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박민규 지음 / 한겨레출판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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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슈퍼스타 감사용도 꽤 찡했었던 기억이 난다.  부러 왼손잡이 연습을 하며 투혼을 보여준 이범수가 찡했고, 저 오늘 컨디션 최곤데요, 라고 한마디 대사밖에 없었지만 온화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공유도 참 멋있었다.  그런데 그 영화의 재미란 상대가 안 될 만큼 멋진 책이 있다는 것을 영화를 보고 나서 알았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제목만 보면 이 요란한 표지의 책이 그저 과거 야구사에 화려한 한토막을 장식했던, 그러나 그만큼 빠르게 스러져갔던 그 구단의 팬 이야기인가보다 지나치기 쉽다. 뭐, 아주 틀린 이야기는 아니지만,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게 아니었다.

작가 박민규가 서문 격으로 써낸 몇 페이지만으로도 배꼽 잡고 웃던 나는, 거기서부터 작가의 마이너틱한 성향이 느껴졌다.  주류에서 벗어난, 그러나 비주류임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오히려 당당하고 그래서 더 행복해질 수 있는 그의 주체성(?)이 느껴졌달까.

초반 삼미슈퍼스타즈의 창단과, 인천 소년들의 눈물 겨운(그러나 몹시 웃겼던^^;;;) 이야기들에 눈에 주름잡힐까 걱정했던 기억까지 난다. 너무 웃어서 입가의 근육이 아플 정도로

그러나 이 작품은 웃고 즐기는 데서 끝나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부터 각오해, 준비해, 여기가 시작이야!하면서 진지함으로 들어가는데, 삼미의 마지막 경기를 보고 돌아온 주인공이 학교를 빼먹은 것에 대해서 부모님께 변명을 하며 고백하는 내용은 상당히 의미심장했다. 고등학생의 어린 나이로 소년은 이 사회 안에서 '주류'와 '비주류'의 차이, 입장, 비전을 간파하고 있었다.

그의 눈물 어린 고백(혹은 구라?)은 아버지의 마음을 흔들었고 동요시켰고, 그 자신도 동화시켰다.  그는 자신이 판단한 사회의 모습에 순응하는 것을 택했고, 그 나름의 최선으로 한 길을 달렸다.  사회의 기준으로 보아 성공한 대학인, 직장인, 가장이 된 것처럼도 보였다.  그러나 여기서 길이 아님을 그는 어렴풋이 느낀다.  그러나 무엇이 잘못된 것인지는 찾기 어렵다.  대체 왜? 왜 직장에서 잘리고 부인에게는 이혼을 당했는지, 그는 혼돈스럽기만 하다.

그때, 어린 시절 절친한 친구, 삼미의 추억을 공유한, 인생사 고단한 친구의 귀환은 그의 삶에 전환점을 준다.  우유 배달로 한달에 몇 십만원 버는 걸로 자족을 아는 그는,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고, 때문에 팬도 갖고 있는 아주 독특한 사람이었다.  일반의 상식으로는 결코 이해가 불가능한 그의 생활, 그의 사고관, 이야기들은 주인공을 변화시키면서 동시에 독자도 함께 변화시킨다.  그는 묻고 있다.  대체 무엇 때문에, 무슨 이유로 그렇게 악착같이, 아귀같이 달려들어 사느냐고, 여기서, 독자는 한 대 얻어맞은 충격을 느낀다. 왜냐고?

달리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모두가 그렇게 사니까? 바보같다.  다들 그게 답이라고 하니까? 한심하다.  그럼 대체?  우리가 목표라고 여겼던 그 언덕에 올라갔는데, 그것이 꿈도 이상도 무엇도 아닌 그저 허무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 뒤에 따라오는 허탈함을 어찌 감당할 것인가.

우리 사회는 오랫동안,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경쟁'을 최고의 미덕으로 삼아 왔다. 경쟁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경쟁 뒤에 매몰되어 버리는 자아와 인간미를 우리는 하찮게 방치해두고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테면 교사 평가제에 대해서 어느 전교조 교사의 글을 읽은 기억이 나는데, 평가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지독한 '경쟁'으로만 몰아가는 제도의 문제점을 비판했었다.  동시에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얻어가는 것에 대해서 반성을 하게 되었는데, 나 역시 경쟁의 무대 위에서 치열하게 싸워온, 그리고 힘들어 한 기억들이 주르륵 떠오른다.

주인공은 삼미를 다시 떠올려보았다. 친선 야구 게임에서 치기 힘든 볼 치지 않고, 잡기 힘든 볼 잡지 않는 그 이상한 경기에서 그들은 지고도 행복했고, 지고도 많은 것을 얻었다.  그는 아내를 다시 찾았고, 이제는 사랑해서 다시 한 집에서 부부로 살 수 있게 되었다.  인생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찾게 된 것이다.

(여기서 잠시 딴 생각이 나는데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애니스는 아내가 아이를 낳고 싶지 않다고 하자, 부부관계를 중단해버리며 그럼 같이 잘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이것이 얼마나 아내에게 상처가 되었을 지, 그녀의 기가막힌 얼굴을 떠올려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살면서, 한숨 나고 눈물 나고 마음 아픈 일이 얼마나 많던가.  그럴 때 내게 위로가 되어주며 씨익 웃게 만드는 말이 있다. "우리에겐 삼미가 있잖아."

괜찮다고, 그게 다가 아니라고, 더 좋아질 거라고, 막연한 위로의 말보다 더 힘이 되는 그 말, "우리에겐 삼미가 있잖아"...

멋진 책으로 다가와 준 작가 박민규씨에게 고맙고, 그래서 그 후 그의 작품들은 빠짐없이 사보는 열혈 독자가 되었다.   이분법으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이 책을 주변에 소개하고 나서의 반응을 살펴보면 재밌는 일이 있다.  뭔가 힘들고 마음에 위로가 필요한 이들은 '대박'이라고 말을 하며 쉬이 감동을 받고 또 다시 팬이 되지만, 이미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이루고 상대적으로 부족한 것이 덜한 사람들은 그냥 재밌었다, 정도로 일축한다.  나의 눈이 편견을 갖고 있을 수도 있지만, 그런 단면들을 보면서 이 책의 매력을 다시 한번 보게 된다.  난 여전히 삼미를 응원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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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해고 - 잊혀진 제국 발해를 찾아서, 오래된 책방 11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11
유득공 지음, 정진헌 옮김 / 서해문집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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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나 재미로 보기엔 지루할 것 같지만, 당대인도 아닌 조선인의 눈으로 발해를 들여다 본, 혹은 발해를 찾아간 흔적이 궁금했다.  고구려 땅을 가보진 못해도 고구려 역사란 우리에게 가깝게 느껴지는데, 발해는 너무도 멀고 아득하게 느껴졌기 때문에 더 그러했다.

유득공은 실학자다. 동시대의 많은 인물들이 그러했듯이 서얼 출신으로 출세길이 막혀 있었지만 정조라는 물을 만나 비교적 자유롭게 헤엄을 칠 수 있었던, 그 정도의 복은 타고났던 사람이다.  '한'이 있었기에 더 열심히 학문을 파고들었을 지 모르겠다.  여하튼, 그가 발해를 추적하여 발해의 역사서를 남겨준 것은 후대인으로서 몹시 고마운 일이라고 인사를 해야겠다.

원전도 그리 짧을 것 같지는 않지만, 서해문집의 이 고전 시리즈들은 대체로 문장도 짧고 전체 페이지도 짧다.  길었으면 나같이 꾀부리는 독자는 애초에 읽을 맘을 못 먹었을 지도 모르겠다^^;;;  짧은 문장들이지만 발해의 이야기를 해주는데 경청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들에서 보았던 서술형의 긴 문장들을 짧게 압축해서 다시 확인하는 느낌이었다.  재밌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서 도리어 예전에 쉽게 풀어 써준 책들의 고마움을 느꼈달까.(그 책들은 이덕일씨의 저작들이다.)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과 오고 간 친서의 내용들이었는데, 해석을 그리 해주어서인지, 몹시 공손하고 정중하여 짐짓 놀랐다.  선입관 혹은 그러길 바래서인지 고대로 올라갈수록 일본에 대해 우리가 많은 우위를 점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이 외교적 수사에 해당하는 것인 지는 사실 잘 모르겠다.  물론, 그런 방법으로 발해가 신라와 당 사이의 줄다리기를, 그리고 무역상의 이득을 취한 것은 알고 있다.

간혹 나오는 지도를 보며 저 광활한 땅의 아득함에 한숨이 나왔다.  지금 당장 우리 옛 땅을 돌려달라는 한심한 말을 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유득공이 발해의 역사를 쓰지 않은 고려의 책임을 묻듯 어쩐지 우리의 조상들께 항의 한마디 하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 (고조선 관련 책을 보면 속이 뒤집어질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이미 잃어버린 옛 땅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현재 갖고 있는 땅이라도 잘 지켜야 할 판국인 것에 더 심한 한숨이 나온다.  독도가 그렇고 중국의 동북공정이 그러니 말이다. 그리고 역시 멀게 느껴지지만 '통일'이 더 다급한 문제일 터니.

중3 여학생으로부터 '통일을 원치 않는다'라는 말을 들었다.  이유를 물으니 "걔들은 우리보다 못 살잖아요." 한다.

참담했다.  앞으로는 더 멀어질 그 소통의 부재와 거리감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위 아래로 나뉘어 동시대를 살고 있는 한민족도 이리 멀건만, 천년 전 아득한 제국의 고토를 어찌 설명하고 끌어안게 할 것인가.

발해고를 읽으며, 그러한 생각들로 잠시 머리가 어지러웠다.  서두르지 말고, 조급해하지도 말고, 시간이 걸릴지언정 정도를 밟아나가야 한다고 다독였지만 못내 씁쓸하다.

얘기가 조금 새어버렸다. 아무튼, 고전 읽기는,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필요한 작업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알라딘에서 서해문집의 고전을 싸게 구입하게 되어서 근래 고전을 몇 권 읽었다.  재차 말하지만 재미보다는 교훈과 지적 욕구에서 만족감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래도 보너스로 표지가 이쁘다. 한지의 느낌, 옛스런 느낌이 고급스럽다^^ (너무 약한가?)

하여튼, 읽어서 다 도움이 되는 독서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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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용 평전 - 애국과 매국의 두 얼굴
윤덕한 지음 / 중심 / 199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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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보았던 응답지가 생각난다. 혹 보았을 지 모르지만, 아니라면 같이 풀어보자

 

첫번째 질문

어떤 여인이 임신중이고, 현재 8명의 아이들을 키우고 있다.
그 중 셋은 귀머거리이고 둘은 장님이며 한 명은 정신지체아였다.
또한 그녀는 매독(에이즈같은 성병)에 걸려있는데...
그녀는 낙태를 해야할까요?

두번째 질문

전세계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뽑아야 할 때입니다.
여기 3명의 후보들에 대한 사실들이 있습니다.

후보 a

부패한 정치인들과 결탁한적 있고, 점성술을 가지고 결정을 하며,
두명의 부인이 있고 줄담배를 피우고
하루에 8내지 10병의 마티니를 마신다.

후보 b

두번이나 회사에서 짤린적이 있으며 정오까지 잠을 자고
대학시절 마약을 복용한 적도 있고 위스키 4분의 1을 마신다.

후보 c

전쟁 영웅이다.
채식가였으며 담배도 안피우고 경우 에 따라서 맥주를 가끔 마신다.
불륜관계, 또한 가져본 적이 없다.


어떤 후보를 택하셨습니까?



당신이 선택하고 선택하지 않은 사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후보 a : franklin d. roosevelt(루즈벨트)
후보 b : winston churchill(윈스턴 처칠)
후보 c : adolph hitler(아돌프 히틀러)

그렇다면 먼저번 여인의 경우는 어떤가요? 만약 당신이 낙태에 대해 yes라고 대답했다면,,,
당신은 '베토벤'을 죽였습니다...

이 응답지의 의도와 지금 이완용 이야기를 하려는 나의 이야기가 완전 합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완용 평전을 읽으면서 같이 떠오른 이야기라서 언급해보았다.  이제 책 이야기를 해 보자.

이 책이 나온 지는 좀 된 편인데, 아마 처음 나왔을 때 제목 때문에 여러 사람 놀래켰을 것 같다. 흔히 '평전'이란 단어를 우린 애국을 한, 혹은 그에 가까운 긍정적 의미의 인물에게 붙이지 매국노에게 붙이진 않았으니까.  물론, 특별한 예외는 있다. "위대한 폭군"이라는 제목의 진시황 평전도 있었으니까.  폭군이었을지언정, 놀라운 일도 많이 했다라는 것을 부정하지는 않으니 놀라울 제목으로는 느껴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완용은 달랐다.  온 국민이 매국노라고 부르는 것에 결코 인색하지 않을 인물이니까.  그러나 그 역사의 적 이완용에 대해서 제대로, 혹은 자세히 알고 있는 사람 역시 드물다는 것을 인정한다.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흥미가 많이 갔다.  그에 대한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는 거라면 절대 읽을 리도 없지만 용감(?)하게 책을 낼 사람도 없으리라 믿었으니까.

그렇지만 기대와 달리 책 초반 읽어나가는 것이 몹시 불편했다.  그것은 이완용에 대한 일반인들의 선입관을 깨주기 위해서 들어준 예시 때문인데 대원군과 독립협회의 이야기에서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였다.  저자는 독립협회의 회장을 역임한, 독립협회가 옹호했던 이완용을 설명하면서 이 무렵까지의 이완용은 '매국노'는커녕 오히려 '애국'도 했음을 강조하였다.  그런데 아무리 백번을 양보해도 독립협회의 회장직이, 그들의 옹호가 이완용의 행적을 애국으로 포장해줄 수는 없다고 본다.  독립협회 자신이 결코 깨끗하지 못하니 말이다.  청나라에 대해서만 독립을 얘기하고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서는 적극 옹호하는 자세뿐 아니라, 나라 되찾겠다고 애쓰는 의병활동에 대해서도 '폭도'라고 규정한 그들을, 제 나라 말도 모두 잊고 '미국인'으로 충실히 살았던 서재필의 옹호 따위야 이완용의 입장을 좋게 보아주기는커녕 더불어 도매급으로 욕먹게 하기 쉽단 생각 때문이다. (아마 서재필이 들으면 펄쩍 뛰겠지만 내 눈엔 서재필도 조선의 꽃은 결코 아니었다.ㅡㅡ;;;)

또 대원군이 민비 시해의 제일 선봉이라고 얘기했는데, 며느리와의 사이가 무지 살벌했다는 것은 아는 얘기이지만 그가 민비 시해의 주범이라는 말엔 선뜻 동조하기가 어렵다.  일본의 전략이라는 것이 늘 조선인의 적을 조선인으로 내세우는 것이어서 그 일에 이용된 사람이 대원군이라면 또 모를까.  이 부분에 대해서는 나 역시 좀 더 공부가 필요하겠지만, 기존의 인식과 조사에 너무 파격적으로 다른 부분이어서 솔직히 혼란스럽기까지 하다.  민비가 저지른 일들이 결코 잘했다 할 일들이 없지만, 그렇다고 유교의 나라 조선에서 일본 칼잡이들을 시켜 왕비를 시해한다... 감정적으로도 이성적으로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런 혼란조차도 일본측의 깊은! 의도가 아니었을까.)

물론, 을사조약 때의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할 사람은 고종이라는 사실에 나도 동의한다.  그러나 주범과 종범이 있다고 종범의 죄가 가벼워질 수는 없다.  어차피 넘어갈 나라니까 피 안 보고 조용히 넘겨주자라는 식의 사고로 그의 매국 행위를 이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러나 당시 조선의 대외 관계의 모습을 오늘날의 대미 관계에 비추어 설명해준 부분들은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나 역시 답답하고 화나는 부분들이니까.  당시야 조선이라는 작은 우물 안에 갇혀 있던 사대부들의 좁은 세계관을 탓할 수 있지만 오늘처럼 정보가 열린 국제화 사회에서 미국에 지나칠 정도로 의존하며 또 거기에 기대어 권력과 부를 챙기려하는 잡배들의 행태를 무엇으로 용인하고 이해할까. 예나 지금이나 제 한 몫 챙기기에 바쁜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에 한숨이 나올 뿐이다.

또 한 가지 울컥!하게 한 것은 청산하지 못한 과거사이다.  해방 이후 반민특위가 결성되었지만 시기적으로도 이미 늦었고 이승만 정권의 탄압으로 흐지부지 되어 결국 해체되었으니, 결과적으로 35년간 이민족의 식민지로 나라를 수렁으로 만들었던, 그에 앞장섰던 민족 반역자들은 단 한 사람도 제대로 처벌하지 못한 것이다.  처벌하지 않았기에 반성이 없고, 그들의 악행이 대를 거듭하여 지금도 자행되고 있는 것이다.  뿌리가 썩었는데 어찌 아름다운 꽃과 달콤한 열매를 기대하겠는가.  민족의 정신을 바로 세우지 못한 그 과오를 어찌 바로잡을 것인가 한탄스럽다.

수년 전 이완용의 후손이 땅 문제를 들고 나오며 소송을 하였다. 도의적으로 절대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었건만, 우리의 법은 당시 이완용 손자의 주장에 손을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  일 터지고 나서 수습하는 태도도 혈압 팍팍 오르게 하는 종목이다.(ㅡㅡ;;;)

근래에 들어서 송병준 후손들이 재차 소송을 내었건만 법원이 기각했던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 하겠다.  그러나 자자손손 잘 먹고 잘 살았던 이들이 오죽 많으며 독립운동한 대가로 자손 대대로 헐벗고 가난하게 억울하게 살아온 사람은 좀 많은가.  우리 근현사를 공부하고 또 말하다 보면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여러번 한숨 쉬며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아니볼 수 없고, 아니 알 수도 없는데, 정신 건강에 참 해롭다^^;;;;

그렇지만 이렇게 알고자, 알리고자 하는 책들이 있어서 참으로 고맙다.  억울하고 분하고 화가 나도 더 열심히 알리고 퍼트리고 시정을 해야 할 테니까.  몇몇 불편한 부분들이 있었지만, 그럼에도 별 네개는 충분히 받을 만한 책이다. 

내내 잘 먹고 잘 살다가 죽어서 묘비가 들어내진 것 외에는 아무 해도 없건만, (그가 민족에게 했던 반민족적 행위에 비해서 죽어 무덤 사라진 게 그리 대수인가?) 그 후손들이 얼굴 들고 못 사는 것만으로 그에 대한 역사적 심판은 과연 끝날 것인가.(이민 가서 역시 잘 먹고 잘 살 텐데, 과연 부끄러워는 하고 있는가. 그랬다면 소송을 하지 않았을 테지.ㅡㅡ;;)

역사의 심판이, 올곧이 바른 길을 향해 달려가길 바란다.  뿌린 대로 거둔다는 만고의 진리를 제발 보여줬음 좋겠다.  그래서, 이제는 근현대사의 기억을 더듬어도 아픔 다음에 속 시원한 만족감을 느꼈으면 한다.  그런 날을 우리가 만들어가야 함은 물론이다.  오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괜히 두 주먹 불끈 쥐어본다.

덧글, 그렇게 역사 교육 중요하다고 하면서 왜 역사 과목은 선택 과목인데?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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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성석제 지음 / 창비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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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으로 성석제씨를 만났다.  다른 작품도 궁금해졌다.  리뷰를 보고서는 책을 골랐는데, 그들의 반응이 곧 내것이 되었다.  너무 재밌고, 흥미로웠고, 놀랍기까지 했다.  작가의 정신 세계가^^

말장난이 좀 있는 편인데 벨기에 작가 아멜리 노통이 생각났다.  제대로 얘기하자면 그녀만큼 엉뚱하지는 않지만 그녀보다는 진지하다^^

몇몇의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번쩍- 책보다 호흡이 긴 것이 오히려 읽기 좋았다.

천하제일 남가이가 절정이었는데 으하핫, 너무 웃어서 내 배꼽 도망갈 뻔하기도...(진부한 표현?)

근래에 무료 일간지 등에도 이름이 자주 보이는 등 왕성한 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다작이 반가운 작가이니 그의 부지런함을 기원해 본다.

노란 표지도 특유의 익살을 잘 표현하는 색감이었다.  글씨체도.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의 작품이 가장 교훈적인 글로 느껴졌는데, 울컥!했던 그 감정은 직접 읽고서 느껴보시길...

혹자는 그의 말장난이 짜증난다고 하고, 심지어 이 책을 추천한 뒷편의 글에서조차 그의 글쓰기 형식을 비판하였는데, 난 크게 나쁘지 않았다.  과하면 모자람 못하지만, 눈살 찌푸릴 정도는 아니었다는 말이다.  아직은 즐기고 있는 편^^

이제 성석제씨도 내게는 미리 읽어보지 않고도 구입하고픈 소설가의 대열에 들어왔다.  작가에게는 기쁜 일일 것이다^^

우울하고 속상할 때, 가벼운 기분전환이 필요할 때 이 책을 만나면 무거웠던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지지 않을까.  그렇다고 실업이 가벼운 책이라고 생각하면 오산.  신나게 웃지만 그 안에 해학과 풍자가 있다는 것, 지혜로운 독자는 반드시 알아차릴 것이다.  ....라고 나 마노아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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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 논술 프로그램 세계명작 6
미겔 데 세르반테스 지음, 이광웅 옮김, 박공우 그림 / 예림당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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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등학생 시절의 청소년기를 훌쩍 지나가버린 나는, '고전문학'은 청소년기에 읽어야 제맛이라고 생각하는 나는, 그래서 나이 먹어 구입하게 되는 고전 문학은 한참 고민을 한 뒤 고르게 된다. 너무 길지 않을 것(으레 지루하리라는 전제 아래...)은 그 중 중요하게 여기는 선택 덕목이다.

그래서 주니어버전으로 책을 골랐는데(사실 뮤지컬을 보고 싶어서 책을 구했는데, 뮤지컬은 보지 못했다..;;;)그래놓고도 책을 보고는 적이 놀랐다.  어찌나 글자가 크고 단어 설명이 친절하게 되어 있던지...ㅠ.ㅠ

난 청소년용으로 생각했는데 초등학생 논술대비용 책이었떤 것이다.T^T

누구를 탓하랴.  나의 잔머리 굴림이 낳은 결과인 것을.

그렇다고 책이 형편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비약이 심할 정도의 축소로 인해 책의 묘미를 다 알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울 뿐.  생각해 보니, 초등학생이 읽으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다.(OTL..;;;;)

그렇다고 다시 성인용(?)으로 구입해서 읽어보고 싶을 만큼 열혈 독자는 아니기에 세르반테스와의 인연은 여기까지라고 애써 스스로를 합리화시켰다.(그렇다고 뮤지컬을 보게 될 때 낯설 정도는 아니니까^^;;;)

순수하게 책을 골라야지 너무 과한 계산은 내무덤을 파는 결과라는 것을 알려주었으니 아주 실패한 독서는 아니다^^;;;

초등생 혹은 중학생 정도까지는 읽기 아주 좋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때? 너무 오래 되어서 기억도 안 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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