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할 때
경제성장과 민주화를 동시 성취한
자랑스런 나의 조국은 침묵했다
까나 마을에 폭격이 퍼부어지고
36명의 아이들이 학살당할 때
말 잘하는 나의 정부는 침묵했다
많은 나라들이 가장 강력한 말로
이스라엘의 학살을 규탄할 때
싸움 잘하는 나의 국회는 침묵했다
민주와 개혁을 거침없이 외치던
나의 대통령과 지도자들은
금처럼 찬란하게 침묵했다
코리아는 침묵의 나라
불의와 학살 앞에서는
금처럼 침묵하는 나라
일본이 독도를 건드릴 때마다
국제 심판이 오심을 내릴 때마다
노조가 파업을 벌일 때마다
즉각 애국투사로 소리치면서도
학교에서 내 아이가 무시당하고
밥집에서 내 순서가 뒤로 밀리고
거리에서 내 차가 추월당하면
즉각 정의의 투사로 돌변하면서도
대낮에 남의 영토를 침략하고
아이들과 민간인을 무차별 학살하는
이스라엘과 미국의 야만 앞에서는
금빛 침묵으로 동조하는 나라
오 고요한 아침의 나라 코리아여
국익 앞에만 다이내믹한 나라여
네가 짓밟히고 피에 젖어 울부짖을 때
세계는 너의 침묵을 찬란히 돌려준다면
<여기에는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中
레바논엔 지금
집이 없어요
슈퍼마켓도
병원도
아이들도
나무관도 없어요
저주만 있어요
검은 연기와
붉은 피와
통곡과
시체만 있어요
필요해요
절실하게 필요해요
눈과
귀와
입이 필요해요
지금 잠깐
눈을 주세요
귀를 주세요
그리고 말해주세요
당신의 가족과 친구와
모르는 사람들에게
말 좀 해주세요
여기 레바논엔 지금
아무도 없는 것만 같아요
지금 이 지구에는
여기를 지켜보고
귀 기울이고
말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몸의 중심은 심장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아픈 곳이 중심이 된다
가족의 중심은 아빠가 아니다
아픈 사람이 가족의 중심이 된다
총구 앞에 인간의 존엄성이 짓밟히고
양심과 정의와 아이들이 학살되는 곳
이 순간 그곳이 세계의 중심이다
아 레바논이여!
팔레스타인이여!
바그다드여!
홀로 화염 속에 떨고 너
국경과 종교와 인종을 넘어
피에 젖은 그대 곁에
지금 나 여기 서 있다
지금 나 거기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