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피아 : 돈과 마음의 전쟁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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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나라는 선진국이 되면서 자국의 통화가 강해졌다. 전후 일본의 복구 과정과 엔화 가치의 끝없는 상승 국면만 봐도 알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은 외국에서 더 많은 물건을 살 수 있게 되었다. 마르크화 시절 독일이 그랬고, 프랑화 시절 프랑스가 그랬다. 그리고 지금 스위스의 프랑이 그렇다. 국민소득은 늘어났지만, 자국 화폐가 그에 반비례해서 약해진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누군가는 손해를 보고 누군가는 이득을 본다. 중앙은행, 그곳은 바로 자국의 돈을 지키는 곳이 아닌가! 어떻게 그곳에서 자국의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는 조치를 그것도 경기회복이라는 명분으로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오래된 사기극을 새로운 정부에서, 시민의 정부라고 이름 붙인 그곳에서 할 수 있는가?
-22쪽

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러나 권력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향한다. 그렇다면 돈은? 더러운 곳에서 더 더러운 곳으로 향한다. 그리고 없는 사람들의 작은 돈이 모여 강한 사람들의 큰돈이 된다. 가장 더러운 사람은 감옥에 가는 것이 맞겠지만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는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벌어진 후, 누구 한 명 잘못했다고 나섰던 사람이 있고, 누구 한 명 감옥에 간 사람이 있는가? 1997년, 한국에서 외환위기가 터진 후, 감옥에 간 사람은 물론이고, 사과한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었던가? 돈이 관여된 전쟁에서는 자기 돈이 어디로 가게 되는지 그리고 최종적으로 어디로 가는지는 물론이고, 자신들이 왜 죽는지도 모르고 죽게 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나 IMF 사태 때, 실업으로 자신의 경제적 삶이 붕괴된 사람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자기가 그렇게 거리로 내몰리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을까? 착하디착한 대한민국 국민들은 실제로 그 상황을 만든 사람들이나 자신들을 그렇게 방치한 사람 대신, 자신을 원망하면서 오늘도 힘겨운 삶을 버텨낸다.
-55쪽

그는 지금 청와대에서 왕따다. 그러나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청와대 주변의 경제학자들이 지나치게 레토릭 즉, 수사 가득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럴 필요까지 있나 하고 스스로 반문할 만큼 그들의 말은 너무 어렵고 권위적이었다. 수치가 어렵고, 수치에 대한 해석이 어려운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말 자체를 일반인들이 전혀 알아들을 수 없게 하는 것은 쉽게 수긍하기 어려웠다. 전문가로서의 권위를 위해 일반인들에게 장벽을 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자신들과 같이 일을 하고 있는 대통령이나 비서실장에게도 그럴 필요가 있는가?
-73쪽

전 세계 어디에서도 한국 대통령을 위해 급전을 빌려줄 곳은 없었다. 이제 IMF와 같이 정부가 급하면 돈을 가져다 쓰라고 만들어놓은 공식적인 기관에 손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것 자체가 파산을 공식화하는 선언이었다. 세상에 공짜 돈은 없다. 모든 돈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이고, 한국에서 국가부도의 정치적 대가는 혹독했다. 모두가 고생을 하는 것 같지만 대통령이 치러야 할 대가가 가장 컸다. 그리고 그 와중에도 돈을 버는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다. IMF 경제위기로 돈을 번 사람들을 통칭해서 강남이라고 부른다. 그들이 그 위기 한가운데에서 "이대로!"라고 외치며 건배했다는 사실은 유명하다. 왜곡이나 과장 없이, 정말로 그래TEk. 새로운 정권이 경제적으로 숨통을 조여오자 은근히 IMF 같은 경제위기가 한 번 더 와서, 정치적 문제도 풀고 새로운 비즈니스의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기업인이 많았다.
-116쪽

영화나 다큐멘터리를 통해 아프리카를 만난 사람들은 원시림 등 정글이 울창한 지형을 연상할 것이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숲이 무성한 정글은 국가가 보호하는 자연공원뿐이다. 아프리카는 거의 사막에 가깝고 가끔 키가 작은 관목들이 서 있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그 속에서 바오밥나무는 아주 가끔씩만 볼 수 있는 나무이다. 이런 관목지대 특히 사막화로 점점 더 관목지대가 넓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대형 수종 중 우점종인 나무는 바로 아카시아이다. 아카시아는 강인한 생명력으로 아프리카의 건기에도 능히 버틸 수 있는 나무이다. 인류는 바로 그 바오밥과 아카시아가 있는 곳에서 첫 출발을 하였다.
-147쪽

그곳에서 출발한 사람들이 유럽 평원을 거쳐 마침내 도착한 곳이 바로 만주 벌판이다. 이곳 역시 인류의 발상지인 아프리카만큼 황량한 지역이다. 이곳에 버티고 있는 또 다른 대형 수종이 바로 버드나무이다. 물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 살 수 있고, 줄기만 꽂아도 번식할 수 있는 버드나무는 만주에서 한반도 남쪽은 물론 심지어 일본 본토까지. 이 드넓은 땅의 진정한 지배자였다. 평양의 옛 이름 ‘류경柳京’은 바로 버드나무들의 서울, 버드나무의 도시라는 의미이다. 북한이 김일성 80회 생일 기념으로 1987년부터 공사를 시작한 류경호텔도 버드나무에서 온 이름이다.
-148쪽

버드나무. 그것은 남한과 북한의 지도자들이 경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를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게 해주는 상징이다. 박정희는 특히 버드나무를 싫어했다. 그는 이 나무를 어린 시절 고향 마을에서 흔히 보던 가난의 상징으로 여겼다. 박정희는 버드나무 대신에 아프리카에서 아카시아를 들여왔다. 그렇게 해서 대한민국은 결국 아카시아의 나라가 되었다. 한강에 있던 버드나무들은 더 이상 서울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반면 대동강 강변과 그 상류인 보통강에는 여전히 버드나무가 중요한 존재로 여겨진다. 북한 천연기념물 2호인 옥류능수버들은, 평양냉면 전문 체인점으로 유명해진 옥류관과 옥류교 사이에서 주로 자란다. 버드나무와 아키사아나무가 바로 우리 미래에 대한 질문이 아니겠는가?
-148쪽

김철용은 공손하기는 했지만, 예전의 북한지도자들처럼 경직된 모습은 아니었다. 버드나무는 부드러움으로 태풍을 이겨낸다. 과연 북한은 그런 부드러움으로 미래를 헤쳐 나갈 수 있을까?
-164쪽

지금 대통령은 조선조의 왕들이 수렴청정으로 인해 정치적으로 유폐된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상황이다. 극심한 견제 속에서 그는 한 발만 잘못 벗어나면 언제든지 이 나라가 지급불능 상태로 빠져들 수 있다는 위협을 받아 상당히 위축된 상태였다. 집권 첫해에 의미 있는 정책을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상실감이 그를 위축시켰다. 그러나 컨베이어 벨트와 조립용 기계가 끊임없는 파열음을 내고 있는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서 자신이 이 모든 것에 대해 결정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달았다. 그는 어쨌든 노동자들의 대통령이고, 시민들의 대통령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지지해서 대통령이 된 것이 아닌가? 그는 대한민국 돈들의 대통령이 아니다. 아니, 큰돈들의 대통령이 아니다. 덩치가 큰돈들은 대통령을 지지한 적이 없었고, 지금도 지지하지 않는다. 그러나 푼돈들이 모여 큰돈이 된 것 아닌가? 큰돈들이 왜 그렇게 큰돈이 되었겠는가? 큰돈은 뭉치기 쉬운 습성을 가지고 있다. 마치 조각조각 모인 돈들이 자본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에 작은 돈들은 부수어지기 쉽다. 그게 작은 돈의 속성이자, 약점이다.
-172쪽

사람들 사이로 ‘비정규직 문제, 해결해주세요’라고 쓰인 피켓들이 보였다. 보통은 ‘해결하라’ 혹은 ‘철폐하라’ 같은 명령조의 반말투로 적은 플래카드가 등장하기 마련이다. 해라체가 글자 수가 적어 팻말이나 플래카드처럼 많은 글자를 적기 어려운 상황에서 더 유리한 이유도 있지만, 군사독재를 거치면서 늘 외치는 사람과 들어줘야 하는 사람의 적대적 관계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영어나 불어는 존대어가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집회나 시위에서 사용되는 명령형의 문구가 반드시 하대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집회에서 종종 존재어로 된 피켓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새로운 대통령에 대한 기대감도 있지만, 자신들이 직접 만든 정부라는 열망감도 반영된 것이었다. 말이라는 것은 누가 시킨다고 해서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자연스럽게 존칭과 존대가 피켓에서 공공의 언어로 돌아오고 있었다. 누가 누구에게 명령하는 것이 아닌 사회, 그런 것들에 대한 열망이 사람들 속에 잠재하고 있었던 것인지도 몰랐다.
-174쪽

몇 달간 수면 아래에서 잠자고 있던 대통령이 움직임을 보이자, 총리실 밑에서 자신들만의 왕국을 구축하고 있던 경제 부처 관료들은 심하게 요동쳤다. 그들의 임명권자가 누구인지, 그리고 시민들이 만든 권력이 어떤 것인지, 이제야 힘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오지환이 준비한 카드는 이게 다가 아니었다. 그는 큰 카드 옆으로 작은 카드들을 몇 개 더 마련해놓고 있었다. 그중 하나가 퇴직 공무원들의 로펌 취직을 10년간 금지하는 법안을 포함한 법률회사 관리에 관한 제도와 국회 등 로비에 관한 제도 정비였다.
-231쪽

오지환이 무장한 국정원 요원들과 외환은행 본사 딜링룸으로 들어감과 동시에 ‘저녁이 있는 삶’ 작전이 시작되었다.
-304쪽

한 국가의 돈의 운명은 그 나라의 경제적 운명과 일치한다. 그 나라의 경제가 강해지면 당연히 그 나라의 돈도 강해진다. 그리고 그 돈의 힘은 구매력 즉, 환율로 표시된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딱 한 나라, 그러한 돈의 법칙과 거꾸로 간 나라가 있다. 박정희가 쿠데타로 집권하던 시절 250원이던 달러화와 대비한 원화 환율이 그가 죽을 때에는 600원이 되었다. IMF 때는 평균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980원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면서 다시 1,200원 이상으로 올라갔다. 그동안 한국의 GNP는 1인당 2만 달러를 넘어서게 되었지만, 몇 백 달러 시절보다 원화는 몇 배로 약해졌다. 원화가 약해지면 약해질수록 국민들의 구매력도 약해진다. 그 대신 대기업 특히, 수출을 하는 기업들의 힘은 더욱 강해진다. 대한민국은 경제가 강해져도 원화는 더욱 약해지는 이상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3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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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3-07-26 17: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구는 무척 덥습니다.ㅠㅠ
너무 더워서 나가기가 싫네요...
더위조심하시고 주말 즐겁게 보내세요.^^

마노아 2013-07-26 23:40   좋아요 0 | URL
아, 오늘 서울도 불타올랐어요. 33도였는데 후끈후끈하더라구요.
그러다가 또 비가 온다고 하네요. 변덕스런 여름 날씨입니다.
우리는 평상심을 유지하며 이 여름을 잘 견디어 보자구요. 후애님도 주말 즐겁게 보내셔요~

saint236 2013-07-26 23: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랄까요? 예전에도 리뷰에서 썼지만 우석훈이 쓴 소설은....

마노아 2013-07-26 23:46   좋아요 0 | URL
소설은 소설가에게~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욕심이 앞섰어요.^^
 
구석 실천문학 시집선(실천시선) 168
정윤천 지음 / 실천문학사 / 2007년 6월
품절


어디 숨었냐, 사십마넌



시째냐? 악아, 어찌고 사냐. 염치가 참 미제 같다만, 급허게 한 백마넌만 부치야 쓰겄다. 요런 말 안 헐라고 혔넌디, 요새 이빨이 영판 지랄 가터서 치과럴 댕기넌디, 웬수노무 쩐이 애초에 생각보담 불어나부렀다. 너도 어롤 거신디, 에미가 헐 수 읎어서 전활 들었다야. 정히 심에 부치면 어쩔 수 없고......

선운사 어름 다정민박 집에 밤마실 나갔다가, 스카이라던가 공중파인가로 바둑돌 놓던 채널에 눈 주고 있다가, 울 어매 전화 받았다. 다음 날 주머니 털고, 지갑 털고, 꾀죄죄한 통장 털고, 털어서, 다급한 쩌언 육십마넌만 서둘러 부쳤다.

나도 울 어매 폼으로 전활 들었다.

엄니요? 근디 어째사끄라우. 해필 엊그저께 희재 요놈의 가시낭구헌티 멫 푼 올려불고 났더니만, 오늘사 말고 딱딱 글거봐도 육십마넌뻬끼 안 되야부요야. 메칠만 지둘리먼 한 오십마넌 더 맹글어서 부칠랑께 우선 급헌 대로 땜빵허고 보십시다 잉. 모처럼 큰맘 묵고 기별헌 거이 가튼디, 아싸리 못혀줘서 지도 잠 거시기허요야. 어찌겄소. 헐헐, 요새 사는 거이 다 그런단 말이요.

떠그럴, 사십마넌 땜에 그날 밤 오래 잠 달아나버렸다.-28쪽

우체국 앞 은사시나무 그늘 밑에서



우체국 앞에 서 있는 은사시나무 그늘 밑에서, 누군가를 기다려본 기억을 가진 사람과, 우체국 앞에 서 있는 은사시나무 그늘 밑에서, 누구라도 한 사람을 기다려본 기억이 없는 사람의 인생의 무늬에는 어딘가 차이가 있을 것도 같았다.

모든 생의 바닥으로는 다른 빛깔의 그늘이 와서 깔리고, 모든 생의 그 그늘들은 다른 방식으로 스러지기도 할 것 같았다.

우체국 앞에 서 있는 은사시나무 그늘 밑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의 뒷등에 대고서라도, 이제라도 '그'를 한번 기다리며 서 있어보라고, 가만히 말을 건네주고 싶었던 가을날이 있었다. -36쪽




집, 얼룩무늬의 털스웨터 한 벌로 평생을 나는 표범을 다큐멘터리 방송에서 지켜보면서, 그들의 집이 어쩌면 저 한 벌의 털스웨터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부러움에 빠져본 적이 있다.

집, 아니 짐이여. 무거움이여.

집, 그러나 나는 내 말년의 모습이 조금쯤은 말라 보였으면 하는 마음이 적지 않다. 별로 그럴 일은 없을 듯하지만, 볼따구니의 살집이 한 점의 긴장도 없이 추욱 늘어지거나, 욕심의 뱃구레가 오크통처럼 불거져서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 않았으면 싶다.

집, 표범이 아니라도, 실은 내 몸도 한 채 집이었구나.-89쪽

밥經


저를 다하여 하냥 온기를 게워 올리는

향처럼 피워 올리는

둥근 지붕부터 헐어 몸 열어주던

거기, 원적외선 담요보다

푹신하고 느른한

寺院 같던, 입으로 읽었던.-1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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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 가게 - 제13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53
이나영 지음, 윤정주 그림 / 문학동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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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지?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지. 열심히 공부해야 미래가 편한 거야. 지금은 힘들어도 나중엔 웃게 돼."
엄마는 작년에도 그랬다. 4학년은 인생이 결정되는 중요한 시기라고 말이다. 6학년이 되는 내년엔 뭐라고 말할까?-38쪽

한꺼번에 학원에서 밀려 나온 아이들 때문에 거리는 복잡했다. 도대체 이 많은 아이들이 어디서 온 건지 신기하기까지 했다. 학원 거리라고 불리는 이곳은 가운데 도로를 사이에 두고 빽빽하게 학원이 들어차 있다. 무리에 섞여 걷다 보면 마치 내가 컨베이어 벨트 위에 올라와 있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공장에서 필요한 부품으로 최상의 제품을 찍어 내는 것처럼, 나도 공부 잘하는 아이로 만들어지고 있나는 느낌. 절대로 불량품이 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77쪽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었다. 20등도 아니고, 2등인데도 너무 창피했다. 한 번쯤은 봐줄 수 있는 거 아닌가? 엄마가 얼굴을 찌푸리자 미간에 깊은 주름이 생겼다. 무서웠다.
"다음은 없어. 그건 공부 못하는 애들이나 하는 말이라고. 엄마가 누구 때문에 고생하는지 몰라? 너는 엄마처럼 살지 말아야 될 거 아니야. 공부만큼 쉬운 게 어딨어. 하라는 대로 하기만 하면 되잖아."-94쪽

내 눈동자가 '계획표'라는 글자에 꽂혔다. 불안했다. 엄마는 나를 관리해야 할 고객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내 하루하루를 설계했다. 오늘은 11월과 12월 계획표였다. 11월 초에는 영어 인증 시험을, 12월에는 기말고사를 치러야 한다. 시험 날짜에 맞추어 하루, 삼십 분 단위로 계획되어 있었다.-109쪽

엄마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했다. 나는 원래 책 읽기를 좋아했다. 하루 종일 책만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런데 엄마가 책 읽는 것마저도 간섭하면서 싫어졌다. 책장을 덮자마자 느낀 점이 뭐냐고 물어보면 식은땀이 났다. 이제 나에게 세상 모든 책은 교과서와 다름없었다. -118쪽

시간만 사면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런데 내 과거도 현재도 엉망이 되어 버렸다. 지금 행복하지 않은데 엄마 말처럼 미래에 행복해질 수 있을까. 만약에 그렇다 해도 지금 내가 행복하지 않은데 무슨 의미가 있을까.-1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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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밖 지리여행 사계절 교실밖 시리즈 6
박병석.노웅희 지음 / 사계절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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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강암은 모래 성분이 많아서 그 일대의 하천이나 바닷가에 모래가 많다. 이런 지대에서는 나무가 잘 자라지 못한다. 북악산을 끼고 있는 청계천도 모래가 많아서 물이 땅 속으로 잘 스며든다.
- 35쪽

삼각주란 하천이 바다로 들어가는 어귀에 하천이 운반한 흙모래가 쌓여서 된 평평한 지형을 말한다. 이름을 듣고 언뜻 삼각주의 생김새가 모두 세모꼴일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실제로 세모꼴이 아닌 삼각주들이 더 많다. 삼각주는 바다의 밀썰물이 쓸어 가는 흙모래보다 하천이 실어 오는 흙모래가 더 많을 때, 즉 바다의 밀썰물 차가 작을 때 잘 형성된다. 우리나라에서는 동해안의 여러 하천 하구와 낙동강 하구, 압록강 하구에 발달했다.
- 51쪽

큰 하천은 흙모래를 많이 운반하는데, 미시시피 강은 한 해에 3억 t의 흙모래를 날라서 이곳의 삼각주는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해 해마다 1mm씩 가라앉는다. 삼각주 부근의 퇴적층은 두께가 히말라야 산맥의 높이보다 두껍고 무게는 지각 변동을 일으킬 만하다.
인도차이나 반도의 젖줄인 메콩 강에는 강 어귀에서 상류로 300km 지점까지 삼각주가 펼쳐져 있다. 이러한 삼각주는 옛날에 바다였다가 뭍이 된 것이다. 메콩 강 삼각주는 해마다 60cm씩 바다로 뻗어 나가고 있는데, 넓이가 남한 면적의 발쯤 되어서 자동차로 몇 시간 달려도 산을 볼 수가 없다. 여기에서 생산되는 쌀만 해도 우리나라 생산량의 반이나 되며, 강기슭의 호치민(사이공) 항구에서 세계 각지로 수출된다.
- 52쪽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가운데 세 지역이 삼각주에 자리 잡고 있다. 인도 문명을 비롯해 메소포타미아 문명, 이집트 문명이 그것이다. 숱한 지류와 본류가 합쳐져 도도히 흐르던 하천이 마침내 바다를 만나 그동안 실어 나른 흙모래를 어귀에 잔뜩 쌓아 놓고, 이러한 현상이 오랜 세월 이어져서 바다가 메워지며 그 땅에 거대한 인류 문명이 탄생하고 국가와 도시가 번성한 것이다. 바다가 뭍이 되었으니 말 그대로 ‘벽해상전’인 셈이다. 오늘날에도 세계 곳곳의 삼각주들이 자연의 힘으로 계속 자라고 있다.
- 55쪽

새는 먹이사슬의 윗부분을 차지하고 수명이 길어서 환경을 평가할 때 지표가 된다. 새들이 서식지와 산란장으로 갯벌을 즐겨 찾는다는 것은 갯벌의 생태계가 그만큼 건강하고 안정되어 있다는 뜻이다.
갯벌은 자연 정화 능력 또한 탁월하다. 갯벌의 오염 정화 능력을 실험해 본 결과, 갯벌 10km2의 정화 능력은 면적 25.3km2에 10만 명이 살고 있는 도시의 오염 물질을 정화하는 하수 종말 처리 시설에 맞먹었다. 갯벌은 육지의 자연 재해를 줄여 주기도 한다. 홍수가 났을 때 물을 저장하고 물살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하며, 태풍이나 해일이 일어났을 때는 육지를 향한 충격을 방패막이처럼 덜어 주기도 한다.
- 64쪽

해양보다 비열이 작은 대륙의 영향을 더 많이 받아서 연교차가 큰 기후를 ‘대륙성 기후’라고 한다. 우리나라는 계절풍의 영향도 받아서 더욱 연교차가 크고 지역에 따라 여름 강수량이 겨울보다 5~10배 더 많다.
대륙성 기후는 우리나라 집의 구조에 영향을 주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열대 기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집의 구조와 한대 기후 지역에서 볼 수 있는 집의 구조를 모두 갖춘 2중 구조, 즉 여름을 시원하게 나기 좋은 대청과 겨울을 따뜻하게 나기 좋은 온돌(구들)이 발달했다.
- 72쪽

온돌은 우리나라 고유의 전통 난방 시설로, 중국 만주의 난방 시설인 ‘캉’과 기원이 비슷하다. 난로, 페치카 같은 외국의 난방 시설은 실내의 위쪽을 따뜻하게 해서 대류 현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효과가 떨어진다. 하지만 온돌은 실내의 아래쪽을 따뜻하게 하므로 따뜻해진 공기가 실내에 골고루 퍼진다.
- 73쪽

제주도는 우리나라에서 바람이 가장 세게 부는 지역이다. 이는 바다에서 바람이 거침없이 불어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바람의 피해를 막는 방법도 다양하게 발달했다. 지붕은 날아가지 않도록 용마루를 만들지 않고 동아줄로 튼튼하게 묶어 둔다. 그리고 밭 주변에는 나무들을 심어 방풍림을 만드는데, 그렇게 하면 바람이 방풍림을 타고 더 높이 올라가서 지표면의 농작물을 덮치지 못한다. 밭을 따라 현무암으로 돌담을 쌓아서 바람의 피해를 막기도 한다.
- 79쪽

‘통시(뒷간)문화’도 이러한 기후·토양 조건과 관계까 있다. 제주도의 전통적인 통시는 사람이 배변하는 곳에 돼지 우리가 딸려 있었다. 사람의 배설물은 짚이 깔려 있는 돼지 우리로 곧장 들어가서, 돼지 우리에는 돼지의 배설물뿐 아니라 사람의 배설물도 쌓인다. 돼지가 우리 안을 돌아다니며 바닥을 밟아 주면 짚과 배설물이 섞이면서 잘 썩게 된다. 이것은 농작물에 좋은 거름이 되며, 씨앗과 흙이 바람에 날아가는 것을 막아 준다.
- 80쪽

우리나라는 여름 강수량이 수백mm에 이르지만 지중해 연안은 수십 mm밖에 안 된다. 그래서 여름에 나무나 풀이 마치 우리나라 가을처럼 갈색으로 변한다. 여기서 자랄 수 있는 나무는 뿌리 깊고 나무껍질 두껍고 잎 작은 코르크참나무나 올리브나무 등이다. 그 대신에 겨울은 따뜻하고 비가 제법 많이 내려서 녹음이 짙은 계절이 된다. 가을에 씨앗 뿌리고 봄에 수확하니 ‘추수’가 아니라 ‘춘수’라고 해야겠다.
- 90쪽

캘리포니아는 지중해성 기후 지대이지만, 저위도인 멕시코 쪽에서는 건조 기후가 나타나고 고위도인 캐나다 쪽에서는 서안 해양성 기후가 나타난다. 캘리포니아는 더운 여름에 비가 내리지 않는데도 쌀을 많이 생산한다. 엄청난 규모로 관개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서부의 로키 산지에는 눈이 쌓여 있는데, 이 눈 녹은 물을 콜로라도 강에서 끌어 와 관개를 합니다. 여름에 기온이 높으니까 관개만 하면 벼는 잘 자랄 수 있다. 칠레도 캘리포니아처럼 저위도에서 고위도로 감에 따라 사막 기후, 지중해성 기후, 서안 해양성 기후가 나타나는 곳이다. 칠레에서도 눈 녹은 물로 대규모 관개 농업을 한다. 대표적인 농산물이 포도다. 그 눈의 원천은 안데스 산지다.
- 92쪽

리비아에서 국가적 숙원 사업으로 벌이고 있는 대수로 공사는 사하라 사막의 지하수층을 대규모로 개발하는 것이다. 사하라 사막의 땅 속에는 옛날 이곳이 습윤한 지대였을 때 형성된 지하수층이 엄청난 규모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 공사를 우리나라 기업에서 도맡아 우리 기술과 인력으로 완성했다.
- 93쪽

유럽에서 고기용 가축으로 많이 키우게 된 동물은 양이다. 조금 먹고 빨리 자라는데다 번식력이 좋았기 때문이다. 이 양들을 초원으로 몰고 가 풀을 먹이고 지키는 것이 바로 개였다. 양을 돌보는 목양견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보더콜리다. 보더콜리는 체력, 판단력, 학습력이 뛰어나고 아주 민첩한데다 주인을 향한 충성이 강하다. “눈으로 최면을 걸면서 양을 몰고 다닌다.”는 말을 들을 만큼 양치기 능력이 탁월하다.
- 99쪽

우리나라 아이들은 ‘하늘 향해 두 팔 벌린 나무들같이 무럭무럭’ 자라라는 말을 쉽게 알아듣지만, 이탈리아처럼 지중해성 기후가 나타나는 지역의 아이들은 그 말에 의아해할 것이다. 그 지역의 나무들은 대체로 키가 작고 옆으로 퍼져 있기 때문이다.
- 102쪽

「혼일강리역대국도지도」는 중국에서 만든 「혼일강리도」, 아라비아 계통의 지리 지식을 토대로 아라비아에서 만든 「성교광피도」에 기초해 이회가 만든「조선전도」, 박돈지가 일본에서 수입한 「일본지도」를 합성해서 만든 것이다. 채색은 아라비아의 영향을 받았으며, 동남아시아 지역이 대부분 생략되어 있는 데 비해 일본은 정확하게 표시되어 있다. 이 지도를 보면 우리의 선조들은 중국을 크고 가까운 나라로, 일본은 작고 먼 나라로 인식하고 있었다.
- 113쪽

김정호는 우리나라를 북쪽 백두산 일대부터 남쪽 한라산 일대까지 남북 120리씩 22층으로 나누었고, 층별로 동서 방향의 지도를 한 첩에 담았다. 그래서 22첩이 된다. 각 첩은 동서 80 리를 기준으로 접고 펼칠 수 있게 했는데, 접으면 큰 공책 크기여서 들고 다니기 편하다. 22첩을 모두 펼쳐 연결하면 가로 약 3.3m, 세로 약 6.7m의 대형 조선 전도가 된다. 교실로 치면, 폭은 칠판 길이쯤 되고 높이는 교실 두 층쯤 되는 셈이다.
- 127쪽

기록을 통해 김정호가 『대동여지도』를 만들기까지 기존의 우리나라 지도들을 두루 참고하면서 지도 제작의 전통을 집대성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실제로 『대동여지도』보다 앞서 만들어진 우수한 고지도들이 400종 이상 현존하고 있다.
- 128쪽

황현이 쓴 『매천야록』에 의하면 19세기 말엽 북촌에는 노론만 살고, 소론과 북인과 남인은 고급 공무원일지라도 남촌에 섞여 살았다고 한다. 100여 년 동안 노론이 권력을 행사해 왔기 때문이다.
- 134쪽

양반 계급 아래에 속했던 중인들은 서울뿐 아니라 지방에서도 대대로 관아 앞에 살았기 때문에 ‘아전’이라고도 불렸다. 통역사, 의사, 필기사, 화가, 인쇄·출판인, 회계사, 의전관 같은 중인들은 지금의 정부종합청사와 세종문화회관 서쪽, 즉 종로구 당주동, 적선동, 내자동, 내수동, 사직동 등에 살았다. 중인들 중 군대 장교들은 왕십리에 살았다. 지금의 동대문운동장 야구장 일대에 있던 훈련도감, 훈련원과 가까웠기 때문이다.
- 136쪽

북촌과 남촌 사이 청계천 주변에는 계층이 가장 낮은 주민들이 사는 중촌이 있었다. 이 지역에는 관권과 결탁한 큰 상인들도 살았지만, 수많은 서민들의 초라한 가옥이 밀집해 있었다. 이곳은 청계천이 흐르는 저지대라서 큰비가 내리면 물이 잘 빠지지 않았다. 자연히 주거 환경이 나쁠 수밖에 없었고, 그래서 사회적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 모여 살게 되었던 것이다.
- 138쪽

1925년에 일어난 을축년 대홍수가 저지대인 서울 일대 시장의 시설들을 모조리 휩쓸어 가는 바람에, 한강 유역의 수운 기능은 더욱 약해졌다. 결정적으로 한국전쟁 이후 한강과 임진강이 만나는 지점에 휴전선이 지나가게 되자 바다에서 한강으로 들어오는 뱃길이 완전히 막혔다. 다리 건설도 여기에 한몫했다. 한강에 다리가 적었던 수십 년 전만 해도 나룻배를 이용해 강남의 채소를 용산 시장으로 운반했다.
- 146쪽

세계 각국이 영해를 설정하던 초기에 영해의 범위는 3해리였다. 초기에 영해를 설정한 주된 목적은 방어를 위해서였는데, 그 당시의 함포 사격 거리가 3해리에 미치지 못해서 영해의 범위가 그렇게 정해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영해 설정의 목적이 점점 바뀌고 있다. 방어 목적뿐 아니라 수산자원을 확보하거나 대륙붕의 해저 지하자원을 개발하기 위해서이다.
- 160쪽

1997년 우리나라가 외환 위기로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일본은 1965년 맺었던 한일 어업 협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파기의 한 축에는 독도 부근을 ‘한일 공동 규제 수역’으로 설정하려는 의도가 있었는데, 이 의도는 성공해 현재 그렇게 설정되어 있다.
- 161쪽

현재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맺은 한미 항공 협정은 우리에게 매우 불리하게 되어 있다. 서울에 도착한 미국 항공기는 우리나라와 외국의 어느 도시로도 비행할 수 있지만, 미국의 어느 한 도시에 도착한 우리나라 항공기는 미국의 다른 도시로 자유롭게 비행할 수 없다. 또 인천 국제공항에는 미국 항공기를 위한 독립적인 터미널이 설치되어 있지만, 미국의 어느 공항에도 우리나라 항공기 전용 터미널은 설치되어 있지 않다.
- 163쪽

우리나라에서 표준자오선을 최초로 정한 때는 1908년 4월 1일. 대한제국이던 당시에 동경 127° 30‘을 우리나라 표준자오선으로 정한 것이다. 그런데 한일병합 이후 일제에 의해 1912년 1월 1일부터 일본의 아카시를 지나는 동경 135°를 표준자오선으로 쓰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난 뒤 우리나라에 일본의 모든 것을 배척하려는 의식이 번지자 1954년부터 동경 127° 30’을 우리나라 표준자오선으로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다시 동경 135°로 바뀌게 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군 장교를 지냈던 박정희 소장이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뒤 1961년 8월 7일 법률 제 676호 ‘표준자오선 변경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서 우리나라 표준자오선을 또다시 동경 135°로 굳어졌다. 우리는 생체 리듬에 맞는 자연적인 시간보다 30분 더 앞당겨 생활하고 있는 것이다. 1988년 올림픽 대회가 서울에서 개최될 당시에 우리나라는 서머타임을 실시해 한 시간을 앞당긴 적이 있다. 미국에서 텔레비전을 통해 올림픽 경기를 지켜볼 미국 시청자들을 배려한 결정이었다. 이러한 서머타임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은 생체 리듬과 무려 1시간 30분이나 차이 나는 생활을 해야 했다.- 167쪽

프랑스를 비롯해 중국, 인도, 스리랑카, 이란 등은 자기 나라 고유의 시간을 보존하기 위해 15‘이나 30’ 단위로 표준시를 정해 쓰고 있다. 우리나라도 애초에 정해졌던 127° 30‘을 유지한다 해도 국제 사회의 흐름을 거스르는 것은 아니다.
- 168쪽

우리 민족이 주체였던 조선 시대까지 우리나라 교통로는 왼쪽 지도와 같았다. 즉 서울을 중심으로 주요 교통로가 방사형으로 발달되어 있는 모양이 마치 ‘줄기세포’와 같았다. 이러한 방사형 교통로는 우리 민족의 터전 곳곳을 고루 연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전통 교통로는 일제에 의해 거의 다 사라져서 흔적조차 희미해지고 있다. 일제는 우리나라를 침략한 이래 우리 고유의 교통로를 무시하고, 신작로와 철도 위주의 X자형 교통로를 만들었다. 식민지 침략과 수탈을 좀 더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그들이 염두에 둔 것은 우리 민족의 삶이 아닌,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착취를 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 190쪽

철도 개통은 일본인들에게는 식민지 침략과 수탈의 발판이어서 환호할 일이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조국이 멸망하는 지름길이었다. 그래서 의병들은 철도를 파괴하면서 항일 투쟁을 하다가 끝내 처형당했다.
- 191쪽

방사형 교통로와 달리 일제가 만든 X자형 교통로는 수탈을 위한 공간 구조를 나타냈으며, 국토 발전에서 소외되는 지역을 낳았다. 그로 인해 지역감정이 싹트게 되었으며. 결국 우리 민족이 단결하는 데 장애가 되어 국토 발전은 더더욱 불균형하게 전개되었다. 일제에 의한 근대 교통 개발이 끝내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공간 구조를 망가뜨리고 국토 발전까지 방해한 셈이다.
- 192쪽

노동 집약형 산업은 일한 시간에 비해 부가 가치가 낮다. 그래서 우리 정부는 1970년대부터 집적 이익이 큰 중화학 공업을 육성할 필요를 느꼈고, 특히 철강·기계 공업과 석유 화학 공업을 발달시켰다. 중화학 공업 단지는 기종점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적환지에 입지하느라 주로 남동 연안 지역에 들어서게 되었다. 그런데 집적의 이익을 지향한 우리나라 산업의 역사는 결국 지역 발전의 불균형을 불러왔다. 정부가 산업이 발달한 대도시, 특히 서울과 부산 일대에 집중적으로 투자했기 때문이다. 세금은 온 국민이 냈지만 예산은 주로 대도시를 육성하는 데 쓰였다. 정부는 이러한 대도시가 성장하면 그 이익이 주변으로 파급되고, 우리나라 전국이 고르게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1970년대의 개발 방식을 ‘성장 거점 개발’이라 한다.
제1차 국토 개발 계획은 성공했다. 하지만 1980년대의 제2차 국토 개발 계획은 그렇지 못했다. 성장한 대도시의 이익이 주변으로 파급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제1차 국토 개발 계획이 끝나면서 새로운 문제가 대두했다. 집중적으로 육성한 지역은 더욱 성장하고, 그렇지 않은 지역은 더욱 쇠퇴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200쪽

사실 고기를 얻기 위한 가축 사육은 토지 생산성이 매우 낮다. 드넓은 사료용 곡물 경지에서 생산되는 고기의 양이 턱없이 적은 것이다. 고기를 생산할 때 소비되는 사료용 곡물의 양을 살펴보면, 쇠고기 1kg 생산에 6.9kg, 돼지고기 1kg 생산에 4.8kg이다.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의 40%가 가축의 먹이로 쓰이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그 비율이 90%나 된다. 같은 면적에 곡물을 심을 경우 얻을 수 있는 열량이 고기를 생산해서 얻는 열량보다 훨씬 높다.
- 209쪽

원주민들은 자연에 대한 윤리적인 태도, 후손과 공동체에 대한 헌신 등 소중한 가치들을 소박하게 지켜 왔다. 세계적으로 소비 문화와 개인주의가 팽배한 오늘날 바람직한 미래상을 구상할 때, 원주민들의 삶은 물질만능주의의 희생양이 되어 많이 파괴되었다. 하지만 물질만능주의, 또 그로 인한 환경 파괴 같은 병폐를 극복하려 할 때 원주민들의 삶은 자꾸 되돌아보고 되살릴 만한 가치가 있다.
- 217쪽

난지도의 ‘난지’는 ‘난초’와 ‘지초’를 통틀어 가리키는데, 흔히 ‘아주 아름답다’는 뜻을 빗대어 표현하는 말로 쓰인다. 난지도는 실제로 향긋한 난초와 지초뿐 아니라 온갖 꽃들이 만발해 아름다웠던 곳이다. 김정호가 만든 지도 「경조오부도」나 「수선전도」에는 ‘꽃이 피어 아름다운 섬’이라는 뜻의 ‘중초도’로 표시되어 있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난지도가 사람 살기 좋은 터의 조건을 두루 갖춘 곳이라는 설명이 들어 있기도 하다. (...) 난지도는 1978년 3월부터 쓰레기 매립장이 되어 10여 년 새 높이 약 100m의 쓰레기산 두 개로 변해 버렸다. 경제 성장을 거듭할수록, 우리의 소비 문화가 확대될수록 난지도의 쓰레기 산은 점점 커져 갔다. 난지도는 쓰레기 때문에 늘 악취와 먼지, 해충이 가득했고 메탄으로 인한 화재가 15년간 1400여 건이나 발생하기도 했다. 여러 모로 위험해진데다 기술적으로 쓰레기를 위로든, 옆으로든 더 이상 쌓을 수 없게 되자 1990년대 들어 폐쇄되었다. 이후 버려진 땅이 된 난지도는 생태 공원으로 탈바꿈시키는 공사를 진행한 끝에 이름에 걸맞은 풍경을 되찾아 가고 있다.
- 219쪽

‘갈바람’은 서풍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다. 앞에 붙은 ‘갈’에는 ‘작은’이라는 뜻이 있는데, 이렇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본래 서풍은 그다지 위력 있는 바람이 아니었다. 그런데 오늘날에는 심각한 골칫거리를 떠안기는 바람이 되었다.
- 222쪽

최근 들어 중국에서 배출하는 대기 오염 물질의 위험이 더 심각해진 이유는 중국의 주요 연료가 석탄에서 석유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석탄은 주로 이산화탄소가 일으키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지만, 석유는 질소산화물이 일으키는 광화학 스모그의 원인이다. 광화학 스모그는 시야를 가려서 교통사고 같은 각종 사고를 유발하고, 호흡기 질환이나 눈병 등도 불러온다.
- 225쪽

적도 부근은 동풍을 타고 해류가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른다. 남태평양 동쪽의 경우 한류가 페루 해안을 따라 북상하다가 에콰도르의 과야킬 만에서 서쪽으로 흘러가기 시작하여 동남아시아까지 흘러간다. 과야킬 만은 용승 현상-수심 200~300m 되는 중간층의 차고 영양 풍부한 바닷물이 해수면으로 솟아오름-이 활발한 대표적인 한류 지역이다. 한류인 페루 해류가 지나는 페루 연안은 멸치의 일종인 안초비가 풍부하여 세계적인 어장이 형성되며, 많은 어민들은 이 바다에서 살아 왔다. 그런데 몇 년에 한 번씩 크리스마스 무렵이 되면 이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는 이변이 발생한다. 이 현상이 여러 주나 여러 달 지속되면 이곳 어민들의 주 소득원인 안초비가 사라져 버린다. 바다의 수온이 상승하는 시기가 크리스마스 즈음이어서 페루 어민들은 그 현상을 ‘엘니뇨’(남자 아이, 아기 예수)라고 불렀다.
- 227쪽

1989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에 취임한 데클레르크는 흑인 인권 운동가 넬슨 만델라를 석방하고, 1991년 인종 차별에 관한 모든 악법을 폐지하면서 아파르트헤이트의 종식을 선언했다. 데클레르크와 만델라는 아파르트헤이트 철폐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3년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그리고 1994년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다인종 선거에서 넬슨 만델라가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다.
- 235쪽

팔레스타인에는 본래 유대인들이 살고 있었다. 기원전 11세기에 건설된 이스라엘 왕국이 분열과 멸망을 거쳐 기원전 1세기 로마 제국의 지배를 받기 전까지는 말이다. 로마 제국은 636년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들에 의해 멸망했다. 12세기 제1차 십자군이 예루살렘 왕국을 건설하여 이곳을 통치하기도 했지만, 로마 제국의 멸망 이후 팔레스타인은 줄곧 아랍인들의 영토였다. 한편 로마 제국에 의해 쫓겨나 세계 각지에 흩어져 살던 유대인들은 1800년대 말에 시오니즘(유대인의 민족 해방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 236쪽

제1차 세계대전 중 독일과 싸우던 영국은 유럽과 미국의 돈 많은 유대인들에게 지원을 받으려고 1917년 벨푸어 선언을 발표했다. 유대인들이 팔레스타인에 민족 국가를 수립하는 것을 영국이 정책적으로 돕겠다는 내용이었다. 영국은 원래 팔레스타인에 대해서 아무런 권한이 없었다. 그런데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국제연맹의 결정에 따라 팔레스타인은 영국의 위임 통치령이 되어 버린다. 그때까지도 팔레스타인에는 유대인들이 거의 없었다. 영국이 팔레스타인을 위임 통치하고부터 유대인들이 이곳으로 이주해 오기 시작했다. 1918년 6만 명이 채 안 되었던 유대인들은 1947년 총 인구 193만 명 중 61만 명을 차지하게 되었다. 그렇지만 유대인들이 차지한 땅은 전체의 6%에 지나지 않았다.
- 236쪽

영국의 팔레스타인 통치는 1948년까지 계속되었다. 하지만 영국은 다수를 차지하는 아랍인과 강력한 시오니즘으로 세력이 점점 커져 가는 유대인의 요구를 모두 만족시키지 못했다. 결국 제2차 세계대전 후 팔레스타인 문제를 국제연합 총회에 떠넘겼다. UN 총회에서는 1947년 11월 29일 팔레스타인에 아랍인 국가와 유대인 국가를 따로 세우고 예루살렘은 국제도시로 만들 것을 제안했다. UN 총회의 결의안이 통과되자 팔레스타인 전체 면적의 56%를 유대인들이 차지하게 되었다. UN은 팔레스타인의 올리브 농장과 곡창 지대의 80%, 아랍인 공장의 40%를 유대인들에게 배정했다. 흔히 유대인들이 불모의 사막을 농경지로 개척했다고 알고 있으나, 처음에 그들은 강대국의 힘을 빌려 아랍인들의 농경지를 빼앗았던 것이다. 마침내 유대인들은 1948년 5월 14일 ‘이스라엘’을 건국하게 되었다.
- 237쪽

관동대학살 당시 도쿄 일대에 살던 조선인 3만 명 가운데 6000 여 명이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무차별 학살되었다. 조선인 대학살은 자경단뿐 아니라 군인, 경찰, 소방대가 나서서 조직적으로 이루어졌다. 겁을 먹고 경찰서를 찾아 보호를 요청한 조선인들은 경찰서에서, 군에 연행된 조선인들은 수용소에서 ‘폭동 방지’라는 명목 아래 무참히 살해되었다. 이를 은폐하려고 시신을 대부분 하천에 버리거나 암매장했다.
- 241쪽

인도에서 카디 운동이 전개될 수 있었던 배경은 다름 아닌 데칸 고원이다. 데칸 고원은 사바나 기후 지역으로, 연중 고온인데다 건기와 우기가 뚜렷해서 목화를 재배하기에 알맞다. 더욱이 이 고원은 용암지대여서 현무암의 풍화토인 레구르토가 많다. 레구르토는 점토질이어서 수분 유지가 잘되며, 유기물까지 풍부해서 비료를 주지 않아도 이어짓기 농사를 할 수 있다.
옛날에 인도에서는 목화를 별로 재배하지 않았다. 각 농가에서 작은 규모로 재배하는 정도에 그쳤으나, 인도가 영국의 식민지가 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영국이 미국에서 목화를 공급받을 수 없게 되자 인도의 데칸 고원을 새로운 목화 공급지로 선정한 것이다. 당시 미국은 남북전쟁이 끝나면서 노예들이 해방되어, 더 이상 값싼 노동력으로 많은 목화를 재배할 수 없었다. 그래서 영국은 데칸 고원에 목화를 대규모로 심고 인도인의 값싼 노동력을 이용해 재배하기 시작했다. 인도에 아시아 최초로 철도가 놓이게 된 이유도 교통이 불편한 생산지에서 콜카타, 뭄바이, 첸나이 등의 항구로 목화를 신속하게 수송하기 위해서였다.
- 248쪽

커피 농장 일꾼들이 되풀이되는 고단한 생활에서 활력소로 여기며 손꼽아 기다리는 것이 있다. 1년에 한 번씩 벌어지는 ‘집단 투우’이다. 식민 모국 에스파냐의 영향을 받아 콜롬비아 사람들도 투우를 즐기는데, 집단 투우는 이 나라에만 있는 독특한 방식의 경기다. 수만 명이 관람할 수 있는 원형 경기장에 투우 수십 마리를 한꺼번에 풀어 놓고, 수백 명에서 수천 명까지 동시에 경기를 한다. 농장 일꾼들이 집단 투우에 참가하는 동기는 투우들이 날뛰는 사이를 달리면서 스릴을 만끽하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주로 에스파냐계 백인 농장주들이 던지는 돈을 줍기 위해서이다.
- 255쪽

콜롬비아에서 아마존 강 유역의 열대 우림, 남쪽의 칠레, 서쪽으로 태평양 연안에 이르는 지역은 고대에 ‘타완틴수요 제국’이 형성되어 있었다. 타완탄은 ‘4’, 수요는 ‘지방’을 뜻하는 말이어서 타완틴수요는 ‘네 방향에 걸쳐 있는 나라’를 의미한다. 지금껏 타완틴수요 제국을 잉카 제국으로 불러 왔는데, 잉카는 ‘왕’ 또는 ‘왕실’을 뜻하는 말이어서 나라를 가리키는 말로 타완틴수요가 더 걸맞다.
- 257쪽

질병뿐 아니라 극심한 노동 착취에도 수많은 원주민들이 죽어 갔다. 예컨대 산토도밍고의 인구는 처음 백인들에게 정복될 때는 20만 명이었으나 20년 뒤 1만 4천명, 다시 30년 뒤에는 겨우 200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러한 비극은 라틴아메리카 전역에서 일어났다.
- 260쪽

미국은 1940년대 후반부터 농산물이 눈에 띄게 남아돌기 시작했다. 잉여 농산물 때문에 생길지도 모르는 시장 가격의 폭락을 막으려고, 미국 정부는 재배 면적을 줄인 농민들에게 금전 보상까지 해 주었다. 그래도 남아도는 농산물은 정부가 사들이다시피 해 곡물 메이저의 창고에 보관했다. 그런데도 잉여 농산물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미국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골머리를 앓다가 미국계 곡물 메이저와 함께 다른 방법을 찾았다.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미국식 식생활을 길들이는 것이었다.
- 267쪽

논은 자연 생태계 중 생산성이 가장 높은 습지와 그 환경이 비슷하다. 이런 까닭에 논이 줄어들면 우리나라 토지는 비옥도가 떨어지게 된다. 그리고 논은 물을 저장하는 저수지와 같아 여름철 집중 호우 때 홍수 피해를 줄이는 기능이 있다. 토양 침식도 막아 주고, 대기 오염도 줄여 준다. 또 우리의 목숨을 이어 온 논농사는 전통 문화의 토대가 된다. 그래서 여러 형태의 논 가운데 일부 논은 국가에서 문화재로 지정할 정도이다. 경상남도 남해군에 있는 다랭이논(계단식 논)이 그 예이다.
- 2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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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 소녀
잭 케첨 지음, 전행선 옮김 / 크롭써클 / 2009년 6월
품절


그때, 나는 '적어도 내가 때리는 건 아니잖아.'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난다.
원하기만 했다면 나도 그들의 폭력에 합세할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나도 권력을 가진 자였다.-179쪽

아이들은 대부분 작업대 주변에 둘러 앉아 카드놀이나 낱말 맞추기를 하면서, 콜라를 마시거나 잡지책을 읽기도 하고 이야기도 했다. 모두들 무언가를 조롱하거나 수치심을 주는 말을 할 때를 제외하고는 맥이 그곳에 있지도 않은 듯이 행동했다. 폭행은 일상적이고 평범한 일이 되어 있었다. 맥의 존재는 우리로 하여금 포로들의 수동적인 복종을 요구하게 만들었다. 이제 맥은 우리 클럽하우스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존재였다. 우리는 그곳에서 거의 모든 시간을 보냈다. (...) 맥은 꽁꽁 묶인 채 그곳에 조용히 앉아 있거나 서 있었고, 우리는 그녀에게 아무 것도 묻지 않았다. 그러다가 가끔 누군가 맥을 이용한 새로운 놀이가 있다고 제안하면 그것을 시도해보곤 했다.-276쪽

(작가노트)
그녀의 아이들은 <<파리 대왕>>에 등장하는 소년들을 연상시켰다. 일단 아이들 문제는 제쳐 놓기로 하자. 여기 그 여자, 그 어른이 있으니 말이다. 아이들의 행위를 허락했던, 혹은 그 모든 상황을 지휘하고 각각의 방식을 게임으로 변형시켜 이끌었던 그 사람 말이다. 자신의 고통 이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그녀의 왜곡된 성향도 여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게다가, 그녀는 자신의 게임에 다수의 십대들을 끌어들였다. 그 소녀의 '친구'였던 아이들을.-3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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