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UN 과학

제 2324 호/2015-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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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 취! 에이오오이이~ 취히!”

두꺼운 이불을 돌돌 말고 앉아서 연신 재채기를 해대는 태연. 감기에 아주 제대로 걸렸다. 아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보온병에서 뜨끈한 보리차를 따라 태연에게 준다.

“어쩌다 이렇게 홀딱 감기에 걸렸어. 옷을 얇게 입는 애도 아니고, 집이 추운 것도 아니고, 주변에 감기 걸린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닌데…”

이때, 바닥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는 태연의 목도리와 장갑이 아빠의 눈에 들어온다.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잽싸게 그것들을 들고 킁킁 냄새를 맡는 아빠, 순간 안쓰러운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태연의 머리를 콕 쥐어박는다.

“아야! 지금 환자한테 폭력 쓰시는 거예욧??!!”

“아빠가 목도리랑 장갑 자주자주 빨아야 된다고 했지! 저렇게 폭 삭은 홍어 냄새가 날 때까지 목도리를 안 빠는데 감기에 안 걸리고 배기냐?”

“헐, 과장이 너무 심하신 거 아녜요? 겨우 이틀 안 빤 양말 수준이더구먼. 그리고 목도리 더러운 거랑 감기랑 무슨 상관이에요?”

“상관이 많아도, 너~무 많아요. 얼마 전 기사에서 보니까, 보통 사람들의 목도리와 장갑에 사는 세균이 온갖 오물로 가득한 쓰레기통 안쪽 면보다 무려 4배나 많다고 하더구나. 그럴 만도 한 것이, 세균은 수분과 양분으로 자라는데 목도리나 장갑은 입김과 땀 때문에 수분이 충분하고 살과 직접 맞닿아서 피부 각질 등의 양분도 넉넉하거든. 세균에게는 그야말로 낙원이 따로 없는 거지. 거기다 면섬유와 달리 겨울옷의 소재로 많이 쓰이는 아크릴이나 폴리에스테르 같은 화학섬유는 세균들이 아주 잘 번식할 수 있는 구조를 하고 있단다. 지금 네 목도리와 장갑도 다 화학섬유니까, 세균이 무척 잘 번식했겠지? 그럼 감기에 걸리겠냐, 안 걸리겠냐!”

“대박! 그러니까 세균 입장에서 보면, 제 목도리가 먹을 게 넘쳐나고 머물기에도 더없이 쾌적한 7성급 호텔이란 말씀이세요?”

“바로 그거야. 그러니 너 같으면 그 좋은 데를 떠나고 싶겠냐? 마구 번식을 해서 세력을 확장하고 싶겠지. 조사 결과, 목도리와 모자에서는 피부 질환과 호흡기 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황색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이 아주 많이 나왔고, 장갑에서는 특히 장염과 탈수를 유발할 수 있는 간균(Bacillus)이 많이 검출됐단다.

“피부병이나 장염까지 걸릴 수 있다고요?”

“그러니까 귀찮다고 이빨로 장갑을 물어서 벗는 습관은 제발 좀 그만해 줄래? 그러다 장염 걸리면 네가 그토록 사랑하는 세상의 많은 음식과 잠시 이별할 수도 있단 말이다. 또 봄·여름·가을 세 계절 동안이나 밀폐된 장롱 속에 있던 겨울옷을 처음에 딱 꺼내 입으면 잠시 콜록콜록 기침이 난다거나 갑자기 없던 여드름이 생긴다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바로 오랫동안 겨울옷 속에서 쑥쑥 자라난 진드기, 곰팡이 균 그리고 섬유 먼지와 같은 유해 물질 때문이란다.”

“맞아요! 겨울옷 처음에 입으면 코끝이랑 목 같은 데가 간질간질하던데, 그게 세균 때문이었구나! 그럼 겨울옷은 어떻게 관리해야 해요?”

“가장 좋은 건 물론 빨래야. 특히 목도리랑 장갑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꼭 빠는 게 좋아. 하지만 코트, 패딩 같은 겨울옷들은 자주 빨 수가 없으니까, 베란다에서 툭툭 먼지를 턴 다음 햇볕에 한 두 시간 정도 말려주면 어느 정도는 세균 번식을 막을 수 있단다.

“내 친구 보니까 뿌리는 살균제를 쓰던데, 그럼 손쉽게 세균을 죽일 수 있지 않을까요?”

“물론, 일시적으로는 세균이 죽지만 수분과 먼지가 그대로 남아 있는 한 바로 다시 세균이 증식하니까 장기적인 효과를 보기는 힘들지.”

“어쨌거나 제일 좋은 건 세탁이라는 건데…”

“그렇다고 막 빨면 비싼 소재의 겨울옷을 다 버릴 수도 있으니, 무척 신경을 써야 한단다. 소재별로 주의점이 상당히 많은데, 만약 그걸 다 외우기 어렵다면 소재별로 꼭 피해야 하는 것 하나씩만 기억하는 것도 좋아요. 예를 들어, ‘니트는 더운물 NO, 울 소재는 햇볕 NO, 기능성 아웃도어는 드라이클리닝 NO’ 이런 식으로 말이야. 다운 패딩 역시 드라이클리닝보다는 집에서 미지근한 물로 빠는 게 훨씬 좋지.”

“어? 생각보다 쉬운데요? 근데 비싼 옷은 무조건 다 세탁소에 맡겨서 드라이클리닝 하는 게 좋은 건 줄 알았는데, 아웃도어랑 다운 패딩을 집에서 빨라는 건 뜻밖이에요.”

드라이클리닝은 의류의 기능성 막을 손상시켜 특수 기능을 떨어뜨리고 발수력도 저하시킬 가능성이 높거든. 그보다는 순한 중성 세제를 이용해서 집에서 미지근한 물로 빠는 게 훨씬 안전한 방법이란다.”

“놀라운 아빠의 빨래 지식을 들으면서, 또 한 번 느꼈어요. 역시, 배움엔 실천이 최고예요. 약주 드시고 새벽 4시에 들어오신 그 망년회 만행 사건 이후, 엄마에게 벌 받느라 매일 그렇게 열심히 빨래를 하시더니. 두 달 만에 겨울옷에 관한 모든 것을 배우셨잖아요. 정말 대단해요.”

“흑흑흑. 빨래 때문에 손바닥이 온통 주부 습진이야. 눈물 젖은 아빠의 손바닥 호~ 한 번만 해주면 안 될까?”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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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309 호/2015-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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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피부가 벗겨진다? 건강하게 때 미는 방법!


2시간에 걸친 긴긴 목욕을 마치고 휴게실에서 만난 태연과 아빠, 벌겋게 달아오른 반질반질한 얼굴을 마주보며 바나나맛 우유를 원샷한다.

“캬! 목욕 뒤에는 역시 바나나맛 우유죠.”

“역시 넌 뭘 좀 아는 딸이야. 그런데 엄마는 언제쯤 나오실 거 같더냐?”

“음…, 오늘은 유난히 전투적이세요. 피부를 다 벗겨내기 전까진 목욕탕 밖으로 한 발짝도 옮기지 않을 듯한 기세였어요.”

“이런, 진짜로 때가 아닌 피부를 벗겨내고 있구나. 살살 조금만 밀라고 그렇게 얘기를 해도 왜 그리 말을 안 듣는지 모르겠다. 원래 ‘때’는 공기 중의 먼지 같은 더러운 물질과 피부 각질의 죽은 세포, 땀, 피지 등이 뒤섞여서 피부에 붙어있는 걸 말하는데, 이건 비누 샤워 정도만 해도 거의 다 씻겨나간단다. 가볍게 몸을 씻고 뜨끈한 대중탕에 들어가서 푹 불리고 나오면, 이미 때는 거의 다 사라지고 없다는 뜻이야.”

“엥? 푹 불리고 나온 다음에 때를 미는데, 때가 없다니요? 그럼 그 검은 국수가닥의 정체는 무언가요?”

“피부 각질층이지. 피부는 피하 조직, 진피, 표피 순서로 이뤄져 있고 표피의 가장 바깥에 있는 딱딱한 층을 각질층이라고 한단다. 각질층은 피부가 적당한 수분을 유지하도록 보호해주고,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피부 장벽 역할도 하는 아주 중요한 곳이야. 그런데 때를 민답시고 이 각질층을 지나지게 벗겨내 버리면 인체는 손상된 피부를 복구하기 위해 각질층을 점점 더 많이 생산하게 된단다. 그렇게 되면 허연 버짐 같은 게 생기면서 피부는 더욱 거칠고 지저분해지고, 시원하게 때를 밀고 싶다는 욕망이 미친 듯이 강해져서, 결국에는 벌겋게 염증 반응이 일어날 때까지 피부를 벗겨내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지.”

“후덜덜…, 그럼, 때는 절대로 밀면 안 되는 거예요?”

“그렇게 나쁜 점만 있으면 엄마 아빠가 너랑 같이 목욕탕에 오겠니? 부드러운 천으로 살살 미는 정도의 때밀이는 묵은 각질을 벗겨내고 피부의 혈액 순환을 돕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단다. 특히 너나 나처럼 무척이나 기름진 지성 피부의 경우에는 모공을 막고 있던 각질을 없애 뾰루지를 예방할 수도 하지. 그리고 무엇보다 온몸의 더러움을 다 벗겨버린 것 같은 개운한 느낌! 기네스 펠트로와 같은 여러 해외 스타들도 우리 때밀이 문화에 푹 빠졌다고 하던데, 그만큼 때밀이의 상쾌함이 행복감을 준다는 거야. 다만, 죽은 각질을 넘어서 살아있는 상피 세포까지 마구 벗겨내는 게 잘못이라는 거지. 보통 거무튀튀한 때를 벗기면 허여멀건 한 때가 나오지? 그건 거의 다 살아있는 세포라고 보면 된단다.

“색깔까지 너~무 실감나게 설명해주셔서 비위가 좀 상하긴 하지만, 암튼 아빠가 목욕탕 올 때마다 빡빡 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이유를 이제 알겠어요. 그런데 각질층을 과다하게 벗겨내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 거예요?”

피부 장벽인 각질층이 얇아지면서 가장 먼저 일어나는 증상은 수분 손실이야. 때를 빡빡 밀고 나면 온몸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나는데, 피부가 수분을 너무 많이 빼앗겨서 나타나는 증상이란다. 특히 겨울에는 난방 때문에 실내 공기가 무척 건조해서 수분 손실이 더욱 클 수밖에 없지. 때를 민 피부가 정상적인 보습 상태로 돌아오려면 최소 하루 이상의 시간이 걸리고, 피부의 보호 장벽이 완전히 제 기능을 회복하는 데까지는 무려 일주일이나 걸린다는 보고도 있어요. 그러니까 일주일 안에 두 번 이상 때를 심하게 미는 건 절대로 하면 안 되는 일이야. 특히 아토피나 건선 등 만성 피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증상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에 가급적 때밀이를 하면 안 된단다.”

“어쩐지 목욕탕에 그렇게 오기 싫더라고요. 제 몸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본능적으로 목욕탕을 싫어한 거였어요. 저, 오늘부터 목욕탕과의 결별을 선언하겠어욧!”

“우리 태연이, 누굴 닮았는지 잔머리는 참 잘 써요. 목욕탕 오기 싫은 건 알겠는데, 미안하지만 때를 심하게 밀지만 않는다면 겨울철 목욕은 피부에 수분을 공급할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이란다. 짧은 샤워보다는 훨씬 좋지. 뜨끈한 물속에 10~20분 정도 몸을 담그면 건조했던 피부가 충분히 수분을 충전할 수 있거든. 다만, 따뜻한 물속에서는 우리 몸의 천연 보습 인자도 씻겨나가기 때문에 목욕 후 3분 이내에 보습제를 충분히 발라주는 게 아주 중요해요. 아무리 수분을 보충했다 해도 보습제를 쓰지 않으면 도로 다 빠져나가 버리니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격’이 될 수밖에 없거든.”

이때, 때를 아니 피부 각질층을 맘껏 벗겨낸 엄마가 얼굴에 홍조를 가득 띤 채 나타난다. 애니메이션 ‘라바’에 나오는 핑크 라바와 무척이나 흡사한 엄마의 모습에 아빠와 태연 깜짝 놀란다.

“헐, 대박! 때밀이가 사람을 핑크 라바로 변신시킬 수도 있는 건가요?”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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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 과학

제 2300 호/2015-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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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 때도 없는 ‘폭풍 졸음’, 혹시 기면증?

직장인 최 모(29)씨는 최근 불면증 때문에 수면 클리닉을 찾았다가 깜짝 놀랐다. 시도 때도 없이 잠에 빠지는 질환인 ‘기면증’ 진단을 받은 것이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수시로 밀려드는 졸음 때문에 곤란했던 적이 많았지만, 늘 자신이 의지가 부족한 거라고만 생각해 왔다. 

기면증은 생각보다 흔한 질환이다. 미국 역학 조사에 따르면 인구 2000명 중 1명이 기면증 환자다. 이를 우리나라에 단순 적용하면 현재 추산되는 환자만 2만 5000명이다. 이에 비해 기면증 확진을 받은 환자는 2500명 정도에 불과해, 나머지 90%는 자신이 기면증인 줄도 모른 채 하루하루 졸음과 힘겹게 사투를 벌이고 있다. 

기면증은 시차에 적응하지 못한 것처럼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갑자기 잠에 빠지는 질환으로, 일반적으로 낮잠 검사를 했을 때 8분 이내에 잠들면 기면증일 확률이 높다. 얕은 잠을 거치지 않고 바로 꿈꾸는 잠, 즉 렘(REM) 수면에 빠지기 때문에 잠이 들 때쯤 꿈 꾸는 듯한 경험을 한다. 온 몸의 근육에 힘이 빠진 렘 수면 단계에서 갑자기 잠이 깨는 현상인 ‘가위눌림’도 자주 겪는다. 낮에 피로가 누적되지 않고 밤에 잠들게 하는 멜라토닌 호르몬이 정상인보다 늦게 분비되기 때문에 밤에는 오히려 불면 증상이 나타난다. 

■ 뇌를 깨우는 신경 전달 물질 부족해 잠이 온다 

기면증은 뇌에서 각성을 유도하는 하이포크레틴이라는 신경 전달 물질이 부족해서 생긴다. 더 정확하게는 하이포크레틴을 만드는 뇌 시상하부의 신경 세포체가 정상인보다 훨씬 부족하다. 흔히 ‘기면증’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증후군이 아니라 생물학적 원인이 분명한 ‘질환’이다. 

1880년 프랑스의 젤리노 박사가 ‘견딜 수 없을 정도의 졸음’에 ‘narcolepsy(기면증의 영어 이름)’이라는 이름을 붙인 뒤, 1950년대 미국의 디멘트라는 학자가 기면증 연구를 획기적으로 확대했다. 기면증 증상이 있는 개를 순종 교배 시켜 선천적으로 기면증이 있는 개를 탄생시켰다. 그 개의 뇌를 조사했더니 하이포크레틴을 만드는 세포체 자체가 부족했던 것이다. 

현재 학계는 기면증을 면역 세포가 자기 몸의 정상 세포를 공격하는 ‘자가 면역 질환’의 일종으로 보고 있다. 신종 플루가 유행하던 시기에 유럽에서 신종 플루 백신을 맞은 청소년에서 기면증 발병률이 급증한 적이 있는데, 나중에 알아보니 백신에 이상이 있었다. 다시 말해, 면역계 이상으로 우리 몸속의 면역 세포가 하이포크레틴 세포체를 파괴하는 바람에 기면증에 걸린다. 

주로 15~16세의 청소년 시기에 처음 발병한다. 바이러스성 질환인 감기나 신종 플루에 걸리면 몸 안에서 항체를 만든다. 사춘기에는 뇌 조직과 구조가 급격히 바뀌기 때문에 이런 항체가 엉뚱하게도 뇌의 특정 부위를 공격할 수 있다. 대부분의 자가 면역 질환이 이런 이유로 사춘기 때 처음 발병한다. 

기면증은 유전되지만, 환경 요인이 더 중요하다. 선천적으로 하이포크레틴 세포체를 절반만 갖고 태어났더라도 졸린 증상이 없으면 기면증이 아니다. 그러나 만약 사춘기 때 독감에 걸려 면역계에 이상이 생기면 세포체 수가 훨씬 줄어들면서 기면증에 걸릴 수 있다. B형 간염 환자의 가족은 모두 보균자지만, 모두가 간암으로 발전하지 않는 것과 같다. 

우리 몸의 면역계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없기 때문 기면증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 다만 발병 초기에는 우리 몸의 면역 세포가 하이포크레틴 세포체를 다 파괴하기 전에 면역 치료를 할 수 있다. 스테로이드 같은 면역 억제제를 썼을 때 기면증이 완치됐다는 연구 보고가 있다. 

■ 도파민 분비하는 약으로 정상 생활 가능 

문제는 발병 초기에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매우 드물다는 점이다. 미국에서 500명의 기면증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증상이 처음 나타난 시점에서 실제로 진단 받을 때까지의 기간이 평균 15년 걸렸다. 기면증 자체가 심한 통증을 유발하거나 다른 합병증을 유발하지 않고 졸음이 병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수면의학 전문가인 신홍범 대한수면의학회 보험이사는 "특히 미디어가 만든 이미지 때문에 기면증 환자들이 병원에 오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영화나 방송에는 기면증 환자가 길을 걷다가 갑자기 픽 쓰러져 잠을 자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이렇게 긴장하거나 흥분할 때 근육에 힘이 빠지는 ‘탈력 발작’은 가장 잘 알려진 기면증의 특징이지만, 탈력발작을 겪는 환자는 상위 1%에 드는 극심한 경우다. 

진단을 늦게 받는 환자는 수년간 졸음 때문에 못 견디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우울증을 겪거나 활동량이 부족해 건강을 해치기도 한다. 하이포크레틴은 식욕 조절 기능도 있는데, 이 호르몬이 부족한 기면증 환자들은 폭식을 하는 경향도 있다. 과체중이 될 위험이 정상인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것이다. 따라서 청소년기에 갑자기 심각하게 졸린 증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면 빨리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 

신 원장은 "우리 병원에 온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해 보니 발병에서 진단까지 평균 7년이 걸렸다."라며 "미국보다 상대적으로 진단 기간이 짧은 건 기면증이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면서 국내 인식도가 높아졌고 특히 교육열이 높아 졸음으로 성적이 떨어진 중고생들이 병원을 찾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발병한 지 수년이 지나 확진을 받을 때면 세포체가 모두 죽었을 가능성이 높아 면역치료는 불가능하다. 현대 의학으로 기면증을 완치하는 방법은 줄기세포 외에 없지만, 그래도 약물을 이용하면 정상적인 생활은 가능하다. 현재 기면증 치료제로 이용하는 ‘모다피닐’은 섭취했을 때 도파민, 세로토닌, 히스타민 같은 각성 물질이 분비되도록 돕는 약물이다. 매일 약을 챙겨만 먹어도 졸리지 않은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 엡워스 졸음증 척도 
이 척도 자체가 기면증 진단을 위한 도구는 아니지만, 병적인 졸음 정도를 손쉽게 평가할 수 있어서 많이 사용한다. 최근 일상생활을 기준으로 다음 상황에서 얼마나 쉽게 졸거나 잠이 드는지 답해 보자. 총점이 11점 이상이면 기면증일 확률이 높다. (전혀 졸지 않는다=0, 졸 우려가 약간 있다=1, 졸 우려가 중간 정도 있다=2, 졸 우려가 매우 높다=3)
* 앉아서 책을 읽을 때 ( ) 
* TV 시청할 때 ( ) 
* 공공장소(극장, 회의실 등)에서 가만히 앉아 있을 때 ( ) 
* 승객으로서 쉬지 않고 한 시간 동안 차를 타고 갈 때 ( ) 
* 오후 시간에 짬이 나서 휴식을 취하려고 누울 때 ( ) 
* 앉아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는 경우 ( ) 
* 술 없이 점심 식사를 하고 조용히 앉아있는 경우 ( ) 
* 차안에서, 운전 중 차가 막혀서 몇 분간 멈추어 서 있을 때 ( )


글 : 우아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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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N 과학

제 2279 호/2014-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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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침, 세 개의 알람과 엄마의 쩌렁쩌렁한 고함 그리고 아빠의 호루라기 소리 없이는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태연. 마무리로 강아지 몽몽이가 시끄럽게 짖어줘야 간신히 바위만 한 눈곱을 떼고 기상을 한다.

“아빠, 도저히 못 참겠어요! 우리도 9시까지 등교하는 그 도시로 이사 가면 안 돼요? 어디는 고등학교는 9시까지 가는데, 저는 초등학생인데 왜 8시 10분까지 가야 하느냐고요. 네?!”

“잔말 말고, 호루라기 더 불기 전에 빨리 안 일어날래?”

“공부를 잘하려면 잠을 푹 자야 한다고 선생님이 그러셨단 말이에요!”

“그거야 그렇지. 사람의 뇌는 잠을 잘 때 낮 동안 학습했던 정보들을 정리하거든. 그날 학습한 내용을 스스로 반복해서 단기 기억을 장기 기억으로 전환하는데, 잠을 깊이 푹 자면 장기 기억 저장이 훨씬 더 잘 되기 때문에 성적 향상에 도움이 된단다. 밤새 벼락치기를 하면 다음날 시험에는 도움이 되지만 며칠 지나면 몽땅 까먹어버리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지.”

“거 봐요. 제가 많이 자겠다고 하는 건 어디까지나 성적 향상을 위해서 라고요.”

“아이고, 입만 살아가지곤. 암튼, 너는 매일 9시간씩 꼭꼭 자니까 괜찮지만, 보통의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 문제는 심각한 수준이란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조사한 걸 보면, 고등학생은 하루에 겨우 5시간 27분, 중학생은 7시간 12분, 초등학생은 8시간 19분을 잔다는구나. 의학적으로 최소한 7~8시간 이상은 자야 건강한 활동을 할 수 있는데, 특히 고등학생의 경우에는 지나치게 잠이 부족한 상황이지. 일부 교육청의 ‘9시 등교 정책’에 대해 아직 찬반 논란이 팽팽하지만, 다른 걸 다 떠나서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해보는 좋은 계기가 된 것만은 사실이야.”

“헐, 그럼 저도 고등학교 가면 5시간밖에 못 자는 거예요? 그러기 진짜 싫은데…. 외국 청소년도 저희처럼 수면 부족이에요?”

“우리보다는 덜하지만, 어느 정도는 그런 것 같더구나. 미국소아과학회(AAP)에서도 얼마 전 청소년의 수면 시간을 늘리기 위해 등교 시간을 늦춰야 한다는 권고안을 냈는데, 청소년기에는 수면 패턴이 바뀌기 때문에 저녁에 일찍 재우는 것보다는 차라리 아침에 늦게 깨우는 게 낫다는 거야.”

“수면 패턴이 바뀌어요? 어떻게요?”

“사춘기가 되면 여러 생물학적 변화와 함께 생체리듬도 바뀐단다. 수면유도 호르몬인 멜라토닌이 성인보다 최대 2시간 정도 늦게 분비되기 때문에 어른들은 잠이 쏟아지는 밤 11시에 청소년들은 잠이 안 와서 말똥말똥 깨어있고, 어른들이 활기를 되찾는 오전 8시쯤에는 반대로 비몽사몽이 되는 거지. 몸은 깨어있으나 뇌는 잠자는 상태인 거야. 미국소아과학회 주장은 청소년의 수면 패턴이 이렇게 올빼미형으로 바뀌게 되니, 차라리 아침에 늦게 일어날 수 있게 등교 시간을 늦추자는 거란다. 우리나라 일부 교육청의 주장도 마찬가지고. 실제로 등교 시간을 늦췄더니 출석률과 학업 성취도가 높아지고, 수업 시간에 조는 비율이 크게 줄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어요.”

“거봐요, 늦게 등교해야 한다고요!”

“이외에도, 얼마 전 피츠버그 대학 연구팀은 수면이 부족한(6시간 이하) 고등학생의 경우 체내 염증도가 높아 각종 질병에 걸리기 쉽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고, 을지대학교에서는 7시간 이하로 자는 청소년이 그 이상 잠자는 경우보다 자살 생각과 우울한 감정 모두 1.4배 높다는 발표를 했단다. 또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은 하루 평균 5시간 이하를 자는 청소년이 7시간 이상을 자는 아이들보다 비만 위험이 2.3배나 높다는 조사결과를 내놨어요. 모두 청소년들의 수면 부족이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들이지.”

“아침에 늦게 등교하면 밥도 많이 먹을 수 있잖아요!”

“그것도 중요한 얘기야. 등교 시간을 늦추면 아무래도 아침밥을 먹는 아이들이 더 늘어나겠지. 현재는 아침밥을 굶는 청소년이 무려 전체의 1/4이나 되는 상황이거든. 밥을 먹으면 두뇌의 에너지원인 포도당이 잘 공급돼, 학습 능률도 향상되고 성적도 올라간단다.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실제로 아침밥을 먹는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5%가량 높다는 구나.”

“아니, 그럼 더 이상 뭐가 문제라는 거예요! 건강에도 좋고 공부도 더 잘한다는데 왜 저는 일찍 등교 하냐고요!!”

“물론 과학적으로는 청소년들에게 아침잠을 더 자도록 하는 게 맞아. 그런데 9시 등교는 그렇게 단순한 문제가 아니란다. 맞벌이 부모님들은 아이가 일어나기도 전에 출근해야 할 수도 있고, 그러다 보면 오히려 아침밥을 먹이기 힘들어질 수도 있으며, 장거리 통학하는 학생들 교통편도 문제고, 지금까지 해왔던 교육 프로그램을 바꾸는 것도 어렵고…. 풀어야 할 문제가 아주 많단다. 이런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가고, 선생님과 학생, 학부모 모두 서로의 생각을 잘 조율해서 결정해야 하는 부분이니까 너 좋은 대로만 할 수는 없어요.”

“아, 몰라요. 일단 저는 자체적으로 9시 등교를 결정할래요. 선생님께 전화하셔서 ‘태연이는 자신의 수면권 보호를 위한 24시간 수면 투쟁에 들어갔다’고 꼭 전해주세요. 아셨죠?”

“말로 해서는 안 되겠다. 이번엔 나팔 분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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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4-12-10 0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풀어야할 문제들이 많기는 하지만, 학교 등교시간 늦추는것, 야자금지 이런것들은 꼭 좀 성사되었음 좋겠어요.

마노아 2014-12-10 08:53   좋아요 0 | URL
저는 선행학습 금지요. 그런데 지금같은 구조에선 택도 없는 일 같아요. ;;;;
 

제 2278 호/2014-12-08

날이 추워진 요즘, 기침을 하는 사람이 많이 찾는 과일 중에 하나가 바로 배다. 배에는 루테올린이라는 성분이 들어있는데, 이것은 기침이나 가래를 멎게 하는데 도움을 준다.

기침이나 가래와 같은 기관지염뿐만 아니라 배는 알코올 성분을 분해하는 기능도 있다. 배는 해독작용이 뛰어나기 때문에 술 먹은 다음 날, 배를 먹으면 숙취가 해소된다. 또한 소화효소도 들어있기 때문에, 과식을 한 후, 배를 먹으면 속이 편해지는 것을 알 수 있다.

배는 다른 과일에 비해 칼륨 함량이 높기 때문에, 김치와 같은 음식에 들어가면 짠 맛을 덜어주기도 한다. 이 칼륨 성분은 혈압을 조절하기 때문에 고혈압 환자에게 좋은 과일이다. 또한 펙틴이라는 식이섬유가 풍부하기 때문에 변비를 예방해 다이어트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배는 단단한 상태로 먹는 과일이므로, 사과와 함께 두는 것은 피해야 오래 보관할 수 있다.

 

출처 : 과학향기 

 

큰시스터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포도, 둘째 시스터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은 복숭아, 나는 배~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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