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 Ⅲ 종극무간 [dts]
유위강 외 감독, 유덕화 외 출연 / 덕슨미디어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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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무간도 씨리즈는 매번 계획 없이 충동적으로 보게 되었다. 오늘도 딱 그런 셈!

1편과 2편 사이에 간극도 컸지만, 2편을 보고 나서 3편 보기까지 또 오래 걸렸다. (앞 내용이 잘 생각 안 났다는 얘기다..;;;)

그래도 다행히 보면서 조금씩 생각이 났다.  3편은 1편의 내용과 현재 시점이 교차해서 진행된다.  2편의 내용은 끝에 가서 조금 겹치는데 영화의 재미를 따진다면 1편이 가장 재밌었고, 다음에 3편, 그리고 2편이지만, 1.2.3 이렇게 순서대로 다 볼 것을 추천하고 싶다.  상대적인 재미의 차이는 있어도 모두 수작으로 느껴진다.  사실 처음 이 영화 나왔을 때 홍콩에서 이런 영화를? 하며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한참 홍콩영화가 한국 영화 시장을 제패했을 때가 있었지만, 그 후 오랫동안 너무 지지부진했던 것도 사실이니까.(그리고 무간도 이후 또 이렇다 할 만한 작품은 별로 떠오르지 않는다. ^^;;;)

1편에서 양조위(진영인)가 너무 허무하게 죽는 바람에 동정심의 극치를 달렸다.  제목이 왜 무간도인지, 누가 무간지옥에 빠진 건지 혼란이 왔다.  가장 불쌍하고 가장 피해자인 녀석이 제일 먼저 죽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다.  2편을 본다고 해서 그 동정심의 수위가 바뀌지도 않는다.  그렇지만 3편을 보고 나니 유덕화(유건명)를 향해서도 동정을 금할 수가 없다.

1편에서 그는 삼합회 조직원으로서 경찰에 스파이로 들어온 자신의 인생을 바꿀 결심을 했다.  때마침 자신의 보스였던 한침도 제거했고, 이제 모든 게 잘 돌아갈 거라고 여긴 시점에 양조위에게 정체를 들키고 만다.  겉은 경찰이지만 속은 조직원이었던 그는 빛의 세계로 당당하게 나가고 싶어했다.  가짜 경찰이 아닌 진짜 경찰로 태어나고 싶었던 것이다.  양조위가 경찰이면서 조직원 행세를 하며 스파이로 불안하게 산 세월만큼이나 그 역시 불안하고 갑갑한 시간을 보내왔던 것이다. 

미안한 마음은 있었을 테지만, 아무튼 양조위는 죽었고, 유덕화는 다시금 새출발을 꾀하지만 여의치 않다.  새로운 복병이 생긴 것.  그게 바로 여명의 존재다.  여명은 초반부터 수상하게 나온다.  그가 경찰인지, 스파이인지 진짜 정체는 거의 끄트머리에 갈 때까지 헷갈리게 나온다.  그리고 이 완벽한 덫에 유덕화가 걸린다.  사실, 스스로 파놓은 함정에 걸렸다고 해도 틀리지 않겠다. 

그는 점차 강박증에 시달리고 정체성에 혼란을 겪으면서 스스로를 유건명(유덕화)이 아닌 진영인(양조위)으로 착각하기 시작한다.  그의 습관을 따라가고 그의 말을 되풀이하고, 거울 속에서는 자신이 아닌 그의 모습을 확인한다.  그래서 여명을 체포한답시고 그가 제시한 증거물은, 자신이 경찰에 잠입한 스파이임을 알려주는 녹음테잎이었다.  그는 진영인으로서 유건명을 체포한다고 스스로를 합리화한 것이다. 

진영인의 고독하고 불안했던 시간만이 안타까웠던 것이 아니라, 경찰로서 당당하게 살았을 것 같았지만 사실은 아니었던 그의 불안이 그대로 증폭되어 드러난 순간이었다.  워낙에 쟁쟁한 배우들을 쓰긴 했지만 확실히 연기가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에 비하면 디파티드에서 멧 데이먼의 연기는 상대적으로 참 별로였다.  동정심을 느낄 여지가 없었다.  연출을 그렇게 하기도 했지만...;;;;)

한바탕의 총격전.  유건명(유덕화)은 자살을 시도하지만 미수에 그치고 그는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다.  뇌기능도 일정 부분 손상이 되었고, 그는 자신의 아기가 아빠라는 말을 배웠다는 말을 들으면서도 메리에게 총격을 입는 환각을 본다.(이때의 메리는 자신의 와이프가 아니라 2편에서 그가 사랑했던 한침의 여자다. 이미 죽은 사람이다.)

그리고 카메라는 천천히 그의 오른손을 보여주는데, 무의식 속에서 그는 진영인(양조위)의 손버릇처럼 모르스 부호를 까딱거린다.  그는 여전히 유건명이 아닌 진영인으로서 자신을 인식하고 또 그렇게 믿고 싶어하는 것이다.

영화가 끝나면서 '무간지옥'에 대한 말이 나온다. 어떠한 방법으로도 거기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억겁을 이어가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라는 무서운 내용의....

양조위나 여명은 억울한 죽음을 맞았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경찰로서 명예롭게 죽을 수 있었으나, 유덕화는 살아남았지만 여전히 어둠의 자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의 이름 앞에 경찰 뱃지는 이미 날아간 상태이고, 그는 자신마저도 잃어버렸다.  그리고 그는 살아남았다.  자식도 의식하지 못하는 그의 무간지옥은 그가 살아있는 동안 내내 그를 뜨겁게 달굴 것이다.  자신에게 씌어진 굴레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그 안에서 침잠한 그도, 결국엔 하나의 피해자이기도 하다. 

영화가 엄청 왔다갔다 해서 대단히 헷갈렸는데, 이제 내용을 다 파악하고 나니 다시 보면 무지 재밌을 것 같다.  이를 테면, 1편에서 진영인은 깁스를 하고 나왔는데, 3편에서 심등과의 대치에서 총상을 입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한침이 영인을 의심해서 깁스를 깨부스는 장면 등이 이제는 모두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여명은 늘 부드러운 인상의 배우였는데 이번에 모처럼 차가운 이미지를 제대로 소화한 듯 보인다.  심지어 킬러로 나올 때보다 더 차갑고 무서운 느낌이었달까.

진혜림도 1편에서는 꼽사리 느낌이었는데 3편에선 양조위와의 러브 라인도 조금 설득력 있게 그려져서 좋았다. 

혹 헐리우드에서는 무간도 2.3편도 리메이크 할 마음이 있을까나? 어떻게 그려질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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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urnleft 2007-08-05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잌후, 컴퓨터 고치시고 오늘 삘 받으셨나보네요. 리뷰가 좌르르~ ^^

마노아 2007-08-05 00:52   좋아요 0 | URL
밀린 것 채우느라구요^^;;;; 숙제하는 기분이었어요^^;;

비로그인 2007-08-05 0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간도 시리즈 대단하지요. 개인적으로 가장 사랑하는 시리즈중에 하나입니다. 이어지는 세편의 시리즈를 보면서 감탄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양조위와 유덕화, 여명의 매력을 생생하게 느끼는 시간이었습니다. 시간날때 이 시리즈를 다시 한번 보고 싶어지는 군요.^^
그런데 디파티드에서는 마지막에 두 주인고을 모두 죽여버리면서 후속편 시리즈 제작을 할 수 없게 만들어 놓지 않았었나요? 무간도 시리즈보다 많이 떨어진다는 느낌이어서 그랬는지 잘 기억이..^^;

마노아 2007-08-05 01:12   좋아요 0 | URL
시나리오도 좋았고,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어요. 개인적으로는 한침 배우가 미스 캐스팅이었다고 봐요.(오히려 디파티드의 잭 니콜슨이 더 어울리는 느낌이었어요^^;;)
디파티드를 검색해 보니 2편이 2007년도 개봉한다고 나오던데 진짜인지 모르겠어요. 무간도가 아닌, 그냥 다른 내용으로 가는 건지도 모르겠구요. 그래도 디파티드도 저는 재밌게 보았답니다. (디카프리오를 좋아해요^^;;)
무간도만큼의 무게는 아니었지만 '오락'면에선 더 앞선듯해요.(감독이 또 그쪽으로 발군의 능력을 가진 터라^^;;;)
 
아들 (2disc)
장진 감독, 차승원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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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었던 영화였지만 딱 그 순간에 보고 싶었던 영화는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보게 되었고, 기대 이상의 감동을 받게 된 작품이다.

영화의 제목은 '아들'이다.  '아버지'나 '아빠'도 아니고 '아들'이다.  작품 속에서 차승원은 3살 때 보고서 15년 동안 보지 못한 아들과 하룻밤을 보내도록 허락되어진 무기수다.  무려 15년을 복역한 그는 15년 동안 아들을 보지 못한 한 어머니의 '아들'이기도 하다.  작품 속에선 차승원과 류덕환과의 관계에만 거의 집중을 했지만, 간간히 늙고 병드신 어머니와의 시선을 놓치지 않는다.  치매 걸려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옷에다가 거침 없이 실례를 하는 할머니지만, 무심코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옆 자리에 앉으라고 말을 하시는 그분은, 아들을 그리워하는 '어머니'이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을 보면 사형수들은 무기수들이라도 부러울 수밖에 없다 나오는데, 작품 속 무기수 차승원은 '기다림'을 이야기하면서 사형수들은 처형날이라도 기다리지만 자신들은 기다릴 게 아무 것도 없다며 그 막막함을 얘기한다.  절대적 가치로 누가 더 힘들게냐고 물으면 대답이 궁색해지지만, 무기수들의 기약 없는 기다림도 막막한 것은 사실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저 곤충의 실체가 '하루살이'인지 아닌 지는 작품 속에서 절대로 중요하지 않다.  어제 뭐 했니? 라는 질문에 대칭으로 '내일' 뭐 할 거냐고 묻자 아버지는 버럭 성을 내는 척 한다.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질문이라고...

내일... 내일은 희망이 있을 때에 의미가 있다.  희망이 있고 의미가 있을 때에 기쁨으로 다가온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내일은 그저 '견딤'일 뿐이다.  차승원에게 내일은 아들과의 헤어짐이요, 또 다시 기약없는 기다림의 세월 속으로 풍덩 빠지는 것 뿐이다.  어제도 모르고 내일도 모르고 오늘 죽는 하루살이보다, 어쩌면 더 가여울 수도 있는 그런 사람인 것이다.

장진 감독은 사전 조사를 하지 않는다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올곧이 상상력에 의지한다고.  이건 영화지 다큐멘터리가 아니라고.  그래서 그의 영화에선 사실성을 비켜가기도 하고 현실과 괴리되어진 내용이 나올 수도 있다.  기러기 가족이 떼지어 날아가는 장면 등은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지만, 그 어처구니 없음도 장진식 유머로는 모두 수긍되어진다.  게다가 거기에 동원된 목소리 까메오의 정체를 알게 되면 푸핫!하고 웃을 수밖에 없어진다. 

무려 15년 동안이나 만날 수 없었던, 이제 오늘 지나면 다시 15년... 혹은 그 이상으로 만날 수 없을 지도 모르는 그런 존재가 '아빠'라는 이름으로 나를 찾고 있다.  추운 날씨에 메마른 얼굴을 한, 그리고 갈급한 표정으로 아들을 찾는 아빠의 모습을, 차승원은 꽤 사실적으로 담아냈다.



아들은 아빠를 향해, 죽인 사람 얼굴 기억 하느냐고, 뼈아픈 질문도 던져보지만, 부러 차갑게 대하고, 시선도 맞추지 않으려고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를 향한 그리움을 부정하지는 못한다.  잠들기 전에 불을 끌까?라는 질문에, 불이 꺼지면 잠이 들 것이고, 날이 밝으면 아빠는 떠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아들의 돌아누운 등이 외롭고 또 외로워 보였다.

그 밤, 밖으로 나가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자고 모의했을 때, 알면서도 모르는 척 보내주던 박교도관의 마음씀이 예뻤고, 새벽 시간에 아빠를 소개시켜주겠다고 불러내자 졸린 눈을 비비며 나와 준 어여쁜 얼굴의 여친의 마음이 참 고왔다.

새벽 사우나에서 아버지 등의 호랑이 문신을 보고 멋있다고 감탄사도 외치고, 함께 잠수를 해준 아빠를 향해 살인자도 무기수도 아닌, 그저 '우리 아빠'라고 지칭할 때 마음이 짜안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뜨거운 욕탕 안의 풍경은 어느덧 해저 풍경이 되어 있고, 그 푸른 바다빛은 참으로 따사롭게 느껴진다.

이제 시간은 그들이 헤어져야 하는 순간으로 치닫고, 기다란 기찻길에서 그들은 잡은 손을 통해 서로의 정을 느끼고, 이 영화의 최대 반전으로 접어든다.  혹자는 반전 때문에 오히려 빛을 바랬다고 하지만, 나의 감상으로는 반전 자체는 영화의 본질에 아무 영향도 못 미치는 듯 싶다.  반전이 있어도, 혹은 없어도 영화는 따스한 감성 그대로를 자극했고, 아버지와 아들의 사랑하는 마음에도 변화가 없다.  그들 사이에는 이미 용서와 이해와 그리고 '인정'이라는 관계 형성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영화 초반에 류덕환이 피아노 치는 장면이 나왔는데 너무 수준급이어서 화들짝 놀랐었다.  인터뷰를 보니 컴퓨터로 합성했더란다.  세상에... 기술도 좋지... 어쩐지 손이 여자 손 같은 느낌이긴 했더라.(남자 손이라도 감탄은 마찬가지~) ^^ㅎㅎㅎ

좋아하는 감독과 좋아하는 배우들이 만나서 만든 맘에 쏙 드는 감동의 드라마.  더 많은 사람들이 오래오래 보았으면 하는 영화로 기억될 듯 싶다.  영화의 제작진 모두에게 격려의 박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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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날에 SE (2disc) - 초회 2disc 한정판
박광수 감독, 박신양 외 출연 / 아인스엠앤엠(구 태원)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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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영화였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느 영화를 보러 갔다가 예고편으로 '눈부신 날에'를 보았다.  서신애가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오디션에 합격했다는 소문은 들어 알고 있었고, 박신양도 워낙 연기의 귀재임을 익히 알고 있으니 호기심이 동했다.  게다가 투우사 복장을 하고서 월드컵 응원을 주관하는 장면에 눈이 콱! 박혀 버렸다.

보러 가야지! 하고 결심했는데, 극장에 걸리고 일주일도 채 되지 않고서 작품이 내려지는 사태가 발생했으니... 그 주에 "캐리비언의 해적3"가 개봉을 한 것이다.  참 운도 없지.  타이밍이 나빴군... 라고 중얼거렸다.

아무튼, 이 작품은 눈시울을 붉히며 볼 법한 작품임에 틀림 없으니 학생들과 같이 보기로 했다.  방학하기 직전의 시간들.  수업 진도는 모두 나간 상태.  대부분은 독서 시간을 주었는데, 딱 한 반만 골라서 같이 보기 시작했다.  모두 합해서 3시간에 걸쳐 보았는데, 아이들이 생각 이상으로 집중을 잘해준다.

뭐, 때마침 인기를 엄청 끌었던 "쩐의 전쟁" 덕분임을 부인 못하겠다. (역시 타이밍이 중요하다니까..;;;;)

작품 구조는 단순하다.  투기판 바람잡이로 살아가는 건달 종대에게 어느 날 보육원에 맡겨졌다는 아이가 있었다면서 입양 되기 전까지 잠깐만 살아달라는 요청이 들어온다.  물론 종대는 거절했고, 돈을 대가로 아이와의 동거가 시작된다.

사실 난 아이가 아픈 지는 몰랐는데, 예지원의 간절한 부탁에 뭔가 있겠구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악성 종양이 있단다.ㅡ.ㅡ;;;;

처음엔 귀찮은 짐처럼 굴던 종대는 차차 아이와 정이 들고, 그 사이사이 죽을 고비도 여럿 넘기게 되는데, 원래도 좋지 않던 눈이 패거리들에게 얻어 맞고는 실명 직전까지 간 것이다.   우리는 여기서 또 하나 짐작할 수 있겠다.  아이가 죽기 전에 눈을 기증하겠구나..ㅡ.ㅡ;;;;

하여간! 이때 등장한 보스(라고 불리긴 뭣하지만, 하여간 대장!)가 이경영이었는데 눈물이 앞을 가렸다.  과거 그는 참 로맨틱하고 멋진 역을 소화하던 배우였는데, 시간이 흘러 젊음이 퇴색하니 사람이 너무 초라하게 늙은 것이다.  컨셉이 그랬다면 할 말은 없지만, '불꽃'에서 이영애와의 뜨거웠던 열애를 기억하는 나로서는 다소 슬펐다. 흑흑.;;;

아무튼. 극적인 순간들이 다가온다.  아이의 병을 알게 되고, 마지막 소원으로 월드컵 응원전을 데려가니.... 이때 배경은 2002 한일 월드컵 중에서도 '포르투갈' 전이다.  박지성이 멋진 골을 넣기 전에 박신양이 옷을 쫙 빼 입고 투우사의 모션으로 응원을 이끄는데, 윤도현의 "오 필승 코리아"가 신나게 울려퍼진다.

하지만.... 그게 다다..ㅡ.ㅡ;;;

그 노래 한 번 들을 정도까지만 응원을 보여주는데, 대부분은 사람들의 열광장면으로 대체해서 박신양의 응원씬은 별로 없다.  난 정말... 슬펐다.ㅠ.ㅠ

아무튼.  작품은 내가 예상한 방향에서 조금도 어긋남이 없이 흘러갔다.  심지어 마지막 반전까지.

반전은 다소 아픈 부분이었는데, 보육원에 보내진 아이들 중 남자 아이들은 국내 입양이 힘들다라는 대사가 서럽게 울렸다.  얼마 전에 읽은 책에서도 같은 내용을 보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영화는 눈부신 햇살 속에서 힘찬 희망을 안겨주며 끝이 나는데...

나는 생각했다.  이 작품은 캐리비언의 해적과 굳이 만나지 않았더라도 극장용으로 오래 걸려있긴 힘들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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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특별하단다 - 비디오테이프 1개 - 우리말녹음
맥스 루케이도 지음 / 인피니스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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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다닐 적에 "너는 특별하단다"를 동화책으로 읽었었다.  그런데 비디오로 다시 본 작품은 내가 기억하는 내용과 아주 달랐다.  대체 내가 그때 본 책이 이 작품과 동일 작품인지 헷갈릴 정도로.

언니 집에 책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조만간 확인해 보기로 하고^^;;;

내가 본 비디오는 우리말 녹음으로 나오지만 영어 자막이 나온다.  지금 내가 고른 상품이 영어 자막이 나오는 지는 모르겠다.(써 있지를 않아서...;;;)

나무 사람 펀치넬로가 사는 마을에는 별따기가 한창이다.  뭔가 칭찬받을 일을 한 사람에게는 금별을 달아주고, 뭔가 서툴거니 실수가 있거나 하면 회색 점을 붙여준다.  사람들은 저마다 금별을 붙이고 자랑을 하기도 하고 회색점을 붙이고 주눅이 들어 있기도 하다.

그 중에서 펀치넬로는 온 몸이 회색 점 투성이다.  길 가다가 넘어지기만 해도 마을 사람들을 달려와서 회색 점을 붙이곤 통쾌해 한다.  마치 그가 실수하기를 기다리는 사람 같다.

그러던 어느 날 루시아라는 친구를 통해 엘리 아저씨를 만나면서 펀치넬로는 그깟 회색 점이나 금별이 아무 의미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엘레 자신이 특별함을 담아 만든 나무 사람 펀치넬로. 그 자체만으로도 소중한, 특별한 존재임을 알게 된 것.

28분의 짧은 드라마 속에 재미와 교훈이 고루 담겨 있다.  게다가 함께 부르는 노래는 또 얼마나 감미롭고 흥겹던지.

엘리 아저씨는 목수인데, 아마도 예수님을 형상화한 것일 테지.  굳이 그렇게 명명하지 않아도 이야긴 충분히 훌륭하지만. ^^

특히 엘리의 역을 맡은 성우의 목소리가 아주 좋았는데, 끝에 자막이 올라가지 않아서 어느 분인지 확인을 못한 게 조금 아쉽다.

조카랑 한 번 보고, 나 혼자서 한 번 더 보았는데 참 좋다.  요새 조카가 공룡에 너무 올인한 나머지 별로 흥미를 보이질 않아서 서글펐다.  참 좋은 작품인데...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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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는 괴로워 (OST 포함, 3disc) [알라딘 특가]
김용화 감독, 김아중 외 출연 / 팬텀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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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보고 싶었던 작품이었는데 때를 놓쳤다.  보고 온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좋았고 주진모 멋있더라!를 연발했었다. 

하핫, 초반 십분 내에 나도 똑같은 반응을 보이더라..;;;;

내용은 정말 만화 같다.(원작이 만화긴 하다. ^^;;)

뚱뚱하고 못 생긴 강한나는 아미라는 쭉쭉빵빵 가수의 립싱크를 대신 불러주는 목소리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아미를 프로듀싱하는 상준을 짝사랑하고 있다.  낮에는 숨은 가수로 활동하고 밤에는 폰섹스 알바를 뛰면서 치매 아버지의 뒷바라지를 하며 씩씩하게 사는 한나는 언젠가 상준이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라며 짝사랑을 키워간다.

하지만, 아미의 견제로 인해 자신이 상준과 그들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한나는 죽기를 결심해 보지만, 그것도 쉽지 않고, 그 길로 성형외과로 달려가 다시 태어날 것을 기도한다.

그녀가 돈 한푼 내지 않고 머리 끝에서부터 발끝까지 모두 뜯어고치는 코믹한 과정은 작품을 통해 직접 확인해 보는 것이 좋다.  그녀는 궁상도 협박도 너무나 귀여웠다. ^^

사실 난 포스터만 보았을 때 저 두사람이 동일인물일 거라고 상상하지 못했다. 특수분장의 힘이란..;;;; 분장하는데 4시간, 다시 제거하는데 한시간이 걸렸다고 하니 김아중이 촬영하면서 꽤 고생을 했을 거란 생각이 든다.

다시 '태어난' 그녀는 정말 아름다웠다. 우는 것도, 심지어 땀을 흘리는 것도 아름다웠다.  교통사고를 내도 그녀의 '미모'로 통하지 않을 게 없었다.  그녀가 예뻐지고 날씬해지고 난 다음에 벌어지는 에피소드들은 다분히 과장적이지만, 그 재미가 나쁘지 않다.  그리고 여자인 내가 보아도, 정말... 예뻤다!

여전히 상준의 곁을 맴돌던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가수 '제니'로 재포장 된다.  그녀의 노래 실력이야 워낙에 수준급이었고, 거기에 미모가 보태지자 그 파급효과는 어마어마했다.  이제 그녀는 남의 노래를 대신 불러주는 얼굴 없는 가수 한나와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는 법.

그녀의 마음이 같이 편해지지는 않는다.  사랑하는 아빠를 가까이서 돌볼 수 없었고,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타임 때에도 혹시나 코수술한 것이 들통날까 봐, 또 가슴이, 엉덩이가.... 그녀의 아킬레스건은 곳곳에 있다.

자신이 진짜가 아니라 '가공된', '가짜'라는 생각은 그녀의 마음 속에도 이미 지배적으로 자리해 있다.  어느 순간부터 그녀는 무엇이 진짜인지 헤매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불안한 마음을 '왕년'에 잘 나가던 자칭 가수 아미가 집요하게 파고든다.

아미는 주구장창 자신은 시트콤 연기자가 아니라 가수라고 주장을 하지만, 왜 그렇게 그녀가 가수에 집착하는 지 작품은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과거 백댄서 출신이었던 그녀는 단지 무대 위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가 필요했던 것일까?  한 번 단맛을 보았던 그녀는 다시 그 화려한 무대의 주인공이 되고 싶지만, 제니를 가짜라고 몰아세우는 자신은 그 이상의 '가짜'라는 것을 아미는 깨닫지 못한다.

그리고 여기에는 한국 연예계의 씁쓸한 현실이 그대로 나타나 있다.  중요한 건 노래 실력이 아니고 미모라는 것.  미모가 받쳐지면(그게 만들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노래는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고, 그럴 수 있다고 믿는 현상 말이다.  초반에 한나가 무대가 무너져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되었을 때 상준은 기막힌 타이밍에 기막힌 특수효과로 관객의 눈을 현혹시키고 위기를 무마시킨다.  그 빠른 순발력에 감탄이 나오면서 동시에 그런 눈가리고 아웅이 먹히는 이 나라의 가요계가 한심했다. (영화가 과장되었다 할지라도, 현실과 젼혀 괴리되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물론, 중요한 메시지도 하나 있었다. 제니의 첫 무대 때 상준이 했던 말!  어차피 노래로 승부할 거라는 것!

중요한 것은 노래였고, 또 중요한 것은 진심이 담긴 마음임을, 영화는 자연스럽게 이어가지만, 그런 밝은 엔딩이 초반의 그 '강한나'에게도 생길 수 있었을까.  과연 상준은 '내 여자만 아니면 돼!'라는 룰을 깨고 한나의 외사랑을 받아주었을까.

영화는 심각함을 거부하지만, 심각한 외모 지상주의의 진짜 이야기가 아니 떠오를 수는 없었다.  영화가 끝날 때 노벨상도 받을 만큼 유명해진 그 성형외과에 찾아온 이가 한나의 친구라는 사실이 심각한 현실 속 이야기를 뒷받침 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영화는 오락 영화로서 많은 볼거리와 들을거리를 제공한다.  화려한 무대가 그랬고, 귀에 들러 붙는 음악들이 그랬다.  가수 데뷔도 고려했다는 김아중의 노래 실력은 제법이었고, 대종상 연기 대상을 받은 연기력도 거저 먹은 것은 아님을 보여주었다.  주진모가 멋있었던 것은 두 말하면 잔소리!

원작 만화를 보지 못해서 결말도 같은 지는 모르겠는데, 아무튼 간에... 대체 왜 제목은 '미녀는 괴로워'일까?  뚱보는 괴로워는 너무 비호감 제목이어서? 미녀는 행복해~는 너무 짜증나서? ....;;;;

그리고 진짜 과장된 것 하나!  신인가수 제니의 첫 콘서트를 연 곳이 올림픽 체조경기장이었는데 아무리 볼거리를 강조해도 그렇지, 그 넓은 체조경기장을 무대로 한 것은 많이 오버였다.  그만큼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곳이 '경기장'이라는 것도 대한민국의 특수한 상황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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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6-2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작 만화를 보면 미녀는 괴로워라는 제목이 딱 맞아요. 쭉쭉빵빵 초절정 미녀가 된 주인공이 한껏 도도해지고 시건방져지고 싶은데 늘 뚱뚱하고 착하던때의 성격을 못버려서 괴로워하거든요. 영화보다 훨씬 더 코믹버전이죠. ^^ 저도 이 영화 재밌게 봤어요. 주진모가 그렇게 잘생겼다는걸 처음 깨달았죠. 그전에는 그저 그랬는데 말예요. ㅎㅎ

마노아 2007-06-26 22:01   좋아요 0 | URL
아핫! 원작 만화에선 이 제목이 제대로 먹혀 있군요. 영화 참 재밌었어요. 저도 주진모를 다시 보게 되었다지요. ^^ 만화책도 함 찾아보고 싶네요~ ^^

다락방 2007-06-27 08: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영화에서만큼은 주진모가 정말 멋지더라구요.

마노아 2007-06-27 08:55   좋아요 0 | URL
주진모의 '재발견'이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