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멋진 날 - One Fine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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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다. 난 이 영화에 100점 만점에 보너스 점수까지 얹어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여전히 멋진 조지 클루니와 여전히 아름다운 미셀 파이퍼는 1997년에 만나 이 영화를 찍었고 그리 달갑지 않은 장르인 로맨틱 영화임에도 나는 환장하며 봤었으니까. 더군다나 그녀의 직업이 건축가라니 이건 빼도 박도 못하는 영화가 돼버린다. 그렇게 아름답고 멋진 두 배우에게 헤벌레하며 영화를 보고 ‘스토리 따윈 상관없어.’라는 주관적인 판단은 흐지부지 되고 제법 재미있고 의미 있는 이야기와 배경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영화 속 두 주인공은 싱글맘, 싱글파파로 설정되어 있다. 거기다가 그 복잡하고 부대끼는 도시 뉴욕을 기반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냥저냥 데이트 상대나 남자에 대한 이런저런 상처로 더 이상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신뢰가 가지 않은 애 딸린 남녀가 하루 동안 공동으로 번갈아가며 육아를 책임지며 벌어지는 사랑스런 소동을 이야기한다.  



핸드폰까지 뒤바뀌며 서로에게 상처가 될 악담을 퍼붓던 남녀는 점차 조금씩 끌리고 하루를 마감하는 저녁시간 달콤한 키스와 함께 둘 사이의 관계 발전을 도모하지만 평소보다 몇배로 힘들었을 피곤한 육체 때문에 소파에 서로 기대 달콤한 잠에 빠지며 영화는 아름답게 끝을 맺는다.  

이런 스토리보드 속에 나이가 들고 애를 키우며 새롭게 깨닫는 사실을 하나 직시하게 된다. 비록 싱글파파는 아니지만 애 딸린 가정에서 맞벌이로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 전 모님의 늦은 시간까지 정성스럽게 애를 봐줄 수 있는 어린이집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하소연에서 그 고단함을 새삼 느끼게 된다. 현대사회에서 영웅은 다름 아닌 애를 키우며 직장을 다니는 엄마라는 사실은 멋진 배우가 나와 아름다운 로맨스를 보여줘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다가 온다.

같은 영화를 재차 볼 때마다 보는 관점과 먹은 나이에 따라 새롭게 발견되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 이건 어쩌면 또 다른 의미의 공부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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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ecause you loved me
    from La Dolce Vita (달콤한 인생) 2009-03-05 12:33 
       For all those times you stood by me 그 모든 시간 동안 당신은 내곁에 있었죠 For all the truth that you made me see 그 모든 진실들을 당신은 내가 깨닿게 했죠. For all the joy you brought to my life 그 모든 즐거움들을 당신은 내게 가져다주었죠. For all the wrong that you made right 그 모든 잘못들
 
 
이매지 2009-03-04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 영화 좋아해요. ㅎㅎ
조지 크루니는 나이 먹으나 안 먹으나 멋지더군요 ㅎㅎ

Mephistopheles 2009-03-04 17:10   좋아요 0 | URL
무쓴 소리..! 그래도 이 영화에서는 조지 클루니보다 미셸 파이퍼가 훨씬 멋졌어욧!=3=3=3=3

다락방 2009-03-04 1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도 이거 정말 정말 좋아해요!! 대학시절에 보고 완전 반해버렸어요. 보기 전에는 나이든 사람들의 로맨스라니, 하고 심드렁했다가 으윽. 정말 재미있었어요.

Mephistopheles 2009-03-04 22:54   좋아요 0 | URL
나이가 들었어도 어디 그냥 나이 들은 사람들인가요 얼마나 매력적인 두 배우인데요..^^ 딱 하루동안의 이야기지만 짜임새있게 잘 만들었어요. 마지막 장면에서 뭔가 에로스적인 암시까지 주는 결말이였으면 식상했을지도 모르겠고요. 너무나 피곤해 서로에게 편히 기대고 소파에 널브러져 자는 모습이 꽤나 아름다웠다고나 할까요...

프레이야 2009-03-04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셀파이퍼에게 저도 보너스 주고 싶더라구요.
똑소리나는 것 같으면서도 허둥지둥 덜렁이에 마음도 약한..
누구랑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다 만들어놓은 모형 들고 가다가 아이가방끈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면서
완전 박살나는 그 장면, 되게 웃겼어요.
메피님도 혹시 비슷한 경험이? ㅎㅎ

Mephistopheles 2009-03-04 22:57   좋아요 0 | URL
카랑카랑 쏘아붙이다가도 자신의 아들로 인해 소동벌어지면서 어리버리하는 모습까지...섹시함과 귀여움, 지적인 모습까지 여러매력을 보여줬었지요 이 영화에서..^^ 아..저는 영화처럼 모형을 박살낸 적은 없고 박살날 뻔한 모형에 몸을 날린 적은 있습니다..ㅋㅋ

새초롬너구리 2009-03-04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좋네요. 업클로즈 앤 퍼스널도 리뷰 써주세요.

p.s: 근데 전 애보기가 싫어서 직장다닌다고 말하는 분들도 봤어요. 물론, 그분들말 일부는 농담일 수 있지만.... 하루종일 사각형의 집안에서 애보고 집안일 하시는 분들도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 어맛, 이 야생마 본능.

Mephistopheles 2009-03-04 23:01   좋아요 0 | URL
음 그럼. 셀린뒤옹처럼 'because you love me 를 멋드러지게 부른 동영상을 올려주시면 생각해볼께요. 야생너구리님..^^
애 보기 싫어서라기 보단 육아와 더불어 발생하는 복합적인 가사노동이 힘들어서일지도 모릅니다. 일은 억수로 많으면서 해도해도 티가 안나는게 가사노동이라잖아요..

마노아 2009-03-05 00: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영화 재밌게 보았어요. 제목 너무 잘 어울렸다니까요. ^^

Mephistopheles 2009-03-05 00:56   좋아요 0 | URL
제목 뿐만이 아니라...영화음악도 꽤 좋았던 기억이 납니다. 영화와 같은 제목의 타이틀 곡도 좋고요.

무스탕 2009-03-05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위의 사진에서 미셀이 들고 있는 어항같은거 진짜 어항인가요? +_+
핸드폰을 보니 정말 오래전 구닥다리;; 영화라는거 알겠네요.
그리고요, 암만해도 미셀보단 조지가 멋져요!

Mephistopheles 2009-03-05 10:10   좋아요 0 | URL
예 금붕어 들어 있는 어항 맞습니다. 애들 꺼죠. 그러니까 그 때 당시 핸드폰은 액정이 아닌 발광 다이오드로 번호만 찍을 수 있는 그리고 엄청난 무게를 자랑하는 무전기 핸드폰이였죠. 생긴 걸로 봐서 모토로라 제품으로 보입니다. 아 물론 조지 클루니가 매력적인 건 알겠는데요. 저 영화에서만큼은 미셸 파이퍼가 더 멋지게 나왔어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 - Driving Miss Daisy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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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한 교사인 미스 데이지는 70의 나이에 운전을 하다 실수로 사고를 낸 후, 걱정하는 아들에 의해 졸지에 운전수를 고용하게 된다. 비슷한 나이또래 흑인이며 엄청 수다스럽고 넉살까지 좋은 호크를 만난 데이지 여사는 그가 마땅치가 않다. 아마도 자신은 아직 정정하기만 한데 노인네 취급하는 아들의 행동이 불만일수도 있을 것이며, 평소 근검절약을 강조하던 그녀가 주변 사람들이 보기에 운전사까지 고용하며 부를 거들먹거리는 모습으로 비춰질까봐서 일지도 모른다. 이렇게 서먹서먹하고 겉돌았던 데이지 여사와 호크는 시간이 흐르며 두 사람의 깊은 유대감을 형성해 나간다. 그들이 함께 탔던 자동차의 모델이 3번이 바뀌고 젊었던 아들이 머리가 벗겨지는 노 중년의 모습이 되어가는 세월의 흐름 속에서 말이다.  



영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아마도 우리나라 극장에 걸렸던 1989년에서 플러스 오차 2~3년 정도를 감안해서 처음 만났을 것이다. 첫 느낌은 고요하고 잔잔한 영화 속에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나 채 파악하지 못했었던 기억이 난다. 머리가 조금 더 크고 뇌 속에 사회문제라는 인식이 자리 잡기 시작하면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시대 1951년부터 1966년까지 미국에서 흑인이라는 집단의 위치에 대해 자연스럽게 알게 되었다. 1세기 전 그들의 자유를 위해 미국이라는 나라는 두 덩어리로 쪼개져 피터지게 싸웠음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배경의 시대를 살았던 흑인은 노예라는 신분제도를 벗어나지 못했던 것 같다. 여전히 최하층 허드렛일은 그들의 몫이었고 주유소 화장실조차 사용할 수 없는 신분이었으며 극우 백인우월주의자(KKK단)의 사냥감으로써 생명의 위협도 받았던 험난한 시대를 영화 속에서 만나고 파악하게 되었다.

조금 더 머리가 크고 청년이라기 보단 중년, 오빠라기 보단 아저씨의 칭호가 어울리는 요즘 다시 만난 이 영화는 새로운 느낌과 감동을 선사한다.

사회적 배경과 신분, 하다못해 피부색까지 틀린 유태인 노파와 흑인 노인이 우리가 흔히도 떠들고 때론 배신하고 맘 아파하는 ‘우정’이라는 것에 대해 시종일관 잔잔한 모습으로 보여주고 느끼게 해준다. 괴팍하며 고집스럽지만 속정이 깊은 데이지 여사와 흑인이지만 심지와 주관이 곧은 운전수 호크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조금씩 상대방이 눈치 못 채게 채워주며 긴 시간을 함께 보낸다.

문맹을 고백한 호크에게 자신이 현역시절 학생들 교재로 쓰였을 오래된 습자교본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쥐어주며 ‘유태인은 절대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주지 않는다.’를 강조하는 데이지 여사의 나이를 잊게 해주는 귀여움과 넉살좋게 ‘암요 알고말고요. 마님’을 벙글거리며 연발하는 호크의 모습에선 나도 모르게 슬쩍 입 꼬리가 올라가는 흐뭇함을 마주치게 된다.

마틴 루터 킹의 설교 모임에 참석하는 데이지 여사를 차로 모시는 호크가 초대장이 한 달 전에 왔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함께 가자는 말을 하지 않은 데이지 여사에게 섭섭함을 간접적으로 돌려 말하고 진의를 파악한 데이지 여사는 킹 목사의 설교에 참석하여 어쩌면 호크가 앉아있을 빈자리를 쳐다보며 미안하고 후회하는 표정에서 수년을 같이 했을 이들의 우정이 진정성을 엿보게 된다.

영화의 마지막 치매로 인해 정신이 오락가락 하는 와중 데이지 여사는 호크의 손을 꼭 잡고 ‘당신의 나의 최고의 친구’라고 고백할 때와 90의 나이에 양로원에 문병 온 호크가 다정하게 권하는 파이 한 스푼, 한 스푼을 달콤하게 맛보는 데이지 여사의 모습은 아마도 내가 많이도 봐 왔고 앞으로도 계속 볼 영화라는 세계에서 결코 쉽게 잊혀지기 힘든 장면이 아닐까 싶다.  



영화 속 그들의 잔잔한 우정을 현실에서 만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진다. 나에겐 지금 어쩌면 넉살좋으며 이리저리 툭툭 한마디씩 재치 있게 던져주는 호크 같은 친구가 필요한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내가 호크 같은 사람이 되고 싶은 걸지도 모르겠고.....

뱀꼬리1 : 1951년부터 1966년이라는 시대를 묘사하는 드라이빙 미스 데이지는 영화 속 배경묘사와 사물에 대해 정교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아들이 운영하는 방적회사의 변모된 모습과 데이지여사와 호크가 타고 다니는 차의 변천과정, 그들이 입고 있는 의상은 영화를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 선사해준다지요.

뱀꼬리2 : 혹시 영화를 다시 보시게 될 분은 파이를 떠주는 호크(모건 프리만)와 데이지 여사(제시카 탠디)의 연기를 주의 깊게 보시길 바랍니다. 전 이 장면만 수십 번 돌려보곤 했다지요. 배우들이 하는 연기지만 얼마나 서로를 바라보는 눈이 그윽하고 아름다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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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3-04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를 보고 50년대의 미국은 어땠을지 궁금했는데 이 영화가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모건 프리먼은 클린트 이스트우드와 함께 나이차이가 많이 나더라도 친구가 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줘요.

Mephistopheles 2009-03-04 17:17   좋아요 0 | URL
꽤 디테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마 보셔도 기대에 못미치거나 그러진 않으실 꺼에요. 1951년에 만난 이 두사람이 1966년을 거쳐 그 후의 시대까지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리고 말씀하신 두 배우는 그런 느낌을 영화나 행동을 통해 계속 보여주고 있죠.^^ 일예로 모건 프리먼이 악역으로 나오는 영화들이 주관적인 선입견 때문에 몰입이 잘 안되는 이유 중에 하나일지도 모르고요..^^

심술 2009-03-07 1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보기엔 메피님은 뭐 이미 알라딘의 호크가 되신 거 같은데요, 뭘. 모건 프리먼이 악역으로 나온 영화가 뭐 있더라? 늘 중후하고 좋은 역으로 나온 할아버지라 악역은 잘 기억이 안 나네요.

Mephistopheles 2009-03-07 22:57   좋아요 0 | URL
럭키 넘버 슬레븐이란 영화를 보면 흑인 갱단 보스로 나옵니다. 아주 나쁜 놈으로요..^^ 아하..그리고 제가 호크의 성격이 되기에는 좀까칠해서요..^^

심술 2009-03-08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런 영화도 있었나? 하여튼 메피님은 영화정보엔 참 빠삭하십니다.

Mephistopheles 2009-03-08 23:53   좋아요 0 | URL
유명배우들이 한꺼번에 나온 걸로도 유명해요 모건 프리먼 뿐만이 아니라 벤 킹슬리, 조쉬 하트넷, 루시루우, 브루스 윌리스 등등 마지막 반전이 있는 나름 재미있는 영화였습니다.
 
친밀한 적 - The intimate Enem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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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아프리카에 위치한 알제리는 프랑스의 식민지였다. 주변국가인 튀니지나 모로코에 비해 알제리는 늦은 1962년 비로서 독립을 하게 된다. 이 영화는 알제리의 독립이 막바지에 이른 1959년 7월 그곳에 파병된 프랑스 군인들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새로 부임한 소대장 테리안은 알제리의 흙먼지를 뒤집어쓰고 부대에 도착한다. 아내와 아들이 프랑스에 있는 그는 인류가 벌이는 전쟁터에 어김없이 존재하는 광기에 노출되기 직전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생각하는 이상주의는 작전을 수행하며 조금씩 허물어져간다.  민간인이 사는 마을이 알제리 민족자유전선(NFL)에 의해 잔혹하게 학살당한 모습을 목격하고 눈앞에서 동료가 저격당해 즉사한다. 조국을 배신하고 프랑스군에서 척후병으로 활동하던 부하 역시 처참하게 고문당한 모습에서 테리안은 점점 자신의 이상이 광기에 잠식당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매복 중 일어난 판단착오로 민간인 여성 두 명을 살해한 후 그의 광기는 정점에 오르게 된다. 결국 포로를 직접 고문하고 스스로 살육을 즐기는 듯한 전쟁터의 아수라로 돌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테리안(왼쪽)은 전쟁의 광기에 잠식되어 침물하는 과정과 함께 도낙(오른쪽)은 그 반대로 점차적으로 광기의 극복과 함께 탈출하는 모습을 상반되게 보여준다.

테리안의 이런 변화를 옆에서 지켜보는 상사 도낙은 그와는 다른 방향의 길을 걷는다. 생포된 포로가 고문을 당하는 동안 그는 프랑스 국기 아래서 술에 취해 나팔을 불며 괴로워한다. 결국 영화 마지막 그는 탈영을 선택한다. 깨끗한 사복을 입고 버스에 올라타 자신의 참혹했던 알제리에서의 생활에 대해 서술한다. 의미 없는 전쟁이고 죽어간 전우들 역시 헛된 희생임을 밝히며 그의 상사였던 테리안은 선택의 여지가 있었으나 그의 이상주의가 결국 그를 견디지 못하게 하였다는 걸 영화를 보는 사람들에게 알려준다.  

거의 모든 전쟁영화는 두 가지 구분을 가지게 된다. 전쟁 자체보다 인물에 중점을 두며 전쟁 중 이뤄낸 그의 업적에 대해 일종의 찬양의 모양을 갖춘 영화가 있고, 그와 반대로 전쟁 자체의 허무함과 무가치함, 그 속에 희생된 사람들을 보여주며 반전의 성격을 띠고 있는 영화로 구분할 수 있다.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일종의 반성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북아메리카 알제리란 나라에서 어떤 만행을 저질렀으며, 그로 인해 발생했을 전쟁의 무의미함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며 알려주고 있다.

영화 제목인 ‘친밀한 적’은 많은 것을 내포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북아프리카 전선에서 독일군에 맞서 싸웠던 전우들이 이젠 한 국가의 독립으로 인해 총부리를 겨누고 죽고 죽이는 전쟁을 벌이게 된다. 테리안의 부대가 일차 제거대상으로 삼고 있는 민족해방전선의 지도자 슬리만 역시 2차 대전 때 알제리 프랑스 연합군을 이끌었던 지도자로 묘사된다. 도낙이 처형하려 했던 포로는 처형 직전 프랑스에서 수여한 무공훈장을 가슴에 매달고 죽음을 택한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인 상황에서 오랜 기간 전장을 누비고 다녔던 도낙 상사는 혼란스러워한다.

200만의 프랑스 젊은이들이 알제리로 징집되어갔고 27,000명이 죽었다.
알제리 인들은 30만에서 60만 명 정도 사망했다.
1999년에 10월이 돼서야 프랑스는 알제리에서의 만행을 인정했을 뿐이다.


영화의 마지막 도낙을 태운 버스가 사라지며 올라오는 자막은 그 당시 국가의 탐욕스런 이익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이 희생되었는가와 지금 현재 프랑스의 태도를 보여준다. 아마도 그때 알제리에선 자유, 평등, 박애는 실존하지도 존재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술에 취해 그의 자랑스러운 조국 프랑스의 국기 아래서 미치광이처럼 나팔을 불었던 도낙의 눈에 들어온 자국의 국기는 위선의 상징 그 자체였을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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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3-02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베르 카뮈가 알제리 문제에 대해서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는 걸 보면 자기잘못에 대한 반성이 얼마나 힘든 것인가 알 수 있습니다.독일 우익도 민족에 대한 자부심 운운하면서 과거사 반성을 뒤엎으려는 짓을 많이 했지요.백인 제국주의 나라들은 뭔가 고상할 거라는 착각을 하고 있는 한국인들에게 분노를 퍼부은 이가 박홍규.
2차대전이 끝나자 마자 유럽제국주의 국가들이 옛날 자기 식민지로 바로 쳐들어간 사실을 알고 나서 치가 떨리더군요.프랑스는 인도차이나 반도나 마다가스카르에서도 학살을 많이 저질렀더라구요.그래놓고 사르코지는 집권하자 마자 식민지 시기에 프랑스가 긍정적인 역할도 했음을 교과서에 넣자고 주장하는 걸 보면...

Mephistopheles 2009-03-03 11:22   좋아요 0 | URL
어쩌면 2차세계대전이 단순히 지구와 인류의 평화라는 거국적 명제가 아닌 내 밥그릇을 뺏어가는 신흥강국 독일의 견제가 맞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히틀러의 독일이나 군국의 일본이 점점 자신들의 영역을 흙바닥에서 하는 땅따먹기 게임마냥 조금씩 야금야금 잠식해가는 모습이 참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고요..^^ 영화에선 주인공 테리안이 자기 상사에게 질문을 던지죠. 튀니지, 모로코가 독립을 했는데 알제리는 왜 놔주질 않느냐..상사는 답변을 회피하면서 자넨 아직 이곳에 완벽하게 물들지 않았다는 묘한 선문답을 해줍니다. 영화 거의 끝부분 테리안이 극장에서 보는 선전영화에서 슬쩍 그 이유를 흘립니다. 알제리를 통하는 송유관이 복구되었다는 뉴스요..아마도 석유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3-03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기야 드골이 알제리 독립을 인정하는 태도를 취하자 알제리 참전군인출신들이 테러단체를 만들어 암살을 시도하기도 합니다.프랑스 제국주의도 무시무시한 데가 있더라구요.베트남에서도 못된 짓 많이 저지르지 않았습니까?

Mephistopheles 2009-03-04 09:42   좋아요 0 | URL
허헉..왠지 그 알제리 참전군인출신들의 그 무모한 모습이 자연스럽게 우리나라 북파공작원들의 모임단체들의 행동과 오버랩되는군요.그리고 우리가 말하는 베트남전이 벌어진 인도차이나 반도는 이미 프랑스와의 항쟁에서 나름 실전경험이 바탕이 된 상태에서 미군에들과 붙은 거였죠. 하노이라는 도시를 인도차이나의 파리 정도로 만든 것 말고는 잘한게 뭐가 있을까 싶습니다. 음. 베트남 미인들이 어느정도의 프랑스 혼혈의 영향을 받았다는 정도말고는...그런데 워낙 베트남전이 미국역사상 첫 패배를 기록한 전선이였기에 그 전에 깨진 프랑스의 만행은 크게 부각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해요..

노이에자이트 2009-03-06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72년판 <자칼>에서 바로 그 유명한 드골 암살을 계획한 단체를 다루었지요.리메이크는 영 엉뚱하더라구요.
청나라와 프랑스가 베트남이 네 거냐 내 거냐로 싸운 걸 보면 참 이상하더라구요.그때 설정한 애매한 국경선은 나중에 1979년 베트남과 중국의 대결로까지 이어지지요.

Mephistopheles 2009-03-08 20:45   좋아요 0 | URL
1972년판 자칼의 날은 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책으로도 나와 있군요 아마 리메이크는 브루스 윌리스가 영부인을 암살하려는 킬러로 그를 쫒는 추격자가 리처드 기어 였던걸로 기억합니다. 말씀하신 청나라 프랑스 이야기가 나와서 생각나는게 있네요. 요즘 한참 말많은 식민지 시대 약탈해간 문화재가 원 소유주의 나라의 요구를 묵살하고 경매를 진행시킨 사건이요. 중국은 경매에 참가해 엄청난 금액을 제시하고 나중에 그 대금을 지불하지 않는 방법으로 자칭 '선방'을 하고 있다는데....재미있는 사실은 대부분 그 당시 유색인종들의 국가의 약탈한 유물은 돌려주지 않으면서 미국이 가져간 프랑스의 유물은 군소리 없이 돌려줬다고 하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9-03-08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프레데릭 포사이드의 원작도 아주 재밌지요.저는 프랑스 공산당 서기장인 토레스 회고록과 함께 읽었는데 되게 재밌더라구요.
오호...역시 백인들의 근성이란...유색인종 것은 자기들이 보관해야 더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핑계를 대더구만요.영국이 빼앗아간 그리스 문화유적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군요.페드라에 나왔던 메르나 메르쿠리인가 하는 누나가 생전에 굉장히 반환해 달라고 했는데...
 
예스맨 - Yes 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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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정해보건데 저 포스터에 쓰여진 움라우트로 봐서 독일어권 국가 포스터 같아 보인다. 영화의 이미지를 찾아보다 만나게 된 포스터. 여러 종류가 있었지만 저 포스터가 왠지 제일 맘에 들더라는...


부인과 이혼 후 피폐한 삶을 사는 칼은 인생이 즐겁지가 않다. 직장인 은행에서도 일의 의욕을 못 느끼고 친구들과의 교우관계 역시 스스로 단절된 생활을 영위해가고 있다. 이런 그에게 사이비 신흥 종교와 맞먹는 긍정적 사고방식 예스 세미나에 다녀오고 계시를 받아 인생이 풀 먹인 모시마냥 빳빳하게 펴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매우 작위적이고 억지스럽게 말이다.

작위적, 억지스럽긴 해도 주연배우가 누구냐 따지면 이런 스토리의 불청객들을 잠식시킬 수 있는 옵션이 주어지게 된다. 얼굴근육 자유롭고 코미디라면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짐 캐리 라는 배우가 주연이면 이런 핸디캡은 어느 정도 극복이 가능하게 된다. 더군다나 그는 요즘 단순한 코미디 배우가 아닌 제법 심각한 연기도 선보이며 변화된 모습에도 나름 성공적인 행보를 진행 중이기도 하다. (단 하나 달라진 모습을 따진다면 이상하리만큼 이번 영화에서 그는 나이가 들어 보인다. 세월의 힘 앞에선 제아무리 마스크의 짐 캐리라도 어쩔 수 없나 보다.)

세월을 거쳐 짐 캐리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점점 무언가 채워지는 느낌이 들곤 한다. 그의 초기작 에이스 벤츄라를 보며 폭소를 뿜어냈다면 그의 요즘 영화들은 폭소보단 미소를 짓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내면엔 뭔가 따뜻한 덩어리 하나씩을 남겨준다. 이번 영화는 아마도 ‘긍정’이라는 메시지를 그의 방식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

작품성이 뛰어나고 지적인 고품격 영화들이 많이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 요즘, 영화를 감상하고 뭔가 한참을 생각해야 하며 다른 참고 서적을 찾아보고 웹문서까지 찾아봐야 하는 수고를 더해야 어쩌면 그런 영화들을 이해하고 제대로 감상했다고 만족감을 느끼곤 한다. 짐 캐리의 영화들은 이런 수고가 필요 없다. 보면서 맘껏 웃어주고 약간의 몰입만 해줘도 그가 전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비교적 솔직하게 공감할 수 있다.

호텔 바에 앉아 정장을 차려입고 이런저런 격식 따지며 마시는 와인이 아닌 가까운 지인들과 신나게 떠들며 연기 자욱한 곱창 집에서 소주 한잔 툭 털어 넣는 느낌. 이게 어쩌면 그가 보여주고 표현하고자 하는 영화세계 같아 보인다. 오래 사귄 친구마냥 점점 구수해지면서 말이다.  

뱀꼬리 : 짐 캐리의 상대역으로 나온 쥬이 디샤넬이란 배우도 주목. 미인이라고 말하긴 주저스럽고 늘씬한 몸매를 소유한 배우는 아니지만 이 영화에서만큼은 너무나 사랑스럽게 나온다.   



왼쪽이다 왼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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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2-27 0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곱창에 쏘주한잔 하는 느낌이라... 최고!

Mephistopheles 2009-02-27 01:36   좋아요 0 | URL
딱 그 느낌이에요 요즘의 짐캐리 영화..
유치하다 뻔하다.란 평이 나와도 짐 캐리란 배우는 여전히 사랑스럽습니다..^^

balmas 2009-02-27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술을 잘 못해서 마구마구 괴로운 느낌이 드는데요? ㅋㅋ

Mephistopheles 2009-02-27 12:38   좋아요 0 | URL
그럼 어떻게 곱창만이라도 안될까요.발마스님..^^

balmas 2009-02-28 01:50   좋아요 0 | URL
추천 중 하나는 접니다. ㅋㅋ

Mephistopheles 2009-02-28 19:19   좋아요 0 | URL
하하핫 감사합니다 발마스님..언제 시간 되시면 곱창이라도 한접시....??^^

라로 2009-02-27 1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쥬이 디 샤넬은 윌페로와도 엘프에서 나왔는데 노래도 잘불러요.
원래 가수라고해요,,,여러 영화의 주제가도 불렀는데 꽤 귀엽고 순수해보여요.
근데 목소린 약간 허스키하죠~.
암튼 저도 메피님과 거의 98%동감합니다.
짐 캐리영환 그래서 무조건 봐주신답니다.^^
오늘도 멋진 리뷰, 감사해요~.

Mephistopheles 2009-02-27 12:39   좋아요 0 | URL
저 영화에서도 노래를 부르더군요. 꽤 잘부르던데..역시나 전직 가수였다니..
그런데 짐캐리는 이번 영화에서 팍 늙어버린 느낌이 들어요. 보톡스 효과가 떨어졌나..아님 어디 건강이 안좋은가...

비로그인 2009-02-27 1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청주 날씨는 어때요?" 등의 다채로운 한국어를 들을 수 있는 영화였어요.

라로 2009-02-27 10:53   좋아요 0 | URL
그런데 짐캐리 한국어 발음은 영~아니었죠????ㅎㅎㅎ

처음에 뭔 말인가 했다눈~.ㅋㅋ

Mephistopheles 2009-02-27 12:39   좋아요 0 | URL
그래도 한국여자가 말하는 '사던지 말던지' 만큼은 확실히 들리더군요..ㅋㅋ

비로그인 2009-02-27 1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짐 캐리가 단순히 개그캐릭터쪽만 밀었다면 오래 버티지 못했을지도 모르겠어요.
제 기억에 그걸 처음 느낀건 트루먼쇼가 아니었나 싶네요

Mephistopheles 2009-02-27 14:11   좋아요 0 | URL
그 영화가 계기였을지도 몰라요. 트루먼쇼를 보면 그 마지막 모습에서 소름이 쪽 돋았던 기억이..그리고 계속해서 짐 캐리는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죠. 이터널 선셔인도 꼭 보시기 바랍니다.

레와 2009-02-27 16: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보고 나도 긍정적인 마인드를 키워야지, 이라믄서
"예~쓰~예~쓰~"를 외쳤던 기억이나요..
(오래가진 못했지만...^^;;)


저 여배우 우리나라 추격자에 나왔던 이영희씨랑 닮지 않았나요?? ㅋ

Mephistopheles 2009-02-27 17:28   좋아요 0 | URL
마지막 그 예스철학 세미나하는 아저씨가 병원에서 했던 말이 의미심장하지요. 서약따위에 이끌리는 건 초보자들이고 진심으로 우러나오는 예스가 자신을 변화시킨다는 말... 아마도 이게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긍정적 사고의 핵심인 것 같습니다. 서영희라는 배우의 사진을 살펴봤더니..분위기는 비슷합니다. 그런데 그녀도 노랠 잘 부를까요?

무스탕 2009-02-27 17: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직히 전 짐 캐리 별로 안좋아 했어요. 억지스러운 배우라고 생각을 했거든요.
(코미디물을 별로 안좋아하는 영향도 컸지요..)
마스크, 에이스 벤츄라, 덤앤더머 이렇게 세 편을 봤는데 셋 다 저랑 코드가 안맞았었지요.
그래서 그 후론 짐 캐리 영화는 그냥 관심도 주지 않고 넘겼어요.
짐 캐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보는게 앞으로의 제 영화생활에 깨소금이 될까요? +_+

Mephistopheles 2009-02-27 17:15   좋아요 0 | URL
그럼 일단 무스탕님은 트루먼쇼를 먼저 보시고, 이터널 선샤인도 시간이 되시면 감상해보시면 어떨까요. 그래도 역시 짐 캐리라는 배우가 비호감이라면 그건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호불호의 의미이지 영화생활의 깨소금같은 거창한 건 아닐껍니다.^^

Alicia 2009-02-27 17:20   좋아요 0 | URL

맞아요^^ 짐캐리 이터널 선샤인에서 좀 색달랐어요.
많이 놀랐던거 같아요, 의외로 그 이미지가 잘 어울려서. ^^

Mephistopheles 2009-02-27 17:37   좋아요 0 | URL
아마도 그게 짐 캐리라는 배우가 가지고 있는 경쟁력이 아닐까 싶습니다.^^

무스탕 2009-02-27 17:54   좋아요 0 | URL
음.. 막 궁금증을 증폭시켜주시는 뽐뿌질.. ^^
넵!! 다시 마음을 백지화 시켜놓고 트루먼쇼부터 도전을 해 볼께요 :)

Mephistopheles 2009-02-27 18:19   좋아요 0 | URL
영화를 다 보시고 http://blog.aladdin.co.kr/mephisto/861133 를 한 번 읽어보는 것도...(리뷰의 재활용..호호호)

노이에자이트 2009-02-27 2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정도면 늘씬한데요.노래까지 잘한다니 저 누나의 정체가 궁금하군요.

Mephistopheles 2009-02-28 19:19   좋아요 0 | URL
짐캐리가 키가 커서 그런지 몰라도 꽤 아담한 키를 갖고 있습니다. 저 누나는 80년생이고 조연으로 여러 유명배우들과 많은 영화에 출연을 했더군요. 30살인데 초동안이고...이미 유부녀라고 알고 있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2-28 23:45   좋아요 0 | URL
아하...유부녀면 어떻습니까...

Mephistopheles 2009-02-28 23:56   좋아요 0 | URL
ㅋㅋ 동안을 강조하고자 말씀드린 것 뿐이랍니다. 영화 속에서 어리게 보이거든요. 짐 캐리와 서 있으면 마치 삼촌과 조카처럼 느껴질 정도로요..^^
 
영화는 영화다 - Rough Cu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생활기반 자체가 전혀 다른 두 사람이 존재한다.
한 사람은 영화라는 발판을 무대로 출세를 했고, 그에 걸맞은 명성이라는 날개를 달고 살아가는 배우이며, 다른 한 사람은 어둠의 법칙이 통용되는 건달, 깡패바닥에서 그래도 성공한 축에 속하는 인물이다. 어떤 계기로 이 둘이 마주치게 되었고 체스 판의 전황처럼 그들은 서로 장군과 멍군을 부르며 서로의 교집합적인 모습이 노출되어진다. 



영화배우 장수타는 업계 거칠기로 소문난 배우. 과도한 폭력이 주제가 되는 조폭영화에 출연하는 액션배우이며 그의 이런 연기는 실생활에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어진다. 하지만 그의 본업은 연기일 뿐, 폭력으로 밥을 벌어먹고 사는 깡패나 조폭은 아니다. 그런 그가 우연히 시비가 붙은 조폭 강패와의 만남으로 자신의 세계에서 한발자국 더 내딛는 위태한 행보를 시작한다. 가짜가 아닌 진짜 냉정한 폭력의 세계에 발을 들여 논 것. 



조폭 강패는 사람 목숨 하나 우습지도 않게 바다에 처넣을 수 있는 냉혈한 건달. 조직을 위해 생활하고 자신의 수하 역시 믿음의 눈길을 보내지 않을 정도로 그 바닥에선 나름 위치에까지 올라있다. 강패는 영화배우 수타를 만나며 꿈으로만 꿔 봤을 배우라는 경계를 넘어선다. 영화배우 수타와는 전혀 다른 반대편에서 중간쯤 어딘가에서 경계와 경계가 부딪힐 그 곳으로 걸어 나간다.

영화 속 허상의 폭력과 현실의 무자비한 폭력의 만남은 수타와 강패라는 두 사람의 대립적인 인물의 갈등으로 점점 수위를 높여가며 영화가 진행되어 간다. 그리고 그들의 생활기반이 다르듯 마주 서 있는 자체만으로 반목하며 충돌한다. 그런 그들에게 서로의 영역을 넘어서며 자신의 생활을 점차적으로 희석시킨다. 그러나 그 모든 과정이 결국 일장춘몽 일뿐 그들이 공존했던 그 공간은 결국 현실과의 괴리감을 남기며 산산이 부서지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 속 조폭이 등장하는 줄거리는 이제 식상한 소재임에 틀림없다. 그들의 협객스런 면모만 강조하며 엄청난 흥행수입을 올렸던 관객수준 여실히 보여주는 영화도 있었고, 느와르의 장르를 충실히 답습하며 보는 사람의 시선이 불편할 정도의 여과 없는 현실을 묵묵히 보여줬던 영화들도 존재했었다. 이 영화 역시 이런 두 가지 부류의 구분으로 따지면 후자 쪽에 가까운 영화라는 분류가 가능하다. 하지만 진부했을 소재에 그게 다가 아닌 또 하나의 덩어리를 제대로 끼워 넣어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준다. 가상의 영역, 영화를 영화 속에 집어넣고 대립적인 두 인물의 숨겨진 그림자와 같은 영역을 서로에게 부여함으로 모든 면에서 만족스런 결과물을 만들어낸다 .  



극중 라스트 결투 씬 중 영화 속 영화감독으로 등장한 조연배우의 대사 ‘감독으로써 내 배우들을 끝까지 믿는 것.’ 이란 말이 두 배우를 보면 그냥 나올 수 있어 보인다.

뱀꼬리 : 제작자의 이름도 유심히 살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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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9-02-24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적인(?) 제목에 끌려 보고싶다가도 이미지스킨으로 인해 극히 폭력적일 것 같다라는 선입견으로 인해 손이 가지 않는 영화였습니다.

Mephistopheles 2009-02-24 14:04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제작자가 김기덕감독이다 보니 그가 직접 감독을 하지 않더라도 그의 영화에서 보여줬던 폭력은 어느정도 영화에서 표현이 되어질껍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장르가 느와르다 보니 표현의 수단의 한 방법으로 폭력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래도 영화는 잘 만들어졌습니다. 배우들 연기도 좋고요.

레와 2009-02-24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간지의 매력에 푹-빠져 스크린 안으로 뛰어들뻔한..
정신을 못차렸던 기억이 납니다. 으흐흐~

Mephistopheles 2009-02-25 12:38   좋아요 0 | URL
소지섭씨는 그래도 일단 뜬 스타인데...저런 저예산 영화에 출연하는 모습이 신선했다고 할까요..아님 김기덕의 영향일지도 몰라요. 김기덕 감독의 영화가 마니아적인 요소가 강한데도 그의 영화엔 그래도 배우라고 불리우는 스타들이 등장들 하니까요. 장동건도 그렇고..^^

노이에자이트 2009-02-24 2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길쭉길쭉한 형님들이 시원시원하게...좍 좍!!!

Mephistopheles 2009-02-25 12:39   좋아요 0 | URL
소지섭이야 워낙 매력있는 배우인걸 알고는 있었다지만...강지환이라는 배우도 연기 참 잘하더군요..^^ 그리고 한동안 안보이셨던 홍수현씨도 봐서 좋았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2-25 23:13   좋아요 0 | URL
홍수현 누나가 이쁘지요.<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여고생으로 나왔을 때 눈에 띄더라구요.

Mephistopheles 2009-02-26 09:26   좋아요 0 | URL
예쁘장한 외모와는 다르게 굉장히 괄괄하고 터프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하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9-02-27 23:17   좋아요 0 | URL
수현 누나에 대한 그런 정보는 어디서 구하시는지...가르쳐 주세요.

Mephistopheles 2009-02-27 01:27   좋아요 0 | URL
수현누나가 옛날 TV 토크쇼 프로에 나와서 이런저런 토크를 할때 스스로 말했답니다.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모습과는 다르게 털털하고 터프하게 이야기도 하고 성격도 스스로 밝히더군요.^^

노이에자이트 2009-02-27 23:17   좋아요 0 | URL
오...외모와는 다르군요.

비로그인 2009-02-25 00: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지환을 처음 본 영화가 <방문자>였는데 그 영화에선 반듯한 청년이었는데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9-02-25 12:41   좋아요 0 | URL
배우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아무리봐도 변화는 필수일 것 같아요. 매일매일 엽기적인 여자의 이미지와 몸매와 이쁜 외모만으로 줄창 CF만 찍어대는 사람이 절대 배우라고 불릴 수 없잖아요. 그런 의미로 이번 영화는 강지환씨의 변신과 소지섭의 연기폭이 넓혀졌다는 것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물론 김기덕 감독의 제작자 변신도 눈여겨볼만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