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모 : 서민 

동그라미 : 국가 

세모 : 대기업  

 

성의 없게 아무렇게나 그린 만화같지만.
내용만큼은 쭈삣하게 만들어버린다.

나 역시 네모일수 밖에 없는 위치이다.
하지만 만화 속 네모처럼 주는 돈 덥석 받고
동그라미와 세모의 농간에 놀아날 맘은 추호도 없다.

가난한 서민일지라도 똑똑하고 현명하게 살고 싶다.
생각보다 어렵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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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jy 2011-04-0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쇼에 속지말자 ㅠ.ㅠ
그러나, 그 쇼마져도 아쉬운걸 어쩌죠~ 스쳐지나가는 돈이라도 어떻게@@;

Mephistopheles 2011-04-05 13:18   좋아요 0 | URL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 쇼에 장단맞춰주는 척 하며 받을 껀 받고 결정적인 순간에 쌩까면 되는데..이런 방법은 그들이 이미 많이 써먹었기에 잘 통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saint236 2011-04-05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왠지 저 세모 머리제 스크를 찍어 주고 십네요. 혹은 샴숑이라든지.

Mephistopheles 2011-04-05 13:19   좋아요 0 | URL
거부할 수 없는 현실이죠. 사실 네모가 가장 불쌍한 부류는 아닐 껍니다. 자긴 세모라고 믿는 네모가 어찌보면 가장 처참하죠.

루쉰P 2011-04-0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끝에 설명을 보고 이해를 했네요. 이해가 팍팍 되네요. 음..이런 류의 그림체와 내용 너무 좋네요. 반갑습니다. ^^ 가난한 서민인데 똑똑하고 현명하지 못 해 고민하는 사람으로 공감하네요.

Mephistopheles 2011-04-06 01:07   좋아요 0 | URL
반갑습니다 루쉰님. 서민인 것도 힘든데 곳곳에 숨어있는 부브트랩 피하기도 버거운 현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루쉰P 2011-04-07 13:24   좋아요 0 | URL
전 요즘 그런 부브트랩을 하도 밟고 다녀서 몸이 너덜너덜한 것 같아요. 저도 완전 반갑습니다.^^ 이런 만화 너무 좋아해요!! 기대하고 자주 들어오겠습니다.

버벌 2011-04-06 0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갑자기 소름이. 저도 똑똑하고 현명하게 살겠습니다.

Mephistopheles 2011-04-06 09:36   좋아요 0 | URL
근데 요즘은 모난 돌이 정 맞지 않고 현명하고 바르게 살려면 정을 맞는 세상이더군요..^^

조선인 2011-04-06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모가 되고 싶은 네모란 불쌍하고 안타깝다가도 화나는 존재이기도 하지요. ㅠ.ㅠ

Mephistopheles 2011-04-06 14:15   좋아요 0 | URL
저 그런 사람 많이 만났습니다. S사의 위장계열사로 조선시대로 따지면 서자같은 회사거든요. 근데 정작 S물산 알어알어 들어보니 그 회사를 씹다 버리는 껌정도로밖에 생각않한다더군요.. 그런데 얼마나 목에 힘을 주고 다니는지들....

2011-04-06 15: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7 02: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1-04-06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글픈 현실이네요ㅜ.ㅜ

Mephistopheles 2011-04-07 02:01   좋아요 0 | URL
서글픈 현실 이전에 무서운 현실이고 그게 당연시되는 세상이기도 하고요.

건우와 연우 2011-04-07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는 세모일지도 모른다고 착각하는 네모가 아닐까하고 좌절중입니다...ㅠ,.ㅠ

Mephistopheles 2011-04-09 00:35   좋아요 0 | URL
정말로 좌절해야 할 부류는 누가 봐도 네모인데 세모라고 혼자 믿는 부류가 아닐까요.^^
 

본격적으로 주말근무체제에 돌입하기 시작했다. 우리 일이라는 것이 다 그렇듯 올 한해도 역시 피X을 싸며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일 것 같다. 워낙 마진폭이 적은 업종이라 이렇게 일을 해야 그나마 본전이라도 건지니까.

더불어 공기업 발주처의 모뙨 습관 중 하나인 금요일 오후에 오더를 내리고 ‘월요일 오전까지!’ 라는 관행이 변할 조짐이 안보이니 뭐 어쩔 수 없이 토요일 출근은 당연한 수순. 그렇게 봄볕 따뜻한 날에 사무실에 처박혀 모니터를 보며 일을 죽이고 있자니 소장마마가 잠시 후 등장하신다.

배고프다. 밥 먹으러 가자!

우리 소장마마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일단 기골이 장대하시고 먹는 걸 참 좋아하시는 분이시다. 다른 건 몰라도 직원들 먹는 거에 돈 아끼지 않는 양반. 그리하여 소장마마 차타고 봄도 되었겠다. 뭐 좀 후끈한 음식 좀 먹어보자며 달려간 곳이 삼각지까지 가버리게 되었다.

종종 들렸던 집이고 이래저래 소문도 많이 난 집이다. 변함없이 앉자마자 주문 들어가고 바로 밑반찬 단출하게 나온다. 변함없는 동치미와 젓갈과 함께 버무린 무가 나온다. 더불어 엄청난 화력을 자랑하는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진 이 집의 메인요리가 부글부글 끓기 시작한다. 먹는 순서도 존재한다.  

 

일단 간장에 겨자 좀 풀고 콩나물과 미나리부터 건져 먹어야 한다. 오래두면 질겨진단다. 그리 먹다 보면 얼큰한 국물에 허연 동태 살과 내장이 보이기 시작한다. 워낙에 간이 안 된 심심한 생선살인지라 간장겨자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면 담백하게 맛 볼 수 있다. 애와 곤도 빠지지 말고 흡입해야 한다.  



 

이리 먹고 나면 밥을 볶아 먹을 수 있다. 자작하게 남겨진 국물에 밥을 넣고 김가루 뿌리고 밑반찬으로 나온 무김치 넣고  마구 볶아 먹으면 한 끼 식사 끝이다. 토요일이라 그런지, 아님 요즘 생선기피 현상 때문인지 유난히 한가롭게 한 끼 해결하고 토요일 풀로 야근하고 집으로 고고씽. 이제 슬슬 고된 일정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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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4-04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큰해보이네요. 오호호, 제가 좋아하는 내장 좀 봐.
부드럽게 목으로 넘어가는 느낌이 벌써 소주 한잔 생각을 만드는군요.

밥 볶아 먹는거 엄청나게 좋아하는데, 만일 이 출출한 때에 그 사진까지 올라왔으면
저는 당장 메피님 회사 근처로 쫒아갔을지도 모릅니다, 다행이라고나 할까요? 헤헷.

Mephistopheles 2011-04-04 15:13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해가 중천에 떠 있는 시간이었지만...소주를 시켜서 먹더군요. 물론 전 안마셨고요..오호호 그리고..죄송하게시리 이 동태탕집은 제가 다니는 사무실 동네와 거리가 꽤 떨어진 곳이랍죠..ㅋㅋ

moonnight 2011-04-04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물이 얼큰하겠네요. 요즘은 뭐 먹고픈 게 없어요. 배도 안 고프고. 먹고 싶은 게 없어지면 늙은 거라던데 흑. -_ㅠ;

Mephistopheles 2011-04-04 15:14   좋아요 0 | URL
살짝 매콤하면서도 텁텁하지 않고 시원하더군요. 끝맛도 좋고요.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장사하는 집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더군요.^^ 근데...먹고싶은게 없다니 참으로 심난하군요. 혹시 환경변화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 때문이 아닐까요??

pjy 2011-04-04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테이션 근무라서 주린배를 움켜쥐고 간신히 참고 있었는데요....아, 동태탕!!!
아직 나의 점심시간은 안되었는데 처절한 이심정-_-; 국물이 그리워요~~

Mephistopheles 2011-04-04 15:15   좋아요 0 | URL
으흐흐..일부러 점심시간 끝날 때쯤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선의의 피해자가 꼭 발생하더군요.. 지금쯤 뜨거운 국물 호호 불어 먹을 수 있는 무언가로 점심해결하셨겠죠..?

Forgettable. 2011-04-04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클릭하기 전부터 후회하고 있는 이 심정. 하지만 클릭할 수밖에 없는 이 심정. 아시나요~
한달 남았으니까 제가 진짜 참아요. ㅋ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11-04-04 15:16   좋아요 0 | URL
아마 전방 5Cm 앞에 낚시바늘에 걸린 떡밥을 쳐다보는 붕어심정이겠군요.ㅋㅋㅋ 지금쯤 턴레프트님이 주먹을 불끈 쥐고 "이 사람이 정말..으으윽.." 하실 때가 되었는데......ㅋㅋ

레와 2011-04-04 14: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향좋은 미나리, 까욱!

Mephistopheles 2011-04-04 15:17   좋아요 0 | URL
미나리는 더 주세요~~~!! 하면 양껏 더 준다는..(계산은 제가 안해서 추가요금이 발생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따라쟁이 2011-04-04 1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피X 쌀 단계는 아니지만.. 곧 올 것에 대비해서 먹어둬야 할 것 같은데요.

Mephistopheles 2011-04-05 00:46   좋아요 0 | URL
딴게 보약인가요 하루 세끼 좋은 음식 섭취하고 소화 잘하고 배출 잘하면 그게 보약이죠..^^

하이드 2011-04-04 17: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아무것도 보지 못했음. 진짜임.

Mephistopheles 2011-04-05 00:46   좋아요 0 | URL
음..이제 하이드님은 눈도 안뜨고 댓글을 다는 신묘한 재주까지 습득을 하셨군요.

2011-04-05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5 23: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4-06 10: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살아있는 돼지를 땅속에 파묻어도, 강원도에 폭설로 시장이 무너져도, 제아무리 이상기온으로 2월 달 영하의 날씨에 광풍이 몰아쳐도 봄은 오나보다. 어제 주말의 시작과 더불어 그래도 어느 정도 풀린 날씨를 보여주었기에 마님과 주니어와 함께 동네 시장 마실을 가게 되었다.

나간 김에 동네에서 꽤나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일단 나의 연식으로 계산을 해보면 못해도 30년은 넘게 한자리에서 장사하고 있는 가게) 설렁탕집에서 가볍게(?) 점심을 해결하고 유유히 걸어 걸어 동네 재래시장에 당도했다.

시끄럽고 소란스러워도 전혀 스트레스를 안 받는 에너지가 넘치는 장소. 우렁찬 목소리로 호객을 하는 아주머니, 아저씨, 총각들의 목소리가 힘차게 울려 퍼진다. 이래저래 찬거리를 사고 뭔가 비릿한 것이 먹고 싶었던지라 멍게도 양껏 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동네에 있는 조그마한 커피가게에서 짱짱하고 선한 인상을 가지신 그 가게 사장이 내주는 커피를 마시며 창 밖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시선에 들어온 건 어느 허름한 건물의 입구 위 청 테이프로 덕지덕지 붙여 논, 봄이면 어김없이 쓰이는 문구가 눈에 들어온다.

立春大吉

아주 잘 썼다고는 말하지 못하겠으니, 글씨엔 길을 바라는 힘이 느껴지는 것 같았다. 재미있는 건 대칭되는 위치에 쓰여 있는 다른 네 글자를 발견하고서다. 무슨 글씨인가 집중해서 한 글자, 한 글자 읽어봤다.  




立春大吉, 世界平和!!

단 네 글자의 힘이 이렇게 위대한 줄 몰랐다. 어느 무명씨가 써 갈긴 글씨가 명필가가 예술인 정신으로 한 글자, 한 글자 써 놓은 문구보다 강렬하고 힘차게 느껴진다. 2011년 올 한해는 봄이 오며 좋은 일들이 생겼으면 좋겠고 더불어 세계평화도 함께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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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1-03-06 2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만약 미스코리아가 된다면 인터뷰를 할때 제가 가장 바라는 건 세계평화에요, 라고 답하고 싶었어요. 그러나 저는 이제 미스코리아가 되기엔 지나치게 올드해서 이루지 못한 꿈이 되고 말았네요.. 휴.....

Mephistopheles 2011-03-06 22:51   좋아요 0 | URL
아 진짜..아깝습니다. 다락방님이 10년만 젊었어도 미스코리아 진이 되어서 세계 평화라는 소원을 인터뷰를 했었다면, 911도 알카에다의 테러도 중동 전쟁, 체첸사태 등등이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말입니다...!(북치고 장구치고)

잘잘라 2011-03-07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입춘대길! 세계평화!
청테이프로 꼼꼼히 붙여놓은 저 분(남자 사람일것 같아요. 왠지..)
누군지 무척 궁금합니다. 진심으로 원하고 계시는듯해서요!
입춘대길! 세계평화!(자꾸 외쳐보게 됩니다. ㅎㅎ)

Mephistopheles 2011-03-07 13:17   좋아요 0 | URL
아마도 연세가 지긋하신 어느 촌부가 아닐까 예상됩니다만 그분이 진심으로 원하는 저 8글자의 뜻이 이뤼졌으면 합니다..^^

무해한모리군 2011-03-07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채가 아주 힘차고 마음에 듭니다 ㅎㅎㅎ

Mephistopheles 2011-03-07 13:18   좋아요 0 | URL
꼭 명필가가 써야 명필인가요...^^ 암튼 글씨를 한참 들여다 봤는데 은근히 패기있고 힘이 느껴지더군요..

2011-03-07 10: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3-07 1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녀고양이 2011-03-07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정말 좋은데요, 입춘대길, 세계평화. 큭큭큭.
겸손과 기원과 사랑까지 모든 것이 있는 벽보이군요.

Mephistopheles 2011-03-07 13:20   좋아요 0 | URL
자그마한 커피가게에서 창을 통해 저 글자가 보이더군요. 좁다란 골목에 건물과 지나가는 차와 오토바이는 보이는 풍경인데 눈에 확 띄더군요..ㅋㅋ

레와 2011-03-07 1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평소 그냥 흘려버릴수도 있는 이 글귀인데.. 지금은 참 벅차요.


앱 중에 'LOMOLOMO'를 다운 받아 사진을 찍어 인화를 시도해본다는 분이 계세요.
8R정도로..
의외의 결과가 나올 것 같아 기대 중입니다. ^^

Mephistopheles 2011-03-07 18:59   좋아요 0 | URL
로모로모는 저도 다운받아 쓰고 있는데 제법 괜찮은 어플이더군요. 근데 이 사진을 인화한다는 말씀이신가요???

로드무비 2011-03-09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지덕지라니, 청테이프로 깔끔하게 붙여놓으셨고만.=3=3=3
메피 님만 보면 장난 치고 싶어라.^^

Mephistopheles 2011-03-09 15:21   좋아요 0 | URL
자세하 보면 무지 덕지덕지거든요...? ㅋㅋㅋ (물론 사진으로 잘 안보이겠지만요.)
 


진료차 병원에 들렀다. 다시 말해 그동안 나름 열심히 관리해온 몸뚱아리 검사를 받기 위해.  

여전히 그 병원은 문전성시. 어찌나 사람이 많은지 예약환자의 명예를 부여받은 나조차도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대부분 처음 오시는 분들이고 그분들의 코스는 진료-검사-수술날짜예약 수순을 밟고 있었다. 불과 한 달 전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그렇게 지루하게 기다리다 꾀꼬리 같은 간호사 언니가 내 이름을 호명하신다.

‘겨울잠 안자고 병원 오신 곰님’

오른손 번쩍 들고 진찰실로 들어간다. 의사 쌤과 간단한 인사 후 그동안 내준 숙제검사를 받았다. 결론은 참 잘했어요. 도장 쾅쾅쾅. 그리하여 겸사겸사 오늘을 기념하여 안식일을 가졌다.

마침 마님은 레슨 때문에 저 멀리 경기도로 날아가서 늦게 돌아오신다고 하니 기회는 이때다 싶어 그동안 넘흐넘흐 먹고 싶었지만 엄격한 통제와 감시 때문에 섭취하지 못했던 동네 부근 죽이는 칼국수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조그마한 가게에 의자 없이 그냥 엉덩이 지지며 먹는 식당이었고 맛은 꽤 유명한지라 늦게 가면 자리가 없어 기다리기 일쑤였던 집. 퇴근 후 직원들 끌고 후다다닥 달려갔기에 몇 개 남지 않은 자리를 차지할 수 있었다.

앉자마자 주문은 간결하게 시켰다. 해물 칼국수 2개에다 보쌈, 그리고 맥주와 소주 한 병이요!

인상 좋은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아 적으시더니만 바로 찬과 함께 보리밥 한주먹을 내오신다. 이 집은 칼국수를 시키면 그 전에 보리밥을 먼저 준다. 이걸 고추장과 참기름을 적당히 치고 비벼먹으면 제법 맛깔 난다. 칼국수 두 개만 시켰기에 달랑 두 공기만 주셨지만, 한 그릇 더 주세요. 라고 요구하니 바로 주신다. 그렇게 비비며 공복감을 달래고 있자니 기다렸던 칼국수와 보쌈이 나온다.  



 요거이...보쌈이고~~~ 

 요거이...해물 칼국수~~~~

일단 칼국수 전문점이기에 보쌈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맛은 있다. 더불어 이 집은 모든 김치를 직접 담근다. 보쌈김치도 당근 손토메틱....가게 앞엔 언제나 산더미처럼 배추와 무가 쌓여있으니까. 그렇게 나를 비롯한 직원 2명은 칼국수와 보쌈을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음 그런데....확실히 양이 줄었다. 더불어 먹는 속도도 줄었다. 들어가는 알코올이라고는 맥주 딱 한잔인데도 금방 배가 차오른다. 그래도 칼국수 안에 들어간 해물만큼은 (바지락, 새우, 미더덕, 굴, 홍합)은 남기지 않고 건져 먹는다. 이렇게 저렇게 저녁을 해결하고 조금 거리감이 있는 조그마한 카페로 향했다.

우리 동네의 요즘 특징은 원룸에 사는 나 홀로 직딩들의 거주가 늘어나서 그런지 소규모 카페가 제법 많이 생겼다. 나름 맛있는 커피를 제법 싼 가격에 제공해주고 동네 사람들 상대로 장사하다 보니 꽤 친절하기도 하다.  



오늘은 카페 제목처럼 달랑 테이플 10개만 있는 곳으로 가 핸드드립 커피를 시켜먹는 만용을 부려봤다. 젊은 청년 두 명중 하나가 다가와 주문을 받으며 핸드드립에 쓰일 원두에 대한 맛과 특징에 대해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이렇게 저렇게 주문을 하고 각기 다른 제법 예쁘장한 커피 잔에 서로 다른 향과 맛을 보여주는 커피 3 잔이 따라진다.  

  

직원들과 나름 심각하고 진지한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자리에서 뜰 때 아까 그 청년이 다시 다가와 커피 맛이 어떠셨냐고 물어 본다. 좀 진하다. 란 느낌을 사무실 여직원이 말하니. 다음에 오실 땐 조금 더 희석해서 드리겠다고 정중하게 얘기한다. 그리고 카페를 나와 밖에서 가게를 다시 보니 이런 글이 쓰여 있더라는...

‘10 table 커피는 유기농 공정무역 커피로 최고의 원두만을 사용합니다.’

집에서 약간 거리감이 있지만 운동핑계로 마님과 함께 가끔 커피나 홀짝거리러 종종 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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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고양이 2011-02-12 14: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건강해지셨군요? 그래서 이런 염장 페이퍼를 올리시는군요....
얼마 전까지 식욕도 없다 하시더니. 아아, 너무 다행이세요~

메피님, 즐거운 주말 맛난거 왕창 드시고, 다시 살 포동하게 오르시기 바랍니다. 아하하.

Mephistopheles 2011-02-12 23:04   좋아요 0 | URL
그흐흐..마녀 고양이님...제 페이퍼는 태그까지 유심하게 살펴보셔야 합니다.

비연 2011-02-12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잘 했어요~ 도장 쾅쾅쾅 이라니 넘 다행이에요^^

Mephistopheles 2011-02-12 23:04   좋아요 0 | URL
하지만 시작인걸요..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하니....

세실 2011-02-12 2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 보쌈에 칼국수까지 염장이군요. 아 배고파.....저녁을 조금 먹었더니 참기 힘드네요.
저도 오늘 맛있는 커피집 가서 4잔 마시고 왔습니다. 잔이 작아 그다지 양은 많지 않아요. 원두향 맡으니 피로가 싹 풀리는 느낌. 거의 2주에 한번은 가는 단골집이 되었답니다.

Mephistopheles 2011-02-12 23:05   좋아요 0 | URL
커피가 몸에 나쁘다란 인식이 지배적이긴 한데 이집에서 설명을 들으니 첨가하는 가미료만 배재한다면 원두커피도 충분히 건강식이 될 수 있다고 말하더군요. 암튼 삶에 향기를 주는 음료로써는 이만한 건 없죠. 가끔 본의아니게 된장스러운 허영과 사치의 이미지로도 비춰지긴 하지만요.

L.SHIN 2011-02-13 1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 나보고 회 사달라고 하더니만, 알아서 저렇게 꼬기를 잡수시네요.
그러다 또 탈 나면 어쩌려구요? ㅡ.,ㅡ
그런데, 저 커피숍이 어디랍니까? 왠지 느낌이 좋은데 말입니다.^^

Mephistopheles 2011-02-14 12:54   좋아요 0 | URL
사실 시켜놓긴 했지만...거의 먹질 않았다는...^^
커피숍은 지구저편 어딘가에 조그마하게 위치한 어디쯤 그곳...ㅋㅋㅋㅋ

moonnight 2011-02-13 2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 맛있겠다. -_-;;;
근데, 칼국수가 세숫대야에 나오네요. ^^;
건강해지셔서 다행이에요. 저는 지난주에 한 검진 결과가 내일 나오는데, 무척 긴장하고 있어요. ㅠ_ㅠ;

Mephistopheles 2011-02-14 12:54   좋아요 0 | URL
세수대야는 아니고요 그냥 일반 냉면사발보다 조금 더 큰 정도..암튼 국물 맛도 끝내줍니다..^^
 

난 그저 따끈한 물을 부었을 뿐이고... 



시간이 지나며 수분을 머금자 예전의 자태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모양을 갖추며 잔속에서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향은 참 좋다.

 

‘국화차는 오래 복용하면 혈기에 좋고 몸을 가볍게 하며 쉬 늙지 않는다. 위장을 편안케 하고 오장을 도우며 사지를 고르게 한다. 그밖에 감기, 두통, 현기증에 좋다.
-본초강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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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1-01-04 04: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잎을 3-4개 정도만 넣어 마시는데, 음 향이 이곳까지 전해져 오는 느낌입니다.
국화차가 쉬 늙지 않게 하는군요.

Mephistopheles 2011-01-05 01:17   좋아요 0 | URL
피부 노화 방지에 효과가 좋다고 합니다....^^

조선인 2011-01-04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 저에겐 그림의 떡... 아니 그림의 꽃... 새해 복 많이 받아요.

Mephistopheles 2011-01-05 01:17   좋아요 0 | URL
몸이 찬가 보군요.. 아..꽃가루 알러지....^^

다락방 2011-01-04 0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셔보진 않았지만 뜨거운 물 부었을때 살아나는 걸 봤거든요. 정말 엄청 예쁜거에요. 겨울에 이 뜨겁고 예쁜 차를 따라 놓은것만 본다면, 굳이 마시지 않아도 한 순간 마음이 녹아버리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런 국화차를 드셨군요, 메피스토님!!!!!

Mephistopheles 2011-01-05 01:18   좋아요 0 | URL
아주 활짝은 아니지만 사알짝 부풀어 오르면서 소극적으로 꽃을 피더군요..음 그리고...곰은 먹는 것에 80%가 채식입니다..으흠..

울보 2011-01-04 10: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뽀요,,
향기가 여기까지 전해지는것같은데요,,
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건강하시고요,,

Mephistopheles 2011-01-05 01:19   좋아요 0 | URL
울보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향기는 참 좋은데 맛은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그냥 맹한 물 같더군요.

레와 2011-01-0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몸이 찬 사람들에겐 안 좋아요?!
아흥.. 마시고 싶은데..

Mephistopheles 2011-01-05 01:20   좋아요 0 | URL
국화차도 종류가 많다고 하더군요. 백국화차는 몸이 찬 사람들이 마셔도 별 문제 없다고는 하는데...암튼 꽃의 색에 따라 분류가 되나 보더군요.

마녀고양이 2011-01-04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고, 아까운 국화를 많이도 넣으셨네요.
서너개만 넣어도 향 그득할 것을... ^^
저는 최근에 지인에게 손가락 한마디만한 장미꽃차를 받았는데
그것도 국화처럼 펼쳐지고, 향이 기가 막히던데요. 꽃차 참 좋죠.

Mephistopheles 2011-01-05 01:20   좋아요 0 | URL
연출을 위하여...ㅋㅋㅋ
꽃차가 향은 참 좋죠. 맛은 별 큰 느낌이 없지만...

무스탕 2011-01-04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라딘 컵에 꽃 띄워 주시는 센스!
저도 꽃차는 못 마셔서리..;;;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Mephistopheles 2011-01-05 01:21   좋아요 0 | URL
꽃가루 알러지 때문인가요..
알라딘 컵은 해마다 내가 머그컵을 바꿔주는 계기를 주고 있다는...흐흐..

2011-01-04 2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05 0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혜덕화 2011-01-05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국화차를 너무 오래 두어서 다 버렸는데, 다시 사야할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뜨거운 물 속에서 꽃이 피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맨 처음 꽃 차를 생각해 낸 사람은.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게 느끼는 님의 마음이 참 좋아요.
남자들은 대개 잘 표현하지 않거든요.
우리집 곰님(?)도 그렇고......^^

Mephistopheles 2011-01-06 00:33   좋아요 0 | URL
그건 말이죠...여우가 곰 가죽을 뒤집어 썼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