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10년 1월
절판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선수.
전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피겨 선수 중의 하나일 김연아.
지난 동계 올림픽 때 TV 화면에서 눈을 못 떼게 했던 그녀,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터트릴 때, 어쩐지 보고 있던 시청자도 뭉클해서 같이 울어버리게 했던 그 연아의 책이다.
바쁜 김연아가 어찌 이런 책을 섰을까 싶은데, 충분히 작가 인터뷰를 하고서 대필을 한 게 아닐까 싶다. 어쨌든 느낌과 경험과 각오 등등은 모두 연아의 것이라고 생각되어진다.
우리 연아 양은 사인도 예쁘다.(스무 살이 넘었건만 '연아 양'이라는 호칭이 익숙하다.)

꼬꼬마 시절부터 주니어를 거쳐 시니어로 성장해 간 연아 양의 모습.
본인의 성격을 무척 단순하다고 표현했는데, 그것이 운동 선수로서의 그녀에게 몹시 장점으로 작용한 듯하다.
승부욕과 오기로 똘똘 뭉쳤지만, 이미 지나간 것에 연연하지 않고 대범하게 털어버리는 모습 등에 말이다.
세번째 사진의 표정이 참 해맑다.
이 책을 보는 가장 큰 재미는 연아의 사진 보기였으며, 가장 아쉬운 점도 사진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다.
경기 규칙이나 기술에 대한 안내가 되어 있으면 이해하기 더 쉬웠겠지만, 연아의 다른 책에 그런 내용이 들어있는 게 아닐까 혼자 생각했다. 아님 말고...;;;

연아의 드림팀.
브라이언 오서와 데이비드 윌슨.
분위기 메이커 데이비드. 풍부한 표정을 보면 그에게서 섬세한 안무가 나오는 게 당연하다고 느껴진다. 연아는 참으로 행운아. 그렇지만 그 행운은 스스로의 노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다.

졸업 앨범 속의 평범한 연아와 빙판 위에서의 연아는 무척 다르다.
당연한 얘기지만...
표정 연기가 사람들을 많이 매료시키는데, 기본적인 기술 실력이 바탕이 되어야 그도 가능하다고 얘기한다. 역시 지당한 말씀!

선수 전용 링크 하나 없는 한국의 열악한 환경.
선수들이 새벽이나 오밤중에나 대관이 가능하고,
너무 추워서 꽁꽁 옷을 싸매고 연습을 해야 한다니 참으로 심각하다.
연아의 뒤를 이을 좋은 선수가 계속해서 많이 나와야 지속적으로 관심을 받고 제대로 된 후원과 지원이 가능해지지 않을까. 연아의 부담이 꽤 클 것이다.

숱한 부상과 슬럼프, 그리고 재기.
모두가 거쳐가는 과정이라지만 말처럼 쉽진 않을 것이다.
연아의 치열했던 사춘기 시절 이야기도 그랬다.
평범한 생활과 자유를 속박당한 채 한 우물만 파온 프로의 인생.
글 몇줄로 설명하기 힘든, 벅찬 소회가 있을 것이다.
또한 거기엔 가족들의 희생과 튼튼한 지원이 뒤를 받치고 있다.
두번째 사진의 저 포즈의 유연함에 감탄을 하곤 했었다.

클린 했을 때의 저 자신만만한 표정!
당당하기 그지 없다.
피겨 강국 일본 선수들의 국기를 양 옆으로 내리게 한 뒤 당당하게 태극기를 세우게 한 연아. 굳이 애국심이나 국가라는 이름을 들먹이지 않아도, 저 순간이라면 그 어떤 강심장의 선수라도 벅찬 희열을 느낄 것이다.

2008년 12월, 고양 그랑프리 파이널은 연아가 한국에서 처음으로 치르는 국제경기였다고 한다. 마치 댄스 가수의 콘서트홀에 온 듯한 관중의 환호성에 집중력을 잃어버렸던 그녀. 어수선한 가운데 6분 웜업을 마쳤고, 경기 결과는 은메달이었다. 경기가 끝나고 돌아가는 버스 안. 끊임없이 날아오는 문자들 가운데 수고했다는, 힘내라는 말만 무성하고 누구도 '축하해'라는 말이 없어서 서운했다고 한다. 당연하다. 일등만 축하받고, 아사다 마오를 이겨야만 축하를 받을 수 있다면 말이 되지 않는다. 온 국민의 사랑과 시선을 받는 것은 그래서 이렇게 명암을 함께 준다. 그걸 끌어안고 가야 하는 게 또 정상에 선 스타의 숙명이기도 하지만.
여하튼, 그 무수한 고리들을 다 통과하고, 연아는 지금 화려하게 정상을 날고 있다.
총을 빼내는 포즈의 본드걸, 마지막에 총을 쏘고 난 뒤의 엔딩 포즈까지. 이제 그녀가 하면 모두 화제가 된다. 어휴, 왜 이렇게 멋진 거야!

연아의 정직한(?) 스케줄.
오로지 피겨를 위한 하루, 인생이 되어버렸지만 충실하고 성실해 보여서 안심이다.
어릴 때 이후로 간식은 먹어본 적 없다는 그녀. 그래서 야식이 뭔지 몰랐구나...;;;
부츠는 80만원, 날도 80만원. 부츠 두 켤레 신을 때 날은 하나를 쓴다고 한다. 발목이 휘어서 부츠가 더 금방 상하는 것 같다고... 부츠 때문에 고생했다는 이야기는 다큐에서도 본 것 같다.

책은 흥미롭게 읽힌다. 그녀의 연기를 이미 보아온 우리로서는 그때 그때의 경기 장면을 연상하며 읽을 수 있어 좋다. 추억을 더듬고 싶을 때는 해당 동영상을 찾아보면 더 벅찬 느낌이 들었다.

동계 올림픽 전에 나온 책이어서 연아의 최근 연기가 포함되지 않은 게 다소 아쉽지만, 아마도 다음 번 책에 포함될 테니 문제 없다. ^^

워낙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고, CF다 뭐다 행사도 많은지라 안티도 많아지기 쉬운 터.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잘 갔으면 한다. 선수 생명이 길지 않은 피겨인지라, 앞으로의 행보도 걱정스럽고 기대도 된다. 어찌 되었든 연아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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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애(厚愛) 2010-07-29 0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아 참 이뻐요~ ^^

마노아 2010-07-29 12:14   좋아요 0 | URL
연아 참 사랑스러워요. 어휴, 어쩜 이렇게 이쁠까요.^^ㅎㅎㅎ

마녀고양이 2010-07-2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아양,, 참 대단하죠?
노력에 노력..... 누구도 하기 힘든 모습이라 더욱 대단해 보입니다.
요즘 약간 흔들리는듯 하지만,, 사실 그렇게 열심히 달리고 목표에 도달하면 누구나 그렇겠지요.
연아양도 휴식이 필요한 듯...... 참 멋진 사람입니다.

마노아 2010-07-29 12:14   좋아요 0 | URL
확실히 CF보다는 경기장 안에서의 연아가 훨씬, 훨씬 예뻐요.^^
강약을 조절해서 롱런했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모습도 계속 기대가 되어요.^^

따라쟁이 2010-07-29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이쁘네요. 리뷰도, 연아양도 ^^

마노아 2010-07-29 12:14   좋아요 0 | URL
아아앗, 이렇게 예쁜 리플이라니...^^ㅎㅎㅎ

프레이야 2010-07-30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아는 자기관리와 절제의 힘을 갖고 있는 선수라 더욱 예뻐요.
마노아님 리뷰도^^

마노아 2010-07-30 13:14   좋아요 0 | URL
멋진 연아양 덕분에 저도 묻어서 칭찬 받고 있어요.
하핫, 기분 좋습니다. 절제의 미를 아는 연아양을 계속 응원해요.^^

꿈꾸는섬 2010-07-30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연아양 너무 예뻐요.^^ 역시 성공의 비결은 자기 관리, 노력, 절제군요.^^

마노아 2010-07-30 17:13   좋아요 0 | URL
자기 관리, 노력, 절제!
새겨들을 단어들이에요.^^
 
D에게 보낸 편지 - 어느 사랑의 역사
앙드레 고르 지음, 임희근 옮김 / 학고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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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편지 글이다. 'D'란 이 글을 쓴 앙드레 고르의 부인 도린을 가리킨다. 이 책을 관심갖게 만들었던 어느 리뷰의 제목 때문이었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지 않던'...으로 진행되던 제목. 직접 지은 것이라 생각했는데 본문 중에 그 대목이 나온다. 여전히 가슴을 울리는 통증을 주었다. 당신을 사랑하는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라니... 

지은이 이력이 놀랍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사상가이자 언론인. 오스트리아 출신의 유대인으로 독일군 징집을 피하기 위해 스위스로 갔고 다시 파리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영국인 아내를 만나 2년 뒤 결혼했다. 아내는 고르의 협력자이면서 위로자였고 경제적 후원자이기도 했다. 유능하고 우아하고 검소하기까지 했던 부인. 그 아내가 불치병에 걸리자 사르트르로 하여금 '유럽에서 가장 날카로운 지성'이라 평가받았던 이 사상가는 모든 공적인 활동을 접고 20여 년간 아내를 간호했다. 그러다가 2007년 9월 22일에 자택에서 아내와 동반자살했다. 이 책은 그가 죽기 1년 전에 아내를 향해 썼던 편지글을 모아 출판한 것이다.(출판은 그들이 살아있을 때 이뤄졌다.) 

존댓말로 진행되는 이 편지는 그들의 첫 만남부터 인생의 황혼에 이르기까지의 긴 여정을 담고 있다. 그들은 거의 60년 동안 삶을 함께 나눴다.  그런 아내에게 바치는 연서는 그 자체로 고품격이었다.

당신은 이제 곧 여든 두 살이 됩니다. 키는 예전보다 6센티미터 줄었고, 몸무게는 겨우 45킬로그램입니다. 그래도 당신은 여전히 탐스럽고 우아하고 아름답습니다.


자연스러운 문장의 매끄러움은 번역자의 공도 상당 부분 차지할 것이다. 이런 존댓말 어투를 개인적으로 좋아한다.  

고르의 편지 곳곳에서는 아내에 대한 존경과 사랑이 가득 묻어난다.  

   
 

 직관도 감동도 없다면 지성도 없고 의미도 없음을 당신은 인지과학을 공부하지 않고도 알았던 것입니다. 당신의 판단은 전달될 수 있지만 증명해 보일 수는 없는, 그러나 당신이 몸소 겪어 얻은 확신의 토대 위에 서 있었습니다. 이런 판단의 권위-그것을 '윤리'라고 합시다-는 논쟁할 필요도 없이 저절로 생기는 것입니다. 반면 이론적 판단의 권위는 논쟁으로 설득시키지 못하면 무너지고 맙니다. "왜 당신은 항상 옳은 거지"라는 내 말에 다른 의미는 없었습니다. 당신에게 내 판단이 필요하기보다는, 내게 당신의 판단이 더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이죠. – 53쪽

 
   


어려서 이미 어른을 믿지 않는 아이로 성장했던 아내는 상처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사람을 어루만져 주는 평온함을 지녔다. 독일어를 배우고 싶어했던 그녀가 남편을 생각해서 포기하는 모습은 희생이라는 말보다 사랑이라는 말이 더 어울려 보였다. 

   
 

 당신은 베케트, 사로트, 뷔토르, 칼비노, 파베제를 읽었습니다.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강의도 들었어요. 독일어를 배우고 싶어해서 필요한 책을 사기도 했지요. 나는 말렸습니다. "나는 당신이 독일어를 한마디라도 배우는 게 싫소. 난 다시는 독일어를 하지 않을 거요." 당신은 '오스트리아 출신 유대인'의 이런 태도를 이해해주었습니다. – 50쪽

 
   


남편이 논문을 완성하고 여러 권의 책을 완성하는 동안에는 그녀가 그 시간들을 뒷받침해주고 견뎠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내가 불치병에 걸려 고통스러워할 때는 남편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그녀만 바라보며 헌신했다. 이렇게 이상적인 부부가 있을 수 있을까.  

당신 없는 나를 상상하지 못하고, 나 없는 당신을 견뎌내지 못했던 그들이 선택한 것은 결국 동반자살이었다. 여든 둘, 여든 셋에 이른 나이였으니 단명은 아니건만, 그럼에도 스스로 택한 죽음은 분명 안타까움을 동반한다. 그렇지만 이들에게 있어서 죽음은 단절이 아닌 영원한 동행으로 느껴진다.  

문득 넬의 '멀어지다'란 노래가 떠올랐다. 노래 가사에 보면 어쩌면 우린 사랑이 아닌 집착, 욕심, 운명이 아닌 우연, 영원이 아닌 여기까지인가 보다란 읊조림으로 마무리된다. 씁쓸하고 쓸쓸한 노래다. 그래서 더 오래 남기도 하지만. 

반면 이들의 사랑은 집착이 아닌, 욕심이 아닌, 우연이 아닌, 영원의 사랑인 것이 아닐까. 90쪽 밖에 되지 않는 짧은 책, 그러나 편지라고 한다면 무척 길 이 연서의 마지막 사진이 그들의 분위기를 대변한다.  



책 표지의 젊었을 적 모습보다 황혼의 이들이 더 빛나고 아름답게 보인다. 서로의 깡마른 어깨에 기댄 우정과 연민과 사랑의 감정의 진하게 전해온다.  

그들의 삶을 대변한 이 한 문장을 오래오래 기억해야겠다.  

There is no wealth but life.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준 오랜 연인에게 경의의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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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걸어서 지구 세 바퀴 반 1 - 아프리카.중동.중앙아시아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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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도에 쓴 책이니 십년도 더 지난 책이다. 그때는 올곧이 오지였던 곳들도 지금은 많은 사람들의 손을 타게 되었건만, 여전히 그녀의 여정엔 놀라움으로 혀를 내두르게 한다. 일부러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아프리카, 중동,중앙아시아를 첫 번째 책의 여정으로 삼았다는 기획도 훌륭하다. 때문에 여행기가 시간 순은 아니다. 아프리카에서 북으로 올라가 중동을 거쳐 중앙아시아를 건너 러시아에서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타고 다시 중국을 밟고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는데 시작은 이란에서의 러브 스토리로 잡았으니 말이다. 개인적으로는 시간 순서대로의 여정을 더 선호하지만 워낙 글이 매끄럽고 재미있기 때문에 그런 건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웬만하면 비행기 대신 육로로, 배도 여객선이 아닌 현지인들이 타고 다니는 배를 탈 것, 숙소도 호텔보다 현지인들의 민박을 고집하는 뚝심으로 그녀는 제대로 세계의 오지를 체험하고 돌아왔다. 용기와 베짱도 놀랍지만 그 무모함마저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프가니스탄에서 금지된 사진을 찍다가 총살되기 직전까지 갔던 일, 아프리카 케냐에서 강도에게 목졸린 일, 말라리아 약을 장기간 복용하는 바람에 생긴 부작용 등등 위험천만한 일이 무척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그 모든 위기를 다 극복해내고 무사히 귀국했지만 읽는 나도 이렇게 아찔한데 노심초사하며 기다렸을 가족들은 오죽했을까 싶다. 여행의 원칙과 고수하고자 하는 결심도 중요하지만 이보다는 좀 더 조심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뭐, 이미 오래 전 일이지만.^^ 

나로서는 아프리카 편이 가장 재밌었다. 다양한 부족의 이야기가 흥미로웠고 시각적으로 관심이 많았던 마사이 부족의 놀라운 통뼈 얘기가 감탄스럽다. 컬러 대신 흑백 사진인 것은 감안하겠는데, 그래도 여행기인 것을 사진이 너무 적은 것은 꽤 불만이다. 워낙 달필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서 사진까지 더 실렸으면 오죽 좋을까. 내가 읽은 책은 구판인데 개정판 내면서 혹시 사진이 추가됐나 싶어 페이지 수를 확인해 보니 별 차이 없는 것이 사진은 추가되지 않았나보다. 아직 필름을 갖고 있지 않을까 싶은데 알 수 없는 노릇. 

곳곳의 사람들이 보여준 넉넉한 인심과 따뜻한 우정이 참 애틋했다. 어딜 가나 시골 인심은 이렇다는 게 더 짠했다. 그토록 무수한 이별을 했음에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이별통증. 한비야의 가슴은 참 여리고도 무뎌졌을 것이다. 각 대륙을 넘나들며 기본으로 영어 외에도 현지어를 익히고 활용하는 솜씨가 대단했다. 선천적 감각과 후천적 노력의 결합일 테지. 어쩌면 무모할 정도의 용감함이 언어적 본능을 일깨우는지도 모르겠다.  

400쪽에 조금 못 미치는데 그래도 금세 읽은 편이다. 궁금해서 다음 장을 계속 넘기게 된다. 가장 최근작 두 권을 먼저 읽었던 나로서는 오래전 이 글이 글의 세련미와 성숙미가 신작보다 부족해 보이지만, 그래도 진정성은 말할 것 없이 충족시켜주었다. 간혹 오타와 띄어쓰기 실수가 좀 있지만 그건 애교라 생각하자. 개정판은 푸른숲에서 나왔는데 내가 본 책은 도서출판 금토다. 두 출판사는 어떤 관계가 있나 문득 궁금해진다.  

이 책을 보고서 건진 팁 하나. 최근에 등산화를 살까 하고 생각했는데 등산화보다 워킹슈즈를 권하고 있다. 워킹 슈즈 신고 한라산 오를 수 있겠지? 어떤 제품이 좋은지 모르겠다. 조언을 구해봐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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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0-05-22 0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 정말 대단하지요.^^

마노아 2010-05-23 00:49   좋아요 0 | URL
정말 대단한 분이에요.^^ㅎㅎㅎ

saint236 2010-05-22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놓고 아직 읽지 못한 책입니다. 조만간 읽으려고 하고 있느나 아직 시작을 못하고 있네요.

마노아 2010-05-23 00:49   좋아요 0 | URL
저도 뒷 권 갖다 놓은지 한참인데 아직이에요.^^

꿈꾸는섬 2010-05-2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한비야님의 책을 한권도 못봤어요. ㅎㅎ 저도 읽어보고 싶네요.

마노아 2010-05-23 00:49   좋아요 0 | URL
여행가고 싶어져서 막 근질거릴 거예요.^^

같은하늘 2010-05-25 0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비야님 책은 예전에 다 보았는데 정말 대단한 분이예요.
오기언니 덕분에 작년 유학가기 전에 실제로 만나뵙게 되어서 영광이었지요.^^

마노아 2010-05-25 08:20   좋아요 0 | URL
다녀오셨던 것 기억나요. 저는 직접 뵌 적은 없는데 나중에라도 강연회 갈 수 있다면 좋겠어요.
대단하신 분이에요.^^
 
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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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무를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는 떠나보면 절실하게 알게 되는 듯하다. 돌아갈 곳이 있기에 서툰 여정의 시행착오도 모두 아름답게 포장될 수 있듯이.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이 책의 부제다. 여행기이지만 책 이야기가 많고 영화 이야기도 많고 그림 이야기에 철학자까지. 두루두루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포식시켜주는 욕심쟁이 작가의 푸짐한 성찬이 펼쳐져 있다.  

동유럽을 떠올리면 어쩐지 정적이고 고독한 느낌이 드는데, 작가가 거닐었던 곳들은 뜨거운 열정에서 차가운 고요함까지 고르게 분포되어 있었다. 어느 곳이든 한 가지 색깔만 가지고 있겠냐만은, 하나의 대륙 안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음에도 저마다의 고유 빛깔을 천진하게 반짝이는 것이 때로 숨막히게 예뻐보였다. 직접 현장에서 마주 대한 작가와 그녀의 비노 양의 감격과 감탄은 오죽 할까. 그렇지만 이 책속에서 작가는 깨방정 호들갑으로 촌티를 발산하지는 않는다. 그 자신이 말한 것처럼 쿨한 척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든 사람들은 일상 속에서 연기를 한다. 잘 지내는 척, 바쁜 척, 부끄럽지 않은 척, 무관심한 척. 그중의 제일은 뭐니뭐니해도 쿨한 척이다. 먹어치운 밥그릇 개수만큼 노련해진 우리는 있는 그대로 감정을 노출했다간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 참혹한 결과를 잘 알고 있다. 너무 성급하게 표시한 관심 때문에 망쳐버린 연애. 딱 한 번 진짜 속마음을 이야기했다가 깨져버린 우정 따위. 진심이란 녀석은 땀을 잘 흘린다. 그래서 여차하면 들키기 십상이다. – 40쪽

 
   

사실 이 책을 처음 맞닥뜨린 순간 품게 되는 호감은 '여행기'보다 '독서'였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여행기를 그렇게 좋아하지는 않는다. 어딘가를 여행하기 전에 사전 정보 입수차 여행서를 읽게 되지만, 그렇게 직접적인 이유가 생기기 전에 마주치는 여행서는 너무도 딴세상으로 느껴지는 까닭이다. 그래서 이 책도 언젠가는 가보고 싶지만 당장에 가지 못할 동유럽에 대한 환상으로 마주치지는 않았다. 여행지에서 작가 윤미나가 떠올렸던 책들, 그 속에서 나누고 싶은 이야기, 떠오르는 감상들이 그저 궁금할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기대는 이미 충분히 만족시켰다. 따로 이 책 속에서 언급된 책과 영화를 갈무리하고 싶을 만큼 호기심도 충천해졌고, 가끔씩 던지는 역사 속 이야기도 지적 만족감을 제대로 건드려 주었으니까. 

그래서 나는 작가의 말투가 때로 너무 가볍게 나가는 것이 불만스러웠다. 평소 말투나 글쓰는 스타일을 내가 알 수 없으니 내가 느끼는 불협화음이 작가의 원래 스타일인지 의도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좀 더 진지하게, 차분하게 글을 썼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뭐랄까. 이쯤에선 일부러 어깃장도 놓아주고, 이쯤에선 일부러 생날 것의 표현을 써서 부러 망가지려는 듯한 느낌? 가수로 치면 가창력으로 승부해도 충분히 어필이 가능한데도 대세에 맞추어 섹시댄스를 추고 있는 듯한 어색함이 느껴졌다. 섹시 댄스도 능력되고 몸매 되니까 추는 것일 테고, 그게 지탄받을 일도 당연히 아니건만 개인적인 취향으로는 그런 아쉬움이 남았다. 이 책을 읽는 내내. 

그래서 내가 밑줄을 그은 무수한 문장들은 여행기 안에서보다 새 장소에서의 이야기가 출발되기 전 사진과 함께 여백과 같이 출연한 글들이 더 짙은 향기를 뿜으며 나를 자극시켰다.  물론, 여기에는 편집의 힘도 한 몫 거들었을 것이다.  



곳곳에선 따로 찾아보지 않고는 못 견디게 만들 유혹들이 도사리고 있었다. 이미 알고 있는 미하일 브루벨의 그림도 다시 찾아보게끔 만드는 궁금증.  



이 사진은 흑백이어서 더 탁월했다. 저 그림을, 저 장식물을 하나 갖고 싶은 욕망이 꿈틀댔다. 러시아 공항에서 내가 건져온 지독히 비싼 어느 엽서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면서... 



저 노란 테두리는 다소 별로였지만, 저렇게 화두를 열어가는 스타일은 내 맘에 참 들었고, 문장은 또 얼마나 기막히게 마음을 어루만지던가. 비록 제시된 글은 황인숙의 글이지만, 이런 식으로 작가 윤미나가 내 맘을 들었다가 놨다 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삶에 감탄하기만 하는 사람은 아둔하고, 삶을 두려워하기만 하는 사람은 우울하다. 카프카의 삶은 짧고 국지적이었지만 그 어느 인생보다 강렬했다. 나는 그런 삶을 흠모한다. – 80쪽  
   

번역하는 사람의 감각 덕분인지, 타고난 문재 때문인지, 짧은 문장 안에서 이루는 대구가 내 눈을 사로잡는다. 또 다시 이렇게...... 

   
 

 자코메티는 자신을 이해하려면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그 말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할 테지만 보스니아의 경우에는 특히나 더 그렇다. 진정한 존중은 '이해'에서 나온다. 그리고 이해는 '관심'에서 나온다. – 170쪽

 
   

슬로우 라이프에 대한 작가의 생각, 그리고 데려다 키우는 아이에 대한 생각는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흡사했다. 덜 생산하여 덜 쓰는 삶에 대한 충분한 고찰과 실행 의지는 많이 부족한 나이지만, 그것이 마땅한 진행 방향이라고 의심하지 않는다. 해가 갈수록 더더욱.  

   
 

 혹시라도 살다 살다 이제는 사는 게 너무 재미없어서 아이 키우는 재미라도 있어야겠다 싶어진다면, 늙어감에 대한 공포와 권태를 잊게 해줄 뭔가가 절실해진다면, 그때는 태어나버렸지만 갈 곳 없는 아이를 데려다 키우고 싶다. 아이의 엄마가 아니라, 이모 혹은 고모가 되고 싶다. 끈끈한 건 됐고, 말이나 통하면 좋겠다. 의무로 묶이기보다 우정으로 엮일 수 있는 사이면 더 바랄 게 없겠다. – 225쪽

 
   

의무로 묶이기보다 우정으로 엮일 수 있는 사이라는 문장이 또 대구를 이룬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엄마와 딸의 관계도 이 비슷하지 싶다. 아들과는 우정보다 '의리'라고 해줘야 할까? 재미로 아이를 데려다 키운다는 표현이 누군가에겐 거슬릴 수도 있겠지만, 지나치게 심각한 표정과 각오로는 좀처럼 행동에 옮기기 어려운 각오가 아닐까 싶다. 구체적으로는 생활능력이 어느 정도는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이겠지만 나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저렇게 새 부모와 새 가족이 될 수 있는, 되고 싶어하는 마음을 가졌으면 한다.  

이 한 권의 책에는 여행기와 독서기 영화 감상기가 모두 어우러져 있는데, 각각의 것들이 독립적으로 독자를 찾아온다고 해도 두 손 들어 환영할 수 있겠다. 아핫, 음악 감상기도 더 포함되어야 하겠구나. 물론 개인적으로는 독서기를 가장 먼저 읽고 싶어하겠지만. 

프라하, 두브로브니크, 슬로베니아의 추억이 매력이 없었던 것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것의 참 마력은 여행자들이 느꼈으니 나로서는 부러움으로 남겨두고, 그녀가 툭툭 내던진 타매체들과의 만남을 더 적극적으로 건져야겠다. 비교적 내가 쉽게 만날 수 있는 대상들이니. 

영화 '타인의 삶'을 인생의 영화로 꼽는데도, 울리쉬 뮤흐의 다른 영화를 찾아볼 생각을 하지 못했다. 검색해 보니 몇 개 더 나오는데 dvd로 구할 수 있는지도 찾아봐야겠다. 괜히 마음이 울렁거린다.  

이 책은 사진이 많지 않아서 아쉬운데, 그럼에도 들어가있는 사진들은 하나같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표지부터. 재차 말하지만 디자인 참 잘 빠졌다.  

메인 디쉬라고 하기에는 뭔가 좀 허하고, 에피타이저나 디저트라고 하기에는 넘치는 느낌을 준다. 아마도 익숙하지 않은 요리라서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지만 한 번 쯤 맛보라고 권하고 싶은 책이었다. '굴라쉬 브런치'라는 신선한 이름도 듣게 되니 좋지 아니한가. 그게 어떤 음식인지는 직접 찾아보기를...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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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tty 2010-04-13 02: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노아님 저랑 느낌 비슷해요. 저도 이 책 그냥 그랬어요.
나빴다는 뜻은 아니고 말씀대로 좀 어정쩡하다고 해야되나.
문체도 (이유는 살짝 다르지만) 좀 마음에 안들었고 ㅎㅎ 그런 의미에서 추천 날리고 가요~ ^^

마노아 2010-04-13 08:32   좋아요 0 | URL
더 잘 쓸수 있는데 과해서 살짝 부족한 느낌이었어요. 작가분이 베스트를 다 발휘하지 못한 듯해서 아쉬웠어요. 참 매력적이었는데 말이에요.^^

다락방 2010-04-13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리뷰를 쓴다면 별 네개였을거에요. 글을 참 잘쓰는데 계속 진지하게 썼다면 더 완벽하지 않았을까 하고 내내 아쉬웠거든요. 유머를 넣지 않아도 충분히 근사했을텐데! 하고 말입니다. '번역'하는 여자의 '첫' 글이다 보니 긴장했던 것 같아요. 다음 책에서부터는 좀 더 자유롭게 정말 쓰고싶은대로 써줬으면 좋겠어요.

마노아 2010-04-13 08:33   좋아요 0 | URL
아, 맞아요. 유머를 넣지 않아도 되는데 재밌고 웃겨야 된다는 부담감이나 강박증이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했어요. 갖고 있는 역량만으로도 충분히 근사할 법했는데 말이에요. 보다 자유롭고 자연스런 두번째 글을 기다려야겠어요.^^

이매지 2010-04-13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제목만 보고 <식객> 리뷰인 줄 알았어요 ㅎㅎㅎㅎㅎㅎ

마노아 2010-04-13 11:39   좋아요 0 | URL
아, 식객도 많이 밀렸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빠지네요.^^ㅎㅎㅎ

hnine 2010-04-14 17: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관심이 가는 책은 바로 이런 책이어요.
아주 좋다, 그 정도는 아니다, 이렇게 다양한 의견이 나오는 책이요 ^^
좋은 책의 조건은 내공 + 글맛 이 있어야 한다고 어느 분이 말씀하셨는데 둘 중 어느 하나가 모자라거나 또는 지나칠 때 약간 설게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어쨌거나 저도 이 책 꼭 읽어보고 싶어요.

마노아 2010-04-14 20:40   좋아요 0 | URL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는 건 작가분에게도 좋은 일 같아요.
아쉬움이 남지만 매력있었고 또 만나고 싶은 작가분이에요.^^

치니 2010-04-14 17: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마노아님의 불만이 뭔지 알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꼼꼼하게 작가의 표현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마노아님 표 리뷰, 좋네요. :)

마노아 2010-04-14 20:41   좋아요 0 | URL
헤헷, 우아하게 쓸 수 있고, 그게 더 어울릴 법한 사람이 부러 싼티나게 표현하는 것들이 걸렸어요. 일종의 투정같아요. 하핫.^^;;;

gimssim 2010-04-1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 잘 읽었어요.
저도 이 책 읽고 있는데 여느 여행서와는 많이 다르더군요.
팔랑팔랑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책...

마노아 2010-04-17 00:18   좋아요 0 | URL
좀 남다르지요? 낮에 빕스를 갔는데 굴라쉬가 있더라구요. 기대만큼은 맛있지 않았어요.^^;;;
 
윤미네 집 - 윤미 태어나서 시집가던 날까지
전몽각 지음 / 포토넷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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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만에 복간된 사진집 '윤미네 집'
89년도에 시집을 가자마자 미국으로 간 큰 딸 윤미.
그 딸을 그리워하며 90년에 이 책이 만들어졌다.
지금은 고인이 된 전몽각 교수님의 가족들 이야기,
거기에는 윤미네 집뿐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가장 평범하고 특별한 가족들의 이야기가 녹아 있다.

신생아를 씻길 때, 저렇게 옷을 입힌 채 씻긴다는 걸 다시금 떠올렸다.
얼굴을 찡그리지만 저 아이를 보는 가족들은 얼마나 행복하게 웃었을까?

아가는 엄마를 어루만지며 장난도 치고 놀았을 것이다.
엄마는 피곤에 지쳐 틈을 노려 잠이 들고도 싶었을 것이다.
사진 찍는 사람을 의식하지 않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사진들.
그게 이 사진집의 가장 큰 매력이기도 하다.

언니들 공기놀이하는 데 끼었다가 눈총만 받은 윤미다.
땡그란 눈이 '나도 잘 할 수 있어, 볼래?'라고 말하는 듯하다.
공기, 정말 추억의 놀이다.

저도 아이면서, 더 아가인 동생을 바라보는 눈길이 재밌다.
어린 동생도 뭐가 그리 궁금한지 고개를 빠끔히 내놓았다.
접사로 찍었어야 했는데 무심코 그냥 찍었더니 사진이 선명하지 않다..ㅜㅜ

저 타일 깔린 높다란 개수대!
내가 태어났던 시민 아파트의 주방도 저랬다.
내가 기억했을 리는 만무고, 나도 사진으로 본 건데, 그게 익숙해져서 이제는 정말 내가 그렇게 기억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아니, 정말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

양은 냄비에 솥단지에 쌀 씻는 양푼까지... 정말 소시민스러운 살림이 아닌가.
아이들 손에 쥔 것은 혹시 수제비???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나란히 걷는 게 예쁘다.
똑같은 옷. 물려입었거나 물려줄 그 옷들에서 또 추억을 본다.
언니의 초등학교 입학식 외투와 나의 초등학교 입학식 옷이 같았다.
같은 학교였고 같은 장소에서 찍었으니 구도도 비슷하다.
생김새는 말할 것도 없고...
이 친구들도 그랬을 것이다.

이 사진 참 마음에 들었다.
엄마가 머리를 빗겨주는 정갈한 시간.
아이는 조는 듯 조용히 자신의 머리를 맡기고 있다.
엄마의 그 손길, 참 따스하고 정겨웠을 것이다.
내 머리는 늘 둘째 언니가 만져줬는데, 머릿살이 다 뽑힐 것처럼 아팠다. 실제로 머리를 푸르고 나면 살 부분이 다 튀어나와서 아렸더랬다. 그래도 언니가 해준 머리 하고 학교 가면 다들 부러워했는데...^^

대공원 등에서 신나게 놀고 돌아오는 택시 안.
곯아 떨어진 식구들을 찍는 개구진 아버지.^^

마음이 동해 온 가족이 베란다에서 사진을 찍었다고 한다.
구도가 참 좋다.
저리 사진을 찍으려고 모인 가족애는 더 좋다.

새 교복을 입어보며 들뜬 딸의 얼굴을 바라보는 흐뭇한 아버지의 얼굴이 거울에 같이 찍혔다.
그림자까지 모두 사랑스러운 사진!

그렇게 고이고이 키운 딸내미 시집보낼 때,
얼마나 서운했을까.
게다가 머나먼 이국 땅으로 보내야 했으니...
아버지의 걸음이 얼마나 더디 떼어졌을지 상상이 간다.

췌장암 선고를 받고 아내를 위한 사진집을 만드셨더랬다.
그 사진들을 복간본에 같이 추가했다.
나이를 먹었지만 여전히 소녀적 모습이 남아 계신 윤미의 어머님.
꽃조차도 무색케 하는 아름다운 엄마의 모습이다.

그리고 이젠 다 커버려 섭섭한 자식들 대신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손주들 재롱에 산다.
손주보다 더 큰 재롱도 아낌없이 펼쳐주는 할머니가 되어...

아름다운 책을 만나서 기쁘다.
소중한 추억을 같이 공유하게 되어서 고맙다.
이야기가 무수히 담겨 있어서 벅차다.
우리네 삶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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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하늘 2010-03-11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연스러운 가족들의 모습이 아름답네요. 찜하고 갑니다.^^

마노아 2010-03-12 09:08   좋아요 0 | URL
사진으로 직접 보면 더 멋질 거예요.^^

후애(厚愛) 2010-03-12 12: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진 하나하나가 모두 아름답습니다.
가족들이 모두 행복해 보여요..

마노아 2010-03-13 08:50   좋아요 0 | URL
따뜻한 가족애가 물씬 느껴져요. 보고 있는 사람도 미소 짓게 하는 사진들이에요.^^

hnine 2010-03-12 1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마전에 사진 찍는 것을 업으로 하고 있는 동생에게 '가난한 이의 살림집' 사서 보냈는데 그때 이 책도 같이 사서 보낸다는 것을 깜빡 잊었어요.
저 돌로 하는 공기 놀이, 저도 하고 놀았어요. 저를 찍으시는 아버지 모습이 함께 나온 사진, 저도 있고요. 아, 정말 이 책 보면 옛날 생각 많이 날것 같네요.

마노아 2010-03-13 08:50   좋아요 0 | URL
우리도 공유하고 있는 추억들을 많이 생각나게 해요.
우리의 사진들도 나중에 다른 이들에게 그런 추억을 떠올리게 만들어줄 거예요.^^

2010-03-13 13: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3-13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꿈꾸는섬 2010-03-1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옛생각이 간간이 나게 하는 책이네요. 가족의 사랑이 물씬 느껴져요. 너무 따뜻하고 정겹고 그러네요.

마노아 2010-03-14 20:35   좋아요 0 | URL
가족들에게 어마어마한 큰 선물이 되어준 책일 거예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에게도 선물이 되어주고 있네요.^^