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1등하는 것이 두려워요." - 9집 ">『Hwantastic』 발표한 이승환

- 이승환
게재일 : 2006-12-07 조회수 : 335
글 / 김정희candy@yes24.com
이승환의 새 앨범이 나오면 사람들은 말한다. "이승환의 앨범이라는데 무슨 말이 더 필요해?" 이승환에 대한 팬들의 전폭적인 신뢰가 간접적으로 말하듯, 1989년 그의 첫 앨범 『B.C 603』 이후 17년이라는 세월 동안 그가 걸어온 행보는 의미심장하다. '플란다스의 개'의 동화적 순수함과 '덩크슛'의 소년의 수줍은 소망에서부터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천일 동안' 같은 발라드의 처절한 슬픔, 『카르마』, 『에그』 등의 앨범 등을 통해 꾸준히 보여주고 있는 락에 대한 탐구까지…. 발라드, 락, 힙합 등 장르에의 규정이 무의미한 그가 지금까지 추구한 것이 있다면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이 원하는 방법으로 "하나의 오차도 없고, 하나의 오점도 없는" 완벽한 사운드로 표현하여 앨범에 담는 것. 그 바람을 이루고자 자본의 힘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 스스로 자본가가 되어(기획사 드림팩토리 대표로서) "다른 사람들이 두 세 시간 하는 작업을 스물 세 네 시간"을 들여 할만큼 편집증에 가까운 완벽주의로 자신의 열정을 불태워왔다. 그 결과물로 그가 지금까지 이 세상에 내놓은 총 8개의 정규 앨범. 여기에 한 장을 보태어 9번째 정규 앨범 『Hwantastic』 을 최근 발표한 이승환을 서울 성내동에 위치한 소속사 구름물고기 사무실에서 만났다. 만난 시간은 밤 11시 30분. 모 케이블 방송의 녹화를 끝난 뒤였다.

"이번 앨범이 CD로 내는 마지막 정규 앨범입니다"(사진 : 주은미)

이제 CD는 내지 않겠다

서둘러 인터뷰가 진행될 장소에 도착한 이승환. 그가 제일 먼저 챙긴 것은 물에 탄 단백질 파우더였다. 최근 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스케줄을 소화 중이라(그 날도 아침 9시 반에 일어났다고 한다. 평소 기상시간이 오후 두 시인 그에게는 엄청난 일인 것.) 요즘 심취하고 있는 운동을 못해 초조하다며 이렇게 틈틈히 단백질을 섭취하며 보완을 한다고 한다. 이제는 명실공히 사십 대를 훌쩍 넘어섰지만 여전히 동안이며, 목소리는 경쾌하다. 듣는 사람을 기분 좋게 할 만큼.

"요즘 활동을 굉장히 활발히 하시는 것 같아요."
"제가 이제 소속가수가 되어서요. 회사에서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놔두는 거예요. "(웃음)

"이번 9집 『Hwantastic』를 마지막으로, 이제 CD 발매를 하지 않으신다고 하셨는데 이유가 뭔가요?"
"앞으로 CD라는 매체가 없어질 것이기 때문이죠. 자극적이고 극단적인 표현을 하는 것은 사회적 환기가 필요하다 생각해서에요. 문화 안에서 어떤 것은 공존하고, 어떤 것은 진보하고 또 어떤 것은 보존되어야 하는 것이 있죠. '사운드'라는 것이 음악의 본질적인 면에서 아주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지금 음반 산업이 사운드의 중요성은 간과하고 오히려 퇴보하는 경향이 있다는 판단되어서, 지금 CD 발매를 했을 때 한번쯤 생각해봐달라, 라는 의미에서 과격한 표현을 한 거예요. 음악을 산업이 아니라 문화로 봐달라는 관점에서 시작한 거죠."

"이승환 씨가 더 이상 CD를 내지 않으면 우리나라 음반 산업에 타격이 정말 심할 거 같은데요?"
"제 다음 정규 앨범이 나올 2, 3년 후에는 정말 CD가 없어질 가능성이 있어요. 사실 전 4년 전부터 얘기 했어요. '속도 봐, 속도' 하면서요.(웃음)

현재 우리나라에 오프라인 매장이 200개 정도 밖에 없어요. 이런 것이 세계적인 조류이긴 하나 지적재산권이 보장된 다른 나라와 비교해보면 우리나라 음악하는 사람들은 점점 힘들어지는 거죠. 특히 저는 우리나라 디지털 음악 시장이 넓어진다는 주장에 대하여 언론이 호도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십대 시장만 늘어난 거에요. 이, 삼십 대 중에서 음원을 온라인에서 다운받는 사람은 별로 없어요. 벨소리를 자주 바꾸지도 않아요.

지금 데뷔하는 신인 중에 싱어 송 라이터는 거의 없구요. 드림팩토리에 녹음실이 있긴 하지만 요즘 신인 가수가 녹음실에 온 적은 거의 없어요. 본인들의 노래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모르고…. 결국 연예인만 살아 남는다는 얘기가 거기서 나오는 거죠. 아이돌 그룹이 점점 더 득세할 것인데... 그것을 나쁘게 평가하는 것이 아니에요. 현재 시장이 진짜 음악하는 친구들은 죽고, 아이돌 그룹 같은 가수들만 살아남도록 밖에 형성되고 있다는 겁니다. "


"이런 얘기를 동료들과 하기도 하나요?"
"네. 하죠. 하지만 요즈음은 거의 자포자기 상태라. 이 삼 년 전에는 자주 얘기했었는데, 지금은 잘 안 해요. 다들 자전거 타고 다니죠. 앞으로 자신들이 뭘 해야 할지도 생각하고. 전업을 한다면 음악 이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같은…."

"이승환 씨는 죽을 때까지 음악을 하실 건가요?"
"네. 하지만 점점 형편이 어려워진다면 취미로 할 수 밖에 없겠죠. 사실 지금도 후배들에게는 음악은 경제 활동이 아니야. 그렇게 얘기하고 있어요. 예전에 네티즌들이 엠피쓰리를 공짜로 받으면서 했던 말들이 '너희들이 음악을 잘 못 만들어서 그런 거야' 했지만 음악을 잘 만드는 애들이 망했어요. 이쁘고 춤 잘 추고 그런 애들이 뜨고…. 그건 이율배반적인 거죠."

"그럼 앞으로 음악 활동은 어떻게 하실 건가요?"
"디지털 음원 중에서도 가급적 음질이 좋은 것으로 활동을 하기를 바라죠. Wav 정도가 지금으로서는 가장 좋다고 생각해요. 압축한 것이 아니라 손상이 없는 파일이니깐요."

이승환 최고의 앨범 『Hwantastic』 그리고 그의 변화

「사랑을 잃고, 살림도 잃었다. 그래서 이승환은 이번 9집을 스스로 '기둥뿌리 뽑아 만든 앨범'이라고 표현한다. 더 이상 CD라는 매체로는 음악이 제작되기 힘들 것이라고까지 말하니, 나중에 어떻게 되든 지금 할 수 있는 걸 다 쏟아 부었다는 절박함이 묻어난다. 이런 절망감을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는 것도 다 놓아버린 자의 초연함 덕분이다. 그래서 『Hwantastic』은 '상실의 앨범'으로 규정된다.」(출처: 이즘http://www.izm.co.k 신혜림의『Hwantastic』 리뷰 중)

이즘의 신혜림 씨는 『Hwantastic』을 '상실의 앨범'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승환은 "마니아들은 제 5집을 사운드가 가장 좋았던 앨범이라 꼽는데, 그것을 능가했다고 생각"한다는 이번 9집. 개인적으로는 "프로듀서로서의 자긍심을 보여주겠다"는 각오로 만들었다.

"이번 앨범 작업하면서 프로듀서로서의 자긍심을 보여주겠다,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하나의 노래에 가장 어울리는 세션들을 꾸리고, 선곡하며 조합들을 만들어내는 과정, 전체적으로 앨범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 프로듀서라고 한다면 그것을 제대로 했다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쌓은 노하우를 다 모아서 이번 앨범에 집대성해서 녹여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편곡의 집중도가 굉장히 놓았는데, 드림팩토리 식구들처럼 지내는 음악인들이 아니면 못했을 거예요. 편집 담당자가 편집을 해 오면 계속 깠어요. '안돼, 안돼'....다섯 번을 까요. 여섯 번째로 들고 왔을 때 '나 딴 애한테 맡길게' 이랬거든요. 사실 이런 것은 용납이 안되는 처사인데, '네. 형… '하면서 좋게 좋게 도와주었지요."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책도, 음악도, 영화도 있을 수 없겠지만 누구나 100% 인정하는 것이 있으니, 그것은 아마 이승환이 만든 완벽한 사운드일 것이다. 그렇게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 이승환은 스스로 자신이 "완벽주의자이자 편집증자"라고 말할 정도로 '완벽에 대한 강박'이 심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예전에는 완벽주의자였고, 편집증 같은 것도 있었어요. 지금은 될 대라 되라, 좋은 게 좋은 거, 내일은 없다,에요.(웃음) 예전에는 스물 네 시간 동안 했을 걸 이번에는 그냥 좋다고 끝내니까 회사 사람들이 다 좋아 하더라구요. 체력적으로도 소모가 크지 않고. 제가 이번에 느낀 것이 음악이 많이 늘었구나,였어요. 예전에는 부족한 것을 채우려고 쫒기는 마음이었는데 이제는 실력이 좀 늘어있는데다 요령이 생겨서 좋은 게 좋은 거지 하고 사는 것 같아요. 이 정도는 좋은 거야… 하고 위안하며."

"요즘에는 많이 여유로와진거 같아요."(사진 : 주은미)

"사실 아무리 완벽주의자라고 해도 같은 일을 오래하면 재미없어질 때가 있잖아요. 그런 때가 있었나요?"
"많았어요. 일로 느껴질 때…. 때가 되면 음반을 내야 하고, 직원들 월급을 주기 위해서 내키지 않은 행사에 가서 노래를 부르고 그랬죠. 물론 지금도 일말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요. 있는 직원들을 먹여 살려야 한다…. 제가 버는 수입의 대부분은 거의 회사로 들어가고 있어요. 제가 가져가는 것은 별로 없어요. 그런 생각으로 살고 내일은 없고 미래는 없고 오늘 하루 최선을 다하고, 내가 책임져야 하는 사람들을 책임지겠다, 직원들 뿐만 아니라 밴드들, 공연 스탭들까지…. 옛날에는 그 무게감이 너무 막중하고, 억압적이었고 힘들었는데 요즘에는 많이 여유로와진거 같아요.

"굉장한 생각의 변화인데.. 어떻게 그런 변화가 오게 되었나요?"
"잘 모르겠어요. 잘 모르겠지만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이십 대 때 세상 눈치를 많이 본 거 같아요. 삼십 대 때 왜 그때 객기를 못 부렸을까,하고 이십 대를 후회하는 '붉은 낙타'를 만들었고. 사십 대가 되니까 더 객기 부리고 싶어요. 사실 생각이 더 어려져요. 그래서 담담하게 '난 내가 피터팬 증후군이라는 것을 알고 있으니 나 철딱서니 없는 사람으로 취급 되도 좋으니' 하고 그걸 인정하니까 더 여유로워지는 것 같아요.

이번 앨범 중에 'Rewind'라는 노래가 있는데, '너를 위해 살기를' 이라는 노랫말이 있어요.이런 노랫말을 쓴 게 우리 사회에는 강요된 생각들이 참 많아요. 이제는 획일적으로 받았던 교육, 생각. 사회가 요구하는 사상들을 기준으로 살지 말자, 는 생각으로 쓴 거예요."


"생각이 긍정적으로 바뀌셔서 더 건강해지셨겠어요."
"요새 운동을 많이 해서요. 하드코어, 스파르타식으로 운동을 하거든요. 8,9 KG 정도 늘었지요. 운동의 영향도 커요. 운동을 하면 긍정적 사고로 바뀌니깐. 제가 지금까지 너무 정신 노동만을 해왔잖아요. 그렇다면 거기에 걸 맞는 몸의 움직임이 있어야 하는데 밸런스가 맞추어지면서 조화로움이 생긴 거죠."

"그렇게 열심히 운동을 하는 이유는 뭐예요?"
"어렸을 때 꿈이 이소룡이었거든요. 이소룡의 몸을 가지고 싶다는 로망이 있었죠. 그런 식의 어렸을 때 꿈을 실현한 것이 삼십 대부터 였던 거 같아요. '키스'의 공연을 본 이후 큰 감명을 받고 그렇게 피 흘리며 기타 뽀개면서 하고 싶다,는 꿈을 가졌어요. 그런 공연을 삼십대부터 하기 시작했고, 사십대가 되자 이소룡 몸을 만드는 것 그리고 오토바이 타는 것을 실현 중이에요. 무서워서 지금까지 오토바이 못탔는데, 얼마 전부터 스쿠터 타기 시작했거든요. 그렇게 하나씩 실현하고 있어요."

무대에서 땀 안 흘리는 가수들 인정 안 한다

생각해보면 이승환이 처음으로 하고, 이루고, 만든 것이 참 많다. 예전엔 '누구누구 몇 집'으로 밖에 표기되지 않았던 앨범 제목이 『B.C 603』식으로 앨범 전체를 아우르는 컨셉으로 타이틀을 붙인 것이 이승환이 처음, 앨범 안의 내지에 'special thanks to'라는 제목으로 장문의 글을 쓴 것도 그가 처음, 라이브 공연의 중요성을 알고 먼저 준비하여 공연에 브랜드를 도입한 것도 그가 처음이다. 친구 '태호'(오태호)가 1988년에 음반을 의기양양하게 낸 것이 너무나 부러워 혼자 열 일곱 군데 음반사를 전전하며 허송세월을 한 것이 만 이 년. 보다 못한 아버지가 돈을 건네며 "한 번 해봐라. 망하면 깨끗이 포기하는 거다"하신 이후 시작된 이승환의 음악 인생. 1집 『B.C 603』은 비공식적으로 120만장이 나갔다고 추정되지만 그가 벌어들인 수입은 전혀 없었다.

"레코드사에서 절 속인 거 같아요. 비공식적으로 120만 정도 나간 거 같은데…. 중간에 사기도 당한 적이 있었어요."(웃음)

"지금까지 음악 활동 하시면서 많이 버셨나요?"
"4,5집까지? 5집을 기점으로 내리막길을 걸었어요. 그 후로는 계속 까먹은 거죠. 제가 가장 많이 투자한 것이 스튜디오였거든요. 제가 지금도 가지고 있는 자부심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업그레이드를 빨리 한다는 것. 신기술을 무조건 도입해요. 그래서 버는 것보다 늘 쓰는 게 많아요. 공연은 2002년부터 흑자가 나기 시작했어요."

"남들보다 빨리 변화하고 적응하시는 것 같아요. 비결이 있나요?"
"제가 어려서 그런 거 같아요. 젊은 감각이 있으니까. 요즘 애들이 좋아하는 것, 선진 기술을 꼭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했었어요. 아티스트들에 대한 예우를 한 것이 1999년도부터 였어요. 예전에는 대기실이라는 것이 진짜 대기하는 장소였어요.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상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배려없는. 모든 것을 다 때려부쉈지요. 전 외국 나가서 녹음도 많이 하고. 제가 외국 공연 보는 것도 좋아하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습득한 거 같아요. 그 때부터 우린 자부심을 가졌어요. 한국에선 우리가 최고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공연을 해요. 또 우리 스탭들이 나가서도 최고의 공연을 하구요. 공연 스탭 학원을 하고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학원에서 배출된 학생들이 우리나라 공연의 50% 정도에 관여하고 있어요. 그 만큼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해요. 그걸로 잘 되자, 그런 것은 전혀 없구요. 그냥 올바르게만 공연을 할 수 있다면 그 바람이죠. "


"공연하는 것 좋죠?"
"네. 정말 그래요. 요즈음에는 더 그렇구요. 작년 말부터 그런 걸 느꼈어요. 3,4 년 전에는 공연 끝나면 사실 뻗었어요. 너무 힘이 들어서. 작년에는 전혀 그런 게 없더라구요. 부산 공연 끝나고 부산에서 서울 올라오는 버스에서 계속 수다 떨고. 이번 활동 중에 돌콘(돌발콘서트)이라고 해서 클럽 공연을 계획하는데 옛날에는 떨리고 긴장됐거든요. 요샌 같이 재밌게 놀아야지, 땀방울 흘리고 와야지, 그런 마음이 생겨요. 전 무대에서 땀 안 흘리는 가수들,그런 콘서트는 인정하고 싶지 않아요. 노래하다 보면 꼭 움직이지 않더라도 열정적으로 노래하다 보면 마음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게 올라오거든요. "

"전 1등 하는 것이 두려워요"(사진 : 주은미)

"보면 가장 먼저, 1등으로 하신 것이 참 많은데, 혹시 경쟁심이 많으신 편인가요?"
"전혀 없어요. 어려서부터 '지고는 못살아', 이렇게 말하는 성격의 소유자들 있잖아요. 이해를 못하겠어요. '지면 좀 어때?'하죠. 야망이 없어요. 전 1등 하는 것이 두려워요. 1등 하면 산꼭대기 위에 위태위태하게 서 있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스포트라이트 받는 거 안 좋아했거든요. 제가 새로운 것을 자꾸 도입하는 이유는 제가 원래 새로운 것, 새로운 문물, 기기 등을 좋아하고 해서 받아들이는 거지 1등이 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에요."

"이승환에게 팬은 어떤 의미인가요?"
"예전에는 팬의 고마움을 잘 몰랐어요. 팬 클럽은 만들지 않겠다,라는 것이 제 생각이었거든요. 팬 클럽이 가지고 있는 폐해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했고, 집단 이기주의의 대표적인 형식이었고…. 자생적으로 좋아해주시면 감사할 따름이었죠.

최근에는 식구처럼 느껴지고 있어요. 왜냐하면 17년 째 똑 같은 얼굴을 보는 그 느낌…. 가끔 농담처럼 얘기해요. 참 안타깝다고, 저것들 다 늙어서, 저게 다 뭐냐고…. 편하니까 그런 거죠. (웃음) "


"음악에 담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내 얘기요. 난 내 이야기를 하니까…. 내 얘기를 담아서 그 음악이 청자들에게 주입되었을 때, 청자들의 것으로 만들어지기를 바래요. 난 단지 내 얘기를 했을 뿐인데, 각자에게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지면서 그 의미의 스펙이 커지는 것. 그게 참 재미있고 보람있어요."

"이승환 씨 인생에 있어서 음악은 어떤 의미죠?"
"음악은 희망이죠. 절망이 많았지만, 어김없이 뜨는 아침 태양처럼. 절망 속에 있더라도 희망을 갖게 해주는 것…."

"이제 어른들 세계에 때가 묻은 저로서는 '어린왕자'라는 닉네임을 갖는 것이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어요."라고 웃는 이승환. 그와의 인터뷰는 이렇게 끝났다. 뮤지션으로서가 아니라 '연예인'으로서의 기획 가수가 대부분이 될 수 밖에 없는 요즘의 음악 산업 현장. 어쩌면 그의 말대로 정말 3, 4년 후에는 CD라는 매체가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옛날 라디오를 녹음하던 카세트 테이프가 없어지고, 지직하던 소리가 정감 있었던 LP가 없어졌듯이 말이다. 그러나 이승환의 음악은 계속 새롭게 만들어져 나오리라는 짐작을 조심스럽게 해본다. 새로운 것을 늘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응용하는 그의 젊은 마음이 있기에, 명석함이 있기에. 그리고 음악을 희망으로 생각하는 그의 정신이 있기에 말이다.
그래24에서 퍼온 인터뷰. 알라딘도 인터뷰 해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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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2-08 0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승환이 오빠 1등하는것이 두려울까 뭔 이유라도 있는가?????

마노아 2006-12-0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면 가장 먼저, 1등으로 하신 것이 참 많은데, 혹시 경쟁심이 많으신 편인가요?"
"전혀 없어요. 어려서부터 '지고는 못살아', 이렇게 말하는 성격의 소유자들 있잖아요. 이해를 못하겠어요. '지면 좀 어때?'하죠. 야망이 없어요. 전 1등 하는 것이 두려워요. 1등 하면 산꼭대기 위에 위태위태하게 서 있을 것 같아요. 예전부터 스포트라이트 받는 거 안 좋아했거든요. 제가 새로운 것을 자꾸 도입하는 이유는 제가 원래 새로운 것, 새로운 문물, 기기 등을 좋아하고 해서 받아들이는 거지 1등이 되기 위해서 그러는 것은 아니에요."

****

라고 대답했네요^^;;; 1등이 부담스럽죠ㅡ.ㅡ;;;

 



이런 행사를 원래 하는 건 줄 몰랐다.  최근에는 이승철이 했다던데, 이번엔 이승환 차례!

소문 듣고 CGV로 달려갔다.

이승환 콤보 주세요!  앗, 잠시만요!  팝콘은 담지 말고 여기다가요!

준비해 간 지퍼백 내밀기!

아, 그럼 접지 않은 상자로 드릴게요~ 이런다. 아마도 나같은 고객이 많았나 부다.ㅡ.ㅡ;;;;

빵빵 터질 것 같은 지퍼백을 받아들고 나오는데 음료가 두잔이다. 헉!  그래서 콤보인가???

두잔을 혼자 어케 마셔.ㅡ.ㅡ;;;;;

영화 시작 초반에 사이다 한잔과 팝콘 1/3을 먹었더니 조짐이 이상타.

으... 결국 한시간 만에 화장실 다녀왔다.  망신스러버..ㅡ.ㅡ;;;;

헌데, 뭔가 빠진 것 같다.  분명 씨디도 준다고 했는데...

달려가서 얘기하니 컵 뚜껑에 있단다.  내가 손대지 않은 컵의 뚜껑에 바로 미니 시디가 들어있었던 것!



오홋, 이쁘다!  당장 화장실 달려가서 음료수 버리고 씻어낸다.

헉... 내 옆줄의 여자분은 컵 네개를 씻고 있다.  서로 민망해 하며 등돌려 헤어지기...;;;;;

집에 오는 길에, 혹시라도 구겨질까 봐 앉아서 갈 수 있는 버스 타려고 넉대를 그냥 보냈다.

그 바람에 저녁 시간 못 맞춰 그 맛 없는 짜장면을 먹게 되었지.ㅡ.ㅡ;;;;

아무튼... 그래도 흐뭇하다.  헌데, 이걸 어디다가 써먹지?  그냥 두면 조카 손에 망가질 텐데....;;;

집에 와서 씨디를 넣어보니 꽤 다양한 볼거리가 들어가 있다.

타이틀곡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뮤직비디오와 이승환 앨범 히스토리 영상, 크리스마스 MV와 NG 월페이퍼와 사진집, 무료 다운로드 쿠폰 2장이랑 콘서트 티켓 이벤트랑 그밖에 상품 응모권 등이 있었다.

음하하하핫, 종합 선물 셋트다. 앞으로 CGV를 좀 더 좋아해 주기로 결심했다. (이 행사는 한 달 동안 진행됨. 가격은 6.500원/음료만 따로 판다고 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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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꿀라 2006-12-06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아 좋으셨겠다. 기쁨 혼자 나누지 마시고 알라딘 회원님들과 같이 하시기를......
행복한 하루 되세요.

마노아 2006-12-06 00: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헷, 산타님이 제 기쁨을 나눠 주시네요. 님도 행복한 하루 보내셔요^^

세실 2006-12-06 0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열정에 박수를 짝짝짝~~~ 네개를 씻고 있는 여자분..ㅋㅋ 모두 장하십니다.

마노아 2006-12-06 0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쿠쿠쿠, B군 좋아하는 열혈 팬들에 비하면 새발의 피죠^^;;;;; 국내인을 좋아하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마노아 2006-12-06 07: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hanks to 서재  more
 
 
비우고 채우기
- 마노아 (mail)

버릴 것은 버리자. 채울 것은 채우자.

 

사진이 이뻐서 눈이 멈춤^^


마노아 2006-12-06 12: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엣????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어요. 알약이라니오???? T_T

마노아 2006-12-06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핫! 맞아요. 그랬죠. 그게 사랑의 묘약의 정체가 '핫팩'이었거든요. 그래서 알약이 뭔가 했어요. 그래도 그걸 기억해 주다니 기뻐요^^
 

  디시 인터뷰를 통해서 수많은 사람을 만나면서 꼭 인터뷰를 해보고 싶은 연예인이 두 사람 있었다. 그중에 한 사람이 바로 가수 '이승환'이다. 공연에 가면 수많은 관중이 일제히 이승환의 이름을 부른다. 얌전하던 사람을 환장하게 만드는 카리스마는 누구나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험상궂게 생겼다거나 무뚝뚝한 성격도 아닌데 어디서 그런 마력이 나오는 것일까.

  최근 그가 내놓은 정규 9집 앨범 'hwantastic 9'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그의 앨범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네티즌의 관심이 뜨겁다. 뜨거운 열기가 사그라지고 있는 음악계에 그의 음반이 새 바람을 불어넣게 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음악계에 발을 디딘 지 17년. 17년간의 내공이 녹아든 9집 앨범에 관한 질문을 가득 준비해 그의 소속사 '구름물고기'를 찾았다. 조용하고 아늑한 녹음실에서 디시뉴스를 맞는 이승환. '저녁은 드셨어요?'라고 먼저 말을 건네기 시작한 그와 가슴 떨리는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 안녕하세요.

 이승환 :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 사진 좋아하시는 걸로 아는데 혹시 디시인사이드 이전에도 아셨어요?

 이승환 :   그럼요. 사진을 좋아한다기보다 엽기를 좋아해서….(웃음)
 

- 요새 많이 바쁘시더라고요. 방송도 많이 나오시고 인터뷰 기사도 많이 나와서 팬들은 좋아하는데 힘드실 것 같아요.

 이승환 :   그러게요. 원래는 이렇게 안 했었는데, 많이 하게 되네요. 다른 건 괜찮은데 공연이랑 겹쳐서 공연 준비랑 겹치니까 되게 힘들어요. 운동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못하니깐 힘들고요.
 

- 운동은 요즘도 계속 하시는 거예요?

 이승환 :   네. 그런데 자주 못하고 있어요. 일주일에 한 3~4일?
 

- 그렇잖아도 몸짱 되셨다고 난리예요.

 이승환 :   어유~ 다 헛소문이에요.
 

- 사진 보니 헛소문이 아니던데요.

 이승환 :   사진은 누구나 다 그렇게 찍을 수 있어요.
 

- 팬 중에는 아기자기한 예전 모습이 더 좋다는 분도 많던데요.

 이승환 :   아니요. 그거는 직접 겪어보면 그 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을걸요. 예전에는 굉장히 동글동글한 몸매였어요.
 

- 쇼케이스 사진 보니까 관객들 모습을 직접 찍으셨던데, 사진 찍으러 자주 다니세요?

 이승환 :   사진 찍으러 다닌 적은 없어요. 아! 딱 한번 팔당댐 근처로 출사를 나갔었어요. 제 앨범 재킷도 찍어준 저랑 10년 된 동생 중에 (김)대형이라고 있는데 그 친구랑 같이 나갔는데 진짜 재미없더라고요. 도대체 뭘 찍어야 하는 지도 모르겠고, 재미를 못 느껴서 다시는 안가요. 저는 사람 찍는 게 너무 재밌어요. 넋 놓고 있거나 카메라 의식 안하고 있을 때 모습을 찍는 거 좋아하는데 풍경은 재미없던데요. 전 과가 아닌 것 같아요.
 

- 사진 찍는 것을 더 좋아하시나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하시나요?

 이승환 :   전 찍히는 거 정말 안 좋아해요.
 

- 요즘 공연 연습 한창이시라고 들었는데 하루에 연습시간은 얼마나 되나요?

 이승환 :   하루에 3~4시간 정도 해요.
 

- 연습을 너무 하셔서 초췌하시다고 소속사에서 귀띔 해주셨어요.

 이승환 :   그랬어요? 목 상태가 좀 안 좋죠.
 

- 가수들은 목에 신경 많이 쓸 것 같은데 따로 관리하세요? (디시이용자 ID : '민성'님 질문)

 이승환 :   아니요. 따로 안 해요. 대신 술 담배를 잘 안 해요. 담배는 아예 피우지 않고, 술은 공연 있을 때는 거의 안하니까요. 요즘은 공연 때문에 아예 안 마셔요. 그리고 술 마시면 그 다음날 몸이 확 빠져있어요. 그럼 얼마나 속상한데요. 만들 때는 너무 힘든데 빠지는 건 정말 순간이라 속상하더라고요.


- 운동하시면서 보조 식품이나 약 같은 것도 드시죠?

 이승환 :   보충제요? 먹죠. 아미노산 글루타민을 비롯해 각종 비타민이랑 단백질도 다 먹죠. 밥을 아예 안 먹거든요. 탄수화물이나 음료도 그렇고요. 그리고 운동을 하다보면 밥을 안 먹게 돼요.
 

- 왜요?

 이승환 :   닭 가슴살을 양념을 안 하고 먹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정~말 맛이 없어요. 그냥 "빨리 먹자"이러고 먹으면서 계속 다른 생각을 해요.(웃음)
 

- 그렇게 식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몸을 만드는 이유가 있나요? 단순히 공연 때문만은 아닌 것 같아요.

 이승환 :   이거 완전히 나르시시즘의 끝이에요. 몸이 하루하루가 달라요. 내가 열심히 운동을 하면 정말 다음날 몸이 달라져 있어요. 그럼 얼마나 뿌듯한데요. 그 맛에 하는 거예요. 요즘은 집에서는 다 벗고 있는 편이에요. 트레이너가 그러라고 하더라고요. 왜냐면 그래야 자꾸 근육이 긴장하게 되니까요. 나도 내 몸을 보면서 멋있는 거 같고. 그러니까 자꾸 벗고 있게 돼.(웃음) 남들은 제 골반근육 같은 거 못 보잖아요.

  42년 만에 느끼는 거라 새로워요. 내가 스무 살에만 이런 걸 느꼈어도 ‘그러려니’ 했을 텐데 뒤늦게 느끼다보니 굉장히 흐뭇해요. 내가 사람들한테 그래요. "운동만큼 정직한 것은 없는 거 같다"라고요. 운동은 한 만큼 결과가 나오는데 음악은 안 그렇잖아요. 음악뿐 아니라 세상사는 게 다 그런데 정말 노력한 만큼 보답이 오는 것은 운동이 최고인거 같아요.



- 이번 ‘hwantastic 9' 앨범은 반응이 좋아서 팬들도 좋아하던데 이승환씨는 기분이 어떠세요?

 이승환 :   좋죠. 옛날에는 공연을 해도 밴드들이 선물을 더 많이 받았어요. 나는 공연할 때 선물 하나도 안 와. 그래서 밴드들한테 음식 같은 거 선물로 오면 "나 음식 같이 먹어도 돼?"하고 물어보고 뺏어 먹고 했거든요.
 

- 정말요? 이승환씨는 선물을 너무 많이 받을 것 같아서 팬들이 안 준게 아닐까요?

 이승환 :   글쎄요. 저는 클럽도 없고 팬들하고 직접적인 만남이 없어요. 그런데 저희 밴드들은 팬 카페에서 정모도 하고 그러면서 팬들하고 직접 만나기도 하고 그러나 봐요. 그러면 아무래도 직접 만났던 멤버들한테 더 정이 가겠죠.

  요즘은 저한테 떡 선물이 많이 와요. 저는 떡을 하나도 못 먹으니까 다 나눠줬는데 ‘가오’는 서더라고요. "이제 너희들 보다 많이 와" 그러는 그 재미에 살아요.
 

- 저도 발매일에 음반 샀는데 제 주변에서 음반 보자마자 재킷사진 보고 ‘서태지인 줄 알았다’라고 하더라고요. 그런 말 들어보셨어요?

 이승환 :   아, 그래요? 첨 들어요.
 

- 재킷 디자인은 어떻게 하신건가요? 디자인에 참여도 하시나요?

 이승환 :   그렇진 않아요. 디자인한 친구는 원래 우리 회사에서 디자인 하던 직원이었는데 지금은 독립해서 큰 회사를 하고 있어요. 우리 베이시스트의 와이프에요. 사내연애를 나 몰래 6년 동안 하다가 밝히고 7년인가 8년차에 결혼했어요. 아~ 어떻게 6년을 속여?(웃음) 제가 사내연애를 굉장히 싫어했거든요. 몇 번을 겪어 봤는데 팀원이나 직원이랑 사귀다 싸우기라도 하면 연습분위기가 너무 안 좋더라고요. 사귀다가 깨지면 둘 중 한사람이 나가야 하고요. 그래서 그런 일이 아예 일어나지 않도록 하자고 강조를 했지만, 밴드 내에서 건반 치는 친구도 코러스랑 결혼했고, 더 클래식에 (박)용준이도 우리 코러스랑 결혼했고 다 그렇게 되더라고요.

  작업하는 사람이 제가 같이 일했던 직원이고 동생의 와이프라 편했어요. 원래 직원한테 반말을 잘 안하는데요, 워낙 편한 사이라 그 친구한테는 반말 하거든요. 앨범 안에 들어간 사진은 제가 좀 고르기도 했는데 디자인은 그 친구가 알아서 했어요. 이전까지는 색이 많이 들어가고 화려한 디자인을 했다면 이번 음반은 좀 편안한 디자인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어요. 실제로 다른 음반에 비해서 음악들이 편안하니까요. 그렇게 나온 것 같아요.

 사실 옆 사진을 처음 찍을 때는 사진 찍는 친구가 "형 이걸 뭐 하러 찍어?" 그랬어요. 언론 홍보 자료용 프로필이면 프로필답게 앞모습을 찍던지 하지 왜 이런 사진을 찍냐고요. 그래서 재킷 사진으로 쓰려고 한다고 했더니 만류하더라고요.
 

- 왜요?

 이승환 :   재킷 사진으로 찍기에는 밋밋하다고 생각했나 봐요. 그런데 내가 맞았지.(웃음) 나중에 보니까 쓸게 그거 밖에 없었어요.
 

- 재킷 사진으로 쓰겠다고 우기신거 아니고요?

 이승환 :   아니에요. 디자이너도 다른 사진을 써봤는데 제일 잘 어울렸대요.
 

- 전부터 앨범사면 패키지로 선물 한보따리 받는 느낌이 있었는데 화보 사진이 들어가고 쇼케이스 티켓을 받아서 더 좋기도 했지만 이번엔 그런 게 없어서 조금 아쉬웠던 것 같아요.

 이승환 :   전에 앨범에 선물이 많았나요? 특별히 선물이 많진 않았던 것 같은데요.
 

- 귀이개나 열쇠고리도 있었고 에그 로봇 모형도 있었고요.

 이승환 :   에그 로봇 모형은 DVD가 비싼 거니깐 넣었던 거죠. 귀이개도 온라인 이벤트용이었잖아요. 이번에도 온라인 이벤트용으로 핫팩 제공하고, 오프라인으로는 쇼케이스 티켓 제공한 거예요. 핫팩 되게 예쁜데 못 보셨구나. 그건 저도 없어요. 수량이 없다고 안주더라고요



-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반응이 너무 좋아요. 그런데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를 타이틀곡으로 정하신 이유가 있나요? (디시이용자 ID : '누렁이'님 질문)

 이승환 :   타이틀곡 같은 경우는 만들 때는 타이틀인줄 몰랐어요. 다큐멘터리(너는 내 운명)을 보고 감동에 벅차서 만들었던 거라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그런 게 아니었던 것 같아요. 그러다가 한 달쯤 지나서 입에 계속 맴돌기에 '이게 타이틀인가?'했어요. 그리고 미국에 녹음하러 가기 전에는 아예 '타이틀'이라고 붙이고 갔죠. 그래서 녹음하면서 신경을 더 많이 썼고, 편곡 같은 경우도 처음에 (황)성제한테 맡겼다가 다음에 (정)지찬이에게 맡겼다가 다시 또 성제한테 맡겼다가 (고)영환이한테 맡기려고 계속 그러다가 다시 성제한테 다시 하라고 줬어요. 성제는 나한테 6번인가, 7번인가 ‘다시 하라’는 소리 들었을 걸요.

  그게 테마 자체가 3개밖에 안 돼요. ABC인데 B테마가 이미 후렴구 같은 느낌을 줘서 후렴구가 두 개인 것 같더라고요. '너만을 사랑해'도 있고 '우린 어떻게든 무엇이 되어 있든'도 있고요. 그래서 그 배치에 관한 게 가장 힘들었어요. 마지막 후렴구가 ‘브리지’라고 이야기하는 테마에 넣고 그 브리지가 곧바로 마지막 후렴구가 되는 특이한 형식을 취하거든요. 그걸 찾기까지 굉장히 오래 걸렸어요.
 

- 요즘 방송 출연 꽤 많이 하셨잖아요. 방송 보신 분들이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라이브 버전이 마지막을 길게 마무리해서 앨범보다 더 감동적이라고 평가하시더라고요. 나중에나, 이벤트성 앨범 만들어서 라이브 버전으로 넣을 생각은 없냐는 분도 있었어요. (디시이용자 ID : '박규'님 질문)

 이승환 :   없죠. 지금도 사세 가세 다 흔들리고 있는 마당에 그걸 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저는 '드팩'게시판에서 나오는 4백 명의 소리가 1천만 명의 소리인줄 알았는데 막상 열어보면 아니더라고요. 반란 라이브도 7천장밖에 안 나갔잖아요. 2만장을 찍어놓고 1만 3천장이 재고로 남아있는데 팬들이 원한다고 모든 요구조건을 모두 수용하는 건 힘든 것 같아요. 그 마지막 여운을 즐기시려면 "그냥 공연에 와라"라고 마케팅적 발언을 하는 게 지금으로서는 올바른 자세인 것 같아요.
 

- 아쉬워하는 분들이 좀 있으시겠네요.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이 다 좋은데 만드신 입장에서 특별히 애착이 가는 곡은 어떤 곡인가요?

 이승환 :   두 곡이 있는데요. ‘남편’하고 ‘PRAY FOR ME'요. '남편'은 머리로 상황을 다 그리면서 만든 곡이에요. 처음에는 '천상에서'라는 부제를 넣을까 말까 고민을 많이 했었어요. '남편'이라고만 놓으니까 이상한 오해들을 많이 하시는 것 같고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는 분도 많더라고요. "왜 서로 달리되었다고 해? 그건 죽어서나 하는 말 아니야?"하고 묻는 사람들한테 "죽은 거예요"라고 설명해줘야 했어요. 영화 '비밀'을 보면 영화에서는 아내가 죽잖아요. 제 노래는 남편이 죽어서 하늘나라에서 아내가 결혼하는 걸 보는 설정이에요. 그렇게 머리로 다 생각하고 만들고 나니까 나는 내가 들어도 그 노래가 너무 슬프더라고요.

  예전부터 ‘시인과 촌장’ 하덕규님의 '얼음 무지개'라는 곡처럼 스토리가 있는 가사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남편’이 어느 정도 스토리가 있는 노래라 스스로는 ‘내가 하고 싶은 것 하나 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애착이 가요.

  ‘PRAY FOR ME'는 지찬이가 편곡을 너무 잘해줬고 연주도 너무 잘해줘서 소리가 탄탄하게 잘 잡힌 것 같아서 마음에 들어요.
 

- ‘남편’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달빛소녀’‘소통의 오류’에 국악기가 많이 쓰였어요.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에서도 국악기를 사용한 편곡이 많았던 것 같은데요. 앞으로도 그런 음악을 만들 생각이신가요?

 이승환 :   예. 그럴 것 같아요. 저는 국악에는 관심이 없고 에스닉하게 민속 음악적 느낌이 드는 것에 관심이 많아요. '아사모사'하게 퓨전적인 느낌이 들게 하는 거요. 이번 앨범에는 장구와 꽹과리처럼 서양악기와 섣불리 함께 쓸 수 없는 악기를 쓰려고 했어요. 특히 '남편'에서의 장구는 "난 장구가 그렇게 처연한 소리를 내는지 몰랐어"라고 말을 했을 정도로 프로듀스를 하는 입장에서는 굉장히 흡족했어요. '역시 내가~'하는 뿌듯한 생각이 들더라고요.(하하) 지누는 처음에 장구랑 꽹과리 쓰면 이상할 거 같다고 안 쓰겠다고 했는데 제가 "써봐! 괜찮아!"했는데 생각 외로 결과가 좋았어요.


< 이미지 출처 : 드팩 게시판 >

-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때 ‘앤디’라는 잘 생긴 외국인이 가야금 연주해서 관심을 많이 받았어요. 그분은 어떻게 참여하게 되신 건가요?

 이승환 :   그 친구는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때만 연주해요.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는 대규모 스트링 주자들하고 여러 연주자를 쓰는데 연말 공연은 쇼 위주의 공연이기 때문에 앤디가 빠지게 되죠. 앤디는 예전에 '조이박스'라는 팀에 있었는데 '거리의 시인'들 하셨던 분들이랑 음악을 했어요. 원래 LA에 살았는데 한국 친구들 때문에 내 음반을 1집부터 8집까지 모르는 노래가 없이 다 외우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같이 하기 편했어요.
 

- 외국인이 국악기를 연주하니까 신기하더라고요.

 이승환 :   걔 대금도 불고 다할걸요. 양금도 치고 다 할걸요. 내 노래 코러스도 해요.(웃음) 우리보다 더 예의 바르고 더 한국사람 같아요. 예를 들어서 명태가 얼면 동태가 되고 뭐가 되고 그런 것 있잖아요? 그걸 우리보다 더 잘 알아. 고유 절기, 한자어 같은 것도 더 많이 알고 언어에 관심이 많아서 언어와 관련된 책도 준비하고 있더라고요. 언어 소통도 어려운 게 없고 편해요.
 

- 앤디처럼 멤버 중에 팬들의 사랑을 받는 분들이 나오잖아요. 꾸준히 사랑받는 분도 있고 갑자기 폭발적인 관심을 받는 분도 있고요. 그럼 어떠세요?

 이승환 :   좋죠. 다른 솔로가수 공연하고 제 공연이 다른 점은 세션이 저와 똑같이 서 있어요. 기타랑 저랑 똑같이 서 있으니까 아무래도 관객들도 좋아하는 멤버가 있으면 즐거움이 배가 될 거고 그 친구들 보기 위해서 공연 오는 분도 있고요. 좋아요.
 

- 살짝 질투는 안 나세요?

 이승환 :   아니요. 질투 같은 것은 안 나는데 멤버들한테 선물 많이 들어올 때 미안했죠. 얻어먹을 때 쪽팔리고.(웃음)
 

- 얼마 전에 ‘낭독의 발견’ 방송됐잖아요. 현장에 가셨던 분들이 올린 사진보니까 예정에 없이 ‘REWIND'불러달라고 해서 갑자기 가사 외우느라고 고생하셨더라고요. 그런 일이 자주 있나요?

 이승환 :   별로 없어요. 문제는 가사를 잘 못 외우니까 그게 문제죠. 밴드들은 다 외우고 있는 데…. 그런데 제가 쓴 가사를 다 외우는 것은 불가능한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많이 고쳤는데 예전에는 한 앨범 안에 똑같은 단어는 절대 안 썼어요. 일관된 패턴의 단어를 쓰거나 자주 쓰는 단어가 많은 게 아니라 외우기가 어렵더라고요.


- ‘건전화합가요’나 ‘소통의 오류’는 멜로디가 참 재밌어요. 그런 곡은 만들 때 특별히 아이디어를 얻는 곳이 있나요?

 이승환 :   '건전화합가요'나 '소통의 오류'와 같은 노래는 웃기려고 만든 것은 사실이에요. 전혀 안 웃기게 됐는데 만들 때는 '웃겨야지'생각하고 만들었어요. 그렇다고 특별히 아이디어를 얻는 곳은 없어요. 그냥 발등에 불 떨어지면 만들어요. ‘납기일을 맞춰야 겠다’는 생각에 만들죠. 음…. 이렇게 말하면 재수 없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예전부터 멜로디를 만들면서 좀 낯간지럽거나 내가 써놓고도 '이런 멜로디는 좀 부끄러워'라고 생각하면서 쓴 건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같아요. 희한하게 '이런 멜로디는 진짜 웃기지 않니? 싼티나지 않아?'하고 만들면 좋아해요. 곡을 만들 때는 유치한 것 같아도 편곡으로 잘 버무리니까요.
 

- 앨범마다 재미있는 곡은 한 곡 이상 꼭 들어가는 것 같아요. (디시이용자 ID : '흠...'님 질문)

 이승환 :   거의 있죠. 원래 앨범에 소리도 중요하지만 저는 유머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든요. 쉬어가는 느낌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인터넷에서 도는 '작사가 4인의 작사법'같은 게시물에 유감인 것이, ‘난 그렇게 유치하게만 쓰는 사람은 아닌데 그렇게 비쳐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아쉬워요.
 

- ‘작사가 4인의 작사법’이요?

 이승환 :   왜 그런 거 있잖아요. 어떤 상황을 놓고 유희열, 박진영, 이승환이 작사를 한다면? 그런 게시물이요. 내가 제일 유치해. ‘장충동 족발’ 막 나오고.
 

- 그런 게시물 보면 기분 나쁘다거나 다음 작업할 때 의식하고 그러세요?

 이승환 :   아뇨. 그냥 재미있게 보고요. '실제로 이렇게 쓴 게 몇 개 있었지'하는 생각을 하면서 봐요. 다만, 그게 전부가 아닌데 전부인 것처럼 비쳐질까봐 그게 좀 안타까웠던 거죠.
 

- 인터넷 자주하시나 봐요.

 이승환 :   예. 자주해요. 드팩이랑 구름물고기가 분리되고 그냥 소속 가수가 된 이후에는 회사에는 안 나와요. 필요한 것 있으면 메일로 받고 그냥 집에 있어요.


- 노래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가사 만드시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세요?

 이승환 :   일단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4달 정도 걸렸어요. 타이틀곡을 제외한 다른 곡들은 거의  한곡 당 하루 만에 썼어요. 며칠 남았나 봐서 한 열흘정도 남았으면 '하루에 한곡씩 써야겠네'하고 그냥 써요. 그런데 그게 가능한 것은 평소에 메모를 많이 해서 그래요. 타이틀곡이 좀 오래 걸린 것은 타이틀곡이라고 생각을 하니까 부담스럽고 ‘잘 써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었어요. 아무래도 말이 많이 나올 테니, 타이틀곡 가사로 인한 억측이나 오해가 없어야 하니까 그런 부분도 장치를 하느라 시간이 걸렸어요.
 

- 가사 쓸 때 ‘피해야 겠다’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있나요?

 이승환 :   많이 있는데, 예전부터 되게 야한 가사를 써보고 싶었어요. 욕정어린.(웃음) 욕정의 드팩민 답게 야하게 써보고 싶은데 그건 좀 피해요. 1997년에 낸 5집중에서 ‘붉은 낙타’를 포함해 세 곡이 ‘청소년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노래’로 뽑혔었거든요. 그게 제 본의도 아니고 저는 은유적으로 표현한 걸 즐기는 스타일인데 평가하는 분들이 이해를 못하고 직설적으로 받아들이시더라고요. 그걸 깨닫고 악영향을 끼칠만한 가사는 피하고 '좋게 좋게 써야지'해요.(웃음)
 

- 또 있나요?

 이승환 :   제 노래 들으면서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씀을 하는 분들이 있어요. 이번에 REWIND도 주입식 교육을 받는 것에 관한 이야기도 넣고 나름대로 가사 속에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넣는데 사람들이 잘 못 찾아내요. 그게 좀 제 가사 전달에 문제인 거 같아요.

  그리고 '너무 네 이야기만 하는 것 아니냐''너무 1인칭이다'라고 하시는 분도 있는 데 그 부분은 좀 반론의 여지가 있죠.  내가 내 음악하면서 내 이야기를 써야지 남의 이야기를 빌려와서 '누군가 그랬지'라고 쓸 순 없잖아요.  
 

- 아까 오해가 안 생기게 하려고 조심했다고 하셨는데도 불구하고 비슷한 보도도 났던데요.

 이승환 :   그분들도 그 내용은 다 알고 있었고 막상 기사에는 아무 내용도 없더라고요. 헤드라인이 잘못 나오긴 했는데 항상 헤드라인은 본인이 안 뽑는다고 하시더라고요.
 

- 기사 보면서 팬들도 그렇고 이승환씨도 그렇게 좋아할 것 같진 않았어요.

 이승환 :   아무래도 이제 나이도 훨씬 많고 하니까 이제는 기자들이 저를 어렵게 생각하세요.
 

- 기자를 싫어하는 걸 잘 알아서 그런 게 아닐까요?

 이승환 :   그렇게도 이야기 하더라고요. 인터뷰 잘 안하시는데 웬일이냐고 묻기도 하고요. 그러면 내가 이제는 소속가수인데 무슨 힘이 있냐고 하죠. 그것도 그렇지만 인터넷 뉴스가 활성화 되면서 환경이 많이 좋아졌어요. 투명해지고 예의를 갖춰서 한다고 할까요?
 

- 추측성 기사가 줄었다는 뜻인가요?

 이승환 :   추측성 기사보다도 예전에 스포츠 신문이 득세할 때는 오가라 많이 했어요. 그리고 대접을 꼭 해줘야 기사가 나는 게 있었는데 요새는 인터넷 언론이 늘면서 좋은 콘텐츠를 찾으려는 분위기니까요. 보다 내용에 충실한 기사가 많아지고 많이 깨끗해졌죠. 그래서 저도 인터뷰를 많이 하게 되더라고요.

 
<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뮤직 비디오 >
 

- 이번 뮤직비디오 특이해요. 노력이 많이 들어간 것 같다고 좋게 평가하는 분도 많더라고요.

 이승환 :   다행이네요. 우리 팬들은 '그래서 내용이 뭐야?'‘그래서 그 여자애가 어떻게 됐다는 거야?’라면서 스토리 먼저 찾으려고 하던데요.
 

- 립싱크 하느라고 힘드셨을 것 같아요.

 이승환 :   그거 6시간 동안 염료 공장에서 찍은 거예요. 모든 스태프들은 무슨 가스 마스크 같은 거 쓰고 있는데 나 혼자만 그러고 있었죠. 안 좋은 거 다 삼키고.
 

- 6시간이요? 그럼 거기 계속 매달려 계셨던 거예요?

 이승환 :   가끔 내려왔어요. 테이프 갈고 그럴 때.(웃음)
 

- 이승환씨는 내놓는 뮤직비디오마다 화제가 되는 편이잖아요. 아이디어도 직접 내시나요?

 이승환 :   아니요. 심장병 때부터 아이디어 안냈어요. 그냥 (차)은택이보고 알아서 하라고 했어요. 대신 “드라마 타이즈로 가지마”라고는 말했죠. 은택이는 드라마 타이즈를 되게 좋아하는데 저는 이미지를 강조하는 게 좋아요.
 

- 어떤 분들은 라이브 영상으로 뮤직비디오 만들 생각 없냐고 하시더라고요. (디시이용자 ID : 'shangrila'님 질문)

 이승환 :   그렇게 만들면 싸고 좋아요. 그래도 앨범마다 한곡씩 하지 않았나? 만약에 이번 앨범에서 세곡 째 밀만한 여력이 생긴다면 라이브 영상으로도 만들지 않을까 싶은데요.
 

- 이번 뮤직비디오도 그렇고 로봇이 등장하는 뮤직비디오가 많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피규어를 좋아하시는 것은 알거 있는데 그 영향인가요? (디시이용자 ID : '중'님 질문)

 이승환 :   특별한 이유는 없어요. Egg때는 캐릭터 사업을 해보려고 디자이너를 11명까지 두고 아~주 전략적으로 에그 로봇을 등장시켰죠. 지금은 우리나라 캐릭터 산업이 다 죽어서 사업도 접었지만요. 그때 빼고는 특별히 이유가 있어서 뮤직비디오에 로봇이 나오게 한건 아니에요. 내가 피규어 좋아하는 걸 집에 와서 보고 해서 은택이가 알거든요. 그러니까 자기도 모르게 생각이 자꾸 그쪽으로 가나 봐요.



< 이미지 출처 : 블로그 '어니의 작은 세상' >

- 특별히 아끼는 피규어 있으세요?

 이승환 :   아끼는 피규어는 역시 제거요.(웃음) 물론 품질이 그렇게 좋진 않지만 제거라 좋아요. 저는 집에 자기 사진 걸어놓는 걸 되게 이상하게 생각하거든요. 집에 제 사진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피규어는 놓게 되더라고요.

  피규어는 웬만한 건 다 있어요. 마이클라우처럼 이베이(ebay)에 한번 나오면 어마어마하게 비싼 가격에 팔리는 피규어는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 일반 마니아들이 갖고 있는 대부분의 피규어는 다 갖고 있어요. 어니님께 없어요. 사실 제가 갖고 싶은 거는 '어니님'이 만드신 이소룡 시리즈인데 구하기 어렵더라고요. 어니님이 만든 것이라면 대환영이에요. 혹시 피규어 갤러리가 있나요? (토이갤은 있어요) "어니님의 이소룡도 좋고 탐행크스도 좋고 파실 분 연락주세요"

  제가 어니님 피규어는 구하려고 했는데 사기꾼이 많더라고요. 피규어 사이트에 가입을 되어 있는데 누가 나한테 '이소룡 구하시죠?'하고 사진을 보냈어요. 사진을 보니까 홍콩 짜가를 보냈더라고요. 제가 초짜인줄 알았나봐요. 이렇게는 안 된다고 다른 사진 보내 달랬더니 자기가 사진 실력이 없어서 못 보내준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연락한 사람의 90%는 사기꾼이었어요.
 

- 지금까지 발표한 곡 중에서 ‘이대로 묻히기에는 아깝다’싶은 명곡이 있나요? (디시이용자 ID : '내남자 hwan''착한마음'님 질문)

 이승환 :   '그대는 모릅니다'요.
 

- 이유는요?

 이승환 :   명곡이라고 할 것 까진 없지만 제가 만든 노래니까 사실 다 안타까운데요. 사람들이 ‘천일동안’의 슬픔을 뛰어넘는 곡은 없을 것이라고 했어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그걸 뛰어넘은 곡이 ‘그대는 모릅니다’였어요. 하지만 대중들의 사랑을 못 받았죠. 당시에 타이틀곡이 '세 가지 소원'인줄 아는 사람도 많아요.
 

- 그래요?

 이승환 :   네.



- 여태 작업 함께 하신 분들이 많은 데 가장 작업하기 편하고 잘 맞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디시이용자 ID : '내남자hwan'님 질문)

 이승환 :   (유)희열이도 편하고 성제도 편한데 편하기는 희열이가 제일 편하죠.
 

- 그런데 왜 요새는 작업 안하세요?

 이승환 :   전에 이야기하면서 희열이가 “더 이상 같이 하지 않는 게 더 재미있을 것 같아” 라고 말을 꺼내서 저도 "그래 그런 것 같지?"하고 안하게 됐어요. 일단 일이 재미있어야 하거든요. 이번에 희열이한테 편곡 한곡 맡기려고 했는데 그 맡기려고 했던 곡이 최종 녹음한 25곡에서 빠졌어요. 그리고 바로 희열이가 미국을 가버려서 같이 작업을 못했죠.
 

- 그럼 유희열씨나 김동률씨랑 작업하실 계획은 없으신가요? (디시이용자 ID : '환빠1''얌얌''다죽자'님 질문)

 이승환 :   아니요. 안할 것 같아요. 점점 취향이나 작업 스타일이 서로 다른 길을 가는 것 같아요. 이제는 서로 안 맞을 거 같은데요.
 

- 해외 뮤지션과 작업을 많이 하시는데 특별히 좋은 점이 있나요? (디시이용자 ID : '체리'님 질문)

 이승환 :   아무래도 말이 안 통하다 보니까 사담도 적고 오로지 작업에만 열중할 수 있죠.(웃음) 국내 뮤지션은 작업하면 잡담이 반이거든요. 그리고 아무래도 그네들의 음악이다 보니까요. 또 제가 쓰는 세션은 그 세션 중에서도 최고를 쓰는데 미국에서는 돈 주는 만큼 실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게 상당히 주관적인 평가임에도 불구하고 확실하게 나뉘어져 있어요. 만약에 시간당 100불을 더 주는 사람이라면 정확히 100불만큼 더 잘해요. 그러니까 계속 더 잘하는 사람을 쓰려는 유혹이 생기죠. 그러다보니, 갈 때마다 그냥 그 사람들이 내 노래를 연주를 하는 것뿐인데 "너무 잘해. 감동이야"그러면서 난 우물 안 개구리였다는 것을 깨닫게 되더라고요. 그렇게 실력이 뛰어나신 분들이 있으니까 가게 되죠.

  그래도 최근에는 기타에서는 김세황이나 홍준호씨 같은 분은 해외 세션 못지않은 실력을 발휘하죠. 제가 국내 뮤지션 쓰는 곡이 따로 있고 해외 뮤지션 쓰는 곡이 따로 있어요. 그건 완전히 한국정서를 담고 있느냐 아니냐에 따라 달라져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같은 곡은 완전히 한국적 정서가 담긴 음악임에도 불구하고 외국 뮤지션을 쓴 이유는 외국 뮤지션들이 다국적인 사람들과 작업을 하다보니까 이젠 가요를 이해해요. 이젠 웬만한 발라드를 그 사람들이 다 치더라고요. 예전에는 못 쳤어요. 우리식 발라드를 이해를 못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편하게 작업을 하죠.
 

- 혹시 잘 다루는 악기 있으세요? (디시이용자 ID : '얌얌'님 질문)

 이승환 :   없어요. 잘 못해요. 어디 내놓고 이야기할만한 상황이 아니에요.


- 항상 모든 앨범에 좋은 사운드를 내려고 노력하시잖아요. 그렇지만, 그렇다고 모든 사람이 알아주진 않고요. 그럴 때면 그냥 대충 하고 싶은 마음도 있을 텐데도 고집스럽게 더 나은 소리를 찾으려는 이유가 있나요?

 이승환 :   두 가지 이유인 것 같아요 . 명예를 지켜야 한다는 것과 자기만족. 명예는 다른 사람들이 나한테 기대하는 것을 충족시켜주는 것이고, 자기만족은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발전을 더디게 한다던지 내 음반이 소리가 나쁜 것을 견딜 수가 없는 거죠. 나는 그래도 스튜디오를 10년째 하고 있는 사람이고 한국에서 늘 '소리!소리!'하면서 그걸 안 지킬 수는 없잖아요. 사실 드림팩토리나 나나 우린 늘 이 바닥에서 아웃사이더였으니까 그냥 아무도 하지 않은 한 사람이 되자는 거죠. 걷지 않는 길을 가는 사람처럼 외롭겠지만요. 뭐…. 외롭다고도 할 수 없는 게 저에겐 지지자들이 있잖아요. 400명.
 

- 400명이라니요. 대형 공연장이 항상 꽉꽉 차는데요.

 이승환 :   지금 드림팩토리 회원이 14만 명인데 음반은 나가지를 않아.(웃음) 14만 명이 음반을 다 사주면 얼마나 좋겠어요.
 

- 요즘 경제 사정이 안 좋은 분이 많아서 그런가봐요.

 이승환 :   그것도 있겠지만 공짜의 유혹이 너무 큰 거죠.
 

- 아까도 25곡 녹음 하셨다고 했는데 9집까지만 CD로 내겠다고 하셔서요. 그럼 나머지 곡들은 그럼 CD로 안 나오는 건가요? (디시이용자 ID : 'r909-blue' '용산사진관'님 지룸ㄴ)

 이승환 :   제가 말한 건 정규앨범이에요. 만약에 제가 영화음악을 하면 영화사에서 음반을 내겠죠. 제가 기획 앨범을 낸다고 해도 그때까지 CD시장이 살아있으면 아마도 낼 것이고요. 그런데 제가 그런 발언을 했을 때는 2년, 3년 후에 제가 정규 음반을 낼 때는 CD시장이 사라질 것 같았어요. 그래서 그렇게 말을 한 거죠. 그리고 그렇게 극단적인 발언을 해야 사회적으로 환기가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4년 전부터 음악계는 점점 힘들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산업은 남아도 문화는 죽을 것이라고 말해도 아무도 귀를 기울이는 사람이 없었어요. 계란으로 바위치기고. 그런 말 하면 '너나 잘해라','늙수그레'하고 나만 몰매 맞고요.(웃음) 이렇게 자극적인 발언을 해야 그나마 환기가 되는 것 같아요. 다른 가수들도 그런 발언을 조금씩 하니까 요즘에는 기획기사들도 좀 나오고 있고요.
 

- 아까 ‘PRAY FOR ME'에 애착이 간다고 하셨는데 비슷한 분위기의 ’나의 영웅‘’너의 나라‘’영웅‘같은 곡이 이승환씨 노래만의 특색을 잘 살린 것 같다고 그런 곡을 늘릴 예정이 없냐는 의견도 있어요. (디시이용자 ID : 'sss''니가 뭘'님 질문 )

 이승환 :   그것도 400명의 이야기인 것 같아요. 팬들도 이율배반적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게, "오빠의 락이 좋아요"라고 하지만 늘 보면 아닌 것 같아요. 이번에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 공연 때 4곡을 불렀어요. '손','이노래','REWIND','PRAY FOR ME'를 불렀는데, 'REWIND'가 제일 얘기가 없었어요. '손'하고 '이노래' 가 좋다는 의견이 많더라고요. 그러니까 조금이라도 락적인 요소가 들어가면 자기도 모르게 안 당기는 거죠. 겉으로는 락이 좋다고 하고 싶은데 본심은 그게 안 따라가는 거죠. 돈 많이 벌어서 드림팩토리가 다시 예전에 영광을 다시 찾고 지지 세력이 많이 늘어난다면 할 수 있겠지만 이번 음반 사람들이 얼마나 좋아해요.

  사실 5집, 6집 명반이라고 꼽는 분들도 있는데, 그 두 음반이 상업적으로는 아주 내리막길을 걷게 한 음반이었어요. ‘그대가 그대를’ 같은 곡도 공연에서 락버전으로 바꿔 부르니까 되게 좋아하잖아요. 아예 처음부터 락으로 만들었다면 잘 듣지 않는 곡이 됐을걸요. 반대로 락으로 만들었던 곡을 발라드로 바꾸면 많이 좋아하실 것 같아요. 편곡이 가진 힘이 대단하죠. 그런 것을 보면 사람들은 노래 자체보다는 가수 이미지에 많이 치우치는 것 같아요. 거기서 오는 딜레마도 커요.

  요즘에도 음반이 나오니까 '비겁하게 타협했다'라고 비난하는 글도 봤는데, 내가 하고 싶고 내가 좋아서 음악을 만드는데 누구랑 타협을 해요. 제가 생각하기에 저 같은 사람은 까기 참 좋은 사람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저를 까대는 건 참 재미있는 것 같아요.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25곡 중 음반에 넣을 13곡을 고르다보니 편안한 게 콘셉트라 거기에 맞는 음악을 골랐을 뿐인데 ‘상업적이야’,‘타협했어’라는 말이 나오잖아요. 그렇지만 너무 앞서서 비난하시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 전에 방송에서도 “돈 벌어서 락할거야”라고 하시던데 스스로 부르는 락에 점수를 주신다면 몇 점이나 주시겠어요?

 이승환 :   85점?
 

- 팬들은 더 높게 점수 줄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승환 :   그래요? 저는 되게 후하게 준거에요. 락 매니아들의 맹점은 락이라고 하면 무조건 강력한 목소리에 강력한 사운드를 구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건 좀 편협한 생각인 것 같아요. 그건 자신들이 얼마나 경주마처럼 좁은 세계를 보고 있는지 모르고 하는 말 같아요. 저도 음악을 시작하고 밴드를 만들었을 때는 우리 밴드가 세상에서 제일 잘하는 줄 알았어요. 아마 모든 밴드들이 그렇게 생각할걸요. 앞서가는 밴드가 있어도 "쟤네가 뭔데 저러냐"하면서 비난을 해요. 자기가 생각하는 세계가 전체인 줄 아는 건데, 그렇진 않다는 것을 나중에라도 좀 깨달으면 좋겠어요. 그래도 요즘은 비평이든 비난이든 그런 평론이라도 해주는 게 너무 고마워요. 요즘 음악에 관심을 갖고 그렇게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사람들이 음악을 너무 재미없어 하잖아요.
 

- 그래도 이승환씨 팬들은 다 좋아하시잖아요.

 이승환 :   400명?
 

- (웃음) 혹시 음악을 시작한 걸 후회하신 적은 없어요?

 이승환 :   없어요. 후회할 게 뭐가 있겠어요. 언제나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는데요. 행복한 거죠. 하고 싶은 음악을 해왔고 하고 싶은 공연 다 해봤고 인기도 있어 봤잖아요. 옛날부터 저는 목표도 없고 야망도 없었거든요. 그래서 매일 '난 내일이 없다'고 하는 거예요. 사실 난 야망이 있는 사람들 보면 무서워. '야망을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겠지?'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차라리 욕정이 있는 게 낫지 않아요? 욕정은 너무 많아요.(웃음)
 

- 그래도 17년 동안 말 많고 탈 많은 연예계에 계셨는데 힘든 일도 있었을 것 같아요. (디시이용자 ID : 'Rexa''맥'님 질문)

 이승환 :   제가 가수가 자기 음반을 직접 제작한 1호였어요. 기존의 제작방식도 안 따라, 기존의 홍보 방식도 안 따라, 약간 '삐딱이'였어요. 난 그게 정도(正道)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행동했던 것인데 힘든 일 많았죠. 음해세력도 많았고 앞에 어른들의 세계에 대한 부조리를 막아줄 바람막이가 없었기 때문에 많이 봐야 했었어요. 그것 때문에 가수를 그만두고 싶기도 했어요. ‘당부’라는 노래도 그래서 만들었던 거고요. 제일 힘든 것은 어른들의 세계였던 것 같아요. 음악을 만드느라 힘든 창작의 고통 같은 건 즐거움이죠. 그건 우리 입장에서 '고통마저도 아름다워라'인데요. 특히 언론과 방송사와의 관계도 힘들었어요.


- 일부에서는 이승환씨한테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생기면 더 좋은 음악이 나오는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디시이용자 ID : 'r909-blue'님 질문)

 이승환 :   어느 정도는 수긍을 하고요. 그래서 요즘에 제가 “그렇다면! 내 그대들을 위해 아프리라! 내 고통을 숙주로 삼아 그대들의 기쁨을 만들어 놓겠노라” 라고 하죠. 어떻게 보면 듣기 좋은 말이기도 해요 사실. 정말 온건히 내 삶을 내 음악에 녹이고 있고 그걸 사람들이 느낀다는 생각을 하면 '내가 잘하고 있고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좋죠. 더 아파야 겠다. (웃음)
 

- 커뮤니티 사이트가 많지 않던 시기부터 드림팩토리 사이트를 운영하시기 시작했잖아요. 도메인도 간결하면서도 외우기 쉽고요. 드림팩토리를 팬들의 커뮤니티 사이트로 만들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요.

 이승환 :   그쵸. ‘dfs’ 같은 도메인은 면세점 하시는 분들이 갖고 있지 못한 걸 제가 갖고 있으니까요.인터넷 사이트를 빨리 시작한 것은 제가 공식 팬클럽이 없었잖아요. 매달 팬들한테 회비 걷어서 그런 짓을 하느니 인터넷에서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게 나을 것 같더라고요.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 관심도 많았고 얼리 어댑터(early adopter) 기질도 좀 있어서 빨리 도입을 했죠. 그때는 정말 PC통신 시기여서 완전 버벅거렸잖아요.(웃음) 그 당시 서버용 PC를 1천 만 원 넘게 주고 사고 그랬는데….
 

- 공동구매나 캐릭터 판매도 일찍 시작하셔서 좀 더 잘 운영했으면 사업적으로도 좋은 기회를 노릴 수 있었을 것 같아요.

 이승환 :   그런데 아까도 얘기했다시피 전 정말 4백 명의 이야기가 1천만 명의 이야기인줄 알았어요. 그런데 제가 뭐만 했다하면 상업적이라고들 하는 거예요. 솔직히 앨범만 내면 라이브 앨범내는 친구도 많은데 라이브 앨범 낸다고 하면 '상업적이야'라고 하고, 캐릭터 사업하겠다고 하면 '상업적이야','나 탈퇴할거야'하고 메일 보내고요. 가슴이 많이 아프더라고요. 적자를 보면서 공연을 하는 것이 당연하고 내가 번 걸로 무조건 공연과 음반에만 투자해야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았어요. 그래서 상업적으로 사이트를 운영하고 키워보겠다는 생각은 전혀 못했어요. 돈도 없고요.
 

- 드림팩토리가 커지는 걸 바라는 팬도 많지 않았나요?

 이승환 :   4백 명 중 한명이 옹호를 해요. 기업의 목표는 이윤창출이고 드림팩토리도 엄연한 기업이라는 거죠. 그러면 나머지 팬들이 ‘예술가가 무슨...’이라는 반응을 보이죠. 그래서 캐릭터 사업을 비롯해서 다 접고 못했어요. 연기자 매니지먼트 하는 것도 말이 굉장히 많았잖아요. 난리가 났었죠. 그때 탈퇴한 사람도 정말 많아요.

  하지만 아직도 저는 제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연기자 매니지먼트해서 번 돈을 음악 잘하는 친구들 음반 내는 데 썼거든요. 비주얼 같은 것은 안 따지고 무조건 음악 잘하는 친구들 찾아다가 음반 내줬어요. 그렇게 좋은 음반 내면 뭐해요. 다 망하잖아요. 엘튼 존이랑 결혼 한 사람이라는데 영국의 유명한 프로듀서가 왔다가 ‘시데리끄’의 음반을 와서 듣고는 10장을 사갔어요. ‘한국에도 이런 밴드가 있느냐’고 하면서요... 그런데 철저히 외면당했죠. 한 천장 나갔나? 그러면서 점점 깨닫게 됐죠. 그러한 목소리를 낸 것이 400명이었다는 것을요.
 

- 그럼 앞으로 또 사업을 하실 계획이 있나요?

 이승환 :   아니요. 절대 안 해요.
 

- 팬들에게 한마디 하신다면?

 이승환 :   한마디요? '즐'(웃음) 요즘 내가 너무 ‘샤방샤방’한 모습을 보여줘서 좋아하는 것 같은데 앞으로도 꾸준히 업데이트 된 모습을 보일게요.


- 별명 많으시잖아요. 공연 때마다 하나씩 나오고요. 가장 좋아하는 별명은 무엇인가요? 정력화신?

 이승환 :   별명이요? 라디오에서 한 청취자가 지어주신 건데, '불끈훈남'좋아해요.
 

- 쉬실 때는 주로 무엇을 하시는지 궁금해요.

 이승환 :   저는 완전 집돌이라 집 사방에서 2Km를 벗어나지 않아요. 취미는 완전 운동이고,(웃음) 요즘에는 스쿠터를 타기 시작했어요. AV마니아라 기기들 관심 많고 DVD모으고 영화 보는 거 좋아하죠.
 

- 최근에 보신 영화는 무엇인가요?

 이승환 :   최근에요? '나니아 연대기'인가 봤어요. DVD를 사 놓고 음반작업 하면서 영화를 한 편도 안 봤거든요. 얼마 전에 사무실 회식 때 극장가긴 했는데 집에서 본 건 '나니아 연대기'랑 '메멘토'다시 한번 봤어요.
 

- 제일 좋아하는 영화는 무엇인가요?

 이승환 :   A.I요. 호불호(好不好)가 극명하게 갈리는 영화죠. '바이센테니얼 맨'을 보고 egg의 모티브를 찾았고요. 저는 A.I.가 너무 슬프던데요.
 

- 디시인사이드 이용자들에게 인사말 남겨주세요.


 

  "사람들이 음악을 너무 재미없어 하잖아요"

  인터뷰 도중 이승환이 입 밖으로 꺼낸 말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유학을 갔던 친구가 10년이 넘는 유학생활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이승환의 공연에 데려간 적 있다. 그리고 그 친구가 열광하는 사람들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유학하면서 힘들게 지내던 시절에 이승환의 노래를 들으며 용기를 얻었던 때가 생각이 나서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그 친구에게는 이승환의 노래였지만, 지금도 다른 가수의 또 다른 노래가 누군가에게 힘이 되고 있지 않을까. 음악이 가진 힘은 어쩌면 생각보다 매우 큰 힘이다.

  기자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 평소 좋아하던 사람을 만난 기쁨에 인터뷰를 감상적으로 마무리한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또 센스넘치는 유쾌하고 재미있는 인터뷰였는데 그것을 글로는 다 표현하지 못한 아쉬움도 남는 인터뷰인 듯 하다. 그래도 4백 명보다는 더 많은 사람이 이승환의 노래를 좋아하고 아낀다는 생각으로 앞으로도 좋은 노래를 만드는 가수가 되길 바란다.   

 

한지선 dfjs@dcinsid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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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2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근간에 나온 인터뷰들이 분위기가 각각이다. 이번 인터뷰는 참 편안하고 따스하다.
 

 
 

Prologue / 주제없고 산만한 노컷 인터뷰를 기획하며


이승환과의 인터뷰 날짜가 잡혀지고 필자들의 고민이 이어졌다. 기왕 다른 싸이트에서 9집에 대한 심층 인터뷰도 있었고, 또 그렇다고 뻔한 신변잡기만을 논하는 메이저 언론과는 다른 곳이라는 측면, 그리고 바쁜 스케쥴의 와중에 짧게 잡혀졌던(사실 이 시간은 나중에 훨씬 늘어났지만) 인터뷰 시간 등등. 고민속에서 우리는 아주 자연스러운 ‘대화’의 방식을 택했다. 궁금한 것을 던져놓고 물어본다는 느낌보다는 생각나는 것을 또 생각나는 것으로 채워가는 자연스러운 흐름. 그리고 그 결과물이 바로 아래에 담긴 온갖 산만한, 하지만 솔직한 이승환의 한 음절 한 음절이 담긴 노컷 끝장 인터뷰이다.


인터뷰어는 투째지, 호떡바보, 렉스 님이 참여했다.

 

1. 괄호안의 * 표기는 옮긴이의 주석입니다.

2. 말투나 분위기, 뉘앙스를 살려 옮겼습니다. 일부 표현은 적절한 표현으로 대치했습니다.

3. 늘 그렇듯이 업로드 이후에도 부족하거나 틀린 부분, 사진등은 하루-이틀을 사이에 두고 꾸준히 업데잇,수정됩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자주자주 들려서 변화과정을 눈여겨 봐주시길. (이런 무책임함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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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동시작하시면서 앨범을 다시 들어보신 적이 있으세요?

: 네. 그럼요. 오늘도 들으면서 왔어요. 차에서.


: 좋던가요?

: 네, 아주 좋던데요?(웃음)

: 하하...

: 아니, 농담이 아니라 진짜 사운드가 너무 안정적이던데요. 다른 앨범에 비해서도 훨씬 안정적이고..우리가 마스터링(* 음반녹음의 마지막과정. 개별적으로 녹음된 여러 음원들이 ‘믹스다운’과정을 거쳐서 우리가 듣는 2채널로 만들어지는데, 이렇게 개별적으로 녹음된 수록곡들을 한 장의 씨디로 만들게 된다. 그 과정에서 마지막으로 소리가 다듬어지고 균형이 맞춰지는 작업이 마스터링이다.) 스튜디오를 이번에 Oasis로 옮겼어요. (* 이번 앨범의 마스터링을 담당한 Eddy Schreyer가 설립한 세계적인 마스터링 스튜디오) 사실, 어쩔 수 없이 그리로 옮긴건데. 뉴욕에 있는 Sterling Sound(* 8집을 녹음)같은 경우는,,개인적으로 제일 좀 깼고,, 제일 좀 안맞었어요. 그리고 Bernie Grundman Japan(* 7집을 녹음)도 괜찮았는데, 마침 또 거기 엔지니어가 한명이 병에 걸렸어요. 그래서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고 Bernie Grundman LA(* 4,5,6집을 녹음)같은 경우는 몇 개월씩 예약이 밀려 있어서 할 수가 없었고...아무튼 막판에 그쪽에서 해낸게...결국 Oasis의 승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 녹음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자면, 이번에 믹싱 엔지니어로 Clark Germain이 아예 드팩에 와서 작업을 했었죠. 개인적으로는 Benoit/Freeman Project의 엔지니어를 해서 기억에 남았던 사람인데.

: 네. 사실, 그렇게 유명한 사람들 같은 경우는 거의 시간당 돈을 받아요. 이렇게 옆에 앉아만 있어도 돈을 받죠. 뭐,,제가 여기서 맛있는거 엄청 사주고, 좋은데서 재우고, 저메인이 아주 호텔에서부터 완전 확 갔죠(웃음) 그래서인지 너무 열심히 작업을 하더라구요. 우리 가야금 치는 Andy라고 있는데, 그 친구가 가이드도 해주고, 나중에는 내가 젤 좋아하는 중국집도 데려가고...그랬더니 여기로 아예 와준거에요. 뭐 작업이 완전히, 훌륭했죠. 밸런스도 좋았고.


: Germain의 작업 스타일은 어땠어요?

: 굉장히 꼼꼼했어요. 아무래도 처음에 오면 굉장히 자기방어적으로 일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사실 뭐 혼자 이렇게 와서 동양사람들 보면 걔네들이 얼마나 무섭겠어요.(웃음) 그런데도 그 사람은 아주 편하게 어울렸고 작업할 때도 우리가 제시하는 부분들에 대해 나름 수긍을 하면서도 ‘이런 방향은 어떠니’ 하는 식으로.. 다른 엔지니어들에 비해서도 프로듀서같은 마인드를 갖고 있더라구요. 아무래도 프로듀서도 직접 했던 사람이니까. 워낙에는 재즈쪽을 많이 했던 사람이에요. 그래서 걱정을 좀 했는데, 사실 록을 가장 좋아한다고 그러더라구요.

 

: 부크릿을 보니 앨범 전체의 믹싱을 전부 다 맡기진 않았어요. 상당부분 국내 엔지니어들이 해결을 했고.

: 사실 타이틀도 원래는 Germain이 했다가, 가요발라드라서 그런지 제대로 파악을 못하더라구요. 정서가 다르니까. 걔네는 사실, 굉장히 많이 눌러요. 사운드 자체를. 근데 우리는 누르는데 익숙하지 않아요. 마스터링 같은거 할때 ‘이게 뭐하는 짓이야’라는 소리가 나올정도로 뭔가 '터지는',,그런식의 구성을 우린 많이 하잖아요. 특히 타이틀같은 경우는 중간에 효과음같이 넣는 팀파니라던가...그런걸 자꾸 죽이려고 하더라구요. 나중에 저메인이 가고 나서 우리 엔지니어가 다시 해서 실었죠. 지금 우리 엔지니어가 국내에서는 거의 인기순위 3위 안에드는 사람이에요. 작곡가들이 좋아하는...

: 누구 말씀하시는거죠?

: 김한구요.

: 아. 김한구씨.

: 지복이(*장지복)같은 경우도 거의 뭐 목소리에 관한한은....‘남편’이나 그런 곡 들어보시면 알겠지만 적어도 제 목소리에 관한한은 정말 최고로 잡아냈던것 같아요. 마스터링 가서도 클라크랑 김한구가 “야 정말 목소리에 관한한은 니가 최고다” 이럴정도였으니까요. 사실 많이 뿌듯해요. 지금 제가 이 사람들을 거의 9년째인가? 데리고 있는데, 이제는 정말 언제든 제몫을 다 해내니까...


: 저도 사실은 MP3를 많이 듣는 세대는 아니에요. 개인적으로도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를 좋아하고. 처음 9집을 듣고 소리가 여느때보다도 좋다 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번에 아예 6집부터 9집까지를 놓고 씨디로 쫘악 비교해서 들어봤는데요. 6집이 굉장히,뭐랄까 강하고, 댐핑한 사운드가 난다고 하면, 7집은 좋긴한데 조금 날카로운 느낌이 강했고, 8집은 약간은 답답하다는 느낌이 있어요.

: 7집은, 근데..그게 Sunny Side Up과 Over easy가 성향이 전혀 달라요. Sunny side up은 잘됐고, over easy는 좀 별로였는데, 사실 그걸 일본에서 마스터링 했는데, 엔지니어 성향 자체가 록을 잘 하는 사람이 아니었어요.

: over easy가 좀 날카로워요.

: 예,..그게 좀 잘못잡은거에요. 사실 이번 앨범에 대해서는, 뭐, 이건 제 의견은 아니고 이번 앨범에 참여했던 우리쪽 엔지니어들 曰 “형 앨범들 중에서 제일 좋다” 라고 해요.

 

: 그럼 그 이전까지 제일 좋다고 생각한 앨범은 어떤거였어요?

: 5집이요. Cycle. 그 앨범은 뭐...내가 그 테입을 Bernie Grundman에 세 번이나 다시 보내서 마스터링을 했어요. 뭐,,마스터링 세 번하는 놈은 처음봤다 라고...(웃음) 그 앨범은 뭐랄까 이 소리가,,, 그 두께자체가 정말 달라요.

 
: 이번 앨범도 못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5집때가 소리가 좋긴한데 뭔가 좀 딱딱한 면도 있었다고 한다면 이번에는 많이 유연해졌어요.

: 질감이 좋아졌어요.

: 예, 귀에 거슬리지 않는 그런 소리

: 굉장히 또 명료하고 음원의 분리나 밸런스가 아주 우수한 느낌이 들어요.

: 그 부분은 마스터링의 힘이고. 사실 믹싱때부터도 다 좋았어요. 제가 계속 그랬어요. “야,,너 많이 늘었다”(웃음) 같이 편곡하는 친구들도 와서는 ‘이야...지복이 왜 이렇게 잘해요?’ ‘한구형, 정말 최고에요’ 막 이런 분위기였고. 클라크 같은 경우는 Rewind를 처음 한국오자 마자 작업했는데 첨에는 시차도 있고 그러니까....그러다가 그걸 맨 나중에 가기전에 다시 믹싱을 했는데, 아주 잘 됐어요

 : 사실 아쉬운건 있어요. 많은 사람들이 씨디를 사면, 사실 요새는 그다지 많이 사진 않지만, 일단 사서는 바로 컴퓨터에 넣어서 192로 인코딩을 한단 말에요. MP3에서 들으려고(웃음) 그걸 또 아주 성능이 빈약한 이어폰으로 듣게 되잖아요. 공간감은 제로죠.(웃음) 사실 이쯤 되면 씨디로 산 의미같은 건 없잖아요.

: 하하. 네. Mp3 플레이어에 내장된 파워같은게 뻔한건데....Mid-range는 거의 죽어요. Low쪽이야 워낙 구분을 잘못하지만..근데 뭐 어쩌겠어요? 어쩌란 말이야?(웃음) 사실 이제는 대세에 따르기로 했어요.


: 그런 의미에서 요새 자주 이야기 하시는 ‘가요계 고사’발언이나 ‘마지막 CD'같은 발언들은....뭐랄까...어떤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거 좀 의도적인 발언이 아니냐 라고들 해요.

: 음. 의도적인게 맞아요. 사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다들 불만이 많아요. 원래 음악홍보는, 영화쪽도 마찬가지지만 다 일단 긍정적으로 자신을 홍보하는거잖아요. ‘아, 우리 정말 잘되요, 이번에 대박이에요’ 이게 정상인데, 저는 늘 ‘아 정말 안돼요. 망했어요. 망할거 같애요’ 이랬거든요. 근데,,,진짜 망했었어요. (웃음) 이번에도 이런 문제로 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뭐 ‘언론사를 대하는 지침’ 이런식으로. 사람들은 저에게 그런 부정적인 이야기를 듣는거를 정말 싫어한다는거에요. 저에게서 기대하는 건 늘 ‘사람이 너무 너그러워’ ‘고생은 한번도 안해봤음’, ‘정준호같은 웃음’ (웃음) 그런걸 바란다는거에요. 저도 뭐 그래볼려고 다짐도 하고 그랬으나. 결국 또 이야기하게 되더라구요. 제가 이런 이야기 한건 한 4-5년 되었는데...근데 저 말고는 아무도 그런걸 말하지 않더라구요. 저라도 이야기 하지 않으면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을거 아니에요? 정책적으로도 아쉬운 부분이 있는건데...생각해보세요. 맨날 ‘잘된다 잘된다’ 이런말만 거짓말로 하고 있으면 그게 실제로 잘되겠어요? 힘없는 내가 백날 이야기 해봤자 되는건 아니지만, 그래도 누군간 이야기 해야죠. 그래서 결국 마지막 CD라는 극약처방도 쓴거고. 이지경이 되었다,라고 말하고싶은거죠. 어떻게 모든 것이 진보하는 이 세상에서 음악만 이렇게 퇴보할 수가 있느냐. 그렇게 후진 음질로 음악을 듣겠다는게 말이 되냐.... 엊그제 김윤아가 이야기해줘서 뭐 아주 시원하긴 했는데.....뭐 네티즌들에게 아주 몰매를 맞던데요? 왜 그 논리 있잖아요. ‘니네가 음악을 잘 만들어봐, 우리가 사줄게’ 근데 가만히 보면 잘만드는 애들부터 먼저 죽던데요? (웃음) 솔직히 살아남은건 연예인이잖아요. 엔터테니어밖에 없잖아요.

: 그런 논리를 펴면서 진짜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어요.

: 이젠 진짜로 음악은 '남의 일'이잖아요. 이게 뭐 나에게 어떤 삶의 중대한 영향을 주고 그러는게 아니라. 크게 보면 문화나 이런것의 전반적인 몰락으로 이어지고 그러는건데, 어찌보면 개인사에 있어서는 아무 문제가 안되는거죠.


: 8집부터도 그런게 좀 있긴 했지만 9집은 확실히 더 컴팩트 해졌다는 느낌이 있어요. 이런것도 방금 말씀하신 면과 관련이 있는건가요?

: 어떤 측면?

: 그러니까, 대중들이 더 이상 음악을 진지하게 듣지 않는다......

: 아뇨, 뭐 꼭 그런건 아니었어요. 이번에는 스물다섯곡을 일단 녹음하고, 그중에는 심각하거나 폼나는 것도 많이 있었어요.

: 이를테면 어떤?

: 힙합같은 것도 있었고, 미디엄록 계통인데 예전에 Yes같은 그룹의 음악같은 그런것도 있었고...예전에는 그런데 이런 것들을 구색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꼭 한두곡씩은 넣고 그랬었는데..이번에는 아예 뭐랄까 “가오라고 생각되는 것을 빼자, 그러면 사람들이 좋아할거 같다”

 

: 결과적으로는 좋았다고 봐요. 말씀하신대로 그런 ‘가오를 뺀’ 음악이 결과적으로는 아주 이승환스러워졌다고 생각되었거든요?

: 그러니까 그게 이제 1-4집때 팬들, 그때 음악을 기억하는 올드팬들에게는 그럴 수가 있었던거죠.

: 그런데 보통은 힘을 뺀다던가 하는 것은 어찌보면 그러다가 정말로 ‘힘이 빠져버리는’ 수도 없지 않아요. 솔직히 말하면 8집은 그런 느낌이 없지 않았어요. 말 그대로 힘을 빼려다가 진짜 힘이 빠져버린.

: 네. 그게.....이상하게 8집땐 열심히 안했어요(웃음) 빨리 집에가고 싶고(웃음) 편집증이 없어진거에요. 그래서 애들도 굉장히 편해했어요.

: 태클도 안걸고.....

: 그렇죠. 태클도 안걸고..(웃음) 그런데 이번같은 경우는 너무 편집증은 그렇지만 그래도 다시 한번 가자! 내가 하는 방식으로 다시 가보자 이랬죠. 다른 인터뷰에서도 한번 이야기했지만 이를테면 성제가 편곡을 세 번 다시 해서 오면 네 번째 하면서 ‘야 미안하다 이거 다른 애한테 맡겨야겠다’(웃음) 이러고...사실 그게 힘든 부분이에요. 이바닥에서는. 그래도 오랜 신뢰관계같은게 있으니까. 자기가 작곡한 ‘울다’같은 경우도 영환이가 편곡을 했고..좀 황당했을 수는 있죠. 그래도 더 좋은 결과물을 위해 그랬으니까. 저로서는 프로듀서로서의 자세랄까.

 : 9집은 특히 이승환의 프로듀서로서의 의지랄까. 확실히 그런 면은 많이 느껴진다고 봐요. 컴팩트해졌다는 면에서는 집중력도 있다고 느껴졌고. 곡의 길이도 굉장히 짧아진 편이지만 그 사이에 하고 싶은 것들은 정작 촘촘히 박혀 있는 그런 곡들이 많았거든요. 타이틀곡이나 ‘소통의 오류’같은 것도 그랬고.

: 일단 시간(* 곡 길이)에 관한 부분은...굉장히 갈등이었어요. 실장님에게도 ‘이거 방송에 나올 수 있을까요’ 이러고.

: 사실 길이는 여전히 불만이 있어요. 더 길어도 좋았을 곡들이 많아요

: 방송에서는 그것도 힘들어 해요. 지금 길이조차도. 워낙에 컴팩트해진 추세가 되어놔서..지금 우리 곡이 4분 57초인가? 그런데 그것도 버거워해요. 그걸 우리가 생각을 안할 수는 없어요. 프로듀서 입장에서는 더더욱. 아쉬운게 있다면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의 경우도 그랬지만 이게 좀 더 오래가야 감동이 올 수 있었을텐데 너무 fade-out을 일찍 시키지 않았나 하는 생각은 들어요.

: 전반적으로 곡이 좀 짧아요.

: 그런데 그렇게 함으로써 사람들이 라이브에서 보다 긴 버전을 들을 수 있으니까. 기대하게 만드는 측면은 있는거 같아요.

 : 곡을 쓰실 때 공연에서의 모습을 어느정도 염두에 두시는 편인가요?

: 아뇨 그렇진 않아요. 어차피 편곡자체는 공연때 다시 만들면 되니까 녹음할 때 굳이 계산에 넣을 필요는 없죠. 오히려 관심사는 안해본 장르를 한번 해보고 싶은. 그런게 더 관심사죠. 오히려 예전에는 그런걸 조금은 생각했었어요. ‘너의 나라’나 ‘나의 영웅’같은 경우 이걸 공연에서 연출할때는 이런식으로 하겠다는 어느정도의 구상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것이 사실 부질없다는 걸 알게 됐죠.


: 본인앞에서 직접 말하는게 조금 이상하긴 한데,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참 좋다는 생각이 들어요.

: 하하 ^^;;;;

: 저는 결국 나중에 지나고 나서는 타이틀곡이나 몇곡이 앨범 전체의 느낌이나 평가를 좌우하게 된다고 믿는 쪽이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는 아주 주제부가 간결하게 잘 표현되었고. 특히 세부적으로는 보컬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우린 어떻게든....’하고 나오는 부분에서는....

: 확~긁는거요?

: 예, 긁는거..좀 꺽꺽댄다고 할까. (웃음)

: 일부러 좀 긁었어요. 그건. 제가 원래 비명과 노래를 같이 부르잖아요. 그걸 없애야겠다. 천일동안 창법을... 그래서 이번앨범에서는 그런걸 많이 없앴는데..그럼 또 다른 무언가를 해야겠는데...제가 원래는 좀 ‘탁성(濁聲)’을 갖고 싶어했어요. 마침 그때 ‘꿈꾸는 음악회’라고 투어를 돌고 있었는데, 목상태가 그렇게 좋은 상태가 아니어서 좀 위태위태했죠. 그래서 때마침 그런 긁는 소리가 나온거에요. 목상태가 안좋아서. ‘이때야!!’(웃음)


: 좋았던거 같아요. 결과적으로.

: 근데 문제가,,지금은 안나와요. 라이브때는 안나오더라구요. 녹음할때도 엔지니어에게 막 물봤었어요. ‘이거 지금 긁는소리 들려? 나와야 하는데’ 저는 단어 하나하나에 제 의미를 담으려고 하는데 그 북받치는 부분, 가사도 그렇고 ‘안돼요 안돼요’ 그래서 그런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타이틀곡에서 좋다고 느낀건...그게 20분도 안되서 만들었어요. TV프로를 보고 그 즉시 나온 멜로디기 때문에 진심이 담긴거죠. ‘소통의 오류’ A파트 같은 경우는 이렇게 불러보고 저렇게 불러보고 이러면 오히려 좀 안좋아지는거 같아요. 좀 불만이에요. 뒷부분은 오히려 장난같이 만들었는데..


: 그것도 저는 이승환의 매력중 하나라고 보아지는데. 유치뽕끼라고 할까(웃음) 그게 근데 다른 완성도가 전부 별로고 단지 유치하기만 한거라면 문제가 되죠. 그런데 이승환씨가 보여줬던 이제까지의 음악들은 어떤 기술적으로나 음악의 전체완성도에서 매우 프로페셔널한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그게 단지 ‘유치하다’라고 말하는건 맞지 않다라고 생각하는데.

: 근게 그걸 이해를 못하더라구요. ‘건전화합가요’도 원래는 완전 장난같이 시작한 곡이에요. ‘자..우리 이번에는 모든 곡을 다 섞는거야. 예전에 누구누구가 했던것처럼(웃음), 다 섞어! 다 섞어!’ 그랬는데 결과적으로는 별로 웃기게 되진 않았지만.


: 앨범에 은근히 이장르 저장르 섞인 곡들이 많은데, ‘건전화합가요’만 들어봐도 딱히 ‘크로스오버’라고 느껴질만큼의 이질감이 있지는 않아요. 뒤섞인 장르가 하나로 그냥 잘 뭉뚱그려졌다는 느낌? 이건 좀 중요한거 같아요.

: 그건,,정말 성제의 힘인거 같아요. 제가 그 곡에서 좀 까탈스럽게 굴었던 거는,,저는 뒷부분에 나오는 록사운드나 이런것도 전부 리얼로 하고 싶어했고, 성제는 아예 드럼도 자기가 찍은(* 프로그램으로 했다는 의미) 드럼을 쓰고 싶어했어요. 결국 리얼로 하긴 했지만, 성제는 자기가 찍은 드럼이 정말 리얼드럼보다도 더 좋다고 믿고 있어요. (웃음) 그런데 정말 실제 드럼 치는 애가 와서 듣고도 ‘야 이거 누구야 드럼 잘쳤다’ 이럴정도니까. 워낙 잘 찍어주시니까... (웃음) ‘건전화합가요’는 원래 ‘환상의 커플’이라는 드라마에 주제곡으로 만든건데..코믹이더라구요 내용도...퇴짜맞았죠.


: 예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잖아요. ‘변해가는 그대’...

: M이었나? 심은하씨 나온거. 그거 쓰려고 만든 곡인데 그것도 퇴짜맞았죠. 사실 그건 드라마에 쓰려고 테마도 몇 개 뺀거였어요. 원래 더 있는건데... 뭐 그런 일이 있었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건전화합가요’가 들어갔으면 참 좋았을거 같은데 그렇지 않아요?

: 그러게요. 그나저나 ‘소통의 오류’, ‘남편’, ‘달빛소녀’도 그렇고, 예전에도 보면 국악기라던가 또는 그런 분위기에 대해 관심이 많은거 같아요. 국악에 관심이 있으세요?

: 아니에요 없구요. 사실 저는 국악이라기보단 그런 분위기? 그러니까 에스닉한거죠. 그런거에 관심이 있어요. 이번에 ‘소통의 오류’할때도 지누가 반대를 많이 했어요. ‘아니 왠 꽹가리?’ 사실 악기의 문제는 아니었어요. 아직은 국악하는 분들이 그런 분위기나 리듬을 잘 못따라오고, 그래서 편집을 많이 했고.

: 사실 국악기와의 크로스오버같은 경우도 방법론에 있어서는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드는데, 신해철이나 넥스트도 예전에 했었지만, 근데 그쪽은 그런 악기를 썼다라는 걸 어떻게 보면 티를 내는 스타일이라고 보여지구요.

 : ‘남편’같은 곡에서의 가야금이나 장구는 아주 절묘했다고 봐요. 굉장히 위화감이 없이 섞여들어갔구요.

: 네, 아주 절묘했죠. 남용하지 말자 주의는 있어요. 언제나 효과를 주는 정도로 하는. 있는듯 없는듯? 그런걸 유도하기도 하구요.

: 편곡을 맡은 3rd Planet의 활약도 나름 돋보이는데, 이 분들이 누구시죠?

: 아, 저희 밴드에 고영환이라고, 그분이 또 부인될...또 강경아라고..둘다 건반주자에요. 그래서 이번에 웃겼던게 녹음할 때 둘이 같이 있다가 고영환이 건반을 치다가 잘 안되면 강영아가 비켜~이래서 대신쳐주고.

: 아주 편하군요(웃음)

: 그죠. 아주 좋죠(웃음)

: 예전 음악 이야기좀 할게요. 4,5집에 대한거는 제 책에 해주셨던 인터뷰(* ‘90년대를 빛낸 명반50’ 이승환 인터뷰 참조)에서도 이야기를 했으니까, 6집이야기를 좀 해볼게요. 많은 사람들이 이승환 음악이 좀 어렵다, 낯설다 이런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던 앨범이었던 것 같아요.

: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생각을 했었던게...만약 싸이클이 휴먼만큼의 인기를 얻었다면 과연 war in life 앨범이 나왔을까 하는 것이거든요. 좀 더 자유롭지 않았을까.

: 더 이상한거 했겠죠?

: 그러니까요. 그런 기대도 했고....

: 그러니까 5집이 너무 어렵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6집은 좀 쉽게 가자...라고 만든 앨범이었어요.


: 그럼 오히려 7집에서 두장으로 나온거는 ‘그래 어려우면 sunny side up을 들어라’같은 거였나요?

: 예 그렇죠. ‘배려’죠. 엄청 쉽잖아요. 노래들이 다. ‘엄마’가 좀 어렵나?

: 결과적으로는 Egg가 뭐랄까. 잘 듣게 되는 음반은 아니었어요. 저역시.

: 잘 모르겠어요. 얼마전에 9집을 준비하면서 이번에 내는 앨범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4집부터 한번 쫙 들어봤었거든요? 그랬더니 Egg가 제일 좋던데. (웃음) ‘이야. Sunny side up' 이게 왜 망했을까. 지금도 강지훈 이사님이라고 T엔터에인먼트의..그분도 자기는 7집이 너무 좋았다고 그러시던데. 완전 대박나는줄 알았다고. 안되서 너무 의아했다고. 그렇게도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 저희가 어제 인터뷰를 준비하면서 채팅방에서 서로 의견을 교환했었거든요. 그때도 나온 이야기지만 셋다 뭔가가.....7집에 대해서 뭔가 아쉬운 점이 있다는 거였어요. 다 조금씩 포인트는 다르지만.

: 흠.....그게....Sunny side up은 괜찮았고, 개인적으로 over easy는 좀 아쉬웠어요. 집중력이 좀 없었고. ‘Sunny side up만 낼껄..아니면 ‘왜’하고 ‘동지’만 넣어서 낼껄’ 이런 생각도 했었어요. (웃음)

: 곡도 좀 많잖아요. 듣는 입장에서는 2CD는 좀 버거운 면이 있어요. 음악이 좋아도.

: 그렇죠. 스물다섯곡을 정규 앨범에서 듣는건데...아마 우리나라에서 거의 최초의 시도? 정규앨범을 그렇게 낸 사람은 없을걸요. 윤상이 Cliche를 냈지만 그것도 한 장은 신곡이 아니었고.....

: 결과적으로는 많이 안팔렸지요?

: 거의 패닉상태였어요. 그 당시는 뭐 50만장 60만장씩 나가던 시절인데, 이게 너무 안나가니까 저도 깜짝 놀랬고,,,그래서 급기야는 전화해서 ‘지금 속이는거죠?’ (웃음)

: 타이틀 곡이 애매했던 부분도 있었어요.

: 그죠.

: 저는 ‘잘못’도 사실은 'His ballade 2'버젼이 더 좋았다고 생각해요.

: 네...그때는 사실 희열이의 조언을 좀 들어서 ‘이제는 뭔가 너무 애절한건 아니지 않아요?’ ‘좋은 사람 뜨는거 보니까 이제 사람들이 뭔가 Light한 슬픔을 좋아하는거 같애’ 그래서 ‘흐음~그래~?’ 그랬죠. (웃음) 게다가 가장 큰 문제가 뭐였냐면 그때 차은택 감독한테 앨범 나오기 8개월 전에 뮤직비디오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는데 좋은거에요. 그래서 ‘그거 간직해라’ 이랬죠. 그래서 노래 가사도 그 뮤직비디오 내용에 맞춰 썼고. 그게 실수였을지는 모르겠어요.


: 저는 7집에서 ‘잘못’과 ‘Song for you'가 참 좋았다고 생각은 해요. 그런데 그게 일반 대중들이 듣기에, 지나쳐서 듣기에 예전의 ‘천일동안’이나 ‘애원’처럼 뭔가 확 끌리는 그런게 없으니까, 약했던 면도 있는거 같아요.

: 그죠. 근데 희열이랑 저랑 6집을 작업할 때, ‘그대는 모릅니다’를 만들고서는 저희로서는 ‘천일동안’을 이제는 뛰어넘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자신있게 냈는데,,,사람들이 외면했죠. 아예 ‘세가지 소원’을 타이틀이라고 생각할 정도였으니까. 내가 충격을 받은거죠. 이제 나의 거대 발라드는 안먹히는가? (웃음) 그렇다면 좀 컴팩트하고 라이트하게 가자,,그래서 나온거죠.


: 6집 이후의 작업들에 대해 저 나름대로는 ‘소통-충돌’의 개념으로 보기도 해요. 이를테면 7집같은 경우도 이승환씨는 Sunny side up을 더 좋게 느끼고 또 팬들도 그걸 더 좋아할거라고 생각했겠지만 정작 오히려 ‘Over easy'가 낫지 않냐는 의견도 있어요.

: 그거야 일단 취향이겠죠. 취향이고.....저 개인적으로는 Sunny side up이 훨씬 좋았다고 생각이 되고. 그대신 over easy같은 경우 ‘Fight'같은 음악을 하면서 좀 미흡했다 했던 부분을 더 보완하게 되었구요. ‘그래, 뭐 또 해보자 까짓거!’ 이런식으로. 그런게 결국 이번 앨범에서도 ‘No pain No gain'같은 곡으로 나오게 된거죠. 이번엔 좀 잘 나온거 같아요. 훨씬.

: 김진표씨랑도 벌써 세 번째시죠. 어떤 면이 편한거 같아요?

: 다른 랩퍼들의 경우 흑인음악쪽을 하던 친구들이 많아서 랩은 잘해도 정작 어울리지 않는 경우가 많았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고. 근데 진표는 노바소닉을 거쳤으니까. 어떻게 하는지 뻔히 알고 있는거에요. 너무 편하고, 하면 또 제대로 나오고. 내가 좀 더 진표에게 바라는거는 사실 랩을 할때 조금 더 질러줬으면 하는 거지만 그거야 자기 스타일이니까.


: ‘이 노래’는 좀 의외였어요. 너무 편안한 노래라고 할까? 이건.....

: 게다가 너무 트렌디한 작곡가에....

: 네, 그러니까요. 전해성씨죠. 작곡가 이름에서도 일단 놀랐지만, 곡 전개에서도 너무 지나치리만치 평이하다는 느낌.

: 은근한 매력이 있더라구요. 처음에 피아노로만 된 데모를 받았는데 첨엔 저도 잘 몰랐어요. 근데 대여섯번을 들어보니까 ‘야, 이 노래가 뭐가 있다’ 이런 생각이 드는거에요. 처음에 무슨 작곡가 모임 단체가 있었어요. 거기서 한 40곡 받았나? 대중적이어야 겠다는 의지가 좀 있었기 때문에 그런 쪽 곡을 많이 받았었죠. 그중에 하나로 전해성씨 곡을 받았는데 너무 좋았고, 공연때도 다들 좋아했고. 확실히,,,근데 그런걸 다들 좋아하더라구요. 근데 사실은 저도 그 노래를 듣는 순간 가사를 너무 쓰고 싶었어요. 왜 전해성이 잘나가는 작곡가인가 하는 게 느껴졌어요. 이 사람의 내공이 있구나.

: 대중들이 좋아하는 코드도 잘 알고.

: 그리고 사운드에 대한 개념도 있구요.

: 리뷰를 쓰면서 반복적으로 앨범을 듣다보니까 오히려 처음 들을때보다는 평이한 느낌이 없더라구요. 자꾸 들으면서도 위화감이 없는 그런.

: 그리고 예전엔 앨범의 첫머리에는 꼭 심각한걸 넣었죠. ‘가오’있는걸. 근데 이번에 ‘이 노래’를 처음에 넣은것 자체가 이 앨범을 편하게 들어달라는 일종의 설명이자 안내자같은거죠. ‘편하게 시작하십시오’ 옛날에는 ‘울릴거야,터질거야’였다면. 그리고는 또다시 ‘그늘’로 넘어가서 또 편하게 가죠.

: 8집과는 대비가 되요. 8집이 편한건 있었지만 우울하면서 좀 답답한 면도 있었고. 사운드적으로도 좀 막힌 느낌이 있었고. 이번 앨범은 규모 자체는 대동소이하지만 분위기는 여유가 있었고 재미가 있어졌어요.

: 일단 좋은 사람들을 많이 썼고,,,누가 잘해? 조시 프리즈? 그럼 계약해. 이런거였죠. 아낌없이 투자를 했구요. 그네들은 역시 딱 돈값만큼 해요. 비싸면 잘하죠. 예전에는 그래도 ‘야, 그래도 누가 좀 더 싸?’이런것도 따지고 그랬는데 이번 앨범은 그게 없어요. Josh Freeze, Ricky Lawson, Paul Jackson Jr. 뭐 다 유명한 사람들을 기용했죠.

: 특히 드럼은 뭐. 귀에 확 남을 정도로들 잘 치더라구요.

: 원래 ‘붉은 낙타’쳤던 친구(* Denny Fongheiser)를 다시 불렀어요. 그때 너무 감동을 받아서...그 아저씨가 7곡을 쳤는데, 한곡 썼어요. 근데 그 곡도 빠졌어요. 근데 그 아저씨가 좀 이상해졌어요. 97년에 봤을때는 아주 잘생겼었는데 사람이 좀 약간 이상해졌더라구요. 약을 하나 (웃음) 샤프하고, 멋지고 그랬는데...자기 관리에 실패한거 같더라구요. 잘했다고, 됐다고 그래서 그냥 보냈죠.

 

: David Campbell은 어떻던가요? 6집 이후로는 첨이셨죠?

: 네..뭐 완전 거물이 되어가지고...돈고 거의 두배를 받아요. (웃음)

: 사실 잘은 모르겠어요. 두배의 값이라는 걸 생각하고 또 그때의 음악들과 지금의 음악을 비교해보면 딱히 어떤 면이 대단한가 하는 건 애매해요.

: 근데 그게..편곡을 다 해놓고 스트링을 맡겼었기 때문에 자기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많이 없었을 거에요.

: 편곡자로서 참여한게 아니었죠?

: 네 String Arranger(* 현악부분만 편곡을 담당하는 역할)였으니까요. 사실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어요. 그래도 우리는 ‘기적’을 바랬던건데.

: 굳이 박인영씨가 아니라 데이빗 켐벨 이었을때는 그만큼의 이유나 기대치는 있었을거잖아요.

: 그런데 데이빗 캠벨이랑 할때...이런건 있어요. 미국에는 스트링 하는 사람을 모아주고 또 계약도 해주는 String Contractor라는게 있거든요. 일본여자인데 Suzie Katayama라고 아주 유명한 사람인데, 그 사람이 데이빗과 일을 많이 해요. 우리는 그여자와 직접 연락은 안닿고, 그러니까 데이빗 캠벨과 작업하면서 그런걸 또 기대하는거죠. 소리가 정말 다르거든요. 활 긁는 소리같은 것도 확확 나고...예전처럼 그냥 우리가 박인영씨를 미국에 보내서 작업을 하게 되면 일단 연주자 자체를 확신을 못하니까. 그리고 타이틀 곡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어요. 비싸지만 쓰고 대박을 터뜨리자, 이런 생각이었던거죠.

 : 결과물은 만족하셨나요?

: 네, 만족했어요. ‘그늘’같은 경우는 조금은...........그런데 그 곡은 지찬이의 편곡에서 움직일 수 있는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꽃’이나 ‘지금쯤 너에게’의 느낌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기대는 했었는데...드럼 루프나 그런게 이미 어느정도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 놔버려서..

: 말씀하셨지만 전 그 계열의 편곡에서는 ‘지금쯤 너에게’를 따라올 곡이 없다고 생각해요. Human 앨범에서도 최고라고 생각하는 곡중 하나에요. 그 곡에 비한다면 ‘그늘’은 좀 얌전하다는 인상은 있죠.

: ‘지금쯤 너에게’는 정말 최고였죠. 그런데 사실은 ‘그늘’의 편곡에 대해서 메일을 써서 보낼때 편하게 가달라고 부탁은 했었어요. 화려하지 않게 좀 편했으면 좋겠다...라고.

: 멜로디가 뭔가 확 터지는 느낌이 아니잖아요. 기승전결도 뚜렷하지 않고.

: 그런게 있죠. 사실 데이빗의 스타일이야 훨씬 대곡이나 기승전결이 뚜렷한 곡에서 진가가 나오니까. 그런데 ‘그늘’은 정말 그 잔잔하게 밀려오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데이빗에게 보내서 맡겨야겠다 하고 결심했던 곡이에요. 근데..우리 팬들에게는 별로 지지도가 높지 않아요.

: 그래요? 의외네.

: 네. 우리 팬들에게는 ‘손’, ‘울다’, ‘건전화합가요’, ‘Pray for me’ 이렇게 압축되는거 같애요.


: 우리끼리는 ‘그늘’하고 ‘Rewind'같은 곡이 좋다고 하지 않았었나? (웃음)

: 뭐 그쯤되면 대중의 귀가 아닌거죠. 저희들도 녹음하면서 ‘rewind’가 너무 좋다고 막 그랬었는데,,정작 공연해보니까 반응이 없어요. 다들 ‘울다’나 ‘이 노래’를 좋아하고. 하긴 우리야 연주하는 입장에서는 일단 재미가 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는건 있죠.

: 보컬의 감수성이라는 측면에서는 ‘울다’가 이승환답다는 생각이 들어요.

: 안그래도 서브 타이틀로 생각중이에요. 뮤직비디오 시나리오도 맡겼구요.

: 그렇군요. 사실 이승환씨의 목소리는 R&B는 아닌데, 오히려 스트레이트한 록보다는 조금은 끈적한 ‘울다’같은 곡에서 진가가 나온다고 생각해요. 뭐랄까 조금은 슬프고 끈적이는 맛이 있거든요?

: 또 ‘울다’가 가장 어린것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좋다...(웃음) 라는 계산도 있죠. 하하.

: Egg이후로는 보컬상태는 최고인것 같아요.

: 이번에는 아예 엄청나게 관리를 했죠. 8집때는 ‘Karma'같은거 막 부른 상태로 그 다음날 발라드 부르니까 상태도 안좋고 그런게 있었는데, 이번에는 아예 처음에 약한것부터 불렀어요. 그리고 뒤에갈수록 좀 센거를 불렸죠. 목 찢어져도 되는 ’no pain no gain'같은 곡. 8집때 고생했던게 많이 도움이 되어서 이번에는 아예 철저히 스케쥴 관리를 했어요.

: 운동하고 몸만드는게 보컬에도 도움이 되나요?

: 아뇨 도움이 안되요. 운동을 할때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게 되요. 목을 막 긁으면서..근데 그게 목에 굉장히 안좋아요. 운동 끝나면 무조건 자요 그래서. 그리고선 다시 목풀리면 녹음하고. 


: 늘 그랬지만 9집의 가사역시 신경을 많이 쓴 흔적이 있어요.

: 뭐 언제나 신경을 쓰지만 운이 좋았나부죠 뭐. 나도 모르게 잘 나오게 되니까요. 사실 가사가 제일 고통이에요. 다른것보단. 가사는 정말....메모를 엄청나게 해놔요. 그 중에서 고르던지 하는데...정말 힘들어요.

: 원래는 사운드 본위 잖아요. 이승환씨는. 가사라는 건 부차적인 부분 아니었나요?

: 네..그렇긴한데. 내가 사람들에게 결국 보람을 찾는건 결국 가사인거 같아요. 왜냐하면 내 이야기를 누군가에게 들려줬는데 누군가가 공감해주고 고개를 끄덕여주면 그게 저에게 보람을 느끼게 하는 부분이거든요. 멜로디와 달리 가사는 생각을 움직이는거니까요. 물론 더 큰 보람은 ‘사운드 너무 좋았어요’ 이거지만..

: 거의 못듣죠?(웃음)

: 거의 못들어요. 내가 막 강요해서 ‘사운드 너무 좋지 않아요?’ 그러면 그때서야...(웃음)


: 이건 다른 이야긴데, 제가 90년대 중반쯤에 처음 음악평론을 시작할 때 아마 리뷰에 ‘녹음이 어떻고’ 이런 이야기를 거의 처음했던 것 같아요. ‘가사’나 ‘사회성’같은건 이야기를 많이 해도 ‘녹음’이나 ‘믹싱’, ‘엔지니어링’ 이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없었거든요. 그런데 그때는 그걸 잘난척 한다고 그랬어요. ‘니가 좀 녹음실 좀 들락날락한거야?’ ‘너 좀 음악 좀 아나봐?’ 이런식으로 비아냥 거리는 사람도 많았고. 근데 지금 10년 지났잖아요. 근데 더 황당한게, 지금은 그런 이야기를 하면 아예 몰라요.

: 하하, 아예 모르죠. 맞아요. 요새 사람들은 MR과 라이브도 구분을 잘 못하는데 뭐.

: ‘7집과 9집의 녹음 차이를 정말 넌 느껴?’ 이렇게 반문하기도 하죠. 그리고는 이런 댓글도 많잖아요. ‘사람은 192와 320 인코딩의 차이를 느끼지 못합니다’ 이렇게. (웃음)

: 하하하. 맞아요. 그런거 꼭 있어. 왜 우리같이 편집증 있는 사람들은 선 하나만 바뀌어도 음이 분명 바뀌는게 느껴지거든요? 근데 뭐...PC스피커로 들으니 그럴수도 있겠다 싶고.

: 그런 의미로라면 그런데 들이시는 막대한 비용같은건 안들이셔도 되는 비용인 셈이죠.

: 그렇죠. 차라리 그 돈으로 자켓에 신경을 썼으면 (웃음) 아니면 홍보를 많이 하던지. 저는 차라리 그 돈으로 좋은 녹음에 투자를 하자..이런 주의였는데, 그게 어떤 나의 윤택한 미래의 삶을 사는데는...그야말로 ‘쥐약’이었던거 같아요. 하하하. 어른들의 삶으로 풍덩 뛰어들었어야 했는데...(웃음) 근데 후회는 안해요. 드팩같은 경우도 우리 스튜디오가 우리나라에선 녹음실 업그레이드를 가장 먼저 해요. 최신장비고 음도 좋고. 근데 그걸 아무도 안알아주니까. 그래도 할 수 없죠.


: 얼마전에 쇼케이스를 하셨는데..제가 직접 가보진 못했고, 이야기만 들었어요. 근데 나중에 갔다온 사람 이야기를 듣고는 ‘이게 무슨 쇼케이스야! 콘서트지!!’ 이랬다니까요. 하여간 뭐 그런면에 관해서라면.......

: 가오죠 가오. (웃음) 뭐 전부 가오에요. 제목도 그렇고. 그 hwantastic 9도 글자만 5백만원이 들어간거에요.

: 제목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굳이 뭐 제목으로 앨범의 성격을 구분지을 필요까지야 없겠지만 어떤 면에선 제목도 근래 들어 가장 심플한 느낌이잖아요.

: 가장 라이트하죠. 옛날 제목들이야 뭐 다 가오죠. 삶의 고비, 윤회, 업보......에그도 사실 가오죠.

 : 어제 우리끼리 장난삼아 이승환씨가 이런 어떤 윤회와 업보에 대한 아주 심오있는 불교에 관한 어떤.........

: 불교신자니까요.

: 그러니까 깊이 어떤 생각을 하시고.......

: 깊이 생각 안해요.

: -_-

: 그런건 많이 생각해요. 진실과 허상이라던지 선과 악이라던지. 내가 알고 있는게 진실인가 하는 부분.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 하는 부분들.

: 8집의 ‘물어본다’같은 경우는 ‘붉은낙타’의 속편같은 느낌이 있었어요.

: 네 그러니까 늘 한곡씩은 내 삶을 돌아보는 내용의 곡을 쓰고 싶어요. 그리도 또 가스펠적인 요소도 넣고 싶고. 하하. 기독교신자도 아니면서.


: 이승환이라는 뮤지션의 음악은 결국 드림팩토리와 함께 해 온 측면이 크고, 어떻게 보면 본격적으로 하고 싶은 음악을 하게 된것도 드림팩토리라는 공간 안에서였잖아요. 그런의미에서 본다면 이제껏 많은 장르의 음악이나 다양한 스타일의 실험을 해오면서도 그것이 결국 드림팩토리라는 색깔과 틀 안에 머물고 또 규정되어진 측면이 있다는거죠. 그게 장점일수도 있고 또 단점일수도 있구요.

: 예전에는 분명 그랬어요. 외모도 그렇고 너무 바뀌거나 너무 달라지는건 싫고. 그건 지금도 그래요. 그런데 아무래도 육체와 정신이 같이 간다는게...육체적인게 바뀌다 보니까 성격도 많이 바뀌더라구요. ‘뭐, 그냥 확~ 그냥?’이런 식이죠. 얼마전에 인터뷰에서도 말했지만 정체를 숨기고 인디밴드를 해보고 싶다,,,이런 말도 같은 맥락이에요. 그게 예전같으면 생각지도 못하던거였겠지만.

: 무언가 새로운 것을 모색할 시점이라는 생각은 들어요.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을 과감히 던진다던지 하는것도 있을 수 있고.

: 드림팩토리라는 울타리안에서 당연히 제한이 있죠. 우리는 뭘 못해. 공연을 하면 적자가 나야 드팩이고, 음반도 저번에 번걸 다 투자해야하고 그래야 드팩이고. (웃음) 그런데 그게 결국 이승한이라는 이름으로도 똑같애요. 제 이름을 걸고는 못해요. 이승환이란 사람은 대중적이면 안돼...그런데 새로운 것을 어떻게 돈이 없이 하겠어요? 생각은 몇 개 하고 있어요. 랩도 배워서 레드핫칠리페퍼스같은 스타일도 해보고 싶고. 그쪽으로 잘 치는 기타리스트도 구해놨어요. 완전 천잰데...그런데 제가 어떤 계획을 품고 실천에 옮기지 않았던 적은 거의 없는거 같아요. 아마 하게 되지 않을까.


: 어차피 불황이고, 또 성공을 해도 크지 않으니까 그런 새로운 시도도 오히려 가능할 수도 있죠. 

: 그런데 이제 그런게 이승환이라는 이름을 대중들이 알게 되었을때, 그 반감도 대단할거 같아요. 또 기존의 팬들은 역시 발라드를 원하고 좋아해요. 80-90프로는 그래요.

: 아직도 ‘이승환이 왠 록이야’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건 놀라운 부분이에요

: ‘그게 록이야?’ 라고도 하죠. 좀 웃긴게, 록을 무슨 스래쉬나 그런걸로 규정지어서 괴기르럽게 해야만 하는거...그게 좀 안타까워요. 

: 매니아들의 답답함도 있죠. 팝이면 인정하는데 이승환은 인정하기 싫다는 폐쇄성....

 

: 그렇죠. 사실 진짜로 하고 싶은 음악은 코지 타마키(* 일본 최고의 발라드 가수이자 프로듀서. 그룹 안전지대의 리더)의 ‘레드 와인’인가? 하는 그 앨범처럼 보컬이 다른것을 다 누르는 음악, 그런게 하고 싶어요.

: 그 말씀 하시니까 코지 타마키와 이승환씨도 공통점이 많다는 느낌이에요. 라이브때의 화려함이나 박력도 그렇고 음악도 그렇고.

: 우리나라 발라드 음악 하는 사람중에 타마키 음악에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이 아마 없을걸요? 안그래도 코지마타키 내한공연을 계속 추진하고는 있어요. 어떻게 보면 인간적인 면이나 전체적인 느낌은 희열이하고 닮은 점이 많은 사람 같아요.

: 예전에 작업을 같이 했던 분들, 유희열이나 정석원씨와는 작업을 같이 안하시는거 같아요. 특별한 이유라도?

: 음악이 많이 달라진거죠. 희열이같은 경우는 처음엔 나랑 같이 많이 했지만 태호(오태호)랑 그랬듯이 이제 서로 음악들이 많이 달라져서 자연스레 같이 안하게 된거고, 석원이같은 경우는 원래 저랑은 음악색깔이 많이 달라요. 그리고 일단 또 저를 좀 구박해요. 무섭고. (웃음) 사실 희열이는 이번에 한곡의 편곡을 해주기로 되어있었어요. 근데 나중에 그거 안하게 되어서 말했더니 좋아하던데요? (웃음)


: 유희열씨와도 인터뷰때 느꼈지만 이제 어느정도 경력이 쌓이면서 오히려 음악적인 걸 돌아보고 근본적인 고민들을 하게 되는거 같더라구요.

: 가정도 생기구요. 나이도 먹어가니까. 또 삶이 너무 안정적이라는 것에 대해 음악하는 사람들은 고민을 하게 마련이구요. 많은 사람들이 저에게 바라는 것도 그거잖아요. 결국엔 ‘슬픔’인데. 그래서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해요. ‘그래 내 고통이 숙주로 당신들을 기쁘게 해준다면 고통을 잉태하리라. 아픔속에서 살겠다’ 늘 소재가 그런것에서 얻었고, 이제도 크게 어쩔 수 없을거 같아요.

: 발라드가 이승환씨의 음악에 벽으로 느껴지실때는 없어요?

: 그런데, 어느순간부터 제가 그런쪽에 정말 잘 맞는구나 느껴져요. 그러니까 억지로 그걸 벗어나려고 하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하게 되죠.

: 목소리에 그런 감성이 배어 있죠. 그리고 그런 감성이 단순히 지르고, 애절한 노래들에서 발산되는게 아니라 ‘그늘’이나 ‘꽃’같은 곡에서 자연스레 느껴져요.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에서도 뒷부분의 내지르는 보컬에서보다는 도입부나 중간의 멜로디에서 설득력 있게 다가오구요.


: 저는 이승환씨의 5집과 6집을 상당히 좋아해요. 그 이유가 저는 이승환씨가 록에 상당히 잘 맞다고 생각하고 특히 5,6집의 모던록 풍의 음악을 들었을때 분명히 영미권의 모던록과는 다른 그런 면들이 잘 어울렸다고 생각하거든요. 크로스오버적이면서도 재밌는. 그런 부분이 그런데 국내 매니아들에게는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구요.

: 늘 그런거 있잖아요. 유희열이나 정석원, 이승환은 평론가에는 인기가 없잖아요. 키취라서 유치하다 이러면서.

: 엄숙주의에 빠져서 그렇죠. 사실 그 키취라는게 얼마나 우리의 정서를 지배했던 가장 중요한 코드인데...블랙 사바스만 들었나? 왜 그래? (웃음) 근데 우리도 처음 음악하고 밴드 시작할 때 그런 생각들을 했어요. ‘우리가 최고야’라면서 우리 빼고는 유명한 밴드도 맨날 욕하고 그랬으니까. ‘저게 록이야? 잘하는거 맞어? 이러면서’ (웃음)


: 후배들중에서 그래도 좀 기대한다고 할 만한 사람이 있을까요?

: 최근에?

: 네.

: 공연쪽에서는 슈퍼키드요. 그다음에 싱어송라이터는.....뭐 요새는 완전 전멸이니까....이지형? 그정도. 없죠 뭐. 그다음에 '기'라던지 '퍼포먼스' 그런 실력을 갖췄다고 생각하는 아이돌 그룹은 '빅뱅'이에요. 근데 뭐..빅뱅도..음악이 어려운것 같애. 사람들한텐, 그지 않나요?

: CD는 마지막이다, 라고 선언을 하셨잖아요. 그럼 이후에는 어떻게 가실 예정이세요. 진짜 마지막으로 생각하시고 계신건지?

: 정규작으로는요. 뭐 업계에서도 몇년 내로 CD자체는 없어진다고 보는거 같은데? 음원쪽을 생각하고 있어요. WAV나 MP3, 두개포맷으로 만들어 놓고 뭐 인터넷 속도 빠르면 WAV받으라는거죠.

: 씨디세대라 그런지 아쉽기만 한데요.

: 이렇게 된게...처음에 결국 컴필레이션의 난립이었던거 같애요. 난립하면서 음악이라는게 이렇게 가치없는 것이구나 다들 느끼게 되고. 그게 결국 아무 제제없이 다운로드를 받게 되는것도 타당성이 생기게 된 것이고 ,, 자기 합리화를 막 시키고. 아니 뭐 만몇천원에도 40곡씩 들어있는데. 그게 가장 컸다고 봐요. 머 IT를 너무 보호한 일부의 마인드도 있겠지만.......분명 지적재산권이 있고 그렇게 외쳐대는데...어떻게 음악은 공짜다라는 마인드가 몇년간 그렇게 당연시 받아들여질 수 있었는지가...전 잘 이해가 안되요. 왜 음악은 그랬을까. 이거 뭔가가 있는게 아닌가?(웃음) 한류라는게 있다 보니까 우리 산업자체가 괜찮다고 느끼는걸까? 이건 문화잖아요. 뭐 , 이런 이야기 하면 완전 나만 까칠한 애가 되어가지고.

: 괜히 까다로운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죠

: 이런 말들 하잖아요. '너희가 늦게 대처했잖아!' 나 원......(웃음)

 : 정말 뻔한질문도 함 해볼게요. 앨범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곡은? (웃음)

: 가장 좋은 곡이라......이거 한번 뭐가 있는지 봐야겠는데....씨디좀 줘보세요.(웃음) 음............저는...Pray for me요. Pray for me가 제일 나은거 같애. '남편'도 좋구요.

: 말이 나왔으니까 말인데 남편은 굉장히 묘한 곡이라고 생각이 들어요. 굉장히 뻔한듯 하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어서 자꾸 듣게 되는. 중독성이 있는 그런거.

: 노말하되....좀 독특한....국악기도 뭐 안쓴거도 써야하고...다른 사람들보다 다르게 한번 가보자. 옛날엔 가야금을 쳐도 뭐 '띵~땅'이렇게만 했는데, 이제는 '전면에 나서봐!' 이랬고, 가사도 신경을 많이 쓴 곡이에요. 줄거리를 새로 만든거니까요. 제가 하덕규,,덕규형을 참 좋아하지만 예전에 그 '얼음 무지개'처럼..스토리 하나를 없는걸 만들었다는게 기뻤어요.

: 사실 가사 내용을 보면서 이게 뭐지...? 배경이 좀 궁금하더라구요.

: 그게,,,영화 '비밀'을 보면,,,,와이프가 죽어요. 딸몸에 빙의해서..나중에 딴 남자에 빠져서 결혼하고 그러는데...저는 반대로 남편이 죽었다고 생각을 한거죠. 그래서 와이프가 다른 사람에게 갔다고 하면 어떤 느낌이 될까...그런걸 순애보처럼 표현을 한거죠.

 

: 예전에 어디서 읽었는데, 이승환씨는 남 노래는 잘 안들으신다고.

: 아뇨. 많이 듣는데,,,듣는거만 들어요. 어떤거는 1년 내내 듣기도 하구요.

: 요새 들으시는거는...

: 요새는...Jason Mraz를 들었는데..어, 역시 John Mayer가 한 수 위구나. (웃음) 사실 음악 잘 안듣는다는 거는 와전된거에요.

: AV는 워낙 매니아시잖아요.

: 근데 그것도 요새는 시들해요. 새로 엄청 비싼걸 들여놨는데 또 조금있다가 더 지원되는 뭐가 나오고 또 뭐가.....이런식으로 하다보면 ‘아, 이거 내가 왜 지르고있지?’ (웃음)

.

.

.

.

그리고..........

.

.

.

Epilogue /  나도 운동좀 해야겠다.

 

이야기는 주제를 바꿔가며, 또 화제를 섞어가며 숨가쁘게 이어졌다. 밥을 먹고, 물잔을 연신 비우고, 사실 얘기의 끝이라고 할만한 뻔한 클로징 멘트하나 없을정도로 그냥 그렇게 편한 인터뷰는 어느새 끝이 났다. BC 603때의 공연을 기억한다는 투째지, 군대에서 고참이 듣지 말라고 했던 Cycle의 추억과 더클래식 공연장에서의 웃지못할 해프닝을 이야기하던 호떡바보, 그리고 씨디에 기념싸인을 받다가 본명을 보고서는 예전에 썼던 글을 기억하던 이승환의 모습에 감격을 하던 렉스까지. 모두 음악 리뷰어나 인터뷰어, 그리고 평론가이기 이전에 한 사람의 음악팬으로써 아주 솔직하고 담백했던 자리였다는 느낌을 가지고 또 그렇게 헤어지고 있었다. 언제 또 좋은 자리가 마련될지 모르겠지만, 음악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가진, 그리고 30대의 몸보다 훨씬 건강해 보였던 이승환, 부디 건투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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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6-11-24 09: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이 아파서 출력해서 보기... 헌데, 왜 사진은 같이 출력이 안 되지? ㅡ.ㅡ;;;

짱꿀라 2006-11-24 09: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수 이승환님, 대담했데요. 기사 잘 올려주셨어요. 근데 출력이 안되나봐요. 사진 없으면 조금 보기가 민망하던데요. 저는 그래도 명색이 사진과 같이 있으면 좋으련만........ 행복하세요.

마노아 2006-11-24 2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야 앨범 다 갖고 있고 이미지도 알고 있으니까(아래쪽 사진들은 앨범 자켓 사진) 괜찮아요^^ 편집해서 출력하니까 8장 나오더라구요. 읽으면서 우왓! 소리 질렀어요. 아, 감탄, 감동... 산타님도 오늘 행복한 하루 되셔요^^

마노아 2006-11-24 1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보니까 강명석씨 리뷰보다 더 좋은데요. 아... 대단하다.
 


경기도 남양주에 사는 한 모(38)씨는 최근까지도 고아 아닌 고아 신세였다.

8살 때 어머니가 재가하자 그대로 집을 나왔다가 길을 잃고 가족과 생이별을 한 뒤 30년간 혈혈단신으로 살아왔다.

그 동안 경찰서만 서 너 곳, 시청이며 구청이며 가족을 찾아준다는 곳은 닥치는 대로 가서 사정을 호소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확인불가'라는 냉랭한 대답뿐이었다.

그래서 10년 전쯤 부터는 가족 찾기를 포기하고 전국을 떠돌다 6년 전 지금 사는 곳으로 이사를 왔다.

올 초 허리를 다쳐 꼼짝없이 눕게 됐을 때 그 동안 잊고 지냈던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이 다시 사무치기 시작했다.

그래서 찾은 것이 관할 남양주 경찰서 민원실이다.

그런데 신청서를 접수한지 9일만에 거짓말처럼 "어머니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한씨는 "서류를 접수하고 솔직히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는데 너무 일찍 연락이 왔다"며 "처음에는 거짓말인줄 알았다. 엄마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그 날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말했다.

한 씨의 한(限)을 풀어준 경찰관은 바로 이건수 경사.

남들은 찾지 못한 씨의 어머니를 이 경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었을까?
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남들에게 알리기 위해 한 일이 아니다"며 한사코 인터뷰 요청을 거부했다.

결국 경찰청과 경기지방경찰청의 협조를 받아 21일 어렵게 그를 만날 수 있었다.

한 씨의 어머니를 찾기 위한 이 경사의 방법은 끈기와 인내였다.

전산망을 통해 확인한 전국의 동명이인 50명 가운데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수사'를 했다고 한다.

그 중에 한 씨의 집에서 10분 거리에 떨어져 있는 곳에 사는 사람이 한 씨의 어머니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조심스럽게 "아들이 간절히 찾고 있다"는 뜻을 전했다.

이산가족들은 대부분 힘들었던 과거를 잊고 싶어 하거나 이미 새로운 가정을 꾸리고 있어 때로는 가족 상봉을 꺼리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두 모자는 지난 6월 남양주경찰서에 사무실 한켠에서 30년간 마음 한 곳에 묻어 뒀던 '아들'과 '어머니'를 목 놓아 부를 수 있었다.

한 씨 외에도 152명이 이 경사의 도움으로 헤어진 혈육을 찾을 수 있었다.

3년에 걸쳐 가족을 찾아준 일도 있었다.

그는 "마음만 먹으면 다 찾을 수 있다"며 "신청서가 접수되면 내 가족이라고 생각하고 그들에 대해 진실된 마음으로 아파하면서 찾는다면 다 찾을 수 있다고 민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인근 지역에서 잃어버린 가족을 찾아주는 천사 경찰관으로 소문이 자자하다.

때문에 남양주경찰서 관할이 아닌 곳에서 찾아와 이 경사 앞에 서류를 놓고 가는 가족까지 생겨날 정도다.

동료 경찰관인 이정아 경장은 "이 경사님은 민원인의 안타까운 사정을 자기의 일처럼 생각한다"며 "'다른데서 찾다가 포기하고 나를 찾아왔다'는 생각을 가지고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 같다. 그 것은 끈기나 보람 없이는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 동안 153명의 헤어진 가족들의 아픔을 달래줬지만 이 경사는 "여전히 목이 마르다"고 했다.

헤어진 가족으로 가슴에 멍에를 안고 사는 가족들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경사는 더 많은 이들의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특단의 조치가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일을 하면서 6·25 이산가족, 해외 동포, 해외 입양아, 고아, 이혼에 따른 이별 등 우리나라에 헤어진 가족들이 참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런 이산가족들을 전국적으로 한 곳으로 통합해 전문가들이 집중적으로 찾는다면 이들의 아픔을 덜어줄 수 있을 겁니다"
가족을 처음 찾아주었을 때 자신의 두 눈의 눈물샘이 마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았다는 이 경사.

경찰관 이건수 경사는 오늘도 헤어진 가족을 찾아 전산망을 뒤지며 '잃어버린 사람 찾기'라는 소중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CBS사회부 권민철 기자 twinpine@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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