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요즘 고민거리 중 하나...

태초에 가장 먼저 있었던 것은 말씀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시비 걸 분들도 많을 줄로 알지만... 어쨌거나 인식이 우선이란 점만 놓고 보자면 그렇다는 말이다. 우리 시대는 다시 주체의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지금 시위 현장에 나가보면 "동지는 간데 없고, 깃발만 나부껴"대는 현실이다. 깃발은 종류별로 다양해졌으나 이들을 한데 묶어주는 주체의 호명은 더이상 존재하지 않거나 산개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다들 잘난 척하며 사상을 말하고, 철학을 말하며 조금 더 세련되게 말하는 이들은 한국적 현실을 무시하고 타국의 철학 담론을 끌어들이는 것을 비판하지만 결국에 가서는 한통속과 다름없음을 드러낸다. 서구의 사상사를 들여다보면 그들의 어떤 담론도 현실로부터 나오지 않은 것이 없다. 우리들의 현실과 역사적 맥락에서 비롯되지 않은 담론은 레게와 힙합이 상업적인 팝이 되어 수입되는 것과 하등 다를 바 없다.

현재 우리 사회는 모든 것이 위기다.

모든 것이 위기이지만 아무도 긴장하지 않고, 아무도 위협받지 않는다.
아니, 아무도는 아니다. 사실은 모두가 긴장하고, 모두가 위협받고 있으나 그 목소리를 담아낼 그릇이 없고, 그 목소리를 묶어내줄 이론이 없다. 과거 현장에서 불온한 이론을 유포하던 이들은 이제 모두 대학 강단으로 소집되어 들어갔고, 현장은 지식과, 지식은 현장과 분리되어 양쪽에서 상해가고 있다. 한 때 불온했으나 이제 안전해진 그들은 강단에서 기능적 지식인으로 전락해 한때의 경력을 밑천삼아 살아간다. 이제 말과 글은 더이상 무기가 아니다. 말과 글이 무기가 아니므로 지식인들은 더이상 전사가 아니다. 더이상 사회를 긴장시키지 못하는 말과 글을 토해내는 것은 단순히 생계와 명성자본 축적의 도구일 뿐이다. 현실적으로 작동하지 못하고, 현실을 작동시키지 못하는 이론과 사상은 지적 허영을 위한 노리개에 불과하다.

행(行)을 추구하는 이는 과부족인데, 관(觀)을 추구하는 이들만 넘쳐난다. 더이상 속지않기 위해 멈추어 있겠다는 냉소만이 넘쳐난다. 스스로도 믿지 못하는 데 누구에게 그것을 보여주고 함께 하자고 말할 수 있는가? 삶과 공부가 다른 것이어서는 공부에 의미가 없다. 개입하라! 현장에서, 현장의 감각으로, 현장의 시선으로... 그런데 현장은 어디에 있는가? 지금 당신의 일상이 바로 그 현장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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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써놓고 혼자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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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05-26 16: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탄하며 고개 끄덕이며 읽고는 왠지 부끄러워졌어요ㅠ.ㅠ
 

http://team.hani.co.kr/blog_lib/contents_view.html?BLOG_ID=chamsesang2&log_no=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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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bs2.hani.co.kr/board/ns_society/Contents.asp?Stable=NSP_005000000&Idx=25735&Rno=25735&rp=

한겨레 신문 라이님의 글을 퍼왔습니다.

지난 번 계약직 여교사 성폭행 사건에서도 느꼈지만, 보도라는 것이 본질을 벗어나서 한쪽으로만 치우친 경향을 많이 봅니다. 촌지 받는 교사 물론 나쁘지만, 촌지 주는 학부모도 나쁘다는 것을 사람들은 많이 간과합니다.  내 아이만은 특별대우 받기를 바라는 그 이기심을 그들도 앞장서서 버려야 한다는 것을요.

여러모로 씁쓸한 기분이 듭니다. 그래도 휴일은 원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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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철의 초록 이야기

좋은 생각 제986호 - 2006년 5월 18일

작은 것에서 감사하지 못하는 사람은 세상 모두를 다 주어도 감사하지 못할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같은 범주에서, 작은 일에 쉬이 유혹에 빠지는 사람은 큰 유혹이 닥쳐 오면 주저 없이 굴복할 거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평상시, 매 호흡마다 우리가 감사하고 스스로를 경계해야 하는 까닭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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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철의 초록 이야기

 

 

 

 

 

 

 

 

 

 

 

 

 

 

 

 

 

 

 

 

 

좋은 생각 제983호 - 2006년 5월 15일에서 퍼왔습니다.

밑에 두줄이 인상적이네요.

세상이 넓고 할 일이 많다고 의미 없는 곳에서 아무 일이나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아무리 길이 멀고 험해도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고 해야 할 일을 해야 한다는 것...

머리로만 알지 말고 제발 가슴으로도 잊지 않아야 할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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