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주니어의 요즘 심경을 누군가가 묻는다면 딱 저 두 단어로 해결될 것 같다. 그것도 근 4일 동안 한꺼번에 겪었던 일이였다면 주니어의 연식치곤 참 피곤하고 답답할 느낌일 것이다. 일단 이 이야기의 내용에 접근하기 위해서 메피스토 집안의 각자의 역할에 대한 부연 설명이 필요하다.
일단 메피스토. 이름값을 제대로 써먹고 있는 주로 악역 담당이다. 마님. 당연히 천사, 악의 소굴에서 언제나 주니어를 지켜 주는 존재.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는 주변인.
그런데 근래 천사 역할을 맡으신 마님이 갑작스럽게 발키리로 변신하시는 일이 발생하셨다.
1.프롤로그
일은 저번 주 금요일 날 터져버렸다. 마님이 외출하고 돌아오는 사이 주니어는 학원 숙제를 다 해놓겠다 약속을 해놓고 그 약속을 이행하지 못했다. 아니 그 정도가 아니라 하지 않은 숙제를 했다고 거짓말까지 해버렸다.
마님은 굉장히 분개했으나 이를 표현하지 않았고 다짐만을 받아냈다. 만약 오늘과 같이 거짓말과 공부를 게을리 하게 된다면 주니어의 보물 1호를 압수하겠다고. 아니 더 심하게 말하면 아주 존재 자체를 없애버리겠다고 말씀하였더랬다. 이렇게 폭풍전야는 약간의 잔소리로 끝이 났다.
2.천국
돌아온 주말엔 마님은 천사의 모습을 하고 계셨더랬다. 손에 손잡고 동네 마실 다니며 주먹밥에 볶음 우동도 먹고 시장도 보며 단란한 시간을 보냈더랬다.
당신은 갓차만(독수리오형제) 주제가를 아시나요?
식당의 한쪽 벽이.....
요런 것들로 채워져 있다는....
이거 꽤 든든하다. 편의점에서 파는 삼각 김밥이 간식이라면 이건 확실한 주식이다. 그만큼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 있기도 하지만.(왼쪽은 비비기 전 볶음우동. 제법 매콥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땡처리 하는 점포가 눈에 띄어 거기서 이것저것 주니어의 학용품까지 구입하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되었다.
이렇게 평온한 주말을 보냈고 다음날 월요일 역시 별 탈 없이 지나가게 되었다.
3.지옥
문제는 화요일에 일어났다. 오후에 마님의 전화 건너 목소리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내용을 들어보니 기어이 주니어는 마님과의 다짐을 보란 듯이 어겨버린 것이다. 거짓말과 더불어 학원 땡땡이라는 항목까지 추가로 발생했다고 한다. 그리고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마님은 바로 자애로운 천사가 아니 발키리로 변신하여 주니어의 보물 1호를 주니어 앞에서 아주 박살을 내버리셨다고 한다. 이렇게까지 사태가 발전한 이유는 주니어의 말대꾸에 있었다고 한다.
마님은 공부 안하고 게을리 하면 나중에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했더니만, 자기는 그래도 잘 먹고 잘산다. 라는 얼토당토 하지 않은 대꾸를 무한반복으로 마님 앞에서 재생을 했다고 한다.
저녁에 집에 가니 마님은 레슨 때문에 자리를 비웠고 주니어는 책상에 반듯하게 앉아 그렇게 읽기 싫어하는 책을 잡고 열심히 읽고 있다. 물론 숙제는 다 끝내놓고. 자초지종을 듣고자 잠깐 주니어와의 대화의 시간을 가져봤다.
엄마가 설마 자기 보물 1호를 박살내버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는 소감이 흘러나온다. 더불어 앞으로는 절대 거짓말과 학원 땡땡이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표현은 안했지만 상당히 놀랬나 보다.)
4.에필로그
이런 마님의 엄청난 충격요법 때문인지 주니어는 빠릿빠릿해진 느낌이다. 더불어 그 좋아하는 TV시청은 당분간 금지, 더불어 주말에만 가능했던 보물 1호와의 시간 역시 당분간 바이바이. 착한 어린이로 돌아온 주니어를 보며 만족하고 있지만, 문제는 마님이다. 주니어를 재워놓고 한숨을 푹푹 쉬며 자기가 그렇게까지 화가 치밀어 오를 줄은 몰랐다고 토로한다. 아마도 이제 시작이 아닐까 싶다. 주니어의 머리는 점점 커가고 슬슬 반항의 기운이 스멀스멀 올라올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