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 - 맛의 시작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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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쌀 지키기 100인 100일 걷기 운동에 동참해 반나절을 내리 걸었다.
우리 쌀을 사랑하는 이들과 더불어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내 안에는 안타까움이 쌓여갔다.
쌀을 지킨다는 건 땅을 지킨다는 것이다.
우리 쌀, 우리 땅을 지키자는 지극히
당연한 주장을 걷기 운동 같은 것으로
펼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74쪽

맛은 추억이다. 맛을 느끼는 것은 혀끝이 아니라 가슴이다.
그러므로 절대적으로 훌륭한 맛이란 없다.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은 이 세상 모든 어머니의 숫자와 동일하다.

쌀과 어머니는 닮아 있다. 그것은 생명의 근원이고 영원한 그리움이다.
적어도 한국인에게는 그렇다.-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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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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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병원에서 일한다고 모두가 의사는 아니며, 공군에 근무한다고 모두가 전투기 조종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조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조종사와 비행기만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폼나지 않는 일을 해줘야만 비행기는 논두렁이나 하수구에 처박히지 않고 하늘을 제대로 날 수 있다는 것,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해주길 바라는 거다.-56쪽

현대인은 아무도 깊은 잠을 자지 못해요. 전기가 발명되고 매머드 도시가 등장한 이후로 현대의 밤은 일종의 교란상태에 빠져 있죠. 게다가 자본주의가 선물한 최고의 유산은 바로 불안이에요. 보험, 증권, 부동산, 주식...... 현대 경제는 불안을 기반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알다시피 불안은 숙면의 최고의 적이에요. 그리고 불면은 다시 불안을 만드는 악순환이 진행되는 거죠.-78쪽

하지만 생각해 보면
우리가 견딜 수 없는 시절은 없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않을 거예요.
우리는 행복한 기억으로 살죠.
하지만 우리는 불행한 기억으로도 살아요.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입니다.-107쪽

우리나라에서 고양이로 변했다는 이야기는 아직 못 들어봤어. 아무래도 곰이나 호랑이가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이고 전통적이지.

그게 일반적이고 전통적이에요?

단군신화에 나와 있잖아. 그러니까 단군신화에 따르면 그 시대 사람들은 모두 곰이나 호랑이로 변하려고 했단 말이잖아? 지금은 모두 연예인이 되려고 하지만.-147쪽

불행은 결코 할부로 오지 않아. 불행은 반드시 일시불로 오지. 그래서 항상 처리하기가 곤란한 거야.-164쪽

우리는 불안 때문에 삶을 규칙적으로 만든다. 면밀하게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에 삶을 맞춘다. 우리는 삶을 반복적이고 규칙적으로 움직이게 해서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만든다. 습관과 규칙의 힘으로 살아가는 삶 말이다. 하지만 효율적인 삶이라니 그런 삶이 세상에 있을까. 혹시 효율적인 삶이라는 건 늘 똑같이 살고 있기 때문에 죽기 전에 기억할 만한 멋진 날이 몇 개 되지 않는 삶을 말하는 것은 아닐까.-182쪽

자신의 무덤을 보는 사람은 드물어요.
하지만 저는 사람들이 자신이 살 집을 짓기 전에
먼저 자신의 무덤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의 무덤을 본 사람은
삶을 고귀하게 여길 줄 알거든요.-264쪽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한센 브라운의 딸이 잔뜩 상기된 얼굴로 물었다.
"사람들 말로는 아빠가 세상에서 가장 큰 폭탄을 만든다는데 그게 사실이에요?"
한센 브라운은 창백한 얼굴로 오랫동안 생각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그래, 아빠는 날마다 거대한 불행을 제작하지. 하지만 아빠가 지구 반대편에서 터질 불행을 제작하지 않는다면 그 불행은 우리집 응접실이나 너의 예금통장 같은 데서 터지겠지."-2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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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송이 2007-01-09 2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이 책 읽고 싶었는데... 재미난가봐요!!

마노아 2007-01-09 2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가의 입담이 보통이 아니에요^^ 성석제와 박민규 스타일 조금 나더랍니다. ^^

짱꿀라 2007-01-10 0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누지르고 갑니다.

마노아 2007-01-10 0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의 장바구니가 꽉꽉! ^^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반양장)
김영갑 지음 / 휴먼앤북스(Human&Books) / 2004년 1월
구판절판


그때는 몰랐었다. 파랑새를 품안에 끌어안고도 나는 파랑새를 찾아 세상을 떠돌았다. 등에 업은 아기를 삼 년이나 찾아다녔다는 노파의 이야기와 다를 게 없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낙원이요, 내가 숨쉬고 있는 현재가 이어도이다. 아직은 두 다리로 걸을 수 있고, 산소 호흡기에 의지하지 않고도 날숨과 들숨이 자유로운 지금이 행복이다. 아직도 두 다리로 걸으며 숨을 쉴 수 있는 행복에 감사한다. 풍선 불기를 연습하지 않아도 호흡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27쪽

모두에게 인정받기보다는 나 자신에게 인정받는 게 우선이다. 나 자신이 흡족할 수 있는 그 무엇을 느끼고 표현할 때까지는 사진으로 밥벌이하기 위해 여기저기 기웃거리지 않으리라고는 마음을 다잡는다. 다른 사람들은 속일 수 있어도 나 자신을 속일 수는 없기에 늘 자신에게 진실하려 했다.-37쪽

상상력이 빈약한 사진가는 세계적인 명승지를 찾아 나선다 해도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밖에 표현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굳이 사진으로 작업할 이유가 없다. 그곳에 가서 풍경을 직접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시간과 돈이 없어 못 가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면 작품이라고 과대 포장을 할 필요가 없다. 정보를 위한 사진이라면 오히려 동영상이 효과적이다. 바다 사진을 찍더라도 남들이 보지 못하는 또 다른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135쪽

마라도는 사방을 둘러보아도 바다다. 물고기는 바다를 떠나 살지 못한다. 사람은 땅을 떠나 행복할 수 없다. 자연은 말없이 가르친다. 부드러운 것이 강한 것을 이긴다. 바위틈에 솟아나는 샘물을 보아라. 굳은 땅과 딱딱한 껍질을 뚫고 여린 새싹이 돋아나는 것을 보아라. 살아 꿈틀거리는 망망대해를 보아라. 빗방울이 모여 개울이 되고 강이 되고 바다가 된다. 자연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 기울이면 삶이 보이고 세상이 보이고 내가 보인다. 이제 눈을 감고 자연의 소리를 들어라. -157쪽

동박새는 모른다. 동백꽃을 피우기까지 나무가 견뎌낸 고통의 시간을... 동박새는 기억하려 하지 않는다. 눈, 비, 바람, 가뭄, 혹한과 무더위를... 동박새는 꽃이 떨어지면 동백꽃을 기억하지 않는다. 동박새는 다음 해 동백꽃이 피어야 다시 올 것이다.-181쪽

길을 가다 보면 두 갈래 세 갈래 갈림길이 나온다. 이제는 망설임 없이 나만의 길을 선택할 것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갈림길이 나타날 때마다 두려움에 혹은 절망감에 망설였지만, 이제부터 주저 없이 내 마음이 원하는 길을 갈 것이다. 이제 자신 없이 누군가에게 길을 묻는 일도 없으리라. -210쪽

누이는 어머니처럼 나를 채찍질했다. 그리고 어머니처럼 말없이 가르쳤다. 게으름을 피우거나 한눈을 팔다가도 누이를 떠올리면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다. 누이는 말없이 나를 길들였다. 전업 작가는 자유롭다. 자유로운 만큼 자기 관리가 힘들고 조금만 방심하면 허송세월을 보내기 십상이다. 그런 나를 누이는 늘 긴장하게 만들었다. 고집스럽게 한 길만을 갈 수 있게 늘 일깨워주었다. -225쪽

살고 싶다고 해서 살아지는 것도 아니요, 죽고 싶다 해서 쉽사리 죽어지는 것도 아니다. 기적은 내 안에서 일어난다. 내 안에 있는 생명의 기운을, 희망의 끈을 나는 놓지 않는다. 사람의 능력 밖의 세계를 나는 믿는다. -2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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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날들 장 자끄 상뻬의 그림 이야기 2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윤정임 옮김 / 열린책들 / 2004년 6월
구판절판


우리가 어른이 되면 속옷을 입게 될 거야. 할 수 없지, 뭐.
근데 영화나 텔레비전에서 보니까 어른이 되면 내가 널 아주 비싼 식당에 초대해야 하더라.
그런 식당에서 먹는 건 지금 우리가 여기서 먹는 거랑 거의 비슷해.
어쨌든 그렇게 해야만 어느 날엔가 네가 속옷을 벗게 되더라.
-11쪽

넌 샤틀레 역에서 지하철을 탔지. 크고 푸른 눈에 노란 바바리. 우리는 강렬한 눈빛으로 서로 바라봤지.
기차의 급정거에 넌 나에게 몸을 던졌지. 난 너를 아주 힘껏 껴안았어. 넌 감동했지.
갑자기 네가 시청역에서 후닥닥 뛰어내리더라고.
그래, 돈이랑 지갑은 가져도 좋아. 하지만 내 신분증은 돌려줘.-29쪽

저 남자, 동성애자인 게 분명해. 여자들을 나쁘게 얘기한 적이 한 번도 없거든.-33쪽

아직 결정적으로 잘못된 건 아니야. 아내가 마지막 장을 끝내진 않았거든.
하지만 지금까지 쓴 걸 몰래 읽어 보니까 아내가 경험했던 위대한 남자들 목록에 난 아직도 등장하지 않고 있어.-39쪽

엊저녁에 선생님의 시를 읽었습니다. 얘기할 게 많더군요.
한데 저희가 내일 아침 일찍 돌아가야 하거든요. 시 얘기는 내년에 나누면 어떨까요?-48쪽

가스마 저린 낯선 꿈을 자주 꾼다네.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하는 낯모를 여인의 꿈을.
매번 그녀는 완전히 똑같은 여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아주 다른 여자도 아니지만 날 사랑하고 이해해 준다네.
-49쪽

아내가 말을 건네지 않으면서부터 나무들은 훨씬 잘 자란답니다.-56쪽

내가 잠꼬대를 한다는 거야(마리 로르가 알려 주더군). 그거야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이지.
한데 잠꼬대 내용이 당황스러웠어. 한밤중에 두세 번이나 큰 소리로 단언하더래. <난 상황을 완벽하게 제어한다>고 말이야.-57쪽

좋아, 나는 사랑이 다시 나타난다면, 적극적으로 대답하겠네. 여기 있다고!-80쪽

선생님의 아내 노라는 5년의 연구 끝에 프테로닥틸루스 에렉투스가 90만 년 전에 사라졌다는 걸 증명했어요.
선생님은 젊은 노라(선생님보다 스무 살이나 젊지요)의 성공에 화가 났지요. 그래서 선생님은 계산을 다시 했어요.
하지만 허둥대느라 10만 년의 계산 착오를 했지요. 몇 달 전부터 노라의 주변을 맴돌던 캐링턴 교수가
그녀를 도와주러 쏜살같이 달려와 일을 핑계 삼아 호텔로 데려갔지요.
하지만 후회하는 마음에 사로잡힌 노라는 이틀 뒤에 다시 돌아왔어요. 그런데 선생님은 10만 년이라는 자신의 실수에 비교하면
이틀밖에 안 되는 노라의 실수를 트집 잡으며 함께 살아온 9년의 세월을 지워 버리려 하고 있어요!-87쪽

좀 길어지긴 했지만 맛있는 점심이었네. 저 사람의 문화적 소양은 매력적으로 보이네만 그가 들려준 온갖 일화며 인용들은 5분이면 인터넷에서 모두 찾아낼 수 있어.-9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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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어디에서 오는가 어른을 위한 동화 7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8년 11월
품절


-왜 세상을 잊으려 하시오?

-나는 나를 모르며 세상을 모르며 단지 미망 속에서 살고 미망 속에서 죽을 뿐입니다.

-흐르는 삶은 영원하고 그대는 아침이슬과도 같고 먼지와도 같고 물거품과도 같은 것이오. 사는 일을 알려거든 우선 그대 자신을 잊으시오.

-어미도 모르고 아비도 모르며 이름도 나이도 모릅니다. 나를 안 뒤에야 잊을 수 있고 나를 가진 뒤에야 버릴 수 있는바, 나를 본 적 없는데 어찌 잊으라 하십니까. 차라리 신 짓는 일에 나를 묻도록 허락해 주십시오.-40-41쪽

나를 버려서 바다를 얻고
나를 잊어서 숲을 얻고
나를 모르게 된 뒤에 하늘을 얻네
나를 먼지같이 여기고
나를 물거품같이 여겨 구하지 않으니
세상 끝이 보이고
삶이 나를 받아주네

나를 버려서 두려움을 잊고
나를 잊어서 고통을 넘고
나를 모르게 된 뒤에 속박을 푸네
나를 먼지같이 여기고
나를 물거품같이 여겨 구하지 않으니
세상 바닥이 보이고
삶이 나를 안아주네-61-6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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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12-06 07: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웬지 슬퍼지는 글 같은데요

마노아 2006-12-06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공허한 느낌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