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 The Uninv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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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아스트랄 하다. 한편으론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뱅글뱅글 오묘한 기분이 든다. 어찌 보면 이런 감정이 드는 이유가 접하기 힘든 비주류, B급에 대한 생소함과 국내 통신언어체로 말하자면 덕후가 아니기에 그럴지도 모른다. 더불어 싼티가 넘치다 못해 줄줄 흐르기까지 한다. 증상이 확대되면 심란한 기분까지 간간히 떠오른다.

이렇게 이 영화는 판단하기 오묘한 기준을 제시하는 것 같다. 욕이 나와야 하고 후회를 해야 마땅할 영화로 분류가 가능할지도 모르겠지만, 차마 그런 잔인한 짓은 못할 것 같은 묘한 동정이 솟아오르기까지 한다.

분명 이 영화는 막장 중에 개막장, 시베리아 한복판에서 귤 까먹다 얼어 죽을 만큼의 썰렁함이 기본으로 깔려있다. 하지만 대조적으로 상식을 파괴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어설프지만 공만 들이면 최고 수준의 SF가 될 것이고, 스토리는 지금까지 보아왔던 결론이 예상되는 상투적 전개를 벗어나 있다. 어디 그것뿐인가. 소극적인 사회비판을 이 영화에서는 보란 듯이 노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거대 자본에 억눌리는 인간 본성, 출세지상주의, 단 한 장면으로 보여주는 국내 정치에 대한 서슬 퍼런 비하까지...이 모든 비판을 사회 루저라 칭할 수 있는 백수 삼총사가 하나하나 실현하고 있다. 지금까지 거대 영화사에 출연료 억 소리 나는 배우들이 등장하는 블록버스터급 영화에서 보여주지 못했던 모든 표현이 난무한다.  



등 가려워 긁어 달랬더니 여기? 여기? 하며 주변만 살살 긁어 주는 게 아닌 확실한 부위에 손톱을 세우고 박박 시원하게 긁어준다고나 할까. 단 긁어달라는 입장에서 그것이 살 껍데기 벗겨내고 손톱자국 남기는 경우가 발생할지도 모른다. 차마 권하지는 못하겠지만 흔히 통신에서 말하는 DC(디시인사이드)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을 즐겁게 볼 수 있는 입장이라면 시청하는데 큰 문제는 없다고 보고 싶다.

이 영화는 담배 한 갑 보다 조금 비싼 현금과 어느 정도의 시간이 아깝다면 외면하는 게 상책이다 그렇지 않다면.....영화를 보며 신세계(?)를 경험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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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치 2011-01-07 1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에겐 이 영화가 2010년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극장에서 응 감독 싸인도 받았어요! 길이길이 보전할 생각.

Mephistopheles 2011-01-09 01:42   좋아요 0 | URL
평이 극명하게 갈릴 수 밖에 없는 영화같아요. 또치님 같이 찬사를 아끼는 분들도 있고 최악의 단어를 써가며 평가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메리 크리스마스 - Merry Christma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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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 거룩한 밤, 어둠에 묻힌 밤. 지구상 어딘가 아직도 총알이 날아다니고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 상황에서 사람들의 생명은 하나하나 이 땅을 떠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단 한 번도 경험해 보진 않았지만, 더불어 경험해보고 싶지도 않은 전쟁이라는 환경은 경험해본 사람들은 공통적인 단어를 제시하며 표현한다.

지옥.

사람이 사람이 아닌 공간. 정육점에 매달린 고기보다 못한 취급을 받으며 육체가 산산이 부서지는 공간. 더불어 살아 있어도 영혼마저 파괴되는 공간. 그들은 그렇게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최상급의 학살현장을 지옥과 비유하곤 한다.  

 

영화의 배경인 1914년. 유럽은 이런 지옥이었나 보다. 통칭 제 1차 세계 대전이라고 명명한 이 공간 속 프랑스 북부 지역에선 독일군과 프랑스, 스코틀랜드 연합군이 대치상황이었다. 1차 세계대전의 양상이 참호전 이었던 만큼 영화 속 군인들 역시 깊숙한 참호 속에 은신하며 밀고 당기는 지루하고 소모적인 공방전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옥 같은 환경 속에서도 여전히 시계바늘은 돌아간다. 이들이 전선에서 맞은 크리스마스이브에 변화가 시작된다. 적이라는 개념에서 벗어나 크리스마스라는 날에 걸 맞는 평화적 방법이 모색된다. 단 하루라는 시한을 걸어 놓은 채로...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지나치게 작위적이고 허무맹랑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존재한다. 바로 어제까지 서로에게 총질을 해대던 인간들이 단지 크리스마스라는 이유 때문에 단 하루의 휴전을 채결하고 총이 아닌 술잔과 음식을 서로 주고받으며 인간적인 정을 나누는 장면은 지옥이라고 표현되는 전쟁터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질적 모습을 보여준다. 휴전이 끝난 후 이런 어색함은 최고조를 달린다. 서로에게 포격 시간을 알리고 그 시간만큼 자신들의 참호에 잠시 피신해 있으라는 조언이 오가고 고맙다.를 연발하는 군인들의 모습은 아무리 영화라지만 지나친 설정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든다.

결국 전쟁 중 이들이 벌인 평화적인 행동은 상부에 적발된 후 각자 다른 전선으로 강제적으로 전출되며 이 짧은 평화는 막을 내리게 된다. 더불어 영화의 마지막 시커먼 화면에 남겨진 하얀 글씨는 이 영화가 보여주는 진정성을 상징적으로 표현한다.

‘그 당시 전쟁 속에서 국적을 떠나 형제애를 나눴던 모든 군인들에게 이 영화를 바친다.’

결국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며, 지나친 묘사가 있을 지라도 그 당시 전선에 배치된 일부 병사들은 크리스마스 날 국적을 떠나 서로를 보듬고 위로해주고 화해하는 모습을 보여줬다는 실화는 꽤 진한 여운을 남기게 해주었다.

영화를 본 후 뜬금없이 우리나라 소설 중 ‘단독강화’가 떠오른다. 국군병사 ‘양’ 과 인민군 병사 ‘장’의 잠깐의 휴식과 평화. 하지만 소설의 결말은 비극적이었던 기억. 더불어 떠오르는 ‘JSA공동경비구역' 의 허무하며 비극적인 결말. 1914년 1차 세계대전의 이 기적 같은 휴머니즘과 우리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먼 것 같다. 우리는 지금도 누군가가 주장하는 ’주적‘과 대치상태이며 전쟁을 잠깐 쉬고 있는 시기니까. 더불어 위정자들의 한마디 한마디는 왠지 화해와 평화와는 점점 멀어지는 느낌이 들고 있다. 이 영화 같은 기적을 바라는 건 아무래도 무리인 요즘 이 땅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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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늘빵 2010-12-27 09: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영화 감동적이죠. 더군다나 실화라니.

Mephistopheles 2010-12-27 10:01   좋아요 1 | URL
그때까지만 해도 사람들이..전쟁터에 내팽겨쳐도 로맨스와 휴머니즘이 남아있었나 봅니다. 더불어 적에 대한 예절까지...^^

마녀고양이 2010-12-27 09: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화해와 평화는 점점 멀어지는 듯 합니다.
그런데 말이죠, 죽어라 싸우다 크리스마스 하루 화해한게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요?
다음 날이면 또 죽어라 싸울텐데요. ㅠ

Mephistopheles 2010-12-27 10:00   좋아요 1 | URL
영화는 그 짧은 휴전의 과정을 거친 후 전쟁을 하지 않아요. 다음날엔 무인지대 혹은 자신들의 참호에 방치되어진 전우들의 시신을 서로 챙겨주고 장례를 치뤄줘요. 그 다음날엔 독일군이 연합군에게 10분 후 그쪽 진지에 포격을 가할 예정이니 이리 와서 피하시라고 하고 그 반대 상황 연출되고. 마녀고양이님이 말씀하신 것처럼 그 짧은 휴전 후 그들은 더 이상 전쟁을 수행하지 않아요..^^
하지만...지금은...아니겠죠..휴전이 뭡니까 그냥 서로 죽어라 싸우겠죠.

노이에자이트 2010-12-27 17: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를 몇 년 전 책으로 읽었는데 이렇게 평화를 바라는데도 나와 아무 원한이 없는 이를 적이란 이유 하나로 죽여야 하는 전쟁이란 정말...기독교 문화권에서 크리스마스란 특별한 의미를 가지는 것 같아요.영화에도 병사들이 어울려 축구경기하는 장면이 나오나요?
2차대전 중 독일군과 미군이 같은 집에서 갑자기 마주치는데 크리스마스 때라 서로 저녁을 함께 한다는 일화가 한때 리더스다이제스트를 통해 널리 퍼졌죠.

Mephistopheles 2010-12-27 17:57   좋아요 1 | URL
볼도 차고 서로 술먹으며 수다 떨고 자신의 아내 사진을 자랑하며 즐겁게 보내는 장면이 나옵니다. 2차 세계 대전에서도 크리스마스 날 독일군과 마주친 미군이 이런 비슷한 평화로운 시기를 가졌던 기록도 존재하더군요. 그리고 비슷한 영화 '세인트 엔 솔져' 도 있습니다. 영화적 완성도는 떨어지지만 전쟁 속에 평화를 갈구하는 병사들을 보여주는 주제만큼은 잘 살렸습니다.

카스피 2010-12-27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실화는 꽤 유명하죠.전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사랑의 학교란 책에서 언듯 본 기억이 나네요^^

Mephistopheles 2010-12-28 10:53   좋아요 1 | URL
제 기억이 맞다면 꽤 두꺼웠던 사랑의 학교의 에피소드 중 하나였을 껍니다. 근데 그게 1차 세계 대전 때 이야기인지 2차 세계대전 때 이야기인지 확실하진 않습니다.
 
형사 서피코 - Serpico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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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브룩클린 어둡고 지저분한 아파트 복도에 한 남자가 피를 흘리고 쓰러져 있다. 불과 몇 분  전에 왼쪽 뼘을 관통하는 총상을 입은 그는 정신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의 주변엔 당황한 두 남자가 뒤늦게 구조요청을 한다. 



1960년대 살벌한 브룩클린 뒷골목 어느 아파트에서 서피코 라는 인물은 그렇게 세상을 등질 뻔 했다. 다행히 그의 얼굴을 관통한 총알은 구경이 작아 한쪽 귀의 청력을 앗아가고 평생 후유증에 시달리는 정도로 그치는 수준으로 끝난다. 하지만 이 남자. 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으며 이미 내면적으로는 만신창이 너덜너덜해진 심리상태를 가지고 있다.

단순히 갱단과의 충돌과정에서 총상을 입은 형사라는 모습으로 보기에 사연이 깊어 보인다. 이제 영화는 타임머신을 타듯 그의 과거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알파치노 주연, 시드니 루멧 감독의 1973년 작품 ‘형사 서피코’는 이렇게 시작된다. 1972년 경찰을 퇴직한 실제 인물 프랭크 서피코의 짧지만 굵은 일대기를 빌린 영화라고 보면 된다. 다시 말해 장르를 굳이 따지자면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형사물. 하지만 이 영화 속 형사는 악당들을 쓸어버리는 람보 같은 존 맥클레인(다이하드)도 8인치 매그넘을 휘두르는 쉬크한 해리 캘러한(더티해리) 같은 형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실존인물을 조명한 작품이라는 특징 때문인지 지독히 현실적 모습을 보여 줄 뿐이다.

지금도 별반 다를 바는 없어 보이지만 그 시절 미국이라는 나라의 경찰 부패는 하늘을 찔렀나 보다. 범죄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상납금을 받아 뒷주머니를 챙기는 경찰들이 거리를 지배했고 그들의 상관 역시 관행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그들을 묵인하는 행태를 보여주고 있다. 이런 본분을 벗어난 행동에 주인공의 교과서적인 모습은 결국 모난 돌이 정 맞는 형태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동료들에게 따돌림을 당하는 것으로 모자라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는 수준까지 수위가 높아지기 시작한다. 이런 그는 결국 정의라는 모토아래 내부고발의 수순을 밟게 된다.

형사 서피코라는 영화는 이렇게 당시 부패한 미국경찰의 패부를 가감 없이 보여주는 솔직함을 보여주는 매력을 선보인다. 이는 주연배우 알파치노와 이런 부류의 영화에 일가견이 있는 감독의 실력이 십분 발휘되었다고 보인다. 더불어 과장된 영웅주의를 배제하고 철저하게 현실적으로 정의를 실현함에 있어 발생할 수 있는 두려움과 고뇌를 한 인물을 통해 주기적으로 표현하며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오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커다란 개 한 마리와 쓸쓸히 부둣가에 앉아있는 주인공을 배경으로 ‘프랭크 서피코는 1972년 명예롭게 퇴직하였고, 지금은 스위스 어딘가에서 살아가고 있다.’ 라는 자막은 그가 행한 정의로운 행동이 결코 그에게 있어서 해피엔드만은 아니었다는 느낌을 준다.

어렵게 이 영화를 (EBS 주말명화) 관람한 후 다음 날 장보기 위해 들린 마트 서적 코너의 한 자리를 늠름하게 차지하고 있는 마이클 샌델의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대 히트를 기록한 이 도서를 보여 비릿한 웃음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프랭크 서피코의 시대를 훨씬 지난 지금 저런 책이 밀리언셀러를 기록하고 있어도 ‘정의’는 과연 존재하는지 난 아직 파악조차 못하고 있으니 말이다.

뱀꼬리 : 영화 속에서 주인공의 곁을 떠난 애인의 남긴 대사가 기억에 남아 뱀꼬리에 남긴다. 상납금을 거부하고 동료들을 고발하려는 그에게 그녀는 이런 말을 한다.

‘옛날 어느 왕국의 광장에 우물이 하나 있었다. 왕국의 모든 사람들이 여기서 물을 마시곤 했지. 그런데 어느 날 마녀가 그 우물에 독을 타버렸지. 다음 날 아침 그 우물물을 마신 왕국의 사람들은 전부 미쳐버렸지. 단 한사람 이 물을 마시지 않은 왕만 미치지 않았었지. 그러자 왕국의 사람들은 국왕이 정신이 나가버렸다고 죽여야 한다고 봉기를 일으켰지. 결국 그들을 피해 우물가에 도착한 왕은 그 물을 마시고 미쳐버렸지. 그러자 국민들은 이제야 왕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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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1-18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EBS에서 이 영화를 방영한다고 해서 꼭 보고 싶었는데 조카녀석이 그날따라 안 자고 책 읽어달라 하는 바람에 흑. ㅠ_ㅠ;

Mephistopheles 2010-11-19 15:27   좋아요 0 | URL
다음 기회를 노려보심이...간격은 길지만 꼭 다시 해주긴 합니다..^^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 - Did You Hear About the Morgans?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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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가 있다. 그들의 겉모습은 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동경하는 이상형을 실현화 시킨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먼저 서식처는 뉴욕. 그러니까 그 대단하신 뉴요커시다. 거기다 여자는 잘 나가는 부동산 중계업자, 남자는 역시 잘 나가는 변호사다.  겉으로 보기에 화려함의 극치를 달리는 두 남녀가 부부가 되었으니 얼마나 멋져 보이겠는가. 그걸 강조하기 위해 영화의 캐스팅 또한 노림수를 십분 활용한 것처럼 보인다.  



섹스 엔 더 시티로 전 세계 여성들에게 브런치의 진리와 신발 오덕후의 모습을 선사하신 캐리 브래드 쇼의 잔재를 떨쳐내기 힘든 사라 제시카 파커가 모건부부의 아내 역을 맡았고 영국식 억양이 여전히 남아있는 멋들어지고 젠틀한 신사 이미지의 휴 그렌트가 남편 역을 맡았으니, 어찌 보면 영화 속 잘 나가는 부부의 역할로는 이만한 배우들도 없어 보인다.

이렇게 최강의 조화를 이룬 두 남녀가 뉴욕이라는 첨단 도시에서 멋지고 아름답게 살고 있다면 애당초 이런 영화가 만들어질 리가 만무할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 속 이 두 남녀는 전혀 행복하지 않다. 겉보기와는 다르게 속은 갈 때까지 가버린 부부관계를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 정도이다. 모든 원인은 남편의 외도에서 비롯되었고 그 결과에 봉착하기에 앞서 두 사람은 출산문제와 개인 간 오해와 반목으로 별거상태로 영화는 시작되고 있다. 더불어 남자가 지은 죄가 있기에 여자에게 계속 용서를 구하며 어떻게든 원만한 부부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영화 초반에 시종일관 보여준다.

이런 위태위태한 부부의 모습에 살인사건의 목격자라는 변수를 끼워 넣어주면서 결국 이런 영화들의 9할이 넘는 결론인 해피엔딩을 향해 영화는 중반부로 치닫게 된다. 그리고 누구나 예상하다시피 이 극적인 도피행각 속에 아 임 소리와 아이 러브 유를 남발하며 이 완벽한 두 남녀는 잘 먹고 잘 살았다. 로 끝을 맺는다.

상투적이고 뻔하며 지지부진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을 정직하게 대입시킨 나머지 영화 제목에 빗대어 말하면 ‘들어는 봤다. 이런 영화’라는 좋지 않은 평가는 불을 보듯 뻔 하지만 이런 영화에서도 건질 수 있는 무언가는 분명 존재한다.  




화려한 주인공 모건부부보다 이들이 증인보호 프로그램으로 인해 텍사스 촌 동네로 대피 후 만나게 된 장년의 보안관 부부들의 모습에서 어쩌면 이 영화에서 그나마 건질 수 있는 무언가를 발견하게 된다. 모건부부와는 전혀 다른 오히려 상반되는 모습을 보이는 이 부부는 사는 곳도 촌동네고 행동 또한 전혀 세련되지도 멋지지도 않다. 그러나 그들이 잘나가는 모건부부보다 훨씬 더 부부로서 참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서로에게 이유와 구실을 대며 비난하고 서로의 사랑에 대해 신용하지 못하는 그들에게 보안관 지라드의 근사한 참견이 오히려 가장 기억에 남을 뿐이다.

‘당신들은 사랑한다면서 왜 전부를 던지지 않는가?’

주연이 아닌 조연에게 저렇게 멋진 대사와 진리를 주워들었다는 것. 어쩌면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뒤바뀐 것 같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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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0-06-21 16: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피님도 이런 발랄(?)한 영화를 보는군요...ㅋㅋ 우측에는 무거운 영화만 ...

Mephistopheles 2010-06-21 17:13   좋아요 0 | URL
제가 보는 영화의 기준은 우묵직 좌발랄(?)이랍죠.

머큐리 2010-06-23 06:19   좋아요 0 | URL
좌발랄을 줄이면 좌빨???

Mephistopheles 2010-06-23 13:54   좋아요 0 | URL
어머 그럼 전 이제 빨갱이라는 오명을 쓰고 수사만 받으면 되는 건가요? ㅋㅋ

마녀고양이 2010-06-21 1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리뷰를 보니 보라고 하시는건지 아니면 말리시는건지 조금 헛갈랍니다만.. ^^

Mephistopheles 2010-06-22 11:52   좋아요 0 | URL
음 그건 각자의 자유의지..(나만 당할 순 없다!)
 
밤의 열기 속으로 - In the Heat of the Nigh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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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친구 분은 옛날에 서울 한 복판을 지나가는 매우 짙은 피부색을 가진 흑인과 마주쳤다고 한다. 그냥 입버릇처럼 그 친구 분의 입에선 혼자말로 ‘아 그 깜둥이 정말 시커머네..’란 말을 무심코 흘리셨다. 그러자 지나가던 그 피부색이 유난히 짙은 흑인은 능숙한 한국말로 ‘ 깜둥이니까 당연히 시커멓지..’ 란 대꾸를 했더란다. 너무나 당황한 그 분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의 과정을 거쳤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그 깜둥이..아니 흑인과 친한 관계를 형성하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웃지 못 할 해프닝의 깊숙한 내면엔 나와 다른 모습을 한 타인에 대한 일종의 극단적 감정이 내포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이 우월감 혹은 열등감의 표현으로 그게 실수이건, 아님 사심을 가득 담은 진심이라도 이런 감정을 마주치면 불편함이 당연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류 역사가 이런 사실을 당연히 불편하게 느꼈었는가? 란 물음표를 달게 되면 결코 그렇지 않다가 맞을지도 모른다. 어찌되었건 인종 차별의 모습은 너무나도 많이 접하고 있으니까 지금도 물론 마찬가지로.  



밤의 열기 속으로 (In The Heat Of the Night, 1967)

감독 : 노만 주이슨
주연 : 시드니 포이티어,  로드 스타이거



오늘 본 영화 역시 이런 불편한 진실을 사심 가득히 내포하고 있다. 그것도 표면적으로 조금 완화된 요즘이 아니 인종차별이 노골적으로 자행되었던 1960년대 그것도 미국의 남부 미시시피의 어느 촌 동네를 배경으로 말이다.

흑인 형사 버질은 영화에서 일진이 사나워도 보통 사나웠던 게 아니다. 단지 휴가를 얻어 어머니에게 돌아가는 과정 중 새벽에 갈아타야 하는 정거장이 있는 동네에서 하필 살인사건이 발생했고 외지인이 범인일 꺼라 확신하는 이 지역의 완고하고 보수적인 백인 보안관 빌의 용의선상에 1순위로 올라버렸으니까.

빌과의 첫 만남 역시 예사롭지 않다. 지갑에 두둔한 돈을 보며 범인이라 단정 짓는 그의 모습이야 몰라서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의 신분이 밝혀진 이후에도 도시에서 자기보다 많은 돈을 받으며 형사를 하고 있는 모습에 심한 반발심을 갖는 건 무식하다고 인정해도 도가 지나칠 정도다.

이렇게 버질과 빌은 시종일관 아옹다옹하며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수순을 밟게 된다. 물론 모든 과정의 해결은 버질의 머리에서 비롯된다. 이런 두 사람의 흑과 백의 갈등과 반목이 고조되며 변화는 빌의 모습에서 나타나기 시작한다.

버질을 본 순간 보이 혹은 니그로로 지칭했던 칭호는 점점 버질이라는 그의 고유이름을 부르며 빌의 변화된 모습이 감지되기 시작한다. 더불어 똑똑한 흑인이 마을을 휘 젖는 걸 용납하지 못하는 백인우월주의자의 테러로부터 버질을 보호한다.

이렇게 영화는 하나의 살인사건이 주는 스릴러와 더불어 흑백간의 인종갈등까지 섬세하게 표현해주는 모습을 보이며 근사하게 두 마리 토끼를 잡는데 성공한다. 더불어 퀸시 존스의 음악과 레이 찰스의 음색은 부록으로 치기엔 존재감이 느껴진다. 다시 말해 두 명의 명배우와 명감독이 보여주는 시너지 효과를 제대로 발휘하고 있다.

이 영화처럼 명배우 2명+명감독 1의 조합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시너지 효과는 대단하지만 실상은 그리 만만하지 않다. 자존심이 드높은 배우 둘은 현장에서 충돌과 엇박자를 보여주며 스텝들 피곤하게 하고 감독은 감독대로 배우 컨트롤에 애를 먹이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영화는 삼천포로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결론은 생각했던 시너지 효과는커녕 욕이란 욕은 죄다 퍼 먹고 아마 그 감독 혹은 그 배우들의 명성에 오점을 제대로 남기는 경우로 발전하기도 한다.

아쉽게도 우린 이런 상황을 많이도 접하게 된다. 거대한 제작비에 비싼 배우를 기용했지만 평도 좋지 않고 흥행도 말아먹는 영화들. 극장 값 아깝고 난 이 영화 보면서 팝콘 먹은 것 밖에 기억이 안나 라는 감상이 나오는 영화들. 그런데 시간을 좀 많이 뒤로 돌리면 이런 과거의 영화에서 만족감을 느끼게 된다.

EBS를 통해 만나 ‘밤의 열기 속으로’는 1960년대 영화라는 시대적 분류가 무색할 만큼 근래 영화들의 모든 것을 압도한다. 구관이 명관이란 걸 확실하게 보여준 이 영화는 아마 내 다음 세대에도 분명 누군가에게 보여 지게 될 작품 중에 하나일 것이다. 



P.S. 그 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연히 이 영화는 굉장한 성적을 거두게 된다. 지금보다 더욱 보수적인 아카데미도 인정할 정도로 이 영화의 완성도는 제법 높았나 보다. 하지만 남우주연상의 경우 흑인형사 버질을 열연한 시드니 포이티어가 보안관 빌을 연기한 로드 스타이거 보다 돋보였음에도 불구하고 남우주연상의 영광은 로드 스타이거에게 돌아가는 아이러니를 남기게 되었다. 영화는 영화, 현실은 현실인 셈이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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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0-06-14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 좋았습니다. 시드니 포이티에라는 배우를 처음으로 주목하게 된 영화였죠.
그리고 흑인 배우에 대한 제 편견도 불식시킨 영화로 기억합니다. 멋졌죠..

Mephistopheles 2010-06-15 01:05   좋아요 0 | URL
언제나 마음은 태양, 초대받지 않은 손님. 그리고 밤의 열기 속으로. 시드니 포이티어의 대표작인 이 세 편의 영화가 같은 해인 1967년에 만들어 진 것도 참 인상적입니다.

플레져 2010-06-14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제 이 영화 보고 감탄했어요. 시드니 포이티에의 젊은 모습은 꽤! 멋지더라구요 ㅎㅎ

Mephistopheles 2010-06-15 01:13   좋아요 0 | URL
언제나 마음은 태양, 초대받지 않은 손님도 꼭 보도록 하세요. 아마 이 배우의 모든 매력이 다 나올 꺼라고 보여집니다. 재미있는 건...이런 지적인 이미지를 가진 흑인배우의 탄생 후 1970년대 블랙스플로이테이션이라는 남성상을 강조하는 영화들이 출연하는 재미있는 현상도 있습니다.

카스피 2010-06-14 22: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원작인 추리 소설도 상당히 훌륭한 작품이죠.하지만 국내에선 그닥 잘 알려지지 않았지요^^

Mephistopheles 2010-06-15 01:20   좋아요 0 | URL
존 볼의 원작소설이라는 정보는 찾았는데 애석하게도 국내 정신 출간된 적은 없나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