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소시오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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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9 호/2014-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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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eyword로 읽는 과학] 소시오패스, 누구냐 넌?

2014년 KISTI의 과학향기에서는 [Keyword로 읽는 과학]이라는 코너를 새롭게 마련했습니다. 과학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와 관련된 과학계의 신조어도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에 [Keyword로 읽는 과학] 코너에서 최신과학기술용어나 신조어를 알기 쉽게 풀어서 서비스할 예정입니다. 
독자 분들의 참여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홈페이지 내 독자참여-주제제안 란, 또는 댓글로 알고 싶은 키워드를 남겨 주시면 선정 후 기사로 제작할 예정입니다. 과학향기 독자 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소설 속의 유명 탐정 ‘셜록 홈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영국 드라마 <셜록(Sherlock)>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높다. 드라마에서 홈즈는 뛰어난 추리력을 갖고 있지만 성격이 괴팍하고 별나 주변 사람들에게 인기가 없다. 한 예로 홈즈로부터 무시당한 한 법의학자는 그를 ‘사이코패스(psychopath, 정신병질자)’라 비난한다. 그러나 거칠 것 없는 홈즈는 자신은 고기능 ‘소시오패스(sociopath, 사회병질자)’라며 공부 좀 더 하라고 맞받아친다. 

비슷해 보이는 두 명칭의 차이는 무엇일까? 사실 현재 정신의학에서는 두 단어를 구분하지 않고 반사회적 인격장애(antisocial personality disorder)란 하나의 진단명을 사용한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 사람들은 이를 구분해서 사용하거나 혹은 의미를 혼용(混用)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최근 인기 몰이중인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한 남자 주인공이 방송사 누리집에는 사이코패스로, 언론에서는 소시오패스로 소개되며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이 둘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공통점은 반사회적 인격장애의 진단기준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은 법과 사회적 관행을 무시하고, 다른 사람의 권리를 묵살하며, 후회나 죄의식과 같은 감정을 느끼지 않으면서, 감정의 폭발이나 폭력적 행동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불량배, 깡패, 무법자, 건달, 악당, 양아치 등 많은 별명을 갖고 있는 이들의 반사회적 행동에는 낮은 공감 능력과 부족한 양심이 깔려있다. 

반면, 사이코패스와 소시오패스의 차이점은 사회적 교류 수준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다른 사람과 아예 감정의 교류를 하지 못하는 사이코패스에 비해 소시오패스는 일정 수준의 공감과 사회적 애착 형성이 가능하다. 실제 반사회성 인격장애 환자 중 사이코패스 정도가 높은 집단의 뇌에서만 공감, 도덕적 판단, 친사회적 감정의 처리에 연관된 영역의 회색질(뇌나 척수에서 신경세포체가 밀집돼 있어 짙게 보이는 부분)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가 있다. 반면에 사이코패스 정도가 낮은 반사회성 인격장애 환자 집단은 일반인과 큰 차이를 나타내지 않았다. 

그런데 소시오패스의 감정 처리는 일반인과 차이가 있다. 소시오패스가 감정을 자극하는 단어(예를 들어 시체, 고문)가 포함된 문제를 접할 때 이들 뇌의 측두엽으로 혈류 공급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가 있다. 이는 보통 사람이 약간의 지적 능력이 필요한 문제를 풀 때 나타나는 현상이다. 즉 소시오패스가 감정을 처리할 때 일반인처럼 즉각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인지적으로 접근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흔한 예상과 달리 소시오패스는 매력적인 경우가 많다. 이들이 호감을 쉽게 얻는 이유는 다른 사람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공감은 정서적 공감이 아닌 인지적 공감으로 다른 사람을 위해 쓰이지 않고 오직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된다. 그래서 이들은 적절한 표정으로 감정을 연기하며 주변 사람을 바둑판의 바둑알처럼 조종하며 착취하는 기생적 인간관계를 맺곤 한다. 

소시오패스는 또한 거짓말을 하는 데에 능숙하다. 우리가 거짓말을 할 때를 생각해보자. 혹시라도 들통날까봐 긴장하고, 식은땀이 나고, 가슴이 콩닥콩닥 뛰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이유는 우리에게 양심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시오패스에게 양심이란 그저 사전 속 단어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들은 원하는 바를 성취하기 위해서라면 일말의 거리낌이나 망설임 없이 거짓말을 할 수 있다. 

소시오패스가 거짓말을 잘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반사회성 인격장애 진단 기준 중 하나인 높은 사기성을 보인 사람들이 보통 사람에 비해 두뇌 전전두피질(Prefrontal cortex)의 회색질이 14.2% 감소한 반면에 백질은 22.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난 연구 결과가 있다. 인간의 두뇌에서 회색질은 신경 세포들이 밀집돼 있는 겉 부분이고, 백질은 신경세포를 서로 연결하는 신경 섬유망이 깔려 있는 속 부분이다. 

신경과학적으로 보면 소시오패스는 옳고 그름을 구분하는 전전두피질의 신경세포가 적어 도덕적인 판단을 잘 하지 못하기 때문에 거짓말을 쉽게 하는 것일 수 있다. 대신 신경세포 사이에 더 많은 통로를 갖고 있기 때문에 여러 기억과 생각들을 수월하게 연결할 수 있다.소시오패스가 그럴 듯한 이야기를 천연덕스럽게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기존 정보를 잘 연상할 수 있는 두뇌 구조 덕분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소시오패스는 왜 생기는 것일까? 일부 사람들은 소시오패스가 선천적인 사이코패스와 달리 후천적으로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따르면 소시오패스의 원인은 어릴 적 심리적 외상이나 신체적, 감정적 학대와 같은 부정적 환경이다. 그러나 원인을 이렇게 나누어 단정 짓는 것은 다소 성급할 수 있다. 한 연구에 따르면 유전적 요인은 반사회성 인격장애의 56%, 나머지는 환경적 요인이거나 불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시오패스의 원인으로 환경적 요인이 작용하는 만큼 이를 예방할 수 있다면 인구의 약 4%를 차지하는 이들의 비율을 줄이는 것도 가능해 보인다. 외국의 쌍둥이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드러났듯이 부모가 자녀에게 충분한 애정과 관심을 줘 건강한 애착을 형성하는 것이 이런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울러 학대와 같은 생애 초기 스트레스를 겪는 아동에게 사회적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소시오패스는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무서운 범죄자가 아닌 한 책의 제목처럼 ‘옆집의 이웃’일 수 있다. 이들은 공감과 양심 없이 자신의 이익과 만족을 위해 주변 사람을 이용하고 조종한다. 주의해야 할 것은 이들의 무기가 위협하는 ‘공포’가 아니라 연민을 자아내는 ‘동정심’이란 점이다. 사회적 규범은 무시한 채 탁월한 연기와 화려한 거짓말로 당신의 마음을 측은하게 만드는 사람이 옆에 있다면 조심해야 한다. 그리고 잊지 말라. 그는 그에게는 없는 당신의 양심을 공격 중임을. 

글 : 최강 의사, 르네스병원 정신과장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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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phistopheles 2014-02-10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 사람들과의 약속을 여러가지 핑계를 대며 잘 어기곤 한다.
2. 자신의 매력으로 남들을 이용하는데 쓰곤 한다.
3. 지루함을 쉽게 느끼는 편이고, 위험한 일에 쉽게 흥미가 간다.
4. 어렸을 적에 했었던, 어떠한 잔인한 취미가 있었다.
5. 거짓말을 자주하고, 거짓말이 들통났을 때 자신도 피해자임을 호소하며 동정심을 유발한다.
6. 말을 교묘하게 구사하며, 타인을 유혹하거나 착취 하려는 성향이 있다.
7. 시기심과 질투심이 강하다.
8. 자신의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사람을 잘 속인다.
9. 나 이외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인생에서 꼭두각시이며 유용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10. 흥미를 잃게되면 금방 포기한다.
11. 바보인척하거나 이해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며 자신 의 진짜 속마음을 숨기려 한다.
12. 이해타산에 밝다.

소시오패스 테스트라는데...사실 이런 사람 의외로 꽤 많습니다.

마노아 2014-02-05 15:15   좋아요 0 | URL
아, 정말 이런 사람 흔할 것 같아요. 생각보다 평범한 조건들인데 그래도 당하는 사람은 아주 넘어가는 것들이죠.ㅠㅠ

아무개 2014-02-06 12:01   좋아요 0 | URL
헛.....꽤 많이....
해당되는거 같은데요... 쿨럭~

마노아 2014-02-06 13:57   좋아요 0 | URL
에이 무슨... 저 동창 중에 떠오르는 사람은 있어요.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절친이었지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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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55 호/201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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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을만하면 찾아오는 조류독감, 그 이유는?

∎ 철새들이 떼죽음을 당한 이유는? 

지난 1월 17일, 고병원성 조류독감(AI, Avian Influenza) 관련 역학조사를 위해 전북 고창 동림 저수지를 찾았던 국립수의과학검역원 직원들은 놀라고 말았다. 해마다 겨울이면 이곳을 찾아 환상적인 군무(群舞)를 선사했던 가창오리 무리가 떼죽음을 당한 채로 발견됐기 때문이다. 사체를 수거해 검사를 한 당국이 21일자를 기해, 이들이 고병원성 AI(H5N8)에 감염돼 사망한 것으로 확진해 발표하면서 우려는 더욱 커졌다. 가창오리는 사육되는 가금류가 아니라 야생에서 살아가는 철새라는 점 때문이다. 

그간 AI가 유행할 때마다 가창오리를 비롯한 철새들은 AI 바이러스의 보균체이자 확산체로 곱지 않은 눈길을 받아온 것은 사실이다. 철새들이 정말로 AI 대유행의 근본 원인인지는 확신하기 어렵지만, 철새들도 AI에 걸리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오랜 세월 야생에서 살아오면서 미생물과의 생존 경쟁을 통해 AI에 대해 어느 정도 면역력을 획득한 철새들인지라 이처럼 한꺼번에 떼죽음을 당한 적은 드물었다. 

그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해볼 수 있다. 첫째, AI 바이러스 자체의 고병원성이다. 고병원성은 전파 속도가 빠르고 치사율이 높다. AI 바이러스에 감염된 조류가 75% 이상 죽으면 그 바이러스는 고병원성으로 분류한다. AI 바이러스가 고병원성이라는 것은 변종이 생겨 조류 수가 많다는 것이다. 이번에 유행한 H5N8이 워낙 고병원성이어서 철새들이 이를 이겨내지 못했을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이유는 가창오리의 서식지 변화다. 환경오염과 개발로 인해 철새들의 서식지는 갈수록 좁아져 특정 지역으로의 쏠림 현상이 심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개체들이 밀집된 환경에서는 한두 마리의 희생으로 끝날 질병도 대규모 전염병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질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들은 숙주의 몸속에 유입되어야만 생활사가 완성된다. 때문에 전염병의 대유행은 감염 가능한, 면역력이 없는 개체가 일정 수 이상 존재해야만 가능하다. 

∎ 인류의 증가에 제동을 건 흑사병 

1347년, 이탈리아 제노바에 전에 없던 이상한 질병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 병에 걸린 환자들은 빠르면 하루, 길어도 일주일을 넘기지 못하고 죽어갔다. 그렇게 죽어간 사람들의 피부는 검게 괴사돼 있었기에 사람들은 이를 ‘흑사병(黑死病, black death)’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한번 나타난 검은 사신(死神)의 그림자는 들불처럼 빠르게 전 유럽으로 번져 나갔다. 흑사병으로 인해 어찌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는지 14세기가 끝나갈 무렵 유럽의 인구는 지역에 따라 이전보다 1/3에서 많게는 2/3까지 줄어들었고, 이때 줄어든 인구는 19세기에 이를 때까지 500년간이나 회복되지 못했다. 

중세 유럽을 휩쓴 흑사병의 원인으로 가장 유력한 것은 페스트균(Yersinia pestis)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쥐에 기생하는 쥐벼룩(Xenopsylla cheopis)에 의해 전염되는 균이다. 원래 페스트균의 숙주인 벼룩은 다람쥐나 비버 같은 야생 설치류에 기생했으나, 이들이 인간 집단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시궁쥐나 집쥐로 옮겨가면서 인간에게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흑사병의 원인균으로 지목되는 페스트균은 원래 토양 미생물의 일종으로 간혹 설치류와 개, 인간에게 질병을 일으키곤 하는 미생물이었다. 그런데 이 페스트균이 어떻게 수십 년도 안 되는 기간 동안 그토록 많은 사람들을 한꺼번에 몰살시키는 죽음의 사자로 변모한 것일까? 

사람들이 주목하는 것은 해당 원인이 인구의 갑작스런 증가와 밀집에 있다는 가설이다. 9세기에 걸쳐 13세기에 이르는 400여 년간, 서구 유럽의 인구는 이전에 비해 빠르게 증가하기 시작했고, 인구의 증가는 사람들이 모여 사는 도시의 형성으로 이어졌다. 도시는 많은 물자들이 교환되고 의견들이 교류되는 상업의 중심지이자 소통의 장이었지만, 한편으로는 제대로 처리되지 못한 오물들이 불러들이는 쥐와 해충들의 전시장인 동시에, 인간을 숙주로 해 살아가는 미생물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일단 한번 발병한 페스트는 도시화로 인해 밀집된 사람들과 그들이 버린 쓰레기 속에 살던 쥐들에 의해 삽시간에 퍼져나갔고, 사람들은 채 손쓸 틈도 없이 죽어갔다. 남녀노소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사람들을 무차별 공격하던 페스트가 사라진 것은 효과 좋은 치료제가 만들어져서가 아니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페스트균이 감염시킬 새로운 인간 숙주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페스트의 사망률은 매우 높았지만, 그중 살아남을 수 있었던 사람들은 페스트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었다. 인구 집단 내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페스트에 걸리고 나면, 페스트는 감염시킬 새로운 숙주의 부족으로 줄어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인구 집단의 규모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다면 이들은 다시 찾아온다. 

중세의 페스트가 최초의 대유행 이후 10여 년간을 주기로 유행했다. 그 이유는 대규모 죽음 뒤에 찾아오는 베이비붐으로 인해 면역력이 없는 새로운 인간 숙주들이 일정 규모를 갖추는 시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잔인한 페스트의 대유행은 결국 다음 숙주를 만날 기회가 드물어지는 수준까지 인구가 급감한 뒤에야 사라지게 됐다. 

∎ 공장식 축산업, 과연 안전한가 

<참고사진>


가창오리의 떼죽음과 페스트로 인한 인구의 급감은 우리에게 전염병 대유행의 기본 공식을 제공한다. 미생물에 대한 면역력을 갖추지 못한 숙주와 미생물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밀집된 숙주의 생활환경, 이 두 가지는 역병(疫病)의 기본 구성 요소다. 

그런 점에서 현대화된 가금류 사육시스템은 불안하기 짝이 없다. 현대식 양계장은 닭과 오리를 좁은 우리에 가두거나 혹은 일정 공간 내에 빽빽하게 몰아넣고 대규모로 사육한다. 개체밀도가 워낙 높기에 이 중 일부라도 전염성 질병을 앓는 경우, 질병은 순식간에 전 개체로 퍼져나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이들은 암탉이 알을 낳자마자 수거돼 인공부화기에서 부화된 뒤, 소독약이 뿌려진 양계장에서 배합 사료를 먹고 자라나기 때문에 제대로 된 면역력을 갖출 기회조차 없다. 즉, 현대식 축산 시스템 상에서 사육되는 가금류들은 근본적으로 전염병의 대유행을 담보하는 형태인 것이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이런 공장식 축산 시스템 하에서 사육되던 수많은 가금류들이 AI가 한번 유행할 때마다 수십만 마리씩 떼죽음 당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접하고 있다. 이런 상황 에서도 과연 ‘경제적 효율’을 위해 공장식 축산 시스템이 정말로 ‘경제적’이고 ‘효율적’인지 숙고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글 : 이은희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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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49 호/2014-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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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몸매·성적도 좌우하는 막강 물질, 호르몬

호르몬의 힘은 막강하다. 외모, 성격, 기분, 기억력 등에 관여하며 몸과 마음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호르몬은 밀리그램(mg, 1mg=0.001g)으로 측정한다. 매우 소량이지만 그 양이 조금만 많거나 적어도 우리 몸은 바로 혼란에 빠진다. 80여 개의 호르몬 중 어느 하나에만 변화가 생겨도 기분이 롤러코스터를 탄 듯 변덕스러워지거나 살이 쑥쑥 빠지고 탈모 증상이 나타나며 우리에게 바로 신호가 온다. 

∎ 오늘따라 까칠? 그녀는 죄가 없다 

여성에게 생리 시작 전 일주일은 한 달 중 가장 괴로운 시간이다. 온몸은 붓고 열이 나며 뾰루지가 올라오고 두통이 찾아온다. 기분은 최악이다. 우울하고 불안하며 예민해 쉽게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부린다. 월경 전 증후군으로 100개 이상의 증상이 있다. 하지만 그녀는 죄가 없다.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는 에스트로겐 탓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과 단짝이다.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올라가면 두 호르몬도 분비량을 늘리고 에스트로겐 농도가 감소하면 같이 줄어든다. 생리 전 일주일은 배란기에 최고점을 찍었던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빠르게 떨어지는 시기다. 기분도 함께 급격히 나빠진다. 

특히 세로토닌은 스트레스와 걱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가뜩이나 양이 적은 시기에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평소보다 더 감정이 격해져 쉽게 울고 화도 잘 내게 된다. 호르몬의 효과가 얼마나 강력한지는 1981년 미국에서 중범죄를 저지른 두 여성을 변호할 때 월경 전 호르몬에 의한 감정변화가 이유라고 호소해 이슈가 됐던 사건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때 세로토닌의 분비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생선이나 달걀, 치즈 콩, 우유처럼 트립토판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트립토판은 필수 아미노산으로 뇌에 도착하면 화학적 단계를 거쳐 세로토닌으로 바뀐다. 

아이스크림이나 쿠키 등 달콤한 간식을 먹는 것도 좋다. 이 시기에는 또 다른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당 대사 속도를 늦춰 혈당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단 음식이 당긴다. 그럴 땐 고민 말고 먹자.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의 분비량이 늘어나고, 인슐린은 트립토판을 뇌로 빠르게 운반하고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해 기분전환에 도움이 된다. 

∎ 아저씨 똥배는 게을러서가 아니다 

기분 뿐만 아니라 몸매도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40대가 되면 남자는 똥배가 나오기 시작한다. 먹는 양이 증가한 것도 아니고 운동을 꾸준히 해도 마찬가지다. 원인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다. 남성은 보통 35살부터 매년 1%씩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해 예순이 되면 30대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성도도 떨어진다. 기초대사량은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최소의 에너지다. 청소년기에는 아무리 많이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는데, 이는 기초대사량이 높기 때문이다. 기초대사량이 낮아진 40~50대 남성은 조금만 먹어도 쉽게 살이 찐다. 그렇게 얻은 뱃살은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키고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 다시 뱃살이 찐다. 악순환의 고리가 시작되는 것이다. 40대에 나오는 똥배는 소위 나잇살이라고 한다. 그 말이 정답이다. 

∎ 벼락치기는 맘 편히 해야 효과가 있다 

시험공부도 호르몬을 알면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죽을 때까지 우리는 쪽지시험, 중간•기말고사, 토익, 승진시험과 같은 다양한 시험 속에 파묻혀 산다. 문제는 시험지를 받으면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텅 빈 듯한 느낌을 받는 것이다. 시험 기억상실증이라는 이 현상의 원인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있다. 

스위스 취리히 대학의 심리학자 도미니크 케르뱅은 이와 관련해 실험을 했다. 참가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눈 뒤 60개의 단어를 외우게 하고 다음 날 시험을 봤다. 첫 번째 그룹은 혈액 속에서 코르티솔로 바뀌는 코르티손이라는 물질이 담긴 알약을 단어 암기 직전과 직후에 먹었다. 두 번째 그룹은 시험 60분 전에 코르티손 알약을 먹었고 세 번째 그룹은 가짜 알약을 투약했다. 참가자 모두 자신이 먹은 알약이 무엇인지 모르고 시험을 치뤘다. 결과는 어땠을까. 

첫 번째와 세 번째 그룹은 시험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은 반면, 두 번째 그룹은 단어를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험 60분 전 체내로 들어간 코르티손이 코르티솔로 바뀌면서 서서히 농도가 높아져 시험을 보는 시점에서 최대치를 기록하며 기억차단 현상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험 직전에 외운 내용은 기억이 잘 안나는 것이다. 게다가 코르티솔의 농도가 올라가면 이해력도 떨어져 시험 때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가 시험을 치는 것이 현명하다. 시험지를 받은 뒤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서서히 분해되면서 기억력과 이해력이 서서히 회복되기 때문이다. 시험공부는 시험시간 열 두시간 전에 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시험 직전에 하는 공부는 시험 성적에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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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4-01-22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리 직후 여성호르몬 증가로 가장 예뻐보인다는 글을 며칠 전에 보기도 했다.

hnine 2014-01-22 17: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리 직전 식욕이 증가한다는 것도 좋은 구실 (?)이 될때가 있지요.
호르몬이야 말로 아주 적은 양으로 큰 영향력을 가지는 우리몸의 "요~물" 이어요.

마노아 2014-01-23 12:46   좋아요 0 | URL
아, 요물이라는 표현이 딱 적격이네요. 생리 기간 내내 왕성한 식욕을 늘 정당화하곤 했죠. 물론, 생리 때만 그런 건 아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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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044 호/2014-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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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사람도 겨울잠 잘 수 있다?!

겨울방학이 되면 태연이 꼭 지키고야마는 철칙이 셋 있다. 첫째, 집 안에서는 절대 걷지 않고 누운 채로 굴러다닌다. 둘째, 하루 24시간 가운데 12시간은 침대에서 나머지 12시간은 소파에 붙어서 산다. 셋째, 하루 다섯 끼니는 반드시 챙겨먹는다! 게으름의 극치를 보여주는 태연의 생활태도에 질린 아빠,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고함을 지른다. 

“언제까지 그렇게 게으르고 태만하고 나태한 삶을 영위할 것이야! 오늘부터 아침 6시에 기상해서 3시간 운동하고 하루 8시간 공부, 밥은 세 끼만 먹도록 해!” 

“예에? 방학생활을 그렇게 하는 어린이가 세상에 어디 있어요!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곰처럼 방학 내내 겨울잠이나 자 버리겠어욧!!” 

“너 말 잘했다. 이제 사람도 겨울잠을 잘 수 있는 시대가 온다니까 한번 그래보자. 나도 게으름 덩어리 딸을 보느니 차라리 겨울잠 자는 딸을 볼란다.” 

“아빠는 농담도 참 귀엽게 하셔.”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의 겨울잠 능력은 원시시대부터 갖고 있었던 거야. 먹이가 없는 길고 추운 겨울을 이겨내기 위해 대사활동을 극도로 줄인 다음 겨울잠을 잤던 거지. 지금은 유전자에 흔적으로만 남아있지만 말야.” 

“음… 아빠 말씀을 듣고 보니 옛날 옛적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에는 사람도 겨울잠을 잤을 수도 있었겠네요. 물론 지금은 불가능하지만.” 

“얘가 과학자 말을 못 믿네. 유럽우주기구(ESA)도 사람 몸 안에 아직까지 겨울잠 회로가 남아있다고 발표했어요. 단지 겨울잠을 시작하는 단계의 유전자 발현만 억제된 상태라고 말이야. 이건 다시 말해서, 유전자를 발현시킬 수 있는 물질을 대량으로 주입하면 방아쇠가 빵 당겨지듯이 겨울잠에 들 수 있다는 얘기야. 또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도메니코 투폰 교수는 쥐에 특정 물질을 주입해서 겨울잠 회로를 켜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지.” 

“와~ 대박! 아빠 거짓말 진짜 잘한다. 이제 없는 사람 이름까지 막 만들어요.” 

“진짜야. 너도 알겠지만 쥐는 원래 겨울잠을 자지 않아요. 그런데 연구팀이 쥐에 아데노신이라는 물질을 투입하자 체온과 물질대사, 심장박동, 호흡 수치가 급격히 낮아지고 주요 대사물질이 탄수화물에서 지질로 바뀌었단다. 겨울잠에 빠질 때와 똑같은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지. 2013년 9월 ‘뉴로사이언스’지에 발표된 진짜 논문 내용이야. 또 연세대학교 생명과학기술학부 최인호 교수 연구팀도 T1AM이라는 물질을 쥐에게 주입하면 겨울잠에 빠진다는 연구결과 발표한 적이 있어요.” 

“덜덜덜…. 진짜인가보다. 말 안 듣고 시끄러운 어린이들 이제 다 끝장났어요.” 

“헤헤, 당연하지! 자, 어떤 형태의 겨울잠을 재워줄까? 변온동물인 개구리형? 날이 추워지면 간에 저장돼 있던 녹말이 포도당으로 분해되면서 혈당이 평소보다 백배 이상 증가하고, 이 고농도 포도당이 영하의 날씨에도 얼지 않는 부동액 형태의 체액을 만들어 겨울잠을 잘 수 있게 해. 이때 개구리의 심장은 멈추고 반(半)뇌사상태에 빠진단다. 어때 맘에 드니?” 

“시, 심장이 머, 멈춘다고요??” 

“좀 무섭나? 그럼 박쥐나 다람쥐 같은 소형 정온동물 형태는 어떠냐. 얘들은 체온을 천천히 섭씨 3도 이하로 낮춰서 혈액을 과냉각(상(相)변화 이하의 온도까지 떨어져도 액체가 얼지 않는 현상) 상태로 만들지. 불곰이나 흑곰 같은 대형 정온동물도 방법은 비슷한데, 체온을 30도 이하로 떨어뜨리면서 심장은 1분에 9회 이하만 뛰도록 만들어요. 당연히 에너지 대사율도 극도로 낮추고 말이야.”

“악! 생각만 해도 너무 춥고 무서워요. 특히나 겨우내 아무것도 먹을 수 없다는 건 정말이지 참을 수 없다고요!” 

“물론, 말 안 듣는 어린이를 위해 과학자들이 겨울잠 자는 방법을 연구하는 건 아냐. 장거리 우주여행, 저체온 수술과 장기 이식, 다이어트, 수명 연장 등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연구하고 있단다. 우주여행을 예로 들어볼게. 사람이 우주의 무중력 상태에 오래 있게 되면 근육위축과 골다공증을 겪게 돼. 실제로 우주정거장에 56일간 체류한 우주인의 무릎 근력은 이전보다 20% 감소하고, 175일 동안 체류한 사람의 대퇴부 근력은 25~42%나 줄어든다는 조사가 있어. 그런데 장거리 우주여행자에게 겨울잠을 자게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단다.” 

“어떻게요?”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은 ‘각성’을 통해 근육과 뼈를 보호하거든. 각성은 겨울잠을 자는 동물이 5~10일에 한 번씩 주기적으로 깨서 체온을 올리는 현상을 말하는데, 이때 근육조직을 보호해주는 열충격단백질(HSP)이 평소보다 50% 이상 늘어난단다. 뼈와 근육은 오랜 시간 움직이지 않으면 쇠퇴하기 마련인데도, 겨울잠에서 깨어난 동물들은 금세 멀쩡해져서 잘 움직이지 않던? 그게 다 각성 덕분이란다. 마찬가지로 장거리 우주여행자에게 겨울잠을 자게 하면 중간 중간 각성이 돼 근육과 뼈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되는 것이지.” 

“겨울잠이 건강에 도움이 될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또 겨울잠을 자는 동안은 면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바이러스와 병원균이 침투하기 쉽지만, 체온이 너무 낮아서 질병으로 발전하는 것 역시 힘들단다. 그러다 각성 상태가 되면 체온이 오르면서 급격히 면역체계가 가동되고 바이러스와 병원균도 한꺼번에 물리치지. 우주여행자가 질병으로부터 자유로워질 방법 역시 겨울잠이라는 얘기가 돼.” 

“잠시만요~ 태연이 아데노신과 T1AM 급히 찾아 오실게요!” 

“뭔 불곰 겨울잠 깨는 소리냐?” 

“저 이제 효녀 태연으로 거듭나볼게요. 찬바람 불기 시작하면 다리가 쑤신다, 어깨가 결린다, 감기가 한 달 씩 간다 하시며 눈물짓는 아빠를 보면서 꼭 효도를 해드리자 다짐하고 또 다짐했건만, 소녀 여태껏 방법을 찾지 못하였사와요. 그러나 이제 겨울잠 보신방법을 알아냈으니 곧바로 실천에 옮겨볼게요~.” 

“요것아, 아빠를 겨울잠 재워놓고 방학 내내 게으름의 극치를 달려볼 생각이란 걸 내가 모를 줄 알고? 고렇게는 못하지!”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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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OCUS 과학

제 2035 호/2014-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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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김장문화’, 인류무형유산 등재!

우리나라의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2013년 12월 2일부터 7일까지 아제르바이잔의 수도 바쿠에서 열린 제8차 유네스코 무형유산보호 정부간위원회에서 ‘김장, 한국의 김치를 담그고 나누는 문화(Kimjang; Making and Sharing Kimchi in the Republic of Korea)’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을 최종 확정한 것이다. 이로써 한국의 대표적인 식문화인 ‘김장문화’가 전 세계인이 함께 보호하고 전승하는 문화유산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채소 절임 음식은 다른 문화권에도 많지만 김장처럼 겨울이 다가오기 직전에 전 국민 약속이라도 한 듯 집중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저장해두는 풍속은 찾아보기 힘들다. 또한 김장문화에는 단지 음식의 장만뿐만 아니라 공동체 아이덴티티의 나눔이라는 상징적 정서가 숨어 있다. 

김장문화는 그 자체로도 의미가 깊지만 이렇게 담근 김치가 실제로 몸에도 좋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예전에 중국에서 발생한 사스가 전 세계로 퍼져나갔을 때 유독 한국에서만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은 걸 두고 외국 언론에서는 한국인들이 김치를 먹기 때문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실제로 김치가 조류독감과 사스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그 후 발표됐다. 

김치와 같은 채소 절임 음식은 전 세계의 많은 나라에서도 오래 전부터 먹어 왔다. 기무치의 경우 원래 일본의 전통 야채 절임 음식인 ‘츠케모노’의 하나였는데, 그중에서도 하룻밤 정도 야채를 소금에 절인 뒤 담백한 양념을 넣은 ‘아사츠케’와 비슷하다. 

또 중국에는 배추나 무에 고추, 생강, 피망, 마늘을 첨가한 후 소금과 식초, 설탕 등을 섞어서 절인 ‘파오차이’라는 음식이 있으며, 필리핀과 인도네시아에는 ‘아차르’가 있다. 서양의 대표적인 채소 절임 음식은 오이피클이다. 특히 독일에는 양배추를 소금에 절여 만든 ‘사우어크라우트’가 있는데, 발효되면 신맛이 아주 강해 서양 김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김치는 재료나 제조법 등에 있어서 다른 채소 절임 음식들과는 매우 다른 특징을 지닌다. 일본 기무치의 경우 김치처럼 자연 발효를 시키지 않고 사과산과 구연산 등 여러 가지 인공 첨가물을 넣어 부드러운 신맛을 낸다. 이는 젖산 발효가 일어난 뒤 자연스레 생기는 신맛을 일본인들이 싫어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무치는 김치보다 유산균 수가 훨씬 적을 수밖에 없다. 일본 후지 TV에서 실시한 유산균 수 비교 결과에 의하면 김치에는 1g당 8억 마리가 넘는 유산균이, 기무치에는 1g당 480만 마리의 유산균이 들어 있어 무려 167배나 차이 났다. 

중국의 파오차이는 재료들을 소금, 식초, 설탕, 바이주(白酒)로 섞어 만든 물에 담가 고온 발효시킨다. 때문에 저온 발효로 숙성시키는 김치와 달리 2~3일이면 바로 먹을 수 있다. 이에 비해 김치는 배추를 소금에 반나절 정도 담가 숨을 죽인 다음 본격적인 조리에 들어간다. 이때 소금은 양념의 맛이 채소 조직 내에 잘 침투되고 김치가 발효할 때 좋지 않은 균이 생성되는 것을 막는 작용을 한다. 

그 후 각종 양념과 재료를 섞어 버무리는데, 여기서 우리 조상들은 미생물들을 위한 배려도 빠뜨리지 않았다. 젓갈과 쌀가루 등을 넣어 김치를 발효시키는 미생물의 먹이가 되게끔 한 것이다. 이 같은 지혜는 타 국가의 저장 식품과는 전혀 다른 김치만의 특징이다. 

김치가 지닌 또 하나의 장점은 단백질이나 지방 등 열량을 내는 영양소가 적은 대신 칼슘과 인이 비교적 많이 함유돼 있다는 것이다. 서양 식단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칼슘과 인이 부족하다는 건데, 쌀밥과 김치만 함께 먹어도 그런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김치에는 치명적 단점 하나가 항상 따라 다닌다. 다른 음식에 비해 짜다는 점이 그것이다. 한국인 고혈압의 주된 원인이 김치를 통해 나트륨을 많이 섭취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어왔다. 그런데 최근 세계김치연구소가 발효 김치를 통해 나트륨을 섭취할 경우, 오히려 고혈압의 발생을 완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세계김치연구소의 김현주 박사팀이 발효된 배추김치(염도 2.57%)를 민감성 쥐 그룹에게 섭취시킨 결과, 사료에 2.57%의 소금을 섞어 섭취한 쥐 그룹에 비해 혈압 상승이 12%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신장 기능에 장애가 있음을 보여주는 단백뇨(일정량 이상의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오줌) 역시 52%나 낮게 나타났다. 이는 발효 김치를 통해 나트륨을 섭취할 경우 고혈압 및 신병증의 발생을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항산화물질, 식이섬유소, 유산균 등 김치의 여러 기능성 성분과 칼륨 섭취가 이뤄지면서 항고혈압 효과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밖에도 김치 유래 유산균인 ‘락토바실루스 플랜타룸 CHLP133’이 아토피 피부염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 등 김치의 효능에 대한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김장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가 김치의 과학적인 우수성을 전 세계에 다시 한 번 인식시킬 수 있는 계기로 작용하길 기대해 본다. 

글: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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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4-01-06 1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김치가 세계인의 음식이 될 날도 멀지 않았군요.^^

마노아 2014-01-06 18:00   좋아요 0 | URL
이러다가 우리보다 외국에서 더 인기 있을지도 몰라요.^^;;;

2014-01-06 12: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6 18: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6 18: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1-06 1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4-01-06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원래는 김치를 문화유산으로 올리려다 상업제품이라 김장으로 바꾸었다는 기사를 본 기억이 나네요.아무튼 우리의 감장이 세계의 문화유산이 되었다니 축하할 일입니다.
그나저나 늦었지만 마노아님 서재의 달인 등극 축하드리면 새해 복많이 받으셔용^O^

마노아 2014-01-07 00:28   좋아요 0 | URL
김치보다 김장문화가 더 적당해 보이네요. 문화유산의 취지에 말이지요.
카스피님도 서재의 달인이시지요? 하하핫, 축하합니다. 카스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히 지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