서가 아닙니다. 남녀 싸움을 조장하기 위함도 아닙니다. 단지 문제가 있으니까 한번 해결을 해보자는 겁니다. 그런데 그 문제가 있음을 인정조차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리가 논의를 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겠습니까? 


변화는 잘못됐다는 알아차림 없이는 절대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변화는 기존의 것이 뭔가 잘못되었다고 느끼는 피해자들, 약자들, 소수자들이 목소리를 내지 않는데 기득권자들과 사회 시스템이 알아서 바꾼 경우는 단 한번도 없습니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신촌에서 있었던 필리버스터 소식을 보았던 것을 기억한다. '거리에 선 페미니즘'은 그 때의 이야기들을 '기록'해 둔 것이다. '기록'이 '기억'을 지배한다.고 누가 그랬던가. 계속해서 말해지고, 기록되어지고, 읽혀지고, 다시 말해지기를 바란다. 


광장에서 사람들 앞에 나서 필리버스터를 이어간 사람들 중에는 준비해 온 사람들도 있었고, 길 가다가 즉석에서 나가서 발언한 사람들도 있었고, 주최한 사람들 중에서도 있었고, 남자들도 있었다. 한 번 터진 이야기는 멈출 줄 모르고, 시간 관계상 추려야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야기들은 다 비슷하고, 다 다르다. 여자들에게는 너무나 익숙한 이야기들인데, 남자들한테는 그렇지 않다고 한다. 

우리는 이 이야기들을 2박3일도 너끈히 이어갈 수 있는데, 이야기를 하면서,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와 여자만 그랬구나, 남자들은 겪지 않는 일이구나.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한 번 말하기 시작한 여성들은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차별, 성추행/성희롱/성폭행 을 겪어서 힘들었고,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음을 알고, 이야기하지 못했던 것을 이야기하고, 나누고, 앞으로 더 이야기해서 더 나아지게 만들겠다. 는 이야기들이 모여 있다. 


인상 깊었던 남성 발언자의 말 중 : 

지금의 이 끔찍한 상황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일부 남성의 책임이 아닙니다. 거꾸로, 모든 남성이 책임의 일부입니다.  

한숨 쉬게 만드는 이야기들은 매일같이 일어나고, 내 주변은 정리했다. 미역은 무시하고 떼놓고 갈 것이다.  

집에서 혼자 사는 것이 아닌 이상, 집에서 혼자 살아도 신경쓸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지만, 사회 속에서 여자의 성별로 살아가야 하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 싶다만, 이렇게 이야기하고, 서로의 경험으로 정보를 얻고, '서로의 용기'가 되어 주는 것 등을 생각한다. 가장 유명한 슬로건 중 하나인 Personal is Political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인 것일테니깐. 


오늘 본 이야기를 덧붙이고 싶다. 

지하철에서 험한 일 당하는 여자들의 이야기를 볼 때마다 '나라면 어떡할까' 생각한다. 얼마전에 옆자리 앉은 여자에게 포르노를 보여주며 농을 치는 변태할저씨 이야기가 돌았었다. 이런 경우에 동영상으로 찍고, 열차 가는 방향 다음역을 네이버에 찍으면 전화번호가 나오는데, 글로 전화해서 신고하고, 어느 칸인지 이야기해주면, 지하철방범대? 분들이 나오신다고 한다. 첫번째 본 글에서는 경찰에 신고했는데, 아무 도움 안 됐다고 한다. 전혀 놀랍지 않다. 

오늘 당한 사람이 보니 모정치인 영상과 포르노 영상들을 유튜브 리스트에 올려 놓고, 옆자리 여자 반응 봐가면서 포르노 보여주고, 중얼중얼 하는 것이, 얼마전 트위터에서 돌았던 바로 그 변태할저씨였다고. 다음역이 가까워서 신고는 못하고, 큰소리로 개망신만 주고 내렸다고 하는데, 후에 경찰에 신고해도, 이분이 하도 의연하게 대처해서 '수치심'을 느끼지 않았으니, 어떻게 할 수 없다고 했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보면서, 지하철에서 이 변태놈 만나면, 개망신도 주고, 신고도 해야지. 라고 시뮬레이션. 이런 것들. 이런 이야기들. 잊을만하면 올라오는 납치당할뻔한 이야기들, 성추행당하는 이야기들. 내가 당하면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누가 당하는 거 보면 옆에 가서 도와줘야지. 하는 것들을 계속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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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미래
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전병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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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핑커,매트 미들리,알랭 드보통,말콤 글래드웰 둘씩 편먹고 ‘인류의 미래는 긍정적인가?‘를 토론한다.과학자 둘과 인문/사회학자 둘의 대결로 과학 vs.인문학으로도 볼 수 있겠다. 가장 똑똑한 사람들끼리 엄청나게 비꼬고 갈구며 토론해서 웃었다.찬/반 둘 다 공감,내 표는 말콤 글래드웰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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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7-01-25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캐나다의 앞날에는 더 나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는가?‘ 이것 역시 확실히 그럴 겁니다. 여러분, 캐나다인들은 최근에 국가 지도자를 뽑는 과정에서 엄청난 진전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우리가 모두 캐나다에 살고 있지는 않습니다. 저만 해도 미국에 살고 있습니다. 미국의 공화당 대선 후보 토론을 5분만 지켜봐도 캐나다 국경 남쪽 저 너머에 있는 사람에게는 그런 낙관적인 명제가 사실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 보육원 의무 교육화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한연 옮김 / 민음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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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루이치 노리토시의 <아이는 국가가 키워라> 

이름이 낯익어서 보니 제작년에 흥미롭게 읽었던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 의 저자이다. 그 이후로 <희망난민> 이 나왔는데, 아직 못 읽었고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젊은 남자 사회학자로 알고 있는데, 보육문제라니, 읭? 싶었지만, 이전 책에서 보여줬던 리서치와 필력, 설득력이 대단하다. 요즘 가장 관심가는 주제이기도 해서 더 쏙쏙 들어왔던 것 같다. 


가벼운 주제는 아니지만, '노동력이 부족하고, 저출산이 문제라면, 왜 보육을 국가에서 책임지지 않지? 여자들의 노동력을 쓸 수 있고, 출산률도 높일 수 있는데 말이야' 라고, 굉장히 단순강력한 명제로 무겁지 않게 접근했다. 이 책을 무슨 마피아게임 하는 멤버들이랑 마피아게임하러 갈 때마다 회의하고 썼다고 하는데, 페이지 수는 많지 않지만, 심플하게 잘 정리되어 있고, 일본의 문제와 우리의 문제..를 비교해놓고 보면, 우리랑 비슷해! 하지만, 우리는 늘 거기에 더한 괴로움과 힘든 레이어가 몇 겹이나 있다는 점에서 절망. <절망의 나라의 행복한 젊은이들>에서 사토리 세대, 달관 세대가 아르바이트 하고, 직업 가지지 않는다고 썼는데, 그 나라랑 우리나라 시급 차이 같은 거. 그런 레이어. 


시간 없는 사람은 이거라도 읽어라. 정리해 놓은 책인데, 거기서도 또 정리 해놔서 맨 앞장에 읽는 방법을 써 놓았다. 

어느 장부터 읽어도 상관 없는데, 바쁜 엄마는 '시작하며', '1장', '2장', '7장' 읽으면 되고, 정말 바쁘면 '시작하며'와 '7장' 

'저출산'과 나라 경제'에 관심 있는 어르신은 '2장', '4장', '6장' 부터 읽으면 좋고, 교육 문제에 관심 있는 분께는 '2장' 을 권한다. 각 장에는 각 장의 포인트까지 요약해 써두었다. 


2016년, 올해 봄에 일어난 일이었다. 


"보육원에 떨어졌다. 일본, 죽어라!" 


 굉장히 최신의 이슈를 다룬 책이다. 위의 제목은 500자 안되는 블로그 기사였는데, 출산 후에 일하려고 했던 여성이 보육원에 떨어져서 분노하는 내용의 글이었다고 한다. 익명의 이 글이 바이럴을 타고, 급기야 티비 방송에서도 특집을 편성했으며, 이에 그치지 않고, 시외가 열리고, 마침내 국회에서 야당 의원이 이 글을 근거로 일본 보육제도를 문제 삼고, 아베 수상이 답변에 나섰다고 한다. 정부측 태도에 사람들이 더 분노하고, 여당인 자민당이 '대기 아동 대책 특별팀' 을 만들었다. 


일본의 보육원 문제는 잠재적 대기 아동이 100만명에서 300만명 까지 이른다고 한다. 들어가는 말에서 한국은 무상보육도 하고, 이미 해결되어 자기 책이 안 팔리는거 아니냐고 했는데, 그거 아니구요.. 


1980년대의 가족계획 슬로건을 들여다보면 '둘도 많다' , '하나만 낳아 젊게 살고 좁은 땅에서 넓게 살자' 였는데, 2002년엔 합계 출산율이 1.17까지 급격하게 내려가고, '한 명의 아이보다 두세 명의 형제자매가 더욱 행복합니다' 로 바뀌었다. (합계출산율은 2.0 이상이어야지 인구가 유지되고, 그 이하면 줄어든다) 


장난치나, 덧붙이면, 저출산, 저출산 하지만, 현재의 출산율은 더 높다. 다만, 아이를 낳는 여자의 수 자체가 적다. 왜? 지금 가임기의 여성들이 '하나만 낳자' 가족계획 슬로건 아래 페미사이드 당했거든. 그래서 남자와 여자의 성비가 가장 극악하던 때의 여자들이거든. 


'시작하며' 에 나온 또 하나의 중요한 이야기 


한국도 일본도 여성, 특히 '엄마'에게 유독 차가운 나라인 듯싶다. 일본의 여성은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은 물론, 노동자로서 여러 가지 책임까지 사회로부터 떠맡고 있다. 


이것은 뒤에 좀 더 설명되는데, 한국 이야기인줄 알았다. 어떤 면에서는 일본이 더 심한데, 누가 더 심하냐의 차이이지, 나쁨. 나쁨. 


저자는 주로 일본 젊은이들에 대한 책을 써 왔고, 자주 받은 질문에 대해 차근차근 대답해왔는데, 

"장래 일본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안하고 싶은 게 있습니까?" 라는 물음에 대해 이 책<아이는 국가가 키워라>는 

"일본이 이런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라고 선언한 책이라고 말하고 있다. 


목차를 보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알 수 있다. 


한국어판 서문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없는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시작하며 엄마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나요? 
1장 엄마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나라에서 아이가 태어날 리 없다 
2장 인생의 성공은 여섯 살 때 판가름 난다 
3장 모성 본능이라는 말, 사실 의학 용어도 아닐뿐더러 근거도 없다 
4장 저출산이 나라를 멸망시킨다 
5장 초식남이 나라를 망친다는 헛소문 
6장 여성이 기대받는 시대 
7장 0세부터 시작하는 의무 교육 
후기 누구나 즐겁게 육아할 수 있는 사회를 위하여

 

목차를 죽 이으면, 저자가 하고자 하는 말이다. 


엄마도 인간이다. 엄마를 소중히 여기지 않는 나라는 저출산이 당연하다. 인생의 성공은 여섯 살 때 판가름 난다. 영,유아 교육이 중요한 이유는 '비인지 능력'이 사람과의 교류를 통해 길러지기 때문이다. 영유아 교육에 대한 투자가 가장 효율적이다. 모성본능은 의학용어도 아니고, 근거도 없고, 역사 속에도 없었다. 근거 없는 3세 아동 신화 탄생의 기원 (우리나라도 요즘 3살까지는 엄마가 .. 하는 얘기가 슬 나오던데, 이거 일본에서 건너온거구나!) 저출산이 나라를 멸망시킨다. 저출산을 극복한 프랑스의 예, 초식남이 나라를 망치고, 성욕이 없어서 요즘 젊은이들이 애를 안 낳는다는 망언, 여성이 기대받는 시대, 보육원 의무 교육화는 성공하는 사람을 늘린다. 


어머니도 우리와 같은 인간일 텐데, '엄마'라는 이름이 붙은 순간 무엇이든 들어주는 초인적인 존재로 여기곤 한다. (..) 엄마가 직장을 열심히 다니면 '아이가 불쌍하다.'라며 혀를 차고, 어린아이를 어딘가에 맡기고 여행이라도 가는 날에는 인정머리 없는 사람 취급까지 받는다. '전철에 타는 것'도, '최선을 다해 일하는 것'도, '여행을 떠나는 것'도 대다수가 권리라고 의식하지 않을 정도로 당연히 누리고 있는 일들이다. 그런데도 '엄마'가 이러한 행동을 하면 사회의 반응은 달라진다. '엄마'가 되면 아무에게도 불만을 듣지 않을 스트라이크 존이 극도로 좁아진다. 일본의 '엄마'에게는 기본적 인권마저 인정되지 않는 듯싶다. 


9호선과 1호선을 주로 타고 다니는데, 임산부 배려석 처음 생겼을 때에 비해, 지금은 많이 비워두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지막에 채워지거나, 비워둔다. 일부러 빈자리 앞에 서 있기도 하는데, 임산부 표시마다 엑스표 치고 다니는 미친놈이 있다는 것, 빈 지하철 안에서도 일부러 임산부석에 앉아서 일베마크 인증하는 놈들이 있다는 것도 현실. 


일본에는 지금 두 가지 큰 사회 문제가 있다. 저출산과 노동력 부족이다. 그런 시대에 아이를 낳고(저출산 해소에 공헌), 심지어 일까지 하고 싶다고 생각하는(노동력 충당에 공헌) 엄마들이 많은 것이다. 원래대로라면 나라가 나서서 그들에게 표창장을 줘도 모자를 정도다. 그런데도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은 이와는 정반대 상황이다. 노동력 부족과 저출산 해소에 공헌하는 부모들이 지옥같은 보육원 찾기에 고통받고, 고육지책으로 일시적 이혼까지 선택하고 있는데도 여기저기서 비판받고 있으니 말이다.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저자는 진심으로 어떻게 이렇게 뻔한 상황이 해결되지 않고, 고착되고, 악화되고 있는지 분노하고 있다. 그러게, 왜일까?


저자가 일본을 방문한 피케티를 만났을 때 일본의 저출산 문제에 대해 많이 논의했다고 한다. 

"일본에선 급격한 저출산과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것은 일본에게 큰 위기다. 그러므로 일본은 여성이 일하기 쉬운 환경을 조성하거나 남성이 장시간 노동에서 벗어나 육아에 더욱 협력하도록 해야 한다." 라고. 


고령화 문제에 대한 책은 다양한 형식으로 많이 나오고 있는데, 같은 식으로 접근한 보육문제에 대한 책은 잘 못 본 것 같다. 단순히 내 관심사가 아니였어서 그랬을 수도 있다. 챕터 중에 고양이를 키우는 이야기가 나온다. 아이 키우는 것이 점점 힘들어지고, 아이는 줄어들고,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은 늘어난다고. 자신만해도 고양이를 키우면 키웠지, 아이를 키울 생각은 없었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를 가지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다. 그러나 아이를 가지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아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적극 도움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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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이민경 지음 / 봄알람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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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에 난 구멍으로 빛이 든다. 이정도면 사는데 지장없다. 그런데도 득달같이 달려들어 커튼을 더 찢으려 드는 이들이 있다. 이해할 수 없다. 부산스럽고 소란하게 굴기에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비난했다. 이제 그만좀 하라고 소리를 높였다. 빛이 든 이후에 살기가 좋아진 거라는 말을 주워 들었지만 무슨 소리인지 실감이 되진 않았다. 결국 요란하게 굴던 이들은 구멍을 조금 키우는데 성공했다. 빛이 조금 더 든다. 조금 더 살만하다. 그런데 그들은 멈추지 않고 야단이다."

 

커튼에 구멍을 내는 사람, 커튼을 더 찢으려고 부산스럽고 소란스럽게 구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막상 커튼을 다 찢어버리고 나면, 그 세상은 지금 작은 구멍에도 계속 놀라고 있는걸 보면, 더 놀라울 것이다. '아는 것' 커튼 밖의 세상을 아는 것.으로 세상이 변하지는 않겠지만, 변화의 필수불가결한 시작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봄알람 출판사의 이민경은 2016년 5월 17일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9일만에 '입이 트이는 페미니즘'을 썼다.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호응에 '봄알람'이라는 출판사를 만들고, 두번째 책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를 냈다. 봄알람의 세번째 책은 '메갈리아의 반란' 이다.

 

작년 한 해 다양한 페미니즘 책이 나왔고, 2016년 도서판매 분석 같은 걸 보면, 눈에 띄는 변화가 '페미니즘 도서' 정도일만큼 페미니즘 이슈는 독자들의 눈과 마음을 사로 잡았다. 그 책을 읽고, 각자의 커튼에 구멍을 찢기 시작했다.

 

저가가 '계보'를 들고 나온 계기는 민우회 주최 김현미 선생님의 강의를 듣던 중 "우리 여성들에게는 계보가.." 라는 말이 나와 당연히 그래, 우리 여성에게는 조국도 계보도 없지. 라고 앞서 생각하고 있던 중에 "존재한다" 라는 말을 듣고 당혹감을 느낀 것에서 시작한다. "계보에 오를 수 없는 이들이 모여 만들어낸 계보가 있다면 찾고 싶었다"  그래서 이 책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를 세상에 내놓게 되었다.

 

사회학적 상상력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금, 여기'를 '지금이 아닌 언젠가, 여기가 아닌 어딘가' 로 가정하기.

과거 여성의 삶, 지금 여성의 삶, 지금 다른 곳의 여성의 삶, 다음 세대의 여성의 삶.

챕터의 제목에 나온 것처럼 '사회는 흐른다' 더 나아질 수도 있고, 한 보 후퇴할 수도 있겠지만, 두 보 나아갈 수도 있는. 그런 사회의 흐름 속의 '나'를 상상해 보면, 덜 막막해진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껏 없다고 생각했던, 지워졌고, 우연히 보존, 발견되었던 '계보'를 공부해보자. 고 한다.

 

읽으면서 울컥했던 부분들이 많은데, 읽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여성의 '연대' 가 나오는 부분에서 벅차올랐다. 다양한, 지워졌던 여성운동의 역사가 나온다. '여성운동' 만이 아니라 '노동운동' 에서, '독립운동'에서, '민주화운동'에서 여성이 지워진 사례들을 보며 소름끼쳤다. 지워졌고, 알아볼 생각하지 않았고, 모르는 상태로 잊혀지고 있었다. 아이슬란드가 IMF의 위기를 맞아 강한 구조조정으로 성공적으로 회생한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 때의 총리가 여자이고, 유일하게 벌금을 물지 않은 은행의 은행장이 여자였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처음 알았다.

 

"시간이 지나면 여성은 반드시 승리하가? 일단 변화가 일어나면 그 전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처음부터 억압에 휩싸여 있을 때는 그럭저럭 버텼다 하더라도, 한 겹 걷어낸 세상을 맛보고 나면 다시는 그것을 뒤집어 쓸 엄두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

 

다음 책인 '메갈리아의 반란' 에 대해 기대하게 만드는 글이 있다.

 

 

"지난 시대의 가부장과 똑같은 얼굴을 하고 똑같은 말을 하면서 그렇지 않다고 부인하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조상을 닮았다는 말에 발끈한다. "그것과 이것이 같으냐?" , "과거에는 차별이 있었지만 나는 상식적인 얘길 하는 거다." 뻔한 주장이다. 그러나 그 상식은 누가 만들었는가? 차별과 억압을 받는 입장이 아니기에, 그저 힘이 센 편에 서 있는 이들, 그러다가 우리의 투쟁으로 세상이 조금 변하고 상식 아니었던 것이 상식이 되면 냉큼 거기 올라타 그다음 변화에 어깃장을 놓을 뿐인 이들은 모른다. 계승할 역사도 긍정할 전통도 없이 변화를 막아서는 이들은 그저 미역에 불과하다. 배에 엉겨 붙어 진로를 필사적으로 방해하는 미역"

 

그들은 그저 미역에 불과하다고. 아, 너무 웃었다.

 

메갈리아가 왜 후련했는지, 아래 글이 잘 설명해주고 있다.

 

"당연하게 여겼을 뿐 아니라 나 역시 때로 동조하던 혐오를 똑같이 흉내 내는 방식으로 누군가가 반기를 들었다. 우리를 오랫동안 옭아맸던 침묵의 나선은 그렇게 끊어졌다. 여태까지의 페미니스트에게 기대하던 정치적 올바름과는 거리가 먼 여성의 목소리가 남성이 독점하던 공간에 발을 들였다. (..) 똑같이 상스럽고 저열하고 의미 없는 언어가 곁에 서자 그 실체가 얼마나 초라한지 여실히 보였다. 여성혐오의 지위는 절대에서 상대로 추락하며 힘을 잃었고, 더 이상 나를 제압할 수 없었다. (..) 또한 나는 이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 이제 페미니스트라는 이유만으로는 공격할 수 없다. 메갈리안이라는 새로운 적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신여성에서 모던걸로 그리고 페미니스트로, 대상만 바꾸어가며 언제나 존재하던 혐오의 불길은 이제 메갈리아로 옮겨 붙었다. 이제 나를 공격하려면 메갈리안이라는 혐의를 씌울 것이다.

 

메갈리안에 분노한 이들이 스스로가 만든 명분에 갇혀 사상에서 표현으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과정은 산뜻한 승리감을 안겨주었다. 혐오는 거세진 듯 보였지만, 메갈리안 등장 이후 그 범위는 분명하게 축소되었다.

 

극단적이고 과격한 페미니스트를 비난하던 이들은 태도를 전향하여 "진정한 페미니즘"을 긍정하며 메갈리안을 공격했다. 메갈리안이 미러링에 그치지 않고 소라넷을 폐지하고 여성혐오 광고와 랩을 만든 이들에게서 사과를 받아내고, 몰래카메라 금지 법안을 만들어내는 등의 "진정한" 변화를 만들어냈지만 그들의 적대적 태도에는 변함이 없었다. (..) 이제 누구를 혐오하는지 잘 설명해야 하는 쪽은 그들이다. 내가 겪은 가장 큰 승리다."  

 

 

이 책의 미덕은 정말 중요하지만, 정말 모르고 있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던 역사 속의 여자들에 대해 알고,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러 미래까지 흐르게 될 여성운동의 흐름을 느끼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또한 그 흐름 속에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의식하고, 힘내는 것.

 

스터디북처럼 질문과 빈칸으로 이루어져 있는 부분이 많은데, 입트페에 이어 이건 좀 이제 그만했으면 싶은 것이 아쉬움. 뭐, 좋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모를 것을 예상하고 던지는 질문에 그렇게 큰 빈칸 둘 필요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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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 - 인간관계가 귀찮은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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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피성애착장애의 탄생부터 치료까지를 각장에 걸쳐 서술한다. 일기장을 보는듯한 이야기들이 많았다. 상황과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불안성/회피성 애착장애를 가지게 되는데, 현대사회의 양육과 후천적 경험에 의한 필연적인 결과가 아닐까 싶다. 늘어가는 회피성 애착장애의 결말은 인류멸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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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as 2015-05-20 0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류멸망이라는 결론이 무척 바람직해 보입니다:0

moonnight 2015-05-20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류멸망ㅠㅠ; 뭔가 찔린다는-_-;;;;;;;;

하이드 2015-05-20 12: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조금 덧붙이면, 이 책의 원제가 `회피성애착장애`로 애착을 가지지 못하고, 회피하는, 혼자가 더 편하고, 책임지기 싫어하거나 실패를 두려워해서 시도를 하지 않는 등의 장애를 말합니다. 장애까지는 아니라도 제가 `회피성향`이라는건 분명해요. 이게 심해져 증상이 될 경우 심하면 히키코모리가 되는거죠.

이런 회피성향은 안전지대safe base 가 없어 애착할 곳이 없는 경우에 생기는데 포유류(인간도 포유류) 가 처음 새끼를 낳으면 손에서 놓지 않고 키우는 것에 비해 신생아실로 떨어트려 놓고, 어린이집 보내고 뭐 그러면서 안정적인 안전지대도 없고, 그게 계속 영향을 미친다. 뭐 이런 이야기에요.

그러다보니 연애,결혼,출산,양육등을 부담스러워하는 회피성향의 사람들이 늘어가면 종국에는 인류멸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