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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월에 한약을 지었다. 손발이 너무 차서. 한의사는 맥을 한참 짚더니 나더러 몸이 허약하다고 했다.

살면서 처음 들어본 말이다. 일단 나는 보기에 몹시 건장한 여자 사람이니까.

근데 허약하단다. 내 수면시간은 일할 때는 대략 5시간에서 5시간 반 정도 되고, 쉴 때는 그보다 두세시간 더 늘어나는데도 더 자란다. 잠이 부족하다고. 혹시 내가 불만 꺼지면 조는 것도 그런 이유일까? 아주 재미있게, 혹은 벼르다가 본 영화나 공연 감상 중에도 곧잘 졸곤 했다. 사실 나는 이게 십수년 전 습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까마득하게 오래 전에 새벽 늦게까지 소설 쓴다고 날밤 새던 때 말이다. 그때는 정말 잠을 아껴서 글을 쓰던 때라 평균 두어 시간 밖에 못 자고 낮에 이동할 때 자곤 했는데 그 습관이 남아서 불꺼지면 잠이 드나 했다. 그렇지만 잠을 많이 자고 난 뒤에도 불 꺼지면 피곤하고 졸리더라. 사실 오늘도 그랬다. 헤드윅 엄청 재밌었는데, 끄트머리에 살짝 졸....;;;;


암튼, 의사는 나더러 스트레스에 몹시 취약하다고 했다. 추위에도 약하고 더위에도 약하다고. 그래서 더위도 많이 타고 추위도 많이 탄다고. 종종 졸도하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도 그런 이유냐고 물어봤다. 소화까지는 괜찮은 것 같은데 장이 안 좋고, 장순환이 잘 안 될 때 자체적으로 호흡을 조절해야 하는데 그걸 견뎌내지 못하고 정신줄을 놓는 거라고 했다. 설득력이 있었다. 


암튼, 스트레스를 피하라는, 하나마나한 이야기를 들으며 약을 지어왔다. 하루 두봉씩 열심히 먹었는데 오늘 저녁은 깜박했네...;;;;


2. 개학을 하고나서부터 쌍커풀이 엉켰다. 원래 없던 자리에 크게 하나가 지면서 기존에 있던 쌍커풀이 약간 풀리면서 아주 불편한 눈모양이 되고 말았다. 한마디로, 좀 퀭하달까. 개학하고 이제 겨우 2주 차인데 뭐 이렇게 피곤한지...


3. 어제는 새벽에 배아파서 평소보다 일찍 깼다. 부랴부랴 화장실을 갔는데 힘을 줘도 뭐 나오는 건 없고 식은땀은 줄줄 흐르고, 지금 이 상태는 내 경험으로 보건대 졸도 직전 단계인데 어쩌나... 생각하다가 눈을 떴다. 아, 또 넘어갔구나. 다행히 화장실에 물기가 없어서 다행이었다. 그 와중에도 나는 이어폰을 끼고 들어갔었는데, 내가 놓친 부분을 돌려 들어보니 1분 남짓? 역시 내 짐작대로 금방 깨어나나보다. 


예전처럼 안경 끼고 있었다면 안경 깨지면서 다쳤을지 모르지만 다행히 어디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넘어지면서 혀를 깨물었는지 혀가 좀 아팠지만 신경쓸 겨를 없이 출근했다. 바쁜 하루를 보냈고 저녁에는 회식까지 참여했다. 막판 컨디션이 별로긴 했지만 암튼 무사히 귀가. 그런데 머리감다가 앗!해버렸다. 머리가 아프다. 이마와 정수리 언저리가 욱신욱신. 만져보니 부풀어 있다. 넘어지면서 머리 박았구나. 화장실 타일은 멀쩡하나??


자고 일어나 보니 혓바닥에 멍들어 있다. 혀가 부풀어 있는 게 입 안에서 느껴진다. 아, 곤하구나....


보건샘은 섬유질 최강은 고구마라고 했다. 고구마 많이 먹으라고 강조하셔서 아까 고구마도 주문했다. 이제 아침은 고구마와 우유로!



4. 헤드윅은 2006년에 조정석을, 2007년에 송용진 것을 보았다. 다시 봐도 좋은 작품이고 언제나 핫한 배우들이 나오므로 늘 관심을 갖게 된다. 이번에는 조승우가 나와서 예매전쟁이 대단했다. 적극적으로 표를 구할 생각은 안 했는데 예상했던 대로 조승우 나오는 날은 모조리 매진이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한자리가 비어 있는 걸 발견했다. 누군가가 취소한 표일 것이다. 별 생각 없이 거의 반사적으로 표를 예매했던 게 두달 전이던가??  암튼, 오늘이 헤드윅 보는 날!


5. 대학로에서 버스를 갈아타려고 하는데 웬 여학생이 '홍익대 아트센터' 어떻게 가냐고 묻는다. 나 지금 거기 가는 길이라고 하니 걸어갈 수 있냐고 묻는다. 두정거장이고 직진해서 오른쪽 방향으로 있다고 했다. 그런데 걸어갈 자신이 없었나? 나 따라서 버스 탔다. 그래서 나 내릴 때 같이 내리라고 했는데, 길치 본능이 어딜 가지 못하고 세정거장 가서 내려...;;;;;;


그나마 정거장에서 극장이 많이 멀지 않아서 다행. 이 친구는 자신이 길치라서 지금 두시간을 헤맸다고 한다. 저런! 길치가 길치에게 길을 물었어..;;;;;


대치동에서 왔다고 한다. 고등학교 2학년. 조승우가 많이 좋다고. 귀여웠다. 혼자 오면 가장 아쉬운 게 사진이어서 포토존에서 사진 찍어주겠다고 했다. 자기 폰은 2G라 곤란하다고 해서 내 폰으로 찍어줬다. 쭈삣쭈삣 포토존으로 못 들어가길래 한가운데 밀어넣어주고 연속 사진 찍어줬다. 본인 폰은 전송받으면 깨진다고 해서 학생 언니 번호로 사진 보내줬다. 그 아이 좌석은 1층이던데 명당 자리였다. 배우님이 1층 객석으로 한 세번쯤 내려갔던가? 이츠학 서문탁도 한번은 거기로 나갔고. 거의 십여 년만에 공연을 봤고, 전에는 소극장이라 모두 1층이어서 생각못했던 부분이다. 혹시라도 다시 보게 된다면 1층에서 보고 싶다. 


6. 헤드윅으로 분장한 조승우는 예뻤다. 서문탁은 이츠학 버전이 더 좋았다. 마지막에 섹시컨셉 여자 옷 입고 나왔을 때는 안습... 목소리는 정말 시원시원했는데 말이다. 


다섯 명의 배우 중에서 변요한은 드라마 때문인지 4월 말에나 합류한다. 아마 조승우 빠진 자리에 들어가는 것 같다. 조승우가 4월 말에 막공이니까. 




지금 내내 벅스에서 헤드윅 OST를 듣고 있는데 확실히 우리말 버전만큼 좋지가 않다. 국내 공연 십년이 넘는데도 OST가 나오질 않는구나. 너무 비싸게 구는 거 아님? 여러 버전으로 들어보고 있는데 아무래도 존 카메론 미첼 버전이 제일 편하다. 


7. 육룡이 나르샤 열심히 보고 있다.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의 계보를 잇겠다는 어떤 야심이 보인다. 내용 상으로는 뿌리 깊은 나무의 프리퀼이다. 우리나라에선 아주 드문 시도다. 뿌나를 워낙 재밌게 보았기 때문에 더 기대가 되었다. 이제 4회면 방송이 끝난다. 이 드라마 최고의 소득은 변요한이다. 미생에선 촐랑촐랑 가벼운 역이었는데 이 작품에선 제법 무게감이 있고 어둡기까지 해서 더 애틋한 캐릭터다. 문득 박은태가 떠올랐다. 배우들은 본인 성격은 엄청 수줍고 소심한데 배역에 따라 변신하는 경우가 더러 보인다. 어쩐지 변요한도 그러지 않을까... 그냥 내 짐작일 뿐이다. 


변요한이 맡은 이방지는 삼한 제일 고수다. 뿌나 때보다 한층 업그레이드 된 무술 장면이 보기 좋았다. 이미 죽었지만 아주 사랑스러웠던 악당 캐릭터 길태미와 한판 가르고, 그가 갖고 있던 삼한제일검 칭호를 가져올 때, 또 어린 시절 비극적으로 헤어졌던 연희를 다시 만나서 두번 다시 보지 말자는 소리를 들었을 때, 하염없이 눈물 흘리던 게 인상 깊었다. 자주 두 눈을 질끈 감곤 하는데 사극에서도 어색하지 않은 연기 내공에 감탄. 


이 작품에선 '무이이야'란 ost가 아주 좋다. 변요한이 부른 버전은 처량하고, 국카스텐의 하현우가 부른 락버전은 시원하다. 그리고 합창 버전도 있는데 위화도 회군과 같은 굵직한 사건이 있을 때마다 배경에 깔리는데 전율이 흐른다.


노래만 따로 들었을 때 변요한은 평범했다. 그렇지만 작품 속 장면과 함께 들으면 심금을 울린다. 무반주로 부른 청산에 살어리랏다도 그랬는데 이건 음원 다운이 안 된다. 아쉽!







하현우는 요새 복면가왕에서 활약이 대단하다. 처음 나왔을 때 바로 알아들을 수 있었다. 고막을 청소해주는 듯한 시원한 고음! 차지연 기록도 넘어서기를!



8. 뿌나는 확실히 퓨전사극이었는데 육룡이 나르샤는 정통사극과 퓨전사극의 중간쯤으로 보인다. 이성계 역할의 천호진은 확실히 정통사극 연기다. 정도전은 초기엔 개그도 좀 선보였는데 줄곧 진지한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어정쩡하다. 배우의 낭비랄까. 아무래도 이방원 역의 유아인이 더 빛날 수밖에 없고, 길태미의 박혁권이나 이방지의 변요한, 무휼 역의 윤균상 쪽으로 더 시선이 간다. 뿌나에서 제일 좋았던 캐릭터는 무휼의 조진웅이었는데, 이번에 윤균상이 젊은 무사 무휼을 잘 만들어내서 참 좋았다. '열정 같은 소리하고 있네' 같은 영화 캐릭터는 참 별로였는데 허당이나 개그 쪽이 훨씬 낫다. 지금은 무게 잡는 역할도 제법 어울린다.


뿌나와의 연결고리를 잘 만들어주고 있는데, 이성계가 막내 아들을 세자로 삼게 된 과정을 꽤 설득력 있게, 그럴싸한 이유를 만들어준 게 재밌었다.


9. 그러고 보니 송중기가 다시 보였던 것도 뿌나 초반에 잠시 등장했던 젊은 세종 역할을 아주 멋지게 해냈기 때문이었다. "왕을 참칭하지 말라!"라고 아비 이방원을 압박하던 그 패기. 이어서 "무사 무휼!"하고 외치며 주군을 지켜내겠노라고 외치던 조진웅의 연기! 크... 정말 멋졌더랬지. 굳이 두 작품을 비교하자면 뿌나가 더 잘 만들어진 것 같다. 아무튼 2주 남은 육룡이 나르샤도 끝까지 응원한다.


한동안은 메일에 광고 제목으로 "~ 했다고 전해라."가 대세였는데 요새는 "~했지 말입니다."로 통일되었다.

방송의 힘이 이렇게 대단하다. 태양의 후예가 시청률 대박인가보다. 김은숙 작가야 워낙 대사발 죽여주니까. 

애국심 투철한 군인이 불편할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저런 군인을 국민들이 원하고 있다고, 판타지로 보면 족하다. 


10. 그렇지만 요새 가장 잘 만들어진 드라마는 시그널 같다. 오늘 방송 종영됐다. 마지막에 끝을 잘 모르게 마무리한 것은 시즌2를 예고한 것일까? 암튼 좋아하는 배우 조진웅, 김혜수, 이제훈 모두 좋았다. 조진웅이 "끝까지 갑니다"라고 힘주어 얘기할 때, 영화 "끝까지 간다"가 오버랩되면서 참 배려 돋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나 초딩 때 담임샘이 김혜수 닮았다고 몇 번 얘기해 주셨는데, 그후 오랫동안 혜수 언니가 참 좋다. 멋진 언니야!


이제훈의 시그널 초기 연기는 대사를 너무 또박또박 발음해서 부자연스러웠다. 프로파일러라는 설정 때문이었을까? 모니터링을 한 것인지 중반 이후부터는 대사가 자연스러웠다. 파수꾼에서 고등학생 역으로 처음 눈에 띄었는데, 아직도 고등학생 역할을 소화해낸다. 진정한 동안! 이제훈이 연기한 박해영의 캐릭터는 정말 눈물 없이는 못 볼 인생사였다. 그 어리던 아이가, 그 젊은 목숨들이... 껍데기 집에서 오무라이스 해주던 사장님 역할을 씬 스틸러로 잘 해내신 뮤지컬 배우 정영주 씨 방가방가! 늘 혼자였다고 여겼던 박해영이, 자신의 주변에서 어린 자신을 보살펴주던 이재한 형사의 흔적을 뒤늦게 알아차렸을 때 참 찡했다. 과거에서 온 무전이 현재에 연결되어 과거를 바꾸고, 다시 미래를 바꾼다는 설정은 판타지지만, 거기에 대한 거부감만 없다면 진정한 수작! 요새는 공중파보다 케이블 방송이 더 잘 만드는 듯. 


드라마는 일주일에 한편만 보거나 안 보는 게 원칙인데 최근엔 좀 무리했다. 릴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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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03-1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가워요~마노아님!!
덕분에 뮤지컬, 드라마도 알게 되고...시그널은 봤어요! 건강도 잘 챙기시고요...

마노아 2016-03-15 09:21   좋아요 0 | URL
네네, 순오기님! 반갑습니다.^^
뜸하긴 하지만 종종 문화생활 페이퍼를 올릴게요. 우리 같이 건강하게 새학기를 시작해요! ^^

수퍼남매맘 2016-03-13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그널 왕팬이에요 .
학기초에 건겅관리 잘하세요.

마노아 2016-03-15 09:22   좋아요 0 | URL
학기초라 더 컨디션이 메롱인가봐요. 긴장 풀지 말고 건강 챙겨야겠어요! 불끈!!

무해한모리군 2016-03-14 1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드윅은 여러번 보았는데도 조승우군 것은 한번도 기회가 안닿네요. 엄청 섹시할 것 같은데 ^^
부럽습니다.
저도 스트레스 받으면 위가 서는 병(?)인데 의사가 운동 식이 말고는 답이 없다고 하네요.
어느땐가 나이들어 우리 맛난거 먹으러 다닐날도 있지 않겠습니까? 건강합시다~
화이팅!

참, 전당포 읽어보았는데 재미있습니다. 얼른 다음권 읽어보고 싶어요~

마노아 2016-03-15 09:23   좋아요 0 | URL
예쁘더라구요. 특히 올림머리요! ㅋㅋㅋ
헤드윅은 봐도봐도 계속 좋네요. 예매대기 걸어놨는데 과연 제게 기회가 또 올지 모르겠습니다. ㅎㅎㅎ
건강히 잘 살아봅시다. 맛난 것도 먹구요~ 건강이 최고예요.
다음권 저도 기다리고 있어요. 그전에 흑집사부터! (>_<)

L.SHIN 2016-03-15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헤드윅.. 오래전에 영화 원작을 참 재밌게 봤었죠.
저건 뮤지컬인가요? 다시 한번 느끼는 거지만 화장이란 참 묘해요.. 누구라도 예쁘게 만들.. ;;
전 첫 번째 사람이랑 두 번째 사람이 제일 이쁜 것 같아요. (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웃음)

마노아 2016-03-16 14:31   좋아요 0 | URL
저도 영화 예전에 보았는데 뮤지컬을 먼저 본 터라 영화는 덜 역동적으로 느껴졌어요.
그런데 이번에 뮤지컬을 보면서 원작 영화를 다시 보고 싶어지더라구요.^^
첫번째는 변요한, 두번째는 조승우예요. 저는 조승우 것을 보고 왔고 변요한 것을 보고 싶어 벼르는 중이랍니다.

그나저나 엘신님! 반가워요(덥썩!)
 

아침 일찍 나왔는데 우리보다 먼저 나간 사람들의 숙소 열쇠가 엘리베이터에 비치된 반납 상자 안에 가득했다.

다들 참 부지런하구나!



신한은행이지만 '제주은행'이 더 크게 적혀 있다. 제주만의 특징? 혹시 다른 지방도 이런가??

아파트 앞에 솟아있는 야자수가 신기신기!

부동산은 커다랗게 '땅'을 강조했다. 서귀포에서 횡단보도 없는 것과 함께 제주에서 신기했던 부분들이다. 


마지막 날 아침은 제주 몸국으로 결정했다. 해산물을 잘 먹지 못하는 나이지만 미역국은 잘 먹으니까 해조류 괜찮지 싶었다.



버스 타고 도착한 김희선 제주 몸국. 작은 식당인데 손님이 엄청 많았다. 택배 주문도 엄청 들어오는 듯.



나름 큰 맘 먹고 도전했는데 다소 남겼다. 음식 잘 안 남기는 나로서는 이례적인 일. 내게는 너무 비릿해...ㅜ.ㅜ


근처 용두암으로 구경을 갔다.



인어 아가씨 안녕~

여전히 날이 많이 어두웠다. 비가 안 온 것만으로도 감지덕지!

섬나라 날씨는 이렇게 변화무쌍하구나. 가보지 못했지만 영국 날씨가 이해가 감...

하긴, 나 일본 갔을 때도 비 엄청 왔더랬지...

고백하자면, 나 여행 갈 때마다 비왔다. 심지어 건조기후인 이집트에서도 비 왔...;;;;

친구가 자기 일년 동안 있는 동안 비온 것 처음이었다고..... 우신이 강림했나...



자그마한 바위였다. 너그럽게 봐주면 용머리처럼 보인다. ㅎㅎㅎ

셀카봉으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데 관광버스 한무리가 도착하고 중국 관광객이 우르르 들어왔다.

순식간에 수백명의 사람들에 둘러싸임. 이제 공항으로 가자!



공항에선 출발할 때와 마찬가지로 던킨 도너츠와 커피 한잔!

그리고도 시간이 남아 면세점도 들렀다. 

국제공항 면세점 규모와 비교하면 동네 구멍가게만큼도 아니지만 그래도 사람은 바글바글.


친구가 갖고 있던 접히는 선글라스가 엄청 신기했다.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 않는 게 가장 마음에 들었는데, 같은 제품은 없었다.

하나 남은 레이밴 모델이 나한테 안 어울려... 안경 알이 뺨에 닿더라. 내 코가 너무 낮아서 그런가?? ㅡ.ㅡ;;;;

지난 여름 부산에서 안경 떨어뜨려 기존에 쓰던 선글라스에 기스가 났다. 

그래서 세일하는 선글라스 하나를 샀는데, 세일을 해도 비싸....

제주에서 20만원 썼는데 거의 육박하는 가격....쿨럭... ;;;;;


우린 갈 때도 올 때도 모두 비상구 좌석에 앉았다. 친구가 알려준 건데 이코노미 석조차도 엄청 넓다는 것이다.

비상사태에 승무원을 도와 승객들을 우선 구조하는 임무가 주어진 자리라 한다.



우왕, 앞좌석과 이만큼의 간격이!!



규슈 갈 때는 진에어를 탔는데 쥬스랑 스낵 정도 나왔나? 아니 스낵만 줬던가? 암튼 먹거리를 먹긴 했다.

그런데 제주 티웨이는 물 한잔! 온니 물 한잔. 아하하핫! 근데 컵이 예쁘다. 재생컵도 마음에 든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점심을 먹었다. 멘무샤에서 시킨 치즈카레 돈까스와 탄탄멘. 맛은 그냥 쏘우쏘우~



김포에서 집에 돌아와 보니 엄마만 계셨다. 반갑게 나를 맞아줄 줄 알았던 조카들은 큰언니네 가 있어서 밤늦도록 만나지 못함..;;;



나와 거의 동시에 도착한 제주에서 보낸 택배



레드향 한상자 25,000에 택배비 5,000원. 바다 건너 보내고 싶을 만큼 맛은 꿀맛!



그리고 제주 삽질의 대표였던 초콜릿 상자들... ㅎㅎㅎ



다행히도 맛났다.



팥이 들어간 쑥빵은 아주 맛있어서 인기가 많았는데, 아무 것도 들어가지 않은 보리빵은 철저한 외면을 받았다.

쑥빵은 금방 동이 나고 보리빵은 오랜 시간에 걸쳐 먹어야 했는데, 막판에는 딸기잼 찍어 먹....;;;;



제주에서 받은 인상은 상인들은 호객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살거면 사고, 말거면 말고~ 이런 느낌? 

(뉴스에서 들으니 우리나라 취업률 1위가 서귀포, 3위가 제주시라고 했던가... 그게 모두 중국 관광객 덕분이라고...)

그래서 한라봉 가게 사장님 같은 황당한 반응이 나오는 걸지도.


강남부심 택시기사님은 아마도 종편뉴스만 챙겨 듣는 청취자가 아닐까, 혼자 생각했다. 아님 말고!

버스에서 내 어깨를 찍고 뒤로 가버리신 할머니 한분. 내 어깨가 너무 단단해 보였나? 의자 등받이로 아셨나? 엄청 아팠다능!


좋았던 분들도 계셨다. 

제주 도립미술관 가던 길에 탔던 택시 기사님은 셀프 관광해설사를 자처하셨는데, 말 속에 제주를 향한 자부심이 가득했다.

산,악,봉,오름으로 구성된 제주...라고 말씀하신 것 같다. 이름도 곱다!

천지연 삽질은 무모한 지름길을 알려주신 분 덕분이었지만 되돌아올 때 다시 길 안내를 해준 젊은 여자분은 아주 정확하고 적절하게 안내를 해주셨다.

김영갑 갤러리에 가려고 버스 기다릴 때 셀프 길 안내 해주셨던 어느 아저씨도 고마웠다. 

비록 버스가 우리를 버려 가지는 못했지만...ㅠ.ㅠ

무거웠던 가방을 매표소 안에 보관해준 지니어스 로사이 직원분도 친절했다. 진심 고마움!


2박 3일의 짧은 일정이었고, 날씨도 안 도와줬고, 머피의 법칙도 이어졌지만, 나름 충만했던 여행이었다.

더군다나 우리가 돌아오던 날 진에어였던가? 

새가 엔진에 빨려들어가서 연달아 다섯 대가 결항되어서 승객을 다른 비행기에 나눠 태우느라 애먹었다는 기사를 보았다.

그리고 이주 뒤였나? 

폭설로 비행기 결항되고 승객들이 공항에 발 묶여 난민신세가 되었던 걸 생각한다면 나의 제주 여행은 그야말로 안전하고도 안락했던 셈!


제주는 넓고, 볼거리는 여전히 많고 체험할 것도 많으니 이후로도 워너비 여행지가 될 것이다.

다음에는 꼭꼭 말도 타보고 김영갑 갤러리도 가는 걸로!


이제 인화할 사진 골라야지~

예전 같았으면 내가 이 포스팅에 내 사진을 엄청 올렸겠지만 이제는 참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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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하룻밤 머문 미도호스텔은 조식이 제공되었다.


토스트와 계란후라이를 직접 해먹고, 쥬스와 커피 등을 마시면 된다. 귤은 무한제공!

바로 직전에 가장 좋아하는 반찬은 계란과 두부라고 명명했던 내가 프라이팬을 잡았다.


전기렌지는 처음 써봤는데 화력이 안 좋았다. 왜 내가 쓴 것만 이래...

아무리 기다려도 달걀이 익지 않아... 결국 프라이가 에그 스크램블이 되어야 했다. 끙!



에그가 스크램블이 되어가는 사이 빵이 딱딱하게 굳어....;;;;

그럼에도 아주 맛났다. 또 다시 너그러움이 강림!


제지기오름을 가고 싶었지만 차없이 대중교통으로는 우리가 원한 시간대에 움직일 수가 없었다. 과감하게 패쓰.

신천목장에선 들판 가득 널어놓은 귤껍질을 볼 생각이었지만 날이 흐려서 못 볼 것 같았다. 역시 패쓰!

서귀포 올레 시장에 들렀다가 김영갑 갤러리로 바로 가기로 했다.

그런데 아.뿔.싸.

마실디가 아직 문을 안 연 것이다.

이런 낭패가! 

모두가 초콜릿을 파는데, 다른 집에서 산 초콜릿을 같이 보내달라고 해야 할 판...

하지만 들고 갈 수 없으니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과일집에 들어갔는데 손님한테 와볼 생각도 안 하신다. 

와봐달라고 해서 질문을 던졌다. 한라봉 천혜향 황금향 레드향이 어떻게 다르냐고.

사장님이 이렇게 대꾸하신다. 그것도 모르면서 사러 왔냐고. 헐!

장사할 마음이 없으심??

그렇지만 나는 수납이 불가능한 초콜릿을 갖고 있으므로 꾹 눌러참고 레드향 한상자를 샀다. 초콜릿을 같이 보낸 것은 물론이다.


자, 이제 김영갑 갤러리로 고고씽!

서귀포시에서 두모악까지 가는 버스는 한시간에 한 대 온다. 

30분을 기다려서 드디어 우리가 타야 할 버스가 들어오는 게 보였다. 

미리 일어나서 버스 맞을 준비를 하는데, 버스가 정거장에 서지도 않고 유유히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세워달라며 뛰어보았지만 이미 로타리를 벗어나..... 한 시간에 한 대 오는 버스가... 그렇게 사라진 것이다.


하아... 제주 와서 내가 해보고 싶은 것 두 가지는, 그렇게 날아갔다. ㅠ.ㅠ


잠시 멘붕이 왔지만 다시 마음을 추슬렀다. 김영갑 갤러리는 다음 기회에..ㅜ.ㅜ 

그의 그림을 서울 전시회에서, 책으로 만났으니 너무 서러워하지는 말자..ㅜ.ㅜ









다시 버스에 올랐다. 이번 목적지는 지니어스 로사이! 안도 타다오가 건축한 미술관이다.

지난 밤 맨 뒷좌석에 앉았다가 한정거장 지나치는 버스를 빨리 못 세운 탓에 이후 우리는 맨 앞좌석에만 앉기 시작했다.

버스에 오르는 할머니들에게서 드디어 제주방언을 들었다. 

그 전까진 모두 표준어만 써서 제주 느낌이 덜했는데 통번역이 필요한 수준의 제주의 맨 언어를 들으니 이곳이 제주라는 게 실감났다.


검색해 보니 섭지코지 안에 있는 지니어스 로사이는 성산읍에서 5분 거리란다. 

그런데 기사님이 성산읍에서 내리면 한 시간은 걸어야 한다고 하신다. 

몇 번을 검색해도 여기라고 나와서 우린 과감히 내렸다. 하지만 거기 없...;;;;;

네비가 잘못 알려준 거라능!!

비는 오고, 바람은 몰아치고, 우린 목적지를 잃었고!

미술관에 전화해서 위치를 확인했다. 역시 섭지코지가 맞다. 그러니까 여긴 아니다.

카카오택시를 불렀다. 우리의 재앙이 이제 그만 끝나길 바랐는데, 최악의 상대가 남아 있었다.


기사님은 택시 몬지 6개월 됐는데 내내 제주 시내에서 몰다가 시외로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서울 어디셔 왔냐고 묻는다. 강남? 강북? 

내 친구가 강남 하나 강북 하나라고 했는데, 이분은 우리 둘 다 강남에서 왔다고 단정하고 강북 욕을 마구 쏟아냈다. 

강북은 글러먹었다나? 강남은 사람이 됐다고... 

그 근거가 자신이 찜질방에서 일해봤는데 강북 손님은 쓰레기도 제대로 안 버리는 자들이란다. 

강남에선 노블리스 오블리제를 느꼈다고. 하아... 이 얼척 없는 강남 부심은 대체 뭐지? 제주에서 일하시는 분이 왜??? 

그 후로도 고등 동창이냐 묻고 내 친구가 직장 동료라고 했더니 좋은 직장 다니나보다며 끝없는 오지랖을 떨었다. 

3900원 나왔으니 그리 멀지도 않은 거리였는데 엄청 피곤해졌다. 대재앙!!


마침 섭지코지에 도착했을 때는 반짝 날씨가 좋았다. 



비 그친 것만으로도 감사했는데 사진으로 보니 쨍한 날씨는 아니었구나. 

바람은 여전했지만 그래도 요 잠깐은 우산을 아니 들 수 있었다. 



입장권을 끊고 전시장으로 향했다. 먼저 간 곳은 지포라이터 박물관.



요기서 사진 찍을 때 내 친구가 '앙' 해보라고 해서 '앙!'하고 사진 찍었는데 이유가 다 있었다. ㅎㅎㅎ



예쁘다!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실물크기 지포도 팔고 있었는데, 얼마 뒤 생일이 돌아오는 애연가 친구에게 선물할까 잠시 고민했다.

그런데 화기물이라서 비행기에 갖고 탈 수 없다고 해서 포기했다. 

나중에 듣고 보니 화물로 부치면 됐을 텐데 거기까진 생각을 못했다.



그야말로 '비석' 그 자체다. 근사한 걸!


전시장 안에 피아노도 있었는데 친구가 연주도 해서 동영상도 담아봤다. 로맨틱한 시간~



그런데 여긴 지포박물관이고 지니어스 로사이는 어디에 있지??

다시 매표소에 가서 물어보니 지니어스 로사이는 지하에 있었다.

그래서 바다를 바라보며 입구를 향하는데 이곳이 절경이었다.



이곳에 오기 전 일정 짤 때 블로그에서 보았던 풍경이 여기였다. 직사각형 네모 뒤로 성산 일출봉이 보이던 그 풍경!

양 옆의 폭포는 흡사 인터스텔라를 보는 기분이었다. 



이곳이 너무 멋져서, 어제부터 이어졌던 모든 삽질아, 모든 머피의 법칙이 다 용서되는,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지니어스 로사이 짱짱!!!

성산 일출봉을 직접 갔다면 더 좋았겠지만, 이렇게 보는 것도 충분히 멋졌다.



지하로 내려가서 신발을 벗고 슬리퍼로 갈아신었다. 



영상 전시실은 어둡기도 했고, 지하라서 좀 음산하기도 했고, 기묘한 음악소리지 더해서 여기가 꼭 지구가 아닌 것 같았다.

이어서 다른 방으로 갔더니 서로 대칭으로 이루어진 신기한 방을 발견했다.



그 앞에 역시 대칭으로 놓여있는 저 가지런한 슬리퍼. 

이유가 있나 싶어 한컷 찍었는데, 마침 옆방에서 사진 찍고 돌아온 여자 둘이 어뜩해!를 외친다. 자기들 신발 찍어갔다고... 

알고 봤더니 서로들 사진 찍는데 전시실 슬리퍼가 마음에 안 들어서 맨발로 사진 찍고 돌아오는 길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신발 마저 대칭으로 놓여 있어서 난 뭔가 의미가 있는 줄 알....;;;;


나올 때는 콜택시를 불렀다. 아까 카카오 택시에 디었으므로, 콜비 천원 더 내고 택시 타기로!

점심은 맛집으로 소문난 식당인데 갈치조림이 유명하고 재료가 다 떨어지면 그날 영업 끝나는 집이었다.

우리가 도착한 시간은 오후 1시 15분. 자, 이제 짐작이 될 것이다.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

우리 바로 앞의 손님으로 이날의 재료 끝! 주문 종료였다.

그렇지만 좌절은 금지! 꼼꼼한 내 친구는 플랜B를 만들어 놓았다. 맛나식당 근처에 다른 식당도 알아둔 것이다.



제주에 있는 동안 가장 황홀하게 맛있었던 건 천혜향 쥬스였다. 지니어스 로사이에서 우리가 원샷했던!

그렇지만 식사만 두고 이야기한다면 이날의 부촌식당 갈치조림이 가장 맛있었다.

전날의 저녁보다 덜 배고팠으므로 시장 덕분은 아니다. 1인분에 7천원으로 가격도 여전히 착하다. 굿굿!!

야곱은 제주에서 갈치조림 먹었을 때 너무 맛나서 국물 싸들고 오고 싶었다고 얘기했었다. 격하게 공감한다.

생선조림에 들어간 무도 처음 먹어봤다. 맛나네!!


그 다음에 가기로 한 곳은 김녕의 쪼끌락 카페



또다시 비바람이 몰아쳤고, 검색은 잘 안 되고, 검색하는 찰나에 손은 떨어져나갈 것처럼 아팠다.

풍력발전을 직접 보는 건 처음이어서 신기했다. 모습은 장관이지만 환경은 어떨까 싶었다. 소음도 심할 것 같고...



몰아치는 바람 앞에 내 모자는 힘이 없지!

김녕 성세기 해변인데 이 날씨에 요트 타는 애들이 있었다.

인근 학교 요트부 학생 같았다. 물에도 빠지고 그러던데 고생이 많더라..ㅜ.ㅜ



겨우겨우 찾아낸 예쁜 카페. 이곳에서 먹으려고 했던 건 이거였다.



바다를 닮은 김녕라떼. 그러나 애석하게도 얼음 음료였다. 우리는 미치도록 추웠고, 그래서 온음료를 시켰다.

하지만 우리 옆 테이블의 여성은 혼자 왔는데 꿋꿋하게 저 추운 날에 저 차가운 음료를 시켰다는 것! 진정한 용자!



작고 예쁜 카페였다. 구석구석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화장실이 건물을 돌아가야 해서 추웠다는 게 유일한 흠!



이곳에서 몸을 살짝 녹이고 다시금 너그러워진 마음으로 금속벽화마을로 향했다. 

날이 좋았다면 완벽했을 일정인데 추워도 너무 추웠다.

우린 우산이 하나 있었지만 뒤집어지도록 바람이 불어서 의미가 없었다.

게다가 사진을 포기할 순 없잖아!



금속벽화가 있고, 작품 설명이 함께 적혀 있다.

노랑색과 빨강색의 조화가 눈길을 끌었다.

원더우먼 복장의 해녀도~


'국가유공자의 집'이라고 적힌 문패가 안타까웠다.

제주는 아름다운 곳이지만 아픈 역사도 많은 곳이었지...

낚싯대 앞의 자동차가 옥의 티!



엄마 해녀와 아기 해녀 옆쪽 벽에 마주잡은 두 사람의 손도 있었는데 사진 칸이 부족하네. 아쉽아쉽!

날개 앞에서 사진은 당연히 찍었음! 나는야 천사~


작품도 멋지고 해변도 근사했지만 날씨가 가장 큰 적이었다. 여행의 절반은 날씨가 좌우한다는 말에 크게 공감!

게다가 무거운 배낭까지 진 뚜벅이들에겐 더 큰 시련.

넓은 이 공간에 우리 둘밖에 없었다. 파도 소리랑 바람 소리만 들렸다.


다음 일정은 쑥빵과 보리빵을 사러 덕인당에 가는 것.

그 전에 우체국에 들러서 엽서 두장을 부쳤다.

엽서는 정확히 일주일 만에 친구들에게 도착했고,

다음에 제주 꼭 가라고 했던 내 친구가 제주에 가 있다. 히히힛!



거듭된 삽질에 혹시나 하고 전화를 먼저 했는데 자기네 지금 내부 공사 중이라고 한다.

홈페이지에 찾아보니 지점이 두개가 있고 그중 하나가 공사 중인데, 우리가 가려고 하는 곳은 영업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전화해서 확인해 보고 다녀왔다.

팥이 들어간 쑥빵을 시식용으로 줬는데 안 그래도 시장한 우리에겐 그야말로 꿀맛!

쑥빵과 보리빵을 각각 만원어치 샀다. 

그 둘을 섞은 것도 팔았는데 살까말까 고민하니 옆에 있던 다른 고객이 사지 말라고 신호를 준다. 

표정이 영 아니올시다였다. 

궁금했지만 패쓰!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로 향했다. 내일 비행기를 탈 제주시로 돌아온 것이다. 



39,000원에 예약한 하하호텔. 사실 모텔이지만 이름은 호텔. 그렇지만 리모델링을 최근에 해서 아주 깨끗하고 넓었다.

전날 묵은 미도호스텔은 6만원이었는데 이 방의 절반 크기였다. 화장실도 절반 크기.

승마체험을 제대로 했으면 34,000원에 묵을 뻔했지만..ㅡ.ㅡ;;;;



이제 다시 마음의 폭을 넓힐 시간! 88대지고기집. 근고기를 주문했다. 1인분에 보통 150g이니까 근고기는 사실상 4인분!

든든하고 배부르게 먹었다. 흑돼지는 아니지만 이거슨 제주산 돼지고기! 


저녁 먹고 나서 친구가 오다가 본 바오젠 거리는 직접 찾아가보라고 한다. 

헐! 그동안 길치인 나는 친구 뒤만 졸졸 따라다녔는데 뭔가 운명의 순간을 맞닥뜨린 기분!!


분명 버스 타고 오면서 바오젠 거리라고 일러준 걸 듣긴 했는데, 그걸 다시 걸어서 찾아가려니 막막했다.

열심히 검색했는데 또 현재 위치를 못 찾아...;;;;

그래서 일단 본능적으로 '직진'했다.

몇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마침내 찾아내!!

누가 보면 얼토당토 않은 길찾기이지만 스스로는 막 대견해 했다능! 미션 클리어!

그렇지만 나중에 반대로 되돌아 갈 때는 또 헤맸다는 건 비밀!


거리를 한바퀴 돌았는데 오로지 중국 관광객을 위한 거리였다. 이곳에 대한민국 제주는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어떤 통신사 상점은 우리말이 한 개도 안 적혀 있기까지... 심하구나!



고기 먹었으니 커피 한잔은 필수. 마침 갖고 있던 쿠폰으로 아메리카노 두잔 주문. 여유롭고도 만족스럽도다!

이곳에서 서로 찍은 사진을 카톡으로 먼저 교환했는데 끊임없는 진동 소리 드드드드드드


숙소로 다시 귀환해서 씻고 쉬었다. 이틀동안 예정했던 일정은 모두 18개였지만 이 중 10개를 소화했다.

아마 차로 움직였어도 18개는 무리였을 것 같다. 대중교통만 이용해서 이 정도도 선방!

친구는 이번이 다섯번째 방문인데 천지연 폭포와 덕인당 방문 정도만 겹치고 나머지는 모두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 정도면 초행길과 재방문의 균형도 잘 맞춘듯!


두번째 날 밤이 깊어갔다. 잠은 오지 않고~ JTBC뉴스룸을 다시 듣고, 아침 방송인 김현정의 뉴스쇼를 다시 듣고, 그렇게 몇개의 팟캐스트 방송을 듣고나서야 겨우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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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2-25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마노아 2016-02-25 23:19   좋아요 0 | URL
헤헤헷, 즐거운 여행 꼭 되길 바래요~ 무엇보다도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어요. 지니어스 로사이 추천하구요~ 저는 못 가봤지만 방주교회 넘넘 멋질 것 같아용^^
 


12월 31일에 만나 여행 일정을 짰다. 사실 나의 친구가 거의 다 짜고 나는 고개만 끄덕였을 뿐이다.

여행을 자주 다닌 내 친구는 아주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계획을 짜고 조사도 많이 하고 준비를 많이 했다.

나는 그저 숟가락만 얹었을 뿐.

제주가 초행인 내가 꼭 가고 싶다고 고른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승마 체험, 나머지 하나는 김영갑 갤러리를 가는 것이다. 

2박3일 일정에서 미리 결제하고 결제할 것들로 잡아본 우리의 예산이다. 



1인당 25만원 정도면 되겠다고 여겼다. 그런데 출발 직전에 제주에 비온다는 소식에 렌터카를 취소했다.

내 면허는 완벽한 장농 면허고, 내 친구는 집 주변만 다녀본 솜씨라고 한다. 

맑은 날도 고속도로 주행할 생각에 머리가 하얀데 비까지 온다면 그것은 무리수 중의 무리수! 

그래서 렌터카는 취소했다. 그렇게 조절을 하고 나니 우리는 1인당 경비 20만원씩 내고 여행을 시작할 수 있게 되었다. 


김포공항에 도착해서 커피 한잔을 먹기 위해 내가 했던 삽질은... 패쓰하자. 다리 품 좀 팔았을 뿐이다. 

그렇지만 삽질이 문제가 아니었으니... 머피의 법칙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가항공 티웨이로 예약을 했는데 연착 1시간 이상이 되어버린 것. 

그냥 늦어 죄송하다고만 할 뿐 왜 늦어지는지는 말해주지 않았다. 

우린 셀카 찍으면서 지루함을 달랬는데, 비행기가 뜨고 나니 급 배고픔이 몰려오는 것이다. 

적어도 오후 1시에는 고기국수를 먹고 있을 줄 알았는데...ㅠ.ㅠ



공항을 나서면서 마주친 야자수들. 정말 제주에 왔다는 게 실감나는 순간이었다.

날이 흐린 게 많이 아쉬웠지만... 일단은 배부터 채우는 게 먼저!!



백종원 소개 이후 유명해진 고기국수집이 자매집을 낸 집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맞나?? 

한 달 이상 지나서 기억이 가물가물....

티웨이로 인해 노여웠던 감정은 먹을 게 들어가니 모두 사라져버렸다.

내 입맛엔 고기국수보다 비빔국수 쪽이 더 좋았다. 


택시를 이용해서 제주도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출발하기 전에는 거기 주차되냐고 전화로 묻기까지 했는데 우린 차없이 뚜벅이로 도착. ㅎㅎ



그림들과 전시물들을 재밌게 보았다. 그렇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녀석.



500원짜리 동전으로 잠시 마음에 위로를 얻게 된 순간!



비행기 연착으로 다음 일정이 바빴던 우리는 서둘러 버스 시간 맞춰서 나왔다. 

거기 공예품 팔던데 제주 느낌 나는 악세사리 하나 샀으면 했지만 시간이 없었다. ㅠ.ㅠ


방주교회 사진 


방주교회 사진을 보고는 흠뻑 반해서 꼭 가보고 싶었지만, 여길 가고 나면 이미 예약한 승마장에 늦을 것 같았다.

게다가 혹시 저녁 시간에 개방을 안 하면 헛걸음 할 수도 있어서 과감히 패스하고 승마장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방송과 스크린에 띄워준 이름 제대로 보고 벨 눌렀는데, 우리가 내려야 할 곳을 기사님이 지나치셨다.

그 다음 정거장에 내려주셨는데 여긴 사거리. 어느 방향으로 되돌아가야 하는지 감이 서질 않았다.

제주에서는 길찾기 서비스가 무의미했다. 목적지는 찾아도 내 위치를 못찾는 일이 다반사였으니까.



우린 승마와 두번째 날 숙소를 패키지로 티몬에서 미리 구입하고 갔는데, 거기에는 이용 시간이 6시까지라고 적혀 있었다.

우리가 택시에서 내려 승마장에 도착한 시간이 5시 15분. 지금 막 끝냈다고 한다

말들이 모두 밥먹고 있는 중이라며 태워줄 수 없단다. 지금 말 태우면 사고난다고.

동절기에는 5시에 마감인데 홈페이지에 수정을 안 해 놓은 건 자신들 잘못이니 환불처리하겠단다.

하아, 제주 와서 내가 해보고 싶었던 두 가지 중 하나가 그렇게 날아갔.....

같이 구매해서 숙소 할인 받은 것도 취소 돼.....

게다가 이 사람들 미안해 하지도 않아. 아주 사무적으로 안 된다고만 말할 뿐이다.


쓰린 마음을 부여잡고 우린 나와야 했다. 다시 버스를 타고 숙소가 있는 서귀포시까지 갔다. 한참 갔다. 



숙소에 체크인을 하고 밥먹으러 나갔다. 

일단 식당과 숙소 사이에 놓인 시장 구경 먼저!



우리 목표는 오메기떡과 천혜향 쥬스.



나뭇잎 사이로 보이는 저 형광분홍 모자가 혹시 나인가???


줄이 길어서 내 친구가 오메기 떡 살 때 나는 쥬스를 사러 갔다. 

여기서 내가 어마어마한 삽질을 저지른다. 지저스!!


제주 가면 사고 싶었던 게 두가지 있었다. 하나는 제주 감귤 초콜릿. 다른 하나는 천혜향이나 황금향 한상자.

이 시장에는 메인 메뉴와 상관 없이 모두 상점마다 초콜릿을 팔고 있었다.

천혜향 쥬스 파는 곳도 초콜릿을 파는데, 6상자에 만원이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쥬스 값을 천원 깎아준댄다.

오, 바람직 해! 아무 생각 없이 단순 계산으로 앗싸! 하면서 초콜릿과 쥬스 한병을 샀다. 



아, 정말 맛났다. 2박 3일 동안 먹은 것 중에서 이 쥬스가 가장 맛났다! 한병 마시고 너무 맛나서 두병 추가로 더 사왔다.

두번째는 디씨 없음..ㅎㅎㅎ


맛난 쥬스를 산 것까지는 좋은데, 문제는 '초콜릿 상자들'이다. 

신나게 쥬스를 사들고 온 내게 친구가 묻는다. 가방에 그거 들어갈 자리가 있냐고.

아.뿔.싸!

우린 배낭 메고 이동하는 뚜벅이들인데, 아직 일정이 이틀 남았는데....

내일 비도 온다는데!!! 큰일 났다.ㅜ.ㅜ

일단, 배가 고프니 밥부터 해결하고 고민하기로 했다. 


내 친구가 미리부터 점찍어둔 해물탕집 '기억나는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문 닫았.... 이날 쉬는 날이었나보다...

나는 원래 해물을 안 먹는 1인이므로 이 집이 문을 닫은 것은 크게 아쉽지 않았지만 배가 고파서 어디든 빨리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부랴부랴 근처로 찾아간 식당은 이곳! '안거리밖거리'



아아, 가격이 착해. 완전 착해!!



게다가 맛은 더 착해!! 시장이 반찬이었겠지만 정말 맛있었다. 이랬던 밥상이 순식간에 변신했다.



아, 다시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금강산도 식후경, 제주도도 식후경이지!

배를 채웠는데 떡도 사두었으니 소화시킬 겸 좀 걷기로 했다. 마침 근처에 천지연 폭포가 있다고!

친구가 위치 검색을 하고 있는 사이 슈퍼마켓 앞에 서 계시던 아저씨께 길을 물었다.

우리가 가려던 방향 말고 다른쪽 길을 가리키면서 이쪽이 질러가는 길이라며 이리로 가라고 하신다.

의심 없이 방향을 잡았다. 

서귀포시는 신기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던 것이 사람이 많이 드는 관광지인데 가로등도 별로 없고, 심지어 신호등도 없었다. 

사람들이 그냥 알아서 건너는 모양새. 우리가 가는 도로변도 한쪽이 공원으로 조성되어 있는데 몹시 어두웠다. 

도무지 보이지 않는 길을 따라 직진을 고수했는데, 내 친구가 말렸다.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그래서 반대방향에서 오고 있는 사람에게 다시 길을 물었더니 한참 지나쳐 왔다고 한다. 아흐 동동다리!

그래서 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갔다. 

아저씨가 지름길이라고 알려주었지만 길이 어두워서 그 으슥한 공원 어디에 출구가 있는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현지인이라면 모를까 관광객이 밤중에 찾아가는 건 무리수였다.

그래서 결국 맨 처음에 가려고 했던 방향으로 다시 가야 했다. 

천지연은 10시까지 야간 오픈을 해서 문닫힐 걱정은 없었는데 다리가 엄청 아팠다.

원래 취약한 오른쪽 무릎이 너무 땅긴 것이다. 

거기 가보니까 초콜릿 7상자에 만원에 팔더라.ㅋㅋㅋ



돌아올 때는 버스 정거장까지 너무 멀어...ㅜ.ㅜ 결국 택시를 탔다.

참고로 이날, 미밴드를 착용한 이래 가장 많은 걸음수를 기록했다! 

게다가 초콜릿 상자 무거움...;;;;


편의점에 들러서 맥주 두캔을 사들고 다시 안락한 숙소로 컴백!



배가 아직도 많이 불렀는데도 떡이 너무 맛나서 모조리 흡입!

달달한 레몬맛 맥주도 멋지구리! 먹을 게 들어가니 또 다시 너그러워짐!

벙커 침대 2층에 누워서 초콜릿 상자를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에 들어갔다.

들고 다니는 건 무리였다. 다 먹고 갈 수도 버리고 갈 수도 없다.

그래서 생각해 낸 건 택배였다.

올레 시장이 아침 8시에 문을 여니까 체크아웃 한 다음에 다시 시장에 가서 천혜향 쥬스 10병을 사는 거다.

10병 3만원부터 택배 5천원 내고 배송을 시킬 수 있다고 했다.

그 편에 여기서 산 초콜릿이니까 같이 보내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원래 사려던 건 과일이었지만 쥬스가 아주 맛나니까 굿 아이디어야! 라며 스스로를 쓰담쓰담....


그렇지만 잠은 오질 않았다. 집 나가면 잠을 잘 못 잔다. 수면제가 필요한데 수면제를 어디서 구해...;;;

전에 멋도 모르고 약국 가서 달랬다가 처방전 없이 왔다고 혼난 적 있음...;;;;;

감기약 지을 때 수면제만 따로 포장해 달라고 할까? ㅡ.ㅡ;;;;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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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기후 2016-02-24 2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병원에 가서 여행가는데 수면제 처방해달라고 하면 그냥 해줄거예요... 감기약에 들어가는 건 잠이 오는 성분이 있는거지 수면제는 아니예요 잠 안 온다고 그거 먹으면 안 돼요 ;;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것도 있는데 그건 수면제는 아니고 수면유도제라고 하더라고요. 수면제는 잠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약이고 향정신성약물이라 의사 처방없이는 안 되고 유도제는 잠에 잘 들 수 있는 거까지만 도와주는 거라고... 성시경이 잘자요 광고하는 레돌민같은 거요. 수면제 처방받기 번거로우심 유도제라도 사 드시면 도움 될 거예요. ^^

마노아 2016-02-25 01:40   좋아요 0 | URL
우왕, 이렇게 좋은 정보를! 이제 생으로 잠 못자는 고통은 바이바이 할 수 있겠어요. 수면유도제도 있군요. 제게 딱 필요한 정보예요.^^ 고맙습니다, 건조기후님!!
 

어제는 직구로 구매해서 두달 걸려 받은 원피스를 태워먹었고 오늘은 쓰고 나온 모자를 잃어버렸다. 집에 와보니 머리에 있던 헤어핀도 사라졌....;;;;

시무룩....할 뻔 했지만 님을 봤으니 최고의 발렌타인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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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02-14 22: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님은 얼마나 근사한 님이신지... 발렌타인 데이에 만나자고 약속하는 센스라니요~~ ㅎㅎ

마노아 2016-02-14 23:53   좋아요 0 | URL
초콜릿이 녹아내리는 그런 공연이었다지요. 이 기운으로 반짝 추위를 이기겠어요. 불끈!!!!

무해한모리군 2016-02-15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노아님 새해 더 행복하시고 오빠는 역시 젖은게 섹쉬하군요 ^^;;

마노아 2016-02-15 01:03   좋아요 0 | URL
전주 나올 때 더웠는지 소매를 걷어서 민소매를 만들어버렸어요. 꺄아!!!
휘모리님! 새해에도 우리 더 행복해집시다. 적극적으로요! ^^

mira 2016-02-15 0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남친 멋지네요

마노아 2016-02-16 00:56   좋아요 0 | URL
제가 전생에 나라를 구했으면 내 남친이 되었을까요. 크흑!

아무개 2016-02-15 0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놔..치마...ㅜ..ㅜ

모자에 헤어핀까지 잃어 버린겁니까아.............................
ㅜ..ㅜ

마노아 2016-02-16 00:57   좋아요 0 | URL
모자는 스벅에 두고 온 건지...;;;;
헤어핀은 뛰놀다가 떨어뜨렸나봐요. 언제 잃어버렸는지 모름...;;;;
치마는, 방에 불 안 나고 사람 안 다쳤으니 다행인 걸로!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