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SION 과학

제 2524 호/2015-1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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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도 로봇에게도 유용한 전자피부!


나무 인형 피노키오는 숯불이 가득 지펴진 화로 위에 두 발을 올려둔 채 잠이 들었다. 피곤과 배고픔에 지친 피노키오는 두 발이 천천히 타들어가 재가 된 것도 모른 채 코를 골며 잤다. 왜 피노키오는 두 발이 다 사라질 때까지 눈치 채지 못 했을까? 피노키오는 통증을 느끼지 못 했다. 바꿔 말하자면 다리가 느끼는 통증이 뇌에 전해지지 않았다. 

피노키오가 통증을 느끼지 못 하는 건 피부가 없기 때문이 아닐까? 인간의 피부에는 통증을 느끼고 뇌에 전달하는 신경망이 분포돼 있다. 몸의 어느 부위에 작은 상처만 생겨도 민감하게 느낄 수 있는 신호체계를 갖추고 있는 것. 움직임이 자유롭더라도 피부가 없다면 촉각과 압력, 통증을 느낄 수 없다. 빗물이 몸에 스미지 않도록 막을 수도 없고, 추위가 찾아와도 소름이 돋지 않는다. 경고 시스템이 망가지고 작은 상처도 치명적이 된다. 몸을 둘러싼 껍데기 정도로 여기기 쉽지만 알고 보면 피부는 경이적인 기관이다. 체내 모든 기관 중 면적이 가장 커 모두 펼치면 그 넓이가 18㎡에 이르고, 중량 면에서도 뇌보다 2배나 무겁다. 화상 등으로 피부를 1/3 이상 잃으면 생명까지 위태롭다. 

인공으로 만든 피부가 인간의 진짜 피부와 같이 자연스럽게 넓은 표면을 두르면서, 다양한 기능까지 갖출 수 있을까? 최근 속속 발표되는 전자피부 분야의 연구 성과들은 그 가능성을 높여준다. 전자피부는 각종 센서를 포함한 전자회로를 피부처럼 얇게 만든 것이다. 최근 주목받는 웨어러블 기기의 최종 목적지는 입는 대신 부착하거나 몸에 삽입하고 설치하는 형태가 되리라 예상하는데, 전자 피부는 그 종착지에 가깝다. 

인체에 부착하는 박막센서는 우선 의료용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노스웨스턴 대학과 일리노이 대학 공동 연구팀은 5cm 크기의 박막 센서를 개발했다. 이 기기 속 센서 한 개 크기는 0.5㎟로 작아서 얇고 쉽게 휘어질 수 있게 돼 있으며, 스티커처럼 간단하게 부착할 수 있다. 이 센서는 열을 민감하게 감지해 0.01℃의 미세한 온도 변화도 파악할 수 있고 습도의 변화에도 민감하다고 한다. 연구진은 피부 온도와 습도는 혈류량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이 센서를 이용해 건강 상태를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 예상한다.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김대형 교수는 지난해 파킨슨 환자용 전자피부를 발표한 바 있다. 센서가 파킨슨 환자의 근육이 뒤틀리는 것을 감지하면 내장된 나노 입자가 터지면서 약물이 피부로 투여되는 것. 데이터를 저장해 환자의 상태를 이전과 비교할 수도 있다. 
앞으로 전자식 스티커를 붙이는 것만으로 체온, 심박, 호흡, 산소포화도, 혈류, 혈압, 혈당과 같은 중요 생체 정보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고, 파킨슨병과 같이 특정 질환에 맞춘 의료용 전자피부가 상용화되리라 예측해볼 수 있다. 혈압이나 혈당을 측정하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는 일이 사라지고, 자신이 어떤 증세를 느끼기 전에 병원에서 먼저 연락을 받게 되고, 전자 피부가 응급처치를 하는 등 다른 미래를 상상해 볼 수 있다. 

한편 전자피부가 원래 피부에는 없는 기능을 더해 업그레이드 될 수도 있다. 냄새 맡는 피부가 바로 그런 예다. 국내 연구진은 유해가스 및 유기용매에 의해 물체의 전기 용량이 변화하는 특성을 이용해 촉각과 함께 냄새를 감지하는 인공피부를 만들었다. 이런 기능은 화재나 유독 가스 유출 등의 위험 상황을 빠르게 포착하고, 재난 현장에서의 구조 활동에도 유용하게 사용되리라 기대된다. 그밖에도 소리를 듣거나 자기장을 이용해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피부 등이 연구되고 있다. 

로봇이나 의수, 의족 등의 기계 장치에 피부와 같은 기능을 부여하는 용도도 주요하다. 로봇 연구가 이제까지는 움직임을 구현하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인간과 같은 피부, 무게와 촉감, 압력을 인지하는 정교한 기능에 도전하고 있다. 

지난 10월 미국 스탠포드 화학공학과 즈넨 바오 교수 연구팀은 ‘톡톡’ 치는 것과 ‘꾹꾹’ 누르는 차이를 구별할 수 있는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고 발표했다. 이 전자피부는 두 겹으로 돼 있는데, 압력이 가해지면 틀 사이에 있는 탄소 나노튜브가 가까워지면서 전류를 생산하고, 전류의 양에 따라 촉감을 구분한다. 또 이 전기신호를 빛 신호로 바꿔 신경세포에 전달하는 방식을 써 신경세포의 피로도 덜었다. 

유연한 인공 피부를 개발하고 있는 연구자 중 한 명인 영국 글래스고우 대학 다히야 교수는 “앞으로 15~20년이면 인구통계학적 변화에 따라 로봇이 노인을 도와야”하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로봇이 우리가 느끼는 것처럼 촉감과 압력, 무게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초고령화 사회에서 로봇이 가족과 간병인 역할을 대신 하려면 인간처럼 부드럽고 따뜻해야 한다. 

각개약진으로 진행되는 연구들이 하나로 모아지고, 실제 생활에서 사용되기 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테고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인체에 부착 혹은 삽입하는 전자피부의 경우 생체 부작용이 없어야 한다. 배터리도 문제다. 체온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방식, 오징어 먹물로 만들어 독성이 없는 배터리 등 다양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전자 피부 연구의 진척은 인간은 점차 전자 장치와 합성되고, 로봇과 기계는 인간과 닮아가는 경향을 보여준다. 피노키오는 만들어졌을 때부터 자유자재로 움직이고 생각하고 말하는 아이였다. 하지만 진짜 아이가 되고 싶었다. 사람이 된다는 건 고통을 포함해 온갖 감각을 느낀다는 것. 그 시작은 피부가 아니었을까. 

글 : 이소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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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02 1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05 12:0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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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과학

제 2514 호/2015-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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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 우수수 잎을 떨구는 공원의 나무들 사이에서 단박에 아빠를 찾아낸다. 푸짐한 몸집을 감싼 짙은 고동색 바바리가 지나치다 싶을 만큼 눈에 띈다. 

“아빠! 빨리 집으로 가요. 엄마가 당장 아빠 찾아오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그 부끄러운 복장은 무언가요. 흡사, 바바리 입은 까똑 누렁강아지 이모티콘 같단 말이에요.” 

“싫다. 난 집에 가지 않겠어. 이제 나의 길을 가련다. My Way!” 

“대체 왜 이러시는 거예요. 아빠가 아무리 바바리를 깃 세워 입고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는다 해도, 엄마의 이상형인 그 프랑스 배우 알랭드롱처럼 보이지는 않아요. 이상형이 아니라 이상한 형 같다고요.” 

“넌 모른다. 엄마도 몰라. 여자는 남자의 마음을 몰라요. 힘없이 떨어지는 낙엽을 볼 때 남자의 마음도 쿵하고 함께 떨어진다는 것을. 낙엽이 신발에 밟혀 뭉그러질 때 남자의 심장도 부서진다는 것을.” 

“엄마가요, 아빠가 가을 어쩌구 이상한 얘기를 꺼내시면 그냥 계절성 우울증이라고 말해 주라고 하셨어요.” 

“음, 틀린 말은 아니야. 계절성 우울증 즉,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는 특정 계절에만 몸이 나른해지고, 기분이 저하되는 우울한 증상이란다. 정신과적인 질환을 앓아본 적 없는 멀쩡한 사람도 약 15% 정도는 가을과 겨울에 이런 우울한 감정을 느끼게 되고, 2~3% 정도는 계절성 정동장애라는 병명을 갖게 되지.” 

“정말요? 대체 왜 그러는 건데요?”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계절에 따른 일조량의 변화 때문일 것이라고 보는 견해가 많단다. 밝은 빛을 많이 쬐면 뇌에서 세로토닌과 도파민같이 행복한 기분을 만드는 호르몬이 많이 나오는데, 가을이 되면 일조량이 확 줄어드니까 당연히 이런 호르몬 분비도 줄어들고, 우울해진다는 거지.” 

“아, 그럼 계절성 정동장애는 주로 남자들이 걸리나 봐요? 왜,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렇진 않아. 계절과 상관없이 여자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고, 사춘기 후부터 증가해서 노년이 되면 발병률이 줄어든단다. 또 낮에 햇볕 쬘 기회가 적은 순환근무자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하지. 그런데도 남자가 많이 걸리는 것처럼 느껴지는 건, 뭐랄까, 가을과 함께 소멸되는 청춘의 생동감이 남자에게 더 치명적인 고통으로 다가오는 거랄까…” 

“그러니까 결론은, 여자가 더 우울한데 남자가 더 오버한다 그거잖아요. 암튼, 남자들은 다 애라니깐. 그런데 단지 조금 우울한 감정일 뿐이고 봄이 돼서 햇빛 쨍쨍해지면 다시 기분이 좋아질 텐데 무슨 걱정이에요?” 

“그게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에요. 특히 우리같은 비만인들에게는 아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지. 보통의 우울증은 밥맛이 떨어지고 불면증이 오지만, 계절성 정동장애는 정 반대야. 식욕이 급증하고, 특히 달달한 간식에 집착하게 되며, 먹어도, 먹어도 심지어는 먹고 있어도 배가 고픈 증상에 시달린단 말이다. 거기다 잠에 관여하는 멜라토닌이 증가하기 때문에 하루 종일 무기력하고 졸려요. 폭식을 거듭하며 계속 잠을 잔다면 어떻게 되겠니. 당연히 비만인이 되겠지! 그리하여 내년 봄 햇빛이 쨍쨍해질 때 우울한 기분은 사라질지 모르나, 비대해진 몸매는 사라지지 않는 비극을 겪게 된단다.” 

“헐! 여태 들어본 병 가운데 가장 악독한 병이에욧! 계절성 정동장애는 대체 어떻게 극복해야 하는 것이지요?” 

“일단 세로토닌이 잘 분비되도록 볕을 많이 쬐는 게 좋단다. 병원에서도 밝을 빛을 쪼여주는 광치료를 주로 하고 있지. 또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서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야. 볕이 좋은 날 야외 운동을 하면 가장 좋겠지.” 

“아, 그래서 아빠도 햇볕을 쬐려고 공원에 나오신 거였구나. 그런데 엄마가 아빠를 모셔올 때, 꼭 먼저 해야 할 일이 있다고 하셨어요.” 

“그, 그게 뭔데?” 

“바바리코트 안쪽에 가득 품고 있을 초콜릿을 먼저 압수하라고 하셨어요. 계절성 정동장애 때문에 단것에 대한 욕망이 너무 커진 아빠가, 엄마한테 뺏기지 않고 혼자 초콜릿을 다 드시려고 몰래 공원에 나간 게 틀림없다고 하셨거든요. 그럼, 어디 한 번 검사해 볼까요?” 

태연, 아빠 코트를 확 열어젖힌다. 종류별로 쏟아지는 수십 개의 초콜릿! 

“헤헤, 딱 걸리셨네요. 엄마한테 눈감아 드리는 조건으로 반반 나누는 건 어떠실지…?”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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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에서 하는 공포 연극 '흉터'입니다.

오싹한 재미 느끼실 분 계신가요?

오늘 오후 7시, 표 두장이에요.

저는 재작년에 알라딘 이벤트 당첨으로 보고 왔어요.

잼납니다.

생각 있으신 분 댓글 주시면 표 수령 방법 알려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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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10-31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 들고 싶은 마음 울컥! ㅎㅎㅎ~~~ 누군가가 재미있게 보시겠죠? 그러고 보니 얼마전 가까운 곳에서 힌 연극도 놓친 게 아쉽네요.

마노아 2015-11-01 09:23   좋아요 0 | URL
아아, 갈 수 있는 분이 나타나질 않았어요. 아쉽게도 표는 공중으로...ㅜ.ㅜ
보겠다고 신청한 직장동료가 둘이나 펑크를 내서리... 덕분에 토요일 반나절을 이걸로 날렸어요. 흑흑흑....
 

FOCUS 과학

제 2505 호/2015-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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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가을무는 인삼보다 좋다?!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에 따라 ‘무수’ 혹은 ‘무시’라고도 부르는 무는 말 그대로 무시하면 안 되는 채소다. 현재 우리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먹는 채소는 단연 배추고, 그 다음으로 많이 먹는 채소는 양파와 바로 이 무다. 배추를 많이 먹는 이유는 물론 김치를 먹기 때문이다. 채소섭취량 중 김치가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달한다. 그런데 이렇게 배추로 김치를 담가 먹기 시작한 것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고, 과거에는 주로 무를 절여서 김치로 담가 먹었다. 겨울철이면 무로 담그는 시원한 동치미를 김치의 원형으로 보는 이유다. 이렇게 우리가 무를 많이 먹는데, 무는 제대로 대접을 못 받는 듯하다. 

무는 한자로 나복(蘿蔔)이라고 한다. 무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과 중앙아시아에 이르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동(東)으로 넘어와 중국으로 전해진 것이다. 중국에서도 무는 재배 역사가 가장 오래된 채소 중의 하나이며, 기원전 10~6세기의 고전인 <시경(詩經)>에도 ‘저(菹)’에 대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는 불교의 전래와 함께 삼국시대부터 재배되기 시작했다고는 하지만 기록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그러다가 고려 시대부터 무가 중요한 채소로 취급되기 시작했다. 고려시대 문인인 이규보의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에서 여섯 가지의 채소를 노래한 ‘가포육영(家圃六詠)’에는 순무를 장에 넣으면 삼하(三夏)에 더욱 좋고, 청염(淸鹽)에 절여 구동지(九冬至)에 대비한다고 기록돼 있다. 이는 “무장아찌는 여름철에 먹기 좋고, 소금에 절인 순무는 겨울 내내 반찬이 되네.” 라는 뜻이다. 지금의 시원한 동치미를 이미 고려시대부터 만들어 먹고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무는 십자화과에 속하는 작물로 중국을 통해 들어온 재래종과 중국에서 일본을 거쳐 들어온 일본 무 계통이 주종을 이루지만, 최근에는 서양의 다양한 샐러드용 무가 재배되고 있다. 재래종에는 우리가 즐겨 먹는 깍두기나 김치에 사용하는 무, 그리고 알타리무(총각무)와 서울봄무가 있다. 그리고 일본 무는 주로 단무지용으로 쓰인다. 8월 중순이나 하순에 파종해 11월에 수확하는 가을무, 3, 4월에 파종해 5, 6월에 수확하는 봄무, 5, 6월에 파종해 7, 8월에 수확하는 여름무가 있다. 무는 이렇게 사시사철 재배가 가능하지만, 사실 가을인 지금이 제철이다. 가을철에 수확하는 무는 특히 더 아삭아삭하고 무 특유의 단맛이 풍부하다. 게다가 영양도 많아 가을철 무는 그 자체로 보약이다. 

무는 100g당 13kcal로 열량이 적고 섬유소가 많아, 영양과잉에 시달리는 현대인들에게 특히 좋다. 칼슘과 칼륨 같은 무기질도 풍부한 편이다. 특히 무 100g당 비타민C의 함량이 20∼25mg이나 돼, 옛날에는 가을철에 수확해 땅속에 저장한 무는 채소가 없는 겨울철 비타민 공급원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 밖에 무에는 수분이 약 94%, 단백질 1.1%, 지방 0.1%, 탄수화물 4.2%, 섬유질 0.7%가 들어 있다. 또한 무는 비타민C, 포도당, 과당, 칼슘과 같은 각종 약용성분을 상당히 보유하고 있어 약용 가치로도 매우 뛰어나다. 특히 최근 연구에서는 무의 생리활성물질은 항산화기능을 가져 암과 같은 질병을 억제한다는 기능이 밝혀지기도 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속이 더부룩하거나 소화가 안 될 때 무 한 조각을 먹으면 소화가 잘 된다는 이야기가 있어, 옛날에는 소화제 역할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도 무에는 소화효소인 아밀라아제가 있어 소화를 돕는다. 우리 조상들은 생활 속에서 이 지혜를 알았던 것 같다. 특히 잘 발효된 동치미 국물 한 사발을 마시면 속이 시원해지는 경험을 한국인이라면 한 번쯤은 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떡 상차림에는 반드시 동치미를 함께 올렸다. 

또한 무를 조금 먹으면 헛배가 부르지 않고 소화가 잘 된다. 또 무는 열을 내리게 하고 변도 잘 나오게 하는 효과도 있다. 생 무즙은 혈압을 낮추는 효과도 있다고 하니 혈압과 동맥경화가 있는 사람들은 생 무즙을 활용해 봄직하다. 

가을철 무는 달고 단단해 떡을 만들면 은은한 맛과 향이 난다. 겨울철이면 무시루떡을 해 먹는데, 기존의 시루떡에 무를 넣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분 분해 효소인 아밀라아제가 풍부해 무를 떡에 넣으면 소화를 돕는 것을 물론이고, 수분이 많아 목 넘김도 좋다. 그리고 무는 독특하게 톡 쏘는 맛이 있는데, 이것은 무에 함유된 티오글루코사이드가 잘리거나 파괴됐을 때, 글루코사이다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티오시아네이트와 이소티오시아네이트로 분리되면서 독특한 향과 맛을 나타내는 것이다. 

무는 옛날부터 김치나 깍두기로 많이 먹었고, 무말랭이나 단무지까지 그 이용이 매우 다양하다. 된장이나 고추장 속에 박아 장아찌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생선을 지지거나 조릴 때, 무 한 토막 넣고 지지면 생선보다 더 맛있는 조연이 바로 무다. 무의 줄기는 무를 수확한 후 줄기만 모아서 시래기를 만든다. 바로 먹을 것은 생으로 보관하고, 나머지 줄기는 삶아서 한 번에 먹을 만큼 포장해 냉동실에 넣어두면 편리하게 먹을 수 있다. 줄기를 끈으로 엮어 그늘에 달아두면 필요할 때마다 삶아서 나물을 할 수도 있고, 대보름날 맛있는 시래기나물로 먹을 수 있다. 

채소를 많이 먹는 것이 건강에 좋은데 요즘에는 값이 많이 비싸서 마음이 무겁다, 그런데 무는 그 크기에 비해 값이 저렴해서 더 마음에 드는 채소다. 무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이 애용해 온 국민 채소이다. 맛과 영양뿐만 아니라 값까지 저렴한 편이니 가을 보약으로 그 맛과 효능을 즐겨볼 만하다.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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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5-10-29 2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페이퍼에는 태그가 상당히 많네요.^^
잘 읽었습니다. 마노아님, 좋은 하루 되세요.^^

마노아 2015-10-30 08:45   좋아요 1 | URL
보이는 건 다 적었더니 태그가 많아졌어요. ㅎㅎㅎ단어들이 어려워서 다시 쓸 일이 있을가 싶지만요.
아아아, 서니데이님! 드디어 주말이 왔습니다. 살 것 같아요.
매일매일 주말만 기다리며 사는 인생이에요. 서니데이님도 불금 즐겁게 지내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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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04 호/2015-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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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나들이의 불청객, 말벌 대처법


선선한 바람에 본격적인 가을 나들이가 시작되는 10월, 안타깝게도 말벌이 극성이다. 8~9월이 산란기인 말벌은 폭염과 마른장마와 같은 최고의 번식 환경 속에서 폭발적으로 개체 수를 늘리고 있다. 또한 이상 고온 현상으로 당도 높은 과일과 작물도 늘어나면서 풍부한 먹이까지 뒷받침됐고, 이는 말벌의 개체 수를 늘리는데 일조했다. 게다가 말벌에 쏘이는 사고도 이어지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지난 9월 30일에는 마을 뒷산에 운동하러 나갔던 70대 노인이 말벌에 쏘여 숨진 채 발견됐고, 9월 14일에는 대구의 주택 옥상에서 60대가 말벌에 쏘여 과민성 쇼크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벌에 쏘여 병원을 찾는 환자는 2009년 9,609명에서 2014년 1만 4,280명으로 증가했고, 8~9월 발생이 전체 53.7%였다. 

■ 말벌류, 맹독에 공격성 강해… 자세 낮추고 자리 피해야 

벌 중에서도 문제가 되는 벌은 바다리(쌍살벌, Polistinae spp)종류와 땅벌(Vespula flaviceps spp), 그리고 말벌류(Vespa crabro spp)다. 땅벌류는 땅 속에 집을 지어 바깥에서 보면 흙부스러기가 쌓인 듯한 흔적만 남기지만, 하나의 군집에 수백 마리에서 수천 마리의 땅벌이 있기 때문에 집단 공격을 할 위험이 있다. 가장 위험한 벌은 역시 말벌류다. 독성이 강한데다 침이 단단해 여러 번 공격하면서 독성이 더욱 강해진다. 특히 장수말벌은 맹독성으로 4~5m 이내로 접근하면 바로 공격하는 특성이 있어 가장 조심해야 한다. 최근에는 토종 말벌에 등검은말벌과 같은 외래종도 개체수를 늘려가고 있어 피해가 더욱 늘고 있다. 

먼저 벌을 발견하면 자세를 최대한 낮춰 그늘지고 낮은 쪽으로 조용히 자리를 옮기는 것이 좋다. 벌을 쫒는다 생각하고 팔을 휘두르거나 뛰어가는 행동은 오히려 벌들을 자극할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벌집을 발견한 경우에는 직접 제거하지 말고 119에 신고하는 것이 현명하다. 

■ 쏘인 부위에 된장과 간장, 상처 악화시켜 

응급처치도 중요하다. 벌에 쏘이면 벌침 끝에 달린 독샘을 누르지 않고 뽑아내야 하는데 핀셋이나 손톱보다는 신분증이나 카드류를 이용해 피부를 밀어내 듯 빼내는 것이 좋다. 반면 억지로 침을 빼려다 오히려 독이 번질 수 있기 때문에, 터지지 않은 독샘이 보이면 건드리지 말고 병원으로 가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침을 뺀 이후에는 또 다른 감염을 막기 위해 쏘인 부위를 알코올이나 물로 가볍게 씻고, 얼음이나 찬 물수건으로 냉찜질을 하면 통증과 가려움증을 줄일 수 있다. 또 꿀벌의 침은 산성으로 묽은 암모니아수와 같은 염기성, 알칼리성 액체를 바르고, 말벌 침은 반대로 염기성이기 때문에 식초나 레몬주스 등 산성 물질을 발라주면 중화에 효과가 있다. 

가끔 쏘인 부위에 된장이나 간장 등을 바르는 사람도 있는데 치료에는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감염원이 돼 상처를 더욱 악화 시킬 수 있다. 소주 역시 화학적 반응을 일으켜 피부 손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 쏘인 뒤 호흡곤란, 알레르기 나타나면 빨리 병원으로 

보통 벌에 쏘여 문제가 되는 이유는 알레르기 반응 탓이 크다. 벌에 쏘이면 큰 부작용 없이 지나가는 경우가 많지만, 말벌에 쏘이면 다친 부위가 붓고 아프며 설사나 구토,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드물게는 온 몸에 붉은 반점이나 두드러기가 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아나필락시스(anaphylaxis) 쇼크다. 면역체계 과반응으로 심한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는데, 벌에 쏘인 후 30분 이내로 기도나 장이 부으면서 급성 호흡곤란과 함께 혈압이 떨어진다. 이때 빠르게 대처하지 않으면 사망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병원으로 가야 한다. 

아나필락시스 쇼크 외에도 병원에 가는 경우는 벌집을 잘못 건드려 여러 부위에 공격을 당한 경우다. 쏘인 부위가 붓고 아플 경우, 진통제나 스테로이드제 주사로 증상을 완화하는 치료를 한다. 

■ 말벌, 일단 피하고 보는 게 상책 

사실 말벌 무리를 보면 바로 도망가는 것이 가장 좋은 예방법이다. 또 다른 방법은 말벌을 유인할 수 있는 요소들을 차단하는 것이다. 음료수나 과일과 같이 단 음식은 먹은 뒤 바로 정리하고 향수나 화장품, 헤어스프레이 등은 냄새로 벌을 유인할 수 있기 때문에 뿌리지 않는 것이 좋다. 

특히 벌은 화려한 색의 옷을 꽃으로 착각하고 달려든다. 그래서 벌초 작업을 할 때는 되도록이면 옷은 어두운 색으로 입고, 벌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몸에 딱 달라붙게 입는 것이 좋다. 이 외에도 보호 장비를 착용하거나 살충제를 휴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낯설고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는 머리가 하얘지면서 아는 것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는 예방법과 대처법만 알아도 마음이 한결 든든하다. 벌에 쏘이는 상황도 마찬가지다. 말벌 쏘임은 심각한 경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만큼 이번 가을 나들이에는 혹시나 모를 사고에 대비해 옷차림부터 신경을 쓰고, 응급처치법에 대해 숙지하고 나서면 어떨까.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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